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도시의 지배자 -- >“헉!”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비명을 지르고는 잠에서 깨어났다. 온몸이 흘린 땀으로 축축했다. 드래곤의 눈이 꿈속에 나타나지 않았음에도 잠자는 내내 나는 가위에 눌렸다. 그리고는 다시 자리에 누워도 잠이 오지 않고, 정신은 점차 뚜렷해지기에 일어나 창밖을 바라보았다. 어둠이 빌딩 사이로 스며들어 불빛이 깜박거리는 도시를 지배하고 있었다. 사람도 차도 지나가지 않는 적막한 시간에 나는 말없이 눈물을 흘렸다. 울려고 우는 것이 아니었다. 나도 왜 우는지 몰랐다. 그냥 흘러내리는 눈물이었다.욕실로 가 뜨거운 물에 몸을 담구고 앞의 거울을 보니 붉은 눈동자가 번뜩거리며 노려보고 있었다. 나는 이제까지 알지 못했다. 드래곤의 마나로 마법사가 된다는 의미를 말이다. ‘나는 누구인가?’물음을 던지면 낯선 눈동자가 나를 바라본다.이토록 낯선 나는, 예전의 나와 동일한 사람인가?붉은 눈이 여전히 거울 안에서 깜박인다. 서늘하고 차가운 눈동자가 피곤한지 자꾸만 눈꺼풀이 무거워온다. 눈꺼풀은 무거워 오는데도 잠은 오지 않아 욕실에 그대로 회1/11 쪽등록일 : 12.04.20 03:17조회 : 12597/12619추천 : 206평점 :선호작품 : 6583※ 당신의 응원 한마디 한마디가 작가분에게는 큰 힘이 됩니다. 욕설/비방글은 삼갑시다.아아어덕: 잘 보고 있어요. (2012.04.22 09:30)남도유랑자: 잘보고 갑니다. 건필하세요~ (2012.04.21 20:03)대체로: 잘 보고 갑니다 (2012.04.21 19:13): 힘을 보여줄때가 잔잔하게 너무오래함 조금에 폭력이 있어야 (2012.04.21 18:23)개고생: 민우를 보면 마음이 망막해 지네요..그래도 부자관계였는데,이제 남이니 사랑이 남은 사람의 감정은 어떤 느낌일까요? 내가변해야산다: 잔잔하게 가다가도 지를땐 질러줘야 하는데, 좀 아쉬운 부분이 있네요.. (2012.04.20 22:54)러브와퍼: 마무리 되어 가는 과정이 조금 아쉽네요. 인간이 가질 수 없는 능력을 지닌 주인공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쉬운 해결 방법이지만 ㅠ 그래도 그런 부류들이 쉽게 나올 수 없도록 사회를 변화시키려 노력하는 모습은 무척 마음에 듭니다. 마지막 해결책이 결국 살인이라는게 아쉽지만요. 항상 재밌게 읽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2012.04.20 17:32)참좋은아침: 건필하세여~~ (2012.04.20 15:01)윤아와연아: 잘보고갑니다 건필하세요~ (2012.04.20 13:46)다이린: 아....민우만 보면 울망울망해지는 독자1만드셧네요 ㅠㅠㅠㅠ 민우 아련하다..... 쥔공은 평생 죄책감과 사랑스러움을 지고갈텐데 뭐 어떻게 이어질 방법이 없는듯 ㅠㅠㅠㅠ (2012.04.20 09:56)
있었다. 물이 차가워지면 다시 뜨거운 물로 몇 번이나 교환을 했다.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알 수 있었다. 왜 사람을 죽이거나 분노하면 감정이 메말라 가는지를. 역시 드래곤 하트 때문이었다. 자크 에반튼은 나와 달리 고위급 마법사였으며 드래곤 하트에 대한 의존도가 상당히 낮았다. 그가 살던 세계에는 마법의 물질인 마나가 풍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지구에는 마나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니 모든 마법을 이루는 마나의 구성체가 오직 드래곤 하트에서 나온 마나로 되어있다. 그것이 문제였다. 오직 드래곤 하트의 마나만으로 마법을 사용하다보니 시간이 지나면서 드래곤의 성품에 영향을 아주 조금이지만 받기 시작한 것이다. 아주 적은 영향임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감당하기에는 힘든 것이었다.