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장
후궁에 사로잡힌 채
‘이건 뭔가 잘못된 걸 거야…….’
남련은 무릎 위로 주먹을 쥐고, 몇 번이고 자신을 그렇게 다독였다.
때는 이미 심야라고 해도 좋을 즈음. 옆방에는 여수가 있었지만, 지금 이 장소에 있는 사람은 남련 혼자였다. 이……, 어처구니가 없을 만큼 널찍한 침대가 놓여 있고, 뭔가 관능적인 향이 피어 있는 부부침실이라는 곳에.
‘태자님은 전승을 기념하는 연회에 참석하셨지만, 금방 돌아오실 겁니다.’
조금 전, 방을 떠나기 전에 여수가 그렇게 말했다.
알현장의 일이 있은 후, 남련은 다시 여수에게 내맡겨졌고, 또 다른 장소로 안내되었다. 일단 정전(正殿)에서 나와 도착한 곳은 의외로 인기척이 없어 조용한 한 구획이었다. 대나무 숲이 밤바람에 술렁이는 소리를 내는 가운데, 지붕이 달린 붉은 복도가 뻗어 있었는데, 그것은 육각형 지붕을 얹은 건물로 이어져 있었다. 주변에는 크기나 세세한 의장은 다르지만,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비슷한 건물이 몇 채나 늘어서 있었다. 그 모습을 높은 곳에서 보면, 천진난만한 어린 여자아이가 좋아하는 인형 놀이 모형 정원처럼 보였을 게 틀림없다. 대체 뭔가 하고 의아해하는데, 여수가 답을 알려주었다.
“이 근처 일대가 태자님을 위한 후궁입니다.”
“후……, 후궁?”
정실로 맞아들이겠다고 했으니, 후궁에 도착해도 확실히 이상하지는 않다. 그래도 새삼 말을 들어보니, 남련은 자신의 미래가 더욱 불안해졌다. 동시에 어떤 사실을 떠올리고 입을 열었다.
“아……, 하지만, 불이 들어온 건물이 하나도 없었던 것 같은데요.”
“그건 당연하지요. 남련 님이 처음으로 이 후궁에 들어오시는 분이니까요.”
태연한 그 말에, 남련은 머리가 혼란스러웠다. 그것은 즉, 영상에게는 정실뿐만 아니라, 그 외에 비빈이 없다는 의미인 것일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는 건가?’
남련의 오빠가 살아 있을 때, 화요국의 왕태자는 결코 여색을 즐기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정실뿐만 아니라, 그 외에도 측실을 셋이나 두었다. 왕족의 혈통을 남기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한 일로, 언젠가 왕으로 즉위할 때 후계자가 결정되어 있어야 나라가 평안하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는 일이다.
‘전혀 모르겠어. 그 사람이 대체 무슨 생각인지…….’
정실로 삼겠다는 그 말은 진심일까, 아니면 무언가 장난일 뿐일까. 침대 한쪽 구석에 걸터앉은 채, 남련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여수에게 이렇게 하고 있으라는 말을 들었지만, 남편이 오기를 기다리는 새신부 같은 상황에, 아무래도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다. 그때, 복도에서 발소리가 들리더니 남련이 깜짝 놀라 바라보는 가운데 문이 열렸다.
“오, 안 자고 있었네.”
긴장감 없는 목소리와 함께, 침실에 발을 들인 사람은 알현 때와는 달리 편한 상아색 옷을 두른 영상이었다. 부하들과 거나하게 술을 걸친 것인지, 눈 밑이 빨갰다.
“게다가 살아 있어. 좋아, 아주 좋아.”
기분이 좋은 듯이 그렇게 말한 그는 탁자에 놓여 있던 유리 주전자를 들고 목을 울리며 물을 마셨다. 그리고 크게 후우, 하고 숨을 내쉬더니 남련의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깜짝 놀라 거리를 벌리려 하자 영상이 쓴웃음을 지었다.
“그렇게 겁낼 거 없어. 갑자기 잡아먹지 않을 테니까 말이야.”
가까이 와서 앉으라는 듯이 영상이 툭툭 옆자리를 두드렸다. 마치 강아지나 고양이를 부르는 듯한 행동에, 남련은 발끈하는 감정이 일었다.
“여자는 그렇지. 일을 치르기 전의 분위기나 대화를 나누는 게 중요하지? 일단 부부답게 마음을 터놓고 얘기를…….”
