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달 아래 떨어지는 꽃이슬-6화 (6/11)

제6장

흩어지는 순결

태양은 아직 저물지 않고, 방의 창문을 통해 밝은 빛을 뿌려주었다. 평소라면 정무로 바쁜 시간일 텐데, 왕태자인 영상이 이런 장소에 틀어박혀 있어도 되는지 남련은 걱정이 되었다.

“하…… 아, 아아…….”

엎드린 알몸의 등 쪽으로, 수없이 쏟아지는 입맞춤은 어딘가 다정한 저녁노을 같았다. 귓속에서 사아사아 피가 흐르는 소리가 들려, 지금은 없는 화요의 왕궁 정원에 물이 흐르는 광경을 연상했다.

“응…….”

목덜미를 가볍게 물리자, 남련은 움찔 하고 어깨를 떨었다.

“너한테서 좋은 향기가 나……. 무슨 향이지?”

남련의 피부에 코끝을 비비며, 영상이 신기한 듯이 물었다. 오늘은 의복에 향을 스미게 하지 않았고 향수 같은 것도 뿌리지 않았다.

“아무것도 안……. 아…….”

“정말로?”

젖은 혀가 척추뼈를 부드럽게 핥자, 몸 안이 음란하게 술렁였다. 의복이 모두 벗겨진 전신은 놀라울 만큼 민감해져 있었다. 평소의 어두운 침실과는 달리, 태어난 그대로의 모습을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기 때문일까.

“그럼 왜 이런 향기가 나는 걸까. 달콤하고 살짝 젖 냄새가 섞인…….”

“어…… 어린애 같다는 건가요?”

“아니. 뭔가 그립고…… 마음이 편안해.”

“하아앙……!”

옆구리에 얼굴을 묻고, 팔의 안쪽을 그가 강하게 빨아들였다. 간지러움과 종이 한 장 차이인 쾌감이 옆구리에서 허리를 꿰뚫었다. 어느새 땀으로 흠뻑 젖은 등에, 영상의 훤히 드러난 가슴이 겹치며 몸에 휘감겼다. 영상도 그 무엇 하나 걸치고 있지 않은 알몸이었다. 듬직한 몸을 직접 보는 게 창피해 뒤를 바라보고 있지만, 엉덩이 계곡 사이로 지나가는 뜨거운 덩어리가 무엇인지 알았기 때문에, 남련의 뺨은 뜨거워져만 갔다.

“남련…….”

영상이 등 뒤에서 팔을 두르고 남련의 가슴을 부드럽게 주물렀다. 관능적인 기분이 더욱 증가해 가슴 전체가 평소보다도 더욱 긴장된 듯했다.

“아…… 아, 아…… 아.”

“네 목소리, 정말 좋아.”

귓불을 핥고, 머금고, 쪽쪽 하고 음란한 소리를 계속 밀어 넣으면서, 영상이 속삭였다.

“더 헐떡여줘. 기분 좋다고. 내가 이렇게 해주는 게 좋다고.”

그런 소리를 들으니 오히려 더 목소리를 내기가 망설여졌다.

“응…… 음, 하아, 아아, ……싫어.”

영상이 음란한 손놀림으로 쥐어짜듯이 가슴을 만지자 충혈된 유두가 단단해졌다. 날카로운 목소리를 내면서 남련은 등을 뒤로 젖히고 만다.

“단단해졌어, 이곳.”

남련의 몸을 더듬는 영상의 목소리는 매우 기쁜 듯했다. 생각해보면 항상 이랬다. 남련이 얌전하지 못하게 흐트러지거나, 쾌감이 몰려올 때마다 영상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자신의 기술로 남련을 함락했다는 사실에 수컷다운 우월감을 느끼는 게 아닐까 생각했지만, 어쩌면 단순히 그것만은 아닌 게 아닐까.

“큰일이야, 흥분했어……. 너의 이곳, 만지는 느낌이 죽을 만큼 좋아.”

