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장
비열한 함정
“남련 님, 또 새로운 선물이 도착했습니다.”
“축하 물품이 가득이라, 곧 있으면 놓아둘 곳도 없어질 거예요. 태자님에게 새로운 보물전을 세워달라고 해야겠는걸요.”
궁녀들의 들뜬 목소리가 울리는 가운데, 남련은 후궁의 자기 방에서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있었다. 영상이 남련과 혼인을 올리겠다고 정식으로 발표한 것이 약 열흘 전. 그때부터 남련이 사는 곳으로 축하 선물이 잇달아 배달되었다. 수많은 보석을 사용한 목걸이, 팔찌, 비녀, 머리띠. 서방에서 구했다는 가련한 소리로 지저귀는 작은 새. 청자 꽃병에, 세공품 거울, 비취제 봉황 조각 등등.
‘이래선 감사 편지를 쓰는 데만도 며칠이 걸리겠어…….’
고마운 일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남련은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까지 그녀의 생활은 언제나 조용했다. 찾아오는 사람은 영상뿐이고, 가는 곳이라고 해봐야 그 서고뿐. 멸망당한 나라의 마지막 공주는 살아 있는 것 같기도, 죽어 있는 것 같기도. 그 모습을 본 사람도 어떻게 접하면 좋을지 몰라 쩔쩔 매는 듯한. 그런 어중간한 존재였다. 그런데 불과 하룻밤 만에, 이렇게 취급에 있어 차이가 생기다니. 이름과 직책을 들어도 도저히 기억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사람들이 이 전당을 찾아왔고, 또는 그들이 주최하는 다과회나 연회에 초대했다. 그러던 중, 남련은 박 재상과도 딱 한 번 얼굴을 마주했다. 자신의 조카딸을 영상에게 시집보내려고 했던 재상은 예의상 공손하게 인사를 하고는 그대로 실처럼 작은 눈동자로 남련을 차갑게 바라보았다. 눈이 빙빙 도는 환경의 변화에 남련은 솔직히 지쳐 있었지만, 이것도 영상의 아내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고 할 수 있어, 자기 나름대로 열심히 역할을 완수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서고에는 이제 다니지 않았고, 취미인 독서에 빠져들 틈도 없었다. 사람과 만나지 않는 시간은 모두 왕태자비로서 필요한 예의를 배웠고, 귀족이나 중진의 인간관계를 파악하는 데 소비했다.
그리고 지금, 의자에 앉아 있는 남련의 눈앞에 펼쳐진 것은 나전 세공으로 만들어진 아름다운 긴 궤였다. 안에 담긴 것은 밤처럼 윤기 있는 검은 바탕에 큰 함박꽃이 수놓인 화려한 의상이었다. 차가운 비단은 물을 자아 짜놓은 것 같아, 손끝으로 스쳐가면 그 촉감 때문에 황홀한 느낌이 들 정도로 매끄러웠다.
“굉장히 멋지네요. 누가 보내신 건가요?”
“으으음, 이것은…….”
궁녀 한 사람이 대답하려고 했을 때, 천의 그림자에서 검은 것이 슬쩍 움직였다.
“남련 님!”
옆에 있던 여수가 날카롭게 외치며 남련을 밀어냈다.
“꺅……!”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도 모른 채, 남련은 의자와 함께 바닥에 쓰러졌다. 여수가 꽂고 있던 비녀를 빼내 궤 바닥을 향해 강하게 투척했다.
“으아악! 왜 이런 것이……?!”
“남련 님, 괜찮으신가요?!”
주변이 갑자기 시끄러워졌고, 궁녀들의 도움을 받아 일어선 남련은 여수의 비녀가 꽂힌 것을 보고 할 말을 잃었다. 검은 체모에 둘러싸인 다리가 여덟 개 달린 추악한 생물이 끈적한 체액을 흘리며 아직도 움찔거리며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독거미입니다. 정말 위험한 순간이었습니다.”
여수가 험악한 표정으로 깊이 고개를 숙였다.
“갑작스러운 일이라고는 하지만, 무례한 짓을 해 정말 죄송합니다. 용서하십시오, 남련 님.”
“아니에요……. 여수야말로…….”
