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 사냥꾼 148화
시선을 옮겨 마수들을 바라봤다.
숫자가 많다.
일반 오크부터 샤먼, 대전사, 로드까지 종류별로 모여 있었다.
그 숫자가 자그마치 천 마리는 되어 보인다.
하지만 숫자의 우위도 내가 나타남으로 인해 풍비박산이 났다.
1만에 달하는 인간의 무리가 나의 뒤를 따르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가만히 손을 들었다.
동시에.
화르르르륵!
오만의 불길이 공중에서 거대하게 생성되었다. 이어 손가락을 가리키자 검은색의 화염구가 오크 로드를 향해 달려 나갔다.
콰르르릉!
거대한 폭발. 오크 로드는 순식간에 만신창이가 되었고, 주변의 오크들은 시체조차 남기지 못한 채 증발하였다.
“오오, 구세주님…….”
“구세주님!”
나를 따르던 인간의 무리 중 상당수가 무릎을 꿇으며 이 광경을 지켜보았다. 며칠간의 강행군. 배는 곪았고, 체력은 바닥이 났다. 각성자들도 마찬가지다. 저들을 움직이는 원동력은 오로지 나에 대한 믿음뿐이었다.
그들에게 나는 신의 사자였으며 어쩌면 신 자체였다. 악을 징벌하는 징벌자. 정의를 대변하는 수호자. 무슨 형식으로든 마음 깊숙이 나라는 ‘존재’가 투입했음은 분명했다.
1년이 넘도록 고통당한 끝에 나타난 구세주! 인간이 아닌 다크 엘프를 끌고 다녀도 이제는 상관이 없는 지경이었다. 오히려 그런 비인간적인 모습들 하나하나가 더욱 강력하게 틀어박히는 요소로 작용한 것이다.
인간답지 않은 면모가 많을수록, 마수와 같이 잔인하고 냉정할수록, 아이러니하게도 인간들은 더욱 내게 끌렸다. 나로서도 조금은 의아한 경우였지만 결국 그들은 괴물을 원했음이라.
괴물을 멸절할 진짜 괴물을!
‘나보다 부합하는 자는 없지.’
사냥꾼은 본디 괴물을 잘 알아야 한다. 그래서 괴물이 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나보다 저들에게 믿음을 줄 이로 어울리는 자는 없었다.
이만한 인간의 신앙을 끌어낸 마족은, 내가 아는 한도 내에선 전무했다.
원망과 분노, 공포 등을 느끼게 한 마족은 넘쳐 났지만 말이다.
묘한 감각이었으나 나쁘지 않다.
화아아악!
한참이나 마력을 흡수한 날개가 더없이 넘실거린다. 그 크기가 벌써 5미터를 넘었다. 날개에 마력을 주입하자 곁으로 수백 개의 작은 불덩이가 솟아 나왔다.
스킬 오만과 천의 날개를 함께 이용하면 이런 것도 가능하다.
쾅! 쾅! 쿠르릉!
쏘아진 화염구가 대지에 작렬했다. 지진이라도 난 듯 땅이 흔들리며 자욱한 안개가 피어났다.
퀴익!
뀌이익!
단번에 200에 달하는 오크가 쓸려 나갔고, 광폭해진 오크들이 내게 시선을 돌렸다. 그중 뼈가 보일 정도로 전신이 타 버린 오크 로드가 대검을 들며 달려왔다.
여태껏 상대하던 데빌 헌터 공격대의 대원들은 안중에도 없단 태도.
하지만 오크 로드는 내게 닿지 못했다.
채엥! 푸욱!
M3가 거침없이 나아가 오크 로드를 단 두 합 만에 제압한 것이다.
싸움의 여파로 지친 상태였고, 내게 큰 부상을 당했다고 하지만 그걸 모두 감안해도 M3의 위력은 꽤 놀라웠다.
“못생긴 오크 주제에 어딜 마스터한테 달려들어?”
“마, 맞아.”
로제가 허리에 양손을 올린 채 콧방귀를 끼었다. 그 옆에서 로이가 작게 고개를 주억였다.
그러는 사이 데빌 헌터 공격대의 대원들도 놀지는 않았다. 수적으로 밀렸다고는 하나 그들은 현명하고 슬기롭게 상황을 타개할 줄 알았다. 실력 자체도 군더더기 없이 뛰어나서 한 번 잡은 기회를 결코 놓지 않았다.
“은혜야! 워터 붐!”
“일렉트로닉 쇼크!”
물의 마법사 이지혜. 마수들이 모여 있는 방향에 거대한 물의 폭탄을 생성했다. 뒤를 따라 번개의 정령에게 가호를 받고 있는 유은혜가 강렬한 전기를 난사했다. 거침없는 연계였고, 그에 따른 폭발력도 상당했다.
콰아아아앙!
콰지지직!