마나수련을 해서 마나를 매일같이 정제해야 그나마 버틸 수 있었다. 마법이 전지전능한 것이 아니었다. 다른 세계의 힘을 사용하니 제재가 뒤따른 것이다.나는 동방금융의 여진산에 대한 조사를 기다리면서 차분하게 마나를 수련했다. 이제는 마나를 수련할 때 드래곤 하트를 꺼내놓지 않는다. 물론 그렇게 하면 수련 효과는 좋지만 수련할수록 내 자신의 정체성이 옅어지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수련을 마치고 소파에 앉아 TV를 시청하였다. 어제 발생했던 일본의 원자력 발전소 폭발사고 보도가 오늘도 계속 되고 있었다. 일본은 대규모 지진과 쓰나미로 인해 후쿠시마 현에 있던 원자력발전소에서 방사능 누출된 것이다. 이 사건은 일본정부와 2/11 쪽
원자력발전소를 운영하던 도쿄전력의 안이한 판단으로 인해 사고를 키웠다. “일본이라?”일본은 원전사고로 정신이 없었을 때조차도 독도는 자신들의 땅이라고 주장해서 빈축을 샀다. 나는 TV를 껐다. 더 듣고 있으면 일본에 대한 감정이 극도로 나빠질 것 같았다.내가 만난 일본 사람들을 보면 정말 착하고 예의 바른데 집단만 이루면 이상한 말들을 하는 것이 웃겼다. 남의 땅을 자신들의 땅이라고 주장하기 위해서는 뻔뻔함도 있어야 하지만 무엇보다도 근거가 필요했다. 일본은 이 근거를 국제사회에 제시하기 위해 수많은 작업들을 해왔지만 한국정부는 가수 김장훈 씨가 하는 일보다 더 어설펐다.내 코가 석자인데 누가 누굴 걱정한단 말인가. 나는 빨리 일을 마치고 가족에게 돌아가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아내의 얼굴, 그리고 아이들의 얼굴이 시시 때때로 눈앞에서 어른거렸다.며칠을 이렇게 시간을 죽이며, 때로는 마나수련을 하며 지냈다. 그리고 마침내 기다리던 자료가 넘어왔다.나는 자료를 보고서는 씁쓸했다. 내 원수이기도 한 이병천이 동방금융과 아주 밀접3/11 쪽
한 연관을 맺고 있었다. 여진산은 자신의 사위로 야심이 있는 그를 선택하였고 그도 여진산의 돈과 배경이 필요해서 사랑하지도 않는 여진연과 결혼을 한 것이었다.이렇게 동방금융의 여진산과 죽이 맞았으니 재계서열 32위인 미래그룹이 20위로 올라갈 수 있었던 것이다. ‘그래 차라리 잘되었다. 이렇게 되었으니 원한을 갚는 것에 찝찝함이 없어지겠군.’나는 자료를 정리하며 어떻게 동방금융을 해체할까 생각했다. 동방금융은 말이 금융이지 엄청난 돈을 가진 회사다. 비상장 회사로 주로 사채업에 손을 대고 있으며 각종 이권사업에 개입하고 있었다. 동방금융의 주 수입원 중의 하나가 바로 땅투기였다. 땅장사가 의외로 돈이 많이 벌린다. 특히 개발정보를 미리 빼낼 수만 있으면 앉은자리에서 돈벼락을 맞는다는 것이 바로 이 땅이었다.동방금융이 그러했다. 신도시 건설 정보를 담당공무원에게 빼내 미리 땅을 사서 쉽게 돈을 벌곤 했다. 투자대비 수익률로 따지면 엄청난 장사를 하는 것이다.사업은 현금이 많은 놈이 장땡이다. 돈이 있으면 남들보다 훨씬 싸게 구입할 수 있다. 종이, 석유 등등 모든 분야에서 현금으로 물건 값을 지불하면 시세보다 싸게 구입이 가능하다. 심한 것은 반값이하로도 가능하다. 사실 1997년에 일어난 IMF구제금융은 유동성의 부족이었지 한국경제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경기가 좋다보니 돈을 비축해놓지 않고 자꾸만 투자를 한 것이 문제였다. 그 당시 금리가 30% 가까이 되4/11 쪽
었으니 어지간한 기업들은 다 날아갔고 지금 남아 있는 기업들은 굉장히 튼튼한 현금구조를 가지고 있다. 동방금융은 IMF 때 대박을 맞이했다. 돈을 다루는 기업이다 보니 헐값에 나온 땅과 회사를 날름 먹어버린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미래그룹과 연대를 통해 더 규모를 확장해 가고 있었다.나는 다시 어둠에 숨어 담을 넘으면서 생각했다. 도대체 내가 제거해야 할 적들은 얼마나 많은가, 하고 말이다.여진산의 저택은 굉장히 견고했고 각종 전자장비로 도배를 하다시피해서 여타의 다른 집들과는 전혀 달랐다. 단순하게 CCTV만 설치한 것이 아니라 도처에 적외선 경보장치가 되어 있어 침투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휴~”간신히 도착한 건물 안은 그야말로 호화찬란 그 자체였다. 해외의 유명 작가의 그림과 조각상들을 보면 저절로 감탄이 나올 정도였다. 램브란트의 작품은 물론 피카소의 그림도 있었다.밤인데도 층층마다 경호원들이 지키고 있었다. 나도 돈이 좀 있지만 이 저택에 비하면 내 집은 초가집처럼 초라해 보였다.5/11 쪽