가슴에 손가락을 깊숙이 파고들게 하며, 영상이 감개무량한 한숨을 토해냈다. 남련 때문이라는 듯이 그런 말을 해보아야, 이쪽은 그저 난처할 뿐이다.

“시, 싫어……, 그렇게 하면…….”

발기된 유두를 몰랑거리며 안으로 집어넣으면서, 양쪽 가슴을 흔들자, 남련은 가는 목소리로 신음 소리를 뱉어냈다. 영상이 허리를 음란하게 흔들며 크게 부풀어 오른 사타구니의 물건을 남련의 부드러운 엉덩이 살에 문지르기 시작했다.

“내 것이 단단해졌다는 거, 알겠지?”

“…….”

“너에게 닿았을 뿐인데, 아니, 벗은 네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집무실에서도 이렇게 되고 말아. 음란한 목소리와 감촉, 그런 것들을 생각하면 멈추지 않지.”

“음…… 음흉해요, 너무.”

엄청난 사실을 주저 없이 밝히자, 남련은 저도 모르게 그렇게 외쳤다. 대체 이 왕태자는 국정을 뭐라고 생각하는 걸까. 하지만 영상은 주눅도 들지 않은 채 시원스럽게 계속 말했다.

“불끈불끈거려서 어쩔 수 없이 서고에 있는 너를 들여다봤는데, 그런 장면을 보게 된 거야. 내 일이 제대로 되지 않고 문제가 생기는 건 다 네 탓이라는 걸 알아둬.”

“정무에 돌아가주세요, 당장!”

영상의 몸 아래에서 남련은 버둥거렸다.

그러자 영상이 쿡쿡 웃으며 “농담이야.”라고 말했다.

“알현이 예정되어 있던 지방 장관이 몸이 안 좋다고 해서 갑자기 시간이 비었어. 이런 일은 좀처럼 없으니, 소중한 아내를 사랑하는 것 정도는 용서해줘.”

“아내라니…….”

영상은 자주 남련을 그렇게 부르지만, 아직 정식으로 혼인 의식을 올린 사이는 아니다.

‘게다가 나 말고도 정실 후보가 있다니까…….’

그 사실을 묻고 싶은 듯, 묻고 싶지 않은 듯, 그런 마음에 흔들리고 있는 사이에도 영상의 애무는 멈추지 않았고, 밀어붙이는 강직한 줄기는 더욱 열을 더해갔다.

“이쪽은 어때, 남련?”

영상의 오른손이 둔부를 미끄러져 뒤쪽에서 꿀단지를 찾았다. 질퍽…… 틀림없는 물소리가 나자, 남련은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고 당황해했다.

‘어느새 이렇게…….’

“질척질척하네……. 많이 나왔어.”

늪처럼 미끄러운 장소에서, 영상의 가운뎃손가락이 첨벙첨벙 헤엄을 쳤다.

“후아아아앙…….”

중지가 미끄러지듯 쉽게 안쪽으로 잠겨 들며 넘치는 꿀을 퍼내자, 남련의 허리는 굼실거리며 공중을 향했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강아지가 엉덩이를 내민 것처럼 상스러운 자세를 하고 말았다.

“아아, 안, 싫어…… 아아아아…….”

“좋은 자세야. 나를 자극해.”

질퍽거리는 비밀스런 동굴을 이리저리 휘저을 때마다 오싹거리는 쾌감이 뇌에 닿았고, 아래가 계속해서 부르르 떨렸다. 밤마다 희롱당해온 남련의 그곳은 상아로 확장된 것도 있어서, 이제는 그의 손가락 세 개도 집어 삼킬 수 있게 되었다.

“후…… 으응…… 아아아, 아앙…….”

“손가락 하나로는 모자라지?”

남련의 몸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영상이 “할게.”라고 속삭이며 손가락 두 개를 밀어 넣었다.