온몸을 던져 자신을 지켜준 여수의 손을, 남련은 꼭 감싸 쥐었다. 실제로는 충격으로 인해 무릎이 떨려, 의지하고 싶었기 때문이지만.
“고마워요. 여수가 없었으면 난…….”
보기에도 무서운 저런 거미에게 물렸으면 어떻게 되었을지, 상상도 하고 싶지 않았다.
“대체 누가 이런 걸!”
“이 옷을 보낸 사람은?”
웅성거리는 궁녀에게 “소용없다.”라고 여수가 짧게 대답했다.
“그렇게 쉽게 꼬리가 잡힐 만한 일을 할 사람은 없겠죠. 이 궤를 옮긴 자들에게 물어봤자, 범인을 알 수 있을지 없을지 확신을 할 수 없습니다.”
“범인……?”
위험한 단어를 입에 담은 남련은 온몸이 오싹했다. 그래. 이런 독거미가 궤 안에 우연히 들어가 있었을 리가 없다. 어디의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있다. 남련을 해하려고 하는 생각을 품고, 아니, 어쩌면 죽어줬으면 하고 원하는 사람이.
“남련 님, 괜찮습니다. 저도 태자님도 반드시 남련 님을 지킬 테니까요.”
다리에 힘이 풀린 듯 그 자리에 주저앉은 남련의 어깨를 여수가 격려하듯이 강하게 안아주었다.
그날 밤.
“남련, 일어났어?”
침실을 찾은 영상의 목소리는 매우 굳어 있었다.
“여수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들었어. 바로 달려와 주지 못해서 미안해.”
“아니. 내가 부탁했어. 영상이 돌아올 때까지는 아무 말도 하지 말라고.”
독거미 사건에 충격을 받고 드러누워 있던 남련은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누군가가 목숨을 노린다는 사실은 두려웠지만, 일을 크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남련은 순간적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역시 이 나라에서 남련은 불안정한 입장이다. 누가 적이고 누가 같은 편인지 모르는 상황에서는 함부로 약점을 내보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암살 미수 사실이 겉으로 드러나면, 표면적으로 남련을 받아들이려고 하는 사람들 사이에도 동요와 파문이 퍼지고 만다. 남련 자신의 위치가 위험해진다면 몰라도, 그런 자신을 아내로 맞아들이려는 영상에게까지 분명히 영향이 갈 테니까.
“내 생각이 짧았을지도 몰라.”
그렇게 중얼거리는 영상은 지금까지 본 적이 없을 만큼 초췌한 표정이었다.
“정말 미안해. 범인은 반드시 찾아낼 거야. 두 번 다시 그런 위험한 상황에 처하지 않게 하겠어. 용서해줘, 남련.”
“그렇게 신경 쓰지 마. 난 괜찮으니까.”
“하지만 식사도 제대로 못하고 있잖아?”
가슴 아픈 곳을 찔려, 남련은 그대로 입을 닫았다. 무언가를 먹긴 먹어야 하는데, 누군가가 가져다준 저녁 식사에는 손을 대고 싶지 않았다. 지나친 생각이라고 자신을 다독이지만, 어쩌면 식사에 무슨 독이라도 들어가 있는 게 아닌가 의심이 되기까지 한다.
“조금 차가울지도 모르지만…….”
영상이 옷소매에서 대나무 껍질에 둘러싸인 무언가를 꺼냈다.
“먹을 수 있을 것 같으면 조금이라도 먹어둬.”
“이건 그때의 그 만두?”
얼마 전 마을에 내려갔을 때 길거리에서 사 먹었던 만두였다. 하지만 잘 보니 그보다 조금 작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요리사에게 시켜서 비슷한 것을 만들게 했어. 이상한 짓을 하지 못하도록 내가 눈을 번뜩이고 있었지만, 그래도 걸린다면…….”
그때와 마찬가지로 만두를 반으로 잘라 영상이 입에 한가득 베어 물었다.
“이거 봐, 맛있어. 그러니 안심하고 먹어. 응?”
“……응…….”
남련은 가슴이 벅차, 반으로 가른 만두를 받아들었다. 안은 달콤한 팥이었다. 밖에서 먹었던 것보다도 고급스런 풍미로, 이건 이거대로 아주 맛있었다. 시간을 들여 다 먹자, 영상이 “좋아.”라고 하더니 머리를 툭툭 두드렸다.
