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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사냥꾼-108화 (108/242)

던전 사냥꾼 108화

* * *

수만의 사람이 던전 안으로 들어왔다. 통합된 숫자는 소수이며 각자가 각자의 목표를 위해 나뉘어졌다. 그리고 그중 고작 수천이 살아남았다.

살아남았다?

이 말도 어폐가 있었다.

마수들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상대하는 게 불가능하진 않지만 그것도 통합이 되었을 때의 이야기다. 대규모 전투가 벌어지자 중국의 흑사회를 비롯한 몇 개의 길드가 전장을 이탈했다. 던전 안으로, 혹은 가망이 없다 여기고 후퇴를 했다.

“개새끼들!”

남은 각성자 모두가 욕지기를 내뱉었다.

결국 대열을 따르는 척하면서 자신들을 방패막이로 이용한 것이다.

흑사회는 교묘하게 전장을 이탈해 던전을 올라갔다. 아마도 이득을 선점하고 남은 마수를 처리한 뒤 모든 것을 독식하려는 작정일 터.

암묵적인 동의. 그러나 말뿐이었다. 알고는 있었지만 현실로 닥치자 괘씸해지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하기야…… 국적도, 인종도 다를진대 만난 지 얼마 안 된 이들이 어찌 서로를 믿겠는가. 그저 형식상의 절차에 불과했다. 하물며 견원지간의 국가를 가진 각성자도 많았다.

군인들 역시 자국의 이득을 위해 움직일 따름이었으니…… 분열된 힘은 각개격파 당하기에 딱 좋았다.

일견 치열해 보이는 전장도 조금씩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중이었다. 추를 기울이는 데 가장 많은 공헌을 한 것은 당연히 던전의 주인이었다.

압도적인 강함. 마치 신이라도 되는 듯하다.

질리며 발을 빼려 해 봤지만 늦었다. 전방위에서 몰려온 마수들이 사람들을 감싸고 있었다. 도망가려면 아예 처음부터 그랬어야 했다. 몇몇 길드가 그러했듯이. 흑사회가 그러했듯이!

더 이상은 희망이 없다. 각성자들도 피부로 느끼고 있었다. 상황의 긴박함, 머지않아 자신들이 전멸하리란 사실을 말이다.

들리는 것이라곤 비명뿐이 없는 이곳에서 희망을 찬가하기엔 적이 너무 강했다.

“살려 줘…….”

몸이 잘리고 장기가 삐져나왔다. 눈앞이 깜깜해지며 무기를 쥔 손에서 힘이 풀렸다. 조금씩 기울던 추가 완전히 자리를 잡아 버렸다. 이것을 역전시킬 방법이 도무지 떠오르질 않았다.

촤하학!

모두의 뇌리에 절망이 들어찰 그때.

입구 방향에서 마수를 가르며 달려오는 이가 있었다.

까만 피부의 붉은색 창을 든 자.

크라스라!

순식간에 십수 마리의 마수를 헤치며 막힘없이 비집고 들어온다.

저런 이가 있었던가?

모두의 눈에 의문이 서렸다. 하지만 그 의문도 오래가진 않았다. 그런 게 중요한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길이 뚫렸다!”

계속 싸울 것이냐, 뚫린 길을 토대로 후퇴를 할 것이냐의 문제가 남아 있었다.

“후퇴! 후퇴하라!”

군인들이 처음으로 빠져나갔다.

상대의 저력을 확인했으니 더 단단히 채비하여 들어올 작정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자국 군인들이 빠져나가자 더는 고민할 게 없었다. 타국의 길드들은 썰물처럼 우르르 도망가기에 바빴다.

새롭게 등장한 창잡이는 강했지만 그뿐이었다. 죽어 버린 희망을 되살릴 정도는 아니었다. 가슴을 들끓게 만드는 무언가가 부족했다.

그러나 모두 빠져나갈 순 없었다.

전방에 있었던 한국인들, 부상자들, 소수의 길드들.

그들은 버림받았다.

빛은 완전히 사라졌고, 그 자리에 죽음이 들어찼다.

하지만…….

뚜벅.

뚜벅.

검을 쥔 한 남자.

검은색의 반쪽짜리 해골 가면을 쓴 이.

그가 창잡이가 겨우 만든 길의 정중앙을 걸어온다.

그의 주변은 이상하게 흐릿하여 아지랑이가 피는 것 같았지만 등장만으로도 주변의 모든 것을 압도하며 좌중의 시선을 끌기에는 충분했다.

그저 눈만 돌려 전황을 파악한 그 남자가 손을 들었다.

치이이익.

콰르르릉!

동시에 용 형상의 번개가 솟구쳐 오르더니 던전의 주인을 집어삼켰다.

* * *

유은혜가 입을 벌렸다. 지금의 상황은 그녀의 이해 범주를 넘어섰다.

