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시의 지배자-66화 (66/148)

< --  힘을 모으다  -- >하루는 느닷없이 사인호 씨가 찾아왔다. 어두운 얼굴을 한 그의 모습을 보고 나는 나상미 씨와의 연애 사업이 잘 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짐작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가 한동안 말없이 앉아 있다가 하는 말이 도대체 여자의 마음을 모르겠다는 것이었다.“잘 되고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그게 아니었나보죠?”“저도 잘 되는 줄 알았죠. 한동안 진도가 나가는 것 같더니 요즘은 만나기만 하면 이열 씨 이야기만 하고 있어요.”그의 말에 나도 조금 놀랐다. 내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나를 좋아한다는 말은 물론 아니다. 그녀는 내가 결혼 한 것도 곧 아기가 태어날 것도 알고 있는데 그녀가 나를 이성으로 좋아할 리는 없었다. 그렇다면 나의 어떤 모습이 그녀의 마음에 들었다는 말이다.나는 나의 무엇이 그녀의 마음에 들었을까 생각을 해보았다. 그리고 현주가 나를 좋아한다고 말했을 때에 그녀가 나에게 한 말이 생각났다. 그녀가 한 말은 단 하나, 내가 그녀를 인기 연예인으로 보지 않고 한 사람의 인간으로 보고 대우했다는 것에 반했다는 것이다. 그때서야 의식이 있는 일부 여자들이 어떤 타입의 남자를 좋아하는지 깨달았다.회1/11 쪽등록일 : 12.02.21 00:03조회 : 17978/18008추천 : 201평점 :선호작품 : 6582※ 당신의 응원 한마디 한마디가 작가분에게는 큰 힘이 됩니다. 욕설/비방글은 삼갑시다.아아어덕참좋은아침: 건필하세여~~ (2012.04.06 17:34)아이유설리소희지영태연수지: 하아 아쉽다 잘 읽고있었는데  (2012.03.19 04:21): 잘 봤습니다. (2012.03.11 20:50): 저런 정보를 주는것 자체가 접근방법을 가르쳐주는것이고 평소에 행동하던 본심이 어디가는것이 아니니 물고기를 잡고나서 먹어치운후에 버리면 누가 책임질건가?? 즉 주인공이 독백이나 대화하면서 철학을 심을려고 하는것 같은데.. 행동에서 너무 가벼우니 이게 캐릭성격이 일관적이지 않는걸로 가는.. (2012.02.21 00:32): 오타 : 바이마흐 -> 마이바흐 (2012.02.21 00:08)

“인호 씨, 무슨 말인지 알겠네요. 인호 씨는 그녀에게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 직업들을 사실대로 말했나요?”“누가 그런 것을 사실 대로 말을 합니까?”“그녀가 제 이야기를 했다는 것은 단 하나밖에 없습니다. 사심없이 그녀를 대했다는 것, 혹시 인호 씨는 그녀를 얻기 위해 그녀가 처해 있는 현실이나 고민을 아시나요?”“네에?”“흠, 그렇군요. 인호 씨는 상미 씨의 마음을 얻기 위해 최선을 다했겠죠. 어쩌면 그런 것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좀 잘난 여자들은 의외로 자존심이 강하여 자기를 얻기 위해 노력하는 남자들의 행동을 가식으로 보거나 나쁘게 보는 경우도 있더군요. 예쁘고 능력있는 여자들은 항상 많은 남자들의 유혹을 받으니까요. 즉 지금까지 인호 씨처럼 해온 남자는 많았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인호 씨에게 그녀가 마음을 줘야하는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요?”“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제가 만난 대부분의 여자들은 이렇게 하면 넘어왔었거든요.”정보를 수집 분석하는 데에 있어서는 거의 천재적인 능력을 발휘하는 그였지만 여자의 문제는 그렇지가 않은 것 같았다. 사람과의 관계는 어떤 공식이 존재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여자가 좋아한다고 반드시 모든 여자가 좋아한다는 보장은 없는 것이다.같은 말이라 하더라도 말하는 상대에 따라서 그리고 분위기와 받아들이는 사람의 심리상태에 따라서 나오는 결과는 천차만별인 게 인간관계이다. 그러니 이럴 때는 이2/11 쪽

