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달 아래 떨어지는 꽃이슬-7화 (7/11)

제7장

잠행의 즐거움

어느새 계절은 가을이 되었고, 머리 위 푸른 하늘에는 흰 작은 돌이 점점이 박힌 듯이 비늘구름이 펼쳐져 있었다. 수많은 노점이나 천막이 늘어선 마을의 대로를 남련은 영상의 손을 잡고 걸었다.

“남련. 그렇게 두리번거리다가는 넘어질 거야.”

“알아. 하지만 모든 게 새로워서.”

남녀노소가 이리저리 움직이는 인파에 휩쓸리면서, 남련은 상기된 목소리로 말했다. 땅콩을 사용한 튀김 과자를 파는 가게와, 싱그러운 생화를 색마다 분류해 그 자리에서 꽃다발을 만들어주는 가게. 양털을 이어 만든 서방의 직물을 다루는 가게와, 남쪽에서 들여왔다고 하는 신기한 과일을 쌓아놓은 가게. 명백하게 금이 가거나 깨진 항아리와 접시를 이것은 고귀한 분이 사용하시던 거라며 설득해 팔려는 노인이 있는가 하면, 막 태어난 아기 고양이를 열 마리 정도 상자에 넣어 키울 사람을 찾는 어린 형제의 모습도 있었다. 길가에 탁자를 세우고 예언 비슷한 일을 하는 점쟁이나, 살아 있는 뱀을 삼켜 보이겠다고 호언하는 길거리 어릿광대. 주변의 광경에 흥미를 가지며 이 모든 것을 시야에 넣으려고 하다 보니, 자연히 이리저리 두리번거리게 된 것이다.

“그렇게 재미있어?”

질문을 받은 남련은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이는 장소를 걷는 건 처음이니까.”라고 대답했다.

“여기에 있는 사람들 모두 즐거워 보여서,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두근거려. 데려와줘서 고마워.”

“그래. 네가 기뻐해준다면 다행이야.”

영상은 활짝 웃으며 맞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두 사람이 진정한 의미에서 맺어진 그날부터 계절이 하나 지나고, 남련은 영상과 지내는 시간에 깊은 편안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전에 거리를 두기 위해 사용했던 경어는 어느새 사라지고, 이제는 완전히 친근한 말투로 말하게 되었다.

정식 혼인은 아직이지만, 중신들 사이에서는 남련을 왕태자비로 인정하는 긍정적인 의견이 나오기 시작했고 한다. 왜냐하면 남련을 맞아들인 이후로 영상은 지금까지 이상으로 정무에 몰두했고, 이전의 무인 같은 험악함도 뿔이 사라진 것처럼 온화해졌다며 평판이 매우 좋아졌기 때문이다. 그래도 한 달에 하루, 영상은 바쁜 일정에서 짬을 내, 남련과 지내는 시간을 만들었다. 지금까지는 그저 함께 식사를 하거나, 후궁의 정원을 산책하거나, 때로는 점심부터 침대에 이끌어 밤까지……. 그런 달콤한 시간을 보내는 일이 많았지만, 오늘은 영상의 제안으로 성 아래에 펼쳐져 있는 마을로 잠행을 나가보기로 했다. 서민 남녀 같은 복장으로 갈아입고, 그에 더해 영상은 머리에 푸른 천을 거칠게 둘러매고, 일반 상인처럼 변장을 했다.

아무래도 영상은 더 젊을 때부터 왕성을 빈번하게 빠져나가 이 근처를 돌아다녔던 듯하다. 신분에 어울리는 옷을 입지만 않으면 의외로 정체를 잘 들키지 않는다고 말하며, 당당하게 거리를 활보하는 그를 보고 남련은 어이가 없는 감정과 감탄의 감정을 동시에 느꼈다.

“슬슬 배고프지 않아? 저기에 만두집이 꽤 맛있어.”

가게 안에 찜통을 쌓아올리고 막 찐 만두를 파는 가게로, 영상은 남련을 데리고 갔다.

“고기 만두와 팥 만두, 뭐가 더 좋아?”

“어…… 난 팥! 아, 근데근데, 역시 고기……?”

남련이 결정하지 못하고 고민을 하자, 영상은 양쪽 모두 사서 하나를 남련에게 건네주었다.

“반씩 나눠 먹자.”

“아, 그게 좋겠어!”

남련은 활짝 밝은 표정을 지으며, 뜨끈하게 김이 올라오는 만두를 받아들었다. 순간, 서서 음식을 먹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는 게 아닌가 생각했지만, 여기서는 혼을 낼 사람이 아무도 없다. 게다가 분명히 영상도 몇 번이고 이런 식으로 음식을 먹으며 돌아다녔을 게 틀림없다.

“잘 먹을게.”

만두를 반씩 나눠 입에 물자 뜨거운 육즙이 입 안에 퍼져, 입 안 가득 감칠맛이 퍼져나갔다. 잘게 자른 파나 버섯의 식감도, 달콤하면서 매운 고기의 맛을 잘 살려주었다.

“이거 뭐야, 맛있어……!”

“그치? 맛있지?”

영상은 의기양양하게 그렇게 말하면서, 또 하나의 만두를 반으로 갈랐다. 이쪽은 따끈따끈한 팥의 맛이 강했고, 쫀득한 만두피의 달콤함과 아주 잘 어울렸다.

“이쪽도 좋다! 이렇게 맛있는 걸 먹기는 처음일지도……!”

남련이 눈동자를 반짝이며 칭찬하자, 눈이 동그란 만두집 주인이 껄껄 웃었다.

“아가씨는 말을 잘하네!”