원하고 있던 압박이 들어와 기분이 좋았지만, 그럼에도 아직 자신이 원하는 쾌감과는 거리가 있어서, 젖은 안쪽 벽이 제멋대로 강하게 수축을 반복했다.

“조금은 참을 줄도 알아야지.”

“응…… 아니…… 아니요…….”

“더 허리를 내밀어봐.”

그런 창피한 명령에는 따를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영상이 허리를 들어 올리며 침대에 닿은 무릎을 벌리자, 주술에 걸린 듯 그 자세를 유지하고 만다. 이런 자세로는 뒤의 꽃봉오리까지 훤히 보일 텐데. 영상의 눈에 비치는 모습을 상상하면 더욱 갈라진 틈의 내부가 욱신거렸다.

“이렇게 해야 안에 더 잘 닿지?”

“으응……!”

영상이 말하는 대로 네 발로 기는 듯한 자세라 그의 손가락이 조금 전보다 더욱 깊은 곳에 닿았다. 질척질척 하고 찔러 넣는 규칙적인 소리가 참을 수 없어, 거품 같은 애액이 뽀얀 허벅지를 타고 주르륵 흘러내렸다.

“아, 아…… 아아, 하아아…….”

“대홍수야. 내 손목까지 적셨어.”

“싫어……, 그런 소린 싫어요……!”

얼마나 젖었는가를 구체적으로 들으니 의식이 수치심으로 타들어갈 것 같았다.

“그냥 솔직하게 느껴.”

손가락 두 개에 희롱당하면서, 단단해진 유두도 그의 손가락에 동시에 희롱당하자, 끝없는 쾌락에 휩싸여 저항할 기력도 사라졌다.

“……아아아…… 이상해……. 배가 이상해요…….”

짓눌리는 듯한 쾌감에 아랫배가 실룩거리며 경련을 일으켰다. 절정에 달하고 싶다. 절정을 맛보고 싶다고, 적나라한 요구를 입에 담는 대신 남련은 낮은 목소리로 흐느껴 울었다.

“너무 뜸을 들였어. 미안.”

다정한 말투와는 달리 손가락이 세 개로 늘어나자 질퍽질퍽 질척질척 하고 더욱 왕복 운동이 격렬해졌다. 몸이 뒤집힐 것 같은 격렬한 전율은 그대로 큰 파도 같은 쾌감이 되어 남련의 안쪽을 휩쓸었다.

“흐아아…… 아아아! 하아앙…… 아아아아앙……!”

이불을 붙잡은 손이 핏기를 잃고 새하얘질 정도로 온몸이 경직되며 부들부들 떨렸다. 오랫동안 절정을 맛본 후, 갑작스런 이완이 찾아오자 남련은 그대로 몸을 침대에 깊이 묻었다.

“하아…… 아…….”

“기분이 좋았나 봐.”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영상이 그렇게 속삭이자, 그 부드러운 동작에 그만 빨려 들어갈 것처럼 남련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몸을 뒤집어 이쪽을 바라보는 영상과 눈이 마주쳤다.

“지금이라면 분명 부드러워져 있을 테니……까.”

어르는 듯한 목소리와 함께 그가 무릎을 양쪽으로 벌렸다. 높이 치솟아 먼저 물방울을 머금고 있던 줄기가, 영상의 손으로 아래를 향해, 남련의 꿀단지에 닿았다.

“아앙…… 으응……!”

크고 욕망에 가득한 그 끝이, 빙그르르 침입을 달성하려 했다. 영상의 움직임은 성급하지 않고, 오히려 신중을 기하듯이 느릿했지만, 평범한 남자보다 훨씬 훌륭히 기립해 있었기 때문에, 돌덩이가 들어오는 듯한 공포에 몸이 움츠러들었다.

“윽, 아아…… 무서워……. 무서워요…….”

“그렇겠지.”

영상이 가슴 아픈 듯이 눈을 가늘게 뜨며 남련의 뺨을 어루만졌다.

