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달 아래 떨어지는 꽃이슬-4화 (4/11)

제4장

음탕한 애무

“또 이렇게나 많이 남기신 건가요?”

여수가 눈썹을 찌푸리며 말했다. 중찬식 자리에 앉은 남련은 “……죄송해요.”라고 말하며 고개를 떨구었다.

남련에게 준비된 거처는 그렇게 넓지는 않았지만, 각각의 방이 세심한 장식으로 꾸며진, 산뜻하고 아름다운 건물이었다. 이 식당에도 예외 없이 기둥이나 천장에 치밀한 덩굴 문양이 조각되어 있었고, 창밖에는 아름다운 정원이 펼쳐져 있었다. 그러던 중, 자단 탁자에 올려진 많은 요리를 남련은 모래를 씹는 듯한 심정으로 조금밖에 먹지 못했다. 처음에는 환경의 변화 때문이려니, 너그럽게 봐주었던 여수였지만 남련이 이곳에 온 지 벌써 열흘이 지난 지금도, 작은 새가 먹는 양만큼밖에 먹지 않자 상당히 난처한 듯했다.

“저에게 사과하실 일은 아니지만…… 상당히 야위셨습니다.”

여수는 옷을 갈아입는 것이나 목욕의 시중도 들어주고 있기 때문에, 그 어떤 것도 숨기기가 어려웠다. 그렇다고는 하지만,

“실례지만 달거리는 언제쯤 예정이신지요?”

이렇게 거리낌 없는 질문을 받자, 남련은 저도 모르게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식기를 치우는 궁녀들도 들었을 텐데,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퇴실했다. 동성이라도 그런 것을 밝히는 것은 창피했지만, 시중드는 자로서 주인의 몸 상태를 파악해두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여수에게, 남련은 우물거리며 대답했다.

“원래라면 5일 정도 전에…….”

“늦어지고 있다는 말씀이군요. 마음고생을 많이 하셨으니 무리도 아닙니다만.”

여성의 몸은 섬세해서 정신적 영향도 받기 쉽다고 한다.

‘마음고생이라고 한다면, 물론 굉장히 많이 했지만.’

그 필두가 화요의 현재 상태였다. 남련의 부왕이 자해하고, 그 피를 이은 사람도 모두 사라진 화요는 나라로서의 형태를 잃고 여봉의 속령이 되었다. 분쟁의 씨앗이 된 금광맥을 손에 넣은 여봉왕은 뜻밖에도 인도적인, 영상의 의견으로는 ‘엉성한’ 대응으로, 전쟁의 사후 처리를 시작했다. 여봉에 대한 절대적인 순종을 맹세하면, 화요 내의 자치를 인정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백성들에게 가혹한 영향이 가지 않은 것은 다행이지만, 남련에게는 더욱 걱정되는 것이 있었다.

그날 밤에 헤어지고 만나지 못한, 소꿉친구인 료안에 대한 것이다. 큰마음 먹고 영상에게 물어볼까도 생각했지만, 만약 료안이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완전히 회복할 수 없는 타격을 받을까 겁이 났다. 그게 아니라도 그날 있었던 일은 될 수 있는 한 떠올리고 싶지 않았다. 영상이 확실히 말을 해준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화요에는 내통자가 있는 듯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 연회장의 병사들이 뒤바뀐 사실을 설명할 수 없다. 화요를 팔아넘긴 자가 누구인가, 배신자가 누구였는가……. 생각만 하면 눈앞이 캄캄해지고 머리가 지끈거리며 아팠다.

“남련 님.”

어느새인가 무릎 위에서 꽉 쥐고 있던 주먹에, 여수가 살포시 손을 얹었다. 남련은 정신을 번쩍 차리고, 걱정스럽게 이쪽을 바라보는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죄송해요.”

“저에게 사과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여수는 작게 미소를 지으며 어르듯이 그렇게 말했다.

“지금 남련 님에게 필요한 것은 기분 전환입니다. 악기나 자수 등은 즐기시는지요? 아니면 작은 새나 금붕어 등을 기르시는 게 좋으신지요?”

