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달 아래 떨어지는 꽃이슬-11화 (11/11)

제11장

혼례 날 밤

“저어, 영상. 내려줘. 내려달라니까!”

연홍색의 해당화가 흐드러지게 핀 밤길, 남련의 조급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심홍의 비단을 찬란하게 겹친 신부 의상을 입은 그녀는, 같은 색의 바지를 입은 신랑에게 옆으로 안겨 왕궁의 정원을 걷고 있었다.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이 돌고, 말아 올린 머리카락을 나부끼게 하는 밤바람도 기분이 좋은 따뜻한 봄날의 밤.

두 사람은 오늘 여봉왕 및 중신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정식으로 부부의 연을 맺었다.

“영상도 참, 이제 됐잖아? 정말로 창피했단 말이야.”

낮에 있었던 연회 때에도 영상은 남련을 무릎 위에 앉히고 떨어질 줄을 몰랐다. 축사를 하는 사람들이 계속 놀려댔을 정도다. 술은 한 방울도 마시지 않았는데, 남련은 익은 듯 붉게 물든 얼굴을 결국 한 번도 들지 못했다.

“근데 오늘 너는 이렇게 하늘하늘한 복장이잖아. 잘못하다 넘어지기라도 하면 어떡하려고?”

“아무리 그래도 과보호야. 영상은 이 나라의 왕태자니까, 더 위엄을 보여야지.”

“뭐, 어때? 어차피 내일부터는 당분간 이쪽엔 올 일도 없을 텐데.”

“그 일도, 너무 갑작스러워…….”

태평하게 웃는 영상에게 남련은 가벼운 두통을 느끼며, 연회석에서 귀엣말로 들었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내일 아침에 화요로 떠날 거야.’

거문고와 호궁 소리가 흐르고 찬란한 춤꾼들이 군무를 피로하는 가운데, 영상은 갑작스럽게 그런 말을 했다.

‘아버지가 혼례 축하 선물로 뭐가 필요하냐고 해서, 화요의 영주 자리를 달라고 했어. 너도 여기서는 여러모로 불편할 테니, 태어나고 자란 고향이라면 마음이 더 편하겠지? 나와 같이 화요를 다스리자. 좀 도와줘.’……라고.

그런 걸 달라고 하는 영상도 이상하고, 정말로 주는 여봉왕도 비상식적이다. 피가 이어지지는 않았어도, 이런 파격적인 모습을 보면 역시 두 사람은 부자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야기가 갑작스럽다는 것을 제외하면 남련은 싫지 않았다. 지금 화요를 다스리고 있는 사람이 박 재상과 내통한 매국노 일당이라는 사실 때문에, 계속 마음이 무거웠기 때문이다. 참고로 그 연회장에서 박 재상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그 납치 사건이 마무리되어 남련의 눈이 보이게 되었을 즈음, 여봉왕이 순식간에 재상의 자리에서 파면했던 것이다.

‘반한 여자의 목숨을 위협하고 울게 만들 셈인가?’

여봉왕은 영상에게 그 한마디를 했다고 한다.

‘남련에게는 미안하지만 난 솔직히 그 사람을 그다지 증오하지 않아서.’

영상은 그렇게 알려주었다.

‘진짜 아들이 아닌 나를 태연하게 후계자로 인정한 데다, 부정을 저지른 우리 어머니를 아무튼 간에 계속 살려줬으니까. 아마도, 그 사람은 그 사람 나름대로 우리 어머니에게 집착했던 게 아닐까……. 어디까지나 상상이지만.’

그런 영상의 어머니는 요양하는 곳이 살기 좋았는지, 최근에는 술도 안 마시고 시간을 보내는 날이 많아졌다고 한다. 조금 더 몸이 회복되면 아들의 신부인 남련도 꼭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측실 하나를 잃은 여봉왕은 상심을 달래기 위해서인지 자신의 후궁에 들락거리는 일이 부쩍 많아졌다. 어쩌면 이 나이가 되어 동생이나 여동생이 생길지 모른다고, 영상은 쓴웃음을 지었다. 여봉왕에게 새로운 아들이 태어나면 영상은 왕태자 자리를 내놔야 하는 게 아닐까 남련은 막연히 그렇게 예상하고 있다. 설사 양보하지 않는다고 해도 상관없다. 지위가 어떻든 간에 영상은 영상이고, 그의 생애의 유일한 아내로서, 자신이 옆에 있을 것이란 사실에는 변함이 없을 테니까.

부끄러운 옆으로 안기에서 해방된 남련이 도착한 곳은 지금까지 한 번도 와본 적이 없는 곳이었다. 정원의 깊숙한 곳에 발을 들이자, 미로처럼 복잡한 울타리가 나왔는데, 그 앞에 돌로 만든 건물이 남몰래 세워져 있었다. 중후한 문에는 얽혀 있는 두 마리의 용이 새겨져 있었고, 푸른 달빛 아래, 평온하고 신비한 분위기가 흘렀다.

안으로 들어가자, 남련은 더욱 압도되고 말았다. 칸막이가 없는 널찍한 공간에는 맑은 물이 수로처럼 가득 차 있었고, 중앙에 뻗은 가는 통로가 비단으로 가려져 있는 제단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물 위에는 촛불을 켜 놓은 종이 세공 등롱이 몇 개나 떠 있어, 뿌옇게 주황색 빛이 흔들리고 있었다.

“여기는 뭐하는……?”

“여봉 왕가의 수호신을 기리는 사당이야.”

목소리를 내는 것조차 삼가야 할 듯한 분위기 속에, 남련의 질문에 영상이 대답했다.

“입구 문에 용이 두 마리 있지? 저건 부부의 합을 상징하는데……, 그러니까 새로 혼례를 올린 여봉 왕족은 자손의 번영을 기원하기 위해 첫날밤에 여길 찾아오는 게 관습이야.”

