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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 정보권(3)
오전 8시에 눈을 뜨자마자 거래소에 들어갔다.
공지란에 들어가보니 새롭게 떠오른 게시글 하나가 눈에 확 들어왔다.
[라이어 코인 원화 상장 공지]
[6월 14일, 오전 10시 00분에 새롭게 상장되는 라이어 코인은...]
이제 딱 2시간이 남았다.
아침을 먹고 이를 닦고 샤워를 했는데도 9시밖에 되지 않았다. 억지로 이것저것을 해봐도 좀처럼 집중할 수가 없었다.
최저 가격 559원.
1원 더 높은 560원에 일부 금액만 사용해서 매수에 걸어놓을 작정이었다. 이후 정말로 559원을 찍고서 상승세로 돌아서면 마지막 남은 한 줄기 의심조차 지워버린 채 남은 금액을 전부 베팅할 계획이었다.
10분, 20분.
더디게 흐르던 시침이 드디어 숫자 10을 가리켰다.
지금!
새로 고침을 누르자 신규를 의미하는 N자와 함께 라이어코인이 최상단에 고정되었다.
그래프가 요동쳤다.
650원.
631원.
659원.
690원.
순식간에 700원이 되더니 어느새 다시 640원으로 내려왔다.
살 떨리는데, 이거.
거친 움직임을 지켜보면서 560원에 1,000만 원만 매수를 걸었다.
와라, 어서...!
어느새 가격은 800원까지 솟구쳤다.
괜스레 불안해졌다.
시스템으로 얻은 정보대로 흐르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으음.”
지금이라도 사야 할까.
잠깐 사이에 가격이 900원까지 올라갔다.
901원.
909원.
927원.
931원.
심장이 고동쳤다.
도저히 이대로 기다릴 수가 없었다. 멋대로 손가락이 움직이려는 순간이었다.
냐아아-
무릎에서 느껴지는 럭키의 목소리와 온기에 정신이 들었다.
"아...!"
한순간에 돈이라는 욕망의 늪에 빠져버렸다.
멍청한 놈.
이미 정보가 손에 쥐어져 있음에도 이런 꼴이었다.
눈을 감고서 차분하게 기다렸다.
믿자, 기다리자.
럭키의 머리를 쓰다듬으니 감정을 컨트롤하는 게 한결 수월했다.
천천히 눈을 떴다.
요동치는 그래프를 보면서도 이제는 흔들리지 않게 되었다.
차분하게 기다리자.
반드시 559원까지는 내려올 테니까.
만약 내려오지 않으면?
그럼 라이어 코인을 매수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상점에서 구매한 정보를 믿고 기다리는 건데 가격이 하락하지 않는다면 그건 정보가 잘못되었단 의미였으니까. 아무 의미 없는 정보를 기반으로 도박을 할 이유가 없었다.
10분이 흘렀다.
서서히.
아주 천천히 코인의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했고 끝내 600원이 깨졌다.
599원.
597원.
595원.
가격이 빠른 속도로 하락하더니 드디어, 560원에 걸어뒀던 금액에 차례대로 매수되기 시작했다. 정보에서 봤던 그대로가 지금, 눈앞에서 재현되었다.
이윽고 559원을 찍은 코인은 한동안 그 자리에서 가격을 유지했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코인 가격이 위로 튀어 오르며 솟구쳤다.
571원.
577원.
585원.
잠시 숨을 돌리는 걸까, 한동안 580원대에서 횡보를 이어갔다.
20분을 더 지켜봤다.
끝끝내 600원을 돌파하고서 해당 가격대를 지지하는 모습까지 확인하고서야 남은 자금을 전부 쏟아부어 매수 버튼을 눌렀다.
[매수가 체결되었습니다.]
[매수가 체결되었습니다.]
[매수가...]
총액 3,900만 원이 투입된 순간이었다.
*
가상화폐 관련 카페가 오랜만에 불타올랐다.
제목 : 이야. 얼마만이죠, 이게?
본문내용 : 크으. 간만에 알트코인이 날뛰네요! 특히 라이어코인. 이거 물건인데요? 평단 700원인데 벌써 1,000원까지 올랐어요ㄷㄷ 지금 팔아야 되려나요? 아니면 존버???
[댓글]
알코가자 : 무조건 존버죠!
비코짱짱맨 : 1500원까지 간답니다. 버스 운전 시작하기 직전이니까 안전벨트나 매세요ㅋㅋㅋ
치킨수익 : 파세요ㅋㅋㅋㅋ
존버충 : 이제 알코들 불타기 시작했는데 존버 가야죠!