“무섭지 않을 리가 없지. 자신의 몸 안에 다른 사람이 들어오는 거니까.”

핏기가 가신 차가운 뺨에 닿은 두터운 손바닥은 무척 따뜻했다. 눈물에 젖은 눈동자로 영상을 올려다보며 남련은 망설였다. 아픈 것도 고통스러운 것도 남련의 몸에서 일어나는 일인데, 영상은 가슴 아픈 표정을 짓고 있다. 왜일까?

“그래도 나는 남련과 하나가 되고 싶어. 남련의 안에 들어가 모든 것을 느끼고 싶어. 나는 너를 사랑하니까.”

또. 남련은 가슴에 둔탁한 아픔을 느꼈다. 영상은 몇 번이든 올곧게 말을 해준다. 남련을 사랑한다고. 그라는 남자의 성격을 생각하면, 이 말은 거짓말이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남련은 이렇게 생각하고 만다. 자신에게 그를 포로로 만들 만한 매력이 있는가, 하고.

‘게다가 언제까지? 이 사람은 언제까지 나만을 바라봐줄까……?’

자신 이외의 정실 후보에다, 언젠가는 받아들여야 할 비빈들. 그를 따를 많은 여자들의 존재를 생각하면, 마음이 술렁거려 안정이 되지 않았다. 그런 자신을 눈치챘을 때부터 남련은 잘 알고 있었다. 더 이상 못 본 척할 수 없었다. 적국의 왕태자인 영상에게 자신이 끌리고 있다는 사실을.

‘아버지, 어머니, 죄송합니다……. 오빠, 언니, 부디 용서해줘…….’

“남련? 그렇게 아파?”

입술을 깨물고 또르르 눈물을 흘리기 시작한 남련에게 영상은 당황한 듯이 말을 걸었다. 허리를 빼려는 영상에게 남련은 급히 고개를 흔들며 그에게 매달렸다. 뜨거운 피가 통하는 피부의 감촉이 기분 좋았고, 귀에 들리는 고동 소리가 마음을 편하게 해 줘서, 오히려 더욱 눈물이 멈추지 않으려 했다.

“저어, 남련. ……모르겠어.”

영상이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울 정도로 내가 싫은 거야? 절대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는 거야?”

“흑…… 아니에……요.”

훌쩍이면서 남련이 말했다. 자신의 마음을 솔직히 말로 표현하기란 왜 이렇게 어려운 걸까.

“당신은 다정해요……. 그래서 난처해요. 나는 당신을 미워하지 않으면 안 되는데. 좋아하게 되다니, 용서받지 못할 짓인데……!”

영상이 놀란 표정으로 마른침을 삼키며 남련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말했구나.”

“네……?”

“나를 좋아한다고 말했어. 들었어. 없었던 걸로는 절대 하지 않을 테니까……!”

침대에 양 어깨를 밀어붙이며 이마와 눈꺼풀에, 입술에, 폭풍 같은 입맞춤이 쏟아졌다. 처음에는 어안이 벙벙했던 남련이었지만, 영상의 기쁨이 피부 너머로 눈사태처럼 전해져와 우는 것인지 웃는 것인지 모를 표정이 되었다.

‘이 사람은 왜…….’

남련의 일거수일투족에 어떻게 이토록 솔직한 반응을 보여줄 수 있는 걸까. 가슴 안이 찌릿거리며 불타듯이 저려와서 남련은 문득 오래 전에 만난 소년을 떠올렸다. 눈이 보이지 않는 남련에게 책을 읽어준, 그를 계속 좋아했다. 첫사랑이라고 부르기에 어울리는 아련한 추억이었지만, 그의 존재는 오랫동안 남련의 마음을 차지하고 있어서, 다시 한 번 만날 수 있었으면 하고 원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아침이고 밤이고 영상만을 생각한다. 그의 체온이, 입김이, 눈빛이, 남련을 부드럽게 감싸주었고, 지금까지 몰랐던 감정에 눈을 뜨게 해주었다. 쓸데없는 것은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그저 원하는 대로 그의 마음에 응답하고 싶다. 그가 기쁘다고 느끼는 것은, 분명 자신도 원하는 것이다.

