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던전 사냥꾼-241화 (241/242)

던전 사냥꾼 241화

나락 군주는 연신 피를 토했다. 사시나무처럼 몸을 떨고 이빨을 갈았다. 두 눈에서도 피가 흘러나왔는데, 정상적인 모습은 아니었다.

“랜달프…… 브뤼시엘……!”

그의 목소리가 전장을 가득 채웠다. 듣는 것만으로도 오싹한 기분이 전신을 엄습했다. 강자들은 즉시 그가 나락 군주이고, 격이 다른 적임을 알아봤다. 그야말로 가장 최후의 시련이라고. 희망임과 동시에 깊은 절망으로 찾아왔다.

나락 군주가 손을 들었다.

그의 손에 점차 파멸의 기운이 몰려들었다.

강대한 마력. 위험하다. 하지만 피할 수 없었다.

이어 그가 손을 내뻗자 얼굴 하나만 한 크기의 보랏빛 구가 지상을 강타했다.

쿠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폭발은 적아를 가리지 않았다. 거센 폭풍은 닿는 모든 것을 지웠다. 파멸의 인도(God). 오로지 파괴를 위한 권능이다. 권능의 힘이니 급이 높은 마족과 마수도 견디지 못했다. 순식간에 3만에 달하는 마수와 마족이 증발하였다.

데스브링어는 그조차 성에 안 찬다는 표정이었다. 원래는 이보다 강력해야 정상이다. 시스템에 가둬 둔 신격이 흩어지며 힘이 약해졌다. 주먹을 으스러지게 쥐곤 성을 바라봤다. 아무리 약체화했다고는 하나 그는 데스브링어. 마신이었다.

거대한 성 하나를 없애는 것쯤은 일도 아니었다.

“필멸자는 불멸자를 이길 수 없다. 나는 마신 데스브링어! 감히 신에 대항하려 하느냐?”

그가 다시금 손을 뻗었다. 그러자 대지에서 무수히 많은 손이 뻗어 나왔다. 손들은 죽은 3만의 시체를 땅속으로 가져갔고, 곧 거대한 인형을 하나 만들었다.

콰륵.

콰르륵.

3만의 시체가 합쳐져 신장 100미터를 넘기는 괴물이 완성되었다. 그가 가지 권능과 스킬을 적절하게 합친 결과물이었다.

괴물은 무식하기 짝이 없었다. 그러나 그만큼 강했다.

괴물이 휩쓸고 지나간 곳은 시체도 온전히 남지 않았다.

데스브링어에게 적군과 아군의 구별은 크게 의미가 없는 듯싶었다.

“네놈은 최후에 죽여 주마. 그 전에…… 네가 가진 모든 것을 없애 주겠다.”

그가 선언했다. 신격이 담긴 말. 반드시 지킬 약속이라도 되듯이 힘을 주어 입에 담았다.

* * *

발록 로구잔, 어둠의 정령왕 아도니스. 모두 강자의 세계에 들어간 존재라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나 내 격에 비하면 한참 미치지 못했다. 절대적 약탈을 쓰더라도 효과가 없다는 의미다. 물론 카마엘처럼 권능을 가진 경우라면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둘 다 권능은 전혀 가지고 있지 않았다.

아도니스…… 놈은 시스템에 들어가 엘리멘탈 실드를 얻었다. 시스템이 얻을 방법을 주고 그대로 행했겠지. 하지만 역시 권능이라 하긴 부족하다. 심지어 놈은 엘리멘탈 실드를 제대로 다루지도 못했다. 불현듯 얻은 힘에 취해 가뜩이나 멍청한 머리가 아예 생각이란 걸 멈추게 만든 것이다.

둘을 흡수해 봤자 강해지진 않으리라. 그리고 이 절대적 약탈에는 숫자의 제한이 있는 것 같았다.

‘다섯 정도는 더 흡수할 수 있겠지.’

처음에는 마력의 양인 줄 알았다. 그런데 몇 번 사용하다 보니 흡수할 수 있는 숫자의 제한이 있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내 역량에 따라 다르고, 다섯 번가량이 남은 것 같았다.

