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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과 재능이 쏟아져-6화 (6/277)

코인 정보권(1)

도움이 필요한 이와 마주쳐야만 퀘스트를 얻을 수 있음을 파악한 이후로 류성은 달라졌다. 물론 저 조건이 전부는 아니겠지만, 일단 하나라도 파악했으니 거기에 맞게 움직일 필요가 있었다.

평소보다 훨씬 더 활동적으로 행동했다.

열심히 산책도 다니고 여기저기 많은 곳을 들쑤셨다. 밤이 되면 노점상에 들르기도 했고 남는 시간에는 운동까지 했지만 아쉽게도 새로운 퀘스트는 등장하지 않았다.

“생각보다 어렵네, 참.”

도움이 필요한 이들이 없었던 걸까.

그건 아닐 거 같은데.

분명 무수히 지나친 사람들 중에 도움이 필요한 이들은 반드시 존재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마다 퀘스트를 줄 리가 없다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럼, 또 다른 조건이 있다는 건데.

“흐음.”

어쩌면 퀘스트의 농간이 아닐까 싶기도 했다.

진짜 그런 걸지도.

아무튼, 그사이 면접도 보고 왔다.

탈락이긴 하지만.

서류심사에 통과한 회사 두 곳에 1차 면접을 보고 왔는데 안타깝게도 전부 떨어졌다는 연락을 받았다.

(안타까운 소식을 전해드려 죄송합니다, 더 좋은 곳에서...)

“예에.”

대학교가 그리 좋은 곳도 아니고 면접을 할 때 많이 떨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탈락은 언제나 마음을 뒤흔들곤 했다.

“후우.”

이럴 때는 역시 생각나는 게 하나 있었다.

치킨과 맥주.

갑갑한 마음이 들어 이신우가 하는 치킨집을 찾아갔다. 구석진 곳에 자리를 잡고 치킨 반 마리와 맥주 한 잔을 시켰다. 시간적으로 여유가 생겼는지 이신우가 다가왔다.

“표정이 왜 그래?”

“뭐, 그냥.”

“무슨 고민이라도 있냐?”

“티 나냐?”

어떻게 알았는지 이신우가 물어왔다.

“이마에 쓰여 있구만. 답답해서 죽겠다고.”

“아... 그래?”

“어, 뭔데?”

“아니 뭐, 그냥. 지금 계속 쉬고 있잖아. 쉬다 보니까 잡생각이 들어서. 면접도 보고 왔는데 다 떨어지고. 차라리 사업을 할까 싶기도 하고. 뭐, 이런저런 고민들이지.”

아직 퀘스트를 통해 확실한 뭔가를 이룬 적이 없다 보니 당연한 고민이기도 했다.

“아니, 퇴원하고 얼마나 됐다고 벌써 그런 고민이야?”

“하는 게 없으니까, 집에서.”

“으음...”

이신우가 한참을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느긋하게 생각해. 그리고 기왕이면 하고 싶은 걸 해야지.”

“음?”

“어차피 뭘 해도 후회하더라.”

“그러냐?”

“어. 그러니까 덜 후회할 걸 선택하면 되는 거야. 하고 싶은 거, 그거라도 해야 덜 후회할 거 아니냐. 나도 치킨집 시작했던 거 후회 한 적 많아. 근데 내가 좋아서 시작한 거고 누구 밑에서 일하는 것도 아니잖냐. 그런 목표 자체가 버틸 수 있는 원동력이 되더라고.”

생생한 그의 말이 가슴에 와닿았다.

하고 싶은 거라.

솔직히 지금은 취업이고 사업이고 퀘스트에만 집중하고 싶었다. 이게 인생을 바꿔줄 기회라는 건 바보가 아닌 이상 충분히 알 수 있는 일이었으니까.

다만 퀘스트가 너무 랜덤성으로 등장하기도 하고 포인트도 쉽게 모이지 않아 결단을 내릴 수가 없었는데 저 말에 이상하게 마음이 크게 기울었다.

조금 더 느긋해도 되지 않을까 싶었다.

서두른다고 될 일도 아니고.

그렇다면 퀘스트의 발동조건을 하나씩 더, 보다 확실하게 파악해가면서 동시에 자신을 가다듬는 것도 방법이 될 것 같았다.

으음.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을 정리한 류성이 이신우를 쳐다봤다.

“땡큐, 생각이 좀 정리가 되네. 그보다 넌?”

“나?”

“어. 프랜차이즈 말이야.”

“아아, 슬슬 준비하고 있지.”