“악기도 자수도 서툴러요. 게다가 살아 있는 건 좀…… 껄끄러워서.”

앞부분은 사실이었지만, 뒷부분은 거짓말이었다. 모국에 있었을 때 남련은 언니들이 기르는 휘파람새의 새끼를 들여다보거나, 정원에 흘러 들어온 강아지에게 먹이를 주는 등, 동물과 접촉하길 좋아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좁은 장소에 갇혀 있는 새나 물고기를 보면, 잡혀 있는 자신의 모습이 떠올라 더욱 우울해질 것만 같았다.

‘게다가 내 몸이 이상한 건 그게 원인이 아닐까…….’

그것이야말로 여수에게는 말할 수 없지만, 첫날밤 이후 이틀도 지나지 않아 찾아온 영상에게, 남련은 제대로 잠을 잘 수가 없을 만큼 음란한 ‘지도’를 받았다. 날이면 날마다 알몸이 되어 음란한 말을 속삭이면서, 은밀한 부분을 매만졌다. 그래도 남련의 몸은 아직도 간신히 순결을 지키고 있었다. 젊고 단단한 꽃봉오리가 스스로 열리길 기다리듯, 영상은 결코 억지로 맺어지려고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다정한 것과는 거리가 멀어서, 손가락이나 혀로는 이곳저곳을 끊임없이 애무했고, 때로는 기절을 할 때까지 그만두지 않기도 했다.

그렇듯 음란한 자극을 당하고 있으니, 몸이 전율해 상태가 흐트러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럼 다음부터 달거리 날짜를 안정시키는 약을 준비하겠습니다. 남련 님에게는 장차 태자가 되실 분을 잉태하셔야 하는 소중한 역할도 있으니까요.”

태연한 여수의 말에 남련은 등골이 오싹했다.

“잉태하다니, 제가요?”

“그 외에 누가 있다는 말씀입니까. 정식 혼인식은 아직이지만, 남련 님은 장차 태자님을 낳으실 수 있는 유일한 분이신데요.”

“그러니까 그게 이상해요……!”

영상은 결혼 이유를 ‘내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라고 말했지만, 남련은 그 말을 믿지 않았다. 못생겼다는 말을 들은 적은 없지만, 얼마든지 아름다운 여성을 고를 수 있는 입장인 영상이 집착할 만큼 아름다운 것도 아니다. 여자다운 일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남련과 결혼을 한다고 새로운 권리나 재산을 손에 넣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 자신이 대국 여봉의 왕태자비가 된 이유를 남련은 정말로 알 수가 없었다. 여수에게 그렇게 말하자, 그녀는 품위 있게 고개를 갸웃하며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태자님도 복잡한 입장이시니까요.”

“복잡하다니요? 예를 들면 배다른 형이 죽은 것은, 그 사람이 손을 썼기 때문이 아니냐고 의심을 받고 있는 것을 말하는 건가요?”

“어머나, 남련 님도 참.”

눈썹이 긴 눈동자를 깜빡이던 여수였지만, 남련의 솔직한 말투가 재미있었는지, 이윽고 깔깔거리며 웃음을 터뜨렸다.

“네, 분명히 그런 소문도 있지요. 남련 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태자님이 정말로 그런 짓을 할 분이라 생각하시나요?”

“모르겠어요. 그런 일에 대해 뭐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그 사람에 대해 잘 모르니까……. 알고 싶지도 않고요.”

남련은 진지하게 하는 말인데, 여수는 쿡쿡거리며 계속 웃었다. 어쩔 수 없어 남련은 자기 나름대로 생각해보았다. 일단 영상의 이복형제가 평범하게 병사했다고 가정했을 때, 지금 그의 입장이 어떨지 상상했다.

‘계속 마음 편한 둘째 왕자였는데, 갑자기 왕태자가 되었다는 거구나. 게다가 그 사람은 격식을 따지는 걸 싫어하니까…….’

