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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 정보권(2)
카드는 이내 문서처럼 변하며 책자처럼 펼쳐졌다.
[6월 14일 오전 10시, 다운비트에 상장한 라이어코인이 최저가격 ?59원을 찍고서 3일 만에 ?17% 상승했다. 그날, 역사적 최고가인 ?,008원에 이르게 되지만 4일째 되는 날에 개발자가 지니고 있던 코인을 대량으로 판매하면서 가격이 급락했다. 이후 며칠간 계속되는 하락세가 이어졌다. 결국 패닉셀에 이르면서 거래가 중단되기에 이르렀다. 개발자는 장난으로 만든 코인의 가격이 급상승하자 들고 있던 코인을 대량으로 매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에서는 세력과 손을 잡고 계획한 범죄라고도 말했으나 안타깝게도 해당 코인 개발자를 처벌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가 부족했다. 결국. 이번 일은 가상화폐에 대한 법적 제도가 턱없이 부족하여 발생한 사건으로 자리매김했다. 무수한 투자자들을 기만한 행위였으나...]
정신이 번쩍들었다.
물음표가 곳곳에 존재했지만, 그것만으로도 흐름을 파악하기엔 무리가 없었다.
?27%의 상승.
최저가격에 대한 힌트고 있었고 최대 가격 또한 뒷자리는 나와 있었다.
어라...?
보다 보니 충분히 계산되는 힌트들이었다.
만약 수익률이 127%라면 최저가격은 459원부터 시작해야만 한다. 359원이 최저가격이라 가정하게 되면 127%가 올라봐야 814원이기에 네자릿수의 가격대가 형성되지 않기 때문이다. 즉, 오류가 발생한다는 의미다.
그렇다고 459원이 답이냐?
그것도 아니었다.
459원으로 127%의 수익률을 계산하면 최고가격은 1,040원이 된다. 그러면 정보에 언급된 뒷자리 숫자인 ?,008원과 맞아떨어지지 않게 되니 틀린 답이 되는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계산을 이어간다면.
찾을 수 있지, 충분히.
물음표로 가려진 숫자가 무엇일지 정확하게 알아낼 수 있을 터였다.
순간 의문이 들었다.
퀘스트도 믿고 해당 정보도 믿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이었다. 과연 정말로 저 코인이 상장하게 될 것인지에 대한 부분.
“일단은...”
정신부터 차려야 할 것 같았다.
아직 남은 술기운을 날려 보내기 위해 일단 화장실로 향해 찬물로 세수부터 했다. 아직도 가라앉지 않은 심장의 박동을 느끼며 럭키와 함께 방으로 들어가 책상 앞에 앉았다. 노트북을 열고 라이어코인에 대해 검색부터 했다.
가장 중요한 문제.
정보의 신뢰성.
그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서 말이다.
“으음...”
단어를 작성하고서 키보드의 엔터를 누르자 자극적인 헤드라인의 기사가 노출되었다.
[알트 코인의 시대, 라이어코인이 선두주자?]
[기대주, 라이어 코인. 초대형 거래소인 다운비트 상장 초읽기]
[다운비트 상장 준비 중인 라이어 코인, 과연 얼마나 오를 것인가?]
[반란을 꿈꾸는 알트 코인...]
그러다 눈에 들어온 기사 하나.
1시간 전에 올라온 따끈따끈한 내용이었다. 류성은 기사의 제목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라이어코인 D-2...]
[라이어코인은 이틀 뒤, 오는 6월 14일 오전 10시에 다운비트에 상장되는 코인이다. 홍보가 크게 되지는 않아 큰 상승을 바라는 건 무리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대부분의 개미가 관심이 없는 가운데, 다운비트에 깜짝 상장하게 된 라이어코인의 미래가...]
코인도 실제로 상장하고 날짜와 시간까지 정확한데 여기서 더 의문을 품어봤자 무의미한 일이었다. 의문이 쌓여 의심이 늘어나면 결국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못한 채 기회를 날려 보낼 뿐이니까. 지금 필요한 건 적당한 확인과 망설임 없는 행동력이었다.
이젠 물음표의 숫자를 계산할 차례였다.
하나씩 숫자를 넣고 대입해봤다.
딱 맞아떨어지는 숫자가 좀처럼 등장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럴수록 류성의 흥분은 서서히 고조되고 있었다.
?27%.
여기에 들어갈 숫자는 1도 2도 아니었다.
“3도 아니고.”
이번에는 427%를 가정하고 계산했지만 역시나 정답이 보이지 않았다.
미소가 한층 진해졌다.
최소 527%라는 얘기였으니까.
“침착하자, 침착.”
흥분을 가라앉히고 계산을 이어갔다.
5도 아니었다.
이번에는 617%를 가정했다.
곧이어 결과가 나왔다.
최저가격 ?59원.
역사적 고점인 ?,008원에 부합하는 수치가 등장한 것이었다.