“하나 더 먹어볼래? 반값으로 해줄게.”

“반값?!”

남련이 순간적으로 영상을 돌아보니, 그는 크게 웃음을 터뜨리며 제안했다.

“그렇게 마음에 들었다면, 여수나 다른 사람에게도 선물을 해보면 어떨까?”

정말 멋진 생각이라고, 남련은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지금 사면 식어버리니, 돌아가기 직전에 들르겠노라 가게 주인에게 약속하고, 남련과 영상은 그 자리를 떠났다.

“다른 필요한 게 있으면 말해.”

떠들썩한 거리를 걸으면서 영상은 “뭐든지 사줄게.”라고 말했다.

시장에는 여성용 옷이나 비녀 같은 장신구, 조개껍질에 들어간 연지나 먹 등도 팔고 있었지만, 막상 상품을 바라보며 남련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이 산호 허리띠는 비싼 걸까, 싼 걸까?’

손에 들고 상품을 요모조모 보면서도, 가격을 보고는 고개를 갸웃하면서 생각에 잠겼다. 한심한 이야기이지만, 남련은 스스로 물건을 산 적이 한 번도 없었다. 화요에 있었을 때는 하인들이 책을 사주었고, 그 대금으로는 자신의 귀걸이나 팔찌를 이용했기 때문에 현금이라는 것을 본 적도 없었다.

“이거는 조금 전 만두 몇 개 분량이야?”

어쩔 수 없이 영상에게 묻자, “대체로 300개 분량이려나.”라는 대답에,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그렇게 비싸? 이건 사달라고 못 하겠어!”

“아니, 비싸기는 해도 네가 평소에 꽂고 있는 비녀와 비교하면…….”

“아무튼 필요 없어. 가자.”

가게 사람에게 사과를 하며 상품을 돌려놓고, 남련은 성큼성큼 걷기 시작했다. 영상은 “사양할 필요 없다니까.”라고 말하지만, 원래 남련은 장식품에 그다지 집착이 없었다. 흥미가 있다고 한다면 책 정도. 그래, 만약 서점이 있다면 조금 구경하고 싶지만…….

“오, 저쪽에 서점이 있네?”

“뭐?!”

성큼성큼 기세 좋게 걷던 남련은 영상이 중얼거리는 소리에 앞으로 고꾸라질 것처럼 걸음을 멈추었다.

천막이 늘어선 일각에, 나무상자에 가득 책을 넣고 파는 장소가 있었다. 고서라고 할 만큼 가치가 높은 것은 아니었지만, 누군가가 읽고 양도한 것을 원래 가격보다 싸게 파는, 중고 서점 같은 가게였다.

‘의외의 보물이 숨겨져 있을지도……!’

쏜살같이 천막으로 달려가 봤지만, 남련은 아슬아슬한 순간에 자제하기로 했다. 저런 가게에 들르면 분명히 가볍게 한 시각은 머물러 있을 테니까. 모처럼 영상이 바쁜데도 시간을 내주었는데, 자신의 취미로 시간을 소비하다니, 역시 미안했다. 그대로 지나가려는 남련에게 영상이 신기하다는 듯이 말했다.

“안 봐도 돼?”

“응.”

“응, 이라니. 너, 엄청나게 미련이 남는 표정인데?”

“됐다면 된 줄 알아……!”

어디까지나 ‘됐다’고 말하는 남련을 보고 영상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다음 순간, 남련의 몸이 갑자기 공중에 붕 떴다.

“꺄아아?!”

“넌 정말 고집불통이란 말이야.”

영상이 남련의 어깨 아래에 손을 넣고 번쩍 들어, 천막을 향하고 있었다. 마치 어린아이를 옮기는 듯한 취급에, 주변 사람들이 무슨 일인가 시선을 돌렸다.

“어이. 이 가게의 주인장 있는가?”

가게에 도착한 영상이 사람을 부르자, 책을 정리하고 있던 초로의 남성이 “네, 저입니다만.”이라고 하며 당황한 듯이 다가왔다.

그 가게의 주인을 향해 영상은 갑자기 이렇게 말했다.

“이 가게에 있는 책을 모두 주시오.”

“에엑……?!”

남련은 비명 같은 소리를 질렀고, 가게 주인은 멍한 표정으로 입을 떡 벌렸다.

“그러면 안 돼! 대체 이게 다 얼마인데…….”

“그러니까 터무니없는 짓을 하기 전에 제대로 가지고 싶은 책을 골라.”

그렇게 말하고는 땅에 내려주어, 남련은 겨우 해방될 수 있었다.

“뭐든지 사주겠다고 했잖아? 남자에게 두 말은 없어.”

“그, 그치만…… 내가 책을 고르는 사이에 영상은 심심할 거 아냐.”

“네가 기뻐하는 얼굴을 보는 게 귀여워서 더 즐거워. 그러니 심심할 틈이 어디에 있겠어?”

천연덕스럽게 그렇게 말해 남련은 얼굴이 새빨개졌다. 일의 진행 상황을 보던 구경꾼들이 놀리듯이 갈채를 보내며 휘파람을 불었다.

‘정말로 이 사람은…….’

부끄러운 반면, 펄펄 기쁨이 솟아나 참을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

“그럼 잠깐 구경 좀 할까.”

“그래, 다녀와.”

영상이 지켜보는 가운데, 남련은 더 이상 주저하지 않고 진열되어 있는 책을 향해 걸었다.

“그래서 결국 산 책이 쉰다섯 권. 산호 허리띠보다 더 비쌌어.”

“으…… 미안해…….”

