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시의 지배자-54화 (54/148)

< --  나아가다  -- >나미는 빠르게 회복되었다. 나미의 부모님이 모르게 내가 그동안 포션을 먹인 결과였다. 누구보다 김남철 씨와 최정윤 씨는 딸의 빠른 회복에 너무나 기뻐하였다. 퇴원이 임박한 시점에 장세창 PD에게 이번 싱글 앨범에 들어갈 곡도 완성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좋은 일이 연달아 생겼다.나미의 병실에 진미도 같이 있어 나는 그들에게 평상시 내가 생각하고 있던 연예인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장세창 프로듀서님으로부터 너희가 부른 곡이 완성되었다는 말을 들었어. 그런데 나는 너희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어. 그것은......이번에 발표한 노래가 성공해도 너무 기뻐하지 말고 실패해도 슬퍼하지 말 것, 알겠니?”“왜요? 성공하면 난 막 기뻐 춤을 출 것 같은데요.”나미가 침대에 누워 입술을 내밀고 내 말에 반발했다.“물론 기쁘기야 하지. 하지만 너희가 가수생활을 아주 잠깐 하고 말 것이라면 몰라도 그렇지 않다면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조절할 줄 알아야 해. 예술가들은 자신의 철학이 없으면 쉽게 망가져. 유명한 사람이 되어 인기와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자신을 볼 때 존경할 수 있는 인격을 가지고 올바른 삶을 사는 게 중요해. 이것을 이해할지는 모르겠지만 쉽게 말해 스스로에게 부끄럼이 없는 사람이 회1/11 쪽

등록일 : 12.02.13 00:01조회 : 20203/20235추천 : 239평점 :선호작품 : 6582※ 당신의 응원 한마디 한마디가 작가분에게는 큰 힘이 됩니다. 욕설/비방글은 삼갑시다.아아어덕참좋은아침: 건필하세여~~ (2012.04.06 12:22)내가변해야산다: 이병천을 프리벨입고 찾아가서 처리하면깔끔할텐데요..뭐 처리라는게 죽이는건 아닐테지만요..그냥 놔두는게 이상.. : 잘 봤습니다. (2012.03.11 19:45)뉴타잎: 주인공이 구구절절히 옳은말만 하긴 하는데...요즘 아이들...아니 요즘아이뿐이 아니라 어느시대던지 년소자 앞에서 그런 고리타분한 소리를 늘어놓으며 훈계를 하면 그걸 진심으로 받아들이고 속에 깊게 시길 아이들이 얼마나 있겠나...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주인공 하는말이 너무 교조적이죠. 좀 적당히 듣기좋고 받아들이기 편하게 어레인지 할 필요가 있습니다만...이런데서 묘하게 꼰대티가 나긴 하는군요. 딴건 몰라도 이렇게 노인네 설교늘어놓는부분이요. (2012.02.29 10:46)눈팅계의거성: 차분하고 공감가는 필력!! 잘 읽고 있습니다..결국은 자의든 타의든 힘이 있다면 사회의 거대악과 부딪힐 수 밖에 없는 현실..쥔공의 활약을 기대해 봅니다!!건필!! (2012.02.13 17:49)함께행복하기: 작품소개를 보며 읽기를 몇번이나 망설이다가  보게 되었는데요. 생각외로 너무 좋았습니다. 작가님 말처럼 좋은 말만하면 안되는거지만 저 나름대로의 느낀 부분도 많아서 그런지 칭찬 마구해드리고 싶네요. 추천 꾸욱꾸욱 눌렀습니다. (2012.02.13 16:47): 스토리 전개를 위해, 먼길을 돌아갈 필요는 없어 보이네요. 이병천의 행실을 회귀전 몇 년간 겪어 봤으면... 그냥 이병천이 잘 때, 불구(장애인)으로 만들고 돌아오는 게 현명한 처사 아닌가 하네요. 이병천으로 인해 가까운 사람이 피눈물 흘리고 나서야 본격 복수한다는 상투적인 스토리 패턴을 따라가지는 않았으면 하네요. 지금 시점에서는 이병천 1명만 장애인으로 만들면 되지만, 주인공이 힘이 세진 후 충돌할 경우, 최소 몇 명은 다칠 듯.   주인공이 주변사람을 그렇게 소중하게 여긴다면... 이병천과 본격대결 자체를 안 할 듯 : 웬만하면 연옝니 키우는거 쓰시는건 그만두시는게....웬지 글 분위기가 다 흐려지는듯..잘보다가 연예인 키우는 애들 나오는부분에서는 걍 넘기게 되내요 (2012.02.13 15:32)전설의유저: 홍식이보다 낫네요. 빠른 스피드 전개가 괜찮습니다. 홍식이는 너무 시간을 끌거든요.  (2012.02.13 12:37)의미있는나날: 잘 보고 갑니다 (2012.02.13 09:27)되어야 항상 당당할 수 있는 것이지. 이해가 되니?”“......”“너흰 아직 모르겠지만 인기에 노출되면 연예인의 심리는 상당히 불안해져.”“왜요?”“인기는 항상 있는 게 아니니까. 올라갈 때가 있으면 반드시 내려가기 마련이야. 그런데 사람들은 내려가는 것을 두려워 해. 그래서 마음이 초조해지는 거야. 그건 바보 같은 생각이지. 산을 올라갔으면 반드시 내려가기 마련이야. 누구라도 산에서 살 수는 없어. 가수가 되어 인기를 누린다고 하더라도 너희들이 사는 것은 그 인기 속이 아니라 너희를 사랑하는 가족들이라는 것을 명심해. 가족을 소중히 여기고 스스로에게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당당하게 행동하는 거, 그래서 먼 훗날 너의 삶을 뒤돌아볼 때 미소를 지을 수 있게 만드는 거는 너희들 자신의 책임이야.”“무슨 말인지는 대충 알겠어요. 인기를 얻어도 거만해지지 않을게요.”“착하군.”“히힛. 나야 항상 착했어요. 그렇지, 진미야?”“응, 나미는 착해요.”“그래, 그래서 내가 너희들을 아끼는 거야.”“어, 우리를 아껴요?”“그렇지 않다면 내가 왜 연예기획사를 차리겠니? 너희가 유명해지고 인기를 얻으면 나도 돈을 많이 벌겠지. 그건 당연한 거야, 투자를 했으니. 하지만 돈을 벌지 못해도 너희들이 튼튼하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으면 그것으로 만족해.”2/11 쪽

