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달 아래 떨어지는 꽃이슬-10화 (10/11)

제10장

그렇게 첫사랑은 맺어졌다

“남련 님. 태자님이 오셨습니다.”

계속 곁에 있어주었던 여수가 그렇게 말하고는 누군가와 교대를 하듯이 침실 밖으로 나갔다. 그 사이에 들려온 귀엣말에 남련은 낯간지러운 듯이 어깨를 들썩였다.

‘오늘이야말로 남련 님이 아기씨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회임이 판명되고 동시에 납치 소동이 일어난 데다, 기쁜 소식은 역시 남련이 직접 전하고 싶다는 이유로, 영상은 아이가 생겼다는 사실을 아직도 몰랐다.

“남련. 몸 상태는 좀 어때?”

침대 위에서 몸을 일으킨 남련은 가까이에 있는 기척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영상?”

“그래. 여기야.”

어둠 속, 공중을 떠돌던 손끝을 그가 감싸듯 부드럽게 잡아주었다. 문득 그리운 감각이 되살아나, 남련은 입술을 누그러뜨렸다.

아주 오랜 옛날, 이런 일이 있었다. 독사에 물려 시력을 잃은 남련의 손을 이렇게 잡아준 사람이 있었다.

“눈…… 아직 안 보이는 거야?”

영상이 걱정스럽다는 듯이 물었다. 남련의 양쪽 눈을 차단하기 위해 두른 붕대를 만지며 그가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벌써 그 뒤로 5일이나 지났는데…….”

“어의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어.”

남련은 그를 안심시켜주려는 듯이 그렇게 말했다.

“사실은 흐릿하게는 보이게 됐어. 하지만 아직 눈을 쉬게 하는 게 좋다고 해서 이렇게 붕대를 감고 있는 것뿐이야.”

그날, 화재 현장의 연기 때문에 안구를 다친 남련은, 또다시 일시적으로 시력을 잃고 말았다. 순조롭게 회복이 되고 있기는 하지만 눈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몹시 불편해서, 여수의 손을 하루 종일 빌릴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되었다. 남련을 위험에서 막지 못했다는 것이 죄송스러운지, 식사에서부터 용변까지 항상 시중을 들어주는 등, 그야말로 정성스럽게 자신을 돌봐주었다.

“뭔가 원하는 건 없고?”

옆에 걸터앉은 영상이 묻자, 남련은 고개를 저었다. 음식에서부터 옷까지, 이 후궁에서 모자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단 하나, 계속 궁금했지만 묻지 못했던 것이 있다.

“가르쳐줘. ……료안은 그 뒤에 어떻게 됐어?”

영상이 허를 찔린 듯이 입을 닫았다. 두 사람 사이에서 그 이름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자신이 납치된 사건의 전말에 대해, 남련이 알고 있는 것이라고 한다면, 료안이 후궁에 침입하는 데 도움을 준 사람이 박 재상이 고용한 궁녀였다는 것. 남련이 일으킨 화재는 목표한 대로, 탐색에 나섰던 영상의 눈을 끌어 아슬아슬한 순간에 구출될 수 있었다는 것. 죄를 범한 궁녀는 왕궁에서 추방되었지만, 가족이 병에 걸린 사정을 참작한 영상의 온정으로 새로운 일자리를 얻었다는 것.

한편 자신의 조카딸을 왕태자비에 앉히기 위해 이 기회에 남련을 떨쳐버리려 했던 박 재상에게는 잠정적인 가택 연금이 명해졌지만 아직 처분이 결정되지는 않았다. 그런 이야기라면 영상도 가르쳐주겠지만, 료안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말을 안 했던 건 딱히 할 말이 없었기 때문이야.”

영상은 무겁게 입을 열었다.

“료안은 도망간 뒤로 아직 잡지 못했어. 검문소를 빠져나간 흔적도 없고, 인물 그림도 붙였으니, 제대로 된 곳에 잠복해 있지는 못하리라 생각하지만 말이야.”

불쾌한 듯한 영상의 목소리에 남련은 괜한 질문을 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설사 료안이 추격자를 두려워해, 고통스러운 상황에 처해 있다 하더라도, 아내를 납치한 남자를 아직도 잡지 못하고 있는 영상은 창자가 타들어가는 심정일 테니까. 그렇다고는 하지만 남련은 료안이 계속 도망 다닌다는 사실에 일말의 안도감도 느꼈다. 만약 그가 잡히면 아마도 사형을 면치 못할 것이다. 소꿉친구로서 정이 있어서가 아니라, 남련은 료안을 재판할 입장이 될까 봐 두려웠다. 부왕을 살해당한 원한이 있기는 하지만, 그를 책망하게 되면, 더 많은 화요의 백성을 죽인 영상도 단죄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된다. 너무나도 제멋대로이고 이기적인 생각이다. 그래도 자신은 영상의 곁에 있고 싶다.