“영상…….”

남련은 작은 목소리로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그의 이름을 불렀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는 부족해서 한껏 몸을 들고, 그의 목에 팔을 감아 끌어안았다.

“남…….”

눈을 크게 뜨는 영상의 입술을 스스로 빼앗자, 지금까지 몇 번이고 입을 맞추었는데도, 마치 처음으로 입을 맞추는 듯한 긴장에 몸을 떨었다.

“응…….”

머뭇거리며 밖으로 내민 입술을 영상이 곧장 빨아들였고, 소리를 내며 핥았다. 그의 입 안은 매우 뜨거워 남련은 혀끝이 녹아내리는 듯한 착각에 빠져들었다. 숨이 찰 정도로 입맞춤을 계속해 머리가 멍해졌지만 떨어지고 싶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아아…… 난 이렇게…….’

하반신의 중심이 절퍽거리며 멋대로 젖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 수 있었다.

영상의 허리의 그것도 점점 더 힘을 내어서, 남련의 화구처럼 녹아내린 장소에 잠겨 들어가려고 했다.

“넣을게, 남련…….”

“아, 응…….”

몸을 두 개로 가르는 듯한 아픔에 남련은 미간을 찌푸리며 참았다. 아주 크고 엄청난 질량이었지만, 그것은 질척이고 삐걱거리면서도 자신의 몸 안으로 들어왔다. 손가락과도, 혀와도, 상아와도 다른, 영상의 흥분과 욕정을 그대로 간직한 살덩어리가.

“윽…… 역시 좁아…….”

영상은 이마에 땀을 흘리면서도, 살짝 욕망을 흔들며 안쪽을 열어젖히려 했다. 충분하고도 남을 만큼 젖었지만, 전인미답의 틈새는 굉장히 답답해서, 살짝살짝 늘어난 점막이 자칫하면 찢어져버릴 듯했다.

“아, 아…… 아아…….”

각오를 단단히 다졌는데, 이렇게까지 고통스러울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해서, 남련은 목소리를 죽이며 숨을 헐떡였다. 영상의 등에 두른 손이 견갑골 부근에 무의식적으로 손톱을 세웠다.

“아, 죄송해…….”

“사과를 해야 할 사람은 나잖아.”

저도 모르게 사과한 남련에게 영상이 쓴웃음을 지었다.

“너에게만 아픔을 줘서 미안해. 될 수 있으면 아프게 하고 싶지 않지만, 처음이라 어려울지도 모르겠어.”

이렇게 고통스러운 행위가 끝나면 쾌감이 기다리고 있다니, 현재의 남련은 도무지 믿기지가 않았다. 그래도 영상의 배려가 기뻐서, 공포는 아슬아슬한 순간에 마음속에 갇혀버렸다. 만난 지 약 3개월. 자연스럽게 여기까지 기다려준 영상을 더 이상 힘들게 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괜찮으……니까…….”

그만두지 말아요.

입술의 움직임만으로 그렇게 말하자, 영상은 참을 수 없다는 듯이 신음 소리를 뱉어내며, 단숨에 깊은 곳으로 허리를 잠기게 했다. 믿을 수 없을 만큼 깊은 장소까지, 둔탁하고 무거운 충격이 꿰뚫고 들어왔다.

“아흐으……!”

다리의 부들기부터 배 안쪽까지, 찌릿거리는 쾌감이 가득 퍼져 나갔다. 의식이 먼 곳까지 작렬하듯이, 남련은 자신이 여자가 되었다는 사실을 막연하게 느낄 수 있었다. 긴장으로 인한 땀으로 흠뻑 젖은 엉덩이에 영상의 허벅지가 바싹 밀착해 있다.