렇게 하라는 말은 다 소용이 없는 것이다. 평소에 그런 내용을 좋아하는 여자도 그날의 심리상태에 따라서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그녀를 얼마만큼 아세요?”“다 알죠. 그녀의 직업, 소득, 학벌, 심지어 연수원 성적까지 압니다.”“그게 문제입니다. 그렇게 객관적인 사실은 결국 아무것도 개인적으로 알지 못하고 있다는 말과도 같지요. 제가 그녀에게 인상이 깊게 남았다면 아마 한 가지 때문일 겁니다.”“그게 무엇입니까?”나는 잠시 말을 멈추고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동자를 바라보니 약간 어색해하는 것 같았다. 이렇게 정보를 처리하는 사람들은 객관적 사실을 지나치게 중요시 하는 경향이 있다. 지금도 내가 그의 눈을 바라보자 움찔 하는 것은 그가 지금까지 해온 사람과의 관계가 굉장히 형식적이라는 것이다. 만약 여자가 남자의 눈을 바라보았는데 남자가 이랬다면 그것은 게임 아웃이다.“제가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 무척이나 명랑하신 분이더군요. 그런데 그 밝음 가운데 근심이 있는 것 같아 그녀에게 무슨 고민이 있냐고 물어보았었죠. 이게 제가 그녀에게 한 것의 전부입니다.”“네? 그게 .....”“아마 그녀는 자존심이 높은 여자일 것입니다. 그래서 쉽게 자신의 고민을 남에게 말 3/11 쪽

안할 겁니다. 그런데 자신의 고민을 처음 보자마자 알아챈 사람이 있다면 어쩌면 호감이 생길지도 모르지요. 게다가 저처럼 유부남이기까지 하면 안도감도 생길 것이고 아쉬움도 생길 것이고 뭐 그런 마음이 들 수도 있죠. 문제는 인호 씨의 태도에서 그녀가 진실함을 느끼지 못했다면 그녀에게 쏟는 노력은 사실 그다지 달갑지 않을 겁니다.”나의 말에 그는 조금 당황한 듯 보였다. 사실 대부분의 남자들이 여자를 얻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지만 그게 꼭 상대방의 마음을 감동시키는 것은 아니다. 의외로 예민한 여자들은 남자가 진심으로 자기를 좋아해서인지 그렇지 않으면 그냥 남자가 자기의 열정에 사로잡혀서 하는 것인지를 정확하게 알아챈다. “직업이 무엇인지 말씀 했습니까?”“그게......”역시나 그는 말하지 않은 듯하다. 정보기관에 일하는 사람이 맞는 것 같았다.“저도 대충 알겠는데 예민한 여자들이 모를 리가 없죠. 그냥 사실대로 말하면 안 되는 것입니까?”“그게......”“솔직해지지 않으면 마음을 얻을 수 없는 여자들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녀의 외적인 조건 말고 그녀가 진심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귀를 기울여보세요.”4/11 쪽

“알겠습니다.”“그녀가 가정형편이 어려운 것은 아세요?”“어느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그녀에게 들어서 아는 것입니까?”“그것은......”“집안 형편상 그녀는 변호사 일을 해야 하지만 젊은 날의 소신을 지키기 위해 그곳에 남아 있다고 하더군요. 이런 정보를 제 삼자가 아닌 그녀의 입을 통해 들으십시오.”내가 그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은 이게 다였다. 그녀는 진심으로 인간으로 배려를 받기를 원한 것이지 여자로서 대우받기를 원하는 것이 아닐 수도 있었다.그가 돌아가고 난 후에 나는 인간의 관계에 대해서 생각해보았다. 그녀가 나를 좋게 생각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녀는 선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으니 대부분의 사람들을 좋게 생각했으리라. 그런데도 나를 기억하는 이유는 단 하나 내가 아무 사심없이 그녀를 대했다는 것.그녀에게 베푼 작은 호의는 인간으로서의 존중이외에는 아무 것도 담겨있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의 마음에 남았다는 것이다. 아무 사심 없이 베푸는 호의는 의외로 사람의 마음에 깊이 남을 수 있다. 내가 나미와 진미를 아무 사심 없이 대했더니 그것이 소문이 나 새로운 연예인 지망생들이 찾아오는 것이다. 아이들이라고 내가 그 아이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모를 리는 없다. 한두 번은 몰라도 여러 번 만나게 되면 사람은 다 느끼게 된다. 단지 그 일을 행하는 자신만이 남이 자신의 의도나 생각을 모른5/11 쪽