‘후아, 취미는 이렇게 고상한데 인간은 쓰레기이니.’나는 아주 조심스럽게 조사를 했다. 그리고 의외로 사람들이 적게 거주한 것임을 알았다.‘혹시 함정?’갑자기 뒷머리가 서늘해지며 등줄기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나는 재빨리 스파이 웹 마법으로 천창으로 뛰어올라 붙었다. 한번 의심을 하자 이상한 것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일단 이곳이 가정집이고 여진산이 기거하는 곳이라면 있어야 할 사람의 온기, 즉 사람이 살았던 흔적들이 남았어야 하는데 너무나 깨끗했다. 마치 미술관에 온 느낌이었다.‘혹시 다른 세력들이 몰락한 것을 알고 미리 준비를 한 것인가?’생각할수록 이상한 점이 많았다. 가정집에 무슨 자외선 경보장치가 왜 필요하겠는가?‘함정이군.’6/11 쪽
나는 서둘러 그의 저택을 빠져 나왔다. 그렇다면 이 쥐새끼 같은 놈을 어디서 찾는단 말인가?원래 돈을 가지고 노는 놈들이 조심성이 많다고 하더니 여진산도 그런 것 같았다. 여우는 굴을 파도 도망갈 곳을 여러 곳을 만들어 놓는다더니 여진산이 그 꼴이었다.‘쉽지 않겠어.’이곳이 함정이라면 무엇을 노린 것이지? 물론 나를 잡으려고 한 것이겠지만 의아했다. 나는 한 번도 흔적을 남긴 적이 없었는데 말이다. 나는 오늘은 그냥 돌아가기로 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 잠을 잤다. 날이 밝아오자 가볍게 운동을 하며 저녁을 기다렸다. 여진산을 찾기 힘들다면 쉬운 놈부터 처리하면 된다. 바로 이병천 말이다.나는 이병천을 처리하기 전에 그 여자 김미영이 갑자기 보고 싶어졌다. 그녀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민우는 얼마나 컸을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대부분의 투자금을 돌려주었지만 내 주변 사람들의 위탁금은 아직까지 돌려주지 않고 있었다. 사실 전지나 지배인의 돈은 소연이가 대학갈 때까지 맡아줄 생각이었다. 역시 민우를 위해 내게 맡긴 그녀의 돈도 그렇게 할 생각이었다. 내가 아무리 신경을 안써도 은행이자보다는 더 수익률이 높을 터이니 말이다.그녀가 운영하는 제과점을 보니 반가움이 반, 서러움 반이다. 전생에 내 아내로 20년을 살았던 여자가 이제는 혼자 아이를 키우는 모습을 보니 원망도 섭섭함도 없어졌7/11 쪽
다. 무엇보다 민우에 대한 내 사랑이 너무 진해 그녀를 미워할 수가 없었다. 나는 정말 궁금했다. 민우가 예전처럼 반듯하고 사랑스러운 아이로 자랐을 지가 말이다.아버지를 살리려고 죽은 아들, 그것도 아들을 저주하고 집에서 쫒아낸 아버지를 위해 죽으면서도 사랑한다고 고백했던 나의 아들, 그 아이는 이제 나와 아무 사이도 아니지만 그 아이가 내게 준 그 사랑의 깊이가 너무 커서 지워도 지워지지 않는다. 그 아이에 대한 그리움과 미안함은 심장이 멈춰지기 전에는 없어지지 않을 것 같은데, 나는 그의 앞에 나설 수가 없는 남이 되었다.그녀의 가게는 여전히 사람들이 많았다. 상냥하고 친절한 여주인이 하는 가게는, 그것도 아름다운 여자가 하는 가게는 잘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녀가 몸에서 명품 옷을 치우면서 오만함도 버렸으니 손님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어머, 오셨어요.”깜짝 놀라며 밝게 웃는 김미영의 얼굴은 밝았다. “잘 지내셨어요?”“네, 물론이에요. 그런데.....”“미국에 가 있어요. 잠시 들렸어요. 일이 있어서.”“아, 그렇군요. 미국에서 계속 있으실 건가요?”8/11 쪽