“있잖아, 부탁이 있어.”

무거운 분위기를 떨쳐버리듯이 남련이 말했다.

“조금 전에 원하는 게 없냐고 물었잖아? 잠들기 전에 영상이 책을 읽어줬으면 해.”

“응? 책?”

완전히 어안이 벙벙하다는 듯한 목소리였다. 그 울림이 이상해서 남련은 작게 웃었다.

“그치만 이 눈으로는 내가 읽을 수 없는걸. 여수도 읽어주기는 하지만, 항상 여수에게만 부탁하면 미안해서.”

“너에게 읽어줘야 한다면, 한 시각이든, 두 시각이든 계속 읽어줘야 하잖아?”

지독하네, 라고 중얼거리는 영상의 팔을 붙들고, 남련은 화난 것처럼 마구 두드렸다.

“그런 무리한 부탁은 안 해. 읽어줄 거야, 안 읽어줄 거야?”

“알았어, 읽어줄게. 어떤 건데?”

“저기 작은 탁자에 몇 권인가 쌓여 있지? 내 방에서 여수가 가져와준 거야.”

“지금은 한 권밖에 없는데?”

“그래? 그럼 그걸로 읽어줘. 어서.”

다 읽은 것은 이미 제자리에 가져다둔 거겠지. 하지만 영상의 목소리는 좀처럼 들려오지 않았다.

“왜 그래?”

“아…… 아무것도.”

뭔가 주저하는 듯하더니, 책을 열고 책장을 넘기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영상은 담담하게 책을 낭독했다.

“그 여자의 진짜 이름을 아는 자는 아무도 없다. 왜냐하면 그녀는 사람이 아니라 신선이 사는 곳. 봉래에서 내려온 선녀이기 때문이다…….”

‘!!! 이 이야기는…….’

남련은 깜짝 놀라 숨을 죽였다. 무슨 우연인지 영상이 읽기 시작한 책은, 그 첫사랑과의 추억이 깃든 책이었다. 여수가 골라준 책 중에 어쩌다가 섞여 있었던 모양이다. 남련은 뭔가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오랫동안 마음에 담아두었던 소년을 아무리 노력해도 떠올리고 말기 때문이다. 그도 이렇게 이 책을 소리 내어 읽어주었다. 늦지도 빠르지도 않게 일정한 속도로, 등장인물의 대사에는 아주 작은 억양을 넣어서. 결코 호들갑스럽지 않은 선녀나 청년의 인품이 자연히 배어 나오는 듯한…….

‘……응?’

귀를 기울이는 사이에 남련은 위화감을 느꼈다. 정확하게는 위화감이 없다는 게 이상했다. 기억 속의 소년과 영상의 읽는 방식이 신기하게도 비슷했다. 아니, 비슷하다는 말로는 모자라다. 마치 같은 사람이 같은 책을 읽어주고 있는 것처럼, 겹치는 부분이 매우 많았다. 다른 점이라고 한다면 목소리 정도로. 그 소년의 목소리는 이렇게 낮지 않았다……라고 하지만, 남련의 심장은 크게 뛰었다.

‘설마. 하지만…… 하지만…….’

남자는 커가면서 목소리가 변한다. 만약 눈이 보이는 상태에서 낭독을 들었으면 몰랐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너무나도 그때와 상황이 비슷했다. 청각만이 예민해져 있는 덕분에 평소라면 놓쳤을 가능성을 눈치채고 만다.

“10년 후, 이 세상 사람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운 미모의 딸은 세 나라의 황태자들에게 동시에 청혼을 받고, 남편을 고르는 일에 착수했다. 하지만 그것은 또 다른 이야기…….”

도중에 말을 섞지 않고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남련은 가만히 듣기만 했다. 다 읽은 영상이 책을 덮은 뒤에도 아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뭐야, 원하는 대로 해줬는데?”

영상이 의아하다는 듯이 물었다. 어느새 땀에 젖은 손바닥을 쥐고 남련은 에라, 모르겠다는 듯이 말했다.

“옛날에……, 나한테 이 책을 읽어준 남자아이가 있었어.”

영상이 작게 숨을 삼키는 기척이 났다. 뭔가에 이끌리듯이 남련은 정신없이 이야기를 계속했다.

