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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사냥꾼-74화 (74/242)

던전 사냥꾼 74화

떠오른 창들을 가만히 살펴보다가 눈썹을 찌푸렸다.

‘던전의 등급?’

호칭에 관련해선 어느 정도 예상을 하고 있었다. 세계수를 틔웠으니 칭호 하나는 던져 주리라고. 하지만 던전의 등급에 관해서는 무지했다.

‘던전에도 등급이란 게 있었던가?’

나로서는 알 수 없는 부분이다. 전생에서 던전의 내정은 거의 등한시했으니까. 던전과 관련된 정보는 무척이나 한정적일 수밖에 없었다.

일단 하나씩 확인을 해 봐야 할 듯싶었다. 먼저 상태창을 띄웠다.

이름: 랜달프 브뤼시엘

직업: 마계 백작(던전 마스터)

칭호 :

* 던전 사냥꾼(던전 점령, 마족 사냥 시 잔여 능력치+1)

* 불굴의 전사(Ex U, 모든 능력치+2)

* 세계수의 주인(Ex U, 모든 능력치+2)

* 최초로 요정의 축복은 받은 자(U, 마력+6)

능력치:

힘 80(+11) 지능 72(+4)

민첩 75(+11) 체력 80(+4) 마력 85(+10)

잠재력(392+40/500)

잔여 능력치: 3

전력량: 16GW

특이 사항: 나락 군주의 심장이 일부 각성한 상태입니다.

스킬: 만물 조합(U), 심안(Ex U), 전격의 정령(Epic), #분노(Epic), 나태(Epic)

[전후 비교]

힘 89 지 74 민 77 체 82 마 93 잠재력(392+23/500)

힘 91 지 76 민 86 체 84 마 95 잠재력(392+40/500)

“으음…….”

침음을 흘렸다. 칭호의 효과로 모든 능력치가 2씩 올라가고 힘이 90의 벽을 넘어선 탓이다. 나태 덕분에 민첩도 크게 올랐고, 마력은 어느덧 95에 달했다. 능력치 총합은 432. 전생에서 본래 가졌던 무력을 넘어선 지 오래였다.

이 모두가 보정 능력치 덕분이다.

아이템과 칭호의 효과로 40에 달하는 보정 능력치가 올랐다. 이는 어느 마족도 따라올 수 없는 위업이다. 순수 능력치가 올라가는 폭이 적어지긴 했지만 충분히 커버를 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거기다가 에픽 등급의 스킬이 세 개다. 현시점에선 대공들마저도 겨우 두 개가 한계이건만 나는 그조차 뛰어넘은 것이다.

분노 앞에 #이 표시된 걸 보면 아스트랄 코드로 특성 강화를 시킨 게 나타난 것 같았다.

어쨌거나…… 상태창은 만족스럽기 그지없다.

‘나머지 하나는 반응이 없는 게 아쉽지만.’

세계수의 씨앗을 말함이다. 이미 발아된 씨앗은 땅에 묻자마자 싹을 틔웠지만 미리 묻어 놓은 것은 전혀 반응이 없었다.

아직 시기상조이긴 하다.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정확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었다. 오랜 시간 반응이 없다면 그때 다른 수를 내어도 늦지는 않을 것이다.

“계속해서 의식을 행하도록.”

생명 찬가의 의식.

세계수의 성장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무엇이든 해 볼 작정이었다.

“명을 받듭니다, 나의 던전 마스터시여.”

몽롱하니 세계수의 싹을 지켜보던 크리슬리가 급히 정신을 차리곤 고개를 숙였다. 반면 줄리엄이나 다른 다크 엘프들은 아직도 헤어 나오질 못하고 있었다.

그만큼 세계수는 그들의 염원에 가까웠다. 꿈, 희망, 그런 것 말이다.

마계에서 세계수는 강한 다크 엘프가 지배했다. 이들은 힘이 부족해 배척받고 오지에서 생활하며 나날이 생명의 위협을 받았다. 그 결과 어둠의 정령과 계약을 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크리슬리의 생명을 살리고자 하는 바람도 컸을 테지만…… 이제, 세계수의 비호 아래 다크 엘프들은 번영을 누리게 될 것이었다.

‘오늘 정도는 괜찮을 테지.’

변덕스러운 주인이 따로 없다. 피식 웃으며 등을 돌렸다.

* * *

내정 모드.

던전에 관련된 자세한 사항을 알아볼 수 있는 던전 마스터의 특권 중 하나.

나는 던전 코어 옆에서 바로 내정 모드를 실행시켰다.

잠시 후 홀로그램이 떠오르며 던전의 단면이 나타났다. 마수의 배치 상황이나 각성자들의 침입 또한 확인할 수 있었는데, 그다지 전과 달라진 점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단 한 곳, 15층에 조금 변화한 곳이 있긴 하였다.

