소설리스트

도시의 지배자-18화 (18/148)

미룰 수는 없었다. < --  사랑해도 되나요?  -- >나는 회사에 사직서를 낼까를 심각하게 고려하는 사이에 11월이 거의 다 지나가고 있었다. 내년 연봉은 올해보다 꽤나 오른 액수에 사인할 수 있어 기분이 좋아진 상태였다. 현주 씨 때문에 찍힌 인사고과를 만회하려고 미친 듯이 일을 한 덕분이었다. 사직서를 내면 그동안 일한 것이 아까워진다. 그렇다고 미적거리는 것도 좋지 않았다.이제 한 달만 지나면 해가 바뀐다. 연말을 코앞에 두고 있어서인지 회사에서는 벌써부터 종무식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은 회사에 출근하니 분위기가 평상시와는 많이 달랐다. 1층 로비에서 서성이는 기자들이 보였던 것이다. 회사의 로비가 이러니 직원들 중에도 무엇 때문에 그들이 이러는지 궁금해 하는 사람이 있었다. “이봐, 이열 씨. 요즘도 현주 씨 만나나?”서현주 팬이라는 장상국 씨가 나를 보자마자 대뜸 호기심이 가득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요즘은 통 못보고 있어요.”“그래, 이상한데? 이열 씨, 어제 대종상 시상식 안 봤어요?”회1/13 쪽등록일 : 12.01.25 00:04조회 : 27051/27093추천 : 222평점 :선호작품 : 6582※ 당신의 응원 한마디 한마디가 작가분에게는 큰 힘이 됩니다. 욕설/비방글은 삼갑시다.아아어덕: 아 정말...ㅋㅋ 현주가 고백한 장면까지는 정말 좋았음.올레!이럴줄알았어! 이랬음.근데 그 뒤부터는 뭐냐 현주와 주인공의 멋진 재회를 기대했건만 찌질한 주인공의 모습,그리고  뭔가 어영부영한 급전개...뭐지? 그리고 프레벨은 도대체 뭐야 ㅋㅋ 아직 초반이라 어설픈거죠? 나중엔 잼있겠죠? 참고 읽을게요 (2012.04.11 18:19): 엄청난 지적 (2012.04.11 13:42)참좋은아침: 건필하세여~~ (2012.04.05 16:50)막간라스: 뭐 적당한 어영부영으로 평범한 사람에게 갑자기 힘이 생기며 변해가는 모습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싶은 작가적 욕구는 이해하지만, 여자 홀랑 벗겨 놓고는 갑자기 미안.. 하고 내빼는 짓하며, 고작 2개월만에 여자가 이전 자기가 한 약속대로 공개적인 고백까지 했는데도 동명운운하며 내빼는 짓거리하며... 이건 보통사람을 아득히 초과하는 초찌질아닐까요. (2012.03.21 19:52)막간라스: 사람들 대부분이 어영부영하는 구석이 있죠. 그렇기 때문에 장르소설을 찾는 겁니다. 굳이 소설에서까지 자신과 똑같은 모습을 보고 싶어서가 아니란거죠. 리얼하게 찌질한 쥔공을 묘사할거면 현대문학을 써야지 왜 이적과 초현실이 가득한 장르문학입니까. : 찌질이니 뭐니 하는 사람들 있는데 전... 찌질인가 봅니다. 현실의 전 주인공과 비교해 더 잘나지 못했거든요. 그런 내가 평균이라고 생각해 왔는데 아닌가 봅니다. 현실의 자신을 생각해 보세요. 제 개인적인 생각은 주인공이 좀 우유부단한건 있지만 심각할 정도는 아니란 겁니다. 제가 주인공의 입장이 된다면 더 못할거라 생각이 될 정돕니다. 잘 봤습니다. (2012.03.11 16:14)]조용조용[: @쌍둥이// 글만보면 오히려 정신차리고 잘할 것 같은데 의외의 댓글이네요 히말라야가서 수련해야 마법사되는건 아니잖아요 (2012.03.04 20:13)@쌍둥이: 마법사 하려고 하면 해야지..결단력이 없네요.....아 정말 찌질이 주인공이 되려나.... (2012.02.09 22:41)로또1등: 음. ..제가 자세히 안읽고 착각했나 보네요 사귀는데 애로가 꽃피는게 아니라...앞으로 히어로?로 살기를 결심한게 큰 고난이 될거라는 뜻이엇군요. (2012.02.09 10:35)로또1등: 좀 뭐하네요.. 여배우가 대종상 시상식서 갑자기 고백한다..(원래 그렇게 장난식으로 해논말도 있고) 헤어진지 2달도 안되서 하필 사겨도 동명이인 하고 사귈것이며..생방송서 고백한게 겨우 복수 일것이다?  복수댓가가 너무 큰대? 주인공 아이큐가 한자리 인가요? 그리고 마지막에 앞으로 저여자와 사귀는데 큰일이 있을거라는둥의 내용을 암시 하는데 뒷이야기가 흥미진진한게 아니라 짜증이 나네요..어떻게 될진 몰라도 뭐 앞으로 조폭이나 재벌한테 끌려가 강간이라도 당하는거냐? 죽는거냐? 그냥 복선 깔지 말고 나중에 불행이 나든 말든 하실것이지.. (2012.02.09 10:33)