“정말요?”“그럼.”진미가 내 손을 꼭 잡는다. 요즘 들어 나미가 애정표현을 나에게 지나치게 해서인지 진미는 이런 적이 없었는데 내 마음이 전해진 모양이었다. 나는 마이클잭슨이나 휘트니 휴스턴 등 많은 가수들이 약물에 노출된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더 조심스러웠다. 내가 이들을 가수가 되도록 이끌었으니 이들의 삶이 불행하지 않도록 관리해야하는 의무도 있기 때문이다.“사람들은 앞으로 너희들에게 듣기 좋은 말만 할 거야. 우리나라 사람들은 앞에서 대놓고 나쁜 소리를 잘 못하잖아. 그리고 너희는 어리니까 조금만 잘해도 아주 잘한다고 사람들이 말할 거야. 이걸 착각해서 인기가 엄청 있다고 생각하면 금방 망해.”“그럼 어떻게 해요?”“연예인들은 인기가 있을 때 더 조심해야 해. 그러기 위해서 마음공부를 해야 해.”“마음공부요?”“스스로의 마음을 지키지 못한 사람은 큰 명예를 얻었을 때에 더 위험해지는 거야. 난 너희들이 행복하길 원해. 그래서 너희들은 스스로 마음을 강하게 지키는 마음공부를 날마다 해야 해.”“알았어요. 사장 오빠.”나는 아이들이 데뷔하기에는 아직은 시간적 여유가 있지만 틈만 나면 아이들의 가치3/11 쪽