“저는 당신의 아내가 될 생각이 없어요.”
영상의 말을 끊으며 남련이 강하게 말했다. 영상의 느긋한 태도가 공연히 남련의 마음을 안절부절못하게 했다.
“애초에 저를 아내로 맞아들여 당신에게 무슨 이득이 있죠? 주변 사람들도 모두 반대했잖아요.”
“이득……, 이득이라.”
영상은 이해할 수 없는 외국의 말을 들은 것처럼 고개를 갸웃하고는, 몸을 굽혀 남련과 눈을 마주쳤다.
“네가 마음에 들었으니까. 그것만으로는 안 되는 건가?”
뜻밖에 진지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아, 남련은 숨을 멈췄다. 지금은 관도 쓰지 않아, 영상의 검은 머리카락이 듬직한 어깨 아래로 쭉 흘러 내려와 있었다.
“와…… 왕족의 혼인이란 그런 게 아닌가요?!”
잠시라고는 하지만 넋을 잃고 바라봤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 남련은 정색을 하며 반론했다.
“나라의 이익을 위해서라든가, 좋은 혈통을 잇기 위해서라든가……. 그게 왕족의 의무고, 상대가 마음에 든다 안 든다의 문제는…….”
“너는 그런 결혼을 할 생각이었던가?”
영상이 어딘가 불쾌한 듯이 그렇게 말했다.
“나라에서 정해준 상대라도 있었던 건가.”
“그런 건 아니지만요.”
“그렇겠지. 너는 마음에 들지 않는 결혼을 고분고분 받아들이는 여자가 아니니까.”
“무……, 무슨 근거로 그런 소리를 하는 거죠?”
확신에 찬 어조로 영상이 그렇게 단언하자, 남련은 그만 움츠러들었다. 방자하게 행동하는 영상에게 그렇게 제멋대로 행동하는 사람이라는 평판을 듣다니, 정말 불합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구체적인 혼약자가 없었을 뿐, 그게 공주의 임무라는 말을 들으면 설사 상대가 누구든 자신은 그 사람과 결혼을 해야 한다. 아마도.
“하지만 아쉽게 됐어. 너는 여기서 내 아내가 될 테니까.”
“그러니까 누가 원수의 나라의 왕자한테……!”
완강히 거절하듯 그렇게 외치자, 영상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지금까지의 느긋한 분위기와는 정반대로, 냉정한 빛이 깃든 눈동자가 남련의 몸을 움츠리게 했다.
“그러고 보니 이런 걸 주웠는데.”
문득 무언가가 생각났다는 듯이 영상이 품 안을 뒤졌다. 그 손에 들려 있는 것, 그것을 보고 남련은 눈을 크게 떴다.
“내 책!”
불타버린 줄로만 알았던 소중한 추억이 담긴 책이었다. 군데군데 그을리기는 했지만, 아직 충분히 읽을 수 있는 상태다. 책을 빼앗으려고 영상에게 달려든 순간, 그가 허리에 손을 두르며 쉽게 남련을 침대에 쓰러뜨렸다. 아차, 싶은 순간에 이미 남련은 그에게 입술을 빼앗기고 말았다.
“응……!”
보기보다도 두터운 영상의 입술이 남련의 그것을 상하로 빨아들였다. 필사적으로 악물고 있던 치열을 혀로 스쳐지나가면서, 쭈웁쭈웁 하고 젖은 소리를 냈다.
“후……, 우…….”
“입을 열어.”
영상이 그렇게 속삭였지만, 남련은 강하게 고개를 옆으로 저었다. 이런 남자에게 두 번이나 입맞춤을 당한 것만으로도 굴욕인데, 더 이상 시키는 대로 할 수는 없다.
“그런가. 그럼 이 책을 아궁이의 땔감으로 써도 된다는 말이지?”
“……비, 비겁해!”
“비겁하든 말든.”
내뱉듯이 그렇게 말한 영상은 남련의 책을 머리맡의 탁자 위에 집어던졌다. 힘껏 손을 뻗으려고 해도 그의 거구에 깔린 탓에 손이 닿지 않는다.
“포기해, 남련.”
버둥거리는 남련을 내려다보며 영상이 눈을 가늘게 떴다.
“너는 왕족의 의무라고 했지? 여기서 내 비위를 맞춰주면 남은 화요의 백성들에게 온정이 베풀어질지도 몰라.”
