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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엔 천하제일인이 산다-153화 (153/175)

153화

아프리카에서 발생한 국가무공원 파견 인력에 대한 테러는 꽤나 광범위했고, 산발적이었다.

국가, 부족, 연령 같은 건 가리지 않고 동시다발적으로. 완전히 다른 배경을 가진 공격자들로 인해 피습은 일어났다.

그 덕에 처음엔 국가무공원 수뇌부에선 이것이 어떤 목적에서 기인한 조직적인 움직임이 아니라 자연 발생한 테러가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

하지만 그럴 리 없다.

이런 종류의 습격이 그냥 이루어질 리 없지.

“…현상금을 걸었다?”

그 어떤 종교를 믿건 간에 상관없이, 그 어떤 정치적, 민족적 배경을 가진 바에 상관없이 무수히 많은 자가 국가무공원의 태권공을 노렸다.

개중에는 아프리카 지역에서 활동하는 다국적 용병들마저 끼어 있을 정도였다. 토착 반군 세력 따위가 아니라 확실한 이득이 아니면 잘 움직이지 않는 놈들마저 한꺼번에 움직였으니, 뭐가 있어도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목적은 당연한 거니까 묻지 않겠어. 누구야?”

그리하여 내려지는 연화존자의 질문에 좌중은 싸늘함을 더한다.

“누가 그랬어?”

대답은 어느 정도 준비되어 있지만 만족스럽지는 않다.

“우리와 선이 닿지 않는 제삼세력에 속한 부유층 중 일부가 하청을 준 것으로 파악됩니다.”

“하청… 하청이라.”

어느 정도 파악을 한 사실이었다 해도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났을 때 충격을 받지 않을 수는,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는 없기도 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해도 말이다.

“예. 누구든 대한민국 국가무공원의 내공심법을 가져오면 얼마를 주겠다는 식이었다고, 심문받던 자들이 증언했습니다.”

아무리 국가무공원이 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무림인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하지만 타국에서까지 완벽할 수는 없었다.

그나마 신원 미상의 적들이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자랑스러워해야 하는 걸까? 내공심법, 주로 태권공에 집중되었던 무공 탈취 시도는 격전 끝에 모조리 저지했지만 그 과정에서 다치거나, 심지어 죽은 자도 여럿 나왔다.

연화존자의 화가 머리끝까지 나 있는 이유다.

“누가 시켰는지 정확하게 파악은 안 된 거겠지?”

“제안을 받은 자들 모두 전문적인 브로커들이 접촉 루트를 세탁했습니다. 꼬리를 잡을 수는 있겠지만 시간이 어느 정도 소요될 것으로 여겨…….”

“정확한 날짜만.”

“최소 두 달, 길면 팔 개월 정도를 예상합니다.”

보고를 담당한 직책의 국가무공원 인력이 내놓은 대답은, 그렇기에 연화존자의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다.

국가무공원이 설립된 이래로 이보다 더 큰 피해를 입은 적이 없건만 당장에 행동에 나설 수 없다는 것이 그를 화나게 한다.

“정확하게 지목하는 데 그 정도 시간이 걸린다는 건가?”

“송구하게도 그렇습니다.”

물론 이 희생이 헛되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증산방에서 제안하고, 연화존자가 받아들인, 그렇게 국가무공원이 실행한 태권심공의 효능은 비단 무공이라는 측면에만 머물고 있지 않은 것이 사실이니까.

대한민국의 위상은 확실히 전보다 더 상승했다. 영향력이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그야말로 괄목상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터.

오직 대한민국 국가무공원만이 할 수 있는 수단, 다른 단체나 국가에서는 결코 줄 수 없는. 설령 그렇다 할지라도 이런 식으로 헐값에 넘기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내공심법 보급에 나설 수는 없는 일이 아니었던가?

하지만 대한민국은, 국가무공원은, 연화존자는 그렇게 했다.

“이대로 넘어가서는 안돼.”

이와 같은 행위가 가져다준 분명한 이득, 목표하는 바와 점점 가까워지는 웅대한 목적의식이 있었기에 그랬다.

“모든 정보 분석 능력을 투입해.”

“모든이라고 하시면……?”

그가 생각하는 대한민국은 이 정도 위기를 묻고 지나가서는 안 됐다.

이미 그런 일이 많았다. 국가를 위해 희생하고, 시대에 의해 억울한 이가 어디 한둘이었나?

