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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사냥꾼-234화 (234/242)

던전 사냥꾼 234화

카마엘을 붙잡았다. 권능 없는 천족은 더 이상 내 상대가 아니었다. 나 역시 멀쩡하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한 달간의 싸움이 드디어 종결된 것이다.

하지만 나는 카마엘을 없애지 않았다. 바닥에 처박아 둔 채 활용할 방법을 찾았다.

‘구스타르테처럼 흡수할 방법이 없을까.’

나는 한 번 신격을 흡수했다. 덕분에 기대 이상의 성과를 얻었다. 물론 완전히 자의적으로 이루어진 일은 아니지만 카마엘마저 흡수한다면 더한 괴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저 초월자에 지나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설령 흡수하는 데 성공하더라도 육신이 버티지 못하고 터져 버릴 것이다. 몇 번이나 재구성된 육체가 있더라도 마찬가지다.

허나 내겐 균형의 열쇠가 있었다. 더불어서 아직까진 빈자리가 남아 있는 상태였다. 나는 한계에 도달하지 않았다. 더 강해질 여력이 분명히 있었다.

‘식탐…….’

탐식이라고도 하는, 가짜 식탐으로 만들어진 돌멩이를 손에 쥐었다. 7대 죄악은 신을 겨냥하고 만들어졌으니 이 중에서 방법이 있을 수도 있었다.

그리고 식탐이라면 내 의도에 부합한다.

고개를 주억였다.

무언가를 흡수할 힘으로선 식탐만 한 것이 없다.

하지만 이건 가짜다. 가지고 있다고 하여서 스킬이 생성되진 않는다. 7대 죄악은 어둠의 정령왕이 가지고 있었다.

허나, 방법이 없지는 않았다.

나는 만물상점과 업적 상점에서 남은 포인트로 ‘흡수, 소화’와 관련된 스킬을 있는 힘껏 사들였다.

만물 조합.

스킬 역시도 조합이 되는 만능의 스킬이다.

이후 가짜 식탐의 돌멩이와 스킬을 조합해 볼 작정이었다.

물론 이건 위험한 행동이다. 한 번 생성된 스킬은 삭제할 수 없고, 생성된 스킬이라 하여 모두 좋지는 않았다. 디버프를 거는 스킬이 섞인다면 그야말로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지는 것이다.

전생에서 공작 디펠라가 비슷한 짓을 하다가 망한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나는 경우가 달랐다.

“이면 세계.”

처음으로 스킬을 작동시켰다. 그러자 왼쪽 팔등의 문신이 빛을 내기 시작했다.

[강화할 스킬을 선택해 주세요.]

두고 볼 필요도 없었다.

“심안.”

그 단어를 입에 담자 거울을 삼킨 용이 눈을 번뜩였다.

[‘심안(Epic)’이 ‘신의 눈(Demigod)’으로 강화되었습니다.]

후우우웅-

빛이 잠잠해졌다.

이윽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점이 천천히 바뀌어 갔다.

신의 눈. 모든 걸 굽어보는 절대자의 능력이다. 주변의 모든 순환이 눈에 새겨졌다.

그저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바위나 모래 따위가 언제 생성되고, 어떤 세월의 흔적을 견뎌 왔는지 알게 되었다. 완벽한 과거의 추적은 안 되었지만 중요한 사건들은 재생되듯 아롱이 밝혀졌다.

허!

기가 차서 말이 안 나왔다. 심안일 때는 이 정도까진 아니었다. 하지만 등급이 오르며 아주 조밀한 것들까지 시선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나는 고개를 들었다. 하늘에는 여전히 천계의 문이 닫힌 채 그 자리에 있었다. 하지만 여태껏 눈치채지 못한, 문 중심에 거대한 외눈이 있다는 게 달랐다.

거대한 외눈은 지상을 살피고 있었다.

정확히는,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천계의 눈이로군.’

나는 즉시 하늘로 날아올랐다.

천계의 문까지 다다라 정면으로 거대한 외눈을 마주 봤다.

“불특정하게 소환된 카마엘을 살피느냐? 아니면 나를 감시하는 건가? 천계에 해가 될지 말지를?”

순간 거대한 외눈이 쪼개졌다. 수천, 수만으로 쪼개진 눈들이 일제히 나를 보고 있었다. 나는 그 중심에서 피식 웃고 말았다.

“생각한 것보다 겁이 많군. 이제 보니 알면서도 안 움직였어.”

무엇을?

데스브링어의 계략이다.

어쩌면 이 눈은 처음 천족들이 소환됐을 때부터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때부터 계속 지상을 살폈다면 데스브링어의 계략을 모를 리가 없다.

하지만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지구는 자신과는 상관없다는 생각에서일지, 아니면 천계에 해가 되지 않으면 신경 쓰지 않겠다는 심보인지는 모르겠지만…….