“정말로 여기서 끝이야? 그때 내가 뚱해 있었더니, 그 아이는 ‘속편이 나오지 않을까?’라고 말했어. 그래서 나는 계속 찾았는데…… 발견하지 못해서……. 다시 한 번 그 아이를 만나면 또 같이 읽고 싶었는데…….”

영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눈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 이렇게까지 답답하게 느껴질 줄은 몰랐다. 그냥 볼까. 그런 생각에 남련은 마음이 급해져 붕대에 손을 대었다. 흐릿하게만 보여도, 그래서 회복이 늦어져도 상관없다.

“그만해.”

“하지만!”

손목을 잡고 영상이 말렸다. 그래도 남련은 고개를 마구 흔들었는데, 영상이 귓가에 대고 포기했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설마 아직까지 기억하고 있을 줄은 몰랐어.”

침착한 목소리에 격정이 잠시 잦아들었지만, 곧이어 커다란 떨림으로 되돌아왔다.

“잊을 리가 없잖아! 그게 내 첫사랑이었는데……!”

“첫사랑?”

“그래. 그래서 그 책이 내 보물이야. 몇 번이고 몇 번이고 계속 읽어서…….”

계속 만나고 싶었던 사람과 재회했다는 기쁨과, 그 소년이 영상이었다는 놀라움과, 왜 눈치채지 못했는지에 대한 답답함이 섞여서, 감정이 수습되지 않았다.

“영상도 알았어? 그때의 여자아이가 나라는 거…….”

그로부터 10년이 지났다. 영상이 말을 해주지 않았다는 것은, 지금에 이르기까지 남련과의 만남을 잊고 있었다는 것이 틀림없다.

‘어쩔 수 없네……, 이렇게 만날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기적이나 마찬가지니까.’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쓸쓸함을 되새기고 있는데, 머리 위에서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

“10년 전부터 알고 있었어. 네가 화요의 공주라는 거. 숲에서 만났을 때부터 눈치를 채고 있었고, 잊을 수 없어서 바로 조사해봤어.”

“어…… 어어……?”

남련은 입술을 뻐끔뻐금거렸다. 예상도 하지 못했던 고백이어서, 곧바로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게 신경을 쓰고 있었다니…… 그렇다는 건…….’

자만이 될지도 모르는 상상에, 누군가가 심장을 움켜쥐는 것처럼 맥박이 뛰었다. 하지만 영상의 목소리에 섞인 것은 쑥스러움도 달콤함도 아니라, 씻을 수 없는 괴로움이었다.

“처음부터 알고 있었어. 네가 화요의 공주라는 걸. 그런데 나는…….”

영상이 무엇을 말하려는지 깨닫고 남련의 들떴던 열이 순식간이 빠져나갔다. 결국 이야기는 어떻게 해도 그쪽으로 흘러가고 만다. 자신들은 원래 대립하던 국가에 살던 두 사람이고, 침략했던 사실을 빼놓고는 이야기가 진행되지 않는다.

‘하지만…….’

남련은 주먹을 꽉 쥐었다. 뭔가가 어긋났을지도 모른다. 연심에 현혹되어 자신은 영상에게 과대평가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무슨 이유가 있었으면 가르쳐줘.”

“이유?”

“아무리 생각해도 신기해. 나에게 다정하게 대해주고 아랫사람들도 모두 좋아하는데, 전쟁을 할 때는 귀신같다는 말을 듣는 영상이 잘 연결되지 않아. 그게 임무이기 때문이라고 한다면 그뿐이지만…… 영상이 기쁘게 다른 사람의 목숨을 빼앗는 사람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

영상은 지금까지 어떤 마음으로 전쟁터에 참가했을까.

그것을 알고 싶다는 남련에게, 영상은 긴 침묵을 거친 뒤,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일단 이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안 돼. 나는 여봉왕의 진짜 아들이 아니야.”

“……뭐?”

순간 의미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고, 이해를 한 뒤에는 뭐라고 말하면 좋을지 알 수 없었다.

“우리 어머니는 하급 귀족 출신의 측실이었어. 여봉왕의 눈에 들어 후궁으로 입궁했지만, 몰래 장래를 약속한 연인이 있었던 모양이야.”

