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시의 지배자-147화 (147/148)

이제 나는 평범한 일상을 즐길 수 있을까? 나는 미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생각에 잠겼다.나는 한동안 미국에서 더 머물 것이다. 사람들이 나를 잊을 때까지. 시간이 지나면 평범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일면 그것은 맞았다. 더 이상 매스컴의 관심을 껐다. 이렇게 된 과정 중에는 동원&현 재단에서 나에 대해 보도를 하는 방송이나 신문을 적대적 M&A를 할 수도 있다고 말하자 나에 대한 관심은 거짓말처럼 사그라졌다.내가 할 일은 동원&현 재단이 대신 해주고 있었다. 막강한 자본을 가지고 부당한 방법으로 하청업체를 압박하는 회사는 뜨거운 맛을 보곤 했다. 중소기업을 지원하다보니 공정하지 못한 계약관계로 인해 고통을 받는 회사가 너무나 많았기 때문이다. 이런 기업을 혼내주는 일은 생각보다 많이 하지 않아도 된다. 한두 기업만 혼내면 알아서 긴다. 순이익을 아주 조금 적게 낸다 하더라도 회사를 빼앗기는 것보다는 낫기 때문이다.동원&현 재단이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그것이 하나의 거대한 문화가 되었기 때문이다. 불의한 사회를 개인이 고치기란 요원한 일이다. 그래서 나는 처음부터 이렇게 하나의 거대한 단체를 만들 생각을 했다. 나는 라인홀더 리버의 <도덕적 인간 비도덕적인 사회>를 신봉하는 사람이다. 개인은 정의로울 수 있지만 기업이나 단체는 7/9 쪽

절대 그럴 수 없다. 개개의 이익이 너무나 첨예하게 충돌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동원&현 재단에 감사기능을 굉장히 강하게 만들어 놓았다. 특히나 돈의 집행은 한 두 사람이 할 수 없게 만들어 놓았다.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는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살아가고 있다. 각자 다른 사랑과 각자 다른 인생의 이야기가 시간의 길이만큼 있다. 우리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알지도 못한다. 종교적이고 철학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그냥 내 삶 자체가 그렇다는 것이다. 단 한 번도 내가 다시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지 못했었다. 그리고 비참했던 내 삶이 이렇게 행복하게 될 줄은 예상도 하지 못했다.빈털터리가 된 나는 타임스퀘어 광장을 거닐며 내 인생에 행운을 준 운명에게, 내 헌신이 이해되었을까 생각했다. 이제 나를 위해 살아도 될까? 이전까지 무척이나 행복했지만 10년의 세월 동안 돈을 벌면서 오직 이 순간만을 위해 달려왔었다.나처럼 이기적인 인간이 이렇게 할 수 있는 것도 다 내주변의 고마운 사람들 탓이고 운명의 여신이 내게 행운을 선물해주었기 때문이다.나는 거리를 걸으며 내게 또 다시 물었다. 이제 나를 위해 살아도 될까? 지금까지 살아온 삶도 나의 행복을 위해 살아왔지만 이제는 온전히 내 가족과 부모님을 위해서 살아도 내 양심이 부끄럽지 않을까 생각했다.대답은 ‘아니다’였지만 내게 다른 방법은 없음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이제는 내 8/9 쪽