“네. 다른 일을 하는 것이 있어서요.”나는 요즘 마법수련에 재미를 붙이고 있어서 회사가 끝나자마자 술자리를 거절하고 집으로 향했었다. 그런데 대종상시상식이라?“그 현주 씨가 이열 씨를 언급해서 지금 난리가 났는데......”“뭐, 동명이인이가 보죠.”나는 그동안 소원해진 우리의 관계를 생각하고 대답했다.“아냐, 내 직감으로는 그녀가 말한 그 이열이 내 앞에 있는 이열 씨인 것 같아. 한 번 보자고요. 마침 업무 전이니.”그는 빠르게 인터넷에 접속하여 어제 그 화제의 장면을 보여주었다. 현주는 튜브탑 화이트드레스를 입었는데 그녀의 분위기와 상당히 어울렸다. 큰 키에 긴 머리가  하얀 드레스와 조화를 이룬 듯 그녀는 엄청난 아우라를 풍기고 있었다.대종상에서 그녀가 여우주연상에 수상되었다. 그녀는 환하고 밝게 웃으며 상과 꽃을 받고는 마이크 앞에 섰다. 다소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지만 그녀는 역시 배우라는 것이 느껴질 정도로 표정관리를 잘 했다. 단 한순간 아주 짧은 순간만 그녀가 멈칫하는 장면이 나왔을 뿐 그녀는 그 후로 여유로운 모습을 회복하였던 것이다.2/13 쪽

“먼저 ‘마린 이야기’를 사랑해주신 관객 여러분에게 감사를 드려요. 최치원 감독님, 동료 배우님들, 그리고 스텝들에게 이 영광을 돌려드립니다. 그리고.....”그녀는 호흡을 한 번 고르고 꽤나 부끄러워하면서도 차분하게 다음 말을 이어갔다.“이열 씨, 사랑합니다. 처음 보았을 때부터 당신에게 반했어요. 이제 나는, 당신을 사랑해도 되나요?”그녀의 말이 끝나자 영화제 시상식에 참가했던 사람들이 잠시 말을 잊었다. 그리고 이삼초가 지난 뒤 휘파람 소리와 함께 박수가 요란하게 터져 나왔다. 사회를 보던 배우 이범수 씨가 멘트를 이었다.“아주 매력적인 사랑고백이었군요. 여배우가 마음을 이렇게 공개적으로 표현해도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사랑에는 격려를 보내는 바입니다.”배우 김혜진 씨는 이렇게 대담한 서현주를 놀란 눈으로 바라보이는 것이 카메라 앵글에 그대로 잡혔다. 사랑에는 상당히 대담한 그녀도 이렇게 나이 어린 후배가 노골적으로 자신의 사랑을 공개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네, 그렇죠. 그녀에게 행운이 있기를 저도 기원합니다.”3/13 쪽

