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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 개발자의 최후(1)
느긋한 마음으로 댓글을 살펴보던 중이었다.
“음?”
생각지도 못한 부분이 주목을 받고 있었다.
제목 : 와, 정보꾼 이 사람 미쳤는데요?
본문내용 : 지금 이슈되고 있는 게시글 작성자가 정보꾼이잖아요. 닉네임 누르고 들어가 보니까 예전에 작성했던 댓글도 보이더라고요, 그거 보고 소름 돋았네요ㄹㅇ
[댓글]
까불이 : 뭔지 궁금해서 봤는데... 무쳤는데, 이 사람?ㅋㅋㅋ
ㄴ쥐새끼 : 뭔데 그럼?
ㄴ까불이 : 직접 보세요, 진짜 개소름임
ㄴ쥐새끼 : 보고 왔다ㅅㅂ 팬티 젖어서 갈아입고 왔다
ㄴ까불이 : ㅋㅋㅋㅋㅋ
까치 : 위에 오버들 하네.
ㄴ까치 : ㅈㅅ, 오버 아니었네. 보는 순간 내 눈을 의심했음ㄷㄷ
류성은 고개를 갸웃거리다 중간 즈음 위치한 댓글을 보고서야 상황을 이해했다.
10년차 : 작성자 예전 댓글 보면 어느 징징거리는 게시물 몇 개에 조언 댓글 올렸음. 거기 보면 4천원까진 오를 테니 꼭 그 가격대 오면 팔라고 적혀있음. 더 보고 싶으면 대댓글에 단 거 읽어보셈.
ㄴ10년차 : 심지어 본인은 정확히 4천원에 매도한 걸 스샷으로 올린 적도 있었음. 그 4천원이란 금액이 놀라운 이유는 최고점이 4,008원이어서임. 재밌는 건 오늘 올라온 정보꾼이란 사람의 스샷을 보면 평단가가 600원이 안 됨. 글자제한 있어서 다시 대댓글 달겠음.
ㄴ10년차 : 아무튼, 단순히 그냥 아무런 가격이나 막 던진 게 아니라는 얘기. 4천 원까지 올라간다고 예측한 것도 그렇고 실제로 그 가격에서 매도한 것도 놀라운데 그게 최고점인 4008원 부근이라는 점에서 이미 지려버림.
ㄴ10년차 : 내 팬티, 물어내라^^
ㄴ코인사자 : 아, 이건... 리스펙인데?
ㄴ둥둥 : 팬티 지림에 동참한다
ㄴ주린이2 : 동참 완료ㅋㅋㅋ
ㄴ2년차 : 이 댓글 보자마자 매도했어요, 수익 감사!
ㄴ코장군 : 매도 완료!
ㄴ확인사살 : 아, 이건 따라야지, 뭐... 나도 매도!
ㄴ킬포 : 나도 매도한다ㅠㅠ
안타까움에 적었던 몇 개의 댓글이 이렇게 연결될 줄이야. 덕분에 생각보다 더 많은 코린이에게 영향력을 끼칠 수 있을 것 같았다.
*
라이어코인 개발자는 코인을 매도하면서 비릿하게 웃었다.
"멍청한 놈들."
그가 들고 있는 코인이 50프로. 채굴되어야 할 코인이 40프로. 그렇기에 시중에 풀린 코인은 겨우 10퍼센트에 불과했다. 그 정도 물량으로는 절대로 이런 거래량은 나올 수가 없었지만, 사람들은 아둔하게도 그 부분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덕분에 편안한 마음으로 조금씩 개미들에게 코인을 던져버리는 중이었다.
"오늘까지만 더 개미들 끌어들이고, 내일부터는 제대로 던져야겠어."
그는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네, 접니다. 자전거래 유지하면서 인터넷 기사 뿌려서 개미들 더 꼬이게 해주세요. 물론이죠. 내일부터 제대로 던질 겁니다. 당연하죠, 전에도 말했다시피 수익의 절반을 드릴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요. 아니, 지금 자전거래 하면서 나가는 수수료가 대숩니까. 걱정하지 마시라니까요. 거, 참. 아시잖아요, 지금 코인 가격. 네네, 그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이제 결전의 날이 하루 남은 시점.
개발자는 라이어코인의 반응을 보기 위해 코인 갤러리에 접속했다. 그러다 이상한 글이 베스트 1위에 올라와 있음을 발견했다.
"뭐야, 이건? 라이어코인, 내일부터 급락할 확률이 높은 이유?"
미간을 찌푸리며 게시물을 클릭했다. 내용을 보는 순간 그는 본인도 모르게 책상을 콰앙하고 내려칠 수밖에 없었다.
"이런, 미친!"
너무 느긋했던 모양이었다.
