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소에 1억을 기부한 이유도 사실 여기에 있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그들은 사회의 틀, 구조를 변화시키려고 노력하는 사람들 아닌가.연구소에 1억을 기부한 이유도 사실 여기에 있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그들은 사회의 틀, 구조를 변화시키려고 노력하는 사람들 아닌가.< -- 결혼하다 -- >카페베네와 일이 마무리되자 우리는 바빠졌다. 먼저 간판 이름부터 시작해서 컵 디자인까지 새로 해야 한다. 기존에 있는 물품들은 재고가 다 없어질 때까지 사용해도 좋다는 회사측의 확답을 들었다. 게다가 간판은 3개월까지 유예기간을 얻었으니 급한 것은 아니었지만 말이 나온 김에 빨리 해치울 생각이었다.까페베네와의 계약이 해지되었다는 말을 듣고 제일 먼저 달려온 것은 역시나 현주였다. 걱정하는 얼굴을 보자 웃으며 잘 마무리 되었다고 안심을 시켰다. 그녀는 내가 주식을 하는 것을 아직은 모르고 있었고 이 가게의 수익이 전부라고 생각하고 있었다.“그럼 이곳을 이제는 우리 마음대로 꾸며도 되는 것인가요?”“그렇지. 기존의 있는 것들은 그대로 내버려두고 천천히 해도 되는 데 머그컵과 종이컵 그리고 간판을 바꿔야하는데 마땅한 이름이나 디자인이 없어서.”“어머, 오빠는 그런 문제라면 나에게 말을 해야지. 그래도 내가 미술을 전공하는 데.”“아참, 그렇지.”“흥, 오빠는 내 그림실력을 못 믿는구나.”“그냥 바빠서 생각 안 났어. 미안해.”내가 거듭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자 삐진 표정을 짓던 얼굴을 피고 신이나 이야기를 시작한다. 나는 그녀가 삐지지 않은 것을 알고 있었지만-사실 그녀는 잘 삐지는 성격회1/10 쪽등록일 : 12.02.08 15:23조회 : 21711/21745추천 : 254평점 :선호작품 : 6582※ 당신의 응원 한마디 한마디가 작가분에게는 큰 힘이 됩니다. 욕설/비방글은 삼갑시다.아아어덕참좋은아침: 건필하세여~~ (2012.04.06 11:36)람보바보: 갑자기 표지에 눈길이 갔는데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아르웬이 아닙니까? (2012.04.01 06:51): 잘 봤습니다. (2012.03.11 19:05)똘랭: 너무좋은말만하시네요 저말대로이루어진다면 좋겠지만 현실은 시궁창아라서 씁쓸하네요 (2012.02.22 20:02): 흐미.. 말발 이 대단하시네요 ^^ (2012.02.14 10:03): 오 어디서 이런 말발을 배움이 철철흐르네요 (2012.02.12 20:14): 좋은 말보고갑니다 ㅎ... 항상 생각햇던 건데 말로표현하기가 어려웟는데 여기서 보게되내요 ㅎㅎ; 감사합니다 (2012.02.09 찌니와초롱이: 덕분에 즐감하고 갑니다. 건필하세요 (2012.02.09 00:57)무닉군: 잘보고 갑니다~ 앞으론 10-20회씩 몰아서 봐야겠네요. (2012.02.08 23:19)바람의언덕: 우리 마누라에게 써 먹어야 하는데...기억이 날런지.....요즘은 단발성 치매인지 도통 기억이 안되는 이 상황이 너무 슬픕니다. (2012.02.08 23:09)
도 아니다- 모른 체 하고 있었다. 그편이 나에게 유리했기 때문이다. 진짜로 삐진 때만 표정에 드러나면 얼마나 상대하기 곤란한가. 아무리 성격이 좋은 여자라 하더라도 불만이 쌓이지 않는 여자는 없다. 이렇게 사소하게 불만을 푸는 게 차라리 낫다.“오빠, 컵 안에 들어갈 이미지는 내가 못할 것 같은데 어떻게 하지? 아는 사람 소개시켜줘도 돼?”“응.”“돈 많이 줘야 해.”“응.”“알았다. 그럼 연락한다.”“응.”“쳇, 오빠는 혓바닥에 종기라도 났어? 왜 응응응이야.”“응.”“흥이다.”현주는 비어있는 의자에 앉아 어디론가 전화를 하고 있다. 그런데 이건 뭐 번갯불에 콩을 구워먹는다고 2시간도 안되어 디자이너가 나타났다.“언니 어서와. 이쪽이야.”“계집애, 잘 지냈니?”“그럼.”2/10 쪽
