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시의 지배자-64화 (64/148)

< --  힘을 모으다  -- >나는 그들의 대범한 행동에 무슨 대단히 든든한 뒷배가 있는 아이들일 줄 알았다. 그런데 완전히 내 예상을 완전히 벗어났다. 그들은 순순히 자신들의 죄를 인정하고 유치장에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나는 그들을 보며 이해할 수가 없었다. 도대체 왜?의혹 속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피해자의 보호자가 나타났다. 맞은 아이의 이름은 박희태이고 보호자로 온 그의 어머니는 가해자들의 강력한 처벌을 원했다. 부모의 심정이야 그러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사실 자신의 아들을 도와준 내게 그녀는 아무런 인사도 하지 않고 가버렸다. 오히려 박희태가 나에게 너무 미안해하면서 눈치를 많이 보았지만 그녀에게는 나란 존재가 아예 없는 태도였다. 참, 이게 뭔가 하는 마음이 들었지만 사람도 제각각이라 전혀 고마움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에게 그래서는 안 된다고 강요할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마음이 이루 말할 수 없이 허탈해도 그냥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하긴 고맙다는 말을 들어도 뭐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러면 자신의 아들 때문에 경찰서까지 온 나는 뭐가 되는가.허탈해 하는 나를 보며 담당 형사가 말한다.회1/11 쪽등록일 : 12.02.19 18:21조회 : 18081/18112추천 : 192평점 :선호작품 : 6582※ 당신의 응원 한마디 한마디가 작가분에게는 큰 힘이 됩니다. 욕설/비방글은 삼갑시다.아아어덕으피: 이글은 회귀해서 예수나 부처가되어가는 이야기입니다 (2012.07.16 15:25)퓨전대체: 햐 주인공 성깔 없수 나이 어린놈들한테 욕먹으면 화도 안나나 뭐여 성인이여 답답하고 짜증나네  (2012.05.03 15:40)피아노의바다: 산으로 간다... (2012.04.15 16:29)참좋은아침: 건필하세여~~ (2012.04.06 15:35): 잘 봤습니다. (2012.03.11 20:43)폭렬용자: 인공이는 힘도 없으면서 오지랖만 넓군요.  (2012.03.07 12:17)폭렬용자: 너무 지루해지고 있군요.. (2012.03.07 12:15)파더곰: 이건 이제 포기해야할듯... 글이 어디로 가는건지 감이 안오네 ㅋㅋ (2012.03.03 16:03): 말발은 최고임   (2012.02.25 21:33)사라투에: 옛날엔 몰입도가 좋았는데 요즘은 좀 그렇네요 (2012.02.20 23:57)

“이런 일 의외로 많이 있습니다. 기껏 도와줘도 고맙다는 말 한마디도 얻어듣지 못하게 되니 우리 사회가 더 각박해지는 것이겠죠.”“......좀 그러네요.”“그렇죠?”형사는 내 마음을 이해한다는 눈빛을 담은 체 커피를 권한다. 그가 준 커피를 마시며 씁쓸해지는 마음을 버릴 수 없었다. 집으로 돌아가려다가 마음의 찝찝함을 떨쳐버리지 못해 결국 나는 가해자들을 만나보기로 했다. 나는 그들이 갇힌 유치장에서 그들을 만났다. 철장 속에 웅크리고 앉은 아이들을 보며 나는 가슴이 다시 답답해지는 것을 느꼈다. 아이들의 눈은 죽어있었다. 사회를 원망하고 절망하는 그들의 눈을 보며 나는 그들의 가슴 깊이에 숨겨진 절망은 무슨 색일까를 생각했다.그들은 지나가다 시비로 그냥 우발적으로 피해자를 구타했다고 진술했다. 왜 그랬나는 이유에는 그냥 그랬단다. 태양빛이 너무 빛나 살인을 한 까뮈의 소설 이방인에서 주인공 뫼르소만큼이나 이해하기 힘든 행동이었다. 뫼르소가 기존의 가치나 관습에 억압당하지 않는 그런 인물이라 해도 그의 살인은 이해하기 힘들다. 태양이 기존의 가치관이나 관습이라는 상징성을 가졌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그래서 나는 ‘그냥’ 그랬다는 말을 믿기 힘들었다.나는 그들에게 가까이 다가가 물었다.“왜 그랬어?”2/11 쪽