책을 고르는 데 몰두해, 이미 해가 기울어 돌아가는 길이었다.

미리 수배를 해둔 마차에 올라탄 뒤, 남련은 풀이 죽어 사과했다.

“책만 보면 정말로 정신이 없어져. 스스로도 어떻게 된 게 아닐까 생각할 때도 있지만…….”

“뭐 어때? 왕족 여자는 혼자 걸을 수 없을 만큼 치장을 하거나, 허세를 위해 연회를 열거나. 보통은 돈을 굉장히 많이 쓰거든. 그에 비하면 네 취미 정도는 별것 아니야. 실제로 우리 어머니도…….”

그렇게까지 말하고, 영상은 급히 입을 닫았다. 어색한 침묵에 남련은 고개를 갸웃했다.

“영상에게도 어머니가 계셔?”

“그야 당연하지. 나무 아래에서 태어났다고 생각한 거야?”

“그건 아니지만…… 가족에 대해서는 거의 이야기를 안 해주니까.”

그 굉장히 독특해 보이는 여봉왕이 아버지고, 그 외에 죽은 이복형이 있다는 정도밖에 모른다. 그것마저도 사람들에게 전해들은 이야기로 영상이 스스로 말을 꺼낸 적은 없었다. 참고로 영상의 어머니는 여봉왕의 몇 번째인가의 첩이었다고 한다.

“어머니는 어디에 살고 계셔? 역시 국왕님의 후궁에?”

아내로서 인정을 받았는지는 모르지만, 한번 인사를 가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해 물어봤는데, 영상은 담백하게 말했다.

“아니, 거긴 아냐. 술을 너무 많이 마셔 몸이 망가진 탓에, 지금은 생가의 별장에서 요양을 하고 계시거든.”

귀인 여성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든 행동에 남련은 꽤나 놀랐다.

“그렇게 술을 좋아하시는 분이야?”

“글쎄. 나를 낳기 전까지는 그렇지 않았다고 하는데, 내가 철이 들었을 때는 엄청나게 지독한 술만 마셔대서, 주변에서도 손가락질을 받았어. 본인도 이젠 어쩔 수 없는 상태겠지.”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신경이 쓰였지만 그렇게까지 깊이 들어가도 될까, 남련은 살짝 망설였다. 그런 그녀의 뺨을 양손으로 잡고, “답답한 얼굴 하지 말라니까.”라고 말하며 영상이 웃었다.

“기왕 한 김에 다른 가족에 대한 이야기도 해둘게. 죽은 형과 나는 사이가 좋지도 나쁘지도 않았어. 그쪽은 정처의 아들이자 첫째 왕자. 그리고 태어날 때부터 병약해서, 태자궁에서 나오는 일도 별로 없었어.”

“그럼 그…… 그 소문은……?”

남련은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 화요에 있었을 때부터 들었던 영상에 관한 검은 풍문.

“내가 형의 왕태자 자리를 노렸다는 이야기? 그럴 리가.”

간결하게, 하지만 확실하게, 영상은 의혹을 부정했다.

“주변이 뭐라고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그렇게 야심가가 아니야. 어떤 수단을 사용해서라도 가지고 싶은 건 기껏해야 하나, 둘 정도니까.”

“가지고 싶은 거……?”

“굳이 말을 해야겠어?”

남련이 말을 되뇌자, 영상은 장난스럽게 눈웃음을 지었다.

“나는 말이야. 널 가지고 싶어, 남련.”

“가…… 가지고 싶다니…….”

여기는 마차 안인데, 영상은 남련의 목덜미를 입술로 더듬고, 허리뼈 근처를 농밀한 손놀림으로 쓰다듬었다.

“책에 열중하는 너는 정말 귀여웠지만, 나를 전혀 보지 않아서 질투가 났어. 왕성에 도착할 때까지 내 기분을 풀어줘.”

“그런 말도 안 되는 요구가 어딨어……. 아, 앙……!”

항의하는 입술이 막혀, 남련은 말을 목으로 집어삼켰다.

부드러운데 강렬한 혀가 안으로 들어와, 농밀하게 입 안을 휘돌자, 그 기분 좋은 느낌에 남련의 어깨에서 서서히 힘이 빠져나갔다. 좁은 좌석 위에서 쓰러지는 형태가 되었지만, 딱 잘라 거절하지 않는다.

‘안 돼……. 이런 짓을 하게 하면 안 되는데…….’

처음으로 영상을 받아들인 이래 매일 같이 안긴 탓에 성적인 자극을 조금이라도 맡으면 남련의 이성은 물에 담긴 종이처럼 흐물흐물 녹아버렸다.

“아…… 안 돼…….”

영상의 손이 가슴의 봉우리를 누르며 천천히 만지작거렸다. 슬금슬금 손가락의 움직임이 더욱 남련의 욱신거림을 재촉했다. 때때로 가슴 끝을 그의 손이 스쳐갈 때마다 남련은 애절한지 허리를 비틀었다.

“안 되잖아. 옷 위로 이렇게 세우다니.”

“그치만 영상이…….”

유두가 단단해진 모습을 놀리자, 남련은 수치심에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에게 지적을 받은 대로, 옷 위로 볼록 튀어나온 돌기는 스스로가 봐도 음탕해 보였다.

“어떻게 해줄까, 남련?”

영상은 심술궂게 속삭였다.

“평소의 너를 생각해보면 이것만으로도 상당히 젖어 있겠지.”

영상의 무릎이 치마 너머 남련의 사타구니 쪽으로 올라왔다. 이렇게 난폭한 행동을 하는데도 느끼고 만다. 남련의 몸 안에서는 주르륵 하고 뜨거운 꿀이 흘러내렸다.