“오늘 밤은 내가 계속 곁에 있을게. 그러니까 안심하고 자.”
“으응……. 아, 근데, 오늘은 아직 목욕도 안 했어.”
여수에게 몸을 씻는 걸 도와달라고 하고 싶었지만, 이렇게 깊은 밤에 부르는 것도 미안해 주저하고 있었다.
“흐으응?”
순간, 영상은 무언가를 꾸미고 있는 듯한 웃음을 지었다.
“잠깐만……, 너무 달라붙지 마.”
“뭐 어때? 한 번은 이렇게 해보고 싶었어.”
풀려서 길게 내려온 머리카락이 수면에 떠서, 복잡한 그물 모양을 만들면서 흔들렸다. 따뜻한 물로 가득한 욕조 안. 영상에게 등을 안긴 채, 남련은 왜 이렇게 되었을까 생각하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같이 들어갈까, 욕실에?’
그런 말을 들었을 때는 귀를 의심했고, 절대로 싫다, 창피하다고 주장했다. 그래도 남련이 강하게 밀어붙이는 영상을 이긴 적은 한 번도 없다. 지난번처럼 힘으로 안아 올려 욕실로 끌려온 남련은 그만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딱 좋은 온도야.”
“난 조금 뜨거운데…….”
“그래? 이 부근이 달아오른 거 아니야?”
“꺄아악!”
안쪽 허벅지와 가슴으로 손이 뻗어오자, 남련은 갑자기 발버둥쳤고, 수면이 물결쳐 노송나무 바닥에 물이 흘렀다.
“자, 장난치지 마…….”
“응……. 장난이 아니면 괜찮은 거야?”
영상의 손가락이 명백한 의지를 지닌 채 움직이기 시작했고, 남련은 깜짝 놀라 어깨를 흔들었다.
“아아…… 후…….”
영상은 물속에서 유두를 빙글빙글 돌렸고, 꽃망울을 천천히 쓰다듬었다. 손가락은 느릿하게 움직이는데 욕실이라는 상황이 자극을 하는 것인지 쾌감이 평소보다 더 깊이 퍼져 나갔다.
“아, 싫어……. 하아……아.”
영상이 젖은 목덜미를 핥자, 남련은 떨리는 입김을 뱉어냈다.
“네 피부, 미끌미끌하고 물이 묻어서…… 진주 같아.”
피부에 깃든 물방울 하나하나를 맛보듯이, 영상의 혀가 목덜미를 핥았다. 유두를 향한 자극은 빙글거리며 더욱 집요해졌고, 음핵은 두 개의 손가락에 잡혀 있어, 실을 꼬듯이 비틀렸다.
“하, 아…… 응……. 안 돼…….”
따뜻한 목욕물에 윤곽을 녹이듯이, 허리에서 힘이 빠졌다. 몸을 움직일 때마다 차악차악 하고 물소리가 울려, 그게 더욱 부끄러움에 박차를 가했다.
“뭔가 흘러넘치는데?”
“앙……. 거긴, 싫어…….”
영상의 손가락이 갈라진 틈 안으로 잠겨 들어가, 질퍽질퍽 하며 안을 휘돌았다. 안쪽 주름을 문지르자, 미끌거리는 여자의 액체가 물속에 녹아 들어갔다. 그래도 애액은 끝없이 넘쳐서, 전혀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좋지? 내 손가락을 움찔거리며 붙들고 있어.”
“응, 응……. 아, 아아앙.”
치골의 뒤편을 손끝으로 미끄러뜨리며 찌르자, 남련은 참지 못하고 교성을 내질렀다. 수증기가 떠도는 천장에 자신의 교성이 몇 번이고 음란하게 반사되었다.
“아아…… 나도 섰다.”
말 안 해도 안다. 그렇게 생각하며 남련은 얼굴을 붉혔다. 지조가 없는 영상의 줄기는 남련의 엉덩이 사이에서 점점 크기를 더해갔다.
“아…… 안 돼, 이런 장소에서…….”