“정말?”

남련은 눈을 둥글게 떴다. 그때 영상이 비단 막을 빠져 나간 덕분에, 제단인 줄 알았던 곳이 부드러운 이불이 깔려 있는 침대라는 걸 이제 막 눈치챘다. 천개에 은색 향로가 매달려 있었고, 어딘가 음란한 향기가 흔들거리며 코를 자극했다.

“저, 저어, 첫날밤이라니…….”

침대에 누워 남련은 어찌하면 좋을지 몰라 했다.

“알아. 너는 임신한 몸이니 약속대로 난 아무것도 안 해. 일단 형식을 지키기 위해서 같이 잠을 잘 뿐이야. 물론, 이렇게 요염한 신부 복장을 보고 참기란 많이 힘들지만.”

윤기가 도는 붉은 색으로 뒤덮은 입술을 쓰다듬으며 영상이 농담처럼 말하며 웃었다. 그 미소에 남련의 가슴은 꽈악 조여들며 욱신거렸다. 겨우 진정으로 그를 남편이라고 부를 수 있게 된 오늘. 오늘 밤은 그 첫 번째 밤이다.

“저, 있잖아. 영상…….”

말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계속 고민한 것을 남련은 머뭇거리며 털어놓았다.

“어의가 말해줬는데. 그…… 지금은 입덧도 진정됐고, 아기의 상태도 안정됐으니까 너무 격렬하게만 하지 않으면…… 괜찮대.”

“괜찮아? 뭐가?”

“그…… 그러니까…….”

왜 이 사람은 정작 중요한 부분을 눈치채지 못하는 걸까.

“왕족의 관습이라는 거…… 형식만이 아니라도 괜찮다고……!”

힘껏 용기를 쥐어짜자, 겨우 이해를 했는지 영상이 침을 삼키더니, 갑자기 뒤를 돌아보았다.

“영상? 어디 가?”

“어의한테. 격렬하지 않게가 어느 정도인지, 얼른 물어보고 올게.”

“그만해. 너무 창피하잖아!”

남련은 당황해 얼른 달려가 영상의 옷자락을 붙잡고 말렸다.

“근데 너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괜찮으니까. 너무한다 싶으면 제대로 말을 할 거고……, 평소보다 살살 해주면, 그걸로…….”

중얼중얼 말을 하면서도 얼굴에서 불이 뿜어져 나오는 듯했다. 마치 스스로 “안아주세요.”라고 조르는 것 같았다.

“살살…….”

영상은 고개를 갸웃했지만, 수치심으로 울상이 된 남련을 내려다보더니, 바로 부드럽게 웃었다.

“응. 알았어. 해보자.”

영상은 몸을 굽혀 이마에 입술을 대었다. 서서히 퍼지는 열이 기분 좋아 남련은 달콤한 입김을 내쉬며 눈을 감았다. 그 눈꺼풀에도 입을 맞추고, 혀끝이 떨리는 눈썹을 핥았다. 장난스런 감촉이 간지러워 웃음을 터뜨리려는 입술을 갑자기 뒤덮었다.

“……응…….”

맞닿았다가 떨어지고, 떨어졌다가 가볍게 맞닿으면서 서서히 입맞춤이 깊어져갔다. 평소라면 벌써 혀가 들어왔을 텐데, 혀의 표면만을 비비듯이 자극해, 애가 타면서도 기분이 좋았다.

“아아…….”

입술을 맞추며 머리를 빗어 넘긴다. 귓불의 형태를 확인하듯이 만지니, 오싹하는 감각이 꼬리뼈에서 발생했다. 저도 모르게 허리에 힘이 빠질 듯해 영상의 옷깃을 꽉 쥐었다.

“그 반응, 진짜 귀여워.”

작게 웃으며 영상이 날름 입술을 핥았다. 윤곽을 세심하게 따라가면서, 이제 더 이상 애를 태우지 말아줬으면 하고 생각했을 때, 쭈웁…… 하고 입 안을 더듬었다.

“후…… 우…….”

저도 모르게 스스로 내민 혀를 영상은 겹치면서 천천히 앞과 뒤를 비볐다. 이렇게 성적인 향이 나는 곳에서 입을 맞추는 건 오랜만으로, 몸의 중심이 점점 뜨거워져갔다.

“아앙…….”

앞니의 뒷면을 영상이 핥자, 남련의 어깨가 작게 들썩였다. 그 등에 손을 대면서 영상은 목의 각도를 바꾸어 혀를 내밀고 더욱 안쪽의 입천장을 애무했다.

“응…… 응…… 하아…….”

넘쳐나는 타액을 빨아들이자 남련은 숨을 헐떡였다. 길고 긴 입맞춤 때문에 공기가 부족해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그러는 사이에 영상이 상체를 밀고 쓰러뜨리며 체중을 실으려고 하면서, 옷 위로 봉긋한 가슴을 만졌다.

“……이렇게 부드러웠던가?”

남련의 임신 소식을 들은 지 약 3개월. 그 사이, 계속 금욕을 해왔던 영상이 신선한 감동을 맛보았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그…… 그래?”

남련 자신은 이전보다도 조금 가슴이 부푼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영상에게는 충분히 부드러워 보이나 보다.

“옷, 벗겨도 돼?”

“응…….”

“추우면 바로 말하고.”

금실 자수가 놓인 허리띠를 영상이 신중하게 풀었다. 몇 겹이나 겹친 의상을 헤치자, 흰 알몸이 등롱 빛에 멍하니 반사되어 붉은 빛을 냈다.

“역시 아름다워…….”

영상은 감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남련은 꼼지락거리며 얼굴을 피했다.

“……너무 빤히 쳐다보지 마.”