하여튼…… 나는 기대하고 있었다.

‘데스브링어를 흡수하면 어찌 될까.’

신격이 떨어진 신이래도 데스브링어는 마신이다. 최상급의 신!

나 또한 그와 비슷하거나 그 이상의 힘을 가지게 될 가능성이 높았다.

지금도 살아 있는 신과 같은 신위를 발휘할 수 있는데, 데스브링어를 약탈하면 상상하기조차 어렵다.

강해지는 일 자체는 언제나 즐거운 법이었다.

그리고 이히를 통해 그가 대대적인 공격을 시작했단 말을 들었다.

‘공격을 했다면 받아쳐 주는 게 인지상정이지.’

나는 당하고만 살지 못하는 성격이었다.

균열을 통해 돌아온 즉시 가져온 모든 무기를 풀었다. 최소 에픽 이상의 무구가 수백 개가 넘게 쌓였다. 유니크 등급도 천여 점은 있었다.

“필요한 자들에게 나눠 줘라.”

“네, 마스터.”

이히는 즉시 내가 내린 명령을 이행했다.

이곳 성의 상태는 최악이었다. 그간 후퇴를 거듭하고 밀려난 덕택에 가지고 있는 장비의 상태가 형편없었다. 장인은 도구를 가리지 않는다지만 전장에서는 이야기가 다르다. 실력이 비슷하다면 조금이라도 더 좋은 장비를 쓰는 쪽이 이기는 게 당연하다. 간발의 차이가 승리를 결정 짓는 게 전장인 탓이다.

그리고 무구만 바꿔 줘도 실력이 몇 배는 상승할 마족들이 꽤 많았다. 아리엘 디아블로가 다스리던 성이라서 그런지 다들 병장기 하나만큼은 기가 막히게 잘 다뤘던 것이다.

나는 이히에게 일을 맡기고 성 위에 올랐다. 즉시 전장의 현황을 살폈다. 그리고 가볍게 혀를 찼다.

‘최악이군.’

공격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은 것 같았다. 하지만 곳곳에 보이는 흔적들은 너무나도 참혹하기 그지없었다. 적군과 아군의 시체가 함께 뒹굴며 무더기로 쌓여 있었다. 그럼에도 적은 많았고, 아군의 숫자는 눈에 띄게 줄어든 상태였다.

‘20만도 안 남았나.’

냉정하게 전장을 훑었다. 고군분투 끝에 적의 숫자가 많이 줄어들긴 했지만 아직도 300만가량이 남아 있었다. 그나마 좁은 곳에서 혈투를 벌인 끝에 둘러싸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었다. 허나 오래가진 않을 듯싶었다.

길이 하나만 뚫려도 나머진 쉽다. 눈 깜박할 사이에 포위당한 채 전멸할 것이다. 게다가…….

시선을 들었다. 가장 높은 곳. 나락 군주의 탈을 쓴 데스브링어가 파멸의 기운을 모으고 있었다. 그 크기는 성인 남성만 했지만 담긴 마력의 기운은 아찔할 정도였다.

‘아예 전멸시킬 작정이로군.’

본 즉시 알았다.

저것은 데스브링어의 권능이라고!

신의 힘, 그중에서도 데스브링어가 가진 가장 파괴적인 기운이다.

막을 수 있을까?

고개를 저었다.

권능은 막지 못한다. 방해는 할 수 있을지언정 결국 파멸의 기운이 대지에 닿는 걸 막을 수 없다. 받아치려면 나 역시 권능을 사용해야 하는데, 내가 가진 권능은 두 개였다. 이면 세계와 진·언령. 둘 다 공격적인 권능은 아니었다.

‘하는 수 없지.’

저게 떨어지면 성은 무너진다. 성뿐인가? 주변의 모든 마수가 궤멸할 것이다.

저런 권능을 두 개 가지고 있지는 않을 터.

고민은 짧았다.

귀걸이 하나를 풀었다. 그것을 손에 쥐고 말했다.

“권능 파괴.”

촤아아아악!