그 말을 들은 남련은 정신이 퍼뜩 들었다. 그리고 영상을 노려보면서도 눈동자에는 망설임으로 인해 흔들렸다.
“……백성들에게 고통을 주지 않겠다고 약속해줄 수 있나요?”
“나에게 결정권은 없지만, 아버지에게 의견을 말할 수는 있지.”
확실한 맹세도, 확실한 보증도 없다. 그래도 남련은 지금, 그 말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화요라는 나라가 멸망했어도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내일을 살아갈 권리가 있다. 가족이 살해당했다는 원한에 사로잡혀 있었지만, 화요의 마지막 왕족으로서 남련에게는 아직 할 수 있는 일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 사실을 깨닫게 해준 사람이 이 남자라는 사실은 얄궂은 일이었고,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생각하니 몸의 심지가 얼어버리는 것 같았지만.
“……마음대로 하세요.”
남련은 눈을 꼭 감고, 내뱉듯이 그렇게 말했다.
그 순간 “그게 아니야.” 하며 영상이 아래턱을 잡더니 바로 코앞까지 얼굴을 가까이 댔다. 공포인지 긴장인지, 심장이 아플 정도로 마구 뛰었다.
“네가 나에게 애원을 하는 거야. ‘부디 저를 안아서 당신의 아내로 삼아주세요.’라고.”
“말도 안 돼…….”
“자신의 입장을 잘 생각해봐.”
그런 소릴 들어서는 더 이상 도망갈 길이 없었다. 어금니를 꽉 물고, 남련은 떨리는 입술을 열었다.
“부디…….”
‘이야기야. 이건 이야기의 대사일 뿐이야.’
또는 연극이라도 상관없다. 이곳에 있는 사람은 남련이자, 남련이 아닌 여자다.
“저를…… 안아서…….”
남련 자신이 아니니까, 이 남자에게 무슨 짓을 당하든, 다른 사람에게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하며 얼버무릴 수 있을 것이다. 무섭고 괴로운 이야기도 언젠가는 끝이 오니까.
“……당신의 아내로 삼아주세요.”
“역시 공주님이야. 훌륭해.”
그의 명령에 따랐는데, 영상은 재미없다는 듯이 그렇게 말하더니, 남련의 윗옷에 손을 댔다. 그리고 그가 가슴을 단숨에 활짝 열자, 방금 찧은 떡 같은 유방이 흔들거리며 굴러 나왔다.
“하아……!”
그런 장소를 남성에게 보이기는 처음이다. 각오를 단단히 다졌는데, 불이 붙은 것 같은 수치심을 어찌할 수 없어, 남련의 머리에는 순식간에 피가 몰렸다.
“하…… 여기도 훌륭한걸.”
영상이 입꼬리를 일그러뜨리며 웃었다. 결코 품위 있는 웃음이 아닌데, 남련은 그 표정에서 왜인지 눈을 뗄 수 없었다.
“모든 걸 내 것으로 만들어주겠어. 이 흰 피부도, 작은 봉오리도. 내가 만지면 음란한 색으로 바뀌도록.”
“윽……, 아, 싫어!”
갑작스럽게 영상의 양손이 남련의 가슴을 움켜쥐고는, 크게 주무르기 시작했다. 가냘픈 몸과는 달리, 그곳만 풍만한 가슴의 열매가 물결치듯이 흔들려 남련은 창피해 참을 수가 없었다.
“싫어? 정말로?”
영상이 남련의 귓불에 입술을 스치며 속삭였다.
“아무에게도 이런 일을 당해본 적이 없잖아? 좋을지 싫을지는 아직 모르는 게 아닐까?”
“응……, 아, 아…….”
그가 양쪽의 가슴의 끝을 살짝 꼬집자 단속적으로 목소리가 새어 나갔다. 평소부터 검을 다루어서 그런지, 영상의 손끝의 피부는 두껍고 거칠었다. 그런 손가락으로 민감한 돌기를 꼬집고, 빙글빙글 비틀며 매만지자, 가슴 안쪽에서 이상한 술렁거림이 솟아올랐다.
“아아…… 만지지, 마요……. 그만…….”
“너의 이곳은 그렇게 말하지 않는걸. 봐, 벌써 이렇게 뾰족하게…… 음란하게 서 있잖아.”