어머니가 되는 것이니 당연한 이야기지만, 남련의 체형은 서서히 변화해가고 있었다. 어의나 여수는 지금도 충분히 날씬하고, 더 살이 찌는 게 좋다고 말하지만, 살짝 부풀어 오른 복부를 영상이 보기는 처음이라 어딘가 창피한 기분이 들었다.

“어째서? 정말로 예쁜데.”

영상이 몸을 살짝 옮겨 남련의 아랫배 쪽에 입을 맞추었다. 안에 깃든 아기를 향해 사랑스럽다는 듯이 속삭인다.

“크게 자라 꼭 무사히 태어나줘. 나도 남련도 빨리 널 보고 싶어서 기다리고 있으니까.”

“영상도 참……, 이제 완전히 아버지 같아.”

남련이 키득거리며 웃자, 영상은 어깨를 으쓱 들어 올렸다.

“당연하지. 어린아이가 생기는 짓을 했으니까. 이렇게.”

“아……!”

가슴을 쪽 빨아들이자, 남련은 몸을 비틀었다. 가리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가슴을 커다란 손바닥이 새삼 확실히 감싸 안았다. 느릿하게 문지르자, 그곳에서 생겨나는 관능적인 열에 추위를 느낄 틈도 없었다.

“가슴, 이렇게 해도 아프지 않아?”

“괜찮……아…….”

“그럼 이쪽은?”

“응…… 아앙!”

찌릿하는 느낌과 함께 단단해진 유두를 핥자, 남련은 높은 교성을 내질렀다. 가볍게 깨물기를 반복하면서 영상은 진지한 얼굴로 입을 맞추었다.

“얼마 안 있어 여기에서 달콤한 젖이 나오겠군. 기대돼.”

“……설마 먹을 생각……?”

“네가 흘리는 꿀은 달콤하니까, 분명 젖도 맛있겠지?”

“나…… 나는 과자가 아니야……. 아, 아아앙……!”

아직 모유가 나오지도 않는데, 영상은 입에 머금은 유두를 빨아올리자, 다른 액체가 다리 깊은 곳 안쪽에서 주르륵 흘러 나왔다.

“아아아…… 아…….”

유기된 곳 전체에 점액을 바르듯이, 영상의 혀가 유두를 휘감고 부드럽게 몇 번이고 훑었다. 따뜻하고 음란한 감각이 기분 좋아, 반쯤 열린 입술에서 애절한 교성이 새어 나왔다.

“있잖아, 여기, 굉장히 볼록해.”

“아…… 말하지 마…….”

“양쪽 다 똑같이 해줘야지.”

반대편의 유방에 입술을 옮겨, 또 끝을 빨았다. 찌릿한 자극이 계속되어 ‘똑같아’진 두 개의 돌기가 하늘을 향한 광경은 매우 부끄러웠다.

“아, 아…… 아아아…….”

한쪽의 유두를 입에 머금으면서 다른 쪽을 손가락으로 휘젓자, 참을 수 없는 유열이 온몸에 밀려왔다. 3개월이나 결합에서 멀어진 탓에, 쾌감에 둔한 몸이 되지 않았을까 은근히 걱정을 했지만, 오히려 지금까지보다 훨씬 민감하게 느꼈다.

“영상, 이제…… 그러지 마…….”

“아파?”

“그게 아니라…… 하지만…… 아, 싫어…….”

“그 목소리, 기분 좋다는 걸로밖에는 안 들리는데?”

옆구리며 배꼽, 허벅지의 부들기에 입을 맞추자, 남련은 달콤한 전율과 함께 팔과 다리를 크게 움찔거리며 떨었다.

“여기, 어떻게 되어 있는지 보여줘.”

“싫어…….”

약한 항의는 금방 무시되고 남련은 크게 다리를 벌렸다. 숨기려고 뻗은 손도 옆으로 치우고 영상은 진지하게 그곳을 바라본다. 즐거운 목소리가 작게 새어 나왔다.

“이건 꽤…….”

“말하지 마…….”

굉장한 상황이 되어 있으리란 자각은 있었기 때문에 남련은 울부짖듯이 외쳤다. 자신의 그곳이 어떤 상황인지 구체적인 말에 노출되면, 수치심이 심해 죽을 것만 같았다.

“그럼 소리를 들려줘.”

중지 끝을 담그며 천천히 앞뒤로 움직이자, 홍수처럼 넘치는 꿀이 밖으로 나와, 질퍽질퍽하고 음란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알겠지? 네 이곳, 이렇게 농밀해졌어…….”

“흐, 아아…… 으응, 응…….”

입을 양손으로 막아도 새어 나오는 목소리를 완전히 막을 수 없었다. 영상이 손가락으로 안쪽 벽을 톡톡거리며 문지를 때마다, 발칙한 액체가 끝없이 넘쳐났다.

“아아, 네 향기가 진해졌어.”

짐짓 일부러 코를 울리면서, 영상은 갈라진 틈에 얼굴을 가까이에 대고, 손가락을 넣은 채 탄력이 넘치는 혀로 꽃망울을 터뜨렸다.

“아아…….”

찌릿찌릿한 감각이 솟아올라, 남련의 목이 뒤로 젖혀졌다. 미끌미끌하고 민감한 싹을 핥을 때마다 손톱에 힘이 들어갔고, 허리가 공중에 떴다. 끊이지 않는 애액이 영상의 손가락을 불렀고, 구슬에서 뒤쪽의 꽃봉오리까지를, 반짝반짝 음란하게 빛나게 해주었다.

“아, 이젠…… 그럴 수가, 싫어…….”

영상의 머리를 밀어내려고 했지만, 팔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허무한 저항을 나무라듯이, 영상이 훤히 드러난 구슬을 강하게 빨아들이며 비밀의 틈 사이로 손가락 두 개를 밀어 넣었다.

“흐아앙……!”

“천천히 할 테니까……, 응?”