왕족이지만 대장군을 맡아 무인으로서 영달을 추구하기만 하면 됐던 영상에게는, 갑자기 귀찮은 일이 늘어났다고 생각했을 것임에 틀림없었다. 아침 회의에서의 발언이나 국사에 참가해야 하는 때에는, 지금까지보다 더 많은 책임이 기다리고 있겠지. 그리고 남련의 오빠도 그랬지만, 태자에 책봉된 이상 피할 수 없는 것이 정실과 후계자 문제이다. 상대를 국내 귀족 여성으로 한정했을 경우, 어떤 집안의 딸을 들일 것인가에 의해 궁정의 서열 관계가 크게 변한다. 영상은 왕태자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이 기회에 빌붙으려 하는 사람이 많아 질려 있겠지. 거기까지 생각하고, 남련은 문득 깨달았다.

‘그래서 더욱 나를?’

어중간한 여자에게 손을 대서 귀족들 사이에 복잡한 파문을 던지는 것보다는, 차라리 이해관계가 없는 타국의 공주를 정실로 맞아들인다. 아주 이례적이지만, 영상이라면 그렇게 생각해도 이상하지 않다. 그 자신이 멸망시킨 나라의 공주를 정실로 맞아들이는 것은, 여봉이 화요를 정복했다는 상징이 되기도 할 테니까.

‘……그럼 역시 내가 마음에 들었다는 것은 구실이 아닐까.’

남련은 냉정하게 그렇게 생각했다. 편의상 정실이라는 지위를 준 것이라면, 이쪽도 아주 좋다.

언젠가 자신의 신변이 안정됐을 때, 영상은 후궁에 다른 첩을 얼마든지 들이면 되니까. 그 자신 역시 첩의 소생이기도 하고, 남련은 결코 불평을 말하지 않을 테니…….

“남련 님도 참, 심각한 표정을 다 하시고.”

여수의 지적에 남련은 얼굴을 손으로 덮었다. 자신의 표정이 매우 굳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스스로도 그만 당황하고 말았다.

“저, 저어…… 제가 뭔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요?”

남련이 그런 말을 꺼내자 여수가 신기하다는 듯이 말했다.

“할 수 있는 일, 말인가요?”

“네. 역시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니 우울해져서……. 청소든, 식사 준비든, 일을 돕고 싶어서요.”

“어머나. 저희 궁녀들의 일을 빼앗지 말아주세요.”

기분 탓인지 여수가 어린아이를 타이르듯이 미소 짓는 것처럼 보였다.

“부디 남련 님은 하고자 하는 일을 마음껏 해주십시오. 자수나 악기 이외에, 모국에서는 무엇을 하셨나요?”

“좋아하는 것…….”

그건 물론 독서지만, 이런 상황이니 책의 세계에 몰두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괴로운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죽은 가족을 생각하면 자신만이 편안하게 취미 생활을 즐기는 건 뭔가 죄책감이 들었다.

“그렇네요……. 꼭 일을 하고 싶다고 하신다면, 태자님께 상의를 해보시는 게 어떤지요?”

여수의 제안을 듣고, 남련은 말문이 막혔다. 어떤 화제든, 영상 상대로는 말을 걸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남련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그와 침실에서 만나면, 언제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상황과는 거리가 멀어지니까.

BORI 공금갠소요게X

“응, 아아…… 싫어……. 아아아…….”

찌걱찌걱, 질퍽질퍽. 음란한 물소리가 침대의 천개에 울려 퍼졌다. 폭력에 가까운 쾌감에 흐릿해진 남련의 시야에 비친 것은 다리 사이에 얼굴을 묻고 훤히 드러난 비밀스러운 곳을 열심히 핥고 있는 남자의 모습이었다. 벌써 반 시간 이상이나 두터운 혀로 계속 자극을 받아, 남련은 자신이 그대로 녹아내릴 것만 같았다. 미끈거리는 애액이 끝없이 넘쳐난 탓에 몸이 다 말라비틀어지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힉, 아아아……. 그곳, 안 돼…….”

“네 말은 거짓말뿐이구나.”

땀에 젖은 허벅지를 누르며 영상이 웃었다. 그 입술을 반짝이게 하는 것이 자신이 흘린 꿀이라고 생각하니 제대로 얼굴을 바라보기가 힘들었다. 어째서 그런 장소를 입으로 애무하는지 몰랐기 때문에, 창피해 울음이 나올 것만 같았다.