다고 생각할 뿐이다.그리고 오후에는 새로 연 사무실로 찾아 온 손님이 있었다.“장진주에요. 아세요?”“장진주 씨라면 바이올린니스트?”“오, 정말 아시고 계셨네요. 오빠는 아마 모를 것이라고 했었는데.”얼핏 봐도 굉장히 긍정적인 여자였다. 외모는 아름답다고까지는 말을 못해도 상당히 매력이 있는 얼굴이었다. 개성이 있는 얼굴이라는 말이 더 정확한 표현이다.“사촌오빠 이름은 장현철이에요. 몇 달 전에 이열 사장님에게 돈을 맡긴......”“아, 네. 기억이 납니다. 그때 제게 2억 정도를 투자하였죠.”“맞아요. 저도 제 돈을 투자하고 싶어서 왔어요.”“네?”“호호호, 많은 분들이 사장님에게 돈을 맡긴다고 하던데 왜 놀라시죠?”“그게 아직은 그냥 이래저래 아는 분들이 맡기셨죠. 현철 씨도 대학 동창이고. 아직까지 허가를 받지 못했습니다. 며칠 내로 아마 그런 문제는 해결될 것으로 보이지만 말입니다.”“수익률이 높다는 말을 들었습니다.”6/11 쪽

“지금이야 대세 상승장이니 위험률이 높진 않습니다. 하지만 주식은 항상 위험합니다.”“그걸 모르고 오면 멍청이에요. 다 알고 왔으니 걱정하지 마세요.”“단기 투자자금은 모두 거절하고 있습니다. 요즘 제가 단기 투자를 병행하고 있지만 단기투자는 수익률이 높을 수 없습니다.”“그렇군요. 뭐 투자야 사장님이 알아서 하시는 것이겠지요.”“잠시만요. 여기에 서류를 가져다 드리겠습니다.”나는 이미 프린트 된 서류를 찾아 그녀에게 가져다주었다.“자세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후훗, 이미 읽어봤어요. 오빠에게 준 것하고 같은 것이겠죠?”“네, 그렇습니다.”나는 서류를 만들고 나서 몇 가지를 확인하고 그녀의 투자금을 받기로 했다. 그런데 이건 뭐, 한마디로 놀랬다. 그녀의 나이가 이제 26살인 것에 비해 그녀가 가지고 있는 돈은 내 생각을 넘어섰다. 그녀가 가볍게 투자한 돈의 액수가 무려 20억이었다. 느낌으로 봐서는 20억도 그녀에겐 작은 돈 같았다.사실 전생에서도 주식투자를 안한 것은 아니지만 내가 이렇게 주식으로 남에게 투자금까지 받아서 하게 될 줄은 나도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마법사의 뛰어난 머리와 직7/11 쪽

감이 이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이번에 고용한 직원은 고작 둘이었다. 이미나 씨와 고창욱 씨가 그들이다. 그들은 직접 투자를 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자료를 분석하는 일과 장기 투자할 종목을 찾는 일을 하는 것이다. 아직까지는 직원이 많이 필요하지는 않았다. 내가 투자하는 종목에 대해서는 이미 그동안 면밀히 분석을 해놓았기 때문이다.이렇게 차분하게 준비를 하는 와중에 나는 이제 아내의 출산을 걱정하며 하루하루를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그런데 사무실의 문이 열리며 검은 정장을 한 사람 둘이 들어왔다. 남자 하나는 중년의 나이로 희끗한 머리가 인상적이었다. 다른 사람은 조금 젊어보였지만 역시 30대 이상은 보였다.“김이열 선생님 되십니까?”“그런데요?”“회장님께서 한번 뵙기를 원하십니다.”“회장님?”“S그룹의 이맹현 회장님이십니다.”“그분이 저를 왜요?”8/11 쪽