“마차 안이니까. 빨리 끝내줬으면 좋겠다면 바로 넣어줄게. 그래도 돼?”

“그런 건…… 싫어…….”

남련은 이런 장소에서 하나가 되고 싶지 않다고 한 말이었는데, 영상은 다른 의미로 받아들인 듯했다.

“호오. 아직도 이곳저곳을 더 귀여워해줬으면 좋겠다고?”

“아니……!”

목소리를 높였지만, 영상이 볼록한 봉오리를 꼬집고 비틀어 어미가 중간에 끊기고 말았다.

“엄청나게 단단해졌네.”

“하아…… 아으응…….”

“만져줬으면 좋겠다고 솔직히 말해.”

양쪽 가슴의 중심에서 존재감을 드러낸 유두를 영상은 집요하게 만지작거렸다. 손가락 사이에 끼우며 자극하기도 하고, 단단한 손톱 끝으로 긁기도 하자, 가슴 전체가 절로 마구 흔들렸다. 그때마다 달콤한 감각이 솟아올라, 남련은 허벅지 안쪽을 꼼지락거리며 서로 비볐다.

“아아…… 여, 영상…….”

남련의 눈은 멍하게 상기되었고, 심장은 평소의 두 배 이상이나 빠르게 뛰었다. 말이 이끄는 마차의 진동이 등과 허리에 덜컥거리며 울려, 해서는 안 될 곳에서 음란한 행동을 한다는 배덕감을 자극했다.

“손가락만으로는 부족하지?”

그렇게 말하며 영상은 옷 위로 오른쪽 유두를 입에 머금었다. 그곳은 타액에 젖어 융기한 돌기의 형태를 뚜렷하게 내보이고 말았다.

“하아, 아…….”

평소에는 맨입이 직접 자극하는 장소인데, 옷감 위에서 입으로 머금으니 위화감과 기분 좋은 느낌이 뒤섞여 남련은 온몸이 찌릿거렸다. 기분이 좋다고 하면 좋은 건 맞지만, 쾌감에 몰두하기에는 역시 옷이 방해가 되었다.

“영상…… 저어…….”

“응? 왜?”

일부러 위로 눈을 살짝 치켜뜬 영상은 분명 남련의 갈등을 꿰뚫어보고 있다. 다 알면서 남련 자신이 스스로 음란한 요구를 하도록 상황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정말 심술궂어…….’

입술을 깨문 남련을 즐거운 듯이 바라보면서, 영상은 답답한 애무를 계속했다. 유두를 달달하게 깨물면서, 가슴의 부드러운 살을 주물렀다. 남련은 드디어 울먹이며 말했다.

“그…… 그거 싫어……. 이제 싫어…….”

“어떻게 해줬으면 하는지 말해, 남련.”

“윽…… 아아…….”

남련은 울먹이면서 애원했다.

“직접…… 핥아줬으면 좋겠어……. 부탁해…….”

“그럼 스스로 옷을 벗어봐.”

때를 놓치지 않고 돌아온 명령에 남련은 깜짝 놀랐다는 듯이 눈을 번쩍 떴다.

“할 수 있겠지? 안 한다고 하면 이대로 계속할 거야.”

“그럴 수가…….”

무뚝뚝하게 그렇게 말하며 몸을 떼는 영상을 보고 남련은 초조했다. 양 가슴의 끝이 근질거리고 근질거려서, 이대로 방치되는 것은 참을 수가 없었다. 수치심으로 떨리는 손가락으로 남련은 조심조심 허리띠를 풀었다. 상의와 함께 속옷까지 함께 풀려, 크게 부푼 가슴이 그대로 드러났다. 바깥에 드러난 피부에 소름이 돋았고, 희롱을 당하던 유두가 더욱 움츠러들었다. 머위의 새싹처럼 응어리진 그곳을, 영상이 보고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자신의 딱한 모습에 목이 타들어갔다.

“역시 음란한 형태로 돋아 있어.”

영상이 은밀히 웃으며 그곳을 손톱 끝으로 잡고 튕겼다.

“아앙……!”

“좋아하잖아. 이곳을 만져주고, 핥아줬으면 하는 거잖아.”

딸기처럼 빨개진 유두를 영상은 엄지를 이용해 빙글빙글 돌리며 자극했다.

“아, 아아아…….”

“평소보다 더 민감해진 거야?”

양쪽 가슴의 형태가 일그러질 정도로 거칠게, 두터운 손으로 남련의 가슴을 주무르는 영상. 난폭할 정도의 손놀림에 피학적인 쾌감이 솟아나, 남련은 등골에 오싹한 전율이 흘러갔다.

“네 얼굴, 보기만 해도 흥분돼.”

뜨겁게 속삭이는 영상이 남련의 쇄골을 빨아들였고, 쭙, 쭙, 하고 소리를 내면서 아랫입술 쪽으로 서서히 올라왔다. 훗, 하고 촛불을 끄듯이, 유두에 입김을 내뱉었다. 그런 작은 자극에조차 남련의 몸은 열락을 느끼고, 조르듯이 가슴을 크게 앞으로 내밀었다.

“응…… 영상…… 부탁이니까…….”

음란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교태를 부리듯이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그래, 알아. 나도 너를 맛보고 싶어…….”

그렇게 말하며 영상은 겨우 남련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근질거려 참을 수 없었던 가슴의 돌기를, 탄력이 넘치는 입술로 입에 머금은 순간, 아플 정도로 격렬한 쾌감이 자궁까지 꿰뚫었다.

“하아아앙……!”