후궁에 들어오고 싶진 않았지만, 국왕을 거스르면 생가와 함께 일족이 멸할지도 모른다. 영상의 어머니는 눈물로 명령에 따랐지만, 젊었기에 잘못을 범했다. 최소한의 인연이라며 연인과 하룻밤의 관계를 맺었는데, 그때 아이를 임신하게 된 것이다. 맞아들인 측실이 숫처녀가 아니라 다른 남자의 씨를 품고 있다는 사실을 안 여봉왕은, 하지만, 그녀를 벌하지 않았다. 어떤 변덕인지, 자신의 아이로서 출산을 시키고, 이 나라의 둘째 왕자로 인정했다. 그렇게 태어난 사람이 바로 영상이다. 진실을 아는 자는 극히 일부지만, 영상은 철이 들었을 무렵부터 자신이 떳떳치 못한 자식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어머니가 반복해서, 반복해서 저주처럼 들려주었기 때문이다.

‘네가 살아 있는 것은 모두 폐하가 용서하셨기 때문이야. 감사하는 마음을 잊지 말고 그분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거라. 그러지 않으면 폐하는 언제든 우리들을 내칠 수 있어. 벌레를 짓밟듯이 간단히 목숨을 끊을 게 틀림없으니까!’

그것은 실제로 괜한 걱정이 아니었다. 여봉왕은 평소에는 대범하지만, 원래의 기질은 잔학하고 가열 차서, 신하들의 실책은 용서하지 않고 벌했다. 벌레가 있을 곳이 아니라는 이유로 극형이 내려지는 일도 결코 드물지 않았다.

영상의 어머니는 자신과 아들이 여봉왕의 기분을 거슬러 죽지나 않을까 몹시 두려워했다. 그 불안에서 도망치기 위해 술에 빠져들었고, 결국 몸과 마음에 모두 병을 얻었다. 어머니를 지키기 위해서 영상은 무인으로서의 재능을 갈고 닦아, 왕자이면서 대장군을 겸임하게 되었다. 피가 이어지지 않은 형이 병사하자 왕태자로서 나라를 잇는 미래까지 내맡겨졌다.

이곳에 와서 영상은 결의를 굳히고 여봉왕에게 거래를 제안했다. 자신은 지금까지 많은 전과를 올렸고, 앞으로도 나라를 위해 유익한 일을 할 것이다. 그러니 이제 어머니를 해방시켜 달라고. 어딘가 조용한 장소로 요양을 가게 하고, 앞으로 절대 그녀에게 상관하지 말아 달라고…….

“……그 교환 조건이 바로 화요를 제압하는 것이었어. 박 재상이 화요 내부와 내통해 준비를 마쳤으니, 내가 병사를 이끌고 움직이면 된다고.”

“그럴 수가…….”

남련의 목소리에 숨길 수 없는 비난의 색이 묻어 나왔다. 그것은 영상 모자를 궁지로 몰아넣은 여봉왕에 대한 것이었지만, 영상은 자신을 탓하는 것으로 느껴진 모양이었다.

“나는 그 명령을 거절하지 못했어. 공격 상대가 남련이 있는 나라라는 걸 알면서도. 너만은 어떻게든 살리고 싶었어. 그럼 직접 뛰어들 수밖에 없다고 스스로에게 변명을 한 거지. 정말 어중간하고 비겁한 남자야.”

기세가 꺾인 중얼거림으로, 뜨거운 듯, 가슴 아픈 듯, 그런 감각이 남련의 가슴을 꿰뚫었다. 호기롭고 대담하게 보였던 영상이었지만, 그 뒤에서는 정말 많은 것들을 짊어지고 지금까지 살아왔구나.

“……영상은 비겁하지 않아.”

눈물을 쏟을 것같이 목에 힘이 들어간 목소리로 남련은 말했다.

“영상은 나에게서 나라와 가족을 빼앗은 것을 한 번도 사과하지 않았어. 아니, 그걸 탓하고 있는 게 아니야.”

자신은 이미 영상이라는 사람을 알고 있다.

남련이 가족을 잃고 아픔을 잊을 수 없다는 것을 영상은 잘 알고 있을 테고, 그런데도 아무렇지 않게 행동할 수 있는 냉혈한이 아니라는 것도 충분히 잘 안다.

“영상은 자신만이 편해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어.”

남련은 확신을 가지고 말했다. 영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대답이 없다는 것이 대답이라 생각한다. 죄책감에 사로잡힌 사람은 그 고통을 참지 못하고 일단 말로라도 사과를 해두고 싶은 법이다. 하지만 지금 영상은 여봉의 왕태자이다. 어머니를 지키고 자국의 이익을 위해 요구되는 일들을 달성하지 않으면 안 된다. 책임과 사명을 지닌 사람이 그저 용서를 받고 편해지고 싶다는 이유로 자신이 한 일이 잘못이라며 머리를 숙일 수는 없는 법이다.

“그리고 영상의 어머니는 후궁에 안 계시다고 했지?”