얼마 전, 마차 안에서 안긴 이래, 남련은 영상을 경계하고 있다. 장소, 시간을 불문하고 상대하면 이쪽의 몸이 버티지 못하는 데다, 누군가 눈치채지 않을까 안절부절못했기 때문이다.
“그럼 남련의 손으로 문질러주는 것으로 참아야지, 뭐.”
“뭐……!”
“그렇잖아. 이렇게 되어버렸으니 수그러들지 않잖아?”
“그렇게 멋대로…….”
멋대로 크게 만들어놓고, 그런 말을 하면 난처하다.
“부탁해. 참을 수가 없어.”
남련의 귓불을 가볍게 깨물면서, 영상은 애절한 목소리로 호소했다. 배 아래쪽을 움찔거리게 만드는 애원에, 남련은 입술을 깨물었다.
‘정말…… 약았다니까…….’
이렇게 체격도 훌륭하면서 응석을 부릴 때면 어린아이 같아, 차갑게 물리칠 수가 없다.
“마지막까지 안 하겠다고 약속하면…….”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말하자, 영상은 기쁜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 남련의 앞으로 돌아가 일어섰다. 단단한 몸의 표면에 목욕물이 흘러내렸고, 하반신의 불끈 솟아올라 무거워 보이는 남자의 상징이 남련의 얼굴 앞에서 크게 한 번 흔들렸다. 어쩜 이렇게 당당할 수 있을까. 오히려 자신이 더 창피해하면서 남련은 머뭇머뭇 물건을 만졌다. 한 손에 다 잡히지 않을 만큼 굵은 그것을, 양손으로 천천히 감싸고 문지르기 시작했다.
“응…… 좋아…….”
영상이 감동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 가만히 보기도 부끄러운 곳을 문지르면서, 남련은 묵직한 그것에 새삼 전율했다. 물론 떨어뜨릴 정도는 아니었지만, 욕망에 따라 팽창한 그것은 묵직한 무게를 남련의 손에 안겨주었다. 팽팽하게 부푼 그 줄기의 뿌리 부분에는 비파 정도의 크기를 자랑하는 음낭이 흔들리고 있었다. 이곳에 아기 씨앗이 들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로는, 이렇게 훌륭한 것을 달고 있으니 금방 쌓이는 게 당연할지도 모른다고, 반쯤 포기하고 이해를 해줄 수밖에 없었다.
‘분명히 남자는 이쪽도 느낀다고…….’
이전에 영상에게 들은 말을 떠올리고, 남련은 부들부들한 그 두 개를 한 손으로 떠받치듯이 쓰다듬었다.
“아아…… 잘 기억하고 있네.”
역시 기분이 좋았구나. 영상이 욕정에 가득한 눈을 가늘게 떴다. 그런 얼굴을 보면 분명히 창피함을 무릅쓰고 봉사를 더 계속하고 싶어지니 신기할 따름이다.
‘기분이 좋아졌으면 좋겠어. 더욱 더.’
손의 움직임을 더 빠르게 하면 될까, 아니면 느리게 하면 될까.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수음에 완급을 조절해갔다. 열심히 자신의 물건을 문지르는 남련을 내려다보면서, 영상은 마음이 어지러운 듯이 숨을 내쉬었다.
“뭔가 이…… 이 정도 위치면…….”
거기까지 말을 마치고 “아니, 아니. 그건 안 되겠지.”라고 혼자서 중얼거렸다.
“왜 그래?”
고개를 들고 살짝 갸웃하며 물어보니, 영상의 목젖이 위아래로 꿀꺽 하며 움직였다.
“해봤으면 하는 게 있는데.”
“뭔데?”
영상은 자신의 줄기에 한 손을 대고, 남련의 반응을 떠보듯이 입을 열었다.
“이걸…… 네 여기로 사랑해줬으면 좋겠어.”
영상이 아랫입술을 손가락으로 문지르자, 남련은 잠시 뒤 그 의미를 깨닫고 욕조 안으로 크게 뒷걸음질쳤다. 첨벙. 물결치는 목욕물을 머리에 맞으며, 하마터면 사레가 들릴 뻔했다.
“그……, 그 말은…….”
“역시 싫어?”
“저기…… 그러니까…… 잠깐만…….”
