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던전 사냥꾼-63화 (63/242)

던전 사냥꾼 63화

* * *

에드워드의 하반신은 완전히 뭉개졌다. 현대 의학으로는 수습이 불가능한 수준. 일반적인 물약으로도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였다.

단원들은 내가 에드워드를 데려오자 고개를 갸웃했다.

“새로운 단원이다.”

짧게 말했다. 허나 의문이 해소되기는커녕 더욱 커졌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나는 단원들을 무시한 채 비행기로 돌아가 에드워드를 눕혔다. 영국의 대사가 재차 고마움을 표하며 나를 만다고 싶다는 의사를 표했지만 무시하고 이동한 것이다.

영국에서의 몬스터 웨이브를 막았다고 끝일 리 없다. 이제 다음 차례였다. 마족들의 포인트 벌이를 방해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방해하는 게 나의 계획이었다.

에드워드는 그 뒤로도 좀처럼 깨어나지 못했다.

어린아이가 겪기엔 강한 충격이었을 터.

34란 높은 지능 덕분에 쉐이드의 정신 지배에서 벗어났을 따름이다.

그나마 유은혜와 이지혜가 에드워드를 불쌍히 여기고 간호하기 시작했다. 악몽을 꾸는 듯 에드워드가 비명을 내지를 때면 물수건을 가져와 땀을 닦아 주거나 오줌을 지릴 땐 직접 속옷을 갈아입혀 주는 등의 선의를 베풀었다.

그런 지극정성 덕인지 에드워드는 3일 뒤 정신을 차렸다.

“여, 여긴 어디예요? 내 동생 루니는 어디 있고요?”

에드워드는 눈을 뜬 즉시 동생을 찾았다.

단원들은 모두 번역 마법이 걸린 도구를 소유하고 있었다. 던전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물품 중 하나가 바로 번역 마법이 걸린 물품이었다.

유은혜 역시 왼쪽의 귀걸이를 통해 에드워드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 반대로 유은혜가 말하는 내용 또한 자동으로 치환되어 에드워드의 귀에 닿았다.

“안녕, 에드워드? 이름이 에드워드 맞지? 반가워. 나는 유은혜라고 해.”

“부모님은 어디 계세요? 당신들은 누구…….”

에드워드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익숙하지 않은 장소.

귀가 멍한 데다 약간 어지럼증이 찾아왔다.

이곳에 있는 건 에드워드와 유은혜뿐만이 아니었다.

다른 대원들은 이런 상황이 익숙하지 않아 고개를 돌렸다.

유은혜가 나름 최선을 다해 인자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우리는 데빌 헌터 공격대의 대원들이란다. 우리 공대장님께서 너를 구하셨지. 기억 안 나니?”

에드워드의 눈초리가 바르르 떨렸다.

동시에 두통이 이는 듯 머리를 부여잡았다.

“아……! 그, 그럼 그게 다 꿈이 아니었단 말인가요?”

“그래, 꿈이라고 생각하고 싶겠지. 많이 힘들 거야. 그래도 이겨 내야 한단다.”

“그럴 리가 없어요. 그런 일이 현실일 리가…….”

에드워드가 몸을 뒤척였다.

하지만 하반신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걸 깨닫곤 당혹스런 표정을 만들었다.

“우선 포션으로 급한 부위는 치료했어. 마음 같아선 큰 병원으로 보내 주고 싶지만 현대 의학으로는 어차피 안 될 거라면서 공대장님이 극구 반대를 하시는 통에…… 아, 믿지 마. 모든 건 개인 의지에 달렸어. 낫고자 하면 낫지 못할 건 없어! 기내 안에 의사도 있고, 그래도 필요한 건 전부 있으니까 불편한 게 있으면 꼭 말해 주렴. 후우!”

유은혜가 안타깝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었다.

이와 비슷한 경우를 그녀도 겪었기에 어느 정도는 공감을 할 수 있었다.

에드워드는 3일 만에 깨어났고, 그 시간 동안 데빌 헌터 공격대는 스웨덴의 몬스터 웨이브를 처리했다.

그곳에서 필요한 물건과 개인 의사를 들인 것이다.

의사도 에드워드의 상태를 보곤 고개를 저었다. 그나마 도구도, 시설도 부족하지만 급한 대로 응급 처치쯤은 할 수 있을 것이었다.

덜컥!

문이 열리며 새로운 인물이 나타났다.

그를 본 에드워드의 눈이 커졌다.

벼랑 아래로 떨어지기 전 손을 붙잡고 ‘살 것이냐, 말 것이냐.’를 물은 그 남자다. 힘을 주겠다는 그 말은 마치 악마의 유혹처럼 들렸다.

이제는 꿈이라고 여길 수가 없다.

저 남자의 존재가 에드워드를 꿈에서 되돌려 놨다.

이곳은 현실이었다. 지독한 현실!

유은혜가 번쩍 일어나서 따졌다.