공중의 물 폭탄이 터짐과 동시에 전기를 머금은 물방울이 오크들을 적셨다. 물에 의해 가죽이 엷어진 틈을 타 전기가 여과 없이 신체를 관통했고, 30가량의 오크가 몸을 잘게 떨며 바닥에 몸을 눕혔다.
당황한 오크들의 사이에서 에드워드가 미쳐 날뛰었다. 기다란 롱소드가 한 번 스칠 때마다 어김없이 오크의 머리 하나가 공중을 날았다.
다른 대원들도 이 셋에 비할 바는 아니나 훌륭했다. 지금까지 본 각성자 중에선 능히 최고 레벨이라 할 수 있었다.
‘잘 성장했군.’
의도치 않게 자리를 비웠으나 그간 데빌 헌터 공격대는 더욱 탄탄해진 모습이었다. 나는 개입을 멈춘 채 그들의 전투를 조금 더 지켜보기로 마음먹으며 심안을 열었다.
이름: 유은혜
직업: 용사(번개의 마검사)
칭호 :
* 번개를 10번 맞은(R, 마력+4)
* 정령의 존재를 깨우친(U, 마력+7)
* 마검사의 기초를 닦은 자(U, 힘민체+3)
능력치 :
힘 55(+3) 지능 78
민첩 63(+3) 체력 61(+3) 마력 66(+11)
잠재력(323(+20)/423)
특이 사항: 번개 정령의 가호를 받고 있습니다. 수없이 번개를 맞은 탓에 임맥(任脈)과 독맥(督脈), 생사현관(生死玄關)이 강제 타통된 상태입니다.
스킬: 전뇌검(Ex U), 일렉트로닉 쇼크(U), 전력 강화(U, Passive)
이름: 이지혜
직업: 용사(물의 마법사)
칭호 :
* 물 위를 걷는 자(U, 지능마력+4)
능력치 :
힘 33 지능 75(+4)
민첩 29 체력 32 마력 75(+4)
잠재력(244+8/277)
특이 사항: 없음
스킬: 물의 장벽(Ex R), 워터 붐(U), 워터 마인드(Ex U)
이름: 에드워드 윈저
직업: 용사(전사)
칭호 :
* 몰아붙이는 전사(Ex U, 힘+8)
* 무기 파괴자(U, 힘체력+4)
능력치 :
힘 67(+18) 지능 49
민첩 60 체력 74(+4) 마력 41
잠재력(291+22/441)
특이 사항: 저주받은 마검 ‘브레이커’의 선택을 받았습니다.
스킬: 무통증(U), 무기 파괴(Ex U), 전력질주(Ex R), 난투(U)
적용 중인 스킬&아이템 효과: 마검 브레이커(Ex U, 힘+6)
유은혜와 에드워드 윈저의 성장이 눈부셨다. 단순 능력치만 따져 봐도 두 배 이상 성장한 모습. 제법 등급이 높은 스킬이나 칭호마저 손에 넣은 걸 보면 그간 얼마나 심하게 자신을 갈고닦았는지 알 수 있었다.
과연 회귀 전 인간 중 가장 강하다던 ‘10강’ 안에 들어간 이답다. 비록 유은혜는 그 안에 끼지 못했으나 그와 비등하다고 평가를 받지 않았던가.
지금 상태로도 충분히 상급의 마수들과 일전을 치르는 게 가능하다. 실제로 유은혜는 오크 로드를 맞이하여 밀리지 않는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헉, 허억!”
“미친 오크 새끼들! 갑자기 튀어나오고 지랄이야!”
걸걸한 입담과 함께 오크와의 전투를 끝마쳤다. 대원들은 모두 상당히 지쳐 있었다. 그래도 은연중 내 쪽을 바라보며 관심을 가졌다.
가질 수밖에 없었다. 1만이 넘는 인간이 내 뒤를 따르고 있었고, 그들이 신앙처럼 따르는 내가 상황을 반전시켰으니…….
가장 먼저 다가온 건 이지혜였다.
“도움에 감사드려요. 저는 천명회 소속, 데빌 헌터 공격대의 임시 공대장 이지혜예요.”
이지혜가 손을 내밀었다.
나는 현재 인피니티 아머를 입고 천의 날개를 착용하고 있었다. 거기다가 해골 가면을 쓰고 있어서 나를 알아차리지 못한 것 같았다.
확실히, ‘겉’만 보자면 나는 분명하게 달라졌다. 신장도 더 커졌으니 쉽사리 알아차리진 못할 것이다.
나는 빤히 그 손을 바라보다가 몸을 돌렸다.
이지혜가 당황한 듯 외쳤다.
“저, 저기요? 잠깐! 멈춰 봐요! 그 가면, 어디서 났죠? 그 가면은 우리 데빌 헌터 공격대의 상징이라고요!”