“처음에 이렇게 해줬을 때부터 순식간에 여기를 미끈거리게 만든 주제에. 네가 더 좋아하는 장소도 알고 있어. ……여기.”

“흐아앙……!”

노출된 꽃망울을 그가 가볍게 깨물자, 날카로운 쾌감이 허리를 들썩이게 만들었다. 순간의 통증으로 찌릿거리는 그곳을 영상은 어르듯이 꺼끌꺼끌한 혀로 표면을 계속 핥았다.

“싫어. 아아! 하지 마……요, 그만!”

손가락으로 휘젓기만 해도 민감한 장소를 촉촉한 뜨거운 혀로 할짝할짝 계속 핥으니 남련은 도무지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 온몸을 흐르는 피가 술로 바뀐 것처럼, 머리가 몽롱해 생각을 연결할 수가 없었다.

“이제…… 싫어……. 싫어……. 후아, 아아아……!”

어린아이처럼 흐느끼면서 남련은 몇 번이고 변하지 않는 절정을 맛보았다. 움찔거리며 수축한 꿀단지에서 농후한 애액이 푸웃, 하고 밀려 나오자 영상은 그것을 빨아 마셨다.

“꽤 싱겁게 절정에 달해버렸어.”

겨우 사타구니에서 고개를 든 영상이 만족했다는 듯이 말했다.

“으응……!”

이제 막 절정에 달한 꿀단지에 손가락 두 개가 밀고 들어오자, 남련은 고통스런 소리를 흘렸다. 매일 밤, 음란함이 노출된 탓에, 유두나 음핵은 완전히 쾌감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지만, 비밀스런 틈 사이만은 아직도 협소하여, 이물질을 받아들이길 거부했다. 영상도 꾸욱거리며 죄어드는 느낌을 느꼈는지, 한숨을 내쉬며 손가락을 빼냈다.

“왜 이렇게 융통성이 없는 걸까, 너는. 전체적으로 너무 작게 만들어진 거 아닌가?”

인형 같다. 그 말이었는데 몸이 작다는 것을 야유당한 듯해, 남련은 순간적으로 반발했다.

“제가 작은 게 아니라 당신이 너무 큰 거겠죠.”

“아아…… 역시 그런가?”

영상이 자신의 하반신을 보더니 그렇게 중얼거렸다. 무언가를 착각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남련의 뺨은 불타듯이 뜨거워졌다.

“아니에요! 그쪽이 아니라, 키나 체격 같은 걸 말하는 거예요……!”

“새빨개져서 외치지 마. 귀여우니까.”

남련은 진심으로 분노하고 있는데, 영상은 웃으며 받아넘겼다. 진짜 인형을 보는 듯이 자신의 머리를 삭삭 쓰다듬으니, 이보다 더 기분 나쁠 수가 없다.

‘그래도 억지로 하지 않아 다행이긴 하지만…….’

남련의 몸을 용서 없이 희롱하면서도 영상은 억지로 범하려고는 하지 않았다. 그것만은 요 며칠간의 일로 확실히 알게 되었기 때문에, 남련도 그만 흐름에 몸을 내맡기고 만다.

“하지만 매일 이렇게 있어선 진전이 없는데. 역시 오늘 밤에는 이걸 쓸까.”

혼잣말을 하던 영상이 잠옷 대신 입은 단벌 옷 소매에서 천천히 뭔가를 찾았다. 둥근 형태의 작은 옻으로 된 용기와, 또 하나.

“……그건 뭐죠?”

“뭐라고 생각해?”

영상이 수수께끼의 물건을 건네려 해서, 남련은 어쩔 수 없이 반쯤 몸을 일으켜 그것을 받아 들었다. 둥근 유백색을 한 그것은, 가늘고 긴 상아 같았다. 길이는 남련 자신의 손가락 끝에서 손목까지 오는 정도로, 막대기처럼 생겼는데 살짝 휘어져 있다. 끝은 둥글게 부풀어 있었고, 전체적으로 매끄럽게 연마되어 있었는데. 뭘까 하고 생각하던 남련은 거꾸로 돌려도 보고, 눈앞에서 들어도 보는 등, 정체불명의 그것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렇게 흥미가 있어? 남자의 물건을 본뜬 기구인데.”