관이나 세계관에 관심을 가지고 조언해줬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이 이것밖에 없기 때문이다. 나는 이 꼬맹이들을 사랑하지만 연예계에 대해서는 거의 문외한이고 아내인 현주도 계약이 잘 되어 있어 그동안 어려움이 없는 편이었다. 그래서 나는 더 조심스러웠다. 아이들이 데뷔를 하면 SN엔터테인먼트사가 매니즈먼트를 해주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아이들이었다. 아직 15살밖에 안된 아이들이다. 난 이들을 보호해줄 의무를 계약을 함으로써 지게 되었다. 이를 생각하자 어깨가 무거워졌다.양아치들이 구치소에 있다가 풀려났다. 내가 아무런 고발도 하지 않은 것도 있고 명목상 합의를 했기에 정상참작이 되어 대부분 풀려났으나 전과가 있는 두 명은 나오지 못하고 감옥에 갇히게 되었다. 대한민국에서 전과가 있으면 가중처벌을 받게 되니 조심해야 함에도 나대다가 그렇게 된 것이다. 이게 양아치들의 한계다. 그래서 재수가 없으면 별 것 아닌 것으로 별을 수십 개 달수도 있다. 배고파 빵을 한 개 훔쳐 먹은 죄로 5년형을 선고받은 장발장처럼, 불행에 노출되면 인생은 의도하지 않게 그렇게 될 수도 있다. 문제는 우리 사회에는 미리엘 주교와 같은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누군가는 이들에게 진정한 사랑에 눈을 뜨게 해주어야 하는데, 하며 나는 생각에 잠겼다. 내가 그 일을 할까, 생각하다 고개를 흔들었다. 나는 천성적으로 시니컬하다. 잔정은 있어 주변의 사람은 챙기지만 모르는 사람에게까지 퍼주는 스타일은 아니다. 언젠가 미국사람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그는 AIM(아프리카내륙선교회)에 소4/11 쪽

속된 선교사였는데 그는 한국인의 열정에는 대단한 칭찬을 했지만 개인적 성향에 대해서는 이해를 하지 못했다. 수백 년이 된 좋은 기관이 있는데 왜 한국 사람들은 거기 들어가서 활동하지 않고 또 단체를 만드느냐 고 이의를 제기했었다. 그렇게 해서라도 잘하면 괜찮은데 대부분은 실패를 한다. 한국기업이 사회에 큰 기부금을 내면 여지없이 자신들이 운영하는 재단을 만든다. 한국인들은 전문가를 신뢰하지 못한다. 한국인들 자신들이 부정직한 사회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우리는 모두 혁명가가 될 수 없으며, 더구나 자선 사업가일 수는 없다. 사람마다 각기 다른 재능을 가지고 태어났기 때문이다. 그러니 겸허하게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더 잘하는 사람에게 자리를 양보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이 잘하는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를 얻으면 된다.양아치들은 내가 현주의 남편이라는 것을 알고서 갑자기 태도가 돌변했다. 그중 가장 나이 많은 남종태라는 양아치가 현주의 광팬이라는 것이다. 이 양아치들은 틈만 나면 커피숍에 와서 커피를 사먹었는데 나는 그냥 이틀에 한번은 돈을 받지 말고 주라고 했다. 저 놈들에게 돈을 받으면 또 누군가를 괴롭힐 것이 분명하니 말이다. 이렇게 해서 좋은 점도 있었다. 양아치들이 커피숍을 자주와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에 젖다보니 자연 술도 줄이게 되고 욕도 덜 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매장의 분위기는 조금 안 좋아지긴 했지만 양아치들이 스스로 조심하기에 그다지 영업에 지장이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5/11 쪽