따뜻한 입 안으로 빨려 들어간 유두가, 음란한 혀에 이리저리 휘감겨, 부들거리며 춤을 추듯이 흔들렸다. 계속 바라고 있던 일을 당하자, 남련은 황홀한 교성을 끊임없이 내질렀다.

“아아아, 아, 기분 좋아……. 아아앙.”

젖을 빠는 아기보다도 열심히 영상은 남련의 유방에 파고들었다. 그 모습이 사랑스러워서, 남련은 그의 머리를 안고 봉오리에 더욱 밀착시켰다.

“응, 으응…… 아, 하아, 아아…….”

유두를 그대로 들어내려고 하듯이 혀를 빙글빙글 움직여, 허리 부근이 무겁게 저릿해지기 시작했다. 쓸쓸하게 혼자 남겨졌던 반대쪽 유두도 영상의 손가락에 붙잡혀, 쭈욱쭈욱 잡아 당겨졌다.

“아…… 안 돼, 아아…… 아.”

침대 위가 아닌 장소에서 사랑을 받는다. 그 사실이 이토록 흥분을 불러일으키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볼록한 젖꽃판의 윤곽을 혀끝으로 자극당해, 그 중심을 빙글빙글 자극당하자, 몸 안이 쾌감 덩어리로 변화해가는 듯했다.

“아…… 아아…… 가슴, 괴로워…….”

“하지만 그만두길 원하는 건 아니지?”

단정 짓는 말투였지만 반론을 하지 못한 것은, 그것이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이대로 계속 괴롭힘을 당하면, 어떻게 될까 무서운데, 몸은 더욱 깊고 깊은 자극을 원했다.

“하…… 아아앙…….”

안개 속에서 방향을 잃은 듯한 마음으로, 남련은 영상의 등에 매달렸다. 찢어질 듯이 부풀어 오른 유두를 영상이 깨물면서 빨아올린 순간, 남련은 부르르 하는 격렬한 열락에 빠져들어 눈앞이 빛으로 물들어갔다.

“아, 아, 으응, 아아아아……!”

“……설마 가슴만으로 절정을 맛본 거야?”

상체를 뒤로 젖히며 한참 동안 경련을 일으키는 남련을 보고, 영상이 놀란 듯이 물었다.

“여자는 대단해. 이렇게 만져줄 때마다 점점 몸이 음란해지다니…….”

“이게 다 영상 때문인데…….”

숨을 헐떡이며 남련은 힘없이 반론했다.

“아, 맞아. 내가 너를 변화시켰어. 책임을 져줘야겠지?”

영상은 남련을 안아 올리고, 자신의 가슴에 등을 기대게 하듯이 무릎 위에 앉혔다. 영상이 치마를 스르륵 벗기자, 남련의 하반신은 허무하게 훤히 드러나게 되었다.

“이런 모습은…….”

크게 풀어헤친 상의를 상반신에 걸치고 있을 뿐인데, 알몸보다도 더 부끄러운 기분이었다. 게다가 영상은 남련의 무릎을 크게 벌려, 그 안쪽으로 등 뒤에서 손을 뻗었다.

“아앙, 만지면…….”

찌걱. 음란한 점막 소리가 좁은 공간에 울려 퍼졌다. 가슴 애무만으로 젖고 또 젖은 꿀단지를, 영상의 두꺼운 손가락이 질퍽이면서 마구 휘저었다.

“이게 뭐야. 내 손가락이 허우적거릴 것 같아.”

“후…… 그건, 그건…….”

“그렇게 기분 좋았어? 응?”

한손으로는 아직도 찡한 저릿함이 남은 가슴을 쓸어 올리고 주무르면서, 유두를 강하게 꼬집었다.

“안 돼……. 아아아…… 아아앙…….”

안쪽으로 파고든 손가락은 이미 두 개로 늘어, 미끌미끌한 애액을 퍼냈고, 더욱 깊은 곳으로 향해 들어갔다. 이렇게 하면서 엄지로는 볼록하게 부은 음핵을 교묘하게 빙글 돌리니, 남련은 참을 수가 없었다.

“아…… 후아…… 아아아!”

“느끼는구나. 나도 조금 전부터 계속 불끈거리고 있어…….”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부풀어 오른 것이 엉덩이의 틈새를 쿡쿡 찌르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았다. 천 너머의 뜨거운 욕망에 남련은 두려워하면서 침을 삼켰다. 이런 장소에서 정말로 마지막까지 하게 되는 것일까. 두근두근 맥이 뛰는 그 듬직한 것을, 뿌리까지 꽉 물어버리게 되는 것일까.

“무슨 생각해? 지금 여기가 꽉 조여들었는데.”

놀리듯이 그렇게 속삭이자, 남련은 당황했다. 상스러운 상상을 해 여자의 그곳이 반응을 했다는 사실을 영상에게 들켜버린 것이다.

“말해봐. 어떤 생각을 한 거지?”

“싫어……, 말할 수 없어…….”

“오호, 날 거스르는 거야?”

“하악…… 아아아!”

노출된 꽃망울을 문지르는 손가락의 움직임이 공격을 하듯이 매우 격렬해졌다. 신경이 날아갈 듯한 절박감에 남련은 흐느끼며 몸을 비틀었다.

“아아아, 싫어. 싫어……, 그만……!”

“그럼 솔직하게 말해줘.”

“마, 말할 테니까…….”

체면을 차릴 여유도 없이 진실을 말해버린다.

“여, 영상의…… 크게 부푼 그걸…… 넣어줬으면 해서 꽉 조여든 거야…….”

“정말로 넌 귀여워.”