“물…… 네에?!”

살짝 놀리는 소리를 듣고, 남련은 그 물건을 집어던졌다. 엄청나게 더러운 것을 만진 기분이 들어, 당장 손을 씻고 싶었다.

“함부로 다루지 마. 모처럼 너를 위해 주문한 거니까.”

침대 위에 떨어져 있는 그것을 주워 영상은 어깨를 으쓱 들어 올렸다.

“내 것은 아직 무리라도, 이 정도면 들어가겠지. 네 안을 넓히기 위해 오늘은 이걸 준비했어.”

순식간에 그 의미를 이해한 남련은 창백해져 뒷걸음질을 쳤다.

“윽…… 그런 건 절대로 싫어요……!”

“그렇다고 언제까지고 이런 식이면 할 수가 없잖아.”

도망치는 남련의 한쪽 발목을 붙잡고, 영상은 무자비하게 다리를 크게 벌리게 했다. 꿀로 가득한 국부를 훤히 드러낸 남련은 “싫어!” 하고 외치며 발버둥쳤다. 죽을힘을 다해 버둥대도 덫에 걸린 여우처럼 허무한 저항이었을 뿐이었지만.

“가만히 있어. 아프게 할 생각은 없으니까.”

조금 전의 옻칠이 된 용기를 영상이 한손으로 열었다. 안에 들어 있는 것은 연고 같은 것으로 손끝으로 잔뜩 찍어 올린 것을 영상은 남련의 비밀스런 곳에 발랐다.

“아아아, 차가워…….”

“금방 뜨거워질 거야.”

영상이 속삭이자마자, 신기하게도 변화가 일어났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연고가 묻은 꽃봉오리가, 지잉지잉거리며 부풀어 올라, 숯불을 지핀 것처럼 뜨거운 열이 올랐다. 아무것도 안 했는데 근질근질거렸고, 밀려왔다 다시 밀려가는 파도 같은 굼실거림이 멈추지 않았다.

“아아, 이게…… 뭐예……요?”

“윤활제를 겸한 미약의 일종이야.”

하아하아, 숨을 거칠게 내쉬는 남련에게 영상이 말했다.

“체질에 따라 효과에 차이가 있다고 들었는데…… 너는 약과 상성이 좋은 것 같아.”

“윽, 아아…… 이런 건, 싫어……!”

남련은 허리를 꼼지락거리면서 눈물로 호소했다. 비밀스런 입구 근처에 발랐을 뿐인 미약은 남련의 넘치는 꿀과 섞여 안쪽으로 계속 흘러 들어가는 것만 같았다. 꿀단지 전체가 굶주림을 호소하며 무언가를 강렬하게 원했다. 무언가를. 이 동굴을 채워줄 질량이 있는 무언가를.

“뭔가를 원한다는 표정인데.”

남련의 음란한 모습에 달아오른 듯, 영상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영상은 물건의 끝에도 연고를 바른 뒤, 실룩이며 열리고 닫히기를 반복하는 붉은색 틈새에 그것을 바싹 갖다 댔다.

“이 녀석을 먹여줬으면 하는 거지?”

“응…… 싫어, 안, 아아아…… 들어가면, 안 돼……!”

쑤욱. 그 물건이 들어가자 남련은 싫다는 듯이 마구 고개를 저었다. 굳게 닫혀 있던 좁은 길로 단단한 상아의 감촉이 슬금슬금 파고들었다. 영상 자신의 줄기만큼은 아니었지만, 손가락 두 개 정도보다는 확실히 굵은 그것이, 영글지 않은 처녀의 단단한 동굴을 넓혀갔다.

“아, 응…….”

그대로 침입을 완수한 것처럼 보였던 상아는, 반 정도 들어간 채 다시 천천히 밖으로 빠져나갔다. 완전히 빠져나간 듯했던 그것은, 또다시 쑤욱 하고 음란한 소리를 내면서 들어왔고, 다시 천천히 빠져나갔다. 이런 반복이 계속됐다.