음란하다는 말을 듣자 남련의 뺨이 빨개졌다. 확실히 그곳은 경험해본 적 없을 만큼 찌릿거리고 욱신거려, 볼록하게 위를 향하고 있었다. 원래는 옅은 복숭아빛을 띠고 있어야 하는데, 싹이 트기를 기다리는 매화처럼 붉게 물들어 있는 모습이 매우 한심스러운 광경이다.
“하아…… 아, 아아…… 응…….”
쑥 잡아당겼다가 밀어 넣고. 나사라도 돌리는 것처럼 좌우로 가볍게 돌리고. 영상의 손끝은 아주 발칙하게, 남련의 유두를 계속 자극했다. 그때마다 남련의 어깨는 움찔거리며 흔들렸고, 침대에 눌린 등에 땀이 배어났다. 겉으로 드러난 유방은 닭살이 돋은 것처럼 엷은 피부 아래에서 미지의 열이 휘돌았다.
“어떤 느낌이지? 남련.”
측실도 없다면서 이런 일에 익숙한지 영상은 남련의 반응을 가만히 바라보며 물었다.
숨이 차고, 고동이 이상할 정도로 빠르게 뛰는 가운데, 남련은 입술을 물었다.
영상에게 안기는 일은 어쩔 수 없을지 몰라도, 증오스런 남자의 손으로 쾌락을 맛보다니, 절대로 인정할 수 없는 일이니까.
“윽…… 기분, 나빠……. 이런 건 하나도 기분 좋지 않아……!”
“호오…… 이렇게 해도?”
고집을 부리는 남련에게 영상은 고개를 숙여 한쪽 가슴을 입에 머금었다. 그것만으로도 오싹하고 저릿한 감각이 흘렀고, 젖은 혀로 음란한 돌기를 빙글 돌리며 핥았을 때에는 목소리를 억누르기가 힘들어졌다.
“하악…… 아아아…… 아아앙……!”
“좋은 목소리를 내는구나, 남련?”
한쪽 눈썹을 들어 올린 영상이 남련의 가슴 위에서 웃었다.
“더 들려줘. 나밖에 모르는 음란한 너를 보고 싶어.”
“싫…… 아아, 하아…… 아아…….”
평소보다 두 배는 커진 유두는 입김을 받는 것만으로도 실룩거렸다. 이런 장소를 영상은 살짝 깨물고, 젖을 먹으려는 아기처럼 빨아들였다. 아기를 가진 몸도 아닌 남련인데, 그렇게 쭈웁쭈웁 하고 빨아들이니, 가슴 끝에서 주르륵 하고 무언가가 분출되어 떨어지는 것만 같았다.
“으응, 안 돼……. 더 이상은, 그렇게는 하지 마요…….”
“내 혀를 튕겨낼 만큼 단단해졌는데도?”
느긋한 영상의 말을 들어보니, 역시 그는 무장이다. 남련이라는 존재를 구석구석까지 정복하려는 듯이, 본능적인 기쁨을 느끼고 있다고밖에는 표현할 길이 없다.
“기왕 이렇게 해야 한다면 즐겨. 내가 너를 기분 좋게 해줄 테니까. 남녀의 교합의 기쁨이라는 것을, 얼마든지 가르쳐줄게.”
“그런 건 필요 없어요…….”
“일일이 말이 많은 여자네.”
남련은 진심으로 거절했는데, 영상은 큭큭 목을 울리며 웃었다. 그렇게 하면서 남련의 허리띠에 한손을 대고 능숙하게 풀어낸 그는, 양쪽으로 갈라진 치마를 걷어냈다.
“싫어……!”
남련은 양다리를 버둥거리며 저항했지만, 영상이 몸 위에 걸터앉자 어떤 저항도 소용없었다. 그는 자신의 옷자락도 풀어헤쳤다. 그리고 단단한 근육의 양 허벅지 사이에 남련의 잘록한 허리를 강하게 끼웠다. 혈기가 많은 남자인지, 그 피부는 놀라우리만치 뜨겁다.
“험한 꼴을 당하지 않으려면 내가 하는 걸 순순히 받아들여. 호랑이에게 먹히는 토끼처럼, 우걱우걱 게걸스럽게 당하고 싶다면 모르겠지만.”