음란한 고백을 강제로 하게 해서 만족했는지, 영상은 남련의 귓불을 핥으면서 꿀꺽 하고 침을 삼켰다.

“살짝 허리를 올려봐.”

망설이면서도 하라는 대로 하자, 영상이 재빨리 바지를 내리고, 남련이 원하는 것을 밖으로 꺼냈다. 또다시 허리를 아래로 내리자, 검붉은 남자의 상징이, 남련의 다리 사이에 얼굴을 내민 형태가 되었다.

“하…… 젖어서 빨려 들어갈 것 같아.”

“하윽…… 아아앙…….”

안에는 들어가게 하지 않은 채, 젖은 틈새의 표면을 남자의 줄기 측면이 질척질척 왕복했다. 마치 남련 자신의 사타구니에서 끝이 촉촉이 젖은 남자의 그것이 튀어나와 있는 것 같은, 그런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광경이었다.

“나는 이것만으로도 기분 좋아. 남련은 어때?”

“응……, 좋……아…….”

찰팍찰팍, 하고 점막끼리 스치는 움직임은 단순한 삽입보다도 더 발칙한 짓을 하는 것 같아 가슴을 마구 뛰게 했다. 그래도 더 큰 쾌감을 원해, 남련의 허리는 무의식적으로 이리저리 흔들렸다. 근질근질하고 욱신거리는 꽃망울을 솟아 오른 줄기의 중심에 대자, 넘쳐나는 애액이 주르륵 흘러, 참을 수 없는 쾌락이 덮쳐왔다.

“아아앙……!”

“내 것을 사용해서 자위를 하는 것 같아.”

영상이 더욱 부끄러운 소리를 했다.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돼. 자, 제대로 잡고 남련이 하고 싶은 대로 움직여봐.”

쾌감의 포로가 된 남련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단단하게 솟은 것에 손을 대고 쭉 앞으로 잡아당겨, 관능을 관장하는 작은 응어리에 밀착시킨다.

“응, 응…… 아, 후…….”

빙글빙글 하고 꽃망울을 문지르자, 저릿한 쾌감이 온몸을 휘돌아 달콤한 숨이 새어 나왔다. 남자의 욕망을 아래로 밀어 내리고, 볼록한 끝을 끼우듯이 하고 허리를 앞뒤로 움직이자, 서로 흘린 액체가 찌걱찌걱 하고 음란하게 뒤섞였다.

“……남련, 왜 그래……?”

영상의 목소리는 난처한 듯하면서도 어딘가 기쁜 듯했다.

“오늘은 평소보다 대담한걸. 그렇게 기분이 좋아지고 싶어?”

“응……, 좋아지고 싶어…….”

“내 이걸로?”

“응……, 영상의…… 아아앙, 같이 기분이 좋아지고 싶어……!”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남련은 이미 스스로도 알 수 없었다. 휘도는 답답함을 어서 해소하고 싶어서, 뜨겁게 솟아오른 남근을 손에 쥐고, 흐느껴 울면서 계속해서 허리를 흔들었다.

“아아, 그래. 같이…….”

영상의 욕정에 휩싸인 목소리를 들은 순간, 터지는 게 아닌가 싶은 그 강직한 줄기가 젖어서 빛나는 꿀단지 안을 향해 천천히 빨려 들어갔다.

“흐으음, 아앙…… 싫어……. 커…….”

굵은 그것이 마치 작살처럼 뚫고 안으로 들어오는 충격에 남련은 목을 마구 흔들며 몸부림쳤다. 이미 수없이 많이 받아들였던 작살인데도, 이렇게 받아들일 때마다 아랫배 한 가득 퍼지는 압박감에 전율하고 만다.

“여전히 좁아…….”

영상도 꽉꽉 조여드는 그 감각에 눈썹을 찌푸렸다. 다른 사람보다 커다란 물건을 지니고 있으니, 괴로운 것은 피차일반이었다. 그래도 가장 부풀어 오른 끝이 안으로 빨려들어 가자 어느 정도는 편안해졌다.

“앙…… 아아아……, 응…….”

좁은 통로를 좌우로 넓히고 들어가면서, 영상의 줄기가 가장 깊은 곳에 도착했다. 그 어떤 것으로도 비유할 수 없는 충실감이 명치 주변을 오싹거리게 했다.

“……정말로…… 들어갔……어.”

여기는 아직 마차 안인데. 창문을 닫았다고는 하지만, 밖에는 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니고 있고, 언제 왕성에 도착할지도 모르는 상황인데.

“아아, 네 안은 미끌거리고 끈적하고 따뜻해.”

“싫어……, 그런 소린…….”

그런 소릴 들으면 자궁의 안쪽이 꽉 조여들어서, 넓게 벌어진 질 벽이 또 혼자서 꿈틀대고 만다.

“미안해. 좀 더 시간을 들이는 게 좋겠지만…… 네가 애를 태우는 사이에 내가 참을 수 없게 됐어.”

“하아…… 아, 아, 아아앙?!”

갑작스러운 허리의 흔들림에, 남련의 몸이 움찔거렸다. 무릎 뒤를 받치며 크게 다리를 벌리면서, 영상이 쿡쿡 하고 자신의 상징을 찔러왔기 때문이다.

“시, 싫어어어, 갑자기 안 돼…….”

질퍽질퍽, 처억. 애액에 젖은 점막이 서로 야한 마찰음을 냈다. 아직 충분히 열렸다고는 하기 어려운 장소를 거칠게 긁어내자, 남련의 손톱이 허우적거리듯이 공중을 맴돌았다.

“응, 으응…… 하, 아아……!”