“아, 아. 으응…… 아앙…….”

“얕은 장소만으로는 부족한 건가?”

“아, 아. 아아, 하아앙.”

“참아. 나도 이렇게 피도 흐르지 않는 도구로 여자의 처음을 앗아갈 정도로 악취미가 있지는 않으니까.”

남련의 처녀막이 손상되지 않도록, 입구만을 상아로 확장해갔다. 영상의 의도는 그곳에 있는 듯했지만, 미지의 자극을 맛보고 있는 남련에게는 영상의 목소리가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남련에게 달라붙듯이 자신이 그 옆에 누우면서 영상은 완만하게 손목을 움직였다. 민감한 장소를 상아가 왕복하자, 피가 통하지 않는 물건에 육체가 범해지지나 않을까 하는 두려움보다도, 마찰에 의한 달콤한 찌릿함이 늘어, 남련은 실을 잣는 듯한 목소리로 교성을 내뱉었다. 연고에 포함된 미약의 효과라고 스스로에게 변명을 하지만, 교성은 멈추지 않았다.

“후아…… 아, 하아아, 아…….”

“교성이 아주 귀여운걸.”

영상이 살짝 코웃음을 치더니, 남련의 한손을 붙잡고 자신의 하복부로 이끌었다.

“조금 질투가 나. 지금 당장 나의 이것으로 똑같이 교성을 내지르게 해주고 싶을 정도로…….”

자신이 지금 무엇을 쥐고 있는지 깨닫고 남련은 눈을 크게 떴다. 영상의 사타구니에 뜨겁게 솟아 숨 쉬고 있는 단단한 것. 옷의 틈 사이를 젖히고 길게 솟아 있는 그 줄기는, 영상의 또 하나의 심장인 것처럼 혈관을 이리저리 내뻗으면 벌떡벌떡 맥동하고 있었다.

“싫어……!”

마치 흉기 같은 그것에서 남련은 필사적으로 손을 떼려고 했지만, 영상의 커다란 손이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네 손으로 문질러줘.”

“어째서 그런 짓을…….”

“계속 너를 만지고 혼자서 처리하는 게 허무해졌으니까.”

무뚝뚝한 그 말의 의미를 순수한 남련는 알지 못했다. 싫다고 하는데, 영상은 남련의 손을 자신의 손으로 잡은 채, 솟아 있는 줄기를 상하로 문지르게 했다. 얇은 막 같은 것이 늘어나고 줄어드는 감각이 기묘해, 그에 따라 아프지는 않을까 하고, 남련은 자신의 몸이 아닌데도 걱정이 되었다.

“더 꽉 잡고…… 이 정도 속도로.”

아파하기는커녕 영상은 호흡을 얕게 하며 뜨거운 눈동자로 남련을 바라보았다. 남련의 가는 손으로는 다 잡히지 않을 만큼 굵은 그것은 점점 더 부풀어 올라 터질 듯했다.

‘어째서 이렇게 커지는 거지……?’

수치심과 난처함을 느끼면서도 남련은 책을 읽어 얻었던 지식을 멍하니 떠올려보았다. 남성의 이곳이 이렇게 변화를 보이는 이유는 여성을 앞에 두고 흥분하거나, 누군가가 만져줘서 기분이 좋았을 때. 그런 기억이 났다.

‘이 사람은 나를 보고 흥분한 거야? 아니면 내가 만져줘서 기분이 좋은 거야?’

그것은 매우 신기한 감각이었다. 평소에는 남련만이 일방적으로 느끼고 흐트러진 모습을 보였는데, 지금은 영상이 자신의 손에 쾌감을 느끼고 있다. 몇 천의 병사를 이끌고, 검을 뽑아 다가오는 적을 모두 해치우는 용장이 남련처럼 작은 여자의 손끝에 희롱을 당하고 있다니.

“윽…… 남련?”

영상이 작게 숨을 삼켰다. 남련이 또 한손으로 귀두를 살짝 둥그렇게 문질렀기 때문이다.