“그래. 그 변덕쟁이 여봉왕도 이번에는 약속을 지켜줬어.”

“……다행이야.”

영상이 짊어진 중압감이 하나 사라졌다는 사실에 남련은 절절히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남련을 보고 영상이 묘한 이야기를 했다.

“그날 밤…… 너는 불길에 휩싸인 서고 안에서 이 책을 필사적으로 지키려 했잖아. 10년 전의 추억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줄 알고, 사실을 더욱 이야기해주기 힘들었어.”

하다못해, 숲에서 만난 이름도 없는 소년인 자신만은 남련에게 사랑을 받고 싶었기 때문에.

“출진 전에는 남련의 목숨을 지키는 것만으로도 만족하려고 했어. 모국의 원수인 나를 네가 받아들여줄 거라고는 도저히 생각하기 힘들어서……. 그런데 막상 남련과 재회하니, 역시 포기할 수 없었어. 어떤 강제적인 수단을 써서라도 너를 내 것으로 만들고 싶었던 거야.”

그래서 절대 자해를 하지 못하도록, 복수를 위해 살라고 명했다. 화요의 백성을 인질로 삼는 척하면서 아내가 되라고 재촉한 것이다.

결국 수많은 갈등을 넘어, 남련은 결국에 영상을 사랑하게 되었지만…….

“사실은 화요와 여봉이 긴장 관계에 들어서기 전에, 너에게 청혼을 했으면 되는 일이었는데 말이야.”

영상은 겸연쩍은 듯이 말했다.

“그때는 나도 발판을 다지는 데 필사적이라 때를 놓쳤어. 그래도 남련을 잊은 적은 단 하루도 없었어. 좋아하는 책에 대해 말하는 네 모습은 정말로 생기가 넘쳐서, 나는 부러웠어.”

“부러워?”

“난 어릴 때 무엇을 하고 싶다든가, 뭘 원한다든가, 생각해본 적이 없었으니까.”

영상은 여봉왕에게 존재를 인정받기 위해서 공부에 힘쓰고, 검술을 익히고, 견식을 넓히기 위해서 주변국을 비공식 방문했다. 남련과 만난 것도 그런 여행을 할 때였다.

“다시 한 번 만나서 다양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 그런 생각을 계속했더니, 다른 여자는 눈에 들어오지 않아서, 내가 남련을 원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지. 아마 이게 분명히 사랑이라는 거구나, 라고 하면서.”

‘그건 나와 같아…….’

그런 생각을 하면서 안절부절못하고 있는데 영상이 탐색하듯이 물었다.

“내가 남련의 첫사랑 상대라는 게 정말이야?”

“……묻지 마.”

남련은 새빨개진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분위기를 타고 모두 발설해버렸지만, 지금에 와서 갑자기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왜 쑥스러워하는 거야. 이쪽을 봐봐.”

남련이 머뭇거리며 고개를 들자, 돌연 등을 강하게 껴안았다.

“역시 안 되겠어. 이제 널 놓을 수 없어.”

신음 같은 목소리와 함께 붕대 너머의 눈꺼풀에 입술의 감촉이 전해져왔다.

“사랑해, 남련. 너에게서 많은 것을 빼앗아놓고, 속 편한 소리로밖에 안 들리겠지만, 남련이 없는 나날은 생각할 수도 없어. 네가 바란다면 뭐든지 줄 거고, 이제 절대 울리지 않겠다고 맹세할게. 사랑하고, 정말 사랑해서…… 그 외에 뭐라고 말하면 좋을지 모르겠어. 사랑해.”

한결같은 서투른 고백에, 사랑스러움과 애절함이 남련의 가슴속에서 폭발했다. 지금까지 영상은 남련에게 몇 번이나 사랑을 고백했지만, 가슴속에 담고 있던 모든 것을 밝히는 말은 그 고백을 더욱 강하게 울리도록 만들어주었다.

“……약속해줘.”

남련은 손을 내밀어 영상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이제 나에게는 아무것도 숨기지 마. 어머니에 대한 것도, 출생에 대한 것도…… 앞으로는 혼자서 고민하지 말아줘.”

“나는 남련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

“안 돼. 강한 당신도, 약한 당신도. 나는 어떤 영상이라도 사랑하니까.”

까치발을 들어 영상의 뺨에 입을 맞추자, 닿은 장소가 살짝 열을 띠었다.

“……정말이지?”

갑자기 영상이 손목을 잡고 귓가에 대고 속삭여, 남련의 고동이 크게 뛰었다.

“어떤 나도 넌 받아들여주는 거지? 지금도 남련을 원해서 참을 수 없어. 이런 나라도……?”