“어라, 넌 우리를 잡은 놈이네.”“왜 그랬는지 알고 싶어서 왔어.”“그냥이라고 했잖아, 시뱅아.”“그 가짜 이유 말고.”“왜, 이제야 우리가 가여워졌어? 아니면 재미있어졌냐?”나를 보며, 담담한 어투로 말하는 다소 키 작은 아이의 어두운 눈빛이 나를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도대체 이것은 뭔가. 이 절망 속에 잠긴 눈빛은 어디서 시작된 것이란 말인가. 어떻게 이렇게 어린 아이가 이런 어두운 눈빛을 가질 수가 있단 말인가. 나는 조금의 희망도 머금지 못한 회색빛 눈에 담긴 어두운 절망을 보고 놀랐다.다섯 명의 아이들은 밖에서 말도 안 되는 행패를 부리던 모습과는 완전히 달랐다. 그들은 비 맞은 닭처럼 힘없이 유치장의 벽에 기대어 쉬고 있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또 이게 뭔가, 하고 나는 갈피를 잡지 못했다. 그런 나를 아이 하나가 보고는 피식 웃는다.“시발, 괜히 관심 갖지 마. 우리라고 생각없이 사는 것 아냐. 졸라 추웠으니까.”“뭐어?”나는 그 아이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는 움찔 놀라 나를 째려본다.3/11 쪽

“왜, 왜?”“뭐를 원하지?”“관심 끄시지.”“너희는 마음의 소리를 듣고는 있나?”“왜 또 갑자기 지랄이야. 시발놈아, 네 놈은 네 길이나 가, 옆길로 가지도 말고 쳐다보지도 말고. 우린 그냥 이렇게 살다가 그냥 이렇게 죽을 거야.”이거야 원, 이런 말은 고딩에게 들을 소리가 아니다. 다섯 놈이 모여 한 아이를 팼는데도 이상하리만치 상처가 작았다. 나는 그게 이상했다. 게다가 경찰이 오면 말로는 도망가자고 하면서도 한명도 도망가지 않았다. 물론 나에게 제압되긴 했지만 끝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나는 속으로 이 아이들은 내가 어쩔 수 없는 아이들인가 보다 하고 되돌아가려고 하는 순간 한 녀석이 말했다.“왜, 아버지가 젊은 년에게 붙어먹어 집을 나가고 어머니는 비통해 하시다가 돌아가신 것들 이런 거를 만나는 사람들에게 다 이야기해야 돼? 너희들 눈에는 쓰레기처럼 보일지는 몰라도 진짜 쓰레기는 없어.”나는 아이의 말을 듣고서야 머리가 밝아졌다.이 아이들이 가지고 있었던 어둡고 칙칙한 아우라가 이런 것이었구나 하고 마침내 4/11 쪽

이해가 되었다. 나는 그 소리에 반사적으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너희들의 시련이 큰 것은 신이 그만큼 너희들에게 기대를 하고 있기 때문인지는 모르지. 여기 너희를 가두고 있는 이 철조차 뜨거운 불가마를 통과해야 나오듯 시련은 사람을 훈련시키지. 단순히 추워서 갈 데가 없어서 그런 것이라면 내가 도와줄 수도 있어.”“웃기네. 그러면 밥은? 그것도 줄 거야?”“그럴 수도 있지.”“됐어, 시발. 모르는 사람에게 동정을 받으며 사는 것보다는 소년원이 나아. 그리고 너나 잘해. 부모 잘 만나 호강하고 사는 주제에 누굴 동정하고 지랄이야.”그의 말에 나는 할 말을 잊었다. 그의 말이 다 옳은 것은 아니었지만 아이들은 절실했다. 추워서 그랬다는데 내가 뭐라 말하겠는가. 춥고 배고파 차라리 소년원이 편할 것 같아 의도적으로 그런 일을 벌였다는데 뭐라 할 것인가.아이들의 마음속에 희망이 죽어버렸기에 눈빛도 죽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기에 이렇게 살아도 저렇게 살아도 상관이 없는 것이다. 당장의 추위만 피할 수 있다면 그곳이 어디든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내가 뭐라고 할 것인가. 내가 부모도 아니고 또 부모도 포기한 아이들을 어쩌고 하는 것은 내 능력밖의 일이다.나는 경찰서를 나오면서 내가 어디로 걷고 있는지 몰라 당황스러웠다. 생각해보니 나 자신도 갈 길을 잃어버린 상태였다. 도대체 나는 어디로 가야하나. 가슴이 답답했5/11 쪽

