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시의 지배자-48화 (48/148)

< --  결혼하다  -- >양가의 상견례는 크게 문제될 것 없이 지나갔다. 아버지 어머니가 원체 현주를 예뻐하는 바람에 이래도 허허허 저래도 허허허 하다가 보니 이야기가 다 끝나 있었다. 이 영악한 것이 장동건을 어떻게 구워삶았는지 스카프나 그림책 하다못해 손거울에도 사인을 받아와 어머니에게 갖다 바치는 바람에 어머니는 어디를 가나 그것들을 자랑하느라 바쁘셨다. 그 모습을 보고 흐뭇하게 아버지는 웃으셨다.한번은 ‘왜 나는 여자연예인의 사인을 안받아주느냐’고 아버지가 물어보시자 ‘어머, 전 아빠가 저 하나로 만족하실 줄 알았어요.’ 이러니 아버지가 두 손 두 발을 다 드셨다. 신혼살림은 따로 마련하지 않고 지금 사는 빌라의 2층을 쓰기로 했다. 아버지의 강력한 요구가 있으셨는데 그게 아무래도 연예인 며느리하고 같이 살고 싶으셨던 것 같았다.아버지의 말씀은 굳이 나갈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2층이라 해도 자신들은 1년에 한두 번밖에 올라가지 않는다고 하니 처가쪽에서도 할 말이 없으신 듯 했다. 게다가 아직 현주가 학생이고 여배우라 식사나 청소 문제가 걸려 일하시는 분이 있는 우리 집이 나을 것 같다는 의견이었다. 그래서 기꺼이 우리집에서 신혼을 시작하기로 했다. 상견례가 끝나자마자 결혼날짜가 잡히고 식장도 예약했다. 결혼식을 언론에 알리지 회1/10 쪽등록일 : 12.02.09 00:38조회 : 21830/21864추천 : 257평점 :선호작품 : 6582※ 당신의 응원 한마디 한마디가 작가분에게는 큰 힘이 됩니다. 욕설/비방글은 삼갑시다.아아어덕낭만주니: 정주행하면서 웬만하먄 코멘트 안남기는데 남기게 되네여.. 내 결혼생활도 되돌아보게 되고요. 감사합니다.이런글로 제게 감동을 주셔서.^^ (2012.05.01 16:41)트릭스타: 장.동.건 (2012.04.17 03:08)참좋은아침: 건필하세여~~ (2012.04.06 11:42): 잘 봤습니다. (2012.03.11 19:09)]조용조용[: 그놈의 여자 직감론 지겹네. 한국사내들은 완전히 세뇌가 되었어 (2012.03.04 22:06): 이대로 좋은대요  아기자기하구요  요즘은 막장이 너무만아 식상해서 (2012.02.12 20:23)가을뜨락: 마스터,루이는 언제쯤? (2012.02.09 23:31)@쌍둥이: 30회부터는 그냥 넘겼고,,,그리고 선호작 삭제..... (2012.02.09 23:04)잠만보뚱이: 넘 즐겁고 재밌어요 건필하세요 (2012.02.09 21:10)남도유랑자: 잘보고 갑니다.  건필요 (2012.02.09 19:52)