“잠깐……, 싫어. 어딜 핥는…….”

잠옷의 옷깃을 풀어 헤치고 그가 쇄골에 혀를 스쳐 지나자, 남련은 상기된 목소리를 내고 말았다.

“이제 계속 널 안고 있고 싶어. 눈이 다 나으면 안으려고 했는데, 벌써 한계야.”

“계속이라니, 이제 겨우 5일이잖아……. 아, 안 돼……!”

순식간에 남련을 침대에 쓰러뜨린 영상이 겉으로 드러난 그녀의 가슴을 주물렀다. 한계라는 말 그대로 그 손은 평소보다 성급했고, 가슴을 문지르는 손끝도 살짝 난폭했다.

“후…… 아, 아아…… 하아…….”

시야가 가려진 탓인지 전해지는 자극에 평소보다 더 민감하게 느끼고 말았다. 가볍게 손톱을 세우면서 튕겨낸 유두는 심을 중심으로 단단해졌고, 미끌하고 따뜻한 감촉에 갑작스럽게 휩싸였다.

“아앙……!”

“남련은…… 내 거야……, 나만의…….”

잠꼬대 같이 중얼거리면서 영상은 유두를 입술로 물고, 혀끝으로 집요하게 빙글빙글 돌렸다. 찌잉하는 욱신거림이 저항 의지를 꺾어 남련의 입에서 가는 목소리가 새어 나오게 했다.

“아, 앙, 아…… 후우…… 으응…….”

“피부가 달아올랐어. 이쪽은 어때?”

옷자락 사이로 단단한 손이 파고들어, 땀에 젖은 안쪽 허벅지를 쓸어 올렸다. 작은 애무에도 가득 꿀을 흘리는 비밀스런 장소에 질퍽, 하고 손가락이 얕게 잠겨 들어갔다. 순간, 남련은 바로 정신이 번쩍 들어 영상의 어깨를 밀어냈다.

“안 돼!”

“남련?”

진심으로 다급한 울림이 느껴졌는지 영상이 당황하며 손을 멈췄다.

“왜 그래? 역시 너무 성급한 건가?”

“아니야……, 그게 아니라…….”

막상 말을 하려고 하니, 나쁜 소식을 전하는 게 아닌데도 긴장이 되어 목이 메말랐다.

‘배 속에 아이가 있으니까, 그러니까…….’

“손가락을 넣는 건 좀 무서워.”

정작 이유는 말하지 못하게, 영상은 제멋대로 혼자 이유를 찾았다.

“오랜만이라서 거북하고 아픈 거야? 그럼.”

“꺅……!”

갑자기 크게 무릎이 양 옆으로 갈라져, 남련은 놀라서 쩔쩔맸다. 영상이 다리 사이로 얼굴을 묻고는 젖고 갈라진 틈에 입을 맞추었기 때문이다.

“아…… 앙, 핥으면…… 아아앙…….”

끈적거리는 소리를 내면서 영상의 혀가 부드러운 꽃잎을 핥았다. 실룩거리는 듯한 관능이 피어오르고, 남련은 손등을 입에 대고 목소리를 죽였다. 엉성한 성격인 것처럼 보이는데, 침실에만 오면 영상의 행동은 얄미울 정도로 섬세하고 정확하다.

“후…… 으응…… 윽…….”

“야한 목소리, 참지 말고 들려줘.”

어느새 크게 볼록해진 무방비한 꽃망울을 영상의 손끝이 빙글빙글 돌리며 집요하게 괴롭혔다. 직접적인 쾌감이 남련의 허리를 부들거리게 했고, 안쪽 허벅지가 당기는 것처럼 떨렸다.

“아…… 아아아…… 아, 싫어.”

“대단해……. 질척질척해서…… 혀가 빠져들어.”

둑이 무너진 듯이 애액을 분비하는 꽃잎에, 영상은 혀를 살짝 넣어 소리를 내며 휘저었다. 이루 말할 수 없는 감촉에 몸이 굼실거렸고, 주변에서는 달콤하고 시큼한 향기가 피어올랐다.

“아으, 아…… 아아…… 아앙……!”

“내 것도 만져주겠어, 남련?”

더 이상 인내심을 잃은 듯 영상이 바지를 내리는 소리가 들렸다. 눈이 보이지 않는 것을 배려해서인지, 자신이 남련의 옆에 앉아 자신의 상징을 손에 닿게 해주었다. 손에 쥔 순간, 놀라우리만치 엄청난 열이 손바닥에 전해져, 남련은 목을 위아래로 움직였다. 이렇게나 자신을 원해서 단단해졌다는 사실 때문에, 자연스레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여전히 익숙지 못한 손놀림으로 뿌리에서 느릿느릿 문지르기 시작하자, 영상이 깊은 숨을 내쉬었다.