남련은 혼란스러워 영상의 말을 멈추게 했다. 남성의 그 부분을 입이나 혀로 애무하는 기술이 있다는 사실은 일단, 알고는 있었다. 왜 이런 지식이 있냐 하면, 그것도 영상 때문이었다. 딱 보름 전.
‘재미있는 책을 발견했으니 읽어 봐.’
그가 준 책을 펼치니, 저속한 그림이 가득 들어간 연정 소설이었다. 그때는 당황해서 책을 덮었지만, 금세 호기심이 발동해 두근거리면서 마지막까지 읽어버린 것은 물론 비밀이다.
‘이걸 입으로……?’
조금 전까지 만지고 있던 것을 새삼 다시 바라보며 그가 원하는 행동을 상상해보니, 욕탕에 오래 들어가 있던 탓도 있어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그래도 반사적으로 거절하지 않았던 것은 영상이 강제로 명령투로 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남련의 대답을 영상은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기다리고 있었다. 한참을 망설인 뒤, 남련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마, 잘은 못하겠지만…… 그래도 좋다면.”
“괜찮아. 내가 가르쳐줄게!”
‘뭐어……?!’
저 힘이 넘치는 즉답과 빛나는 눈동자는 대체 뭘까. 어이없어 하면서도 남련은 다시 영상의 물건을 만졌다. 조금 전보다 뭔가 더 단단해진 느낌이 들었는데, 그것은 샘솟는 기대 때문일까.
“……어떻게 하면 돼?”
“일단은 입술에 대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 남련은 긴장한 채로 단단한 그곳에 얼굴을 가까이 댔다. 목욕물에 젖어 반짝이는 그것에 숨을 참으면서 살짝 입을 맞추었다. 예상외로 탄력이 넘쳐, 탱글한 그 감촉은 다른 무엇에 닮았다고 비유하기가 어려웠다. 쪽, 쪽……. 위치를 바꿔 아래쪽까지 입술을 이동하니, 어깨에 놓였던 영상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래……. 잘하네, 남련…….”
영상의 흥분을 나타내듯이, 속삭임에는 뜨거운 열이 깃들어 있었다.
“그대로 혀를 내밀고, 핥을 수 있겠어?”
“……해볼게.”
날름. 혀끝이 불룩한 뒷부분을 스쳐 지나간 순간, 영상의 허리가 크게 흔들렸다. 고통을 참듯이 입술을 깨무는 영상을 올려다보고, 남련은 서둘러 물었다.
“자, 잘못한 거야? 어디 아파?”
“아니야……, 네 그 모습이 굉장히 야해서…….”
시각과 촉각, 양쪽 모두 불끈했다는 말을 듣고 남련은 당황하고 말았다.
“너무 빤히 쳐다보지 마……. 안 그러면 안 해줄 거니까.”
그렇게 말을 하는데도 영상이 뚫어져라 바라보며 시선을 돌리지 않아, 남련은 고개를 숙이는 수밖에 없었다.
‘나라면 절대 볼 수 없었을 텐데…….’
자신의 비밀 장소를 영상이 핥아주었을 때를 생각하자, 남련의 뺨이 뜨거워졌다. 이 상황에서 눈을 마주치다니, 남련은 상상도 못 할 일인데, 영상은 부끄럽지 않은 걸까.
“혀를 더 쓸 수 있겠어? 끈적하게 문지르는 것처럼.”
“응……. 하, 아…….”
남련은 하라는 대로 영상의 기립한 그것을 열심히 혀로 문질렀다. 강철처럼 단단한 막대 부분에서 다시 끝으로 돌아가고, 둥근 윤곽을 따라가듯이 할짝할짝, 하는 소리를 계속해서 내자, 방울의 틈새에서 끈적하고 반투명한 액체가 흘러나왔다. 그곳이 젖는다는 사실은 남자가 느낀다는 증거라고 들었기 때문에 남련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런 일을 하는 것은 처음이라 자신이 없었지만, 영상이 기뻐해준다면 다행이었다.
“남련, 이대로…….”
턱을 붙들려 반쯤 벌어진 입술 사이로, 단단하게 솟은 남자의 그것이 쑥 밀고 들어왔다.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떴지만, 뱉어낸다는 선택지는 왜인지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았다.