“공대장님! 중환자를 비행기에 놔둘 순 없어요. 그것도 이제 10살 안팎의 아이를요. 포션으로 급한 위기는 넘겼다지만 제대로 검사를 받아 봐야 한다고요. 더불어서 심리적인 도움도…….”

“일어났군.”

남자가 말했다.

에드워드가 남자를 바라봤다.

압도감. 그게 먼저 들었다. 묘하게 비현실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남자였다. 왜 이곳에 있는지조차 의문이 들 정도로 조화가 되지 않았다.

내심 당황하고 말았다. 무통증. 직접적인 감각을 느낄 수 없는 대신 에드워드는 정신적인 부분이 크게 돌출된 상태였다. 사람을 보고 단번에 그가 어떠한 이인지 파악할 수 있는 본능의 소유자가 에드워드였다.

하지만 단언컨대 이런 느낌은 받아 본 적이 없었다.

일전에는 매우 당황한 상태인지라 몰랐다.

에드워드가 얼굴에 잔경련을 일으키며 입을 열었다.

“아저씨는 누구죠?”

“너에게 힘을 줄 자.”

남자는 거침없이 말했다. 마치 너무나도 당연한 진리를 읊는 양.

에드워드는 당시의 일을 기억해 냈다.

“괴물을…… 죽일 힘 말인가요?”

“싫다면 말하도록. 당장에 목숨을 끊어 주지.”

“공대장님!”

유은혜가 깜짝 놀라선 버럭 소리를 내질렀다.

에드워드는 당혹스러웠다. 고작 10살의 나이. 아무리 또래보다 생각이 깊다 해도 한계가 있었다. 자의적으로 모든 일을 결정하고 처리할 순 없었다.

그러자 남자는 아랑곳하지 않으며 말했다.

“보여 주마. 네가 얻게 될 힘이 어떠한 것인지.”

* * *

그리스 아테네.

백작이 다스리는 던전이 있는 곳이다. 인구가 천만밖에 안 되는 나라이니만큼 그다지 신경 쓸 필요도 없었지만 문제는 그 백작이 우파 휘하의 마족이라는 점이다.

나는 되도록 우파의 손과 발을 모조리 끊어 내고 싶었다. 변방의 백작이라고는 하나 신경 쓰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때마침 그리스에서 도움을 요청한바 거침없이 움직이자 결정한 것이다.

아테네에선 가고일과 하피, 수면 나방 따위의 하급 마수로 이루어진 몬스터 웨이브가 한창 발발하는 중이었다.

그리스는 체급의 한계 탓에 군사력 자체가 우월하지 못했다. 그 영향으로 하급 마수의 숫자가 많아지자 처리 곤란한 상황에 빠진 것이다.

“가고일의 처리법은 간단하다. 단번의 목을 베어 내라. 안 그러면 순식간에 돌로 변해 회복한다. 하피는 어깨를 잇는 관절의 힘이 약하다. 유념하며 싸우며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수면 나방은 공격 성향이 크지 않으니 자극만 하지 않는다면 먼저 공격해 오는 일은 거의 없을 터.”

이미 기내 안에서 브리핑한 내용.

하지만 모처럼 다시 한번 설명해 주었다.

에드워드는 휠체어를 탄 채 가만히 나를 주시하고 있었다. 휠체어를 끄는 건 이지혜였다.

유은혜는 조금이라도 경험치를 쌓고 능력치를 올릴 필요가 있었다.

나는 가만히 대원들의 얼굴을 쭉 훑곤 말했다.

“지금부터 소탕 작전을 실시한다.”

“실시!”

대원들이 이구동성으로 기합을 올렸다.

각자 미리 정한 대로 2인 1조로 팀을 이뤄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는 홀로 움직였다. 누군가가 나를 따라온대도 혼자 전부 처리하는 습관이 있어서 키워 줄 여력이 되지 못했다.

오히려 그런 역할은 크라스라가 어울렸다. 실제로 크라스라는 유은혜와 조를 이루고 있었다. 크라스라라면 유은혜가 성장할 수 있도록 적당히 앞뒤에서 지원해 줄 것이다.

나는 가만히 분노를 꺼내 들었다.

이후 득달같이 달려드는 마수들의 품을 향해 천천히 걸어 나갔다.

그런 내 뒷모습을 에드워드가 혼란스런 눈초리로 주시하고 있었다.

* * *

남자의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다.

전투에 들어간 순간 수없이 많은 마수의 사체만이 주변에 흩뿌려질 뿐이었다.

하지만 간혹 보이는 잔상은 그토록 황홀할 수가 없었다.

수백의 마수가 소탕되는 데 걸린 시간은 10분여.

에드워드는 오직 남자만을 바라보며 눈을 떼지 못했다.

‘저게 내가 얻을 힘?’

사람이 저런 식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에드워드는 믿기지 않았다. 그러나 눈앞에서 벌어진 일이니 믿지 않을 수도 없었다.

각성자.

최근 여러 문제를 야기하며 급부상한 사람들이다.