젠장, 너무 여유를 부렸어.
그러다 흥분을 가라앉히니 새로운 생각이 떠올랐다.
아니, 아니지.
이건 그냥 한 사람의 의견일 뿐이었다. 많은 코인 중독자들은 결코 이런 글에 현혹되지 않으리라.
"그래, 하나같이 멍청하니까."
그렇게 믿으며 댓글을 확인했지만, 의외에 상황에 눈 끝이 파르르 떨렸다.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너무나도 좋지 않았다. 손톱을 잘근잘근 깨물며 다른 곳을 살펴봤지만, 거기마저도 같은 내용으로 불타오르는 중이었다.
안 되겠어.
내일부터 시작하려고 했지만 아무래도 계획을 바꿔야 할 것 같았다.
“빌어먹을.”
세력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금, 게시판 봤어요? 네, 네, 뭐... 일단 한 번 보세요."
조금 기다리자 스마트폰을 통해 우려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압니다, 네. 그래서 그냥 지금 던지려고요. 네, 자전거래 서서히 멈춰주시고요. 저는 정확히 10분 뒤부터 매도하죠."
통화를 끊고 10분을 기다렸다.
이제 본격적으로 라이어코인을 던질 시간이었다.
"쯧.“
조금 아쉽긴 하지만.
“어쩔 수 없지.”
그래도 엄청난 수익을 올린다는 건 변함이 없었으니까. 애써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매도 버튼을 눌렀다.
그런데.
생각했던 것보다 매수세가 너무 약했다. 매도에 올린 코인을 매수하는 이가 거의 보이지 않을 지경이었다. 자전거래도 멈춰버린 시점이라 더더욱 그러했다.
"뭐야, 이거...?"
개미가 꼬일 대로 꼬인 터라 적지 않은 매수세가 존재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젠장, 이게 말이 되나?
별수 없이 한참 아래에 있는 매수량을 보면서 코인을 던졌다. 가격이 단번에 3퍼센트나 하락했지만 사실 무에서 창조한 코인이었기에 무조건 이득이었다. 조금 짜증은 나지만 괜찮다고 여기며 다시 매도를 시작하려는 순간.
"어어...?"
가격이 무서운 속도로 내리꽂혔다.
패닉셀이었다.
놀란 마음에 대량의 매물을 한참 아래쪽 가격으로 던져버렸다. 그런데 팔리는 건 극히 일부일 뿐이었다.
“이런, 미친!”
패닉셀에 대량의 매물까지 더해지면서 가격은 걷잡을 수 없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한편.
라이어코인을 구매한 많은 이들이 류성이 작성한 글을 읽었다. 일부는 매도했고 일부는 욕심에 여전히 들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도 언제든 매도할 수 있게 호가창을 주시하는 상태였다.
그 와중에 벌어진 사건.
[제목 : 거래가 멈췄는데요?]
[내용 : 뭐임, 렉임?]
[댓글]
초고수 : 자전거래 멈춘 듯?
ㄴ코린이1 : 왜요?
ㄴ초고수 : 글쎄요ㅎㅎ
ㄴ침묵 : 흐음...ㅋㅋ
무언가 싸한 분위기가 피어나기 시작했다.
그 순간, 개발자가 매도해버렸다.
단번에 3퍼센트가 넘게 빠져버리니 놀란 개미들이 우르르 모여들어 매도에 동참하기 시작했고 결국 패닉셀에 이른 것이었다.
제목 : ㅠㅠ안되겠다, 나도 매도!
제목 : 에휴, 그래도 조금 수익을 내긴 했네요
제목 : 와, 엄청 빠지는데...?
제목 : 후우, 위험했다ㄷㄷ
제목 : 믿으라니까, 우리 정보꾼 형이 말한 대로만 하라고!
제목 : 진짜로 이렇게 된다고?
그 모습에 다른 개미들마저 매도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제목 : 와, 어마어마하게 빠진다...!
제목 : 매수세가 없음ㅋㅋㅋ
제목 : 패닉셀...ㅠㅠ
물론 이런 부정적인 상황 속에서도 매수하려는 이들은 존재했다.
제목 : 정보꾼은 무슨, 이럴 때 사야지!
제목 : 가쥬아아!
제목 : 공포에 매수하라!!
제목 : 지금이 기회다, 라이어 코인 탑승ㄱㄱ
제목 : 지금 사야 부자된다^^
그들은 진정 도박에 미친 자들이었다.
그러나 보통의 사람들.
그저 일상을 영위하며 조금의 생활비라도 더 벌어볼 목적으로 코인 시장에 뛰어든 이들은 이 분위기를 견디지 못했다.
누군가는 수익을.