“응, 으응…… 응…… 흐응…….”
입이 막힌 탓에 숨을 쉴 때마다 야한 콧소리가 흘러나와 쑥스러웠다. 어떻게 하면 좋은지도 알지 못한 채, 영상이 만족할 수 있도록 남련은 어색한 애무를 계속했다. 매우 커다란 줄기를 입 안 가득 물고, 이에 닿지 않게 우물거리면서, 가능한 한 혀를 사용해 영상에게 쾌감을 안겨주려고 했다. ……그때.
“미안해……, 멈출 수 없어.”
한결 같은 입의 움직임에 자극을 받은 것인지, 높이 솟은 덩어리를 그대로 꽂은 채, 영상은 자신을 잃은 듯이 허리를 움직였다.
“후, 우…… 우욱……!”
길고 두꺼운 것이 목 안쪽까지 유린하여, 남련은 기침을 할 것만 같았다. 뿌리까지는 도저히 입에 담을 수 없지만, 그래도 안쪽에 전해지는 압박감은 엄청난 것이었다.
“하…… 남련……. 기분이 이렇게 좋을 줄이야…….”
“응…… 응, 응, 으…….”
남련은 자신이 어떻게 된 게 아닐까 생각을 했다. 턱이 빠질 듯이 아프고, 눈물이 나올 정도로 숨쉬기 곤란한데, 자신의 입을 범하는 영상의 흥분한 목소리를 들으면, 몸 안쪽이 술렁거렸기 때문이다. 근질근질한 감각이 유두의 끝에 모여, 어색하게 어깨를 흔들었더니, 감이 좋은 영상은 바로 눈치챘다. 가슴을 반죽하듯이 주무르면서 그 끝을 가볍게 비틀었다.
“응……!”
영상에게 기분 좋은 일을 하면서, 자신도 기분 좋아지는 일을 당하고 있다. 그 상황이 묘하게도 흥분으로 이어져, 남련은 입 안의 그것에 열중하며 혀를 움직였다. 뜨겁고 단단한 줄기가 쾌감을 호소하며 움찔움찔 떨었다.
‘아아, 안 돼……. 이렇게 음란한 짓을…….’
이성의 한쪽 구석에서 그렇게 생각했지만, 혀를 움직일 때마다 반응하며 움찔거리는 그 욕망이 사랑스러워서, 남련은 저도 모르게 그것을 강하게 빨아들였다.
“윽, 잠깐……!”
영상이 당황한 듯이 목소리를 높이며, 재빨리 허리를 뒤로 뺐다. 하지만 제시간에 맞춘 것은 거기까지였다. 귀두가 크게 부푼 다음 순간, 남련은 턱에서 가슴에 걸쳐 분출된 액체를 가득 뒤집어쓰고 말았다. 밤꽃 냄새와 비슷한 향이 확 올라왔고, 피부를 타고 떨어진 흰 액체는 목욕물 위에 떠올라 둥둥 떠다녔다.
“미안해……. 참을 수가 없었어.”
멍하게 있는 남련의 더러워진 피부를 영상은 정성스럽게 닦아주었다. 사과를 하면서도 그 눈동자에는 황홀한 여운이 슬쩍 엿보여, 남련은 불평할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남련이 나를 기분 좋게 해줬으니 나도 답례를 해야겠어.”
“답례라니……. 꺄아?!”
겨드랑이 쪽에 손을 끼우고 있는 건가 싶었는데, 남련의 몸은 순식간에 공중으로 떠올랐다. 영상은 남련을 욕조 가장자리에 앉히고, 저항할 새도 주지 않은 채 다리를 벌렸다. 목욕물 속에서 무릎을 굽힌 영상이 재빨리 그곳에 얼굴을 묻었다.
“아…… 싫어, 아아아앙!”
젖은 풀숲 사이를 가르고 영상의 혀가 숨겨진 옥구슬을 찾았다. 따뜻하고 꺼끌꺼끌한 점막이 교묘하게 튀어 올라, 쾌감의 싹을 불룩하게 키워냈다.
“안 돼, 이런 자세는…… 싫어…….”
“발버둥치지 마, 떨어져.”