“아뇨, 잠시 가 있는 거예요.”“아, 네. 자리가......없네요.”“그렇군요.”주위를 둘러봐도 빈자리는 없었다. 아마도 몇 년 전부터 커피를 같이 팔면서부터 부쩍 손님이 는 듯했다. 스타벅스나 까페모네와 같이 잘 알려진 브랜드는 아니지만 꽤 맛있는 커피전문점을 제과점 안에 유치하면서 수익이 늘어나 경제적인 어려움에서 다소 벗어난 듯 보였다.“그럼 제 방에라도 가시겠어요? 모처럼 오셨는데 그냥 가시게 할 수도 없고.”“그럼 커피 한잔 주세요.”“물론이에요.”그녀가 직원들에게 가서 뭐라 지시를 내리고 작은 방으로 안내했다. 내가 운영하는 커피숍의 서재만한 크기였는데 아이 장난감이나 책이 많았다.“엉망이죠?”“제 커피숍의 방과 크기가 비슷하군요.”“어머, 그래요?”그녀는 장난감을 한쪽에 치우고 빈자리에 의자를 가져다 놓았다. 나는 그 의자에 앉9/11 쪽
으며 편안해 보이는 여자의 얼굴을 바라보았다.“말씀을 안 드리고 미국을 가서 마음에 걸렸었습니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의 돈은 모두 돌려드리고 몇 몇 분만 아직까지 제가 가지고 있습니다. 아, 잠시만요.”나는 스마트폰으로 증권계좌를 접속해 그녀의 수익률을 이야기 해주었다.“원금이 작아서 많아지지는 않았지만 지금 1억이 조금 넘네요.”“그렇게나 많아요?”“아, 네. 제가 요즘은 적극적으로 주식을 하지 않기에 이제는 이전처럼 큰 수익률이 나올 수는 없지만 이제는 종자돈이 조금 커졌으니 갈수록 돈은 늘어날 것입니다.”“아, 정말 고맙습니다.”고개까지 숙이며 마음에 담긴 감사를 하는 그녀의 모습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이 돈은 내 아들이었던 민우를 위해 쓰일 돈이니 내가 왜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겠는가.직원이 커피를 가져와 마시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혹시나 민우를 볼 수 있을까 했더니 할머니가 돌봐주신다고 집에 있다는 말에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그녀의 아버지는 내가 운영하는 회사 중의 하나에 취직시켜주었다. 그래도 꽤 이름 있는 제약회사의 사장으로 있던 그녀의 아버지는 회사를 잃어버린 충격으로 예전처럼 활발한 일을 하지 못하게 됨에 따라 비교적 일이 적은 회사의 이사로 취직했다.10/11 쪽
나는 은근한 말로 아이의 아빠에 대해 물었다. 이병천에 대해 묻자 그녀의 안색이 나빠졌다. “그 사람, 이제 신경도 안 써요. 한바탕 드잡이 하고 집안이 저 때문에 망하게 된 후로는 없던 정도 다 사라졌어요. 다행한 것은 자녀양육권을 포기해준 것이 고마울 따름이죠.”나는 그녀의 얼굴을 보며 아직도 그녀가 그에게 미련이 남아있음을 알았다 왜 아니겠는가. 아이의 아버지인데. 아이가 살아있으면 끈은 끊어지지 않는다. 그것이 애정이 아니어도 아이의 아버지이니 마음에서 완전히 지울 수는 없을 것이다. 인생이란 생각처럼 그렇게 척척 되는 것이 아니니.나는 그녀와 작별을 하며 제과점을 나왔다. 그리고 나는 외할머니의 손을 잡고 오는 민우를 보았다. 괜히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것이 눈물이 날 것 같았다.“할머니, 이제 다 왔어요. 다리 안 아파요?”“호호, 이 할미는 괜찮다.”나는 물끄러미 민우가 제과점 안으로 사라지는 것을 망연하게 바라보았다. 어디선가 라일락 향기가 나는 것 같아 주위를 둘러보아도 그 어디에도 라일락꽃을 볼 수는 없었다. 11/11 쪽
나는 물끄러미 민우가 제과점 안으로 사라지는 것을 망연하게 바라보았다. 어디선가 라일락 향기가 나는 것 같아 주위를 둘러보아도 그 어디에도 라일락꽃을 볼 수는 없었다. 11/11 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