한동안 영상을 받아들이지 않았더니, 손가락 두 개도 이렇게 들어가기 힘들어졌다. 처음 할 때, 너무 큰 남근을 받아들이지 못해 영상을 참게 했던 일이나, 확장을 위해 상아를 사용했던 일 등이 떠올랐다.

“응……, 응…… 아……!”

겹친 손가락을 밀어 넣고 돌리며, 입구 근처에 있는 비밀스런 약점을 훑었다. 그곳을 매만져주면 숨이 막혀, 달콤한 듯 무서운 듯한 감각에 허리가 녹을 것만 같아진다.

“힘을 빼. 좋아하잖아, 이곳?”

젖은 살을 휘젓는 소리가 조용한 공간에 반사되어 왔다. 이게 왕족에 전해지는 관례라는 소리를 들어도, 사당이라는 신성한 장소에서 음란한 행위에 빠진다는 배덕감이, 남련의 몸을 더욱 민감하게 만들어주었다.

“……또 네 이곳에 넣는 거지.”

미끌미끌한 통로에 조금씩 안으로 더 넣더니, 영상은 뜨겁게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태연한 척을 했을 뿐, 사실은 계속 남련을 안고 싶었어. 네 귀여운 모습을 보고 싶어서, 연결되고 싶어서 참을 수 없었는데…….”

갈라진 목소리에서 밝혀진 사랑하는 남자가 자신을 강하게 원한다는 실감에, 남련의 아랫배가 찡하고 욱신거렸다.

“나도…… 영상과 맞닿고 싶었어…….”

계속 같은 침대에서 잠이 들었지만, 예의 바른 취침 전 입맞춤만으로는 메워지지 않는 쓸쓸함이 있었다. 자신은 이미 영상에게서 받는 사랑의 형태에 몸도 마음도 물들어버렸다.

“그렇구나.”

영상이 기쁜 듯이 웃었다.

“그럼 더 이상 참고 싶지 않아, 안 참아.”

쑤욱 손가락이 빠진 직후, 뜨거운 덩어리가 찌릿한 입구 쪽으로 바짝 다가갔다. 안쪽을 가르며 들어오는 것의 압박감에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아아……!”

“역시 좁은 건가……?”

일단 허리를 빼려고 하는 영상의 어깨에, 남련은 매달렸다.

“싫어.”

“남련?”

“이대로 와줘……. 쓸쓸했어. 전부 메워줘…….”

“……이 바보.”

영상이 무심코 혀를 찼다.

“그런 말을 들으면 엉망진창으로 만들어주고 싶어지잖아……!!”

안쪽까지 찔러 올리고 싶은 충동을 회피하듯이, 영상은 남련의 입술을 탐했다. 찢어질 듯한 격렬함에 남련도 열중해 입맞춤에 대답해주었다.

“아…… 하아아…… 아앙…… 응.”

“굉장해……. 네 안이 쥐어짜내는 것 같아…….”

입술을 겹치는 사이에 서서히 허리를 진행시키면서 영상이 감탄을 내뱉었다.

“먹혀가는 것 같이 휘감아 와서…… 이런, 이거 진짜 기분 좋아…….”

영상은 다급하다는 듯이 그렇게 말했지만, 그것은 남련도 마찬가지였다. 정상이라고 할 수 없을 만큼 굵은 덩어리가 꿀단지를 가득 끌어당기니, 괴로운데도 온몸이 오싹거렸다. 답답함에 소리를 지르고 싶을 만큼 느릿한 삽입 탓에, 영상 자신의 음란한 형태나, 오랫동안 남아 있는 중량감을 있는 그대로 의식하게 되었다.

“아…… 거기, 안 돼, 안 돼…….”

방금 전까지 손가락이 휘저었던 장소를 거대한 귀두로 작게 에어냈다. 애초에 이렇게 연결되어 있을 때, 발견한 급소다.

“안까지 들어갈 텐데, 아기가 놀라겠지?”

몸부림을 치는 남련을 내려다보면서, 영상은 가장 지당한 말을 한 뒤, 얕은 장소만을 비적이며 계속 문질렀다. 휘저은 애액이 거품을 내면서 질퍽질퍽 넘쳐났고, 서로의 수풀이 피부에 들러붙었다.

“아아아…… 아, 싫어…….”

가장 안쪽을 목표로 쿡쿡 찔러 넣는 것도 좋지만, 충혈된 점막을 천천히 마찰해주면, 이루 말할 수 없는 유열이 의식을 새하얗게 만들어준다.

“응…… 응…… 하아아, 아앙…….”

“천천히 해도 느끼는가 보네?”

귓바퀴를 핥으면서 영상이 그렇게 물어보자, 남련은 황홀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응…… 좋아……. 이것도 좋아……. 좋아…….”

“안도 대부분 부드러워졌어. 기쁘게 머금고 있는 것 같아서, 참을 수 없어.”

“영상, 이제…… 아아, 기분 좋은 거지……?”

쾌감에 미간을 내리면서도, 남련은 녹아 들어가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 영상과 기분 좋은 일을 하는 걸 좋아한다. 자신을 안고 기분 좋아 하는 영상을 보는 걸 더 좋아한다.

“당연하지. 최고야. 모든 것을 잊고 너와만 계속 이러고 있고 싶을 만큼…….”

영상이 숨을 거칠게 내쉬며, 꿀단지가 깨질 것처럼 허리를 깊숙이 밀어 올렸다. 굵은 물건의 양 측면에, 새빨간 구슬이 쓸려 남련의 눈 뒤에서는 불꽃이 튀었다.

“아, 아아! 그거…….”

“오늘밤은 이쪽에서 하면 돼.”

영상은 절묘한 힘 조절로 허리를 돌려 남련을 무아지경 상태에서 울게 했다.