연화존자는 그런 걸 보고 자란 세대였다. 그의 아버지는 물론이요, 본인부터도 그랬다. 국가와 정치가 얼마나 개인의 삶을 파괴하는지 보고 자라고 목격하며 살아온 그였기에, 이번과 같은 일을 그냥 눈감고 넘어간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북한 쪽 인력도 돌려.”

연화존자가 정의로운 누군가, 하지만 지금 중국을 중심으로 한 정치적 혼란을 정리하는 철권을 휘두르며 동방마녀라 불리는 윤아영을 목도하며, 대한민국 현대사로 돌아오기로 결정하며 했던 맹세였다.

올바른 이에게 올바른 대접을. 희생이 당연시되거나, 먼저 나서는 이만 피해 보는 이 불합리를 그냥 두지 않겠다는 다짐.

“그러자면 국정원 쪽에도 협조 요청을 해야 하는데…….”

“반발이 심할 겁니다.”

국가무공원의 간부들도 이를 잘 알았고 충분히 공감했지만 그럼에도 말리고 나선다.

“북한이 요새 잠잠하다고 하지만 감시를 거두자면 명분이 필요합니다. 그로 인한 부작용도 반드시 있을 테고요.”

“우리 쪽의 감시가 느슨하다는 걸 알면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릅니다. 북한을 전적으로 믿는 건 위험합니다.”

북한에 대한 경계와 우려, 레드 콤플렉스는 정보 계통에서 일하는 이들에게는 당연한 일이었다.

아니, 그런 사람도 있겠지마는 대체로 그렇다. 북한이 그동안 대한민국 현대사, 나아가 동아시아 현대사에서 무슨 일들을 해 왔던가?

당사자들이 세상을 하나둘 뜨느라 흐지부지되고 있는 이산가족 문제부터 시작해 납북에 대한 건 대한민국과 북한과의 문제만인 것도 아니었다.

제삼세계에 무기를 팔고 있다는 혐의부터 시작해 연화존자와 칠익회에 호되게 당했음에도 현재진행 중인 해킹 문제까지.

무엇보다 천마가 죽었음에도 고개 뻣뻣한 마교의 적통이 평양에 웅크리고 있다는 것이 컸다.

연화존자의 은혜가 무극검문의 신의에 빚을 지우고, 연화존자의 금제가 살령지문의 귀령살의 목줄의 죄고 있다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무림의 이야기, 무림인의 사정.

국가 간의 관계로 봤을 때 북한과는 아직 풀 문제가 많이 남아 있다.

“신중하셔야 될 문제입니다.”

“역대 그 어떤 정권도 북한과의 관계에서 진정한 개선을 결과로 가져오지 못했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리 귀령살이 평양에 가 있고, 무극검마가 어느 정도 통제하에 있다지만, 결국 그들조차 북한이라는 체계에 포함되어 있는 무언가일 뿐입니다.”

그런 북한을 한민족이라는 이유로 믿고 넘어갈 수는 없다는 것이 국가무공원의 전체적인 기조였다.

믿음을 줄 수는 있지만 신중하고, 조심스러워야 한다는 것이 대세라는 이야기.

“어차피 무극검마나, 귀령살 모두 마교도 아니겠습니까?”

그들은, 마교도를 품은 나라 아닌가?

“그렇다면 그들이 다른 생각을 할 수 없게 만들면 되겠군.”

이에 대한 연화존자의 대답은 간단하다.

“내가 평양으로 가겠다.”

이에 대한 반응은 격렬하다.

그렇지만 안 된다는 만류가 수많은 베리에이션으로 터져 나오는 걸 들으면서도 연화존자는 흔들리지 않았다.

한국으로 돌아와 태권공을 만들면서 들었던 결심일 뿐이었다. 시기의 문제였을 뿐. 마교의 신물 중 두 가지를 얻고 바뀐 자신을 느끼며 연화존자는 자연스레 떠올렸을 뿐이다.

마교의 것은 역시 마교도에게 물어야 되지 않겠냐고.

“이 정도가 아니면 다른 방법은 있고?”

“꼭 연화존자께서 위험을 감수할 필요는 없으십니다!”

듣는 다른 이들 입장에서는 환장할 노릇인 이야기였다.

“당신께 무슨 일이 생긴다면 우리가 진행 중인 모든 사업이 어그러질 것이 뻔하지 않습니까?”