눈에 익은 모습. 검을 휘두르는 것까지 판박이건만 아직도 믿기지가 않았다.

‘공대장님……!’

깊게 베인 상처 탓에 제대로 말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유은혜는 보았다. 보고 또 보았다.

착각할 리가 없었다.

몸 전체가 흐릿해 형상만 파악한 게 전부지만 저 모습, 저 당당함을 잊을 리가 없다.

모두가 절망을 노래할 때 나타난 남자. 과거, 그는 한국의, 천명회의, 유은혜의 길잡이가 되어 준 존재다.

멸망의 위기에서 모두를 이끌고 마수를 처리했으며 천명회의 실질적인 지주가 되었다. 뿐만 아니라…… 유은혜 본인의 깊은 문제까지 별거 아니라는 듯 처리해 버렸다.

랜달프 브뤼시엘.

그는 죽었다. 죽었다고 모두가 생각했다. 천사와 함께 던전 안으로 끌려간 그는 상처가 매우 심했으니까. 살아나오지 못하리라고, 유은혜마저 은연중 믿었을 정도다.

추모식을 진행할 때 그녀는 울었다. 함께한 시간은 1년이 조금 넘었지만 그녀에게 있어서 랜달프 브뤼시엘은 리더였다. 따라야 할 사람이었다. 언제나 그녀의 한계를, 지평선을 넓혀 준 존재였다. 항상 사라지지만 언제고 나타나 자신을 이끌어 주리라 믿었던 남자였다.

마음 깊은 곳에 ‘잊을 때쯤 돌아오겠지.’ 하는 마음도 있긴 있었다. 하지만 허망한 망상으로 치부하고 매번 고개를 저어 보일 따름이었다.

그런데…….

돌아왔다.

살아서 이곳에 왔다.

또다시 모두가 곤란에 처해 있을 때.

자신이 위험에 닥쳤을 때!

이번에도 예의 무덤덤한 얼굴을 하고서 나타났다.

반쪽밖에 보이지 않는다지만 유은혜는 나머지 반을 상상할 수 있었다. 차갑게 웃고 있을 테지. 뭐 이런 걸 가지고 고민하느냐는 듯 호쾌하게 해결해 버릴 것이다.

“받아라. 너 따위가 사용키엔 매우 소중한 포션이나, 마스터의 명령은 절대적이니 건네주는 것이다. 옆의 꼬마와 함께 치료해라.”

어느새 붉은 창을 꼬나 쥔 크라스라가 옆에 섰다. 몇 번 본 적은 없지만 공격대장을 따르던 사람이다. 그는 작은 잎사귀가 동동 떠 있는 포션을 건네주었는데, 범상치 않아 보였다.

바로 근원의 나뭇잎을 사용해 만든 최상급의 포션이다.

엘릭서보다는 약간 못 미치나 그럼에도 회복력은 발군이다. 신체 절반이 떨어졌대도 살아만 있으면 이어 붙일 수 있었다.

유은혜가 포션을 받아 들었다. 그리고 먼저 에드워드를 치료했다. 자신보다 에드워드의 상태가 더욱 막중하였다.

포션을 붓자 상처가 눈 깜빡할 사이에 아물었다. 이런 효과라니. 놀랐지만 애써 내색하지 않으며 고개를 돌렸다.

“……이길 수 있겠죠?”

“대답할 가치도 없군.”

크라스라가 몸을 돌렸다.

이어 전장에 합류했다.

매정하다면 매정하지만 이미 대답을 한 것과 마찬가지였다.

‘맞아. 이기는 게 당연한 일인데, 그걸 굳이 말할 필요가 어디 있겠어?’

유은혜의 입가에 미소가 생겼다. 옆구리의 상처에 포션을 들이붓는 데도 고통 따윈 느껴지지 않았다.

솔직히 그간 너무 힘들었다. 그의 빈자리를 채우려고 이지혜가 노력하는 것도 슬슬 한계였다. 자신도…… 마구 폭주했었고.

‘살아 돌아와 줘서 고마워요.’

* * *

“……네놈은!”

파간 그리울리의 눈이 커졌다. 크라스라와 나를 알아본 듯싶었다.

크게 상관은 없었다. 이 상황이 새어 나가지 않도록 모든 조치를 취해 둔 뒤였다. 던전의 주변을 내 휘하의 마수들로 감싸고 백치호와 소수의 강력한 마수를 투입했다. 지금쯤 던전의 최상층에 도달했을 것이다.

던전 코어를 지키는 가디언쯤은 간단하게 처리할 수 있을 터.

인간들이 문제이긴 한데, 어차피 한 번은 겪을 일이었다.