불손한 비유에 남련은 숨을 삼켰다. 남자를 처음으로 받아들이는 첫경험인 순간에, 대부분의 여성은 상당한 고통을 맛본다고 한다. 원래라면 시집을 갈 예정도 없는 고귀한 아가씨가 그런 이야기를 들을 수는 없지만, 독서가인 남련이기에 알 수 있는 일이었다. 과격함을 장점으로 내세우는 색정 소설까지는 아니지만, 묘사가 진한 연애 소설을 읽은 탓에, 남자와 여자에 관해서는 막연하게나마 알고 있었다. 그 막연함이 문제였다. 차라리 세세하게 지식을 통해 알고 있었다면,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었겠지만 어중간하게 이해하고 있는 탓에 쓸데없는 공포가 커지고 말았다.
“아…… 아픈 건 싫어요…….”
“그래. 그렇게 얌전하게 있으면 한껏 귀여워해줄게.”
머뭇머뭇 그렇게 말하자, 영상은 남련의 앞머리를 쓸어 올리며,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예상과는 달리 다정한 감촉에 놀란 남련은, 빤히 영상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는 후훗, 하는 엷은 미소를 띠며, 다시 입을 맞춰 왔다.
“으…… 응…….”
탄력이 넘치는 입술이 겹치고 떨어지고, 떨어져서는 다시 겹쳐졌다. 반사적으로 호흡을 멈춘 탓에, 남련은 점점 숨을 쉬기가 힘들어졌다.
“후, 아…… 하아…….”
결국 푸하, 하고 숨을 내뱉고 말았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영상은 혀를 입 안으로 밀어 넣었다. 마차 안에서 남련에게 물린 상처가 아직 낫지 않았는지, 혀의 중간쯤에 다른 곳과는 달리 볼록 불거져 나온 곳이 있었다.
‘내가 힘껏 깨물었으니까…….’
그만 미안한 감정이 들어 반응이 늦어졌다. 그 사이에 영상은 멋대로 침략을 개시하며 입천장의 점막을 느릿하게 간질였고, 남련은 콧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다.
“앙…….”
그런 곳을 자극당하면 온몸이 오싹거리다니, 자신은 어떻게 된 걸까. 영상의 입김이나 타액에는 희미한 술 냄새가 남아 있는데, 왜인지 그것이 혐오감으로는 연결되지 않았다. 희미하고 달콤한 풍미에 남련까지 술에 취할 것 같았는데, 그 힘이 빠진 혀에 그의 혀가 얽혔다.
“아…… 후우…… 응, 응…….”
그가 혀의 끝에서 뿌리까지, 쭙쭙 하고 소리를 내면서 핥았다. 마치 매우 굶주리고 목마른 사람이, 그것밖에 먹을 게 없다고 하는 것처럼. 기묘한 전율을 느끼며 몸을 부르르 떨자, 거절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점점 더 깊이 유린하기 시작했다. 미끄러운 타액이 목 안까지 잠겨 들어와 할짝거리며 장난을 치는 듯한 감촉에, 체내에 깃든 열이 점점 더 높아만 갔다.
“응…… 아아아…….”
입맞춤을 계속하면서 영상은 또다시 남련의 가슴을 만졌다. 무인의 커다란 손바닥으로도 모두 감싸지 못하는 가슴을, 느긋하게 주무르며, 음란하게 흔들었다.
‘싫어……. 이런 건 이상해…….’
영상이 하는 일에서, 남련은 필사적으로 의식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 했다.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도, 얼굴이 새빨간 것도, 자신의 의지가 아닌데. 영상의 손가락이 우연처럼 가슴을 스치면 숨이 막히고, 답답하다고 생각하는 자신의 마음을 믿을 수 없었다.
‘나, 이상해…….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의 손가락인데…… 혀인데…….’
기분이 좋다. 어딘가에서 느끼는 그 감각에, 끝없는 죄책감이 밀려왔다. 남자와 제대로 접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몰랐을 뿐, 진정한 자신은 매우 음탕했던 걸까.
“온몸이 불덩이처럼 달아올랐어.”
영상의 손이 가슴에서 옆구리로 스쳐 내려갔고, 허리뼈와 허벅지를 쓰다듬었다. 닿기만 해도 몸이 움츠러들어, 남련은 스스로의 상반신을 껴안았다. 그러고 있는 사이에도 영상은 남련의 허벅지 안쪽을 망설임 없이 손가락으로 매만졌다.
“아…… 아…….”
“다리를 벌려.”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그것은 틀림없는 명령.