않았는데도 어떻게 알아냈는지 기자들이 연일 취재에 열을 올린다. 한국판 노팅힐이라고 신문마다 대서특필되었다. 특히 내가 단순한 커피숍의 사장이라는 것이 부각이 되어 서점주인 휴 그랜트와 비교가 되곤 했다.조금은 귀찮기도 했지만 인터뷰는 모두 정중하게 거절했다. 냉정하게 말하면 내가 유명 여배우와 결혼하니 그 불편함을 감당해야겠지만 그렇다고 내가 유명인이 될 필요는 없는 법이니. 그러나 몰려드는 취재진 때문에 특별한 일이 아니면 집밖을 나가지 않고 지냈다.상견례를 하고 두 달도 안 되어 결혼을 하는 것이니 언론에 노출된 기간은 청첩장이 발송된 직후부터이니 2주간이었다. 그 짧은 동안에도 엄청난 압박을 나는 느꼈다. 특히 현주의 나이가 22살밖에 안되어 천사의 날개를 잡은 청년이라는 타이틀로 나를 이야기하곤 했다.나는 눈에 보이지도 않는 날개를 잡을 능력은 없지만 기꺼이 그러한 불편을 감수하기로 했다. 뭐 그래봐야 밖을 잠시 동안 안 돌아다니는 것인데 이걸 못 참을 이유는 없었다.우리는 2월 21일 금요일 오후 3시에 식을 올린다. 친척일가들은 이런저런 명목으로 평일날 빠져나올 수 있다고 이미 연락이 온 상태였고 현주 쪽도 거의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평일 결혼을 해야 그나마 덜 복잡할 것 같아서 그렇게 결론을 내린 것이다.2/10 쪽

두 번째 하는 결혼식인데 더 떨렸다. 첫 번째 결혼식은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했었으니 그랬고 지금은 너무나 정신이 멀쩡했다. 그런데 그녀에게서 연락이 온 것은 의외였다. 잊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나는 그녀를 항상 생각했다. 어쩌면 나는 그녀의 인생을 통해 무엇인가 바라는 것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결혼을 앞두고 있어 남들의 오해를 피하기 위해 커피숍의 집필실에서 그녀를 만났다.그녀는 여전히 아름다웠다. 그러나 그녀는 지쳐있었고 힘들어 했다.“오랜만이네요. 결혼 축하드려요.”“감사합니다.”나는 그녀에게 자리를 권하고 커피를 주자 그녀가 고개를 숙이며 커피를 거절했다. 아, 그녀는 임신을 했구나. 이 때쯤 그녀는 임신을 했으니 내가 모를 리가 없었다. 그런데 왜 나를 찾아왔을까?사람의 운명이라는 것이 마음대로 안 되나 보다. 그녀는 상처입은 새와 같았다.“그때 제게 말했었죠. 그리고 나 이열 씨의 말대로 그와 정리를 하려고 했었어요. 그런데 그는 이별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집요하게 절 설득하려고 했어요. 그런데......그와 만나고 난 후 그가 강제로 나를.......범했죠. 그와의 섹스는 한두 번이 아니었으니 그도 나도 섹스에 의미를 두지 않았어요. 그런데 이 꼴이 된 거죠.”3/10 쪽

그녀는 나지막하게 말하며 자신의 배를 바라보았다. 내 짐작이 맞았다. 그녀는 임신을 한 것이다. 아, 내 아들이었던 민우는 여전히 태어날 운명이었구나 하는 생각에 기쁘면서도 서글펐다.“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어떻하긴요. 지울 수 없으니 키워야겠죠.”나는 일의 전말을 알아차렸다. 전생에서 그녀는 정말로 나와의 새출발을 시도했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 남자 이병천이 그녀를 집요하게 놓지 않았던 거였구나. 그녀가 앙큼하기는 해도 본성 자체는 악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녀도 몰리고 몰리다 보니 그렇게 악하게 된 것이었군. 나는 씁쓸했다.“그 사람을 만나기 전에 이열 씨같은 다정한 남자를 만났어야 했어요. 그는 야망에 눈이 먼 사람이에요. 예전의 나는 그의 배경이 탐났었고 그의 안타까운 사정이 불쌍했었는데 지금은 그냥 그를 생각하면 아무 생각도 안나요. 다만 내가 왜 이렇게 불행하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뿐이죠. 왜 그때 나를 안 잡아주었나요? 애인이 아니라도 조금만 같이 있어주셨더라면 나는 이렇게 되지 않았을 텐데요.”나는 처연하게 빛나는 아름다움이라는 것을 그녀의 표정을 통해 알았다. 슬픔도 아름다울 수 있구나 하는.4/10 쪽

