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한다는 말이 나온 듯했다. 나는 잠시 겪었지만 우리 꼬맹이들이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지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이 녀석들을 평생 얼굴없는 가수로 만들면 되려나, 하는 어이없는 생각을 잠시 했다. < -- 결혼하다 -- >우리는 파리에 도착해 Novotel Tour Eiffel 호텔에 짐을 풀었다. 저녁에 도착해서 체크인을 하고 투숙하니 맞은편 발코니 창으로 화려한 조명에 빛나는 에펠탑이 보인다. 이곳은 세느강을 볼 수 있다는 것 외에는 별다른 것은 없다. 호텔은 쾌적하여 마음에 들었다. 파리 시내를 호텔의 발코니에서 잠시 내려다보았다. 비행기를 탄 시간이 길어서인지 몹시 피곤하면서도 묘한 흥분감에 잠이 잘 올 것 같지는 않은 밤이었다. 현주가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대어 온다. “우리 이제 부부네.”말 속에 따뜻하며 포근한 현주의 마음이 담겨 있어서인지 나도 그만 그녀의 어깨를 쓰다듬으며 고마움을 표현했다.“나를 사랑해줘서 고마워. 당신이 먼저 다가와 주지 않았다면 감히 이렇게 될 수 없었겠지. 난 연예인은 달나라 사람이라고 생각했었거든.”“정말 그렇게 생각했었어?”“난 소심하고 평범해. 연예인에게 대쉬를 할 만큼 담이 크지를 못해. 아마 자기가 어떤 사람보다도 더 연예인 같지 않아서 내가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것 같아. 대종상 시회1/12 쪽등록일 : 12.02.10 00:02조회 : 21282/21316추천 : 223평점 :선호작품 : 6582
상식 때 고백해줘서 고마워. 나는, 살면서 평생 당신에게 사랑을 고백하며 살게. 고마워!”나는 그녀의 손을 꽉 잡았다. 따뜻한 온기가 손을 타고 느껴진다. 호텔방에 와인냉장고가 있어 대충 아무 와인이나 하나를 집어 병을 땄다. 와인이 유명한 프랑스의 포도주니 싸구려는 아니겠지, 하는 생각으로 집었는데 샤또 몽페라였다. 한잔 마시자 달콤하면서도 풋풋했다. 현주도 포도주의 맛이 마음에 들었는지 여러 잔을 마셨다. 알콜이 들어가자 몸이 나른해지며 근육이 이완되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현주도 나와 상황은 비슷한 듯했다. 나는 2서클이 되면서 신체가 더 강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피곤함을 느끼는 것은 결혼식에 너무 긴장을 많이 해서인 듯, 나는 나른함 속에 현주를 껴안고 침대에 누웠다. 새근거리는 현주의 호흡소리를 들으며 하늘을 반으로 가르는 에펠탑의 모습을 창문을 통해 보았다.“우리 오늘은 그냥 자자.”“응. 그래도 샤워는 하고 자요.”“그래야겠지. 그럼 같이 반신욕을 하고 자자.”“응.”현주가 가볍게 내 입을 맞춘다. 나보다는 쌩쌩한 그녀를 따라 욕실로 들어가 물을 틀어놓고 그녀를 안고 욕조에 기대었다.2/12 쪽
“꿈만 같아.”“그래?”“지금 고백하지만 나 그때 자기를 보자마자 반했었어. 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자기의 분위기가 다른 사람들과는 아주 많이 달랐어. 그리고 조금 이야기를 해보니 아, 이 남자 사랑해도 될 사람이구나 하고 느껴지더라고. 영화를 찍다보면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데 자기는 마치 산소 같았어. 함께 있으면 행복할 것 같은 느낌도 들었고. 히히, 오빠는 내 첫인상이 어땠어?”나는 그녀의 말에 뒤에서 앞으로 뻗은 손으로 그녀의 가슴을 만졌다.“아름답고 예뻤지. 난 사실 연예인들을 잘 몰라서 그냥 모델인가 했었지. 그러다가 유명한 배우라는 것을 조금 후에 알게 되었어. 그리고 설마 연락이 오리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어.”“히히, 사랑은 쟁취하는 거예요.”남자가 해야 할 말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말해 나도 그만 고개를 끄덕일 뻔 했다. 장난으로 가슴을 만지작거리다보니 현주가 느낌이 오는지 갑자기 고개를 돌려 키스를 해왔다.“내꺼, 이제 오빠는 내꺼야. 난 오빠 꺼.”3/12 쪽