모든 힘을 보이진 않겠지만 파간 그리울리를 상대하려거든 아주 대충은 할 수 없었다. 그러니 뒤처리를 김용우에게 맡김과 동시에 내가 직접 담판을 지을 필요가 있었다.

썰물처럼 빠져나간 인간들의 숫자가 제법 되었다. 이곳에 남은 이들이라고 해 봤자 천이 되지 않았다. 그중 절반이 한국인이었으니…… 완전히는 아니지만 적당히 입을 막는 건, 상황을 은폐시키는 건 가능한 일이었다.

물론 1천 전부가 살아 나가지도 못할 것이었다.

“오랜만이군.”

차갑게 웃었다.

나는 주변 환경을 왜곡하고 소리를 차단시키는 아이템도 착용하고 있었다. ‘이상한 메아리’라 불리는 레어 등급의 반지다.

진즉에 나를 아는 존재가 아니거든 내가 누구인지 짐작할 뿐, 파악하진 못할 터였다. 소리도 들리지 않고 입 모양도 보이지 않으니 지금의 대화가 흘러나갈 걱정 또한 없었다.

촤악!

검게 물든 분노를 휘둘렀다.

파간 그리울리가 가까스로 피해 내며 말했다.

“네놈이 왜 이곳에? 아니…… 왜 인간 따위를 돕는 것이냐!”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군. 내 목적은 어디까지나 너다, 파간 그리울리.”

손은 쉬지 않았다. 검과 손톱이 오갔고, 서로가 대등한 상황이 연출됐다.

하지만 표정의 차이는 심했다. 파간 그리울리가 대뜸 눈썹을 찌푸렸다.

“네깟 놈이 나를? 하!”

“우습군. 과거의 영광에 취해 자신의 위치조차 깨닫지 못하고 있는 꼴이 말이다. 지금의 너는 내 밥 이상이 아니다.”

심안을 열었다. 곧 상태창이 떠올랐다.

이름: 파간 그리울리

직업: 마계 공작(던전 마스터)

칭호 :

* 늑대의 왕(Ex U, 힘민첩+4)

* 살육자(Ex U, 힘민첩+4)

능력치 :

힘 87(+8) 지능 75

민첩 79(+8) 체력 72 마력 78

잠재력(390+16/500)

특이 사항: 척박한 늑대의 땅, 그리울리의 주인.

스킬: 최후의 늑대(Epic), 재생력(Ex U), 맹렬함(U)

[상대 비교]

파간 그리울리

힘 95 지 75 민 87 체 72 마 78 잠재력(390+16/500)

랜달프 브뤼시엘

힘 95 지 81 민 90 체 85 마 96 잠재력(396+51/500)

전과 비교하여 파간 그리울리도 꽤 가파른 성장을 했다. 칭호가 생겼고, 스킬의 등급도 올라갔다.

하지만 능력치 총합 자체는 내가 우월하다. 황제의 검으로 말미암아 나락 군주의 심장이 자극되어 지능 2가, 세계수의 나뭇잎을 장기간 달여 마셔 지능 2가 더 오른 바가 있어서 지능도 크게 부족하지 않았다.

“뜨내기 놈이 입만 살았구나! 오냐, 누가 밥인지 이 파간 그리울리가 제대로 보여 주겠다.”

전신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최후의 늑대(Epic) 스킬이 발동한 것이다.

크르르르르!

곧 3미터 크기의 청색 늑대로 변한 파간 그리울리가 낮게 울었다.

진득한 살기가 주변을 가득 채웠다.

나는 검 하나를 더 꺼냈다.

황금빛으로 찬란하게 빛나는 ‘황제의 검’이었다.

쌍검술은 익숙하지 않지만 에고 소드라서 그런지 손에 착착 감긴다. 스스로 일어나 내 손에 들어온 그런 느낌이었다.

절대로 파괴되지 않는 옵션.

장기간 사용할수록 나락 군주의 심장이 자극되는 능력도 있었다.

그러니 이제부턴 좋으나 싫으나 함께 사용해야 함이었다.

“연습하기에 딱 좋은 상대로군.”

작게 읊조리며 늑대화한 파간 그리울리와 격돌했다.

손에 익지 않은 쌍검술.

내 모든 걸 보일 수 없다는 제약.

그럼에도 싸움은 할 만했다. 크라스라가 옆에서 돕고 각성자들이 다가오는 마수들을 처리하자 도리어 승기가 내 쪽으로 기울었다.

그에 따라 사람들도 희망을 느끼고 더욱 적극적으로 나섰다. 덕분에 마음 편히 파간 그리울리와의 싸움을 즐길 수 있었다.

대공, 혹은 두 명 이상의 공작이 아닌 한, 나를 이기지 못한다.

그리고 머지않아 메시지창 하나가 떠올랐다.

[대단한 업적! 공작, ‘파간 그리울리’의 던전을 파괴했습니다!]