“그래……, 그대로 만져줘.”

“응…… 뭐하는 거야……?”

보이지 않아 잘 알 수는 없지만, 영상이 누운 듯한 기척이 났다. 그것도 하반신을 위쪽으로 올리고 머리 쪽을 아래로 내렸다.

“같이 많이 기분 좋아지고 싶으니까.”

“아…… 싫어?!”

한쪽 다리를 어깨로 짊어지듯이 들어 올리자, 남련은 경악에 가까운 비명을 질렀다. 조금 전에 영상의 입으로 뜨겁고 질퍽해진 곳을 그대로 그가 다시 빨아들였기 때문이다.

“안 돼……, 이런 모습은……!”

“안 보이니까 신경 쓸 거 없잖아.”

서로 누워서 상대의 얼굴 앞에 더욱 부끄러운 장소를 드러내 보이는, 믿을 수 없는 자세였다. 게다가 영상은 한쪽 손을 뻗어 남련의 가슴을 애무하는 한편, 비밀의 장소를 살짝할짝 소리를 내며 혀로 핥았다.

“아! 싫어……. 후우, 아앙……!”

영상의 줄기를 손으로 쥐고 있는 남련은 다리를 부들부들 떨면서 목소리를 뱉어냈다. 콩 정도로 부풀어 오른 유두를 빙글빙글 돌리자, 보이지 않는 눈앞이 복숭아빛으로 물들었다. 영상은 미끌미끌하면서 꽃잎을 핥았고, 농익어 떨어져 내리는 꽃망울은 가볍게 깨물어 남련은 오싹오싹한 느낌에 끝없는 유열이 온몸을 빠져나갔다.

“하, 후…… 아앙…… 하앙……!”

또다시 비밀 입구에 잠겨 들어간 혀가, 주름을 펼치듯이 끈적하게 굼실거렸다. 이곳저곳이 모두 감도가 높아져, 천장을 모르는 열락에 현기증이 일었다.

‘기분 좋아……. 같이 기분 좋아지는 거야…….’

어느새인가 남련은 영상이 조르지도 않았는데, 손에 든 남자의 상징을 앞으로 끌어 단숨에 입에 머금었다. 온몸이 야한 충동으로 가득해, 그러지 않을 수가 없었다.

“……뭐야, 너도 흥분한 건가……?”

끓어오르는 남자의 상징을 타액으로 끈적하게 적시자, 영상은 부르르 몸을 떨었다. 그리고는 반격이라는 듯이 여자의 꽃망울을 질퍽거리며 혀로 굴리자, 남련의 그곳에서는 진한 애액이 더욱더 넘쳐났다.

“으응…… 후, 윽…… 응…….”

입 안을 막는 굵은 덩어리에 빠져들어 혀를 움직이면서, 이래선 짐승이다, 라고 희미하게 남은 이성으로 생각했다. 들판의 짐승들과 마찬가지로 원시적이고 야한 쾌락에 빠져들 뿐인 모습. 영상의 말대로, 눈이 보였다면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었을지도 모르지만, 서로에게 쾌감을 주입하는 이 상황은 이상하게도 매우 흥분되었다.

“아아, 네 입구가 실룩거리는 게 아주 잘 보여.”

자유분방하게 움직이는 혀와 꽃잎 주변을 반죽하는 손가락이, 남련을 절정의 바로 앞까지 끌어올려주었다. 매끈매끈하게 빛나며 부풀어 오른 여자의 중심을 혀로 쿡쿡 찌르면서, 전후좌우로 튕기니, 모든 게 어떻게 되든 상관없어질 듯한 쾌락의 늪으로 빠져들었다.

“굉장해……. 이렇게 욕구에 가득한 광경은 본 적이 없어…….”

“응, 앙……. 응, 으응……!”

“혀를 내밀고, 나를 필사적으로 입에 머금고, 얼마나 날 흥분시키려는 거야.”

낮은 웃음소리가 귀에 닿자, 남련의 온몸은 더욱 뜨거워졌다. 영상이 엉덩이를 쓰다듬고, 꽃잎을 질퍽이며 만지는 손가락의 움직임까지 확실히 느껴졌다.

“하앙…… 후응……, 응응…….”

끝없이 성감이 강해져갔고, 주저함도 부끄러움도 모두 날아가, 남련은 푸웁푸웁 하고 야한 소리를 내면서, 젖은 입술로 귀두를 계속 애무했다. 뜨거운 입 안에 머금은 영상의 물건은 굵은 혈관을 내보이며 점점 더 단단해져갔다.

