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RI 공금갠소요게X
프롤로그
“……웃!”
태어나서 처음으로 살갗을 더듬는 남자의 손에 시그리드는 입술을 깨물며 흘러나오는 비명을 필사적으로 삼켰다.
시그리드와는 달리 검술로 단련된 패자(覇者)의 손은 조금 거칠었다. 시그리드의 하얗고 가느다란 손가락보다 훨씬 긴 손가락이 능숙하게 꿈틀거리며 그녀의 몸 위를 돌아다녔다.
불처럼 뜨거운 레온하르트의 입술이 부드러운 살갗을 구석구석 기어 다니며 아직 성에 무지한 처녀의 달콤함과 부드러움을 마음껏 맛보았다.
시그리드는 커다란 몸 아래 깔려 필사적으로 몸을 뒤틀고 저항하면서도 모든 것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그런 흐트러진 모습은 오히려 남자의 눈을 즐겁게 해줬다.
젊은 남자의 뜨거운 피부와 사나움을 몸서리칠 만큼 절감하게 된 시그리드는 레온하르트의 품속에서 녹초가 되어 숨을 내쉬었다.
하룻밤 사이에 온전히 받아들이기에는 이 청년의 방식이 너무나도 격렬했다.
“……흐읍.”
입맞춤은 잡아먹을 것처럼 강하고, 격렬하고, 그리고 영혼마저 녹여버릴 만큼 달콤했다.
자신이 직접 냉혹하게 밤 시중을 명령했으면서도 남자는 어째서인지 시그리드의 몸을 아껴주듯 부드럽게, 관능의 달콤하고 음란한 기쁨을 넘칠 만큼 안겨줬다.
지금까지 신녀로서 순결하게 생활해온 시그리드에게는 이미 저항할 기력도 남아있지 않았다.
숨결마저 그의 입술에 붙잡혀 자유롭게 숨을 쉴 수조차 없었다. 비단 시트를 새로 깐 침대 위에서 시그리드의 몸은 완전이 레온하르트의 것이 되었다.
날은 아직 밝지 않았다.
깊게 드리워진 밤의 장막 속에서 음란한 정적만이 주위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들리는 것은 서로의 가쁜 숨소리와 옷자락이 스치는 관능적인 소리.
모든 것이 너무나도 뜨거워서 이제는 뭐가 뭔지 알 수 없었다.
광란의 밤.
첫날밤.
“……괴롭나.”
그가 낮고 깊은 목소리로 물었지만 울다 쉬어버린 목소리로는 대답조차 할 수 없었다.
목이 지독히 말랐다. 물을 마시고 싶었다. 이 뜨거움을 식혀줄 물을.
그 표정을 읽은 것일까, 레온하르트가 시그리드의 향기로운 몸을 끌어안은 채 침대 옆 테이블 위로 손을 뻗었다. 벌꿀주가 담긴 병을 집어 들고 자신의 입에 술을 머금은 후 입술을 겹쳤다.
“읍, 으음…….”
그가 입으로 먹여준 벌꿀주는 너무나도 달콤해서 오히려 시그리드의 갈증을 더욱 증폭시켰다.
미처 삼키지 못한 벌꿀주가 엷은 산호색 입술 가장자리로 흘러내렸다. 그 모습이 청순한 미모와 어우러져 숨 막히는 요염함을 자아냈다.
아직 갈증은 채워지지 않는다.
시그리드는 신음하듯 옅은 호흡을 되풀이했다.
청년은 고가의 벌꿀주를 시그리드의 입으로 아낌없이 흘려 넣었다. 그동안에도 풍만한 가슴을 더듬는 손길은 멈추지 않았다.
“……너를 경애하는 백성들에게 신성한 신녀를 이렇게 마음껏 희롱하고 있는 것이 알려지면.”
남자의 고혹적인 목소리에 열기가 담겼다.
