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시의 지배자-19화 (19/148)

그녀를 다시 만날 수 있게 되어 좋았다. 그제야 얼마 전 이수진 씨와 섹스를 하지 않은 것이 이렇게 안도가 될 줄은 몰랐다. 그래, 바보 같지만 이제는 피하지 않겠다. 아들을 잃은 비통함이 나를 그동안 너무 소그래, 바보 같지만 이제는 피하지 않겠다. 아들을 잃은 비통함이 나를 그동안 너무 소극적이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런 나의 자세는 당연한 것이었다. 지금 나의 결심도 너< --  사랑해도 되나요?  -- >우리는 시도 때도 없이 만났다. 나는 회사를 그만 둔 상태였고 그녀는 영화촬영이 끝나고 최종상영일의 카운트다운만 기다리고 있었다. 12월까지만 상영한다던 마린이야기는 새해를 맞이하면서도 여전히 극장가에서 상영을 하였다. 이미 500만 명 이상이 이 영화를 보았을 정도로 대단한 히트를 쳤다. 나도 조조타임에 변장을 한 현주와 함께 영화를 같이 보았었다. 조조니까 사람이 없을 거라는 예상과 달리 극장 안은 반 이상이 찼던 것이다. 줄거리는 시한부 삶을 사는 여자의 아름다운 사랑이야기였다. 중요한 내용은 기존의 영화에서 다룬 그저 그런 내용이었는데 재미있는 에피소드와 간간히 던지는 메시지가 인상적이었다. 나는 현주가 연기하는 것을 보고 매우 놀랐다. 그녀가 배우라는 것을 알았지만 이렇게 연기를 잘할 줄은 정말 몰랐던 것이다.“히잉, 내가 고백을 해서 이제 얼굴을 내놓고 오빠와 같이 다니면 기자들이 몰려오게 될 거야. 그러게 왜 오빠는 그렇게 되지도 않는 조건을 건 거야.”영화관을 나오면서 말하는 현주의 핀잔에 나는 고개를 돌려 눈길을 피했다. 나라고 그녀가 설마 대종상에서 진짜 고백을 할 줄 어떻게 예상을 했겠는가. 당연히 안할 줄 알았지. 회1/11 쪽등록일 : 12.01.25 13:59조회 : 26634/26677추천 : 227평점 :선호작품 : 6582※ 당신의 응원 한마디 한마디가 작가분에게는 큰 힘이 됩니다. 욕설/비방글은 삼갑시다.아아어덕: 흠 드뎌 그것의 정체가 나왔습니다! 추억 중요하다라 ㅋ 명심해야죠 (2012.04.11 18:28)참좋은아침: 건필하세여~~ (2012.04.05 18:39): 잘 봤습니다. (2012.03.11 16:20)Cafe아웃2: 흠현주가사라진줄알앗엉  돌아왓구나 (2012.02.15 01:47)로또1등: h씬에 환장한거도 아니고 지금도 좋습니다..불평을 하긴 했지만요.. h씬 보고 싶으면 마인귀속  뭐 그런h전문 명작 보면 되니까요..ㅋㅋ (2012.02.09 10:40)로또1등: 그래도 루이보단 읽을만 합니다..루이는....앞에 13편 보고  뒤에는 확확 넘기면서 봤는데...별로더군요..초반은 동화 같아서 좀 땡겻는데..뭐 뒤에 이야기는 그냥... (2012.02.09 10:38)로또1등: 뭐 고단한 일을 한거도 아니고..  남에 등에 엎혀서 잠깐 졸았는데..멧돼지다 하고 퍼자기 시작했더라도(이거 이해도 안되지만) 점프하고 달리고 멧돼지 패고 하는데 주인공 등은 시몬스 침대가 됐나요? 안깨나? (2012.02.09 10:37)로또1등: 엎혀서 멧돼지다 소리친 여자가...갑옷입고 멧돼지 패죽일때 갑자기 잠들어 버립니다....뭡니까? 그 갑옷 입으면 자동 수면 발생장치라도 작동하나요? 충격받아서 기절한거도 아니고. (2012.02.09 10:30)모욕감: 잘보고가요 (2012.02.06 19:20)사자인: 종종 앞뒤가 안 맞는 문장이 있네요ㅎ (2012.02.02 22:16)