‘정말로 들어간 거야……?’

그렇게 커다란 것이 자신의 몸속으로. 통증이 뒤늦게 찾아오기 전에, 영상이 또다시 입을 맞췄다. 커다란 손으로 가슴을 만지며 정신을 분산시켜주려는 듯이 주무르기 시작했다.

“아, 아아, 아…….”

“남련, 알겠어? 너는 나의 그것을 뿌리까지 감싸고 있어……. 굉장히 기분 좋아.”

찔러 넣은 허리를 계속 밀착한 채, 영상이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궁지에 몰린 듯한 말투에서 매혹을 느끼고, 통증 안에 달콤한 감각이 몰래 찾아들었다.

“겨우 너와 하나가 됐어…….”

정말로 기쁜 듯한 미소를 눈앞에 바라보면서, 그의 기쁨과 남련의 기쁨이 겹쳐졌다. 순결을 바쳤다는 말은, 여성을 공양물처럼 다루는 듯해 저항감이 있었지만, 영상이 이런 표정을 지을 수 있다면, 아프고 고통스러울지라도 상관없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네 안은 뜨겁게 젖어 있어서…… 움직이지 않아도 엄청난 쾌감이 허리에 전해져.”

“그런 건…….”

노골적인 말에 남련은 금세 귀를 붉게 물들였다. 꽈악 하고 아랫배가 조여 들었다.

“그렇게 조이면 안 된다니까.”

영상이 웃으며 말했다. 정말로 남련과 연결된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운지, 그는 그대로 움직이지 않고 남련의 목덜미에 계속 입을 맞추거나, 가슴을 한껏 주무르거나 하면서 사랑스러운 애무를 반복했다. 그의 그런 애무를 받는 중에 하반신의 아픔과 이물감이 점점 사라져, 남련은 콧소리를 내고 말았다.

“응…… 아아…… 아…….”

가슴의 끝에서 붉은 열매가 작게 돌기를 내듯이, 깊게 연결된 곳을 향해 묵직한 쾌감이 아래로 전달되었다. 안쪽, 더 안쪽에서 새로운 꿀이 분비된다는 사실을 자신도 느끼자, 거대한 욕망이 젖은 벽을 넓게 벌려도 그 압박감이 아프지 않았다. 아프기는커녕…….

“아아앙…… 핥으면 안 돼…….”

영상이 가슴에 얼굴을 묻고, 중심으로 통해 있는 유두를 뿌리에서 끝까지 핥았다. 작게 퍼져 나가는 자극이 답답해서 남련의 허리가 혼자서 비틀리기 시작했다.

“왜 그래? 그렇게 움직이면 아프잖아.”

아프냐고 묻는다면, 확실히 그곳은 아직 아프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남련 안의 여자가 그 끝의 무언가를 갈망하고 있었다. 애절하게 젖은 눈동자로 자신을 보는 모습에서 무언의 호소를 눈치챈 영상이 “움직여도 돼?”라고 말하며 고개를 위아래로 흔들었다.

“묻지 말아요…….”

이런 일을 하면서 일일이 허락을 받다니, 창피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마지막의 마지막에 강압적이 되지 못하는 영상이기에, 남련이 자신의 마음을 열 때까지 기다려준 사람이니까, 남련은 그를 좋아하게 된 것이다.

“그런 눈으로 보면 너를 부숴버릴 것만 같아.”

영상이 진심으로 난처한 듯이 웃었다.

“아프면 바로 말해줘.”

남련이 고개를 끄덕이자 영상은 진지한 얼굴로 허리를 뒤로 뺐다. 바로 밖으로 빠져나갔던 남근이 다시 안으로 들어오자, 질퍽 하는 음란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처음에는 그야말로 위화감이 심했지만, 순결을 막 상실한 남련을 위로하는 듯한 주의 깊은 왕복은 이윽고 차분하고 달콤한 쾌감을 발생시켰다.