“싫어……, 그런 곳을 벌리면…….”
“그래, 보이겠지. 네 부끄러운 장소가 내 눈에 완전하게.”
그런 사태를 상상했을 뿐인데, 숨이 멎을 듯했다.
“아…… 안 보고 할 수는 없는 건가요……?”
“그야 할 수는 있지만.”
머뭇머뭇 말을 꺼낸 남련을 보고 작게 웃으며 영상은 “하지만.”이라고 하며 말을 계속했다.
“내가 보고 싶다고 하면 보여줘. 다리를 벌리라고 하면 벌리고. 네가 고집을 부리는 탓에 화요의 백성이 고통을 당해도 되겠어?”
또다시 비장의 무기를 꺼내 들어,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오므린 다리 사이로 영상의 손이 파고들어, 크게 벌어진 순간 남련은 눈을 꾹 감고 이불을 찢어질 듯이 꽉 쥐었다.
‘보고 있어……. 내 그것을 보고 있어…….’
여자로서, 가장 감추고 있어야 할 소중한 곳을, 만난 지 얼마 안 된 외국 남자가. 엄청난 굴욕과 수치심이 남련을 덮쳐 왔고, 꾹 감은 눈꺼풀 뒤에서 눈물에 젖었다. 그와 함께 남련의 몸 안에서도 뜨거운 것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예상 이상이야.”
영상이 감탄했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예상보다 훨씬 아름답고, 음란하고, 많이 젖었어.”
“무…… 무슨 말인지…….”
젖었다는 말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데, 영상의 손가락이 미숙한 틈 사이에 닿았다. 힉, 하고 소리와 함께 경직된 남련의 그곳을, 관절이 눈에 띄는 긴 손가락으로, 영상은 천천히 위아래로 문지르기 시작했다.
“흐아…… 아, 아아…… 응!”
영상이 손가락을 움직일 때마다, 미끌미끌한 무언가가 자신의 몸속에서 넘쳐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질척질척하고 품위 없는 소리가 고막에 닿자, 남련은 거칠게 숨을 헐떡였다. 영상이 그곳을 만지자, 가슴을 희롱당했을 때보다도 더욱, 이상한 욱신거림이 멈추지 않았던 것이다.
“으…… 싫어……. 전, 왜…….”
“내 애무를 느끼기 때문에 이곳이 이렇게 젖는 거야.”
“거짓말……. 당신은 정말 싫어……!”
알 수 없는 감각에 농락을 당하는 와중에, 힘껏 반발을 하자 영상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래, 싫겠지. 하지만 내가 이렇게 해주는 걸 네 몸은 기뻐하고 있어.”
끈적한 꿀이 묻은 손가락이 건방진 남련에게 벌을 주었다. 갈라진 틈 위에 감추어진 작은 싹을 밖으로 빼내듯이 쑥 잡아 올린 것이다.
“아악……?!”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가, 남련은 알 수 없었다. 머리끝까지 뻗어 올라간 날카로운 자극이 쾌감이라고 부르는 것이라고 깨달은 때는, 그가 천천히 원을 그리듯이 그곳을 휘저었을 때였다.
“하아…… 아…… 아…… 으응…… 아아아!”
“이거 봐. 이곳을 귀여워해주니 마음에 들었는지 기뻐하잖아.”
의기양양하게 그렇게 말한 뒤, 영상은 더욱 교묘하게 손끝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민감한 돌기를 지키는 얇은 포피를 스륵 밀어 올려, 콩알 같은 그것을 찌걱거리며 자극해 크게 키웠다.
“어때? 산호 구슬처럼 새빨갛게 물들었어.”
숨이 막힐 정도의 쾌감이 끊임없이 솟아올라서, 남련은 이불 위에서 몸부림쳤다. 여수가 묶어준 머리카락은 이미 흐트러져, 몸을 움직일 때마다 비취 귀걸이가 짤랑짤랑하고 밝은 소리를 냈다.
“싫어어……. 이젠, 그만……. 그곳을 만지는 건 싫어……!”
“그렇지.”
비밀 구슬을 향한 자극이 멈춰 잠시 마음을 놓은 사이.
“그곳뿐만이 아니라 이쪽도 자극해줘야겠어.”
비밀 입구에 영상의 손끝이 푸욱 잠겨 들어오자 남련의 몸은 단단히 굳었다.
“아…… 아…… 윽…….”