현주의 중얼거리는 소리가 귓가를 울리고 뜨겁고 강렬한 입맞춤이 시작되었다. 우리가 나눴던 그 어떤 키스보다 뜨겁고 자극적이었다. 나는 숨도 쉬지 못할 정도로 적극적인 키스에 당황하다가 아, 현주가 이토록 나와 결혼을 하고 싶어했나보다 하고 생각하니 몸도 마음도 뜨거워졌다. 반신욕을 하다 보니 피로도 어느 정도 풀려서인지 뜨겁게 그녀의 몸을 안았다.“아~”살짝 몸을 비틀자 그녀의 안에 내가 들어가 있었다. 나도 놀라고 현주도 놀란 듯 이 절묘한 움직임에 서로 눈을 동그랗게 뜨다가 마주보며 웃었다.허리를 살짝 움직이자 그녀 안에 내가 완전히 들어가 나를 따스하게 감싼다. 그 안온한 감정에 말을 잊으며 서로 껴안고 상대방의 호흡소리를 들으며 다시 격렬하게 키스를 했다. 세상의 종말이 온다고 해도 이것을 멈추지 않으리라, 저 폼페이 섬의 멸망에도 뜨겁게 사랑했던 연인들이 있었다는데 우리도 오늘 이시간만은 그 음란하고 타락한 연인들처럼 될 것이다, 라고 생각하며 그녀의 육체를 탐닉해 들어갔다.이전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그동안 적지 않게 섹스를 한 사이지만 이렇게까지 일체감을 느껴본 적은 없었다. 이전에도 우리는 하나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 정도의 섹스는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과는 다른 완벽한 하나, 마치 우주와 공명하는 착각에 빠질 정도로 생경한 경험이었다. 결혼이라는 것이 주는 안정감 때문인지 우리는 이 4/12 쪽
순간 더 깊이 서로를 열망했다.더 깊이 더 깊이 서로를 느끼며 순간이 영원이 되듯 탐닉하다가 마침내 모든 것이 끝났다.“하악, 아악.”비명을 지르며 움직임이 끝났을 때 닫혔던 세계가 다시 열리고 우리는 현실로 돌아왔다. 뜨거웠던 욕조의 물은 차갑게 식은 뒤였다. 도대체 우리는 무엇을 한 것인가. 가늘게 떠는 쾌락의 여진을 서로 느끼며 우리는 서로 보듬어 안았다.어떻게 인간이 이런 사랑을 하고서 나중에 싸늘하게 변할 수 있을까. 인간이니까, 가능한 것인가. 변하지 않는 것은 없으니, 사랑에 확신을 한 순간 인간은 퇴보하게 된다. 사랑은 단순히 감정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니, 지금 우리가 느끼는 이 놀라운 일체감과 황홀감은 사실 사랑 그 자체가 아닌 사랑이 주는 유희에 지나지 않는다. 사랑은 더 깊은 곳에 잠겨 있어 겉으로 드러나지 않으나 신뢰와 존경, 배려로 만든 울타리 안에 숨어 있다. 섹스는 단지 원가지에서 뻗어난 곁가지에 지나지 않는다. 이 곁가지에 탐닉하는 순간 결과는 뻔하다. 그러니, 나는 눈을 감으며 따스한 현주의 체온을 느끼면서도, 쾌락에 지지 않을 것을 결심했다.5/12 쪽
침대로 돌아와 다시 깊은 사랑을 나눴지만 두 번째라 해서 건조하지 않았다. 서로에 대한 깊은 신뢰가 담긴 섹스는 아름답기 때문이다. 이제 이 섹스가 끝나면 우리는 계획이라는 것을 세워야 하며 가계부도 적어야 한다. 그리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로 기부금도 정해서 지출해야 한다. 우리가 무엇을 하든 그것은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것으로 나아가야 한다. 결혼이 일상의 문을 열게 되는 순간, 현실은 낭만적이지 않고 냉혹하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신혼여행은 인생의 고달픔을 겪게 될 우리 자신의 삶에 주는 일종의 보너스 같은 것이랄까.아침을 먹고 세느강변을 걸었다. 세느강에는 36개의 다리가 있으며 한강과는 달리 아기자기한 맛이 있었다. 파리를 가로지르는 이 강은 런던해협으로 흘러가며 프랑스에서 세 번째로 긴 강이다. “어, 오빠 배가 지나가네.”“유람선이야. 바토무슈라고 해. 파리여행에서는 이 유람선이 유명해서 밤에 타면 좋다고 해.”“와우, 바토무슈?”“그냥 프랑스어로 유람선을 바토무슈라고 해. 파리 센강의 유람선인데 파리를 닮은 배라는 뜻도 있어. 그리고 배를 위에서 보면 파리를 닮았다고 하는데. 난 파리가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겠네.”“그럼 오빠 우리 저녁에 유람선 타요.”6/12 쪽