세상을 뜬 운하신권의 뒤를 이어 국가무공원의 수장이 된 전 현천문의 장문제자는 그래도 점잖았지만, 그 안에 담긴 힐난의 느낌만은 미처 지우지 못한다.

“저는 연화존자께서 중국으로 가셨을 때조차 마음이 편치 못했습니다. 물론 세상 누가 있어 당신을 해할 수 있겠냐마는, 세상일이란 게 모를 일 아니겠습니까?”

그 안에 담긴 진심이 그렇다.

죽은 스승의 뒤를 이어 국가무공원을 책임지게 된, 현천문이라는 거대 문파의 미래를 책임질 동량으로 오랫동안 교육 받아 왔음에도 버거운 짐을 지고 있는 그였기에, 연화존자에 대한 걱정은 그만큼 절대적이다.

“중국에서의 일이 조금이라도 우리의 예상과 달라질 때마다 고민했습니다. 이게 과연 옳은 일인가? 이러다가 잘못되면 어떻게 해야 하나? 그런 생각을 하며 잠들지 못했던 밤이 하루 이틀이 아니었습니다.”

“이해한다.”

연화존자는 이해한다고 했다.

그럴 법한 일이었다. 왜 아니겠나? 그 길을 가는 자신조차 위태롭다는 생각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는데, 옆에서 보는 이는 오죽했으려고.

“내가 평양으로 가려는 건 북한의 마교도들과 접촉하기 위해서인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가야 할 뿐이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야.”

이제는 이 지긋지긋한 것들을 끝낼 때가 됐다.

“언제까지 이 나라가 둘로 나뉘어 살아야 되나?”

진절머리 나는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할 때가 왔다.

분단. 분명 백 년도 안 되는 세월 전에는 같은 민족이었으나 이제는 너무나도 다른 길을 걷고 있는 두 나라. 더 시간이 지난다면.

“설마?”

지나면 지날수록 다시 하나가 될 가능성은 한없이 낮은 확률로 수렴하여 불가능, 그 자체가 되어 버릴 한반도의 모순, 분단.

“그 밑바탕을 다지러 가겠다.”

연화존자는 그럴 결심을 하고 은거를 깼다. 올바른 삶과 태도를 견지하는 누군가가 그러한 연화존자의 죽어 버린 웅심에 불을 붙였다.

그는 그럴 결심을 하고 대한민국의 썩은 부분을 도려냈다. 무슨 일을 하더라도 제 이득만 생각하며 방해만 하고 들 자들을 전부 잘라 냈다.

국가무공원을 만들고, 배척받은 바른 이들을 구해 냈다.

그러기 위해 중국을 분열시켰다. 절대로 하나의 중국을 포기하지 못할 이들에게, 그것이 가능하다는 생각은 물론이요, 그럴 일이 없다고 생각하는 모든 이들에게 그것은 허상이며 산산조각 날 수 있는 꿈이었음을 존재 자체로 주지시켰다.

티베트 자치구와 신장위구르 자치구의 독립은 그런 의미였다. 중국 공산당의 내분과 대만과의 분쟁은 그러함의 결과였다.

일본의 정치 지도를 완전히 갈아엎은 것 또한 그렇다. 절대로 한반도의 통일을 원하지 않을 어떤 이들을 무대에서 완전히 배제시킬 수 있기를, 연화존자는 소망했다.

그래서 일본의 마지막 남은 사무라이 검법이 손에 들어왔을 때 너무도 기뻤다.

왜? 운명이 그에게 속삭이는 것 같아서. 가고 있는 이 길을 돕는 것 같아서.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이 나라에 대한 영향력을 증대시킨 것 또한 결국 그런 의미.

북한과 종전조차 선언 안 한, 세계 초강대국에서의 영향력을 늘리는 것 말고는 꿈꾸는 이상을 실현시킬 방법이 없다는 걸 연화존자는 잘 알고 있다.

“아마도 비공식적일 테지만, 북한의 마교도들만 만나고 돌아오진 않겠다.”

그가 꿈꾸는 바라는 것이 그렇다.

하나 된 나라, 분열되지 않은 민족의 자존.

우리의 소원은, 통일.

“북한의 최고 지도자를 만나고 오지.”

주변의 싸늘했던 분위기는 어느새 뜨겁게 타오른다.

다음 말에는 더욱 그랬다.

“이젠 우리가 통일에 대한 논의를 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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