김혜진도 마침내 적절한 멘트를 하는 것으로 그녀의 차례가 끝났다. 나는 동영상을 보고는 그녀의 돌발 고백에 머리가 멍해졌다. 뭔가 강한 것이 머리를 가격하여 사고가 마비된 것 같은데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녀는 사귀는 사람이 생겼다고 했으며 아주 잘 있다고 했는데, 설마 그게 나란 말인가? 하지만 그녀는 그동안 나의 전화도 문자도 받지 않았다.너무 정신적인 충격을 강하게 받아서인지 오전에는 업무를 볼 수 없을 정도였다. 그리고 오후 내내 나를 찾는 기자들의 전화가 끊이질 않았다.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기자들이 늘어났다. 처음에는 회사 직원들도 나에게 걸려온 전화를 바꿔주다가 정도가 너무 심해지자 사안의 심각성을 깨달았는지 회사가 나섰다. 이대로 그냥 두면 회사의 업무에 지장을 줄 것이라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역시나 나의 예상대로 회사의 고문변호사가 로비에 있는 기자들에게 회사의 입장을 말해주었다. -STL은 사기업으로 근무시간에는 직원의 어떠한 인터뷰나 회견을 용납하지 않습니다. 둘째, 직원 개인의 자유의사에 의한 행동은 회사에서 문제 삼지 않습니다. 셋째, 회사의 로비는 회사와 관계있는 고객이나 업무와 관계있는 사람들에 한해서 올 수 있습니다. 따라서 기자가 로비에 들어선 순간 그 어떠한 취재도 해서는 안 됩니다. 그러나 퇴근 시간이 된 이후에는 그 개인적 행동에 대해서는 회사는 관여하지 않습니다. 꼭 준수해주시기를 바랍니다.한마디로 철저하게 합리적인 결정이었다. 괜히 남의 회사 와서 분위기 흐리지 말라, 4/13 쪽

이것이었다. 국내 기업이었으면 기자들 눈치를 어느 정도 볼 것인데 STL은 그런 눈치는 아예 보지를 않는다. 소송제도가 잘되어 있는 미국기업이기에 애초부터 소송에 휘말릴 일은 하지도 않고 부당한 일을 당하면 여지없이 소송을 건다. 회사의 성장을 위해 정치인과 밀월관계를 유지한 기업도 아니니 굳이 기자들을 무서워 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그래도 회사는 기자들이라 방문한 그들에게 음료수와 간단한 간식거리를 제공하는 최소한의 성의는 보였다.나는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현주에게 전화를 걸었다. 역시나 받지 않았다. 문자를 보내도 답장이 오지를 않았다.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랐다. 기자들은 몰려들고 나는 이게 무슨 일인지조차 모르고 있었다. 그게 과연 나인지조차 모르는데 그들 앞에 무슨 말을 하겠는가. 결국 어영부영 시간을 때우다가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 지하주차장에서 차를 얻어 타고 회사를 벗어날 수 있었다.‘어떻게 내가 여기에 근무를 하는 것인지를 알았지? 그리고 과연 그 사람이 나일까? 전화도 문자도 안 받는 사이에 무슨 사랑하는 사이라고 할 수가 있겠는가.’이렇게 시간이 지나갔다. 나는 기자들이 착각하고 나에게 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니면 이것이 말한 그녀의 복수란 말인가? 그때 그녀와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 그녀는 나에게 상처를 받고 복수하겠다고 부르짖고 가지 않았는가.5/13 쪽

‘하아, 그래 내가 잘못한 것이니 내가 풀자.’나는 마법에 전념하기 위해 회사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12월을 일주일 남겨두고 결단을 내린 것이다. 그리고 나는 집에 이야기를 하고 잠시 외국에 나가 있겠다고 하고는 히말라야로 가는 비행기를 예매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현주에게 문자를 보냈다.[나에게 화가 난 부분이 있다면 용서를 해주기를 바랍니다. 나는 이제 히말라야의 K2로 갑니다. 부디 행복하시길 빕니다.]그리고 언론을 통해 내가 사표를 낸 것이 알려지자 네티즌들이 이 문제에 대해 말들이 많았다. 공인도 아닌 개인에게 지나치게 취재를 하는 것은 자제를 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와 국민들의 궁금증을 풀어줘야 한다는 일반론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었다.문자를 보낸 지 1분도 안되어 바로 현주에게 전화가 왔다.“이열 오빠, 어디에요?”“응?”나는 그녀가 전화를 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차라 조금 당황하여 머뭇거렸다.6/13 쪽