다. 그냥 살아가는 것이 아닌, 신념을 가지고 살아야 하는데 나 역시 하루하루 보내는데 급급했다. 남들 눈에는 나의 삶은 저들과 다르게 보이겠지만 진실의 눈으로 보면 그다지 다를 바가 없었다. 돌아오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아이들이 내게 한 소리를 들으니 오히려 아이들에게 내가 야단을 맞은 느낌이다. 이렇게 살면 안 된다고 뺨을 맞은 것처럼 내 마음이 아파왔다. 물론 지금보다 열 배로 열심히 살아도 이런 마음은 다시 들 것이다. 문제는 열심히 사는 것이 아니다.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열심히 나쁜 짓을 할 수도 있고 열심히 좋은 일을 할 수가 있다. 좋은 일이라고 해서 언제까지나 선한 것일 수는 없다. 상황이 바뀌면 그 일에 대한 평가는 달라지기 마련이니까. 그래서 흔들리지 않는 인생의 목표가 중요한지도 모르겠다.나는 커피숍으로 가려던 발걸음을 돌려 집으로 돌아왔다. 나는 자리에 누워 마음이 아픈 그대로 슬퍼하며 잠이 들었다. 마침 아내와 어머니가 백화점에 갔기에 나는 덩그러니 집에 혼자 있을 수 있었다.아, 나는 비난받는 것을 그동안 두려워했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니 간이 작아진 것이다. 그래서 소극적으로 살았다. 유치장 안에 갇힌 아이들보다 내 삶이 더 나은 것이 조금도 아닌 것이다.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 고민을 하며 의식의 끈을 놓고 잠에 빠져들었다. 잠결에 아6/11 쪽

내의 말소리가 들려왔고 어머니의 소리도 들렸지만 나는 더 깊은 잠에 빠져들고 말았다.잠을 깨어보니 아내가 걱정스러운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내가 ‘왜?’하고 묻자 그녀는 조심스럽게 내 뺨을 쓰다듬는다. 그리고 조용한 목소리로 말한다.“무슨 일이든 그게 정의로운 일이면 당신 마음대로 하세요. 늘 내 눈치를 보며 머뭇거리는 것 내가 모르는 것은 아니었어요. 나 그것 때문에 사실 행복했어요. 하지만 당신이 아플 정도라면 이제 나 괜찮으니 당신 뜻대로 하세요.”나는 현주의 말을 듣고 굉장히 놀랐다. 내 고민은 그동안 나 자신도 알아차리지도 못했는데 아내는 이미 알고 있었다는 말이다. 이렇게까지 내게 그녀가 세심하게 관심을 가지고 있을 줄은 정말 몰랐다.“그래도 난 당신이 제일 소중해.”“그래도 난 당신의 사랑도 가졌고 내 남편이니 언제나 볼 수 있잖아요. 가끔은 내 눈치를 안 봐도 되요. 난 당신 아내인데.”“맞아, 당신은 내 아내지.”깨달음은 불현듯 온다. 싯다르타가 끝없는 고행에도 오지 않던 그것이 보리수 나무그늘 아래서 홀연히 찾아오듯, 나는 내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그 이상한 녀석들을 만7/11 쪽