“응…… 하, 아아아…….”

남련의 숨결에 고통이 서려 있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한 영상은 다음 움직임부터 대담해졌다. 틈을 밀어 올리는 마찰감에 점막이 저릿거렸고, 참을 수 없는 교성이 흘러나왔다.

“흐앙…… 응, 으응, 아아아…….”

“네 목소리가 엄청나다니까…….”

영상이 어금니를 꽉 물고 남련의 무릎 뒤에 손을 댄 채 양다리를 크게 밀어 올렸다. 허리를 지렛대 삼아 몸을 들자, 꿀단지 사이를 오고가는 모습이 노골적으로 잘 보였다.

“아, 싫어……!”

싫다. 말은 했지만 오싹거리는 쾌감에 남련의 피부는 흥분에 휩싸여갔다. 바로 위에서 질퍽질퍽하고 찔러 내리는 규칙적인 움직임에 몸 안에서 휘도는 열이 더욱 올라가, 남련의 호흡이 거칠어졌다.

“응, 응…… 하, 아앙…….”

“네 안이 점점 음란해지고 있어…….”

끈적끈적한 꿀을 흘리는 음란한 틈을 휘저으면서, 영상이 남련을 사랑스럽게 바라보았다.

바로 조금 전까지 남자를 몰랐던 완고한 꿀단지는 쉴 새 없이 전해지는 자극에 기뻐하며 팽팽해진 남자의 줄기를 더 깊은 곳까지 받아들이려 했다. 자신의 팔뚝 정도 굵기의 그것이 몸 안을 들락날락하다니, 보통이라면 아무리 생각해도 두려운데, 지금은 그저 기분이 좋기만 하다. 남련의 불안과 망설임을 밀어내는 듯한 그 강력함에, 황홀하게 몸을 내맡기고 싶어졌다.

“하아…… 아아, 아아앙…….”

서로의 수풀이 섞일 만큼 깊고 깊게 연결되어 꿰뚫고는 크게 허리가 멀어지더니, 부풀어 오른 귀두가 다시 사이를 뚫고 들어와 대량의 애액이 넘쳐흘렀다. 그렇게 흘린 애액 때문에 남련의 허리 아래는 물웅덩이가 생긴 것처럼 질퍽질퍽거렸다.

“굉장해. 상상 이상이야, 넌…….”

“윽…… 그게 대체 무슨…….”

“상상 이상으로 음란한 몸이라, 나도 허우적거릴 것 같다는 말이야.”

농담처럼 속삭이며 영상은 또다시 허리를 크게 찔러 넣었다. 남련의 등이 활처럼 휘자, 영상은 흔들리는 유방을 끌어들여 가슴의 과실을 달콤하게 깨물었다.

“후우, 아…… 아아아……, 안 돼…….”

연결된 상태로 유두를 쪼옥쪼옥 하는 소리와 함께 자극당하자, 허리 전체가 녹을 듯한 느낌이 들었다. 동시에 열을 품은 질 내를 그가 힘차게 찔러오자, 미쳐버릴 듯한 쾌락의 나선이 떨어져왔다.

‘어째서…… 처음인데, 나…….’

계속 완고하게 거부했던 삽입이, 믿을 수 없을 만큼 기분 좋았다. 용서가 없는 쾌감의 파도가 몇 번이고 덮쳐오자, 어딘가로 흘러가버릴 듯한 감각이 점점 부풀어 올랐다.

“아아…… 무서워……. 무서워요…….”

“괜찮아. 내가 여기에 있으니까.”

어쩌면 좋을지 몰라 공중을 휘돌던 손을 그가 잡아주었다. 꽉 강하게 그가 잡아주자 고동이 조금 안정되었다. 그는 남련이 진심으로 싫어하는 짓은 절대 하지 않는다. 그와 동시에 남련이 무의식중에 원하는 것이 있다면 본인보다도 빨리 알아채는 능력이 뛰어났다.