이래서, 인생은 알 수 없는 것이다. 내가 어떻게 이런 대단한 여배우와 데이트를 할 줄 알았겠는가. 우리는 손잡고 호젓한 거리를 걸었다. 차를 타고 서울에서 4시간을 달려 겨울의 풍취를 구경하러 떠났다. 사람들이 없는 곳에서 사람들의 눈을 피해서. 그런데 말이다. 이런 곳은 재미가 별로 없는 곳이다. 그러니 거리가 한적한 것이다. 우리 사이에 사랑이라는 감정이 없다면 이곳만큼 재미없는 곳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서로의 잡은 손에서 상대방의 따듯한 체온을 느끼며 행복을 느꼈다. 우리는 가로수 길을 걷다보니 진눈개비가 바람결에 날아온다.“앗, 눈이다.”나도 그녀의 말에 하늘을 바라보니 너풀너풀 바람에 이리저리 떠밀리며 떨어지는 진눈개비가 많아지기 시작하더니 마침내 눈이 다발로 변하기 시작했다. 이곳은 시내와 떨어진 변두리이고 주차한 곳으로 서둘러 가는데 현주가 눈길에 미끄러져 넘어졌다. “아얏!”도저히 발이 아파 걸을 수 없다고 우기는 그녀를 등에 업으며 나는 일부러 그녀의 귀에 들리도록 중얼거렸다.2/11 쪽

“우리 아기가 왜 이리 무거울까.”“흥, 우리 아빠는 왜 이리 힘이 없을까.”그녀의 말에 나는 미소를 지었다. 차까지 걸어가면서 조금도 쉬지를 않았다.“오빠, 안 힘들어?”“응.”“와우, 생각보다 힘이 세네.”60kg까지 완전 무장을 한 장비를 들고 산을 올라야 하는 산악인이 평지에서 이제 겨우 50kg이 조금 넘는 그녀를 업는 게 뭐가 힘이 들겠는가. 현주는 등위에서 몸을 곧추세워 타이타닉의 로즈 역의 케이트 윈슬렛처럼 팔을 펼쳤다. 나는 그런 그녀가 귀여워 말했다.“무등탈래?”“응?”나는 허리를 조금 굽혀 그녀를 목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그녀를 단단히 붙잡았다. 그녀가 손을 하늘을 향해 펼쳤다. 그리고 옆으로 손을 내리자 십자가의 모양이 된 우리는 길을 걸었다. 차에 도착해 우리는 상대방의 눈을 털어주고 서로의 입을 가볍게 맞추고 탔다.3/11 쪽

차의 시동이 걸리고 조금 지나자 차 안이 따듯해지기 시작했다. 우리는 말없이 눈이 내리는 광경을 바라보며 서로를 보고 웃었다.다 좋은데 커피가 없는 게 아쉬웠다. 이런 나의 표정을 보고 현주가 웃었다. 그녀도 내가 커피광인 것을 알고 있다.눈이 갑자기 폭설로 변했다. 한적한 길이라 눈이 녹지 않아 차가 나가는데 미끄러워 조심스럽게 운전을 했다. 길은 힘들고 어려웠지만 눈이 내리는 길은 참 멋졌다. 김춘수의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이 생각났다.눈은 수천 수만의 날개를 달고하늘에서 내려와 샤갈의 마을의지붕과 굴뚝을 덮는다.그리고 그 눈은 수천 수만의 날개를 달고 하늘에서 내려와 우리 앞에 쌓인다. 다정하게 손을 잡고 마을과 길을 덮는 그 눈들을 보며 웃으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마음은 평화로웠지만 점점 줄어드는 기름이 나는 걱정스러웠다. 결국 큰 길로 나오기 전에 기름이 떨어져 차의 시동이 꺼졌다. 생각보다 우리는 너무 멀리 왔고 기분에 취해 기름을 넣는 것을 잊어버린 나의 실수다. 나는 솔직하게 이 사실을 현주에게 말하고 사과를 했다.4/11 쪽

“뭐가 문제에요. 어떻게든 되겠죠. 오빠, 걱정하지 마세요.”의외로 담담한 그녀를 보며 나는 안도했다.“이제 결정해야 해. 먼저 우리 중 한 사람이 주유소에 가서 기름을 사오는 거야. 그런데 이 일은 할 수 없으니 패스. 두 번째는 이곳에 있는 거야. 그러나 이 역시 체온이 내려가면 위험해지므로 패스. 마지막으로 나가서 쉴만한 곳을 찾는 거야. 그리고 눈이 그치길 기다려 기름을 사서 오는 거지.”“다른 방법은 없는 거야?”“뭐 있겠지. 하지만 다른 대책이 지금은 없으니까.”“그럼 나가요.”“잠시 있어봐.”나는 현주를 차에 있게 하고 트렁크를 열어 그녀의 시야를 가리며 아공간에서 히말라야를 가기 위해 준비했던 것들 중에서 거위의 털로 된 침낭과 몇 가지 먹을 것을 배낭에 넣었다.“와우, 오빠 그게 뭐야?”“저번에 내가 등산간다고 했었잖아. 준비를 해놓고 못 갔었는데 그 때 차에 넣어두고 있었지.”5/11 쪽