이윽고 영상이 숨을 헐떡이며 신음 소리를 냈다.

“남련…… 슬슬 나오겠어.”

“응…… 응……?”

“얼굴은 피해둬…… 그러지 않으면…….”

입 안에서 그것이 움찔거리며 튀어서, 무언가가 일어날 것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저어, 남련? 지금 너를 원해.”

“응…… 영상…….”

그제야 겨우 남련의 머리에 낀 안개가 걷혔다.

‘어라…… 뭔가 분위기에 휩쓸렸지만…… 잠깐만, 이건.’

절정에 막 달한 꿀단지에 잔뜩 솟아오른 줄기가 닿자, 남련은 당황해 다리를 버둥거렸다.

“아…… 안 돼. 더 이상은 안 돼!”

“어쩌서? 조금 전까지 그렇게 좋아했으면서.”

“그게…….”

역시 여기까지 와서 말하지 못해선 안 된다. 언제까지나 말하지 않을 수도 없는 일이니까. 남련은 마음을 단단히 굳혔다.

“아…… 아기가 깜짝 놀라니까……!”

완전한 정적이 그 자리를 지배했다.

‘어…… 어째서? 기쁘지 않아……?’

아무리 기다려도 영상의 대답이 들리지 않자 남련은 불안해졌다. 어쩌면 영상은 아이를 원하지 않는 게 아닐까. 그때 남련의 어깨를 붙잡은 그의 팔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영상? 왜 그래? 추워?”

“아니…… 참고 있어.”

“뭘?”

“널 안고 이곳저곳을 마구 달리고 싶은 기분을……!”

포효하듯이 외친 영상은, 온몸으로 와락 남련을 껴안았다.

“생겼구나? 나와 남련의 아이가 이 배 속에 있는 거구나?”

“으으음…… 아마도?”

물어뜯을 것처럼 달려드는 모습에 남련은 저도 모르게 애매하게 대답하고 말았다.

“아마도는 뭐야! 믿을 수 있는 어의를 백 명이든 이백 명이든 불러서 검사해야지!”

“괘, 괜찮아. 혼자라도. 게다가 벌써 진단도 받았는걸.”

“그렇구나! 아, 기다려. 움직이지 마. 아기한테 영향이 있어! 넌 오늘부터 한 발도 침대 밖으로 나가지 마. 넘어지면 큰일이니까 절대 걷지 마?!”

“그럴 수 없잖아. 게다가 아이를 생각한다면 이렇게 위에 올라와 있지 말고. 배에 부담 가니까.”

“아, 미안! 그보다 조금 전에는 무리하게 해서 미안해!”

뒤로 물러선 영상에게 남련은 어이가 없는 표정을 지었다가, 그만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커다란 몸을 움츠리며 주인에게 혼난 강아지마냥 낑낑거리는 영상의 모습이, 보지 않아도 눈에 선하게 상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고마워.”

남련은 몸을 일으켜 영상의 손을 잡고 자신의 뺨에 갖다 대었다.

“이건 내 대사잖아?”

“아니. 영상이 굉장히 기뻐해줘서 정말 좋아……. 이렇게 태어나길 바라는 아기를 나에게 깃들게 해줘서 고마워.”

“남련…….”

영상이 흐트러진 잠옷을 바로잡고, 힘을 너무 주지 않도록 느릿하게 다시 남련을 안아 올렸다.

“부탁이니까 건강한 아이를 낳아줘.”

“응.”

“너도 꼭 무사해야 하고.”

“응.”

“나도 괴롭지만 참을 테니까.”

“응?”

“오늘부터 아이가 태어날 때까지…… 아니, 태어난 뒤에도 한동안은 흑심을 가지고 대하는 일이 없도록 할 테니까.”

“저…… 저어…….”

‘그건 좀 쓸쓸할지도…….’

문득 그런 생각이 들어 왜 이렇게 상스러운 생각을 하는 걸까, 하고 남련은 혼자서 얼굴을 붉게 물들였다.

“그러니까, 이건 흑심이 아니야.”

진지하게 그렇게 미리 말을 해두고, 영상의 손가락이 턱에 닿았다.

“남련, 사랑해. 너만을 영원히 사랑해.”

부드럽게 날개가 닿듯이, 입술의 부드러운 감촉이 떨어져왔다. 겨우 만난 첫사랑과의 입맞춤은 더 없이 달콤하고, 부드러워 남련의 마음을 황홀하게 녹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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