“해주는 건가. 네가 직접?”

사실은 힘껏 손톱을 세울까도 생각했다. 그런데 눈앞에서 기쁘게 웃는 영상의 표정은 마치 어린아이 같아서, 이상하게 당황하고 만다. 그 사이에 영상은 남련의 등을 안고 갑자기 깊은 입맞춤을 시도했다.

“후…… 윽……!”

입술을 강하게 빨아들이고, 혀를 끈적하게 섞어오자, 남련은 호흡도 제대로 못한 채 고동이 흐트러졌다. 무심코 손에 힘을 주자, 꽉 쥐고 있는 그것이 움찔하며 크게 반응했다.

“적극적이네, 남련.”

“아…….”

아니라고 말하려 했는데, 영상이 입술을 크게 덮어와 말을 할 수 없었다.

“나도 해줄 테니까. ……알았지?”

그렇게 속삭이더니 영상이 다시 상아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질퍽. 벽을 에어내는 듯이 스치자, 덮여 있던 입술에서 환희의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응…… 윽, 아아…… 아아아앙…….”

“남련…….”

신음 소리를 내는 남련을 강하게 안은 영상은 입술뿐만이 아니라 귀나 목덜미에도 뜨겁게 입을 맞추었다. 그때 움찔하는 감각이 온몸을 휘돌아, 상아를 물고 있던 꿀단지가 움찔움찔하며 전율했다. 그곳을 찌걱찌걱 휘저으며 상아를 작게 움직이니, 감각이 어디론가 날아가버릴 것 같았다.

“하아…… 아, 아아…….”

어느새 남련은 솟아 있는 뜨거운 줄기에 손가락을 감싸고, 영상에게 배운 대로 열심히 문지르고 있었다. 그렇게라도 해 정신을 흩뜨리지 않으면 잇달아 계속 절정에 휩싸인다.

“아아…… 좋아. 잘하고 있어…….”

가까운 거리에서 바라본 영상의 눈동자는 열을 잔뜩 띠고 있으면서도 부드러웠다. 열심히 문지른 그것의 끝에서 끈적한 액체가 흘러나와 남련의 손바닥을 적셨다. 더 잘 미끄러져 기분이 좋은지 영상의 숨이 또 거칠어졌다.

‘미끌미끌거려……. 이건 뭐지……?’

당황해하는 남련에게 영상은 비밀을 알려주듯이 말했다.

“느끼면 남자도 젖어. 너하고 똑같이, 남련.”

“남자도……?”

“네 안에 들어가고 싶어서 울고 있다고 생각하면 돼.”

농담 같은 그 말에 남련은 더욱 당황했다. 영상은 정말로, 그렇게나 자신과 이어지기를 원하고 있는 것일까.

‘이게 내 안에 들어온다면…….’

상아 대신에 영상 자신이 들어오는 모습을 남련은 드디어 상상했다. 역시 너무 커서 무섭고, 내장 파열로 죽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남녀의 결합은 원래 자연스러운 일이다. 성의 욕구에 빨려든 남성은 이성이 없는 짐승처럼 자제를 할 수 없다는 이야기도 들어본 적이 있다. 그것을 자제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영상은 제대로 된 인간인지도 모른다. 물론 모국의 원수이고, 증오스러운 살인자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지만…….

“또 쓸데없는 걸 생각했지?”

뻔히 보인다는 듯한 그의 말에 남련은 깜짝 놀랐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느껴. 너는 여기도 좋아했었지?”

그렇게 말하자마자 상아가 각도를 바꿔 대각선으로 찔러 들어왔다. 스치는 부분이 바뀌었을 뿐만 아니라 매끈한 상아의 측면이 볼록 부풀어 오른 꽃망울도 스쳐, 갑작스런 자극이 몸을 꿰뚫었다.

“아, 거긴, 아아…… 아아, 아!”

“이렇게 움찔거리다니…… 정말로 민감해졌구나.”

무릎을 세우고 크게 벌린 사타구니의 중심을, 질퍽질퍽 찌걱찌걱 파고드는 느낌. 끈적끈적한 애액이 허벅지를 타고 흘러 엉덩이 사이로 들어가, 어린아이가 실례를 범한 것처럼 이불의 색을 변화시켰다.