“너 결혼한다는 말 있더라.”“벌써 소문이 거기까지 났나? 우리 그이야.”나는 멍하니 디자이너라고 나타난 여자를 바라보았다. 현주와 이목구비가 비슷했다.“서희영이라고 해요. 미래의 제부 씨.”“김이열이라고 합니다.”“호호, 사촌 언니야. 큰아버지 딸이고 그때 오빠가 우리집에 왔을 때는 언니가 마침 어학연수 중이라 못 왔었어.”“일단 안으로 들어가시죠.”“네.”희영 씨가 현주에게 ‘니 남편 멋지다’이야기를 하자 현주가 ‘히히, 그렇지?’한다. 이럴 때는 귀가 밝은 것이 민망하다.손님이 와서인지 민정 씨가 커피를 주문받는다. 커피집에 왔으니 커피 대접이야 당연한 거고 뭐 필요한 것이 없냐고 하니 케이크를 한 조각 달라고 한다.“오빠, 나도.”“들었죠. 민정 씨.”“네, 사장님.”민정 씨가 웃으며 나갔다. 가름한 얼굴에 상당한 미인의 얼굴이다. 희영 씨가 웃으며 3/10 쪽
자신을 소개한다.“S대학 미대 산업디자인과 3학년이에요. 작년에 삼송 디자인 공모전에서 2등 했고요.”“아, 대단하시군요.”“그래서 삼송그룹에 취업이 보장된 상태에요, 언니는.”현주가 자랑스럽다는 듯이 부연 설명을 한다. 현주는 확실히 가족에게는 각별한 감정을 느끼는 타입이다. 자기와 비슷한 나이의 사촌 언니에게도 그 진한 정을 느끼게 한다.“컨셉은 잡으셨어요?”“별로요. 갑자기 이야기가 나왔었는데 연락을 드린 거라서요.”“아, 그거는 제가 언제 한번 볼 수 있게 소개시켜 달라고 말한 적이 있었거든요. 아마 그래서 연락을 한 것 같아요. 저도 마침 시간이 비어 있어서 연락을 받자마자 달려왔어요.”말하는 표정이나 생김새가 정말 많이 닮은 사촌이다, 라고 생각이 든다.“아직 이름도 정하지 않았어요. 그에 따른 로고도 만들어야 하고요.”“오빠, 우리 맛있는 거 사줘요.”4/10 쪽
“그럴까? 시간이 되세요?”“물론이죠. 연락을 받자마자 모든 약속 취소하고 왔는걸요.”“언니 나한테도 그런 품위유지 발언 안 해도 돼.”“어머 얘, 나 좀.....늦지만 약속은 있었단 말이야.”“그런데?”“당연히 취소했지. 제부가 맛있는 거 많이 사주실 텐데 그 영양가 없는 애들 뭐하러 만나니, 그렇지 현주야.”“히힛, 맞아, 맞아.”둘이 친한지 죽이 척척 맞는다. 우월한 유전자가 따로 있다더니 현주네 집이 그런 거 같았다. 그러고 보니 그때 현주네 집에 인사를 처음 갔을 때 만난 그 꼬맹이들도 나이가 어려서 그렇지 다들 한 인물들 했었던 것 같았다.희영 씨에게 저녁을 사주고 돌아오는 길에 우리는 다시 현주의 빌라로 갔다. 상견례가 앞당겨지고는 서로 같이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하아. 학.”“아악.”쾌락에 들뜬 신음이 터지고 우리는 움직임을 멈췄다. 요즘에는 우리는 마치 세상의 종말이라도 오는 양 서로의 몸을 탐하고 있었다. 내가 경계를 하던 바였는데 나도 이5/10 쪽
상하게 자제를 못하고 그녀와 마주치면 몸을 섞곤 했다.“아, 너무 좋았어요. 오빠!”“나도.”“아~이거만 하고 살고 싶을 정도로 좋았어요.”나는 그녀의 깊은 탄식소리를 들으며 그녀의 이마에 키스를 했다. “이렇게 서로에게 집중할 때가 있지. 한평생을 살갑게 뜨겁게는 못살아.”“왜?”“좋은 부부는 어느 정도 무덤덤해야 긴 길을 갈 수 있어. 힘이 있다고 빨리 달리면 멀리 못가는 것처럼. 이혼하는 부부 중 상당수가 그래. 너무 사랑하다가 빨리 식지. 우리가 하는 섹스도 마찬가지야.”“정말?”“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는 그래.”“난 오빠만 있으면 돼. 변하지 않을 거야. 믿지?”“아니.”“뭐야!”벌떡 일어나 나를 때릴 자세를 한 그녀를 보며 나는 웃었다. 은근히 현주는 폭력적이었다. 뭐 그렇다고 매 맞고 살 것 같지는 않았다.6/10 쪽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어. 그리스의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는 ‘모든 것은 흐른다.’고 했어. 우리는 같은 강물에 2번 들어갈 수 없다. 강물이 흐르기 때문이다, 라고. 변하지 않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리고 변하는 것을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좋게 변하면 돼. 뜨거운 사랑이 식으면 어때. 은은하고 잔잔한 사랑으로 서로를 신뢰하고 나아가면 되지. 