귀걸이에서 하얀빛이 튀어나왔다. 빛은 이내 내가 의도한 대상인 데스브링어를 집어삼켰다. 그러자 그의 표정이 굳었다.

‘메시지가 뜨지 않는군. 아마도 시스템이 무너진 영향이겠지.’

시스템은 무엇을 하면 되는지 선택지를 주었다. 그대로 행하면 모든 게 되었다. 하지만 시스템이 무너진 지금, 내가 조작하고 실행해야 했다.

귀걸이 위로 다섯 개의 빛깔이 흘러나왔다.

검은색, 보라색, 주홍색, 빨간색, 파란색.

이 중에 하나를 없앨 수 있다는 의미 같았다.

보라색을 잡았다. 그대로 손에 쥐어 없앴다.

쉬이익-

그 순간 데스브링어에게 모이던 파멸적인 기운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귀걸이도 함께 증발했다.

‘이제 네 개의 권능이 남았구나.’

고개를 끄덕였다. 권능 파괴는 권능만 파괴하는 스킬이 아니었다. 상대가 몇 가지 권능을 가지고 있는지도 확인할 수 있었다.

다섯 개의 빛이 나타났고, 그중 하나를 파괴했다.

이제 남은 권능은 네 개.

“나락 군주가 이런 좋은 걸 만들었더군.”

어깨를 으쓱하며 데스브링어를 바라봤다. 그는 현재 나락 군주의 몸 안에 갇혀 있었다. 신격이 모두 되돌아오기 전까지 그는 나락 군주의 몸에서 빠져나갈 수 없고, 나락 군주만 죽인다면 그 역시도 완전히 소멸할 것이다.

허무에 잠들어 있던 존재가 죽거든 그야말로 소멸뿐이 없으니 말이다.

“랜달프 브뤼시엘……!”

권능 하나가 소멸되었음을 그도 느낀 것이다.

데스브링어가 몸을 잘게 떨었다. 신격이 많이 떨어져서 그런가? 감정의 표현이 격하다. 어쩐지 그가 마신이나 되는 존재라곤 생각이 되지 않았다. 마계에서 처음 그를 보았을 때와는 확연히 다르다.

‘할 만하다.’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그는 분노를 느끼고 있을지 몰라도, 나는 즐겁기 그지없었다.

가장 강력한 권능 하나를 지워 냈으니 장소만 옮기면 될 것 같았다. 이곳에서 데스브링어와 격돌하거든 수많은 피해가 날 것이고, 그 여파로 내 휘하 마족과 마수들이 불리해질 가능성이 훨씬 높았다.

처음 그는 나를 무시한 채 내 휘하 병사들을 모두 죽일 셈이었지만 물거품이 되고 나를 적대하기 시작했다. 분노가 머리끝까지 차올랐을 이때 자리를 옮겨야 했다.

휘이잉!

분노와 황제의 검을 들고 카오틱 블레이드를 전개했다.

파아아앙!

허공을 박찼다. 날개를 접어 최대한 빠른 속도로 데스브링어에게 튕겨지듯 날아갔다.

콰아앙!

파란색 장벽에 검이 막혔다. 마력을 사용한 실드는 아니다.

‘이것도 권능이로군.’

보호막을 형성하는 권능이라.

문득 카마엘이 떠올랐다. 놈처럼 귀찮은 권능은 질색이었다.

하지만 데스브링어가 방어적인 권능을 가지고 있을 리 만무하다. 구스타르테와 디아블로도 코웃음을 쳤다.

그렇다면…….

‘나락 군주가 본래 가진 권능.’

수호의 권능!

수호자의 운명을 억지로 뒤집어썼기에 가지게 된 권능이며 그 능력은 지킬 게 있을 경우에 한하여 시전자를 무적에 가까운 상태로 만든다. 반대로 상대방이 지켜야 할 게 더욱 많고 무겁다면 별다른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쩌적! 쩌저적!

내 검을 받아 낸 보호막이 부서졌다.

데스브링어는 지킬 대상이 없다. 그는 홀로 존재했으며 독보하는 존재다.