좁은 장소를 억지로 벌리니 엄청난 고통이 밀려왔다. 그리고 그보다도 더, 지금까지 계속 닫혀 있던 몸의 내부를 누군가가 들추어낸다는 것이 무서웠다.
“힘을 빼. 괜찮아, 이렇게 젖었으니 손가락 정도는…….”
밀어 넣기만 해서는 남련이 겁을 낼 뿐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는지, 영상은 일단 손목을 빼고 얕은 장소에서만 작게 손가락을 왕복했다. 지금까지 이런저런 자극으로 충분히 젖어 있던 덕분에, 그 정도는 고통스럽지 않았다. 그 사이, 규칙적인 왕복으로 인한 쾌감이, 다리에서 솟아오르듯이 온몸으로 퍼져나가, 남련은 애절한 숨을 토해냈다.
“아, 응…… 아앙…….”
“이 정도라면 괜찮겠지?”
남련의 목소리에 달콤함이 섞여 있다는 것을 알았는지, 영상은 손가락의 왕복 움직임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그렇게 되고 보니 신기하게도 긴장이 조금씩 풀려갔다. 영상의 손가락을 받아들이는 비밀스런 곳이, 점점 풀려가 더 깊은 곳까지 들어오는 것을 허락했다.
“후…… 으응…….”
“들어갔어, 남련.”
뜨겁고 좁고 촉촉한 장소에, 남자의 긴 중지가 뿌리까지.
“정말 힘들게 하는구나, 너는.”
쓴웃음을 섞으며 그렇게 말을 한 뒤, 영상은 손끝을 살짝 꺾었다. 배꼽 뒷부분을 밀어 올리는 듯한 자극에 남련의 허리가 움찔거리며 위로 튀었다.
“아으음……! 싫어, 그건……. 아앙!”
“그래도 반응이 좋아. 시간을 들인 보람이 있는 즐거움이야.”
“어, 어째서……. 아앙, 안이, 그렇게…… 아아아앙……!”
영상이 꿀단지 안에서 손가락을 흔들었고, 주름진 벽을 쑥쑥 밀어 올릴 때마다, 달콤한 찌릿함이 배 속을 관통해갔다. 이미 남련은 완전히 영상의 손아귀에 넘어갔다. 시간을 들여 겨우 몸의 이물감에 익숙해졌을 무렵, 틈을 놓치지 않고 영상이 손가락의 수를 늘렸고, 또 새로운 전율이 몸을 관통했다.
“이제…… 안 돼……. 거긴, 안 돼요…….”
“너무 조이지 마. 내 손을 짓이길 셈이야?”
손가락 두 개가 따로따로 움직여, 음란한 감각을 증폭시켰다. 질퍽질퍽하고 격렬한 물소리가 귀를 자극했고, 자신이 그곳을 얼마나 적시고 있는지 싫어도 의식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으, 응…… 아, 아아아, 하아…….”
“굉장히 달아오른 모양이네.”
영상의 말대로, 그가 휘젓고 있는 그곳은 점점 달아올라, 그 열이 식지 않고 남련을 궁지에 몰아넣었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갈라진 틈 안으로 파고들고, 집요한 마찰이 계속된 탓에 결국 몸이 우는 소리를 냈다.
“응…… 아아, 뭔가, 와요……. 아, 아아아앙, 아아아아……!”
압도적인 쾌감의 소용돌이가 몸의 중심을 휩쓸었고, 남련은 높은 소리를 내질렀다.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감각에, 어쩌면 좋을지 알지도 못한 채, 눈앞에 있었던 것을 저도 모르게 매달리듯이 붙들었다. 찌릿거리는 여운이 온몸에 여전히 남는 가운데, 하아하아 하고 거친 숨을 내쉬니 커다란 손이 머리를 쓰다듬었다.
“절정을 느낀 모양이야.”
“……아……?!”
영상이 껴안고 있는데, 그게 아니라 오히려 자신이 그에게 매달려 있다는 사실을 겨우 깨닫고, 남련은 서둘러 팔을 풀었다.
“그대로 있으면 좋을걸. 귀여웠어.”
영상이 놀리듯이 그렇게 말하자, 뭐라고 할 수 없는 감정이 점점 솟아올랐다.
‘나……,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지……?’
남련은 자신에게 절망했다. 미워해야 할 남자의 손으로, 이렇게나 흐트러져버렸다는 사실이 죽은 가족과 신하에 대한 배신행위처럼 느껴졌다.