“어디예욧!”그녀의 날카로운 목소리에 나는 나도 모르게 주눅이 들어 있는 곳의 위치를 알려주고 말았다.나는 회사를 그만두고 영풍문고에서 책들을 고르고 있었다. 주로 소설책들과 소설작법들을 기록한 책들이었다.[오빠, 밖으로 나오면 검은 색 밴이 하나보일 거예요. 그거 타세요.]서점을 나와 보니 센트럴시티의 대로변에 검은색 밴이 비상등을 키고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다가가자 문이 열리고 새침한 표정의 그녀가 앉아 있었다.“반가워요, 현주 씨.”“흥, 그새 안 보았다고 존댓말을 하는군요.”“하아~ 내가 뭐 그렇지. 어쨌든 대종상여우주연상을 받은 것은 축하해.”“흥!”나는 말없이 그녀의 옆에 앉아서 그녀의 몸에서 나는 향긋한 향기를 맡으며 가만히 있었다.“반성했어요?”7/13 쪽

“그래요. 내가 반성했으니 이제 우리 만나지 말아요.”나의 말에 현주는 눈물을 흘리더니 따귀를 다짜고짜 때렸다. 너무나 갑작스러운 행동이라 미처 예측조차도 하지 못했다. “큭.”나는 나도 몰래 신음을 내질렀다.“내가, 얼마나 힘들게 노력해서 대종상시상식에 그 말을 했는데 이제는 그만 만나자고?”“아니, 나는 현주 씨가.......”그럼 정말 그녀가 대종상시상식에서 말한 이열이 바로 나를 말하는 것인가?“대종상에서 고백하면 사귄다며?”“아니 그건 농담이었고....”나의 말에 분노한 그녀가 갑자기 내게 덤벼들었다.“뭐 농담. 야, 이 자식아 내가 그 말에 얼마나 죽을 둥 살 둥 노력했는데. 농담이야.”8/13 쪽

“크악, 악, 살려줘~항복.”그녀는 이빨로 나의 온몸을 물어뜯기 시작했다. 정말 아팠다.현주가 하도 악착같이 나를 공격하자 앞자리에 있던 매니저가 나서서 말리기까지 하였다.“현주야, 이러면 안 돼.”매니저가 뒤로 넘어와 말리자 그녀의 공격은 끝이 났다.그녀는 차가운 표정으로 나를 노려보았다.“병원에 가봐야 되지 않겠습니까?”매니저가 조심스럽게 나에게 의사를 물어왔다. 물론 나는 당연히 병원을 가고 싶었지만 노려보는 그녀의 눈빛에 입을 다물고 말았다.나는 할 수 없이 그녀에게 잘못했다고 사과를 했다. 얻어맞고 사과를 하다니, 나는 상황이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저 아름다우면서도 독하기 그지없는 얼굴 앞에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그런데 회사는 왜 그만뒀어요?”9/13 쪽

“회사에서 업무를 보는 것이 힘들어져서. 물론 무급휴가를 신청해서 쉬어도 되었지만 그냥 그만두고 싶어졌어.”그녀는 내 말에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어쨌든 잘 다니는 회사를 자기 때문에 그만뒀다니 책임감을 느끼는 모양이었다.“히말라야는 무슨 말이죠?”“등반을 할 예정이야. K2만큼 자신의 존재감을 들어내는 멋진 산은 드무니까.”“거기 위험하지 않나요?”나는 물론 전생에 이미 한번 다녀왔기에 위험하지 않다고 말을 하려고 했다. 그러나 나는 현주의 매니저인 김칠복 씨의 말에 입을 다물었다.“K2는 에베레스트 산보다 더 어렵지. 일반인이 그곳에 가면 거의 죽는다고 봐야지.”그의 말에 현주의 눈이 크게 놀란 듯 눈물이 그렁그렁 고이기 시작했다.“이제 나 피해 죽으러 가요? 내가 그렇게 싫어요?”“......”나는 당황해서 아무 말도 못했다. 그녀의 눈물이 뺨을 따고 흘러내렸던 것이다.10/13 쪽