숫자는 많지 않지만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는 뉴스를 들었다. 에드워드는 부모님의 영향으로 매일 저녁이면 뉴스를 시청하곤 하였다.

갑자기 얻은 힘을 주체 못해 각종 강력 범죄를 일으키는 경우도 많아 큰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던가?

경찰 수십을 행동 불능 상태로 만들거나, 간 크게 은행을 털거나……. 반대로 선행을 일삼는 각성자도 많았지만 적어도 영국에선 ‘도움이 되지 못한다.’라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그런 각성자들도 끝내는 체포되거나 총살당했다.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고, 그것은 각성자라고 다르지 않았다. 강력한 힘을 지녔대도 그들은 인간들의 틈바구니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었다. ‘한계점’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실제로 에드워드는 몇몇 각성자를 본 적이 있었다. 그들은 확실히 강했다. 강철을 구부러트리거나 100미터를 수 초에 달려 나갔다.

그런데 눈앞의 남자만큼 압도적인 위용을 보여 준 각성자는 없었다. 이곳에 모인 모든 이들 중에서도 단연 독보적이었다. 홀로 존재하는 자. 저 남자에게만큼은 한계점이 존재한다고 말을 할 수가 없을 것 같았다.

‘안 돼. 내 다리는 망가졌어. 저런 식으론 움직일 수 없어.’

에드워드는 가슴의 울렁임을 느꼈다.

남자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지만 아직 확신이 없었다.

확실히 남자의 움직임은 대단했다. 그러나 자신이 저런 힘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에는 회의적이었다. 이런 부분에서 에드워드의 이성은 의외로 냉철했다.

이곳은 현실이다. 각성자와 마수라는 비현실적인 요소가 존재한대도 에드워드는 자신의 한계를 아직 깨지 못하였다.

“아…….”

남자는 조용히 에드워드의 곁을 지나쳐 갔다.

에드워드에겐 한마디의 말조차 걸지 않았다.

그 뒤로 에드워드는 다섯 나라를 더 전전했다. 항상 휠체어에 탄 채 남자가 싸우는 모습을 보았다. 몇 번이나 눈으로 새기고 머릿속에 그렸다.

동생을 죽인 원수, 부모님을 변하게 만든 원인.

마수에 대한 맹렬한 증오감이 타올랐다. 가만히 구경만 해야 하는 자신의 처지가 한심하고 처량했다.

남자는 에드워드에게 굳이 말을 걸지 않았다.

그저 보여 줄 뿐.

하지만 생각에 생각을 거듭할수록 점점 에드워드의 ‘벽’은 허물어져 갔다.

움직일 수 없는 자신에게 남자는 힘을 주겠다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지만 비현실적인 일은 주변에 넘쳐 났다. 그렇다면 정말 자신도 저런 힘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이윽고 유럽을 거쳐 중동 사우디아라비아에 이르렀을 때 에드워드는 말했다.

“공격대장님, 제게 힘을 주세요. 괴물들을 이길 수 있는 힘을요.”

남자의 강요가 아닌 스스로의 선택으로, 에드워드는 움직일 수 없는 발을 움직여 자리에 섰다.

마침내, 벽이 깨졌다.

15일간의 전쟁이 막을 내린 것이다.

* * *

가능성이 있는 자가 강해지는 방법은 간단했다.

스스로가 강해지고자 노력하는 것.

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강한 원동력이 필요하다.

에드워드에겐 분노라는 원동력이 있었다. 문제는 스스로 벽을 깰 용기였다. 한계를 부수고 나아갈 의지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극한의 상황에서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인 정도로는 안 된다. 멀쩡한 정신으로 갈구해야 비로소 의미가 있었다.

해서 나는 에드워드를 내버려 두었다. 스스로 깨우치며 내게 힘을 갈구하길 바랐다. 어린아이라 하더라도 에드워드 윈저는 미래의 용사 10강 중 1인. 나를 실망시키지 않으리라 확신했다.

그 확신대로 에드워드 윈저는 내게 힘을 갈망했다.

동시에 묘한 기분이 들었다.

유은혜는 아쉽지만 용사 10강에 들지 못하였다. 그들과 비슷한 강자라는 평은 들었으나 그게 전부였다. 반대로 에드워드 윈저는 명실상부 누구나 인정하던 용사다.

그런 이가 내게, 마족의 휘하에 들어왔다.

이 감정은 희열에 가까웠다.

누구도 갖지 못할 아주 값비싼 장난감을 손에 넣은 느낌. 나는 이 조립되지 않은 장난감을 내 입맛에 맞게 만들 작정이었다.

다리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엘릭서만 있어도 충분히 고칠 수 있었다.

미래의 10강…….

내 손을 거치면 과연 어떠한 모습으로 완성될까?

무척이나 기대가 되었다.

[30분 후 마계 옥션으로 강제 전송됩니다. 보유 중인 마수 한 마리를 대동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마계 옥션 역시.

그 기대감은 결코 덜하지 않았다.

던전의 최상층에서 허공에 떠오른 메시지를 바라보며 나는 입가를 비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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