“오, 그래?”

“어, 이번 계약만 끝나면 프랜차이즈는 바로 때려치우려고. 내 이름 걸고 새로 시작할 거야.”

“이거지? 직접 개발한 거?”

“어. 맛있지?”

류성이 치킨을 뜯어 먹었다.

파사삭.

튀김이 찢어지며 살결이 드러났다. 살짝 매콤한 맛이 어우러진 프라이드 치킨이었다. 깔끔하면서도 자꾸만 식욕을 자극하는 맛이었다. 여기에 맥주까지 곁들이면 그야말로 환상의 조합이라 할 수 있었다.

스윽.

자연스레 엄지손가락이 올라갔다.

“이게 훨씬 맛있네.”

“그치?”

“어. 대박 터지겠는데?”

“크흐흐.”

어느새 퀘스트와 상점 포인트에 대한 고민을 지워버린 채 이신우와 치맥을 즐겼다.

*

집에 도착하니 여동생이 새침하게 맞이했다.

"아, 진짜! 토했냐? 어우, 냄새가 뭐이래!"

"오냐, 술 좀 마셨다. 우웁...!"

"으으. 더러! 꺼져!"

"흐흐. 꺼지라고 해놓고 니가 꺼지냐?"

"에이, 미친놈!"

도망치는 류현아의 꽁무니를 쫓다가 방문이 콰앙!하고 닫히면서 코를 살짝 부딪쳤다.

"아오. 용돈 없다, 너!"

"돈도 없으면서!"

"있는데?"

"구라치고 있네!"

"후회하지 마라."

"방으로 가서 잠이나 자!"

"오오냐. 내일 보자."

술기운에 정신이 해롱해롱한 상태에서도 류성은 방향을 잘 잡았다. 조금 비틀거리긴 했지만 말이다. 그때, 구석에 있던 아기고양이가 조심스레 나와 류성에게 다가갔다.

냐아아.

울음소리에 류성이 걸음을 멈추고서 아래를 내려다봤다. 아기고양이가 얌전하게 앉은 채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는 중이었다.

"아이고."

잘못 걸었다가는 밟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즉각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러고 보니까 이름도 아직 안 지어줬네, 뭐가 좋으려나. 나비로 할까?"

아기고양이가 좋다는 듯 울었다.

"오, 그럼 나비로..."

결정하려는데 갑자기 문이 벌컥하고 열리더니 류현아가 얼굴을 내밀었다.

"나비는 무슨 나비야! 오늘 엄마랑 정했거든?"

"계속 고민만 하더니 드디어 정했구만. 그래서, 뭔데?"

"럭키."

"럭비?"

"럭키라고, 이 등신아."

"아아. 행운의 럭키. 세븐!"

"에휴."

류현아가 다시 들어가고 홀로 남은 류성은 럭키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 그 손길에 기분이 좋아졌는지 골골거리는 소리가 은은하게 퍼졌다.

"좋냐? 나도 좋다."

류성 또한 기분 좋게 웃었다.

한동안 럭키와 놀아주고 있는데 뜬금없이 종소리가 울렸다.

[띠링!]

흠칫 놀라며 고개를 드는 류성.

[특별 이벤트 발동!]

[오늘 단 하루, 유일한 기회! 오직 30분 동안만 유지되는 상점 아이템 반값 세일!]

[이번 기회를 절대 놓치지 마세요!]

[다만 가격이 1포인트일 경우에는 변동 없음!]

[남은 시간 : 29분 59초]

한동안 멍하니 있던 류성이 고개를 흔들며 정신을 차렸다.

반값이라고...?

조심스레 상점을 열어봤다.

[물품 목록]

1. 현금 100만원

필요 선행 포인트 : 1

할인 가격 : 1

2. 랜덤 주식 및 코인 정보

-국내 또는 해외 기업들, 그리고 코인과 관련 있는 정보를 취득할 수 있으나 정보의 수준은 랜덤이다.

필요 선행 포인트 : 30

할인 가격 : 15

3. 피로회복 물약(하급)

-일정 수준의 피로를 단번에 회복시켜주는 물약이다.

필요 선행 포인트 : 20

할인 가격 : 10

4. 치료제(하급)

-간단한 외과적 수술, 혹은 내과적 수술이 필요한 정도라면 즉각적인 치유를 기대할 수 있다. 심각한 병세에 사용할 경우 아주 미미한 효과만 볼 수 있다.