“찾았다...!”
정답이 눈앞에 튀어나왔다.
최저가격 559원.
역사적 고점은 4008원.
생각보다 훨씬 더 높은 수치였다.
두근, 두근.
확신을 위해 한 번 더 계산을 해봤다. 다른 숫자까지 전부 넣어봤다. 혹시나 정답이 두 개일까 싶어서였다. 하지만 계산 오류는 없었고 일치하는 추가적인 숫자도 없었다.
알트코인은 단기간에 수십 배까지 오른다고 하지만 그건 정말 낮은 확률일 뿐이었다. 위험성 또한 높아서 투자금이 반 토막 되는 건 물론이고 90퍼센트 넘게 손해를 보는 경우도 많았다.
이 정보는 다르다.
무려 미래에 벌어질 사건에 대한 정보였으며 그 세밀함 또한 놀라울 정도였다. 물음표로 가려진 부분을 계산으로 끼워 맞추니 이건 도저히 놓칠 수 없는 절호의 기회가 되었다.
"14일이면..."
현재 시각, 6월 12일 저녁 11시 20분.
그러니까 겨우 이틀 뒤에 벌어질 대사건이었다. 시험을 치르는데 정답이 적힌 답안지를 보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그저 행동하기만 한다면 이번 기회를 통해 상당한 돈을 벌어들일 수 있을 터였다. 넉넉해진 돈으로 퀘스트를 수행하고 추가적인 보상을 얻어 자산을 늘려나가는 선순환이 이뤄진다면?
"후우..."
생각만으로도 전율이 일었다.
*
어느새 잠이 든 모양이었다.
"어우..."
아침에 눈을 뜨니 숙취에 머리가 지끈거렸다. 미간을 꾸욱꾸욱 누르면서 침대에서 내려와 주방으로 향했다.
어머니 혼자 tv를 보고 있었다.
냐아아.
자세히 보니 럭키와 함께였다.
럭키는 어머니의 무릎에 올라가 갸르릉거리며 꾹꾹이를 하는 중이었다. 어디서 배운 건지 발톱을 하나도 세우지 않은 상태였다.
그야말로 천상의 애교였다.
아무리 무뚝뚝한 사람이라도 사르르 녹아내릴 수밖에 없었다.
"아이고, 우리 럭키. 재밌어요?"
냐아아.
"엄마도 재밌어요. 오구구."
이젠 럭키와 가장 친한 사람이 바로 그녀였다.
"엄마?"
조금 놀란 어투로 부르자 어머니가 고개를 슬쩍 돌려 류성을 쳐다봤다.
"일어났어?"
"어어."
"동태국 끓여놨으니까 밥이랑 먹어. 난 럭키랑 드라마 봐야 하니까 방해하지 말고."
뭔가 애정을 빼앗긴 기분이었다.
거, 참. 묘하네.
피식 웃어버린 뒤 시원한 물을 한 잔 마시고서 동태국을 끓여 아침을 먹었다.
"크흐으."
속이 단번에 풀렸다.
"잘 먹었습니다."
설거지까지 깔끔하게 끝내고 나니 몸이 찝찝해졌다. 어제 술을 마시고 정보에 취해 제대로 씻지도 않은 탓에 몸에서 냄새가 난 까닭이다.
그래, 깔끔하게 시작해야지.
코인 매수를 위한 준비를 진행하기 전에 몸에서 나는 콤콤한 냄새부터 지우기로 했다.
화장실로 들어가 샤워를 마치고 산뜻한 기분으로 거실 소파에 몸을 눕혔다.
냐아아.
어느새 다가온 럭키가 류성의 옆구리 위에서 몸을 웅크린 채 얼굴을 파묻었다.
"귀엽기는."
럭키를 가볍게 만져준 뒤 스마트폰을 꺼냈다. 다운비트 어플을 내려받고서 회원가입을 진행했다. 이후 돈을 입금하려는데 그 과정이 생각보다 복잡했다.
상당히 귀찮네.
그러나 내일 상장되는 라이어코인 매수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었다. 오늘은 종일 바쁘게 움직여야 할 것 같았다.
"일단은..."
이리저리 알아보면서 비대면으로 계좌를 개설했다.
후우, 끝났네.
정말 코인을 시작할 거라는 실감이 났다.
평소에도 코인에 관심은 있긴 했었다. 다만 돈이 없어서, 혹은 그저 두렵다는 이유로 외면해왔던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정보가 존재했으니까.
그 든든함이 류성에게 한 가지 목표를 부여했다.
투자.
그 단어가 생에 처음으로 가슴에 꽂혔다.
“투자라...”
가슴을 설레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었다.
전업, 투자자.
스치듯 지나가는 그 직업에 괜히 웃음이 났다.
가능할지도.
제대로 해보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계좌에 있는 현금을 확인했다.
지닌 돈은 총 900여만 원.
많이 아쉬운 수준이었다.