기차 : 혹시 모르니 일부라도 익절합시다ㅋㅋ
주린이3 : 가쥬아아아아아!
많은 이들이 상승장을 즐겼다.
제목 : 드디어 알코 움직이는구나!
제목 : 라이어코인, 어케 보세요?
제목 : 알코 추천 좀요!
제목 : 와, 라이어 또 오르네
제목 : 버스 출발합니다!!!
하지만 그건 시작일 뿐이었다.
그날 저녁.
순식간에 가격이 솟구치더니 2천 원을 넘겨버린 것이다.
제목 : 미췬, 너무 올랐는데요?
제목 : 라이어코인 뭐 호재있어요?
제목 : 저는 정리 했습니다^^
제목 : 수익 인증!!
제목 : 아, 수익 인증 올라오는 거 보니 고점이네ㅋㅋ
많은 이들이 수익을 내기 시작했다. 인증샷이 무수히 올라오면서 투자자들의 부러움을 샀다. 그즈음 가격이 한 번 크게 출렁거렸다. 라이어 코인 1개당 가격이 1,500원으로 하락한 것이다.
제목 : ㅋㅋㅋ내가 팔라고 했잖아!
제목 : 고점이라고 했제? 했제?
제목 : 라코 이제 나락간답니다, 벨트 매세요ㄷㄷ
제목 : 이제 시작인 듯?
제목 : 하, 젠장... 손절 했음ㅠㅠ
제목 : 라이어코인, 이름값 하네ㅋㅋ
제목 : 전부 튀세요!
하락 폭이 심상치 않았다.
1400원, 1300원.
정신을 차리고 보니 1100원이 되어버렸다.
제목 : 돌았네ㅠ 반토막 나네... 하
제목 : 1900층 구조대 안 오나요...?
제목 : ㅋㅋㅋㅋ아, 빅꿀잼ㅋㅋ
모두가 일희일비하는 그 와중에도 한 사람, 류성은 부동의 자세로 게시물을 구경했다.
"재밌네, 이거."
이제 의심은 없었다.
확고한 믿음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4,008원에 육박한다는 정보를 인지한 채로 카페의 글을 보고 있노라면 그저 웃음만 나왔다.
"손절한다고? 으음."
안타까운 마음에 간간이 댓글을 달아줬다.
제목 : 너무 힘드네요ㅠㅠ
본문내용 : 결혼 자금 넣은 건데... 반토막 났습니다ㅠㅠ 여친한테 들키면 저 죽어요, 진짜... 어쩌죠...? 그냥 손절해야 할까요? 아니면 기다려야 되나요?
[댓글]
정보꾼 : 3일만 들고 계세요. 4천 원 찍는 건 볼 수 있을 겁니다. 욕심내지 말고 그때 꼭 파세요!
ㄴ존버꾼 : 나락가는 중인데요?
ㄴ프로코인러 : ㅉㅉ, 물리신 듯
ㄴ김프 : 코린이들 현혹 ㄴㄴ 2천 원도 아니고 무슨 4천 원ㅋㅋㅋ 지대로 미치셨는데?
ㄴ알코짱짱 : 이 기세로 3일 뒤면 400원은 찍을 거 같네요ㅎㅎ
닉네임 정보꾼.
누구도 류성의 댓글에 귀를 기울이진 않았다.
*
라이어 코인이 바닥을 다지고서 다시 가격상승의 기세를 뿜어냈다.
제목 : 바닥 다졌죠? 그렇죠? 출발 신호인 거죠?
본문내용 : 라이어 코인아, 제바루 가쥬아아아아!!! 제발요, 부탁드립니다! 신이 존재한다면 부디 한 번만 대박을 터트릴 수 있는 기회를 주소서! 으아아아아악!
[댓글]
스릴러 : 이상, 물린 자의 절규였습니다...
ㄴ익절하자 : 팩폭 자제 좀...ㅠ
ㄴ스릴러 : ㅋㅋㅋㅋㅋㅋ
ㄴ일꾼 : 아, 개뿜엇네ㅋㅋㅋ
류성은 댓글 보던 걸 멈추고서 어플로 들어가 현재 가격을 확인했다.
라이어 코인 1,276원△5.7%
9시가 되는 순간 장이 초기화되었고 현재 시각 10시 11분, 5.7퍼센트의 상승을 이뤄냈다.
적지 않은 수치였다.
다른 코인이 횡보하거나 하락세인 와중에 이뤄낸 쾌거이기도 했다.
"아직이라고."
이미 정보를 신뢰하고 있는 상태인지라 1,276원이란 금액이 턱없이 부족하게만 느껴졌다.
