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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사냥꾼-113화 (113/242)

던전 사냥꾼 113화

심상치 않은 일. 내가 의도하지 않은 일이 던전 안에서 일어났다. 이는 매우 불쾌한 경우이며 따라서 조속하게 해결할 필요가 있었다.

이동 마법진을 이용해 15층에 도달하자 곳곳에 쓰러진 휘하 마수들이 보였다. 마치 태풍이 휘몰아치고 지나간 것만 같은 광경. 누군가가 압도적인 힘을 발휘해 주변 경관을 아예 진창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리고…… 바닥에 널브러진 그리핀을 발견했을 땐 호기심마저 일었다. 다행히 목숨을 붙어 있었지만 몸 전체에 난 상처를 보아하니 상대의 전투력이 실감이 되었다.

‘그리핀의 생명력이 강해서 다행이로군.’

괜히 최상급의 마수이겠는가.

가냘프지만 분명히 숨을 쉬고는 있었다.

급한 상처에 포션을 부어 주며 그리핀을 뒤로했다.

앞으로 반나절은 버틸 수 있으리라.

그 안에 해결을 할 셈이었다.

‘무한의 살덩이. 스테인, 뭘 한 거지?’

길을 향하는 와중에도 계속 드는 의문이었다.

무한의 살덩이가 살아서 돌아온 것도 놀라울진대 어찌하여 스테인에게 양도되고 이번과 같은 일을 일으켰는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별수 없다.

직접 확인할 수밖에.

머지않아 던전이 흔들리며 쿵! 하고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

바로 앞에서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조금 더 걸음을 빨리하자 기간테스가 피를 토하고 쓰러지는 장면을 목격할 수 있었다.

‘허…….’

1:1에서도 최강을 자부하던 기간테스가 패배할 줄이야!

침음을 삼켰다.

그리고 그 앞, 드워프 스테인이 검은색의 갑주를 착용한 채 오연히 걸어 나가는 중이었다.

갑주는 특이했다. 각이 잡히고 포효하는 뱀의 문신이 새겨져 있었다. 어둠의 마력을 발산하며 스테인의 이성을 완전히 잡아먹은 상태였다.

갑주가 원인임을 본 즉시 알아보곤 심안을 열었다.

이름- 인피니티 아머(폭주)

설명: 무한한 탐욕으로 얼룩진 갑옷. 근원의 나뭇가지로 핵이 각성했으나 대장장이의 실력이 부족하여 제대로 핵을 정제하지 못했다. 폭주를 막으려면 한 차례 ‘해체’시킬 필요가 있다.

* 형상 복구. 공격을 흡수하여 마력으로 전환한다. 일정 이하의 타격을 무효화시킨다.

* 7대 죄악 중 ‘탐욕’과 관련된 것이라면 모두 대체 가능.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어떻게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옵션이 훌륭하기 그지없었다. 일정 이하의 타격을 무시하고, 공격을 흡수해 마력으로 전환하는 것. 사용키에 따라서 스킬을 무한히 연발할 수 있다는 뜻 아니겠는가.

장기전을 이끌고 가는 데 있어선 최고의 아이템이었다.

하물며 7대 죄악으로 대체가 가능하다고 한다. 인피니티 아머를 착용하면 분노, 나태, 탐욕으로 3세트를 완성하는 것이다.

“재미있군. 아주 재미있어.”

인간들과 함께한 파티 따위와는 비교도 안 된다. 진정으로 나를 즐겁게 하는 건 이와 같은 일이었다. 계획에 없었지만 내가 결정한 행동에 따라 손해도 되지만 큰 이득이 될 수도 있는 일들.

무조건 정해진 길로만 걷다 보면 자극이 부족하다. 정체, 혹은 쉽게 도태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 것을 나는 바라지 않는다.

스테인이 나를 돌아보았다. 붉게 물든 눈이 매섭게 일렁거렸다.

그 뒤쪽에서 크리슬리와 이히를 비롯한 휘하의 마수들이 긴장하며 지켜보고 있었다.

입가의 미소를 지우지 않은 채 말했다.

“잘도 내 던전을 휘저었더구나. 이제 죗값을 치를 때가 왔다.”

“막지…… 마라!”

파악!

땅을 밟고 이동하는 속도가 빠르다. 드워프라면 절대로 낼 수 없는 움직임. 하지만 당황하지 않고 분노를 꺼냈다.

촤아앙!

두꺼운 롱소드를 마구잡이로 휘두르며 공격을 감행한다. 기교는 없었다. 그저 휘두르는 것에 불과하다. 그러나 위력적이었다. 자칫 잘못 맞았다간 나라도 무사하지 못할 것 같았다.

그럼에도 웃는다. 스테인 따위가 갑옷 하나를 걸쳤다고 이와 같은 위력을 낸다. 어찌 흥분하지 않을 수 있겠나. 어찌 즐겁지 않을 수 있겠는가!

