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어둠의 그늘 -- >현관문에는 어머니가 나와 계셨다. 현주는 어머니를 보고는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했다.“서현주예요, 어머니.”역시나 어머니는 놀라시는 표정이다. 나는 나직하게 현주에게 말했다.“내가 현주 씨하고 사귀는 것을 미처 말씀드리지 못했어.”“네.”다소곳하게 대답하는 표정이 어째 수상했다. “어서 오너라.”사실 어머니는 현주를 잘 알지 못했다. 원래 클래식한 것을 좋아하시는 취미시고 TV시청을 잘 하지 않는 것이 우리집 사람들의 특징 중 하나였다. TV는 시간을 빼앗은 도둑이라고 해서 어릴 적부터 TV시청은 엄격하게 통제를 받았었다.회1/12 쪽등록일 : 12.01.27 00:02조회 : 24426/24467추천 : 174평점 :선호작품 : 6582※ 당신의 응원 한마디 한마디가 작가분에게는 큰 힘이 됩니다. 욕설/비방글은 삼갑시다.아아어덕참좋은아침: 건필하세여~~ (2012.04.05 19:00): 주인공 1서클입니다. 다만 마법사 다운 정신은 없는게 좀 불만이긴 하군요. 제가 좋아하는 양판소 금언으로 "마법사는 준비하는 자다."가 있습니다. 주인공은 이 부분에서 많이 부족하죠. 잘 봤습니다. (2012.03.11 16:36)]조용조용[: 하긴 9대문파니 마교니 워낙 베끼고, 남의 거 베낀다는 생각도 없으니... (2012.03.04 20:43)]조용조용[: 기획사없는 현대물은 기루안나오는 무협지랑 동급이죠. 조폭없는 무협지는 9대문파니5대세가니 없는 무협지. (2012.03.04 : 주인공 어머님 나이가 몇살인가요. 장동건을 짝사랑 했으면... 나이차이가 조금 과하게 많이 나는 듯...? (2012.02.12 09:42)모욕감: 잘보고가요 (2012.02.06 19:42)동춘댁: 악덕 연예기획사는 현대물에서 너무단골이라 이제는좀 식상하네요. (2012.02.04 03:25)음하하음: 주인공이 신도 아니고 실시간 체크하고 전지적 시점으로 다알고 있음 ㅡㅡ, 이러는게 비현실적이지.... 저렇게 지인에게 듣고 부지런히 오는게 더 몰입감있는듯.... (2012.02.01 02:22)서비스: 뭔가 대응이 치매걸린 노인급이네요...; 미리 예방할 수 도 있었는데... 사건이 벌어지길 기다리다니...; 뭐 사건이 없으면 글이 안되니 그렇겠죠... 그래도 이건 좀...; (2012.01.30 00:54)말리브의해적: wish12님 정보 감사해요 ^^ 전에 검색할 때는 안나온 것 같더니, 제목은 저작권에 들어가지는않지만 도의상 바꿔야겠죠. 뭐가 좋을지 머리가 갑자기 아파오네요. (2012.01.27 01:59)
“어머나 서현주 씨네.”역시 누나는 현주를 알고 있었다. 어머니가 누나를 바라보자 누나가 웃으며 어머니에게 말한다.“유명한 영화배우야. 작년에 마린이야기로 대종상 여우주연상까지 받았고, 음 미술을 전공하는 미대생이기도 해요.”“오, 그러니?”그제야 아는 체를 하신다. 하긴 영화배우라고 했을 때는 반응이 없다가 미대생이라는 말에 표정이 밝아지셨다. 사실 어머니는 화가가 되시려다가 중간에 아버지와 결혼을 하면서 그림과는 자연 멀어지셨지만 언제나 화랑에 들려 그림을 감상하시곤 했다. 집안에 유난히 그림이 많은 이유도 그 때문이다. 비싸지 않은 무명작가의 그림이 우리 집만큼 많은 집도 드물었다.“반갑구나. 나도 홍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했지.”“어머, 반가워요. 어머니.”역시 현주는 활달한 모습엔 단연 제일이다. 현주가 살짝 어머니의 팔에 매달려 친한 체를 한다. 음악을 정공한 누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거실로 먼저 간다.2/12 쪽