“그럴까? 그러면 점심 먹기 전에 좀 걷자.”“응, 오빠.”어제 우리가 나눴던 섹스는 정말 그녀에게도 깊은 영향을 미쳤는지 그녀의 눈에서 하트가 뿅뿅하고 마구 튀어나올 것 같았다.이리 저리 걷다보니 퐁데자르 다리가 나왔다. 보행자 전용도로인데 바닥이 나무로 되어 있어 연인들이나 친구들이 다리에 앉아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파리를 돌아다니다 보니 세월의 흔적이 군데군데 보였다. 한강이 세르강보다 못한 이유는 세월의 흔적이 한강엔 없기 때문이다. 다리 하나하나가 그냥 만들어진 것이 없을 정도로 정성이 담겨 있고 오래되었다.손을 잡고 걷는데 난간에 무수한 자물쇠가 걸려있다. “어머, 저건 뭐야?”“뭐긴 자물쇠지. 추억을, 또는 시간을 묶고 싶은 사람들의 발악이지.”“치잇, 말을 그렇게밖에 못해요.”“멋지게 하면 현주가 저기에 우리 기념을 하자고 매달릴 것 같아서.”“헤헤, 정말 고단수야.”걷다보니 작은 카페테리아가 보여 현주에게 기다리라고 하고는 뛰어가서 커피를 사오니 왠 남자가 자꾸 현주에게 말을 건다. 이 영악한 것이 남자가 다가와 말을 걸면 거절을 해야 하는데 못 알아듣는 척 하며 은근히 즐기고 있다.7/12 쪽
파리에서 여자가 혼자 5분 이상 있게 하면 실례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예쁜 여자만 보면 작업한다. 내가 다가가자 나를 흘깃 보는 남자의 표정이 웃긴다. ‘역시, 임자가 있었군.’하는 표정이었는데 내가 다가가자 악수까지 청하고는 유유히 사라진다. 유럽인들의 동양인에 대한 인상은 나쁘지 않다. 아니 동양여자에 대한 이미지는 나쁘지 않다. 남자는 뭐 그냥 옐로우 멍키 수준이다.이것이 내 미모는 이곳에서도 통해, 하는 것을 보여주려는 의도였는지 조금 수상한 냄새가 났다. 새삼스레 뭐 그것을 나에게 알려주려고 하는가, 이미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사실인데. 현주의 외모는 서구적인 마스크인데 동양적인 아기자기한 느낌마저 있어 서양인이 보기에도 아름다운 얼굴이다. 게다가 한국인치고는 피부도 하얀 편이라 상당히 매혹적이다. 약간 도도하게 서있는 그녀에게 커피를 주며 앞서 걸었다.“치잇!”현주가 입을 뽀루퉁 내밀며 뒤따라온다. 음, 이건 정말 하기 싫은 말인데, 그렇게 매력적인 그녀가 선택한 남자가 나란 말이야. 뭐 내가 여기에 서 있다고 여자들이 말을 걸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그런데 현주가 잠시 화장실을 갔다 오는 데 금발의 여자가 말을 건다. 이게 웬 떡이냐 하며, 나도 열심히 그녀의 말을 들어주었다. 금발의 글래머스한 몸매를 가진 예쁜 여자였는데 약간 통통한 편이었다. 한국여자들이 보기에는 8/12 쪽
살이 좀 있다고 말할 정도지만 그래서인지 더 육감적이었다.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현주가 오다가 이 모습을 보았다. “흥.”콧바람 소리가 저 멀리서부터 들려온다. “당신이 이 남자의 피앙새인가요? 축하드려요.”여자가 영어로 말하자 현주가 깜짝 놀라 고개를 끄덕인다.“당신 남편 굉장히 섹시해요.”눈을 깜박여 윙크를 하고 사라진다. 그 소리를 들은 현주의 표정이 울상이다. 섹쉬한 게 아니라 아까 그 여자가 예민한 성격이라 내 몸에서 풍기는 마나를 느껴서일 것이다. 객관적으로 나를 보면 섹쉬함은 개뿔이다.“저 여자가 다가와 커피 한잔 하자고 그러기에 결혼했다고 했더니 내 아내를 보고 싶어 하더군.”“......”9/12 쪽