품속에서 비슷하게 생긴 가면을 꺼내며 흔들었다. 이후 따라가려고 하자 로제가 앞길을 막았다.
“꼬리치지 마!”
“꼬리? 아니…… 그보다, 다크 엘프……?”
이지혜의 눈이 커졌다.
다크 엘프라니!
예전, 드워프와 잠시 거래를 튼 적이 있지만 그들과 달리 다크 엘프는 공격적이었다. 마수로 분류되었고, 어두운 던전에선 주의 대상이었다.
그런데 다크 엘프가 지금 인간들과 함께하고 있었다.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겠나.
그러거나 말거나 로제는 작게 혀를 차며 말했다.
“요정님이 말씀하시길, 마스터 주위로 여자가 꼬이는 걸 내가 막아야 한다고 그랬어. 흥, 여왕님보다 못생겼으면서 그래도 보는 눈은 있나 보네.”
이히와 로제는 간혹 어울렸는데, 그때마다 이히는 로제에게 몇 가지 충고 아닌 충고를 해 주곤 했다. 여자와 관련된 이야기도 그중 하나였다.
하지만 아주 어린 다크 엘프가 악담을 늘어놓으니 이지혜로선 당황스럽기 짝이 없었다.
“……뭐 하는 분들이죠?”
“인간들은 우리 마스터를 ‘구세주’라고 불러. 남들이 하지 못하는 일을 하는 자!”
“구세주…….”
이지혜의 시선이 뒤쪽을 향했다.
거의 1만에 다다르는 이들이 오로지 한 사람을 따르고 있다.
엎드려서 절을 하며 이마를 땅에 거세게 부딪힌다. 그들이 외치는 단어는 오로지 ‘구세주’뿐이었다.
로제가 휙! 고개를 돌렸다.
“우리는 바빠. 따라오려면 따라오고, 말라면 말아. 가자, 로이.”
“으응.”
로이의 손을 잡고 로제가 느긋하게 걸어 나갔다.
이지혜의 표정이 복잡해질 찰나 유은혜와 에드워드가 다가왔다.
“언니, 어떡할 거야?”
“모르겠어. 가끔 들리는 라디오에서 언급된 사람이 맞는 것 같은데…….”
통신이 모두 죽은 것은 아니다. 마수들은 보급 창구를 끊고, 물자의 유입을 막고, 사람들마저 갈라놨지만 주기적으로 통신을 해 오는 이들이 있었다.
그중 ‘구세주께서 오셨다.’며 자신의 위치를 알리는 이가 존재했는데, 데빌 헌터 공격대가 여기까지 나온 것도 그 정체를 확인하기 위함이다.
“나, 저 사람…… 왠지 모르게 익숙해.”
가면을 쓰고 떠나간 남자. 유은혜는 그의 뒷모습을 떠올렸다.
무뚝뚝하며 자기 할 일만 하는 남자. 이지혜도 그를 알았다.
“잊기로 했잖니? 이미 죽은 사람이야. 살아 있어도, 우리 안에선 죽은 이야.”
“어쨌든…… 결정은 언니가 해. 데빌 헌터의 공격대장은 언니니깐.”
유은혜가 푸욱 한숨을 내쉬었다.
눈 밑에 그늘이 져 있었다.
이지혜는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합류하자. 보아하니 각성자들도 많은 것 같아. 사람이 많은 게 지금 같은 시기엔 도움이 될 거야.”
침공은 갑작스러웠고, 무척이나 빠르게 진행됐다. 마족과 마수들, 놈들은 인간의 약점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있는 듯이 전광석화로 한국을 점령해 나갔다.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수도가 박살이 났다. 모일 수 있다면 모이겠지만 적은 영리했고, 인간이 뭉치는 걸 용납하지 않았다.
한데…… 뭉쳤다. 뭉쳐서 뚫고 있다. 모일 수만 있다면 마수들도 두렵지 않다.
‘누굴까? 정말 구세주인 걸까?’
모르겠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강하다는 점이다. 단박에 오크 로드와 수백의 오크를 박살 낸 저력. 은연중 최강자라 생각하던 유은혜도 흉내 내지 못할 일이다.
분명히 익숙한 느낌은 났지만 그자가 지금 같은 시기에 이곳에서 ‘구세주’라 불리며 있는 건 말이 안 된다. 애써 부정한 이지혜가 뒷정리를 시작했다.
* * *
인간은 무섭다.
무언가를 믿기 시작하고 깊이 빠져들면 주변이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게 된다.
믿음 외에는 전무하고 그것만이 영광으로 가는 길이라 착각한다. 물론 그 믿음이 원동력이 되어 ‘삶’을 갈구하게 하는 선순환을 이룰 수도 있겠지만 광신도적인 자세는 폐해가 더욱 큰 경우가 많았다.
우우우우우.
오오오오오.