“어머니 이거는 선물이에요.”하고 선물꾸러미를 내민다.“이게 뭐니?”“화장품파우치예요.”“오호.”어머니는 화장품 파우치를 보고는 맘에 들어 하는 표정이었다. “열어보세요.”“어머.”파우치 안에는 아기자기한 악세사리가 들어 있었다. 그리고는 장동건의 사진과 사인을 보고는 매우 좋아하셨다. 어머니는 연예인을 좋아하시지는 않는데 유독 장동건은 좋아하셨다. 이유는 알 수 없었는데 아버지가 지나가시는 말로 네 엄마 첫사랑이란다, 하시고는 너털웃음을 터트리고 가셨다. 눈치로 보니 아마도 짝사랑을 하였던 그 남자와 많이 닮았나 보다.누나도 예쁜 귀걸이를 선물받았다. 어머니의 파우치 안에 있는 악세사리의 아기자기한 것에 비하면 누나의 귀걸이는 매우 고급이었다. 내가 조금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자 현주가 어머니의 팔을 붙잡고 말한다.3/12 쪽
“나이 있으신 분들은 오히려 가끔 이렇게 가벼운 것을 하시면 마음도 즐거워져요.”“그러니?”“네, 어머니. 저희 엄마도 제가 골라준 악세사리를 하고 나가실 때에는 젊어지신다고 좋아하세요.”어머니는 현주의 말에 함박웃음으로 화답하셨다. 맞는 말이긴 하다. 나이 들었다고 너무 명품으로만 도배를 하면 품위는 있는데 좀 어두운 분위기가 난다. 대체로 명품이 유행을 타지 않는 디자인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내가 보기에는 사랑하는 딸이 골라줘서 그런 마음이 들었을 것 같은데, 물론 가벼운 악세사리는 마음을 가볍게 해주기도 하겠지만 말이다. 어머니는 한동안 저 악세사리를 하시고는 친구들을 만나시겠지. 안 봐도 그림이 눈앞에 그려졌다. 그 생각을 하자 흐뭇해졌다.“어머나, 너무 예뻐요. 언니 딸 맞죠?”현주는 누나의 딸 은혜를 보고는 너무 좋아한다. 그 모습이 좋아보였는지 아니면 자신의 딸을 칭찬해서인지 현주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좀 전에도 현주에 대한 이미지는 그다지 나빴던 것은 아니었던 것 같았는데 이제는 아주 호감으로 가득했다. 하긴 자기 자식을 예쁘다는 데 어느 부모가 싫어하겠는가.어느새 세 여자는 몹시 급하게 친해져 내 흉을 보기 시작했다. 이게 바로 여자의 힘이4/12 쪽
다. 여자 셋이 모이면 알렉산더 대왕이라 하더라도 좀생이로 바뀌는 것은 한순간이다.“어머, 어머니. 그래도 이열 씨가 얼마나 멋진데요.”욕을 하면서도 간간히 내 칭찬을 하는 것을 보니 오늘 점수는 당연히 100점이다. 아버지가 오시고 넥타이와 핀을 선물 받으시고는 좋아하셨다. 평소에 근엄하셨던 아버지가 현주를 보고는 비굴모드로 돌변하시더니 사인을 받기 바쁘시다. “아버지에게 저런 면이 있으셨어요?”나는 아버지의 모습에 놀라 어머니에게 물어봤다.“네 아버지 연예인이라면 좋아 죽는단다. 아주 안방에서는 연예인만 나오면 헤벌레하고 보시는데 그 꼴이 눈꼴사나워서 못 보게 한 거야. 집에서 못 보니 나가서 보는 모양이시더라.”“허~”나도 달라진 아버지의 모습에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아버지는 끝내 사인을 10장이나 받고 현주를 풀어주셨다. 이 앙큼하고 깜찍한 것이 그냥 사인을 해주면 2-3분이면 끝날 텐데 ‘아버님, 너무 멋지세요. 조지클루니 닮으셨어요.’ 이런 멘트를 마구 남발5/12 쪽