천왕이라는 자, 혹은 그 위의 천신은 상당한 겁쟁이임이 분명했다.

“계속해서 지켜보아라. 하지만 지켜만 봐야 할 것이다. 나의 싸움에 끼어들면 그 즉시 너희 천계를 멸망시켜 주마. 약속한다.”

쿠웅!

마력을 담아 천계의 문을 두드렸다.

그렇다고 열릴 리 만무하지만 계속해서 몰래 지상을 살폈다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차라리 평생 방관자로만 남아 줬으면 싶었다. 카마엘처럼 억지로 소환당하는 게 아닌 이상에는 말이다.

그게 아니라면 철저하게 무너트릴 것이다.

마왕의 약속이었다.

신격을 소유하고, 디아블로의 힘을 가진 나다. 그리고 언령을 사용하는 자들은 자신의 말에 무게를 가져야 한다. 거짓을 계속했다간 언령은 힘을 잃는다. 격도 천천히 사라지게 된다.

심안의 등급이 이만큼 올라서야 저것을 눈치채다니…… 기분이 나빴지만 선전 포고는 이만하면 되었다. 천계의 왕, 혹은 신은 내가 하는 말을 똑똑히 들었을 것이다.

나는 지상으로 내려왔다. 던전으로 들어가 코어를 찾았다.

그리고 만물상점과 업적 상점을 살피며 필요한 것들을 찾았다.

‘역시 보이는군.’

내가 바라는 건 스킬의 조합이었다.

만물 조합을 통해 가짜 식탐의 돌멩이와 스킬을 합칠 생각이었다.

그리하여 흡수할 힘을 갖추고 이면 세계를 통해 등급을 끌어 올린 후 카마엘을 갖는 게 나의 목표였다.

나는 만물 조합을 활성화시킨 채 식탐을 등록해 두고 상점의 스킬북을 둘러봤다. 그러자 무슨 스킬을 조합하면 어떠한 결과물이 나올 지가 보여 왔다.

답을 알고 있다면 모험을 할 필요가 없다. 전생의 디펠라처럼 실패를 경험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아무런 리스크 없이 최대의 이득을 챙길 수 있을 것 같았다.

‘한 번으로는 안 될 듯한데.’

가장 먼저 ‘식욕(Normal)’과 식탐의 돌멩이를 조합했다.

그러자 ‘흡착(Rare)’ 스킬이 생성되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안 된다.

다시 ‘소화(Normal)’ 스킬과 식탐의 돌멩이를 조합했고, 그 결과물로 ‘생체 흡수(Rare)’ 스킬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이 흡수는 내가 바라는 종류의 흡수가 아니었다.

그러나 흡착과 생체 흡수를 조합하면 원하는 결과가 나오게 되어 있었다.

[‘강탈(Ex R)’ 스킬이 완성되었습니다.]

바로 이거다!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

강탈. 강제로 가져와 취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타락을 강화할까 고민도 했지만 자연스럽게 레전드 등급이 된 것을 반등급 올려 봤자 효율이 매우 떨어진다. 그럴 바엔 낮고 좋은 효과를 가진 스킬을 올리는 게 훨씬 좋으리라 판단했다.

“이면 세계.”

[강화할 스킬을 선택해 주세요.]

고민할 게 있겠는가.

“강탈.”

[‘강탈(Ex R)’이 ‘절대적 약탈(Demigod)’로 강화되었습니다.]

[이면 세계로 강화할 수 있는 모든 스킬을 강화했습니다. 더 이상의 스킬을 강화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 * *

카마엘은 치유 불가의 상처를 입고 바닥 깊숙한 곳에 처박혀 있었다. 나는 쓰러진 채 미동도 없는 놈의 얼굴을 쥐고 들었다. 5미터에 달하는 신장이지만 못 들 것도 없었다.

나는 표정을 굳혔다. 강탈 스킬을 강화시킨 보람이 있을지가 지금 판가름 난다. 만약 별다른 효과가 없다면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지르게 되는 것이다.

나머지 한 손을 가슴팍에 가져갔다. 열쇠를 돌려 내부를 열자 화아아악-! 소리와 함께 거센 마력의 돌풍이 불었다.

“절대적 약탈.”

내가 약탈할 대상은 하나.

놈의 힘이었다.

쩌정!

말이 끝난 즉시 가장 먼저 무언가 금이 가는 소리가 들렸다.

이윽고 카마엘의 정수리에서 하얀빛이 새어 나왔다.

빛은 이내 내가 연 마력의 창고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치천사 카마엘의 힘을 약탈했습니다.]

[카마엘은 강대한 신격을 갖춘 천족입니다. 약탈에 성공했으나 그를 중화시킬 무언가가 없다면 약탈자는 상당한 부작용을 얻게 될 것입니다.]