나무 형상의 그림이 우뚝 솟아 있었고 ‘세계수(싹을 틔웠습니다)’라는 설명이 덧붙여져 있었다. 이런 식으로 홀로그램에 무언가가 추가된 적은 처음이었다.

그 외에 또 달라진 점이 있는지 한참을 찾다가 왼편 하단에 새로 생긴 단어를 발견하곤 시선을 집중했다.

‘레어 등급 던전이라.’

노란색의 글자가 그곳에 솟아 있었다. 나는 이에 의아함을 느끼며 레어 등급 던전이라 적힌 글귀에 손을 가져갔다.

곧 홀로그램의 화면이 전환되고 새로운 창이 나타났다.

[특수한 구조물에 따라 던전의 등급이 변화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레어 등급의 던전은 일반 등급의 던전에 비해 보다 많은 기능이 추가됩니다.]

[추가된 기능을 확인하시겠습니까?]

당연히 확인할 생각이다. 던전에도 등급이 있다는 걸 나는 이번에 처음 알았다. 주저할 것 없이 승낙 버튼을 누르자 장문의 글귀가 떠올랐다.

1. 마수들에 대한 장악력이 강해집니다. 아무리 지능이 낮은 마수일지라도 이제 던전 마스터가 원할 때 집결, 혹은 해체시킬 수 있습니다.

2. 마수 중 한 마리를 ‘마스터 가디언’으로 선택하는 게 가능해집니다. 마스터 가디언은 던전과 던전 코어, 더 나아가 던전 마스터를 지키는 최후의 검이 되어 줄 것입니다. 마스터 가디언으로 선택된 마수의 모든 능력치가 +5 상승합니다. 한 번에 한해 물리 법칙을 초월한 ‘공간 도약’을 행할 수 있습니다.

3. 새로운 조형물이 추가됩니다.

―인공 태양, 구름, 달

4. 계절의 설정이 가능해집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추가된 점은 크게 위의 네 가지였다. 나는 차근차근 목록을 살펴봤다.

우선 1번. 몬스터 웨이브를 일으키려면 지능이 낮은 마수는 따로 우두머리를 둬서 움직이게 해야 했으나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는 뜻이다.

2번의 ‘마스터 가디언’은 나로서도 제법 흥미가 동할 수밖에 없었다. 비록 마수에 한하지만 모든 능력치를 5나 올려 주는 것이다. 공간 도약이 조금 애매하긴 했지만 대수롭지 않았다.

이어 3번과 4번은 지형 변경 외에도 추가된 기능이다. 사용키에 따라 여러 가지 효과를 얻을 수 있을 듯했다. 태양이나 달이 떠 있을 때 강화되는 마수를 추가해도 좋을 것 같았다.

‘이 이상의 등급이 있어도 이상하진 않겠군.’

지금까지 던전의 등급이 ‘노멀’이었고, 세계수가 싹을 틔우며 ‘레어’가 된 것이라면 그 위에 유니크, 에픽, 레전드 등급이 더 있어도 이상할 게 없었다.

당장 레어 등급의 추가 기능이 이러하니 그 이상은 무엇이 더 추가될지 상상도 되지 않았다.

그리고 이를 보건대 던전을 여러 개 얻었다고 분산해서 투자하는 건 그다지 좋은 선택이 아닌 듯싶었다. 하나에 집중하여 등급을 올리는 편이 여러 이득을 취할 수 있었다. 물론 단점이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내가 보기에는 장점이 더욱 컸다.

‘관련된 업적은 없는 건가?’

이왕지사 던전의 등급이 오른 김에 관련 업적도 하나 얻었다면 더할 나위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처럼 업적을 주지 않는 경우도 없지는 않았다. 추가된 기능으로 아쉬움을 달래야 할 것 같았다.

고개를 주억이며 착용 중인 나태를 매만졌다. 붉은색의 헤진 망토. 아직 그 스킬에 대해 실험한 바가 없었다.

‘이제 나태를 사용해 봐야겠다.’

분노는 아스트랄 코드 덕분에 지능 제한을 많이 낮출 수 있었다. 그러나 나태는 다르다. 또다시 효과 불명의 상태 이상에 걸릴 가능성이 높았다.

그렇다고 방치할 수도 없는 노릇.

확실하게 스킬을 인지하고 있어야 상황에 따라 대처가 가능하다. 다만 전처럼 마구잡이로 사용하진 않을 것이었다. 기본적인 방비는 필요하다고 여겼다.

나는 나태의 실험을 위해 몇 가지 계획을 세웠다.

* * *

3일 뒤.

나는 던전의 20층에 발을 들였다.