이틀만 기다리면 돼.
그 시간만 견뎌내면 정보지에 적힌 대로 4,008원에 도달할 것이다. 그럼 그보다 8원 낮은 4,000원에 전부 매도할 계획이었다.
그게 안전할 테니까.
류성은 현재 수익률을 체크했다.
라이어 코인
수익률+115%
매수금액 39,000,000원
평가손익 44,850,000원
추정자산 83,850,000원
정말 엄청난 액수였다.
수익금만 4,485만 원이었으니까.
"겨우 하루 만에..."
평범한 회사원 연봉 이상을 벌었다.
현실감이 없었다.
거세게 박동하는 심장의 고동을 몇 번이나 느껴야만 했다.
조금 가라앉았다 싶으면.
두근, 두근.
또 다시 심장이 고동쳤다.
그래도 수시로 가격을 체크하면서 지켜보던 습관은 서서히 사라졌다.
흥분도 많이 가라앉았다.
조금씩 커지는 액수에 서서히 적응하기 시작했다.
물론 쉽지는 않았다.
6천만 원 이상의 수익으로 총 금액이 1억을 넘어서는 순간 또 한 번 심장이 철렁하는 기분이었으니까. 그러나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했다.
그릇은 천천히.
하지만 분명하게 자라나고 있었다.
“으음.”
확실한 정보가 있기에 한결 수월했다. 정보를 수시로 되뇌고 불어나는 수익을 직시하면서 하루에도 수백 번씩 자신을 다독인 결과, 드디어 금액에 흔들리지 않을 수 있게 되었다.
그 즈음.
진정한 상승이 시작되었다.
*
코인 갤러리에 올라오는 글 대부분이 비슷한 내용이었다. 하나같이 라이어 코인의 미친 상승에 놀라워하거나 부러워했다. 뒤늦게 탑승했다며 자랑하기도 했고 잠깐의 출렁임을 견디지 못하고 손절했다며 울먹거리는 이들도 보였다.
그들 전부가 하나의 코인에 집중하고 있었다.
라이어 코인.
지금도 쉴 새 없이 관련 글이 올라왔다.
제목 : 미쳤네, 롤코 진짜...
본문내용 : 이거 버티는 사람 있어요? 롤코가 너무 심한데요? 2분 전에 개당 2,700원에 샀는데 사자마자 2,100원으로 떨어졌어요. ㅅㅂ... 순식간에 600마넌 마이너스임. 하아...
[댓글]
그러게 : 조심하지 그랬니
울프 : 최고점이네ㅋㅋㅋ
5년차 : 라이어는 개미 너무 몰렸음. 나락갈거임!
가격이 오를수록 긍정론자와 부정론자의 갈등이 격화되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라이어 코인은 끝내 엄청난 물량을 집어삼키며 3천 원에 도달했다. 하지만 막상 제대로 수익을 낸 이는 드물었다. 고점에서 사고 저점에서 팔아버린 탓이었다.
제목 : 이쯤에서 보는 라이어 코인 평단가!
내용 : 형들, 평단가 좀 알려줘 봐!
댓글이 빠르게 달렸다.
2500원, 2900원, 2200원 등등.
칼잡이 : 천 원 미만 없음? 참고로 난 2100원
ㄴ가쥬아 : 없을 듯. 이런 미친 롤코는 난생 처음이라ㄷㄷㄷ
ㄴ코린이1 : ㅠㅠ 전 3000원요
ㄴ코린이3 : 최고점 등장ㅋㅋㅋ
그때 하나의 댓글이 달렸다.
정보꾼 : 평단 589원이요
ㄴ코린이1 : 인증없음 뭐다?
ㄴ5년차 : 에이, 이건 좀ㅋㅋㅋㅋ
ㄴ가쥬아 : 말이 됨? 못 믿겠는데...
류성은 그들의 반응에 미간을 좁히다가 스샷을 찍어 인증글을 올렸다.
제목 : 라이어 코인 평단가, 인증샷
본문내용 : 보이시죠?
[댓글]
코린이1 : 헐... 진짜네ㄷㄷ
코린이3 : 형님! 존경합니다! 와ㅁㅊ, 수익률이...!
의자왕 : 저 가격에 사서 어케 지금까지 버틸 수 있는 건지... 진짜 미치셨네ㅋㅋ
실화냐 : 평단도 대단한데 매수금액도 ㅎㄷㄷ하시네
칭찬에 괜히 입꼬리가 씰룩거렸다.
어우, 아니지.
이럴수록 더욱 침착할 필요가 있었다.
목표까지는 아직 멀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