“어, 침낭은 왠 거야?”“너 들어가 있으라고. 그렇게 입고 있으면 추우니까.”나는 그녀가 걱정이 되어 말하자 오히려 화를 벌컥 내며 한소리 한다.“오빠, 나 힘 쎄. 그리고 모양 빠지게 이런데 어떻게 들어가 있어?”곧 죽어도 여배우라는 듯 눈까지 크게 뜨고 힘을 준다. 그러나 불편한 신발을 신고서 걸은 지 10분 만에 그녀는 항복하고 슬리핑백에 들어가 머리만 내밀고 업혔다. 나는 가방을 앞에 매고 뒤에는 침낭에 든 현주를 업고 묵묵히 걸어갔다. 한참을 걸어도 마을이 나오지 않았다. 차가 멈춘 곳이 어중간한 장소였던 것 같았다. 길을 가다보니 저 멀리서 멧돼지 한 마리가 먹을 것을 찾으러 다니다가 우리를 발견했다. 한겨울의 부족한 먹잇감에 눈까지 내렸으니 산 밑으로 내려온 것이다. 나는 조심스럽게 지나가려는 데 업혀 있던 현주가 ‘멧돼지다’ 하고 소리를 치는 바람에 놀란 멧돼지가 우리를 향해 돌진해오기 시작했다.나는 급히 마법 슬리핑 주문을 외워 현주를 재웠다. 그리고 나지막하게 외쳤다.“프레벨 오픈하라.”검붉은 조각들이 하늘에서 흩어져 내려와 나의 몸을 순식간에 감싼다. 그리고 검은 전신갑옷을 착용한 나는 그 자리에서 높이 뛰자 5미터나 위로 솟구쳤고 그대로 통과6/11 쪽

한 멧돼지의 뒤를 향해 아무렇게나 주먹을 휘둘렀다.펑.꽤에엑.나는 어느새 멧돼지의 등 뒤로 내려와 오른 손으로 멧돼지의 머리를 향해 힘껏 휘둘렀다. 그 결과는 엄청났다. 멧돼지는 단번에 날아가 퍼덕거리며 쓰러졌다. 단 한방에 말이다. 그것도 저돌적으로 돌진하는 멧돼지를 피해서 공격을 하고 쓰러뜨린 것이다.나는 내가 한 일에 대해 믿을 수가 없었다. 나의 등 뒤에는 여전히 현주가 침낭에 잠들어 있었다.전능의 프레벨.반신의 존재인 드래곤을 사냥할 수 있게 해준 자크 에반튼의 프레벨. 한마디로 놀라웠다. 마도시대의 최강의 병기라 일컬어지던 전신(戰神).나는 멍하게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쓰러졌던 멧돼지가 푸더덕거리다가 간신히 일어나다가 다시 쓰러지기를 반복했다. 머리에 맞은 주먹에 뇌진탕이 일어난 것 같았다. 나는 바닥에 떨어진 외투를 주워 프레벨을 대충 가리고 자리를 떴다. 프레벨의 단점 중 하나는 두꺼운 외투형의 옷은 착용이 해제된다. 아무래도 차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야 할 것 같았다. 현주를 단단히 붙잡고 뛰기 시작했다.파앙.엄청난 속도로 주변의 사물이 획획하고 지나갔다. 1시간가량을 헤맸던 곳을 불과 107/11 쪽