작은 감탄사 같은 소리가 주변을 채운다. 질서정연하게 도열하여 노래도 아닌, 그렇다고 신음도 아닌 해괴하기 짝이 없는 소리를 계속해서 내고 있었다.
“사람들이 이상해요.”
에드워드가 주변을 둘러보다가 한 소리를 내뱉었다.
“이상하지 않아.”
허나 유은혜가 부정했다.
현재 그들은 제일 뒤에서 따라오고 있었다.
구세주에 대한 믿음이 건실한 자만이 앞으로 나갈 수 있다는 말에 하는 수 없이 뒤에 설 수밖에 없었다.
“누나, 이상하지 않다니요? 암만 봐도 이상한데…….”
“모든 게 무너졌어. 있어야 할 게 없어졌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때…… 누군가가 앞을 밝히며 손을 내밀어준 거야. 저들에게 구세주란 그런 거야.”
중얼거리듯 말했지만 유은혜도 불과 2년 전까진 그토록 따르던 이가 있었다. 자주 사라져도 위험할 때면 어김없이 나타나 광명을 비춰 주는 남자가 있었다.
하지만 그는 이제 없다. 이미 세상은 멸망 가도를 달리는 중이었고, 위험할 때면 나타나던 그도 끝내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소중한 사람들이 죽어 나갈 때도…… 보금자리를 잃었을 때도…….
“하긴, 누나가 갑자기 사라지면 나도 미칠 거 같아요.”
“이상한 소리 말아. 넌 혼자서도 살 수 있는 힘이 있어.”
“힘만 있으면 뭐 해요? 정작 내가 바라는 건 없는데…… 헤헤.”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에드워드가 웃었다. 그제야 암울한 분위기가 조금은 걷힌 듯했다.
그 옆에서, 이지혜는 기나긴 행렬을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대체 어디로 가는 걸까?”
대답은 다른 곳에서 들려왔다.
“천국의 땅이요. 근심과 걱정이 없는 장소로, 구세주는 우리를 인도하고 있으신 게요.”
지나가던 사람 중 하나가 눈물을 뚝뚝 흘리며 말해 온 것이다.
하지만 이에 이지혜가 반박했다.
“천사들을 믿나요? 그들은 마족을 멸하는 걸 더 중요하게 생각해요. 인간들은 뒷전이에요.”
“그들은 천사의 탈을 쓴 가짜요! 진짜 천국으로 향하는 길은 오로지 구세주님만이 알고 계신단 말씀이오! 구세주님과 그의 아이들을 따르면 우리는 천국으로 갈 수 있소.”
“벌써 그곳으로 가기엔 제 나이가 너무 젊네요.”
“믿음이 부족한 자! 아직도 구세주님의 행보에 의심을 가진 게요?”
이지혜가 힘을 줘서 답했다.
“저 사람이 강한 건 알겠어요. 우리가 어쩌지 못한 마수들을 처리해 줘서, 고마워요. 그렇지만 그가 가는 길의 끝에 천국이 있을 것 같지는 않아요.”
지나가던 행인은 통탄하듯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자 다른 행인들이 합류하여 이지혜를 빙 둘러쌌다.
“그대는 이 대열에 낄 자격이 없소!”
“이단자다!”
“이단자!”
격한 반응이 이어졌다. 갑작스러운 사태에 이지혜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믿지 않는다고 이단자라뇨? 잠깐, 멈춰요!”
사람들이 머리카락이며 옷 등을 마구 잡아채자 이지혜도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데빌 헌터 공격대의 대원들이 이지혜를 구출했고, 대치가 이뤄졌다.
“못생긴 여자!”
그때 돌연히 들려온 목소리.
“아?”
“오오, 구세주의 아이님…….”
마치 모세의 기적이라도 보는 것만 같다.
다크 엘프 여아가 나타난 즉시 사람들이 길을 터 줬다.
이지혜를 헐뜯던 행위도 거짓처럼 멈췄다.
여아는 이지혜와 데빌 헌터 공격대의 앞에 서서 말했다.
“마스터가 앞으로 나오래. 너하고 같이 온 사람들 모두! 그렇다고 꼬리치면 로제가 용서하지 않을 거야. 오로지 여왕님만이 마스터의 옆에 있을 수 있어. 알았어?”
그 여왕님이 누구인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러나 재차 물을 수도 없는 분위기였다.
자기 할 말만 남기고 로제가 휙 몸을 돌렸다.
“구세주시여!”
“오오오오…….”
“우우우우…….”
이윽고 사람들이 개구리처럼 몸을 납작하게 숙였다.
“언니, 가자.”
유은혜의 말소리에 이지혜가 정신을 차렸다.
“그, 그래. 가야지…….”
이지혜가 침을 꿀꺽 삼키며 걸어 나갔다.
사자의 입 속으로 들어가는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