“힉…… 아, 하아, 아아…….”

가슴이 벅차고, 어깨를 위아래로 들썩이고, 온몸은 남김없이 미끈거리는 땀범벅이 되었다. 그것은 영상도 마찬가지로, 서로의 호흡이 거칠게 뒤섞여 침실의 공기를 음란하게 물들였다.

“흐으응…… 아…… 아아, 또…….”

민감한 안쪽 벽을 상아 끝이 누르자, 묵직한 쾌감이 허리를 울렸다. 그와 동시에 손에 쥔 늠름한 그 줄기가, 부르르 크게 경련을 일으켰다.

“싫어, 아아아…… 아앙……, 이젠 안 돼……!”

“큭…… 나도 마찬가지야…….”

남련의 팔만큼이나 굵은 줄기의 끝에서 대량의 흰 액체가 뿜어져 나왔다. 부들부들 온몸을 떨면서 절정을 맛본 남련의 하복부에, 기세 좋게 미숙한 여열이 방탕하게 물보라 쳤다.

‘이게 남자의 씨앗인 거야……?’

남련의 체내에 뿌려지면 금세 아기가 생길지도 모르는 것.

“미안. 네 손이 기분 좋아서…… 멈출 수 없었어.”

피부를 타고 끈적하게 흐르는 액체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자, 영상은 겸연쩍은 얼굴로 웃으며 종이로 몸을 닦아주었다. 상아를 빼낸 영상은 다시 옆에 누워 당연하다는 듯이 남련을 껴안았다. 그대로 이불을 덮으려고 해, 남련은 당황해하며 물었다.

“오…… 오늘 밤은 여기서 쉬시는 건가요?”

영상은 언제나 남련의 몸을 마음대로 희롱해 절정을 안겨준 뒤에는, 어딘가 기분이 나쁘다는 듯이 침실을 빠져나갔다. 다정하게 베개를 같이 베고 누울 정은 그 어디에도 없으니까, 그건 그것대로 상관없었는데, 오늘 영상은 무슨 일인지 이 침실에서 잠을 잘 모양이었다.

“말했잖아. 오늘 밤은 이제 스스로 처리하지 않아도 되니까.”

“처리라니…… 아.”

남련은 문득 무슨 생각이 떠올라, 순식간에 얼굴을 붉게 물들였다. 어쩌면 오늘 밤의 남련이 손으로 했던 것과 같은 행동을 지금까지 영상은 스스로 했던 것일까.

“내가 여기에서 자면 방해돼? 이렇게 넓은 침대에서 쩨쩨한 말은 하지 말고.”

“물론 이곳은…… 넓지만…….”

아무리 넓어도 이렇게 바싹 밀착하고 있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지 않을까. 그렇게 말해주고 싶었지만 남련은 말을 집어삼켰다. 왜냐하면 영상은 남련을 꽉 껴안은 채, 이미 편안한 숨소리를 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뭐야 대체, 이 사람은…….”

놀다가 지친 어린아이도 이렇게 되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 만큼 빨리 잠든다. 남련은 어이가 없어 한숨을 내쉬고, 곰처럼 거대한 남자의 잠든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매끈한 콧날에 반쯤 벌린 입술. 감긴 눈동자의 속눈썹은 의외로 길어서, 역시 반듯한 용모라고, 새삼 깨달았다.

‘……난처해.’

그가 앞에 있으면 정신이 흐트러진다. 난폭한 것 같으면서도 때로는 배려를 해주고. 이렇듯 무방비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나, 몸을 뒤척이지도 못하게 꼭 껴안아주는 것이나, 어떻게 받아들이면 좋을지 알 수 없었다.

‘정말로…… 이상한 사람이야.’

가슴이 몽롱해 잠을 들지 못하리라 생각했는데, 역시 몸은 지쳤나 보다. 영상의 가슴에서 울리는 조용한 고동에 이끌리듯이, 남련은 어느새인가 눈을 감고 깊은 잠 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