“너희는 각자 이 근처에 대기하며 대비해라. 내가 평소와 달리 과격한 행동을 보이거든 최대한 막아서며 시간을 끌어야 할 것이다.”

“명심하겠습니다.”

“막는다! 할 수 있다!”

끼룩!

크라스라, 기간테스, 그리고 그리핀 순으로 답했다.

내가 이곳에 이 셋을 부른 건 다름이 아니다. 나태를 실험하다가 생겨날 불상사를 대비하기 위함이었다.

둘은 최상급의 마수. 크라스라는 그에 살짝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 셋이 힘을 합친다면 충분히 나를 막아설 수 있으리라 판단했다.

20층. 아무것도 없는 이곳에서 이성을 잃어 봤자 던전에 피해를 입히진 못할 테지만…… 이 또한 확신할 순 없다. 세상일은 모르는 것이었다.

아무리 대비해도 부족함이 없었다.

그때 크라스라가 의아한 듯 물었다.

“대략적인 이야기는 들어서 알겠습니다. 그런데 마스터께서 정상으로 돌아오지 못할 경우도 있지 않겠습니까?”

이곳에 오기 전, 나는 스킬의 실험과 그에 따라 발생할 위험에 대하여 적당히 설명을 해 줬다. 하지만 지금 크라스라가 말한 내용은 나도 딱히 생각해 본 적이 없는 맹점이었다.

잠깐의 시간을 두고 턱을 쓸며 답했다.

“그때는 이히와 크리슬리에게 상담해라. 둘이라면 내 상태를 파악하고 대비할 수 있을 터.”

이히는 나와 혼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내 상태를 알아내고자 한다면 충분히 알아낼 수 있었다. 거기다가 크리슬리는 임기응변 능력이 상당하다. 만에 하나의 상황도 어떻게든 넘길 수 있을 터였다.

“알겠습니다.”

크라스라가 납득한 듯 고개를 숙였다.

나는 턱에서 손을 떼곤 말했다.

“다만 너무 무리할 필요는 없다. 너희들이 할 일은 어디까지나 내 움직임을 제한하는 것이다. 그 정도면 충분해.”

지금 내 능력치 총합은 432에 달한다. 그리핀이나 기간테스보다도 훨씬 높은 수치였다. 지금이라면 둘을 동시에 상대해도 크게 밀리진 않을 것이었다.

서로 죽고 죽이는 대결로 가서는 승부를 점칠 수 없다. 그 결과도 무척이나 좋지 않을 게 분명했다. 이 중 몇은 죽어 나가리라. 그러니 사전에 경고해 두는 걸 잊지 않았다.

“이제 물러나도록.”

내가 명하자 크라스라를 필두로 세 마수가 멀어지기 시작했다.

스킬을 발동시킬 때 근처에 있어서 좋을 게 없었다. 저들이 할 일은 최대한 멀리서 내 상태를 관찰하는 것뿐이었다. 세상일은 모른다지만 스킬의 확인이 끝날 때까지 서로 안 부딪치는 게 최선이었다.

‘잔여 능력치는 아끼는 편이 좋겠지.’

쯧, 작게 혀를 찼다.

사실 지능만 높았다면 이런 문제 자체가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분노를 사용했을 당시의 지능은 고작 66이었다. 지금은 그보다 10이 높아진 76이란 수치였지만 여전히 애매하다. 높다고도, 낮다고도 할 수 없었다. 안전을 논하려거든 몇 개의 보험이 필요했다.

여기서 잔여 능력치 3을 지능에 투자하면 조금은 나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목숨이 경각에 달한 게 아닌 이상 잔여 능력치는 최대한 아끼는 편이 좋았다. 언젠가 한계에 막히거든 단번에 뚫어 줄 보배로운 존재가 잔여 능력치이기 때문이다.

가만히 서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20층은 내 손길이 전혀 닿지 않은 곳이다. 허허벌판. 아무것도 없는 게 당연하다. 그저 미친 듯이 넓다는 걸 제외하면 아무런 특징도 없는 층의 중심부에 나는 서 있었다.

망토를 제대로 착용한 뒤 가만히 한 차례 심호흡했다.

분노는 힘과 민첩, 체력을 상승시키는 대신 지능을 대폭 하락하게 만들었다. 상태 이상에 걸려서 주변의 모든 것을 파괴했다. 낙천가 이히마저 두려움에 몸을 떨며 내게 바짝 빌었을 정도다.

과연 나태는 어떨까?

마음의 준비를 하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나태.”

[높은 마력 보정(95)으로 힘과 체력, 지능이 6씩 하락합니다.]

[민첩이 20 상승합니다.]

[지능에 의한 상태 이상 방어율 49%. 방어에 실패했습니다. 상태 이상 ‘나태’에 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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