“아아…… 이젠…… 정말 미칠 것 같아…….”

“더 흐트러져봐, 남련.”

흔들리는 유방을 잡아 주무르고, 진한 산호색으로 물든 유두를 영상은 핥아 올렸다.

“목소리를 크게 하고, 스스로도 허리를 흔들고, 그렇게 하면 지금보다 더 기분 좋아질 수 있어.”

“스, 스스로……? 그런 건 못 해…….”

“못 하긴. 내 앞에서라면 넌 얼마든지 음란해져도 괜찮아.”

“흐윽……!”

“네가 움직일 거면 자세를 바꾸는 게 낫겠어. 이대로 내 위에 올라타.”

“뭐……?”

의미를 물어보려고 했을 때는 이미, 남련은 상체를 일으켜 옆에 있던 영상의 위에 올라타는 모습이 되어 있었다. 물론 몸의 중심은 검붉은 물건에 깊게 꽂은 채다.

“이럴 수가…… 이런 모습 싫어……!”

남자 위에 알몸으로 말을 타듯이 올라가다니, 남련이 허용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다. 어떻게든 봐달라고 생각하면서도 영상이 꽉 허리를 잡고 있어 도망칠 수가 없었다.

“봐. 몸을 꽉 잡으면 내 것이 안까지 들어가지?”

웃음을 섞은 충고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될 수 있는 한 자궁에 자극을 주지 않으려면, 남련이 스스로 삽입의 깊이를 조절해야만 한다.

“응…… 아…….”

침대에 무릎을 대고, 천천히 허리를 들어 올리자, 거대한 줄기가 주륵, 하고 꿀단지에서 미끄러지는 감촉이 느껴졌다. 그대로 빠지려고 할 때, 영상이 허리를 붙잡은 상태로 또 반 정도 안으로 들어가도록 만들었다.

“네가 기분 좋게 문질러봐. 이쪽은 내가 만져줄 테니까.”

그렇게 말하며 영상은 봉긋 피어오른 꽃망울을 손끝으로 집었다. 뿌리부터 소리를 내면서 움직이자, 몸 안을 선명한 쾌감이 휩쓸고 지나갔다.

“아아, 아…… 하아앙…….”

어느새 남련은 영상의 듬직한 가슴에 양손을 대고, 무의식적으로 허리를 위아래로 움직이고 있었다. 물소리를 내면서, 암죽처럼 탁한 애액을 결합부에서 흘리고 있었다.

“아아아아……!”

한계까지 부푼 음핵을 눌리자, 등에는 흠뻑 구슬 같은 땀이 번져 나왔다.

‘아아, 안 돼. 기분 좋아……. 기분 좋아…….’

쾌감을 찾아서 계속 움직일 때마다 가슴이 출렁거리며 무겁게 흔들렸다. 완전히 발기된 줄기가 달아오른 몸 안을 철퍽거리며 오고 갔다.

“아, 아아…… 난 이제…….”

“정말 죄 많은 여자야, 넌. 이렇게 귀엽게 헐떡이고, 나를 자극하고…….”

영상에게 등을 껴안긴 채, 가슴과 가슴을 맞대고 몸을 겹치면서, 남련은 필사적으로 그의 입술을 찾았다. 그렇게 매달리지 않으면, 혼자서 어디론가 멀리 날아가버릴 것만 같았다.

“좋아해……, 영상……. 정말 좋아해.”

“나도 좋아……. 남련, 남련…… 겨우 손에 넣었어, 나의 신부…….”

서로의 땀이 섞이는 가운데 서로의 혀를 한껏 섞었다.

입술로도, 성기로도 밀착되고 이어져, 두 사람만이 공유하는 끈적한 열에 취했다. 불타는 듯한 줄기를 비밀 입구에 넣은 채, 남련은 발정한 짐승처럼 앞뒤로 허리를 움직였다. 영상이 양손으로 엉덩이를 잡고, 활짝 펼치고 닫을 때마다, 꿀단지가 강하게 수축하면서 남자의 상징을 음란하게 조여들었다. 부드럽게 젖은 주름에 감싸인 화살은 당장이라도 터져버릴 듯이 맥동했다.

“앙…… 아…… 이젠 정말로…….”

시야가 흐릿해질 정도의 쾌감에 남련은 정신을 잃고 애원했다.

“괜찮아……. 굉장히 기분 좋아……. 이대로 아아…… 부탁이야, 부탁…….”

“아아…… 그럼 나도 함께야.”

영상이 뜨거운 입김을 내뿜고, 남련의 손가락에 깍지를 꼈다. 그 자신도 허리를 움직여, 마지막 절정을 향해 질퍽거리는 안쪽 벽을 휘저었다.

“이대로 전부 흩뿌리고 싶어…… 네 안에…… 큭…… 아아……!”

영상이 크게 허리를 찔러 올린 뒤 경직했고, 방울의 끝에서 뜨거운 액체가 대량으로 분출되었다.

“아아, 아, 나온다, 아…… 아아……!!”

단속적으로 분출되는 흰 액체를 느끼면서, 남련은 쾌락의 큰 파도에 휩쓸려 지금까지 가본 적이 없는 장소로 날아올랐다.

“하아…….”

단숨에 힘이 빠진 몸을 영상이 받아주며 껴안았다. 남련의 흐트러진 호흡이 진정될 때를 기다리면서 그는 쓴웃음을 짓고는 속삭였다.

“나는 나름 얌전하게 하려고 했는데…… 뭔가 평소보다 더 흥분했어.”

“거짓말. 하나도 안 얌전하잖아. 지금도…….”

아직도 강도를 유지한 채 꿀단지 안을 찌르고 있는 남자의 상징을 느끼고 남련은 얼굴을 붉혔다.

“그야, 꽤 많이 쌓였으니까. 한 번 분출한 정도로는 도저히 가라앉지 않을 만큼.”