[잔여 포인트 1점을 얻었습니다.]

[1,500,000pt가 지급됩니다.]

[업적 점수 1,100점이 추가됩니다.]

백치호와 소수의 마수들이 던전 코어를 파괴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미 이 던전은 베리어가 사라져서 얻어 봤자 무소용이다. 회복되기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다른 마족의 표적이 되거나 인간들에 의해 결국 함락당할 게 뻔했다. 그 이상으로 투자하면 손해가 난다.

크르르……!

파간 그리울리가 당황했다.

나름 강력한 마수를 코어 옆에 붙여 놨을 텐데 이처럼 쉽게 함락당하리라곤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쾅! 콰앙!

던전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천장의 바위들이 내려앉으며 사방을 위협하였다.

하지만 파간 그리울리는 내게 시선을 던지고 이빨을 들이밀었다.

크롸앙!

나도 피하지 않았다.

도리어 이런 상황은 반가웠다. 극한으로 몰릴수록 파간 그리울리는 한계를 쥐어짜 낼 것이고, 그것은 내게 소중한 경험이 되리라.

“파간 그리울리, 이곳이 너의 무덤이 될 것이다.”

슬슬 몰아붙이며 끝장을 볼 시간이었다.

* * *

쿠웅!

파간 그리울리가 쓰러졌다.

한쪽 다리를 잃고 가슴을 꿰뚫린 채로.

조금씩 늑대화한 형상이 풀렸으나, 이미 죽은 시체는 말이 없는 법이다.

[대단한 업적! 공작, ‘파간 그리울리’를 사냥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잔여 포인트 1점을 얻었습니다.]

[1,500,000pt가 지급됩니다.]

[업적 점수 1,100점이 추가됩니다.]

던전 코어를 사냥했을 때와 똑같은 업적창이 떠올랐다.

이어 크라스라가 파간 그리울리의 목을 창으로 잘랐다. 치유력이 만만치 않음을 알고 만약의 상황을 대비한 것이다.

잘린 얼굴이 데굴데굴 바닥을 굴렀다.

“흠…….”

나도 상태가 멀쩡하지만은 않았다. 크라스라와 함께 전신이 만신창이였다. 체력이 조금만 낮았어도 몸이 동강 날 상황이 여러 번 반복되었다.

파간 그리울리의 한계를 끌어내기 위함이다. 더불어서 쌍검술을 연습하고자 나 스스로를 몰아붙였기 때문이다. 기술이란 위험한 상황일수록 상승하는 법. 전생에서 전쟁터를 구르며 터득한 나름의 신념이다.

“공대장님!”

유은혜와 김용우를 비롯한 천명회의 길드원들이 다가왔다.

사지 멀쩡한 몇몇 길드도 천천히 이쪽으로 발을 옮겼다.

허나 나는 손을 내밀어 그들을 저지했다.

“아…….”

그 순간, 반대편에서 백치호와 흑치호, 샤벨 타이거, 용아병 등이 나타났다.

남은 인원은 바짝 얼 수밖에 없었다.

내게 있는 상처. 다른 각성자들의 상태도 극악하기 짝이 없었다.

이 상태에서 다시금 싸우면 가망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나는 쌍검을 들어 발을 옮겼다. 그리고 길드원들을 지키는 위치에 섰다.

잠시간의 대치.

이윽고 마수들이 내 주변에 없는 다른 각성자의 목을 물거나 발톱을 휘둘러 목숨을 앗아 갔다.

“도와줘야 해요!”

“나서지 마라. 여기서 움직였다간 더 큰 피해가 나올 것이다.”

유은혜가 뛰쳐나가려는 걸 막았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발을 굴렀다. 냉정히 생각하면 저들을 구하려다가 소중한 이들을 잃을 가능성이 높았다. 결국 수수방관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에 유은혜는 주먹을 꽉 쥐었다.

이윽고 짧게 포식한 마수들이 흘끔 나를 돌아보며 던전을 빠져나갔다.

‘됐군.’

고개를 주억였다.

이 역시 사전에 정해 놓은 계획 중 일부다.

목격자는 적을수록 좋았다.

그래야 뒷공작이 쉽다. 물론 이야기가 새어 나가더라도 나 자신이 전면에 나서지 한 크게 문제가 될 건 없었다. 나의 얼굴을 아는 이 자체가 적은 데다 던전 파괴라는 적절한 이벤트로 ‘부활’해 이미 상징성을 얻었지 않나.

김용우에게 힘이 실릴 건 자명한 사실. 여기에 내가 조금만 힘을 더 보태면 이름 외에 더 흘러갈 이야깃거리는 없을 것이었다.

“서두르지. 던전을 빠져나갈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쿠르릉!

던전은 조금씩 함몰되어 가는 중이었다.

내가 앞서자 남은 길드원들이 뒤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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