“이쪽이 많이 약했었지?”

스륵스륵하고 쓸어 올리면, 남련이 더욱 큰 교성을 내지르는 장소. 그곳만을 노리고 영상이 에어내듯이 반복 운동을 계속했다.

“아앙, 싫어! 히, 흐아아, 아…….”

너무나도 큰 쾌감에 끊임없는 교성이 연속적으로 튀어나왔다. 동굴 속, 배꼽 뒤를 쿡쿡 자극 받으면, 무언가를 흘려보낼 듯한 절박감에 지배되어 남련은 흐느끼듯이 헐떡인다.

“안 돼……, 안 돼요. 아아앙, 영상……!”

“아아, 귀여워, 정말로…….”

마음을 모두 토해내듯이 영상은 결렬하게 허리를 흔들었다. 이미 남련은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폭포처럼 쏟아지는 쾌락을 그저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응…… 영상, 나, 또…… 또…….”

“절정이지? 나도 슬슬 한계야…….”

영상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흐느끼며 호소하자, 그도 정점에 가깝다는 사실을 밝히고, 체중을 싣듯이 깊고 강하게 찔러왔다.

“하, 아앙, 아앙, 아아, 아아!”

농익은 안쪽 깊은 곳을 질퍽이며 유린당해, 남련은 지금까지 없던 쾌락에 탐닉해갔다. 끝없이 꿀단지 안이 움찔거리며 두껍고 검은 줄기를 집어삼킬 듯이 굼실거렸다.

“아아아, 안 돼……. 아아앙, 아앙……!”

퍼엉. 몸속에서 무언가가 터지는 듯한 감각에, 남련은 무아지경 상태에 빠져들었다. 압도적인 쾌감에 숨이 멎었고, 시야가 새하얗게 변해갔다. 모든 소리가 끊긴 것처럼 잠시간의 정적이 찾아왔다. 그리고.

“남련……!”

영상이 남련을 강하게 안으며, 배 속에 뜨겁고 흰 액체를 내뿜었다. 꿀럭꿀럭. 기세 좋게 뿜어져 나온 그것이 꿀단지 안을 가득 채웠고, 연결된 성기의 틈 사이로 흘러나와 바닥으로 떨어졌다. 물을 끼얹은 듯이 땀에 흠뻑 젖은 거구에 깔려, 거친 호흡을 정리하면서 남련은 서서히 제정신으로 돌아왔다.

‘나…… 정말로 이 사람의 여자가 됐어…….’

몸도 마음도 모든 것이. 영상에게 사로잡혀 물들어갔다. 이제 순결한 소녀로는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은 슬펐고, 모국을 배신한 죄책감은 아직도 가슴 한 구석에 남아 있었다. 하지만 이것만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이렇게 영상에게 안긴 것을 결코 후회하지 않는다고.

“남련, 사랑해……. 너와 이렇게 되어 정말 기뻐.”

맺어진 몸을 떼지 않으며, 쑥스러운 듯이 그렇게 말하는 영상을 보며, 남련도 이끌리듯이 미소 지었다.

“……저도요.”

“하지만 아팠지? 몸은 괜찮아?”

“아팠던 건 처음뿐…… 도중부터는 그걸 잊을 만큼 기분이 좋았어요.”

“그런 말을 하면 또 하고 싶어지잖아.”

“할 수 있어요?”

지금, 그렇게 많은 열정이 쏟아져 나왔는데.

순수한 의문을 품으며 눈동자를 깜빡이자, 영상은 “당연하지.”라고 말하며 웃었다.

“얼마나 이러고 싶었는지, 어떤 일을 해주고 싶었는지, 이제부터 질릴 때까지 가르쳐주겠어.”

각오해. 으르는 것처럼 들려, 전율과 기대를 품으면서, 남련은 뺨을 물들인 채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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