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시의 지배자-25화 (25/148)

다.“특수한 화장품이라 어지간하면 안 지워져요. 그리고 사람들은 내 얼굴이 주근깨 투성이여서 마음에 안도를 느끼죠. 그리고 제 몸이 좀 괜찮잖아요. 그냥 얼핏 얼굴을 보면 주근깨가 가득하니 몸매에만 신경을 쓰니 속이기는 어렵지 않았어요.”그녀의 말에 의하면 그녀에게 마음을 가졌던 대부분의 남자들은 그녀의 이런 모습을 꿈에도 모르고 있었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었다. 이 무슨 현대판 <박씨전>이란 말인가.“그렇게 예쁜 얼굴을 왜 가리셨습니까?”“말했잖아요. 저만을 사랑해줄 남자를 만나고 싶었다고요.”하아, 여기에 또 동화를 꿈꾸는 소녀가 있었군. 조금 늙은 소녀이긴 해도 정말 순수한 것인지 철이 없는 것인지 어쨌든 나는 그녀의 행복을 기원해줬다.나는 커피를 마시며 그녀를 가여운 눈으로 봐라보았다. 그녀는 자신의 엄청난 미모를 사람에 대한 불신으로 묻혀두고 있었던 것이다. 그 아름다운 젊음의 시간이 너무나 짧게 지나갈 지도 모른 체 말이다. 꽃이 활짝 피어 만개한 후 바람처럼 시들 텐데. 그녀는 잠깐 화장실에 다녀온다더니 주근깨투성이의 얼굴을 다 씻어버리고 왔다. 내게는 보여주고 싶다는 말과 함께. 그러면 뭐하는가, 버스는 떠났고 새는 날아갔는데.6/12 쪽

“왜 전 아녔던 거죠?”그녀는 정말 궁금한 듯 내게 물었다. 이렇게 진지하게 물으면 피할 방법이 없다. 솔직하게 대답을 하는 수밖에.“사실 미주 씨를 가장 많이 생각했어요. 그때 현주가 나에게 마음을 표현하고 있었지만 저는 내켜하지 않았거든요. 그녀는 아름다운 꽃이었죠. 너무 아름다워 감히 가까이 다가가기 힘들 정도로 예쁘고 상큼하고, 마음에는 있긴 했지만 연예인이었잖아요. 그녀가 아름답기는 하지만 모든 사람들도 저와 같이 생각하니까요. 모두의 꽃이지 나만의 소중한 꽃이 될 거라 생각을 못했어요. 그때 미주 씨가 제게 아침마다 커피를 가져다 주셨죠. 사실 전 얼굴보다 몸매를 더 보는 편이에요. 남자들 중에 그런 사람이 의외로 많아요. 미주 씨는 내게 마음이 있다는 것만 알려주시고 그 다음엔 아무 것도 하지 않으셨죠. 제 말에 호응도 해주시지 않고 제 관심사에 궁금해 하지도 않고요. 전 그렇게 제게 무관심한 사람은 싫거든요.”나는 지난 20년을 무관심속에 살아왔다. 그 여자도 아름답고 고고하였다. 난 지금의 현주가 좋다. 싸우고 때리고 하지만 그 밑바탕엔 나를 향한 한없는 애정이 있음을 아니까 그녀의 이빨에 물려도 하나도 안 아프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무관심에 비하면 그녀의 손은 행복한 것이다.7/12 쪽

“아~전 이열 씨가 제게 다가와 주시길 기다리고 있었어요. 제 영혼을 사랑해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다가오지 않는 거예요. 친절하기는 하지만 마음을 안 주시니 전 제가 뭘 잘못했는지 몰랐어요.”아름다운 눈에서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단지 주근깨만 지웠을 뿐인데 이렇게 사람이 달라질 것이라고는 예상도 하지 못했다. 일반인 가운데 이정도 아름다운 여자를 찾기는 흔하지 않다. 그리고 그녀의 몸매는 또 얼마나 대단한가. 그런 그녀가 울고 있다.“마음을 열지 않으면 당신에게 호감을 가진 사람은 거리감을 언제나 가지게 됩니다. 물론 적절한 거리감은 필요하죠. 하지만 당신의 친구,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문을 여셔야 합니다. 두 사람 중 한사람만 문을 연다고 관계는 진전되지 않습니다.”“만약, 만약 내가 그때 마음을 열었다면 지금 당신의 곁에는 제가 있었을까요?”“그럴 겁니다. 현주가 대종상에서 고백하기 전까지 우리는 사실 아무 사이도 아니었습니다. 현주가 계속 제게 관심을 표현했지만 전 연예인이 부담이 되었었거든요. 그래서 지나가는 말로 대종상시상식에 고백을 하면 받아줄지도 모른다고 했죠. 그녀가 고백하기 전에 우리는 크게 싸웠습니다. 화를 내고 현주는 가버렸고 3개월 동안 전화도 문자도 받아주지도 않았었죠. 대종상시상식에서 그녀가 고백을 하고 나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녀는 대단히 저에게 삐져 있었죠. 회사를 그만두고 외국으로 나가려는 것을 알고서야 그녀와 겨우 연락이 되었으니까요. 미주 씨는 아름다운 외모와 8/12 쪽