“내 설명해줄게. 어떻게 하느냐 말이면...”“그만둬요.”“좋은 셀파를 만나고 준비만 잘하면 괜찮아.”“그만둬요.”“아니......”“그만 두세요.”나는 그녀의 눈물에 결국 항복하고 말았다. 뭐 꼭 가야하는 곳은 아니었다. 그냥 다시 가보고 싶기는 했다. 그곳에 가면 자크 에반트의 시체가 아직까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났었던 것이다.내가 회귀했을 때 전생의 옷을 그대로 착용하고 있었다. 그러니 자크 에반튼의 시체도 있을 것이다. 물론 반지와 드래곤 하트는 없겠지만 말이다.“그런데 김칠복 매니저님, 거기 회사는 배우 관리를 프리하게 하시나요?”나는 현주가 잠시 밴의 뒤로 간 사이에 나직한 말로 물어보았다. 나는 여배우들을 회사에서 얼마나 타이트하게 관리를 하는지 잘 알고 있었기에 정말 궁금해서 물어보았다. 그는 나의 질문을 받고는 웃으며 대답했다. “사실 현주는 우리 회사랑 계약할 때 계약금을 받지 않았습니다. 회사가 현주를 구속11/13 쪽

시킬 명분이 없죠.”“아니....”“그리고 현주는 회사의 김승우 이사님의 조카이기도 하지만 우리 회사와 계약을 맺기 전 불과 한 달 동안 20개의 연예기획사의 러브콜을 받았죠. 거의 어지간한 기획사는 다 접근했다고 보시면 됩니다.”어느새 내 옆으로 다가온 현주가 이야기를 듣고 있다가 마치 내가 이정도 되는 사람이야, 하고 도도한 표정을 지었다. 그제야 나는 그녀가 자유롭게 나를 만나러 온 사실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그 진실을 알게 되었다. 김매니저로 들을 이야기는 항상 그를 만나러 올 때 그가 데려다 줬다는 말을 듣고야 이해를 하였다.나는 서초동의 한 빌라에 그녀와 함께 들어왔다. 그녀의 아뜨리에였다. 그녀는 미술을 전공하는 2학년의 대학생이라는 것을 언젠가 신문기사에서 본 기억났다. 그녀는 3개의 방이 있는 빌라에서 1개를 작업실로 하고 나머지는 그녀의 그림을 보관하는 장소와 침실로 쓰이고 있었다. 나는 이 광경을 보고서야 왜 그녀가 연예활동에 집중하지 않고 CF광고 위주로 활동했는지 알게 되었다. 그녀는 일반인처럼 대학생활을 즐기고 싶었던 것이다.그녀는 이번 영화에 출연하기 위해 한 학기를 휴학했다. 작년에는 방학기간을 이용해 촬영한 것에 비해 이번엔 그녀가 이번 영화에 얼마나 신경을 많이 썼는지 알 것 같았다.12/13 쪽

우리는 가벼운 키스를 하고 서로의 몸을 가볍게 만지고 안았다. 그리고 물었다.나는 별로 대단할 것 없는 나를 왜 그렇게 생각하냐고 묻자 그녀는 오히려 이상하다는 듯이 바라보며 대답했다.“당신을 만나면 내가 정말 여자라는 것이 느껴져요. 당신은 나를 연예인으로 보지 않고 인간으로 따뜻하게 대해주니까요. 그러니 어떻게 반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흥, 그렇다고 잘난 체를 하면 안돼요.”“내가 그럴 리가 없지.”그녀를 다시 만날 수 있게 되어 좋았다. 그제야 얼마 전 이수진 씨와 섹스를 하지 않은 것이 이렇게 안도가 될 줄은 몰랐다. 그래, 바보 같지만 이제는 피하지 않겠다. 아들을 잃은 비통함이 나를 그동안 너무 소극적이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런 나의 자세는 당연한 것이었다. 지금 나의 결심도 너무 이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지만 파랑새가 나에게 날아왔으니 머뭇거릴 이유는 없는 것이다. 그래, 새로 시작하는 거야. 새로운 야망을 가지고, 운명이 주어진 그 길을 따라 정의롭게 사는 것이다. 그리고 정의가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그것을 알려주겠다. 그것이 전능의 프레벨을 소유한 자의 최소한의 의무일 터이니 말이다. 13/13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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