반대로 나는 지키는 이들이 많았다. 적어도 여태껏 나를 따라온 휘하의 병사들 정도는 지켜야 하지 않겠는가. 그것이 마왕의 책임이었다.

수호의 권능은 내 앞에서 쓸모없었다. 데스브링어보단 내가 지키는 이들이 훨씬 많았다.

‘남은 권능은 세 개.’

콰앙! 콰앙!

연달아 검을 휘둘렀다. 그럴 때마다 데스브링어가 손을 뻗어 검을 막았다. 거대한 충격파가 연이어 생겨났고, 나는 조금씩 옆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너른 계곡.

데스브링어는 이를 갈며 팔을 펼쳤다. 곧 붉은 기운이 계곡 전체를 감쌌다.

이 역시 권능이다. 그가 가진, 공간을 지배하는 지고한 권능이었다.

자연스럽게 눈살을 찌푸렸다. 표시가 되진 않았지만 이 공간에 들어선 순간부터 능력치가 하락했음을 알 수 있었다.

―절대적 지배. 나의 권능으로 맞받아칠 수 있노라.

디아블로의 목소리가 환청처럼 들려왔다. 지금 데스브링어가 펼친 이 붉은 마력은 절대적 지배라는 이름의 권능이었고, 내가 가진 언령으로 충분히 방어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하기야 언령 역시 어찌 보면 공간 지배와 비슷한 맥락의 권능이다. 내 말이 닿는 곳까지 지배할 수 있다는 의미니까. 중첩되면 상쇄도 가능할 것이다.

“데스브링어, 너의 권능은 내게 통하지 않는다.”

의지를 담아 말했다.

째쟁!

곧 붉은 마력이 거울처럼 깨져 나갔다.

‘역시…… 지금 그는 반푼이 신이다.’

데스브링어가 본래의 신격을 가지고 있었다면 쉽진 않았을 것이다. 다 같은 권능이라도 분명히 사용자에 따른 격의 차이는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처럼 쉽게 막아낸 건 시스템이 붕괴하며 그의 신격이 반 토막 난 덕분이었다.

데스브링어의 표정이 잔뜩 굳었다.

그는 태어날 때부터 신이었다. 그런 그가 언제 이런 경우를 당해 봤겠는가. 하물며 나는 필멸자의 운명을 지닌 마족이었다.

하지만 단순한 마족은 아니다.

나 역시 신격을 소유했다. 내가 본래 가진 능력과 구스타르테, 원류의 마왕 디아블로가 가진 힘을 흡수했다. 적어도 필멸자 중에서 나를 뛰어넘는 이는 오랜 시간을 되돌려 봐도 없었을 것이다.

“필멸자 주제에……! 창조물 따위가 창조주를 넘으려 하느냐!”

데스브링어의 감정이 격해졌다. 신은 본래 완전한 존재다. 저 정도로 감정의 표현을 하지 않는다.

그제야 확신했다. 그는 타락한 신이었다. 반푼이란 표현도 맞았다. 필멸자와 불멸자의 경계가 흐트러지고 있었다. 빙의가 아니라 나락 군주에게 완전히 일체화됐으니…….

나락 군주가 내게 가진 분노, 자신의 것을 모두 가져간 그 원통함이 데스브링어에게서 느껴지고 있었다.

‘비참한 말로로군.’

나락 군주가 시스템을 이용해 신을 죽이려 하는 건 좋다. 내가 상관할 바가 아니다. 하지만 게임을 망쳐선 안 됐다. 나를 표적으로 삼은 게 가장 큰 실수였다.

남은 권능은 두 개. 하지만 크게 신경 쓰이진 않았다.

“데스브링어, 끝을 내자.”

오만의 불길, 뇌신, 카오틱 블레이드. 모든 공격 스킬을 동시에 펼쳤다. 놈만 죽이면 지금 성을 공격하는 군세도 와해될 것이었다. 그의 스킬로 말미암아 존재하는 이들이었다.

데스브링어의 표정이 바뀌었다. 이를 갈다가 곧 서슬 퍼런 미소를 지었다.

“끝? ……오냐, 이것은 피할 수 없을 거다.”