‘다크 소드에도 형상 복구를 할 수 있는지 보자.’

치유 불가의 저주를 내리는 다크 소드에 상처를 입고도 복구를 할 수 있는지 자못 궁금해졌다. 동시에 분노가 검게 물들었다.

따앙! 갑옷에 박았지만 단단하다. 검이 튕겨 나갔다. 짧게 코웃음 치며 한 발자국 물러나 태세를 정비했다. 그 빈 공간을 스테인이 찌르고 들어왔다.

그저 무작정 하고 보는 공격. 기간테스에겐 먹히겠지만 내게는 어림도 없다. 마계의 전장, 그리고 전생에서 수없이 갈고닦아진 기교는 초심자가 어찌할 수 없는 것이었다.

수악!

스테인의 왼쪽 팔을 베어 냈다. 그러자 갑옷이 검은 연기를 뿜어내며 상처를 감쌌다. 이어 왼쪽 팔이 조금씩 재생되기 시작했다.

아니, 아니다. 나는 급히 생각을 수정했다.

“치유가 아니라…… 하하! 창조였던가!”

그것을 보고 깨달았다.

재생이되 재생이 아니다. 팔을 다시 재구성해 버린 것이다. 치유 불가의 다크 소드가 효력을 발휘하지 못할 수밖에 없었다.

크게 한 방 얻어맞은 느낌이다.

복구와 창조는 전혀 다른 영역이었다. 업적 상점 때도 한 번 겪었지만 이래서 설명을 곧이곧대로 믿으면 안 된다. 원래 있었던 형상을 그대로 재현하는 기능밖에 없는 것 같았지만 그것만으로도 놀랄 노 자다.

‘그러나 창조라면 막대한 마력이 필요할 터. 어디까지 재생할 수 있는 지 심히 궁금하군.’

궁금한 건 참지 못하는 성격이다.

어디까지 막을 수 있는지, 어디까지 흡수가 가능한지, 어디까지 복구할 수 있는지…….

“파라노말.”

[파라노말의 다섯 가지 축복 중 하나, ‘30분간 마력+5’가 적용되었습니다.]

지능이 높아진 탓인가? 예전과 달리 쓸 만한 축복이 자주 걸린다.

“분노.”

[높은 마력 보정(101)으로 힘과 민첩, 체력이 10씩 상승합니다.]

[지능이 20 하락했지만 순수 지능이 76 이상입니다. ‘아스트랄 코드’로 인해 고유 특성이 강화되어 상태 이상 ‘분노’에 걸리지 않습니다.]

이로써 내 힘은 100을 넘겼다. 105에 달하는 초월적인 수치.

나태와 함께 사용하려거든 지능이 96은 넘겨야 비로소 가능할 듯싶었다. 아직 그 정도는 되지 않았고, 지금은 그다지 함께 사용할 필요가 없었다.

분노면 충분하다.

저 갑옷을 ‘해체’시키기에는 말이다.

왼팔을 모두 복구한 스테인을 향해 비릿하게 웃으며 말했다.

“나를 실망시키지 마라.”

쾅! 쾅! 콰르릉!

분노가 갑옷을 때린다. 그럴 때마다 조금씩 갑옷에 균열이 생기며 파멸을 야기하고 있었다. 이에 스테인의 표정이 바뀌었다. 조급한 듯 몸을 떨곤 자리에서 멀어졌다.

오로지 탐욕뿐이 없는 갑옷이 공포를 느끼며 도망치기 시작한 것이다.

“너는 우수한 대장장이다. 죽이진 않겠노라. 허나…….”

실제로 드워프 중에 스테인만 한 실력자가 없었다. 그를 죽이기엔 너무 아깝다. 인피니티 아머를 만들어 낸 만큼 잘만 키우면 더한 물건도 생산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

허나, 갑옷은 확실하게 손을 본다.

저 괘씸한 버르장머리를 고쳐 줄 필요가 있었다.

“너무 느리군.”

스킬 분노를 사용하며 민첩 역시 100에 도달했다. 스테인이 아무리 빠르다고 하더라도 나를 벗어날 수는 없었다.

“크아아아!”

결국 도망치는 걸 포기한 스테인이 나를 노려보며 검을 휘둘렀다.

누누이 말하지만 기교 없는 움직임은 내게 통하지 않는다.

비웃으며 분노를 높이 들었다. 전력을 담으려는 셈이다.

과연 이 공격도 흡수할 수 있을까?

있는 힘껏 갑옷을 때렸다.

콰아앙!

* * *

스테인이 쓰러졌다.

갑옷이 반파되었다.

억지로 벗겨 내 반파된 갑옷을 살폈다.

‘조금씩 복구가 되는군.’

그러나 방금 전과 달리 폭주한 기색은 사라졌다. 이에 다시 심안을 열어 갑옷의 상태를 확인했다.