짐을 나눠서 짊어줘 줄 많은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동원&현 재단을 통해 어려운 이웃을 돌볼 것이며, 부당한 대우를 받는 중소기업을 위해 법률적 자문을 해줄 것이다. 내가 혼자 평생을 사회를 헌신하는 것보다 더 큰 일을 그들이 해주고 있다.우리의 사회가 변하려면 개인이 아닌 제도가 개선되고 게임의 룰이 바뀌어야 한다. 전능의 프레벨을 소유한 자로서 폭력을 두려워해왔던 것도 나의 개인적 성향 때문이기도 하였지만, 그렇게 폭력을 사용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너무나 작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혼자 걷는 것보다 둘이 걸으면 외롭지 않다. 둘보다는 셋이 가는 인생이 재미있는 법이다. 나는 내 미천한 마법사의 직감을 이용하여 돈을 벌고 그 돈으로 자신을 희생해서 다른 사람을 돕는 것이 아닌, 나름 풍족한 월급을 받으면서 다른 사람을 돕는 동료들이 생기기를 원했다. 돕는 사람이 행복하지 않으면 진정으로 남을 도울 수 없다. 그리고 오래 그 일을 할 수도 없다. 시민단체에서 일하던 나상미 변호사가 결국은 다시 법률회사에 취직한 이유도 같은 것이었다. 시간이 지나면, 동원&현 재단이 존재할 이유가 없어질 그 날이 오기를 소원한다. 그런 날이 오기를.낙엽이 떨어지는 공원의 길은 마냥 행복하게 보였다. 이 자유가 어디서 오는지 나는 알고 있다. 나는 앞으로 행복할 것이고 나를 아는 사람들도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원한다.9/9 쪽

낙엽이 떨어지는 공원의 길은 마냥 행복하게 보였다. 이 자유가 어디서 오는지 나는 알고 있다. 나는 앞으로 행복할 것이고 나를 아는 사람들도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원한다.우리는 정말, 그럴 수 있을까?묻는다면 나는 대답한다. 물론이다, 라고 말이다. 9/9 쪽

나는 시간이 흐르면서 천천히 늙어갔다. 마법을 더 이상 배우지 않은 탓도 있었지만 오래 산다는 것이 축복만도 아니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법을 대성하면 자크 에반튼처럼 1000년 이상을 살 수도 있었다. 드래곤 하트가 아공간에 그대로 남아 있어 불가능한 일도 아니었다. 그러나 나는 오래 산다는 것만큼 고단한 것도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현주와 손을 잡고 길을 걷기도 하고 여행도 같이 했다. 나는 다시 사는 삶이 행복했다.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늙어간다는 것은 정말 매력적인 일이었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아침을 맞이하며 계절이 변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경이로웠다.나는 전생의 아들이었던 민우가 대학에 합격한 날 그를 만났다. 너무나 잘 자라주었고 무엇보다 살아있어 주어서 고마웠다. 보는 것만으로도 벅차 눈물이 흘러내릴 것 같았다. 가슴이 먹먹했다. 마침내 내 인생의 최대의 실수였던, 아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도 완전하게 접을 수 있게 되었다. 그동안 김미영이 내게 맡긴 돈을 찾아서 주었다. 그녀는 내가 준 통장을 보고 너무 놀란 나머지 바닥에 떨어뜨렸다. 나는 무엇보다 민우의 몫으로 하는 투자에 가장 신경을 썼다. 그래서 내가 내민 통장회1/6 쪽등록일 : 12.05.08 04:21조회 : 11236/11271추천 : 333평점 :선호작품 : 6583※ 당신의 응원 한마디 한마디가 작가분에게는 큰 힘이 됩니다. 욕설/비방글은 삼갑시다.아아어덕누이밀라: ㅠㅠ너무 좋았습니다. (2012.09.18 12:14): 수고용~ (2012.09.07 17:10): 전 소설이나 드라마 결말을 보면 너무 허무하고 그거와 같이 인생도 결말이 너무 허무하니 회의감을 느끼거든요.. 그래서 소설이나 드라마는 마지막 편을 안 보는 편인데 오랜만에 마지막편까지 봤네요.. 저는 다 좋습니다 좋은 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여조: 최고다.. 원고료 쿠폰 처음으로 써보내요 (2012.08.20 13:44)꼬뭉: /ps- 아랫 코멘중. 쉬운 보다 가벼운이 더 낫겠네요 (2012.07.29 13:16)꼬뭉: 차기작인 리그는 훨씬 쉬운 문제를 다루게 되겠지요.. 다만......여기서..작가님의 필력이 묻히는 결과가 일어나지 않길 바랍니다.  꼬뭉: 장중보옥을 공개하는 느낌의 글이였는데 뭐랄까 끝에 다다를 수록 쫒기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2012.07.29 13:09)꼬뭉: 뭐라 말로 표현할수없는 허탈함이 느껴지네요.....무력감이라 해야 하나요 ㅎㅎ;.  (2012.07.29 13:08)하늘사랑-: 도시의 지배자 완결보다는 더 좋은데요? 처음에 그 작가님 글인가 해서 봤는데 아니더라구요 그래도 끝까지 봤는데 정말 재밌게 정주행 했어요~ (2012.07.21 19:05)깐돌아빠: 정치문제와 강아지...아우,,,이제야 왜 글이 이렇게 끝났는지 알겠네요. 참...아쉽고 고맙습니다,. (2012.07.11 02:50)