“슬슬 됐겠지.”
영상이 혼잣말을 하더니 자신이 입고 있던 바지의 허리띠를 풀었다. 그 순간, 숨겨져 있던 허리의 그것이 튕기듯이 밖으로 나와 남련은 깜짝 놀라 몸이 굳었다.
‘뭐지. 저건…… 뭐야……?!’
남성의 사타구니에 있는 것이 아이를 만들기 위한 기관이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하지만 영상의 그것처럼 크고 단단하면서 하늘을 찌를 듯이 위를 향하고 있는 줄은 몰랐다. 손가락 두 개 정도는 문제가 아니었다. 남련의 팔 정도로 굵은 저것이 들어온다면, 틀림없이 찢어지고 만다.
“시…… 싫어……!”
“여기까지 와서 그런 소릴 해도 말이지.”
도망치듯이 몸을 뒤로 빼는 남련의 허리를 붙들고, 영상은 욕망으로 가득 찬 그것을 남련의 은밀한 곳에 밀어붙였다. 생생한 살결의 감촉에 겁을 먹었는지, 남련은 비명조차도 얼었다.
‘싫어……. 무서워…….’
어린아이의 주먹만큼이나 부풀어 오른 끝이, 촉촉이 젖은 꿀단지 안쪽으로 억지로 들어오려 했다. 절대 불가능하리라고 생각되어, 흉기 같은 줄기가 쿡쿡…… 찔러올 때마다 온몸이 죄어 들어오는 듯한 통증이 덮쳐왔다.
“아, 아아…… 아파…….”
“다리를 더 벌리고 숨을 내쉬어.”
생각처럼 침입을 하지 못하자 영상이 초조하다는 듯이 그렇게 말했지만, 남련은 참을 수가 없었다. 입구를 아주 조금 갈랐을 뿐인데, 창이 뚫고 온 것처럼 고통스럽고, 빈혈을 일으켰을 때처럼 오한이 덮쳐와 기분이 나빴다.
“아…… 아아아…… 무서워……. 용서해줘요…….”
참아내려고 했는데, 결국 눈에서 눈물을 흘렸다. 일단 울음보가 터지자 멈추지 않아, 남련은 어린아이처럼 울음을 터뜨렸다. 같은 편은 아무도 없는 땅에서 자신은 외톨이다. 모국에 돌아가고 싶어도, 어렸을 때부터 살았던 왕국은 불탔고, 사랑하는 가족은 이제 그 어디에도 없다. 쓸쓸하고 마음이 불안한데, 육체는 고통스러우니, 남련은 이제 눈물이 펑펑 쏟아질 수밖에 없었다. 한심하고 창피하다는 생각을 할 여유도 없이, 온몸을 떨며 소리 높여 흐느꼈다.
그리고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감흥이 깨졌어.”
갑자기 영상이 그렇게 말하고 몸을 떼었다. 침대 위에 홀로 남은 남련은 예상외의 사태에 당혹스러워했다.
“엉엉 우는 어린애를 안을 생각은 없어. 그렇다고 이걸로 끝났다고는 생각 마. 내일부터는 더 시간을 들여서 네가 나에게 조르지 않고는 못 배길 정도로 해줄 테니까.”
혀를 차고 옷을 정리하면서 몸을 일으킨 영상은 탁자 위를 힐끔 쳐다보았다. 하지만 그대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침실을 빠져나갔다.
‘무슨 일이지……?’
남련은 부자연스럽게 일어나 남아 있는 책에 손을 뻗었다. 돌려준, 걸까. 남련이 너무나도 비참하게 우니 불쌍해 보여서?
“설마.”
남련은 즉시 중얼거렸다. 부왕의 명령이라면 아무런 망설임 없이 몇 천 명이나 되는 사람을 죽이는 비정한 남자에게, 그런 다정한 마음이 있을 리가 없다. 남련은 살짝 책을 열었다. 이미 몇 번이고 읽어, 그야말로 눈을 감아도 암기할 수 있는 문자의 나열을 눈으로 좇으니, 또 시야가 일그러졌다. 그 소년과 보냈던 여름날이 너무나 아득해서, 결코 돌아갈 수 없을 만큼 더러워진 자신이 딱해서, 뺨을 타고 내려오는 눈물은 계속해서 그칠 줄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