“이젠…… 못 해. 더 이상 쏟아내면 아기가 허우적댈 거야.”

“그럼 긁어낼 필요가 있는 거 아닐까?”

아차. 그렇게 생각했지만 이미 늦었다. 남련의 궤변이 이치에 맞지 않는 이유를 대며, 영상은 깊은 웃음을 지었다.

“부모님의 사이가 좋은 편이 아기도 기쁘잖아.”

빙글 몸을 돌려, 또다시 영상이 몸을 덮어왔다. 그 사이에 줄기가 내벽에 스쳐, 끈적하게 섞인 체액이 역류해 떨어졌다.

“하아…… 으응……!”

“봐, 아직 느끼잖아. 너도 끝이 없는데?”

쿡쿡하고 웃으며 영상이 다시 천천히 왕복을 시작했다. 남련의 당황도 신경 쓰지 않고, 욕망에 충실한 꿀단지는 그곳을 채우는 줄기를 감싸 안았다.

“아아, 후…… 아아아……, 아……!”

“사랑해, 남련. 이대로 어떻게든 해주고 싶을 정도로, 네가 사랑스러워…….”

상스럽고 창피하다고 생각하는데,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안겨주는 쾌락에는 거역할 수 없다. 달콤한 꿀 같은 말을 잔뜩 받으면서, 음란하게 젖은 목소리를 발하면서, 남련은 아찔한 기나긴 밤에 취하고 말았다.

종장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나날

“어머니, 한 번 더. 한 번 더 읽어주지 않으면 코 안 할 거예요.”

“이제 그만 자야지! 지금이 몇 시인 줄 알아, 미령?”

남련은 한숨을 쉬고, 곧 세 살이 되는 사랑스런 딸을 혼냈다.

아이 방의 침대 옆에서 잠을 재우기 위해 그림책을 읽어주었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미령은 흥분을 하며 눈을 더욱 말똥말똥 떴다.

‘대체 누굴 닮아서……. 아, 말을 할 필요도 없네…….’

도를 넘을 만큼 책을 좋아하는 것은 물론, 동글한 검은 눈동자도, 두툼하고 사랑스러운 입술도, 미령은 엄마인 남련을 빼다 박았다. 하지만 자신도 옛날에는 이렇게 유모를 난처하게 했을 거란 생각을 하니, 심하게 혼낼 수가 없었다. 결국 그 뒤로 열 권이나 더 그림책을 읽어줘야 했지만, 간신히 미령의 자는 모습을 보는 데 성공했다. 반 시각 후의 일이었다.

‘……정말로. 오늘도 애를 먹었어.’

소리가 나지 않도록 의자에서 살짝 일어서려고 했을 때였다.

“나, 왔어! 미령은 아직 안 자고 있나?!”

벌컥 하고 기세 좋게 문이 열려, 남련은 당황해 뒤를 돌아보았다.

“영상……! 조용히 해. 이제 겨우 잠든 참이야.”

“아, 미안.”

머리를 긁으며 방에 들어온 영상을 남련은 일어서서 맞이했다. 그와는 이런저런 일로 열흘이 넘게 얼굴을 마주 보지 못했었다.

“어서 와. 여봉의 상황은 어땠어?”

“아, 별 문제 없어. 아버지도 건강하고, 아직 뭐 어떻게 될 것처럼도 안 보이고.”

지금으로부터 3년 전, 스스로 원해 화요의 영주로 취임한 영상이었지만, 여봉의 왕태자로서의 책무도 당연히 다 해야만 했다. 그 때문에 한 달의 절반은 여봉에 돌아가야 했고, 또 절반은 화요에 세운 이 저택에서 사는 이중생활을 보내고 있다. 워낙에 바빠 눈이 돌아갈 것 같은데 본인은 아주 정력적으로 양쪽 일을 모두 해내고 있었다.

자국을 제압한 여봉의 왕태자가 통치한다고 했을 때는, 화요의 백성들도 반발과 저항이 있었던 듯하지만, 영상의 인품이 알려지면서 서서히 영주로서 그를 받아들이고 있다. 물론 그 옆에 일찍이 공주였던 남련이 나란히 있어, 사이좋은 부부의 모습을 보여준 것도 크게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지금 남련은 여수를 비롯한 고용인들과 함께 남편과 딸을 위해 살아가는 온화한 나날을 보내는 중이다.

“선물은 책. 잔뜩 사 왔는데 말이야.”

잠자는 미령의 뺨을 쿡쿡쿡 찌르며, 영상은 안타깝다는 듯이 말했다. 그로서는 소중한 외동딸에게 대량의 선물을 해서 크게 기뻐하는 얼굴을 보고 싶었던 모양이다.

“또 책만 잔뜩.”

“아, 물론 남련 것도 있지.”

“……그건 기쁘지만…….”

책만 읽고 다른 것을 소홀히 하면 편향된 어른이 되지나 않을까, 남련은 아무래도 걱정이 되었다. 자신은 다행히 영상 같은 사람을 만날 수 있었지만.

“이 아이는 장래에 제대로 시집을 갈 수 있을까…….”

“굳이 결혼을 시킬 필요는 없잖아. 얼마 전에도 ‘미령은 다 커서 아버지의 신부가 될래!’라고 했으니……. 정말정말 귀엽다니까.”

잠든 딸의 얼굴을 들여다보면서 영상은 히죽거리며 얼굴을 잔뜩 구기고 웃었다. 그런 남편의 모습에, 자신들은 정말로 가족이 되었다는 실감을 얻는 반면, 이쪽을 조금도 봐주지 않는 영상에게 살짝 쓸쓸함을 느끼고 말았다.

“당신의 부인은 이쪽에 있거든요?”

“뭘 삐친 거야? 자, 이리 와.”