나는 S그룹에서 나를 찾는다는 말에 뜨끔했지만 한편 피식 웃었다. 대충 감은 잡은 것 같은데 증거가 없으니 뭐라 할 수도 없으리라. 게다가 내가 무슨 일을 벌인 것도 아니고 현실적으로 내가 쫄 이유가 하나도 없었다. 최악의 경우라 해도 공갈협박에 가택침입밖에 안 된다. 그리고 설령 나라는 것이 밝혀져도 내가 그랬다는 증거물이 없다. 그들이 어떻게 프레벨을 찾을 수 있단 말인가.“근데 그분이 왜 저를 찾지요?”“아, 선생님과 차를 나누고 싶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선한 의도니 거절하지 말아달라는 부탁의 말씀도 있었습니다.”“흐음, 그렇군요. 끄응.”선한 의도로 모신다는 말은 적대관계가 되고 싶지 않다는 말이고 이를 내가 거절하는 것은 서로 반목을 하자는 말과도 같았다. 그렇다고 받아들이는 것은 내가 그 일을 한 사람이라는 것을 시인하는 꼴이었다. 왜냐하면 거대그룹의 총수가 나를 만날 이유는 그것 외에는 없기 때문이다. 하아, 어쩐다. 나는 난처해졌다. 아무 생각없이 현주에게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라는 말을 듣자마자 충동적으로 일을 했더니 꼬리가 밟힌 듯 했다.“아시다시피 제 아내가 병원에 입원해야할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애매합니다.”“아, 그런 문제라면 저희 의료원으로 사모님을 모시겠습니다.”“다니던 병원이 있습니다.”9/11 쪽

“물론 그렇겠지요. 하지만 저희 의료원은 우리나라 최고의 병원입니다. 조금도 걱정하시지 않으셔도 됩니다.”“아닙니다. 일단 가시죠. 저희 부모님도 계시니 제가 없어도 현주의 일은 어려움이 없을 것입니다.”내가 거절의 뜻을 완곡하게 표현하자 남자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모시겠습니다.”나는 사무실을 나오자 검은색 마이바흐가 서있다. 나는 그 차를 보며 속으로 젠장할, 하고 외쳤다.차는 스르르 달렸다. 차의 뒷좌석에 타고 보니 승차감은 좋긴 하다. 안 좋으면 도둑놈이지. 이렇게 비싼 차가 승차감이 나쁘다면 그것은 말도 안 된다. 하아, 이거는 참나. 말이 안 나온다.호텔에 도착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니 단아한 한국적인 고풍스러운 이미지의 룸이 나온다. 이건 뭐, 호텔 한 층을 아예 자신의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다니. 나중에 안 일이지만 한 층 전체가 아니라 좀 독특한 구조의 별실로 크기로는 3분의 1정도였다고 한다.그가 환한 웃음으로 나를 맞이한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바쁜 사람가운데 한 사람인 10/11 쪽

그가 나를 보자고 하는 것은 뭐 안전을 담보 받고 싶어서겠지.“처음 뵙겠습니다. 김이열이라고 합니다.”“하하하, 어서 오십시오. 너무 뜻밖이라 좀 놀라지 않으셨소?”“놀랐습니다.”“흐음, 뭐 깨놓고 이야기 합시다. 나는 김이열 씨가 그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그 사람이라뇨?”“흐음, 이러면 좀 곤란한데. 뭐 증거가 없으니. 나는 그대의 놀라운 능력에 감동을 받았소. 그 H그룹의 그 양반은 더 놀란 모양이더군. 안심을 해도 되네. 나는 그때의 일을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았지. 그 양반도 그렇게 한 것 같고 말일세.”“모호한 말씀을 하시는 군요. 아마도 그 사람도 자신의 신분을 밝히고 싶지 않은가 봅니다.”“아, 그런가?”그와 나 사이에는 잠시의 침묵이 흘렀다.11/11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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