밤의 어둠 속에서 속삭이는 말은 흘러내리는 달콤한 꿀.
그가 꽃조개처럼 작은 귓불을 가볍게 깨문 순간, 시그리드의 등줄기에 오싹한 전율이 일었다. 하반신이 아직 연결되어 있어서 몸을 살짝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온몸을 꿰뚫리는 듯한 쾌감이 일었다.
“앗……. 아아.”
또다시 이 사나운 것으로 정신을 잃을 때까지 몸을 꿰뚫고 흘러넘칠 만큼 쾌락을 퍼붓는다면.
이번에야말로 시그리드는 미쳐버릴지도 모른다.
“나는 분노한 백성들에게 맞아죽을지도 모르지.”
레온하르트는 옅은 숨을 내쉬며 웃은 후 움찔거리는 시그리드의 가느다란 허리를 끌어당겨 애액과 정액을 휘저으며 또다시 음란한 율동을 시작했다.
“아……!”
“하지만 그렇게 해서 너를 손에 넣을 수 있다면 그것도 재미있을 것 같군. 이 순간을 오랫동안 기다려왔다. 10년이 넘도록. 설령 오늘 하룻밤이라 해도 너를 손에 넣을 수 있다면 후회는 없어.”
첫 성교와 술로 의식이 혼탁해져 있는 시그리드는 레온하르트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 게 무슨……?”
극상의 크림 같은 하얀 가슴에는 붉은 꽃잎 같은 흔적이 흩뿌려져 있었고 처음으로 남자를 알게 된 좌우의 색이 다른 눈동자는 요염하게 젖어들었다.
새하얀 비단 시트 위에 흐트러진, 풍성하게 물결치는 금발.
그 모습이 얼마나 레온하르트의 본능을 자극하는지, 남자의 욕망을 들쑤시는지, 시그리드는 상상조차 하지 못할 것이다.
지금까지 그녀는 남성과 전혀 접점이 없는 삶을 살아왔으니까.
에블리야의 신녀의 증거인 신의 눈. 오른쪽은 보라색, 왼쪽은 은색의 서로 색이 다른 눈동자.
밤의 어둠 속에서 그 두 눈동자는 마치 극상의 보석 같았다.
이 눈동자를 손에 넣기 위해서라면 내 목숨 따윈 아깝지 않아.
레온하르트의 온몸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미 몇 번이나 욕망을 채웠는데도 몸 안에서 타오르는 불길은 아직 가라앉을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스스로도 어떻게 되어버린 것은 아닐까 생각할 만큼 본능만이 거칠게 날뛰고 있었다.
이미 숨이 끊어지기 직전의 사냥감은 그의 품속에서 힘없이 누워 있었다.
침대 옆에 세워둔 촛불의 불꽃이 일렁일렁 흔들렸다. 투명하리만치 하얀 피부는 향기로운 땀에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능욕당한 소녀의 가냘픈 몸에 오랜 세월 품어온 마음의 빗장이 풀렸다.
“아직이다. 아직 부족해.”
이성은 완전히 날아가고 혈기왕성한 짐승 같은 본능만이 남았다.
그는 굶주린 짐승처럼 사납게 눈앞에 놓인 극상의 사냥감을 물어뜯었다.
“이…… 그, 만…….”
이제 그만.
시그리드는 소리 없이 애원했다. 지나친 쾌감은 고문이나 마찬가지. 또다시 억지로 절정을 맞이한 시그리드가 힘없이 몸을 뒤틀었다.
거부하는 목소리를 듣고 싶지 않아서 레온하르트는 시그리드의 작은 입술을 정열적인 입맞춤으로 막아버렸다.
밤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체액이 섞이는 음란한 소리와 침대가 삐걱거리는 소리만이 새벽까지 끊임없이 울려 퍼졌다.
에블리야의 신녀는 그날 밤, 법도에 의해 굳게 지켜온 순결을 빼앗기고 짓밟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