비교적 작은 남련의 몸은 영상의 늠름한 품에 안겨, 격렬하게 상하로 흔들렸다. 가련하고 복숭아빛으로 빛나는 갈리진 틈은 남련의 손목보다도 굵은 작살에 꿰뚫려, 한껏 벌어지면서 희고 탁한 꿀을 계속해서 아래로 흘렸다.

“아, 후아, 아아아, 아아아앙!”

“너무 큰 소리는 내지 마. 마부한테 들려도 난 몰라?”

남련은 당황해 자신의 입을 막았다. 하지만 영상이 전혀 힘을 빼지 않았기 때문에, 쿡쿡 하고 상하로 움직일 때마다 교성이 저절로 새어 나왔다.

“윽, 아아…… 너무해, 영상…….”

“너무한 건 날 유혹한 남련이지.”

“거짓말……. 난 안 했는데…… 유혹은…….”

“어쩔 수 없잖아. 나는 너를 보는 것만으로도 예뻐서 불끈거리니까. 하루 종일 이러고 있고 싶거든.”

귀를 의심하게 만드는 대사를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더니, 영상은 남련의 목덜미에 흔적을 남기려는 듯이 계속 입을 맞췄다.

“아, 하, 하…… 아아…….”

몸속을 가득 채운 줄기가, 스르륵 빠져 나갔다가 다시 뿌리까지 안으로 파고들었다. 내장이 뒤흔들리는 기세로 왕복하는데, 이런 게 이토록 기분 좋다니, 자신은 얼마나 영상과의 성교에 익숙해져 있는 걸까.

“응…… 아아, 영상…… 나…….”

“또 느낄 것 같지?”

손가락까지 달아오르기 시작한 남련의 변화를 깨닫고, 영상이 뒤에서 부드럽게 가슴을 주물렀다.

“좋아. 마음껏 흐트러져서 기분이 좋아져.”

“하지만…… 싫어…… 이대로는…….”

보채는 어린아이처럼 고개를 흔들면서 남련은 애절하게 의견을 전달했다.

“영상에게…… 꼭 안기고 싶어. 외로워…….”

절정에 달할 때는 정면에서 영상에게 매달리지 않으면 불안해진다. 그런 의미를 담아 호소하는 모습을 보고, 영상이 분기하지 않을 리가 없었다.

“너는 정말 어디까지…….”

“응, 으으응?!”

충동적으로 턱을 잡고 억지로 목을 뒤로 잡아당기며, 영상은 남련의 입에 물고 늘어지듯이 입을 맞추었다. 한껏 혀를 섞어 숨이 끊어질 듯한 그 순간, 영상은 겨우 입술을 떼고 유혹하듯이 속삭였다.

“그대로 이쪽을 볼 수 있겠어?”

“이대로……?”

“내 것을 빼지 않고. ……자, 이렇게.”

한쪽 다리를 번쩍 들어올리고, 허리의 방향을 바꾸었다. 깊이 들어간 채 상징은 빙글 하며 안을 에어냈고, 남련은 날카로운 비명을 내질렀다.

“아아아……!”

“하하, 또 조여들었어. 굉장해, 남련.”

삽입된 채 남근을 지렛대 삼아, 남련은 간신히 몸을 회전시킬 수 있었다. 하아하아, 하고 숨을 헐떡이면서 영상의 가슴에 얼굴을 묻는다.

“이런 걸 다…… 시키다니…… 정말…….”

“네가 바란 거잖아? 아니면 일단 빼고 스스로 다시 넣는 게 좋았으려나?”

“그…… 그것도 싫어…….”

“너, 그렇게 일일이 부끄러워하는 모습 말이야. 귀찮지만, 역시 좋아.”

귀엽다. 좋다. 꿀 같은 그런 달콤한 말을 영상은 아낌없이 남련에게 쏟아냈다. 남련은 아직 부끄러워서 사랑의 말을 입에 담지 못하는데, 그런 것은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듯이.

“있잖아, 남련. 할 얘기가 있어.”

다정한 목소리에 이끌려 남련은 영상을 바라보았다.

“네가 이렇게 내 곁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난 뭐든지 할 수 있어. 빨리 남련을 내 아내라고 모든 사람에게 자랑스럽게 선보이고 싶어.”

“그 말은…….”

“혼인식을 위한 사전 조정이 겨우 끝났어. 내년 봄에 너는 명명백백한 여봉의 왕태자비야.”

어떠냐고 말하듯 선언한 영상의 그 말에, 남련은 어안이 벙벙했다. 정식으로 그의 아내가 된다는 사실에 마음이 복잡하긴 하지만 역시 기쁘다. 하지만 이런 때에 이런 일을 하면서 할 얘기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그런 건 더 진지하게…….”

“진지하게 널 사랑하면서 하는 말인데?”

뭐가 문제야? 그렇게 고개를 갸웃하는 그의 모습을 보니, 남련의 어깨에서 힘이 빠져 나갔다. 그래. 알고 있었다. 영상은 이런 사람이다. 엉뚱하고 남의 사정은 전혀 생각하지 않는……. 그래도 남련을 향한 애정만큼은 진실할 만큼 넘친다.

“정말…… 어쩔 수 없네.”

남련은 쓴웃음을 지었다.

“어쩔 수 없으니 당신이랑 혼인해줄게요.”

“건방지긴! 하지만 너다워.”

기쁘게 웃는 영상은, 남련의 등을 부러질 듯이 껴안고 그대로 허리를 찔러 올렸다.

“아앙! 갑자기…….”