그가 손을 들었다. 그리고 나를 가리켰다.

“마신의 진정한 권능은 지금껏 네가 상쇄한 그런 게 아니다. 나는 창조주이고, 창조물을 입맛에 맞게 조리할 권한을 가졌지. 내 권한에 따라 지금 부로 네놈을 지우겠다.”

데스브링어는 마신이었다. 마족의 신. 그리고 나는 그가 창조한 종족이었다.

그가 연이어 입을 열었다.

“죽음.”

다른 단어는 필요조차 없다는 듯, 그가 가진 나머지 두 가지 권능 중 하나가 발현되었다. 하지만 여태껏 펼친 권능과는 느낌이 전혀 달랐다.

1인 지정. 그가 가진, 최후이자 최강의 권능!

바로 상대에게 내리는 죽음의 선포였다.

데스브링어가 죽음이란 단어를 입에 담은 즉시, 내 주변의 세상이 바뀌었다. 검었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데스브링어의 말에 따라 바로 죽지는 않았다.

“끅……!”

내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스스로의 목을 조이고자 손이 움직였다. 그럼에도 저항할 수 있는 건 높은 지능 수치 덕분이다.

쿠웅!

하늘에서 추락하여 바닥에 처박혔다.

그 상태로 나는 몸을 바르르 떨어 대며 비틀었다.

‘잔여 능력치.’

이를 악물었다. 버텨야 했다.

본능적으로 이 권능을 막을 방법이 지능밖에 없음을 알아차렸다.

그러기 위해 나는 잔여 능력치를 사용하고자 마음먹었다.

하지만 어떻게? 시스템이 무너지며 올릴 방법을 알지 못한다.

“마스터!”

그때 돌연 이히의 목소리가 지척에서 들렸다.

환청인가?

데스브링어가 가진 공간 장악의 권능은 내게 통하지 않을 뿐이지 계속해서 전개되고 있었다. 영혼이 이어져 있는 이히와의 연결 고리마저 강제로 끊긴 게 느껴졌건만.

“던전 코어는 살아 있어요. 코어는 시스템의 일부예요! 빨리 이히의 손을 잡아요!”

내 시야는 어둠에 물들어 있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천천히 조여 오는 죽음만이 시시각각 느껴지고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나는 손을 내밀었다. 곧 누군가가 내 손을 맞잡았다.

[시스템 재개율 0.001%]

[복구 불가.]

[상태창…… 복구 완료.]

이름: 랜달프 브뤼시엘

직업: 마왕(던전 마스터)

칭호 :

* 던전 사냥꾼(던전 점령, 마족 사냥 시 잔여 능력치+1)

* 불굴의 전사(Ex U, 모든 능력치+2)

* 최초로 요정의 축복은 받은 자(U, 마력+6)

* 근원의 주인(Epic, 모든 능력치+3)

* 언데드(Ex U, 지능체력+5)

* 지저 세계의 지배자(Legend, 모든 능력치+5, 에픽 미만 스킬의 등급+0.5)

* 원류의 마왕(God, 모든 능력치+10, 초월급의 언령 부여.)

능력치 :

힘 130(+30) 지능 149(+25)

민첩 125(+30) 체력 145(+32) 마력 142(+26)

잠재력(689+143/???)

잔여 능력치: 47

전력량: 742GW

특이 사항: 지저 세계의 주인. 나락 군주의 심장이 완전히 각성했습니다. 모종의 이유로 강력한 신격을 얻었습니다. 원류의 마왕 디아블로의 힘을 승계했습니다.

스킬: 만물 조합(Ex U), 심안(Demigod), 다크 소드(Epic), 신검합일(Epic, Passive), 전격의 정령(Epic), 오만(Epic), 타락(Legend), 지배의 권능(Ex Epic, Passive), 정령과의 교감(Epic, Passive), 이면 세계(God), 진·언령(God, Passive), 절대적 약탈(Demigod), 카오틱 블레이드(Legend), 권능 파괴(God)

적용 중인 스킬&아이템 효과: 분노(힘+7), 나태(민첩+7), 오만(체력+7), 신검합일(힘민첩+3)

어둠을 뚫고 한 줄기 글자들이 내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나는 피가 날 정도로 입술을 강하게 깨물며 잔여 능력치 전부를 지능에 때려 박았다.