분도 안 되어 도착했다.“프레벨 크로즈.”강력한 힘이 한 순간에 빠져 나가자 순간 어지러워졌다. 핑하고 현기증이 난 것이다. 나는 잠들어 있는 현주를 차에 태우고 무한의 아공간 마르트라 오셀로에 있는 수많은 등산용품 가운데에 대형텐트와 코펠 그리고 라디우스 즉 등산용 버너를 꺼내 차 트렁크에 넣었다. 그러자 트렁크가 가득 찼다.갑작스런 폭설로 전국이 난리인 모양이었다. 내가 봐도 이런 눈의 양이면 거의 모든 교통이 마비되고 만다. 재설작업이라는 것이 그리 간단한 것이 아니다. 미리 준비를 하고 있어도 이 정도의 눈이면 거의 불가능할 텐데 예상치 못했다면 별  수없이 당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염화칼슘을 도로에 뿌린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또한 뿌리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린다. 주로 큰 도로 위주로 재설작업을 할 것이니 이런 한적한 시골의 도로는 이틀 정도 지나야 가능할 것이다.나는 대형텐트를 치고 차를 그곳으로 밀어 넣었다. 프레벨의 도움으로 아주 간단한 작업이 되고야 말았다.이 모든 일이 끝나자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그동안 마법주문을 열심히 연습한 덕분에 마법발현 시간이 줄어든 탓이다. 텐트 안에 차가 있다 보니 제법 운치가 있다. 마치 동굴 속 에 있는 것 같다. 나는 현8/11 쪽

주를 깨웠다.“응?”“일어났어?”“여긴 어디야? 앗, 차안이네.”“응. 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었어.”“그런데 왜 내가 잠이 들었지.”“......”“그런데 멧돼지는 어떻게 되었어요? 우리를 향해 공격하려고 다가왔던 것 같았는데.”“그랬는데 갑자기 새끼 돼지들이 나타나서 그리로 갔어.”“정말?”“응.”나는 뜨끔했지만 태연하게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그제야 주변을 돌아보고는 대형텐트를 발견하고 소리를 질렀다.“와우, 너무 멋지다.”좋아하는 그녀를 보며 나는 배가 고파진 탓에 버너에 불을 붙이고 간단한 라면을 끓였다. 9/11 쪽

“와아!”현주는 이 모든 것에 신기한 듯 텐트 밖으로 나가 뛰어다녔다. 그런 그녀의 모습은 눈 위를 뛰어다니는 한 마리의 강아지 같았다.라면으로 배를 채우고 믹스커피까지 마시자 이곳이 천국 같았다. 차 안은 이제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따뜻해졌다. 나를 힐끔거리며 쳐다보는 현주의 눈길에 나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얼굴이 붉어져 있었다.나는 그녀에게 다가가 귓속말로 말했다.“야한 생각했지.”“흥. 매너가 없게 시리.”가볍게 뺨에 입을 맞추자 다시 얼굴이 붉어지며 입가에 미소가 감도는 그녀다. 남자는 성욕에 여자는 분위기에 정신을 잃는다는 말이 있다.“우리 사랑해요.”“응, 나도 사랑해.”10/11 쪽

‘어, 우리 사랑해요라니?’ 그녀는 다시 얼굴이 붉어지며 몸을 비비꼰다. 우리가 연인이 되었지만 아직까지 섹스를 하지는 않았다. 가벼운 페팅 정도는 있었지만 말이다. 나는 그녀와 많은 추억을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같이 지내면서도 과한 애정표현을 자제하였고 그런 면이 그녀의 마음을 더 달아오르게 했는지도 모른다.남녀가 만나 섹스를 한 번 하면 그 다음부터는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그 짓을 하게 된다. 남자야 더할 나위 없이 좋지만 사실 어떻게 보면 제 무덤을 파는 격이다. 육체의 언어보다 더 강한 것은 없지만 이것만큼 대체가능한 것이 너무나 많다.군대를 가고 나서 금방 고무신을 뒤집어 신는 여자들은 대부분 이런 케이스다. 몸은 달아오르는데 애인은 없고 그 틈을 다른 남자들이 파고들면 대책이 없는 것이다. 처음에야 거절을 하겠지만 몸이 말을 안 듣는 것이다. 그러나 추억이 많은 커플은 그 추억을 되뇌면서 참으며, 기다릴 수 있게 된다. 남자는 여자와 자고나면 자는 것 외에는 다른 생각을 못하는 존재다. 나 역시마찬가지고 말이다.김춘수 시인의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이 날개를 달고 텐트 위에 수북이 쌓인다. 그리고 그 눈은 우리의 마음에도 포근하게 내려  앉는다. 이곳은 세상과 단절된 우리만의 마을이다.우리는 가볍게 서로를 안으며 그 체취를 맡았다. 흥분으로 바르르 떠는 그녀를 보며 11/11 쪽

의 마을이다.우리는 가볍게 서로를 안으며 그 체취를 맡았다. 흥분으로 바르르 떠는 그녀를 보며 나 역시 흥분이 되었다. 입이 벌어지고 숨이 가빠온다. 서로의 심장이 뛰는 소리를 느끼며 키스를 했다.11/11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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