한동안 말도 안하고 골이 나 있는 모습에 나는 손이 발이 되도록 빌었다. 너무 섹쉬하게 생겨서 자기를 시험에 들게 만들어 미안하다고 하니 현주가 ‘풉’하고 웃어버렸다. 뭐 내가 이렇게 농담을 할 줄 생각도 못한 듯 했다. 다시 우리는 손을 잡고 걷다가 호텔로 돌아와 점심을 먹고 잠시 쉬다가 택시를 타고 베르사유 궁전에 도착했다. 루이 13세의 사냥용 별장을 루이 14세가 대정원을 만들고 궁전을 증축하여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 건축에 드러난 바로크 양식은 규모의 거대화와 곡선의 활용, 조각의 동적인 모습이 베르사유 궁전의 곳곳에 드러나 있었다. 사람들이 가장 많은 곳은 거울의 방이었다. 베르사유궁전의 중앙에 있는 본관 2층에, 정원이 보이는 창문의 맞은편에 400장의 거울을 끼운 것으로 왕궁에서 가장 화려한 곳 가운데 하나다. 그래서 궁중의 대연회나 왕족의 결혼식, 외국의 사신을 맞이할 때 사용되었던 곳이다. 아름답고 장엄한 벽화, 화려한 상들리에, 아름답고 화려한 장식물은 정말 멋지고 아름다웠다. 정말 아름다운 곳이지만 이것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자원이 낭비되었을까, 하고 생각하니 한숨이 나왔다. 태양왕 루이 14세의 친정이 선포되고 나서 크고 작은 반란군을 진압하고 그는 절대왕권을 휘두르지만 사치의 표본으로 유럽문화의 중심에 서게 된 곳이기도 하다.나는 만리장성을 사진으로 보고 저 거대한 건축물을 짓기 위해 흘린 민초들의 땀과 눈물을 생각했는데 이 화려한 궁전에서는 이 건축물을 위해 착취당한 백성들의 피폐한 삶이 느껴졌다. 왕과 귀족들이 누리는 호화로운 사치는 모두 백성들의 주머니에10/12 쪽
서 나오는 것들이다.이곳을 하루 만에 다 볼 수 없어 거울의 방을 대충보고 우리는 그냥 정원으로 나와 사람들을 구경하였다. 우리가 쉬고 있는데 몇몇 한국인들이 보이고 아는 체를 한다.“어머, 현주 씨. 안녕하세요.”“안녕하세요.”이곳에서 와서까지 우리를 알아볼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 못 했는데 의외로 한국사람이 많았다. 그래서인지 안내책자에는 한국어판도 보였다.“아, 이 분이 그 유명한 이열 씨시구나. 반가워요.”사람들이 나를 바라보며 미소를 짓는다. 현주가 대종상시상식장에서 내게 고백을 하는 바람에 나도 졸지에 유명인사가 되었다. 주로 누구의 애인, 이런 식이었다. 다행스럽게도 그녀는 그 사건 이후에 이미지가 더 좋아져 CF도 몇 편 찍었다. 사람들은 있는 그대로 보는 것보다는 과장해서 보기를 좋아한다. 그냥 평범한 우리의 사랑을 영화 속의 상상이 더해져 그림같이 아름다운 것으로 채색을 하곤 한다. 파리를 다 구경하려면 3개월도 더 걸릴 것 같았다. 일예로 루브르 박물관만 해도 3주는 구경해야 아 대충 보았네, 할 정도로 볼거리가 많다. 그러나저러나 거리에서, 건물11/12 쪽
에서, 그리고 건물 안에서 역사와 전통이 살아 숨쉬는 모습을 보는 것은 정말 감격스러운 일이다. 우리나라도 이랬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보지만, 가난했던 과거 우리 조상들의 삶의 애환을 생각하면 그래도 우리가 이만큼 사는 것도 다 그분들의 노력 덕인 것이다.저녁을 먹고 일몰이 막 시작되는 즈음에 바토무슈를 탔다. 파리의 아름다움이 시간이 지날수록 빛이 났다. 파리여행에서 이 유람선을 적극 추천해주는 이유가 달리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일몰이 시작되면 파리는 오히려 화려하게 빛이 난다. 에펠탑도 낮에는 쇠붙이 거대 철탑에 지나지 않지만 저녁에는 정말 아름답게 변한다. 조명이 환상이다. ============================ 작품 후기 ============================음, 이제 슬슬 루이를 쓰려고 합니다. 그런데 저도 내용을 다 까먹어서ㅠㅠㅠㅠ;;12/12 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