“물론 그랬다면 조금은 도움이 되었겠죠. 하지만 그것도 당신의 선택이었습니다. 전 분명히 정리하고 오라고 했고 오지 않은 분은 당신이었죠. 지금 당신은 불행하지 않아요. 당신은 여전히 아름답고 아이는 사랑스러울 겁니다. 아이에게는 당신의 짐과 분노를 전해주지 않으면 그 아이로 인해 당신의 삶은 태양처럼 빛날 것입니다.”그녀는 나의 말에 그냥 멍하게 앉아 있었다.“여전히 당신은 그렇게 말을 하는군요. 아마도 당신은 내가 정리하고 왔다고 해도 나를 사랑하지는 않았을 거에요. 여자는 생각보다 직감이 발달하니까요. 하지만 당신의 말은 여전히 이상하게도...... 위로가 되는군요. 왜일까요? 당신의 말에는 당신의 마음이 담겨있다고 여겨져서인 것 같아요. 웃기죠. 내가 찾아온 것은 나의 불행을 당신에게 알리려는 것은 아니에요. 단지, 단지 그냥 당신을 한번, 만나고 싶었어요......그것이 다에요.”유난히 차분한 그녀의 음성이 송곳처럼 날카롭게 나의 마음을 후비어 팠다. 그녀에 대해 조금만 더 몰랐다면 나는 그녀의 아름다움과 빛나는 모습에 여전히 반했을 것이다. 그리고 여전히 내 아들이 아니라도 그렇게 멋진 아들이라면 내가 다시 키웠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너무 그녀를 잘 알고 있었다. 그녀와 다시 그 무미건조한 시작을 할 용기가 도저히 없었던 것이다.목이 말랐는지 달콤한 카라멜마끼야또를 한 모금 마시고는 그녀가 일어났다.5/10 쪽

“정녕, 행복하길 빌어요.”“나도 미영 씨가 행복하기를 바랍니다.”나의 말에 다시 처연히 웃는 그녀는, 아름답고도 슬퍼보였다.그녀는 그렇게 갔고 나는 비로소 전생에 찾지 못했던 퍼즐 하나를 맞추었다. 그다, 내 인생을 조각낸 사람은 이병천, 바로 그였다. 과거로 회귀하여 은원이 사라졌지만 그렇다고 내 감정까지 그리고 내가 받았던 모멸감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이래서 힘들다. 객관적으로 그와 나는 이제 아무 사이도 아니다. 그런데 나만, 그에게 적대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다고 나의 감정을 남들에게 납득시킬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그녀도 신혼시절에는 나와 뜨거웠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녀가 변한 것은 아이를 임신하고 나서부터였다. 어떻게 보면 그녀다웠고 나름 자신의 양심을 지키려고 그랬다는 것을 이제야 비로소 알겠다. 하지만 그랬다면 결혼을 더 이상 유지하지 말았어야 했다. 그녀에게는, 아니 민우에게 나라는 그늘이 필요했었으니 그녀가 그렇게 한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녀를 이해해도 기분은 여전히 좋지는 않았다.운명의 끈이 마치 나와 이병천의 재대결을 원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때는 불공정한 게임이었으니 이제 다시 한 번 해보라는 듯이. 그렇게 시간이 가고 있었다.문이 열리고 ‘오빠, 짠!’하고 나타난 현주 때문에 우울했던 기분이 모두 순식간에 사6/10 쪽

라졌다.“어떻게 왔어? 기자들도 있었을 텐데.”“흥, 뭐 기자가 있다고 못 오나. 누구는 방에서 미인하고 데이트하는데 만사를 제쳐두고 와서 내 남자를 지켜야지.”“과보호 안 해줘도 되는데.”“과보호 아닌데. 내 남자 지키는 건데.”나는 가만히 현주를 안았다. 따듯하고 포근한 가슴이 내게로 밀착되니 작은 심장의 소리와 함께 나도 기분이 안온해졌다.“안 물어봐?”“뭘 물어봐. 오빠 표정만 보면 다 아는데.”“.......”우울한 하루가 현주로 인해 밝아졌다. 희망은 가만히 있으면 오는 것이 아니다. 무엇인가를 하고 있어야 찾아온다. 삶은 끊임없는 투쟁이지만 이렇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것이라면 그것도 할 만 하다고 생각했다.우리는 남성욱 바리스타의 도움으로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와 그의 차를 타고 현주의 빌라에 도착했다.7/10 쪽