다리를 크게 벌리고 부들거리며 허리를 흔드는 남련의 엉덩이를 영상이 꽉 움켜쥐고 지탱해주었다. 모든 것을 다 드러낸 자세인 채로, 그가 자신의 민감한 곳을 핥고 빨아들이자, 순식간에 뭐가 뭔지 알 수 없게 되어버렸다.
“아, 하앙……, 응, 아, 아아아…….”
“뭐야. 나를 입에 머금으면서, 여기가 이렇게 돼버렸던 거야?”
영상이 야유한 대로, 남련의 그곳은 흠뻑 꿀을 분비하며 손가락으로 벌린 안쪽에서부터 찰락이며 반짝거렸다.
“정말, 음란한 여자라니까.”
“아, 싫어……. 아아, 안 돼…….”
등과 허벅지 안쪽에서 물방울이 떨어져 내려왔고, 남련은 그런 감촉에마저도 몸부림치지 않고는 버틸 수가 없었다. 영상이 아플 정도로 부푼 음핵을 부드러운 혀로 감싸고, 풀어주고, 표면을 헤치듯이 문지르자, 남련은 달콤한 환희에 지배되었다.
“아…… 아, 아아, 정말……!”
스스로도 놀랄 만큼 허무하게 절정에 달해, 온몸이 크게 흔들렸다. 그 경련이 진정되기도 전에 영상이 일어서, 어느새 다시 솟아오른 그것을 농밀한 비밀 통로에 질퍽이며 밀어 넣었다.
“아아아…… 지금은 안 돼……!”
강하게 수축하는 꿀단지를 강제로 안까지 깎아내자, 남련의 의식은 순식간에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윽…… 조여오고 있어. 엄청나…….”
“아, 아아…… 마지막까지 안 하겠다고 말했으면서…….”
너무나 굵은 것이 왕복하자, 끊어질 듯한 숨소리로 남련은 아주 약하게 영상을 나무랐다.
“처음에는 그럴 생각이었는데. 네가 너무 귀여워서, 내 자제심을 무너뜨리니까 나쁜 거야.”
뻔뻔히 남 탓을 하는 영상은, 남련의 하복부를 찌르는 듯한 기세로 작렬하는 덩어리를 계속 왕복했다. 막 분출을 끝냈는데도, 조금 전보다 단단할 정도로 회복됐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았다.
“아아, 이렇게…… 아아, 아.”
질퍽질퍽, 차각차각, 하는 소리가 남련의 고막을 선정적으로 계속 부추겼다. 영상의 줄기를 머금은 이상, 왕복을 할 때마다 안쪽이 질퍽이며 젖혀져서 매우 음란한 모습이 되고 말았다.
“이거, 물속에서는 어떻게 될까.”
영상이 문득 떠올랐다는 듯이 그렇게 말했다. 불길한 예감이 들었을 때, 남련의 몸은 그와 연결된 채, 욕조 안으로 다시 끌려 들어가고 말았다.
“싫어, 말도 안 돼……!”
당황해하는 남련은 상관도 하지 않고, 영상은 물에 몸을 담근 채 크게 허리를 찔러 올렸다. 폭풍이 치는 바다에 내던져진 것처럼, 첨벙청범, 하고 격렬한 물결이 일었다.
“후, 아아, 아아, 아아아!”
“윽, 또 조여서…… 평소와 다른 일을 하면, 넌 잘 느끼는구나.”
“몰라……, 그런 건……. 아아, 안, 물이 들어가겠어…….”
“내 것으로 막혀 있으니 괜찮다니까. 만약에 들어가도 이렇게…….”
안쪽 깊은 장소를 귀두로 빙글빙글 문지르며, 영상은 단숨에 허리를 뺐다.
“전부 긁어내줄 테니까. 응?”
“아아, 응, 싫어……. 뜨겠어…….”
물속이라 부력이 발생해 둥둥 위로 밀려 올라갈 때마다, 쾌감이 가속되어갔다. 봉긋하게 솟아오른 가슴이 섬처럼 수면에 올라와 있어, 따뜻한 파도에 씻겨나갔다. 그 광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요염한 기분이 되어, 영상에게 범해지고 있는 부분이 음란하게 욱신거렸다.