나고 난 후에 던지게 되었다.‘나는 누구인가? 그리고 왜 여기에 있는 것이지?’나는 그냥 여기에 아무 이유없이 던져진 것인가? 하이데거가 말한 그대로 실존하는 인간은 그냥 여기 세계에 던져진 존재다. 이런 우리는 다른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존재 양식을 가지게 된다고 그는 설명했다. 실존주의는 존재의 이유를 설명하지는 않는다. 있는 것에서부터 출발하니까.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내가 속한 관계들을 살펴보았다. 사랑하는 부모님, 누님, 아내, 그리고 곧 태어날 아기. 내 세계는 여기가 끝이었다. 그러나 나는 잊고 있었다. 내 스스로 무의식의 끝자락에 묻어두었던 전능의 프레벨이 가지는 ‘의미’ 말이다. 이것이 어느 날 아무 의미도 없이 내게 떨어진 것은 아닐 것이다. 죽음에서 나를 구한 그 무엇이 여기에 감춰져 있다는 것을 단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었다.운명의 이끌림은 있는 것인가? 다시 산 나의 삶의 의무를 등한히 하고 나 혼자 행복하려고 했었다니. 나는 무엇 하려고 마법사가 된 것인가? 힘을 소유한 자는 그에 상응하는 의무를 지게 마련이다. 이것은 인과의 법칙이다. 아무 이유없이 내게 이 놀라운 일들이 발생했을 리는 없다.8/11 쪽

그날 밤, 2003년의 마지막 날에 나는 어둠속에서 또다시 담을 타 넘었다. 그는 아직 잠자리에 들지 않고 있었다. 서재에서 그는 책을 읽고 있었다.“누군가?”인기척에 뒤돌아보며 말하다가 나를 보고는 움찔 놀란다. 그러나 역시 경험 많은 기업인은 다른지 이내 평정을 회복한다.“돈을 원하나?”“아닙니다.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가 가려고 합니다.”“하긴, 내가 쉽게 만날 수 있는 사람은 아니지. 그렇다고 월담을 할 정도로 만나고 싶어 했다는 것은 흐음, 좀 그렇군. 자네가 여자가 아니라서 유감이군.”“솔직히 요즘 제 심리 상태가 불안정 합니다. 이방인에서 뫼르소처럼 남들은 이해를 하지 못할 일을 할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특별한 이유없이 당신과 이 땅의 모든 재벌들을 죽일지도 모릅니다.”“무서운 말이군. 하지만 내가 죽으면 더 많은 사람이 고생을 하게 된다는 것을 모르지는 않을 테데.”“그런 이유로 그동안 행동을 안했었죠. 그런데 최근에 마음이 바뀌었습니다. 재벌들도 평탄한 삶을 살아온 것은 아니겠지만 의무를 저버리는 자들은 모조리 제거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뭐 본보기로 몇 사람만 죽여도 알아서 하겠지요. 만약 그래도 변9/11 쪽

하지 않는다면 모조리 죽이기로 결심했습니다.”“가면을 쓰고 그 기괴한 옷을 입고 말인가.”“네. 현실의 저는 약하니까, 이렇게 가면으로 위장을 해야 올 수 있었습니다. 이야기를 저와 나누겠습니까?”“그러지. 내 목숨이 달린 이야기가 어떤 일인지 알고 싶군.”“저는 두 번의 사업을 했는데 두 번째 사업은 대기업의 기침으로 망하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그런 부당한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유감이군. 흐음......그러나 내가 자네의 사업체를 말아먹게 만들었다는 말인가?”“아닙니다.”“그런데 왜 내게 왔나?”“가장 힘이 있는 사람이니까요. 죽인다면 가장 먼저 죽여야겠지요.”“거 듣기 거슬리는군. 자꾸 죽인다는 말, 나이를 먹으니 더 듣기 싫어. 내가 거부한다면 어떻게 되나? 나를 죽인다면 자네는 무사하게 되는가?”“나는 이 땅에 존재하지 않는 자의 능력을 소유했습니다. 만약 거절하면 이곳의 모든 저택은 단 몇 초 안에 불에 타버리고 저에 대한 기록도 하나도 남지 않을 것입니다.”“자신만만하군.”“믿지 못하시는군요. 보여드리죠. 제 능력을.”“파이어.”10/11 쪽

화르르화악.푸른빛의 구체가 맹렬하게 타오르며 내 손짓에 내 주위를 돌아다녔다. 나의 의지에 따라 그 불길이 서서히 그에게 다가갔다.“크윽.”그는 기겁을 하며 피했다.“이 불덩이를 10배 이상 키울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불길은 저를 살라먹지 못합니다.”화르르화악.맹렬한 불길이 내게 다가와 내 주위를 에워쌌지만 나는 조금의 열기도 느낄 수 없었다.“이야기를 나누시겠습니까?”“물론이네.”11/11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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