웃음을 터뜨린 영상이 양팔을 벌리고 남련을 꼬옥 껴안았다.

삐죽한 입술에 입을 맞추면서, 그가 다정하게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쓸데없는 질투도 눈이 녹듯이 사라졌다.

“……계속 만나고 싶었어. 남련이랑.”

달콤한 속삭임에 쿵쾅 가슴이 크게 뛰어, 남련은 “나도…….”라고 작게 대답했다.

“침실로 갈까? 미령도 자니까 이제부터는 어른들의 시간으로.”

“그것도 좋네.”

키득키득 웃으며, 이번엔 느긋하게 깊은 입맞춤을 나누려고 까치발을 들었다. 그때.

“아버지, 돌아온 거예요?!”

갑자기 미령이 벌떡 일어나 두 사람은 당황해 서로 거리를 벌렸다.

“아, 아아…… 그래. 미령, 잘 있었어?”

“아버지, 책 읽어줘요! 어머니도 좋지만 아버지가 읽어주는 게 더 좋아요!”

남련이 조금 전에 읽어준 그림책을 “응!” 하고 양손으로 내밀어, 영상은 어쩔 수 없이 받아들 수밖에 없었다.

“아…… 남련, 이렇게 됐으니.”

입술의 움직임으로 “미안.”이라고 사과해, 남련은 쓴웃음을 지었다.

역시 미령은 자신과 닮았다. 영상이 읽어주는 책을 누구보다 좋아하고, 그 목소리를 들으면 행복해한다.

“그럼 어머니도 같이 들어주실까.”

“응!”

침대 가장자리에 걸터앉아 미령의 작은 손을 잡은 남련은, 그림책을 펼친 영상과 눈을 마주치며 미소를 지었다. 어른으로서 같이 지내는 두 사람만의 시간은 조금 더 기다려야 하지만. 가슴속에 따뜻함으로 충만해지는 것을 느끼며, 온화하고 기분 좋은 남편의 목소리에 남련은 눈을 감고 귀를 기울였다.

-fin-

작가 후기

안녕하세요, 또는 처음 뵙겠습니다.

차이나 드레스의 스커트. 좌우의 트임의 명칭은 ‘슬릿’이지만, 보통 게임이나 만화에 나오는 여자아이들이 입고 있는 것처럼, 가슴이 열려 있는 부분. 그곳의 정식 명칭은 뭐라고 하지? 신경이 쓰여서 참을 수가 없습니다. 하즈키 에로갓파 에리카입니다.

제 나름대로 조사를 해봐도 알 수 없었기 때문에 그냥 멋대로 ‘작은 가슴 창문’이라고 불러도 될까요? 꿈과 희망이 넘치는 어메이징한 작은 창문.

중국풍을 섞은 인사로 오프닝을 장식하려고 했는데, 처음부터 이런 느낌이 되었습니다. 중국 여러분이 화내실 것 같으니, 죄송합니다. 정말 정식 명칭을 가르쳐주세요. 복식 관계에 자세한 누군가가 말이죠.

자, 『달 아래 떨어지는 꽃이슬』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해볼까요.

사실 이번 타이틀은 결정될 때까지 꽤 난항을 겪었습니다.

모 작가 씨와 데이트 중에 상의를 해보니, ‘어떤 이야기인가요?’라는 질문을 받아 소설의 테마는 한마디로 정의해야 한다는 생각에 에로갓파는 대답했습니다.

‘히어로가 오직 gogeun(거근)인 이야기입니다.’

……응, 틀리지는 않았죠. 전혀 틀리지는 않았는데.

입에 담기도 민망한 단어는 로마자 표기로 하면 꼭 되는 것도 아니지만요.

다정하고 다정한 모 작가 씨는 ‘그렇군요, 그걸 강조하고 싶은가 보네요.’라고 진지하게 생각해주셨는데, 집에 가니,

‘무한gogeun은…… 안 되겠죠…….’

라는 메시지가 도착해 있었습니다. 이런 에로갓파 같은 걸 위해서, 여신 같은 자비를!

참고로 이 gogeun은 한자로 표기가 되어 있었기 때문에, 대체 무슨 사자성어냐, 라는 이야기였습니다. 의미는 없다. 하지만 임팩트는 장난이 아니다 라는 식으로.

그렇게 해서, 히어로에 대해서는 이미 다 말씀드린 것 같으니(본인에게는 ‘내 아이덴티티는 그것뿐인가!’라고 항의를 받을 것 같습니다만), 히로인 남련에 대해서.

그녀는 책을 좋아하는 문학소녀입니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중고 책 오타쿠이죠. 단지 이야기를 읽는 게 좋다는 정도가 아니라, 실물로서의 책도 편애하는 타입.

데이트 중에 서점에 들러 남친은 내버려두고 두 시간이고 세 시간이고 책을 물색.

그래도 싸움이 일어나지 않는 관계라니, 책을 좋아하는 여성에게 있어서는 동경하게 되겠지 라는 심정으로 7장의 잠행 신을 썼습니다만……. 으음, 두근거리는 포인트가 뭔가 이상하네요? 보석도 꽃도 아니고 고서의 산을 앞에 두고 눈을 반짝이는 히로인은 있을 수 있죠.

gogeun 히어로와 책 히로인이 엮어가는 사랑 이야기. 이렇게 쓰면 하나도 멋진 스토리가 될 것 같지 않습니다. 줄거리나 띠지를 쓰는 편집자님에게 있어서도 허들이 높지 않을까, 진심으로 걱정입니다.

이야기를 쓰기 전에 개인적으로 숨겨둔 테마라면 [뇌근육 남자×똑똑한 여자]였습니다. [대형 야생개×낯가리는 고양이]도 가능.

[좋아해 좋아해 좋아해!]라고 마구 쫓아다니는 순진한 개와 [싫어 무서워 저리 가!]라고 하며 꼬리를 흔들고 도망가는 검은 고양이. 하지만 마지막에는 정이 붙지요.