필요 선행 포인트 : 100

할인 가격 : 50

5. 랜덤뽑기(하급)

-하등 쓸모없는 쓰레기부터 상점에서는 구할 수 없는 일부 물품이 랜덤으로 등장한다. 매우 낮은 확률로 일반적인 상점에서는 구할 수 없는 특이한 상품도 습득할 수 있다.

필요 선행 포인트 : 10

할인 가격 : 5

[현재 지닌 선행 포인트 : 10]

할인 가격이 새롭게 추가된 상태였다.

들고 있는 건 10포인트.

현금은 전과 달라진 게 없으니 넘어가고 새롭게 구매할 수 있게 된 피로회복 물약은 당장 필요가 없으니 패스.

주식 및 코인 정보가 정말 싸지긴 했는데 1시간 안에 5포인트를 더 구할 방법이 없었다.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다시 시선을 내렸다.

치료제는 넘어가고.

마지막 5번이 눈에 들어왔다.

랜덤뽑기.

할인 가격이 5포인트니 하나가 아니라 무려, 두 개를 구매할 기회였다.

“두 개라니...!”

이건 무조건 랜덤뽑기를 하라는 시스템의 안배가 아닐까 싶었다.

누가 봐도 그렇잖아?

류성은 술기운에 잠식되는 정신을 애써 부여잡으며 다시 상점의 물품과 설명 문구, 그리고 포인트를 빤히 쳐다봤다.

“흐, 흐흐.”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도저히 놓칠 수가 없었다.

그래, 지르자.

벌써 10분이 지났으니 남은 할인시간은 20분 남짓이었다. 괜히 더 고민하다가 기회를 날려 보낼 순 없었기에 즉시 손을 뻗었다.

흥분이 감돌았다.

할인이라는 기회가 왔지만 랜덤성이 짙은 만큼 긴장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후우.”

무릎 위로 럭키를 올려놓은 채 선택을 확정지었다.

[5번 물품 ‘랜덤뽑기(하급)]’를 구매하시겠습니까?]

[네/아니오]

네를 누르자 5점의 포인트가 사라지고 새하얀 빛과 함께 여러 장의 카드가 떠올랐다. 빙그르르 돌아가는 카드 중에서 하나를 골랐다. 해당 카드가 확대되듯 앞으로 날아들며 빨간색의 빛을 뿜어냈다.

[‘선행 포인트 랜덤상자’를 획득합니다]

첫 번째 물건부터 심상치 않았다. 생각보다 괜찮은 녀석이 뽑혔다는 생각을 하면서 랜덤상자를 오픈했다. 안에서 튀어나온 숫자가 미간으로 스며들었다.

[선행 포인트 1점을 획득합니다]

5점을 쓰고 1점을 돌려받았다.

한 마디로 꽝이었다.

이런 젠장할.

순간 평정심이 흔들리는 걸 느꼈지만 어금니를 꽉 깨물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류성은 길게 호흡을 뱉어내며 바들거리는 손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

괘, 괜찮아.

아직 한 번의 기회가 더 남아 있었으니.

“제발...!”

류성은 무릎 위에 있는 럭키를 품에 안은 뒤 앞발을 조심스레 만졌다.

“럭키야, 믿는다.”

럭키의 말랑거리는 발바닥 패드와 함께 허공을 눌렀다. 나타난 카드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자 이번에는 주황색의 빛이 날아들었다. 첫 번째 선택의 빨간색 빛과는 다른 색이었기에 자연스레 기대감이 차올랐다.

한참이나 돌아가는 카드.

잦아드는 빛줄기.

그리고 드러난 문구가 시야를 채웠다.

[‘불완전한 코인 정보권’을 획득합니다]

나타난 문장을 한 글자씩 음미했다.

불완전한 코인 정보권.

다시 한번 읽어내려갔다.

이번엔 소리를 내어서.

“불완전한 코인 정보권...!”

‘불완전한’에서 느껴지는 아쉬움보다는 ‘코인 정보권’에서 느껴지는 감동이 더욱 컸다. 바들거리는 손끝과 주체할 수 없는 흥분이 발끝에서 솟구치더니 머리를 헤집었다. 도저히 참을 수 없는 환희가 터져 나왔다.

“우와아아아악!”

“아, 시끄러! 들어가서 잠이나 자라고!”

“아아악...”

문 너머에서 들려온 류현아의 고함에 흥분이 살짝 가라앉긴 했으나 입가에 그려진 미소는 사라지지 않았다.

흐, 흐흐흐.

그야말로 초대박이 터져버렸으니까.

확인!

설렘을 가득 안고서 코인 정보권 글자가 적힌 카드를 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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