“영상……. 아아, 영상……!”
또다시 절정의 끝에 내던져질 것 같아 남련은 영상에게 매달렸다. 사나운 얼굴에 검은 머리카락이 달라붙은 모습을 보고, 남자의 매력을 느껴 저도 모르게 그만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가까운 거리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이, 문득 애절한 빛을 띠었다.
“……아무 데도 가지 마.”
영상이 남련을 뜨겁게 안으며, 귓가에 대고 낮게 호소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널 지킬 테니까…… 비겁한 수에 걸려들어 죽지 마.”
그 말과 뼈가 삐걱거리는 듯한 포옹에, 남련은 순간 이해했다. 영상도 분명 무서웠던 것이다. 남련이 독거미에 습격당했다는 말을 듣고, 한없이 동요해 자신을 탓했다. 그래도 남련 앞에서 흐트러진 모습을 보여주어서는 안 되니, 열심히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을 지으며, 평소와 마찬가지로 행동했다.
“……죽지 않아.”
사랑스러운 남자의 귓가에 남련은 만감이 교차하는 마음을 담아 맹세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당신과 평생 같이 있고 싶어. 아무리 반대해도, 지지 않을 테니까. 나를 영상의 아내로 맞이해줘.”
“그럼, 물론이지…….”
꿀단지를 계속 찌르던 움직임이 더욱 격렬함을 더해갔다. 남련도 이제는 저항하지 않고, 영상이 하는 대로 몸을 내맡겼다. 입술을 겹치고, 헐떡이는 입김을 교차하면서, 서로의 입술을 강하게 빨아들였다. 오돌오돌하게 솟은 음핵을 강직한 뿌리로 자극당해, 남련은 정신이 아득해질 것만 같은 자극을 받았고, 발끝까지 채워져갔다.
“아아아……, 또 오겠어……. 대단해…….”
“얼마든지 느껴. 나도 바로…….”
왕복의 간격이 빨라지고, 뜨거운 점막을 질퍽이며 문질리자, 남련의 깊은 장소에서 번뜩이는 듯한 쾌감이 터져 나갔다.
“아아, 아, 아아앙……!”
순간, 수많은 중력을 무시한 듯한 기분이 들었다. 등골을 꿰뚫는 달콤한 도취에 사로잡힌 가운데, 영상의 상징이 자신의 씨앗을 흩뿌렸다. 세차게 뿜어져 나오는 탁한 액체를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빨아들이겠다는 듯이 남련의 안쪽 벽은 굼실거렸고, 애처로울 만큼 솔직한 반응에 영상은 쓴웃음을 지었다.
“넌…… 욕심이 너무 많아.”
자신의 의지로 이렇게 된 게 아닌데, 웃다니 영상은 너무하다. 눈물을 흘리며 뾰로통한 표정을 짓는 남련의 이마에 영상은 귀여워서 참을 수 없다는 듯이 입을 맞추었다.
“욕실에서 하는 게 그렇게 마음에 들었어?”
“난 딱히…… 장소는 어디든.”
“어디든 좋다고? 그럼 또 다른 장소에서 해보자.”
“뭐?”
“정원이라든가, 내 집무실이라든가……. 아, 네가 좋아하는 서고에서 하는 것도 좋겠어. 네가 상대라면 내 것은 어디에서든 서니까.”
“자신만만하게 할 말은 아니야. 조금 자중하는 법을 배우는 게 어때?!”
“화내는 얼굴도 귀여워, 남련.”
무슨 말을 해도 영상을 꼼짝 못하게 할 수 없었다. 그런 이야기를 하는 사이에 남련의 몸 안에서 영상의 줄기가 또다시 힘을 되찾았다.
“어…… 어째서, 세 번째……?”
“네가 원한다면 네 번이든, 다섯 번이든 계속할 수 있어.”
“원하지 않아. 아, 싫어, 안 돼……!”
계속 이러다가는 다른 이가 자신의 목숨을 노리기도 전에 이 남자에게 안겨 죽고 만다. 진심으로 그렇게 겁에 질릴 만큼, 영상의 욕정에는 끝이 없어서, 또다시 시작된 힘찬 운동에 남련은 어쩔 수 없이 농락당할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