“고마워요. 성욱 씨.”“뭘요. 좋은 시간 보내세요.”밤에는 야간대학을 다니는 그에게는 예쁜 여자친구가 있다. 안타깝게도 둘 다 고아출신이다. 서로 믿고 의지하며 살아가는 그 둘의 모습을 우리 직원들은 기쁘게 지켜보고 있었다. 한번은 왜 그렇게 악착같이 사느냐는 직원의 말에, 내 사랑을 지키고 그녀 앞에 당당해지고 싶다고 그는 말했다. 사랑은 정말 사람을 감동시키는 힘이 있는가 보다.결혼식 날이 되어 우리는 결혼했다. 수많은 하객의 축하를 받으며 결혼에 골인했다. 이제 이 여자는 나의 여자라고 대한민국 누구에게나 당당히 말할 수 있는 남자가 되었다. 기분이 은근히, 가슴이 뿌듯한 게 좋았다. 그런데 우리 결혼식의 하이라이트는 당연히, 꼬맹이들의 축가였다.노래하기 전에 사장 오빠, 파이팅! 코피 흘리면 안 돼요, 하고는 노래를 불러 하객의 웃음을 자아내고는 부르는 노래는 박진영의 ‘둘이서 영원히’였다.우리 여기까지 이렇게 먼길어떻게 함께 걸어왔는지그대가 날 만나주지 않아8/10 쪽

애태우던 그때를 생각하며 지금 나를 보고 있는 니가 믿어지지 않아눈부시게 아름다운 모습에난 눈물이 흐르지만더 많은 날들이 우릴 기다리고 있어여기까지 온 것처럼아름답게 만들어 가사람들은 모두 적막 속에 꼬맹이 가수들의 노래를 들으며 충격에 사로잡혔다. 영혼을 울리는 그 목소리에 사람들은 미소를 짓거나 울거나 했다. 현주도 옛일이 생각났는지 눈물을 흘린다. 나도 사실 아이들이 노래를 잘 하는지는 알았지만 이렇게 잘할 줄은 정말 몰랐다.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로 아이들은 노래를 잘했다. 이거 아이들의 꿈을 이뤄주려는 마음 하나로 계약을 했는데 다이아몬드 광산을 발견한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런 생각을 해서인지 아이들이 눈부셨다. 우리는 결혼식을 마치고 양가 어른들에게 인사를 하고는 현주가 TV프로그램에 인터뷰를 간단히 하고는 공항으로 향했다. 공항9/10 쪽

에 도착할 즈음에는 비가 내렸다. 오태연 매니저가 짐을 부치고 함께 탑승장 안으로 들어갔다. 공항 대기실에서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들어서 원하지 않은 축하를 받아야 했고 특히 나의 사진을 찍느라 너무 열심이었기 때문이었다.머리로 생각한 것과 그것을 막상 겪게 되니 느낌이 확 달랐다. 연예인이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너무나 피부로 와 닿았다. 그래서 연예인을 하려면 끼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 나온 듯했다. 나는 잠시 겪었지만 우리 꼬맹이들이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지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이 녀석들을 평생 얼굴없는 가수로 만들면 되려나, 하는 어이없는 생각을 잠시 했다. ============================ 작품 후기 ============================시간은 많았는데 글이 안 써져서 ㅠㅠ TV를 보았는데 은근히 재미있네요. 해달과 짝을 봤어요 ㅋㅋ 10/10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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