의 액수는 그녀가 상상한 것보다는 몇 십 배는 컸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이 이런 것밖에 없었지만 그래도 민우를 위해 무엇인가를 할 수 있어서 좋았다.민우는 정말 그녀를 닮아 미남이었다. 그리고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청년으로 바르게 성장했다.페이스북이 상장하고서 내 지분이었던 5%가 수십조로 불어나는 것을 지켜보았다. 너무 커진 돈에 고민을 했지만 이제는 나에게 신경을 쓰는 사람이 없어서 그대로 가지고 있었다. 나는 이 돈으로 명가를 만들고 싶었다. 경주교동 최씨부자처럼 누구나 인정해질 수 있는 가문을 만들어 보려는 시도는 결국 성공하지 못했다. 딸 둘이 모두 개구쟁이로 자라서 진지한 것에는 도무지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유진이도 나이가 들면서 유쾌한 성격으로 변했던 것이다. 그 누구보다도 현주를 가장 많이 닮아버렸다.그리고 또 시간이 흘러 딸들이 결혼하는 것을 지켜보고 가슴 하나가 떨어져나가는 아픔을 두 번이나 겪고는 딸들의 행복하기를 바랐는데, 늘 부부싸움으로 친정 오는 것을 밥먹 듯 하더니 결국 큰딸 내외가 집으로 들어와 살았다. 내가 아버지 집에 빌붙어 살듯이 큰딸이 그렇게 살고 있었다.그러면서 엄마 아빠가 심심해 하실 것 같아서 왔다고 말했다. ‘정말이니?’하고 내가 진지하게 묻자 말하던 입을 다물었다.우리는 언제나 이렇게 살아가겠지. 자식을 사랑하며 어찌 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서2/6 쪽

는 아쉬움과 그리움을 가슴에 품고. 그러면서 언젠가는 내 삶을 진지하게 뒤돌아보는 날이 올 것이라는.동원&현 재단은 지난 세월동안 놀라운 일을 하였다.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많은 법률을 재정하는데 지원을 했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뿐만 아니라 생산성의 향상에도 기여를 많이 했다. 재단의 영향력으로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기술혁신을 도와 동반 성장을 해나가면서 많은 일자리가 새롭게 생겨났다. 동원&현 재단이 동원산업에 위탁한 주식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재산이 불어나서 이전보다 더 거대한 규모가 되었다.이제는 유진이가 재단 이사장을 하고 있다. 그 아이는 현주와 달리 의욕적으로 일을 했는데 가정생활과는 달리 재단 일은 굉장히 잘 했다.나는 유진이를 불러 왜 그렇게 부부싸움을 하냐고 물었더니 아빠 엄마처럼 사는 것은 재미가 없어서라는 말을 듣고 뒷목을 부여잡았다.그래도 내 딸들아 행복하게 살아라. 짧은 인생을 천년처럼 즐기며 살아라.나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동안 살아왔던 시간의 축복에서 나는 비로소 놓여났다. 나를 노려보던 드래곤의 붉은 눈이 나를 떠나며 미소를 지었다.3/6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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