양아치들이 나를 반은 묵사발을 만들어놨다고 보고를 하는 바람에 더 이상 귀찮은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아직은 내가 힘이 없으므로 먼저 그들에게 시비를 걸 수 있는 단계는 아니었다.일단 소나기가 오면 피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나는 생각했다. 먼 길을 떠나는 사람은 순간의 부끄러움을 참을 줄 알아야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다. 인생이란 단순하지 않으니까.양아치들은 뭔가 자신들의 힘으로 해보려고 노력을 하는 듯 했지만 번번이 잘 안 되는 모양이었다. 배운 것도 없고 경험도 없는데 잘 되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가. 나는 가끔 그런 사실을 지적해줬다. 적어도 1년은 노력을 해보고 안 되면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다시 1년을 노력해보라고. 그깟 담배하나 끊는데 그렇게 많은 시간이 걸리고도 결국 못 끊는 사람도 많은데 이제 와서 삶의 방향을 바꾸는 일이 쉽게 될 리가 없다고 말해주었다.양아치들은 가끔 노가다도 나가고 하는 모양인데 쉽지가 않은 모양이다. 양아치가 괜히 양아치겠는가. 그들은 여전히 예전의 일을 했지만 그전처럼 악착같이 하지는 않았다. 그들은 다만 커피숍에 와서 조용히 음악을 듣다가 갔는데 그 모습이 짠했다. 그들도 자신의 인생에 만족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양아지도 생각할 줄 아는 머리를 가지고 있으니 자신들의 삶이 어떤지는 능히 알고 있으리라.6/11 쪽

그즈음 나는 이병천의 결혼소식을 들었다. 이제야 기억나는데 신부는 동방금융의 여진연이다. 동방금융은 말이 제 2금융권이지 한 때 대한민국의 사채시장에서 가장 큰 손이었다. 경제성장기에 수없이 많은 기업들이 동방금융에서 돈을 빌어다 썼다. 재계 2위인 H그룹마저 급할 때는 손을 벌렸다니 얼마나 돈이 많았는지는 물어볼 것도 없었다. 그래서 미래그룹이 재계 30위권에서 20위로 치고 올라갈 수 있었구나 생각했다. 그리고 그는 여진연과 결혼함으로 후계자의 위치를 획득할 수 있었을 터이고.참나 그런 주제에 나에게 와서 큰소리를 치다니. 하여튼 재수가 제대로 없는 놈이다. 나는 그의 결혼소식에 문득 김미영의 안부가 궁금해졌다. 그녀는 잘 지내고 있을까 하는 궁금함이 생겼지만 그렇다고 따로 알아보지는 않았다. 드디어 꼬맹이들의 싱글앨범이 발매되었다. 아직 YouTube가 생기기 전이라 음악프로그램 PD를 만나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할 때였다. 아이들의 팀 이름은 ‘사랑에 빠진 딸기’였다. 하도 나미가 좋다고 우기는 바람에 뭐 그럼 그렇게 하라고 했다. 그래도 잘 되면 딸기 우유 CF는 하나 들어올 것을 기대하며. SN엔터테인먼트사에서 TV와 라디오 음악프로듀서를 만나 음반을 뿌렸다. 처음에는 뭔 딸기타령이냐고 구박만 당하다가 장세창 PD가 곡도 주고 키운 아이들이라고 하자 태도가 달라지더니 들어보고는 매일 라디오 음악방송에서 틀어주었다. 나는 차를 타고 가면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들었다. 이름이 독특하니 음악을 틀어주7/11 쪽

는 DJ들마다 한마디씩 했다. 어떤 DJ는 딸기소녀라고 부르기도 했다. 어둠속에서 보았어그대 슬픈 미소를우정이라 쓰고 사랑이라 읽는우리는 슬픈 연인이었죠.그댈 사랑해요. 그댈 사랑해요.마음속으로만 이렇게 고백했었죠.먼 훗날 그대 기억할까요어둠 속에서 울던 나의 눈물우정이라 쓰고 사랑이라 읽는 우리는 슬픈 연인이에요.그댈 사랑해요 그댈 사랑해요생명이 끝나는 날 읊조리는 슬픈 노래~그댈 사랑해요 그댈 사랑해요 영원히~8/11 쪽