그러니 우리 이렇게 뜨거울 때 잔잔하게 변할 우리의 사랑을 위해 미리 준비를 해둬야 해.”“어쩜, 너무 멋져.”현주가 내 품에 뛰어들어 온 몸에 뽀뽀를 한다. 그녀가 생각하기에도 내 대답이 그럴 듯한 모양이다.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변하는 것이 두렵다면 더 좋게 변하면 된다. 아인슈타인은 나약한 태도는 나약한 성격을 만든다고 했다. 감정에 좌우되는 사랑은 감정이 식으면 끝이 난다. 내 사랑은 감정에 좌우되지 않는 그런 사랑이고 싶었다. 다행스럽게도 현주는 감성이 풍부하기는 해도 감정적인 성격이 아니어서 다행이다. 화목한 가정에서 부모님의 사랑 속에서 자라서인지 항상 밝고 명랑하며 적극적인 성격이다. 전처인 김미영처럼 고상한 체를 하려고도 하지 않고 허영기도 없다. 그러면서도 스스로 빛나는 캐릭터가 그녀다.부부간에 성격차이가 있으면 더 많이 이야기를 하면 된다. 다르기 때문에 더 즐겁게 부부생활을 할 수 있기도 하다. 똑같으면 사실 같이 살 필요도 없다. 그런데 너무 다르면 사람들은 그 차이를 인정하기보다는 당황하여 상대의 단점을 부각시켜 보려는 7/10 쪽
경향이 있다. 사람은 기계에서 찍어내는 제품이 아니니 다른 것이 당연한 것이다. 수십 년을 전혀 다른 환경에서 살아왔는데 결혼이라는 것을 하나 했다고 사람이 바뀐다고 생각하는 것은 넌센스다. 다른 것이 당연한 것이다.천재들은 머리가 좋아서 위대한 업적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남들보다 더 오래 연구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물론 머리가 좋으면 더 큰 업적을 남기겠지만 항상 그렇지는 않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진정한 우정이란 천천히 익는 과일과 같다고 했다. 무슨 일이든 시간이 필요하다. 가장 빨리 자라는 상추도 씨앗을 심고 다음날 수확을 할 수 없듯 사랑도 마찬가지다. 사랑도 포도주처럼 숙성기간이 필요하다. 오래된 포도주가 맛이 풍부한 것처럼 사랑도 오래될수록 더 깊어지면 된다.오래 익은 과일 같은 우정처럼, 사랑도 감정에 매달려 서로 몸을 섞고 상대방이 이렇게 해주기를 일방적으로 바란다면 상대가 아무리 좋은 사람이라 하더라도 오래갈 수 없다.농부는 땅에 씨를 뿌리면 기다림을 몸으로 체득한다. 마찬가지로 사랑을 심었다면 인내하는 미학도 배워야 한다. 그래서 사랑도 배워야 제대로 한다는 말이다. 내가 염려하는 것은 나의 부족한 인품이 인내를 하지 못할까 염려하는 것이다. 그래서 더욱 그녀의 멋진 몸에 빠져드는 나 자신을 경계할 뿐이다.아이가 세상에 대해 배우는 것처럼 우리는 사랑에 대해서도 배워야 한다. 노력없는 8/10 쪽
사랑은 단지 감정일 뿐이다. 나는 나를 한없는 애정으로 바라보는 현주를 안으며 이 여자를 꼭 지켜줘야겠다는 결심을 했다.내 옆에서 나를 빤히 바라보는 현주를 보다가 전생에서 나와 김미영 사이에 아이가 없었다는 것이 갑자기 생각났다. 그 영악한 여자가 나 몰래 피임을 했을 수 있었겠지만 그래도 걱정이 되었다.“우리 만약에 아기가 안 생기면 어떻게 하지?”“뭐, 뭐?”현주가 당황한 듯 나를 꼬집고 때리고 한다. 그리고 마치 나를 강간이라도 할 듯 거칠게 키스를 해왔다. 그녀는 자신을 태우는 불새처럼 내게 밀착해왔고 다시 폭풍우와 같은 시간을 보냈다.“하아~”축 늘어진 현주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그렇게 되면 3명의 아이를 입양하도록 해요.”“그러자. 그렇게 하자. 그리고 아이가 태어나도 그렇게 하자.”“응?”9/10 쪽
“너는 사랑이 많은 여자이니 슬픔이 가득한 아이를 데려와도 그 아이를 행복하게 만들어 줄 것 같아. 그러니 그렇게 했으면 좋겠는데 원하지 않으면 안 해도 돼.”“생각......해볼게요.”정의를 실천하는 것은 사람의 크기나 무게에 따라 다르다. 나처럼 소심한 사람은 이렇게 작은 것을 행하고 위인은 더 큰 정의를 실천하면 되겠지. 그리고 열심히 벌어서 백범연구소처럼 일을 하는 단체를 후원하는 것도 하나의 방편이 되겠지. 10/10 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