몸매를 가지셨지만 육체의 아름다움은 정말 순간입니다. 가장 아름다울 때 가장 멋진 사랑을 하셔야죠.”“이제는 저도 소극적으로 행동하지 않겠어요. 언제 또 좋은 사람을 만나게 될지 모르는데 제 마음이 먼저 바꿔야 할 것 같아요.”“잘 생각하셨어요. 이렇게 아름다운 얼굴을 스스로 숨기고 다니시는 것은 죄짓는 일입니다.”내 농담에 그녀가 빙그레 웃었다. 우리는 좀 더 이야기를 나누다가 헤어졌다.길을 걷다보니 갑자기 김미영이 궁금해졌다. 그녀는 뭘 하고 있을까? 그녀는 이병천과 헤어졌을까? 이병천에 대한 정보를 얻을 겸 그녀를 만나기는 했었다. 그와 그녀의 관계를 좀 더 자세히 알 필요가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다시 만난 그녀는 내 원한을 잊을 정도로 아름답게 빛났다. 그 찬란한 아름다움을 겨우 그런 놈을 만나 소진하다니 안타까웠다. 내가 알기로는 재벌2세들이 여자를 만날 경우 사랑을 해도 그게 오래갈 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주위의 유혹도 많고 지켜야할 것도 많으니 말이다. 문제는 그녀도 이병천의 수작에 놀아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생긴 것이다. 미주 씨와 헤어져 이제는 진짜 술을 마시기 위해 바로 움직이려는데 가슴을 후비는 여자의 외침을 들었다.9/12 쪽

“안 돼. 그건 안돼요.”여자의 다급한 비명같은 외침에 놀라 돌아보니 남자 하나가 여자의 가방을 훔쳐 달아나고 있었다.“그건, 아들, 아들의 병원비란 말이야. 제발, 제발 돌려줘요.”여자는 정신없이 비틀거리며 그 남자를 따라갔다. 나는 그냥 지나가려다가 아들이라는 말에 멈칫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정신없이 소매치기를 따라 달리고 있었다. 생각도 하기 전에 몸이 저절로 움직였던 것이다. 그 아들이라는 흐느낌 소리에.남자가 저만치 가고 있었다. 마나가 다리로 넘어가자 무서운 속도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를 지나쳐 앞을 가로 막고 서자 그는 살벌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뭐지? 죽고 싶지 않으면 씹새야, 저리 꺼져. 니 일도 아닌데 끼어들지 말고.”“그 돈은 아들의 병원비라고 합니다. 돌려주시죠.”“씹새야. 사연없는 돈이 어디 있어. 소매치기가 그런 것을 일일이 물어보고 훔치는 놈 있어? 그리고 훔친 돈을 사연이 있다고 돌려주는 놈 봤냐고?”듣고 보니 남자의 말이 모두 맞았다. 소매치기가 사정을 일일이 말아보고 하는 놈들은 없다. 10/12 쪽

“그래도 오늘은 돌려주시기를 바랍니다.”“아, 씹새 진짜 돌겠네. 정말 죽고 싶은 놈인가 보네.”그의 손이 주머니 안으로 들어갔다 나오니 나이프를 가지고 보란 듯이 내 앞에서 흔든다.“무기를 소지하고 있으면 죄가 가중됩니다.”“그건 나도 알아, 씹새야. 그렇다고 그냥 잡혀줄 수는 없잖아.”입이 거칠긴 해도 말하는 것이 제법 조리가 있는 것이 재미있는 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나는 프레벨을 소환하지 않고도 놈을 제압할 수 있었다. 사실 내가 격투기를 배우지 않아서 그렇지 몸 자체만 놓고 보면 어느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을 강골이다. 히말라야를 등정하기 위해 3년간 엄청난 노력을 했으니 말이다. 그 중에 한손으로 60kg의 등산가방을 매고 10분 이상을 벽에 매달려 버티는 훈련도 했다. 나중엔 두 손가락만으로도 그렇게 버틸 수가 있게 되었다. 인간의 육체가 얼마나 신비한지 나의 달라진 능력을 보고 그때 알았었다.나는 전문적인 알피니스트가 되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기본적인 손의 악력이 없으면 암벽 등반은 힘든 것은 사실이다. 암벽이 항상 올라가기 좋은 곳만 있는 것은 아11/12 쪽

니니까 말이다. 최대한 안전한 곳으로 가지만 어쩔 수 없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하는 법이니까.나는 뒤따라온 여자에게 돈을 돌려주고 고맙다는 인사를 수십 번이나 받고는 소매치기를 끌고 한적한 곳으로 갔다.“아 왜 이런 것으로 오냐, 시발새끼야.”“네놈 팰려고 한다.”“헉, 시발 그렇게나 팼으면 됐지 뭘 더 패려고 그러는데.”“입이 걸레군.”“시발, 그럼 소매치기하는 놈이 공자 맹자 떠드는 것은 말이 되고?”“너 보기보다 똑똑하다.”“졸라 잘난 척하기는.”나는 녀석을 보며 웃음이 났다. 생긴 건 30대인데 말은 십대였다. 그럼 이놈은 십대라는 말이다. 얼굴이 너무 미안합니다였다.============================ 작품 후기 ============================이궁, 쿠폰들을 투척해주셔서 열심히 씁니다. 부담스럽게 ,,,, 앞으로도 부탁드려요 ㅋ12/12 쪽

============================ 작품 후기 ============================이궁, 쿠폰들을 투척해주셔서 열심히 씁니다. 부담스럽게 ,,,, 앞으로도 부탁드려요 ㅋ12/12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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