나는 아이들의 노래를 들으며 격한 감정에 휩싸였다. 그것을 내가 일찍이 경험해보지 못한 그런 감정이었다. 뭐랄까, 굳이 비교를 하라면 내 아들 민우가 태어났을 때의 그 감격과 비슷했다. 가슴 가득 뭐라고 말할 수 없는 뿌듯함이 밀려들었다. 난 단지 아이들이 무사했으면 하는 바람이었는데 이런 감동으로 되돌아오다니 그 사실에 나 자신도 매우 놀랐다. 언제나 작은 씨앗을 뿌리면 열매는 크게 돌아온다는 농부의 말처럼 나는 사랑하는 마음으로 사람을 심었다. 세상에서 가장 귀엽고 맑고 깨끗한 아이들을 심었다. 이제 아이들이 어떻게 자라는가는 오직 오직 하늘과 아이들의 의지에 따라 달라지겠지.  나는 그냥 옆에서 작은 울타리가 된다면, 그 것만으로도 족했다.나는 이병천이 나를 찾아온 이후부터 마법수련도 더욱 열심히 하고 백범연구소의 연구원들과 만나 이 사회의 부조리에 대해서 들었다. 내가 그동안 알고 있던 것은 빙산의 일각이었다. 나는 멍하게 가만히 서서 그들이 말하는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일본이라는 나라가 어떤 나라인지는 잘 모르지만 아니 알 필요도 없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말할 수 없는 비통과 절망 그리고 치욕마저 준 나라다. 그 나라가 수십 년을 우리나라를 침략하고는 물러났다. 그들은 물러나면서 더 큰 어둠을 남겨두고 떠났다. 아직도 그 심각한 어둠이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9/11 쪽

일본은 굉장히 세밀한 나라다. 태국에서는 오토바이와 자동차를 팔아먹기 위해서 도로를 무상으로 깔아줄 정도다. 그냥 선심으로 깔아주는 것이 아니라 계산을 치밀하게 하고 깔아주는 것이다. 그러니 무서운 것이다. 이런 무서운 씨앗이 수없이 자라 이제는 도저히 어쩔 수 없는 숲을 이루었다.어디가 길이고 어디가 숲인지 모를 정도로 혼돈스러웠다. 우리 사회를 갉아먹는 해충이 너무나 많아 도저히 잡을 엄두조차 나지 않으니. 나는 그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우리사회의 부조리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었다.그들과 함께하며 어떻게 살 것인가, 대충 감이 잡혔다. 세상을 변화시키려고 한다면, 혼자서는 불가능하다. 사회의 구조를 바꾸는 일은 그 어떤 혁명보다 과격하지만 아무도 다치지 않고 병든 곳을 치유해야 한다. 나는 시민단체의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 이야기하며 그들의 꿈을 들었다. 나는 이들의 꿈이 이루어지기를 소원했다. 그래야 우리 사회도 희망이라는 것이 존재할 터이니까.거대한 공룡을 힘으로 잡는 것은 어리석은 것이다. 공룡은 힘으로 잡을 수 없다. 잡는다 하더라도 엄청난 희생을 감내해야한다. 그렇게 되면 의미가 없어진다. 잘 살려고 잡는데 죽어버리면 그게 무슨 꼴인가.공룡을 잡는 방법은, 단 하나. 스스로 무너지게 만드는 것이다. 거대한 몸을 움직이지 못하도록 만들고 먹을 수 없게 만들고 그냥 내버려두면 공룡은 스스로 죽게 된다. 저 10/11 쪽

먼 옛날의 공룡이 그랬던 것처럼.사냥은 손에 총을 들었다고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총을 조준하고 쏴도 맞지도 않는다. 그러나, 사냥꾼은 다르다. 사자가 세렌게티 초원을 거니는 것은 먹잇감을 찾으러 다니는 것이다. 사냥은 사냥꾼에게 맡기는 것이 좋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러니 나는 사냥꾼을 키울 수 있도록 사람을 모으고 돈을 모으고 그래서 조금은 나은 세상이 되었으면 한다.이 사회가 깨끗하고 맑아야 하는 이유는 내가 이곳에서 살아가기 때문이다. 내가 마시는 물과 공기가 깨끗해야 하듯 내가 살아가는 환경도 깨끗해야 한다. 나는 공룡을 쓰러뜨릴 계획이다. 그러나 아무도 다치지 않게, 그리고 누구나 행복할 수 있게.11/11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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