일단 멀어졌던 쾌감이 금방 다시 온몸을 휘돌았다. 강력하게 하늘로 뻗어 있는 것이 배 속을 휘젓자, 남련은 영상의 어깨에 매달렸다.

“아, 아, 싫어……. 그렇게 휘저으면…….”

“네 이곳은 싫어하지 않고 있어. 날 속일 수 있을 거라 생각해?”

창피하지만, 영상의 말 그대로였다. 농익은 꿀단지를 질퍽질퍽, 하고 아무런 사양도 없이 찔러오는 탓에, 남련은 괴로워 몸부림치는 듯한 쾌감이 땀과 함께 분출되었다.

“질척질척하네, 남련. 내 것을 원해서 깊이 머금고…… 금방이라도 잘려나갈 것 같아.”

“아아…… 그렇게 깊은 곳으로 오면…….”

굵게 부풀어 오른 귀두로 자궁 입구를 쿡쿡 찌르자, 제정신을 잃을 듯이 기분이 좋았다. 남련의 의지와는 아무런 관계없이, 부드러운 안쪽의 주름이 장대한 남자의 상징을 감싸고, 결코 놓아 주지 않겠다는 듯이 꽉 물었다.

“후아…… 앙, 아아앙!”

몸 안을 차악차악 하고 왕복하는 것의 포로가 되어 남련은 교성을 높였다. 강하게, 깊게, 쓸리는 점막이 달아올라, 부서지듯이 꿀을 뿜었고, 자연히 허리가 이리저리 움직였다.

“영상……. 아아, 뜨거워……. 뜨거워…….”

“그래……, 더, 더 흐트러져……!”

잠꼬대 같은 말을 흘리는 남련을 보고 그 허리를 더욱 안아 올린 영상은, 에어내듯이 왕복 운동을 계속했다.

모공이란 모공은 모두 열리고, 끈적한 땀이 피부의 곳곳을 빈틈없이 적셨다. 쾌감인지 고통인지도 모를 정도로 의식이 흐려져, 온몸이 성기가 된 듯한 착각에 빠져들었다.

“아아, 아앙…… 이제 안 돼, 안 돼…….”

“윽, 벌써…… 그렇게 좋아?”

“응, 아아, 좋아……. 기분 좋아……!”

이성이 엉망진창이 된 듯한 쾌감에 빨려 들어가, 정신을 가다듬을 수가 없었다.

“영상의……단단하고, 가득해서, 기분 좋아……. 아앙, 부탁해. 더 강하게…… 꽈악 안아줘…….”

“남련……!”

영상의 허리 움직임이 더욱 난폭하고 빨라졌다. 철퍽철퍽 하고 왕복하는 두꺼운 막대기에 녹아내릴 듯한 안쪽의 벽이 종횡무진 쓸려서, 남련은 참을 수 없는 교성을 내질렀다. 의식이 흐려질 정도로 기분 좋아서, 이 시간이 영원히 계속되었으면 해서, 불타는 횃불이 파고든 것처럼 몸이 뜨거웠다.

“아, 아아, 이젠…… 이젠……!!”

“응……, 나도……. 나도 안 되겠어. 아아…… 바로 나와, 남련……. 나와……!”

잔뜩 억누른 영상의 비명과 함께 깊고 깊은 진창 안쪽에 농후한 남자의 체액이 뿜어져 나왔다. 무수한 돌팔매질을 맞는 것 같은 충격에 남련의 몸의 중심에도 달콤한 도취가 분출되어 온몸이 격렬하게 물결쳤다.

“아아, ……아, 아아…….”

어딘가로 날아갈 것 같은 몸을 영상이 꽉 잡아주면서, 경련이 잦아들기를 기다려 땀에 젖은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쓰다듬어주었다.

“계속 안이 움찔거렸어……. 그렇게 좋았어?”

남련은 몽롱한 가운데 고개를 끄덕였다. 눈꺼풀을 여는 것도 힘이 들 정도로, 절정의 여운은 무겁고 나른했다.

“그렇구나. 그런데 남련. 미안하지만…….”

영상이 작게 어깨를 늘어뜨렸다.

“실은 아까부터 마차가 멈춰 있었는데, 눈치 못 챘어?”

“……어……?”

그 말의 의미를 이해하기보다도 먼저, 밖에서 황공하다는 듯한 마부의 목소리가 들렸다.

“저어, 태자님…… 왕성에 도착했습니다만…….”

남련의 얼굴은 새빨갛게 달아올랐고, 순식간에 핏기가 가셨다.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눈치챈 마부는 말을 걸고 싶어도 걸 수 없었던 것이다.

“어…… 어째서……!”

영상의 어깨와 가슴을 남련은 인정사정 봐주지 않고 때렸다.

“알고 있었으면서 왜 안 가르쳐준 거야? 왜 그런 짓을 계속한 거야!”

“네가 너무 좋아하길래 멈추고 싶어도 멈출 수 없었어. 용서해.”

“용서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나, 절대로 여기에서 못 나가. 저 사람 얼굴을 어떻게 보란 거야?!”

“저, 저는 아무것도 듣지 못했습니다! 지금 이곳을 바로 떠날 테니, 왕태자비님은 부디 안심해주십시오!”

도망치듯이 달려가는 마부의 발소리에, 영상이 느긋하게 말했다.

“저 녀석, 의외로 배려심이 좋은데. 게다가 왕태자비님이라는데? 인정하고 있어, 다행이야.”

“뭐가 좋다는 거야?!”

남련의 분노에도 영상은 깔깔 웃으며 받아넘겼다. 그리고 발버둥치는 그녀를 안은 채, 천천히 마차에서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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