하여 종이에 넣고 사인을 해주니 아버지가 정신을 못 차리시는 거다.저녁을 먹고 나자 현주가 아버지 어머니를 얼마나 잘 구워삶았는지 나도 안하는 ‘엄마, 아빠’ 이렇게 부르고 있었다. 뭐 천사같이 예쁜 얼굴로 너무 멋져요, 너무 근사해요를 남발하고 있으니 미워할래야 미워할 수 없었을 것이다. 허허허 웃다보면 이미 이야기가 끝나 있었다. 괜히 내가 엄청난 나이차가 있음에도 꼼짝을 못하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아버지는 현주가 얼마나 마음에 들으셨는지 차나 하나 뽑아줄까 하신다.“정말요?”“내가 다른 것은 없는데 돈은 좀 있다. 뭐가 좋을까? 연예인이니 폼이 나는 아우디나 포르쉐 정도면 되겠지?”“아버지.....”“아니에요. 저도 차가 있고 회사에서 밴이 나와서 제가 차를 운전할 일은 거의 없어요.”“그래?”“네. 말씀이라도 너무 고마우세요.”현주는 아버지의 팔짱을 끼고는 아양을 부렸다. 그런 모습을 보고 어머니가 흐뭇하게 보셨다.6/12 쪽
“아가야, 이제 그만 떨어지지 그러니. 저렇게 생겼어도 아직은 내거란다.”“허험. 뭐가 저렇게 생겼다고 그래. 조지클루니 닮았다는 데.”세삼 말의 힘이 얼마나 강한 것인지 피부로 느껴진다. 아버지는 인색한 분은 아니시지만 처음 보는 사람에게 이렇게 돈을 쓸 분이 아니다. 차를 한 대 뽑아준다고 할 정도로 기분이 좋아지셨나 보다.“네가 그럼 알아서 하나 사주어라.”“네.”집을 나와 그녀의 집으로 바래다주는데 나는 신기하기만 하다. 사실 우리집 식구들은 다른 사람에게 쉽게 마음을 주는 편이 아니다. 특히 아버지는 더욱 그러한데 제일 먼저 넘어가신 분이 아버지시다.“오빠, 우리 집에는 언제 인사 올 거야?”“글쎄. 나도 빨리 가야겠지. 선물도 사야하고 그러니 한 일주일은 걸리지 않을까 싶은데.”“그럼 부모님께 그렇게 말씀드린다.”“응.”“나 오빠하고 오늘 같이 자고 싶어.”7/12 쪽
“아, 그래? 그럼 어떻게 하지? 나도 아버지께 말씀을 드리고 나와야 할 것 같고, 현주도 그러는 게 좋겠지? 빨리 말씀드리고 나올게. 집 앞에서 내가 전화를 할게.”“응.”나는 그녀의 집 앞에서 내려주고 다시 돌아와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잘 데려다주고 왔다고 말씀드렸다. 그런데 아버지가 어떻게 만났냐고 물어보시는 바람에 설명을 해드리느라고 조금 늦었다. 나는 간단히 사워를 하고 다시 나와 그녀의 집 앞에서 전화를 하자 그녀가 바로 나왔다.우리는 차안에서 깊은 키스를 했다.“아, 자기 나 참을 수 없을 것 같아.”그녀는 오늘 너무 긴장을 했는지 나와 함께 있고 싶어 했다.가벼운 페팅으로 서로의 흥분을 달래주며 나는 차를 몰아 현주의 아뜨리에가 있는 빌라에 도착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흥분한 목소리로 현주가 말했다.“어서 해주세요.”나는 천천히 그녀의 옷을 벗기며 애무를 했다. 침대로 가 그녀를 눕히고 오랜만에 하는 섹스에 나도 그만 흥분이 되었다.8/12 쪽
그녀는 이미 흠뻑 젖었고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흥분했다.내가 그녀에게 들어가자 손톱을 세워 내 등을 잡았다. 따끔한 감촉이 있었지만 흥분했기에 나는 그녀를 느끼며 쾌락에 잠겼다.“아~”나직한 탄식이 입에서 나오고 나는 정신없이 사정했다. 이번에도 그녀는 나의 엉덩이를 꽉 잡았다. 아, 이 여자는 정말 나와 결혼하고 싶어 하는 것을 느끼니 10여분 넘는 정사의 그 황홀감보다 이 짧은 순간이 더 짜릿했다. 뭔가 가슴을 뭉클거리는 것이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에 가슴가득 따듯한 것이 한없이 스며들었다.이제 나는 행복해지는구나 하고 생각하니 현주가 너무나 소중하게 여겨졌다. 이런 신뢰를 이런 사랑을 받는 것은 부모님을 제외하고는 처음이었다.“아~ 너무 좋았어요.”조금은 부끄러운 얼굴로 나직하게 한숨을 쉬며 내게 기대왔다. 살며시 떨리고 있는 그녀의 몸에서 여전히 진한 쾌락의 여운이 남아 있었다. 새로 합병된 HMT엔터테인먼트는 예상대로 JM엔터테인먼트의 소속 연예인에게 가9/12 쪽