600%가 넘어가는 수익을 볼 기회이니만큼 최대한 돈을 긁어모으는 게 중요했다. 백수로 지내다 보니 신용대출이나 마이너스 통장은 힘들었다. 가장 먼저 떠오른 건 부모님이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설득할 자신이 없었다.
괜히 걱정 끼치기도 싫고.
결국, 남은 사람은 한 명뿐이었다.
♪♩♩♬♪♩.
마침 물주에게서 연락이 왔다.
"타이밍 좋네."
스마트폰의 통화 버튼을 누르자 어제 함께 술을 마신 이신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 해장은 했냐?)
"넌?"
(아직이지. 밥 안 먹었으면 해장국이나 먹으러 가자.)
"먹긴 했는데... 일단 보자. 부탁할 것도 있고."
(부탁? 돈 얘기면 입도 떼지 마라.)
"돈 얘기 맞는데."
(아, 젠장.)
잠깐의 침묵이 흐르고.
(에휴, 급하냐?)
"많이. 근데 며칠 안으로 갚을 거야."
(쯧. 일단 치킨집 앞에서 보던가.)
"지금 바로 간다?"
(그러던가 말던가. 끊는다.)
통화를 종료하는 이신우의 모습에 류성에 피식하고 웃었다.
짜식, 툴툴거리기는.
누군가는 정말 친한 친구일수록 더더욱 돈거래를 하지 말라고 한다. 하지만 때로는 그런 이야기조차 뛰어넘는 관계가 존재했다.
류성과 이신우가 그러했다.
서로 돈을 빌려주고 갚기를 무수히 반복하면서도 선을 지켰으니까. 약속을 어기지 않았기에 도리어 신뢰가 깊어진 경우였다.
*
치킨집 앞으로 향하니 마침 기다리고 있는 이신우가 보였다.
"왔냐."
"어. 일단 해장부터 하러, 고고?"
"고고!"
둘은 근처 해장국 집으로 향해 주문부터 했다. 마주 앉은 상태에서 이신우가 대수롭지 않게 툭하고 물어왔다.
"그래서, 얼마나 필요한데?"
"얼마나 있냐?"
"미친놈. 뭔 짓거리 하려고?"
코인을 한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좀 급한 일이라서. 1주일 내로 갚을 테니까 최대한 좀 빌려줘 봐."
"흐음..."
고민하던 이신우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
"1주일이라고? 확실한 거지?"
"확실하지, 아니면 내가 말했겠냐?“
"그러면... 아오, 젠장. 어떻게든 긁어모으면 대충 2천만 원 정도까지는 될 것 같은데...“
조금 놀란 마음에 되물었다.
"2천?"
"어. 부족하냐?"
사실 그 정도 액수는 생각도 못 하고 있었다. 500만 원 정도만 빌릴 수 있어도 감지덕지라고 생각했는데.
"아니, 충분하지."
"그래?"
"어. 이자는 듬뿍 쳐서 무조건! 이번 주 내로 갚을게."
"안 갚으면 뒈진다. 알지, 나 쌍둥이 아빠야."
"알았어, 인마."
이신우는 한 번 결단을 내린 이상 머뭇거리는 법이 없었다. 즉각 휴대폰 어플을 만지작거리더니 몇 차례에 걸쳐서 2천만 원을 보내줬다.
"돈이 여기저기 나눠져 있어서."
"고맙다, 진짜."
"내 전재산이야, 그거. 잘 써라."
덕분에 시드가 2900만 원이 되었다.
여기에 비상금 대출까지.
톡스나 깨깨오뱅크, 제이뱅크 등 각종 인터넷 은행에서 소액 대출을 긁어모으면 1000만 원은 더 추가가 가능할 것 같았다.
그럼 얼추 4천은 되려냐.
7배 정도 수익을 낸다고 가정하면 3억에 가까운 거액으로 탈바꿈될 터였다.
실화냐...?
며칠이면 그런 거금을 손에 넣을 수 있으리라.
"후아..."
뒤늦게 현실감이 느껴졌다.
미칠 지경이었다.
어느새 나온 해장국을 크게 떠서 먹기 시작했지만 맛이 느껴질 리가 없었다. 온통 코인 생각으로만 가득했다.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도 모를 식사시간이 흘러갔다.
"괜찮냐?"
"어?"
"급해 보이는데? 밥도 다 먹었겠다, 다음에 보자. 급한 일 잘 처리하고."
"어어, 고맙다. 그럼 먼저 갈게."
서둘러 집으로 돌아와 인터넷 은행 몇 곳에서 비상금 대출을 받았다.
좋았어...!
긁어 모은 돈은 3,900만 원이었다. 그 돈을 코인 거래소에 입금하고서 기사를 검색하며 시간을 보냈다.
[라이어 코인 D-1...]
참으로 더딘 하루였다.
그러나 시간은 흘렀고.
코인이 상장하는 14일 당일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