이로써 내 지능은 200을 훌쩍 넘긴 221에 달했다.

[‘이지스의 방패(God)’ 스킬 생성]

200이 넘는 지능은 그 자체만으로도 권능과 다를 바가 없었다. 이지스의 방패라는 스킬이 생성되자 주변을 물들인 어둠이 빠르게 걷혀 나갔다.

세상이 본래의 모습을 되찾았고, 그제야 나는 겨우 눈을 뜰 수 있었다.

하지만 내 눈앞에 비친 광경은 쉽사리 이해가 안 되는 종류의 것이었다.

“요정 따위가 내 일을 방해해? 죽어 마땅하다.”

데스브링어의 손이 이히의 가슴을 꿰뚫고 있었다.

이히는 영체다. 하지만 데스브링어는 영체마저 잘라 내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의 힘 자체가 애당초 신의 영역에 있었던 탓이다.

요정왕의 격을 얻었대도 데스브링어를 상대하는 건 불가능하다.

동시에 이히의 모습이 점차 흐릿해져 갔다.

“…….”

나는 침묵했다. 그러자 이히는 나를 바라보며 작게 웃었다.

“마, 마스터…… 이히히.”

저 잘했죠?

장난스럽게 웃던 이히가 목을 푹 숙였다.

그리고 하얀 연기가 되어 사라졌다.

“…….”

표정이 굳었다.

아. 작게 입이 벌어졌지만 그뿐이었다. 무어라 말을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이히가 죽는 걸 보는 건 이번이 두 번째다.

두 번 모두 나를 대신해 죽었다. 나를 원망하지 않는 것도 똑같다.

이히는 본래 왕의 격을 얻고 떠났어야 했다. 우리가 맺은 계약은 그 시점을 기준으로 본래 종료되어야 정상이었다.

코어에서 벗어나 자신의 세계를 구축하는 것. 그런 중요한 사명을 떠안고 있음에도, 이히는 계속해서 코어에 귀속되어 있었다.

불안하다는 말만 남긴 채 남아서 나를 계속 지켜본 게 분명했다.

―안녕하세요, 던전 마스터. 저는 던전 마스터의 도우미 요정, 이히예요! 이히!

―우와! 대단하세요, 마스터! 독심술이라니!

―이히가 정말 잘못했어요. 끝까지 지켜봤어야 했는데 이히가 그러질 않았어요. 용서해 주세요, 마스터…… 히잉.

―마스터! 마스터! 엉엉! 이히를 버려두고 죽지 말아요.

생각해 보면 이히는 말썽만 부릴 뿐이었다. 항상 내가 말한 일을 제대로 행하지 않았고, 혼나길 반복했다. 몰래 정원을 만들어 꿀벌을 키울 정도로 벌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 가끔 놀라운 창의력으로 예상하지 못한 일을 일으킬 때가 있긴 했지만 솔직히 가만히 있어 주는 게 도움이 되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나는 항상 이히를 옆에 두었다. 이히는 결코 배신하지 않았다. 전생에서조차 내가 아무리 모질게 대해도 웃어 보일 따름이었다. 나를 대신해 죽을 때조차도 그 태도는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도 이제 끝이다.

나는 시간을 되돌릴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리고 한 번 돌린 시간을 다시 돌리는 건 불가능하다. 신격을 얻으며 세상의 진리를 조금은 깨달았기에 확신할 수 있었다.

그 말괄량이를 이제는 보지 못한다는 뜻이다.

“이지스의 권능을 가졌느냐? 그래도 소용없다. 필멸자가 그 힘을 제대로 다룰 수 있을 리가 없으니까.”

데스브링어가 이죽거렸다.

나는 아예 표정을 지우며 놈을 바라봤다.

“너는 죽는다.”

그리고 선언했다.

죽음의 권능 따위는 상대도 되지 않을, 초월적인 의지를 담았다.

결코, 결코 놈은 이곳을 살아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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