이런 직선적인 히어로는 별로 익숙지 못하리라 생각하지만, 정말로, 여러모로 고생했습니다. 겉과 속이 없는 돌직구 남자는 실제로도 호감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여성 대상 소설에서는 좀 더 히로인을 괴롭히거나, 궁지로 몰아넣어 줘도 괜찮아? 라고 하네요.

고집불통이거나 책략가이거나 하는 만큼, ‘영상’은 ‘남련’을 한결같이 계속 귀여워합니다. 처음에는 살짝 엇갈리기도 했지만, 아마 에로갓파의 역대 히어로 중에서 ‘귀여워’, ‘좋아해’라는 말을 한 횟수가 가장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둘이 딱 붙는 장면을 많이 증량했으니, 그부분도 즐겨주신다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거한×작은 여자]라는 체격 차이 모에도 집어넣었습니다. 거한인 남자가 여자아이를 한 팔에 들어 올린다든가, 어깨에 올린다든가. 참을 수 없는 심쿵입니다.

이건 여담인데 신장 차가 20센티미터 이상인 남녀 사이에 태어난 아이는 크게 자랄 가능성이 크다고 합니다. 언제나 후기에서 저질 개그만 하기 때문에, 가끔은 토막 상식 같은 것도 해보는 겁니다.

책에 대한 화제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만약 가능하면 앙케트를 해보고 싶습니다.

‘여러분이 태어나서 처음으로 에로스에 눈을 뜬 한 권은 무엇입니까?’

라는 질문입니다.

에로갓파는 당연히, 철이 들었을 때부터 조숙한 아이였지만, 정말로 ‘이런 걸 봐버리다니…….’라고 충격을 받은 것은 고(故) 나카가미 켄지 씨의 「물의 여자」라는 단편집입니다. 표제작은 도박에 날을 새는 무뢰한 남자의 집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여자가 들어온 며칠간을 담담하게 묘사한 작품. 분명히 초등학교 3학년인가 4학년 때 아버지의 서재에서 몰래 빼왔던 문고본이었습니다.

지금 읽으면 문학의 향기도 나지만, 그만큼 작중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르고, 수수께끼가 수수께끼를 불러 머릿속이 ‘???’로. 어둑하고 음란하고 무섭고. 그런데 눈을 뗄 수 없는. 그렇게 두근두근거린 독서 체험은 정말 손에 꼽을 만큼밖에 없습니다.

이 「물의 여자」, 지금이라면 코단샤 문예문고판을 입수할 수 있다고 하는데, 에로갓파가 읽은 것은 현재는 절판된 슈에이샤 문고판.

그렇게 옛날부터(일방적인) 연이 있어, 지금은 슈에이샤에서 로맨스소설을 쓰고 있으니 정말 감개무량합니다.

어쩌면 자신이 쓰는 것이 아직 젊은 독자들의 ‘충격적인 한 권’이 되기도 하려나, 하고 생각을 해보면, 그런 상상을 하는 것만으로도 조마조마합니다만, 그 기본은 픽션입니다, 아무튼. 그게 정말 중요하거든요. 이번 작품의 히어로 같은 gogeun은 거리에 굴러다니지 않으니 무서워하지 마세요(또는 기대하지 마세요)……, 라고 주석을 달고 싶습니다.

때때로 초심으로 돌아가서(?), 중학생 시선으로 자신의 작품을 읽는 시도를 해보는데, 그럴 때는 “엄청난 걸 쓰고 있구나!”라고 역시 매우 부끄러워집니다.

하지만 자신이 중고생이었을 때, 만약 로맨스소설이 있었다면, 분명히 매월 발매일을 기대했을 겁니다! 용돈은 대부분 책을 사는 데 썼을 겁니다! 라고 생각하니, 에로갓파 예비군인 젊은 작가 분들도 즐겁게 읽어주실 만한 작품을 쓰겠습니다.

물론 연령성별 관계없이, 에로스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모두 동지.

당당히든 몰래몰래든 야한 생각을 항상 하는 사람이 더 오래 산다는 속설도 있습니다.

그럼그럼, 여기서는 언제나 그렇듯 감사의 인사를.

일러스트를 담당해주신 키라 카보스 님.

이번에 두 번째 신세를 집니다. 전작에서 여러모로 엄청난 그림을 그릴 수밖에 없었는데도, 바다같이 넓은 마음으로 일을 허락해주셔서 필설로 다 할 수 없을 만큼 감사드립니다. 키라 선생님이 그리는 중국 세계를 보니 벌써부터 가슴의 두근거림이 멈추지 않습니다. 바쁘신 와중에도 정말 감사합니다.

매번 신세를 지고 있는 편집자님.

자기가 신고한 마감을 어기고 어기고 또 어겨서 자포자기하고 싶은 심정이었던 이번이지만, 이렇게 무사히 책이 나온 것은 언제나 적절한 어드바이스를 해주신 덕분입니다.

마지막입니다만, 이 책을 구입해주신 독자 여러분.

저질 개그투성이인 후기까지 꼼꼼히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살아 있으면 힘든 일도 정말 많습니다만, 에로스한 번뇌를 안고 살아가는 동안은 괜찮으리라고 생각하며 힘내십시오. 인생 희비는 교대로 옵니다.

다음 작품의 발행은 조금 시간을 두게 되는데, 가을쯤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얼마 전까지 전국 각지에서 큰 눈이 내렸으니, 지금부터 가을은 아직도 멀었다고 생각합니다만, 분명 순식간이겠지요. 가을의 에로갓파, 가을에 에로갓파……라고 기억의 한구석에 간직해주셨으면 합니다.

그럼 또 만나기를 바라며!

2014년 3월

하즈키 에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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