혹하게 나왔다. 연예인들은 예전에 하지 않던 각종 행사에 불려 다녀야 했고 스케줄이 너무 타이트하여 병원에 입원하는 연예인도 생기기 시작했다. 자연 지치고 피곤한 여자연예인들 가운데 아주 소수가 은밀한 장소에 끌려갔다오면 대우가 달라지곤 했다. 아직 뜨지 않은 연예인 위주로 그런 일이 벌어졌는데 이제는 제법 이름있는 연예인들도 이 대열에 참가한다는 말이 돌았다. 나는 김칠복 매니저로부터 이야기를 모두 전해 듣고 있었다.‘돈과 권력이 있다고 이렇게 인간의 존엄함을 짓밟다니!’나는 어둠이 만든 그늘을 보며 그 어둠이 얼마나 더 짙어질 수 있을지 궁금해졌다. 돈과 탐욕과 권력이 만든 그 기형적인 어둠은 음습하고 위험했다. 너무나 날카로워 사람의 마음을 잔인하게 짓이겨 목숨을 스스로 끊게 만들 정도였다. 그리고 나는 이러한 현실에 화가 났다. 그 위험한 곳은 내가 사랑하는 여자가 일하는 일터였다. 그런 곳에서 현주가 계속 일하게 할 수는 없다. 그래, 어둠이 깊다면 나는 지옥의 끝을 보여주마. 만약 현주가 잘못된다면 너희는 단연코 악마를 보게 될 것이다.“여보세요.”[이열씨, 큰 일 났어요. 현주가 놈들에게 끌려갔어요?]“네에? 거기가 어딘가요?”[지금 저도 쫓아가고 있습니다. 아마도 회사 측에서는 새로 계약을 연장하려는 모양10/12 쪽
인데 현주가 계속 거부하고 있었거든요. 지금 삼성동 쪽으로 빠지고 있어요.]나는 번개처럼 달려 주차장으로 갔다. 내 BMW가 부서질 듯이 굉음을 내고 출발했다. 원래 소리가 없는 차였는데 얼마나 급하게 차를 몰았으면 rpm이 순간적으로 엄청나게 올라갔다.“매니저님 지금 어디로 가고 있습니까?”[골목으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편의점 앞에서 오른쪽으로 꺾으셔서 오시면 파란 대문이 보일 겁니다. 그리로 들어갔습니다.]“금방 가겠습니다.”나는 신호를 무시하며 달렸다. 저번 때보다 더 빠르게 달려 삼성동의 주택가로 들어왔다. 24시간 편의점을 지나 파란 대문에 도착하니 김칠복 매니저가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여기입니까?”나는 다짜고짜 그에게 물었다.“네. 5분 전에 들어갔으니 아직까지는 별 일은 없었을 겁니다.”“그러기를 빌어야죠.”11/12 쪽
나는 다리에 마나를 보내 뛰면서 도약을 했다. 김칠복 매니저에게는 간신히 담을 넘는 것처럼 보이게 한 후에는 전력을 다해 집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나는 나무 사이의 그늘에 숨었다. 그리고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현주에게 전화를 하니 다행히도 전화를 받았다.[아, 오빠. 어디야?]“난 네 곁에 항상 있어.”[풉.]다행이다. 안도감이 나의 온몸을 지배했다. 그러나 이곳에 이제 들어왔으니 앞으로 나가야 한다. 다시 현주가 이곳에 오지 않게 하기 위하여서는 내가 뭔가를 해야 했다.12/12 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