이름- 인피니티 아머(성장)

설명: 무한한 탐욕으로 얼룩진 갑옷. 근원의 나뭇가지로 핵이 각성했으나 대장장이의 실력이 부족하여 제대로 핵을 정제하지 못했다. 한 번 해체되며 가진 바 능력이 토막 났지만 인피니티 아머는 사용자의 마력을 주축 삼아 ‘성장’이 가능하다.

* 형상 복구. 공격을 흡수하여 마력으로 전환한다. 일정 이하의 타격을 무효화시킨다.

* 성장 정도에 따라 특수한 옵션이 개발된다.

* 7대 죄악 중 ‘탐욕’과 관련된 것이라면 모두 대체 가능.

성장?

처음 보는 문구다.

‘무한의 살덩이가 가진 스킬이었지.’

하지만 납득은 되었다.

그 핵을 이용해 만든 게 인피니티 아머랬다.

성장하면 무슨 스킬이 나타날지 심히 기대가 되었다.

“스테인을 치료하고 뒷정리를 하도록. 특히 그리핀의 상세는 빨리 살피는 게 좋다.”

“알겠습니다, 나의 던전 마스터시여.”

크리슬리가 정중히 답했다.

나는 갑옷을 든 채 최상층으로 향했다.

‘됐군.’

그렇게 이틀 정도가 흐르자 갑옷이 형태를 완전히 복구하였다.

‘세 개의 세트 아이템.’

세트 아이템은 모으면 모을수록 모종의 효과가 더해진다.

두 개일 땐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 하지만 세 개라면 어떨지.

기대하며 인피니티 아머를 착용하자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분노’, ‘나태’, ‘탐욕’의 세 가지 죄악을 모았습니다.]

[관련된 스킬이 사라지고 새로운 스킬 ‘타락(Ex Epic)’이 생성되었습니다.]

타락……!

몇 번을 반복하며 메시지창을 유심히 바라봤다.

익셉셔널 에픽 등급의 스킬이라니?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침을 꿀꺽 삼키며 상태창을 열었다.

이름: 랜달프 브뤼시엘

직업: 마계 백작(던전 마스터)

칭호 :

* 던전 사냥꾼(던전 점령, 마족 사냥 시 잔여 능력치+1)

* 불굴의 전사(Ex U, 모든 능력치+2)

* 최초로 요정의 축복은 받은 자(U, 마력+6)

* 근원의 주인(Epic, 모든 능력치+3)

능력치 :

힘 80(+15) 지능 86(+5)

민첩 75(+15) 체력 80(+5) 마력 85(+11)

잠재력(406+51/500)

잔여 능력치: 7

전력량: 21GW

특이 사항: 나락 군주의 심장이 일부 각성한 상태입니다.

스킬: 만물 조합(U), 심안(Ex U), 다크 소드(Ex U), 신검합일(Ex U, Passive), 전격의 정령(Epic), 타락(Ex Epic)

[전후 비교]

힘 91 지 76 민 86 체 84 마 95 잠재력(392+40/500)

힘 95 지 91 민 90 체 85 마 96 잠재력(406+51/500)

천사의 알을 얻은 뒤 오랜만에 떠올린 상태창.

능력치도 제법 많이 변했다. 그중 지능만이 유독 크게 올랐는데 황제의 검, 세계수의 잎사귀 등으로 도움을 받아서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스킬란에 자연히 눈이 간다.

‘분노’와 ‘나태’가 사라지고 그 자리를 타락이 차지했다.

타락을 주시하니 곧 그에 따른 설명에 떠올랐다.

이름- 타락(Ex Epic)

설명: 그대는 진정한 타락이 무엇인지 모른다.

* 주의.

짧았다. 만족할 만한 설명은 전혀 없었다.

하지만 강렬하다.

결국 타락의 효과를 알아내려면 직접 스킬을 사용하는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안 되겠군.’

분노를 사용할 당시 상태 이상에 걸려서 파괴 욕구에 사로잡힌 걸 떠올려 본다.

그보다 반 단계 더 높은 등급이니 내가 아예 자제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었다.

무엇보다 고작 반 단계라도 에픽 등급부터는 그 차이가 하늘과 땅이다.

그것을 알기에 쉬이 실행으로 옮길 수가 없었다.

심안의 효과로 볼 수 있는 비밀 옵션. 그곳에 ‘주의’하라는 덧붙임이 있을 정도이니…….

모험, 도전은 좋아하지만 그것도 엄연한 상한성이 존재했다.

‘사용할 순간이 반드시 찾아올 것이다.’

고개를 주억였다.

이어서 갑옷을 풀고 이히에게 시선을 옮겼다.

지난 이틀 동안은 인피니티 아머를 주시하느라 못했지만 슬슬 사건의 전말을 들을 때였다.

내 시선을 인지한 이히의 몸이 잘게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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