약탈자라!

마음에 들었다. 어차피 나는 사냥꾼이었다. 사냥꾼은 무언가를 약탈하는 존재다. 그런 의미에서 이만큼이나 나를 잘 표현한 단어는 없었다.

카마엘의 정수리에서 모든 힘을 빨아들인 이후 나는 다시 열쇠를 잠갔다. 힘이 소용돌이치며 기존의 힘과 융화되어 갔다.

‘포만감이 드는군.’

만족감이라 표현할 수도 있으리라.

그래도 확실한 건 강해졌다는 것이다.

나는 굳은 표정을 풀었다. 잔잔한 미소가 입가에 머물렀다.

‘상태창.’

강해졌다면 확인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이름: 랜달프 브뤼시엘

직업: 마왕(던전 마스터)

칭호 :

* 던전 사냥꾼(던전 점령, 마족 사냥 시 잔여 능력치+1)

* 불굴의 전사(Ex U, 모든 능력치+2)

* 최초로 요정의 축복은 받은 자(U, 마력+6)

* 근원의 주인(Epic, 모든 능력치+3)

* 언데드(Ex U, 지능체력+5)

* 지저 세계의 지배자(Legend, 모든 능력치+5, 에픽 미만 스킬의 등급+0.5)

* 원류의 마왕(God, 모든 능력치+10, 초월급의 언령 부여)

능력치 :

힘 130(+30) 지능 149(+25)

민첩 125(+30) 체력 145(+32) 마력 142(+26)

잠재력(689+143/???)

잔여 능력치: 47

전력량: 742GW

특이 사항: 지저 세계의 주인. 나락 군주의 심장이 완전히 각성했습니다. 모종의 이유로 강력한 신격을 얻었습니다. 원류의 마왕 디아블로의 힘을 승계했습니다.

스킬: 만물 조합(Ex U), 신의 눈(Demigod), 다크 소드(Epic), 신검합일(Epic, Passive), 전격의 정령(Epic), 오만(Epic), 타락(Legend), 지배의 권능(Ex Epic, Passive), 정령과의 교감(Epic, Passive), 이면 세계(God), 진·언령(God, Passive), 절대적 약탈(Demigod)

적용 중인 스킬&아이템 효과: 분노(힘+7), 나태(민첩+7), 오만(체력+7), 신검합일(힘민첩+3)

[전후 비교]

힘 157 지 154 민 151 체 165 마 164 잠재력(648+143/???)

힘 160 지 174 민 155 체 177 마 168 잠재력(691+143/???)

“훌륭하군.”

드디어 능력치 총합 800을 넘겼다.

그리고 카마엘이 방어적 권능을 지녔던 천족이라 그런지 그와 관련된 능력치가 대폭 상승했다. 지능과 체력이 말이다.

이 정도 수치면 거의 모든 마법적 공격에 내성이 생겼대도 틀린 말이 아니었다.

힘을 빼앗기고 껍데기만 남은 카마엘의 시체가 곧 먼지처럼 사라졌다.

구우우우우웅.

하늘에서 광음이 들렸다. 곧 천계의 문이 모습을 숨겼다.

외눈의 거대한 눈 역시도 없어져 있었다.

나는 날개를 펼쳐 허공으로 떠올랐다.

그리고 외쳤다.

“승리했노라.”

이 한마디가 커다란 울림이 되어 전 세계에 퍼져 나갔다.

이제…… 정비를 끝낸 뒤 마계로 올라갈 일만 남았다.

‘나락 군주.’

어둠의 정령들은 지구의 마족들을 끝장내고자 공허의 가장 깊은 곳에 잠들어 있던 나락 군주를 깨웠다. 지금 그가 마계의 모든 세력을 집어삼키고 있었다.

홀로 그만한 일을 펼치는 게 가능하다면 그 역시도 엄청난 강자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한계를 모르고 강해진 상태다. 이 상태라면 어지간한 신들도 두렵지 않을 것 같았다. 구스타르테를 만나고 그의 강함을 경험하며 그의 힘을 흡수한 나다. 내가 확신하는 것이니 틀림없다.

나락 군주는 신이 되려다가 신들에 의해 좌절을 겪은 불운의 황제였다. 과연 그의 실력이 어느 정도일지 기대가 되었다. 나락 군주의 심장은 내가 이 자리에 오기까지 무수히 많은 도움을 주었고, 그 심장의 진짜 주인이 얼마나 강할지는 도저히 상상이 되지 않았다.

‘그래도 지지 않는다.’

그런 확신이 있었다.

솔직히 카마엘조차 권능이 아니었다면 상대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카마엘을 상대할 때보다 강해진 상태였다.

나는 주먹을 움켜쥐었다. 마계의 문이 서서히 지상과 가까워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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