누군가는 약간의 손해를 보면서 코인을 매도했다.
2000원, 1500원, 1000원.
빠른 속도로 가격이 내려갔다.
700원, 500원, 300원.
몇 시간도 되지 않아 도저히 회복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
제목 : 와, 팝콘각 지대로네?
제목 : 어후, 살았다ㅋㅋ
제목 : 정보꾼 형님, 스승으로 모시고 싶습니다!
제목 : 한 편의 영화를 본 기분이다...
제목 : 감사합니다ㅠㅠ
제목 : 거짓말 코인 때문에 진짜 큰일 날 뻔했네요! 이름 그대로 구라코인이었어, 젠장할ㅋㅋ
제목 : 전재산 날릴 뻔했음
제목 : 아, 제발, 님들. 살려주세요!!! 아직 못 팔았다고오오옥!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종 카페나 갤러리 등의 분위기는 생각보다 좋았다. 돈을 크게 잃어버린 개미가 극히 일부에 불과한 수준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
코인 개발자는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젠장, 젠장...!"
그는 세력들에게 수익의 절반을 주기로 했었다. 문제는 코인의 가격이 너무 빠른 속도로 떨어졌고 매수세가 거의 사라진 상태에서 매도를 진행한 터라 수수료를 감당할 수준의 수익도 내지 못했다는 사실이었다.
24시간 내내 자전거래를 하면서 가격을 높여나갔으니 그 수수료만 해도 엄청난 금액이었다. 그러니 걱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잔인한 녀석들인데...!
두려움에 계속해서 걸려오는 전화를 피했다.
어, 어쩌지, 이걸?
그때 누군가가 현관문을 쾅쾅, 두드렸다.
"거기 있는 거 아니까, 나오지?"
세력에 속한 사람이었다.
놈들이 도착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심장이 벌렁거렸다.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할 필요조차 없었다. 지금 걸리면 죽을지도 모를 일이었으니까.
숨조차 죽인 채 집에 없는 척을 했다.
발 소리 하나 내지 않았다.
하지만 녀석들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쾅! 쾅쾅!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더욱 커졌다.
"문 열라고, 새끼야! 아니면 부수고 들어가리? 들어갔는데 만약에 있다? 그럼 너 진짜로 죽어."
그 말에 개발자는 몸을 떨었다.
그래도 버텼다.
공포와 두려움이 더욱 커진 탓에 현실을 마주하고 싶지 않아졌다.
“새끼, 기다려라. 문을 아주 아작을 내버릴라니까.”
둔탁한 소리가 대문을 가격했다.
콰아아앙! 콰앙!
폭탄이라도 떨어진 듯한 감각이었다.
정신이 번쩍하고 들었다.
이대로 문이 부서진다면?
저들이 들어온다면?
절대로 용서해주지 않을 것이다.
차라리...!
직접 열어주는 게 용서받을 유일한 길일지도 몰랐다.
"진짜 안 열어? 이제 곧 부서질 텐데? 그럼 너 진짜 죽어!"
"여, 열게요...“
"하, 시바. 드디어 대답하네, 3초 준다. 그 안에 열어.“
"지, 지금 연다구요..."
"흐흐, 그래. 서둘러, 인마."
떨리는 손으로 도어락을 풀었다.
띠리릭.
잠겨있던 문을 열렸다. 열리는 틈 사이로 드러나는 험상궂게 생긴 사내들. 사나운 눈빛으로 집안으로 들이닥쳤다.
"빌어먹을 새끼.“
가장 선두에 있던 사내가 개발자의 볼을 툭툭, 건드렸다.
한 대, 두 대, 세 대.
쫙쫙, 거리는 소리가 점점 커졌다. 코인 개발자의 볼이 붉게 달아올라 부풀어 오를 때까지 그 행동이 이어졌다.
"너 때문에 우리 피해가 얼만지는 알지?"
"죄, 죄송합니다..."
"그래, 뭐. 일단 이야기부터 해보자고. 한 대 더 맞고."
마지막으로 휘갈긴 뺨 한 대에 개발자가 휘청거리며 바닥에 쓰러졌다. 그 앞으로 쪼그려 앉은 사내가 비릿하게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수수료부터 계산해볼까? 감당은 되겠어?"
"그, 그게..."
"똑바로 대답 안 하냐? 뒈지고 싶어?"
개발자는 눈앞에 놓인 주먹에 멘탈이 나가버렸다. 험상궂은 사내 여러 명이 둘러싸고 있으니 정말 죽을 맛이었다. 제대로 된 생각도 들지 않았고 머리는 텅비어버린 느낌이었다. 지금 할 수 있는 말은 오직 하나뿐이었다.
"죄, 죄송합니다!"
"안 된다는 거지?"
"그게, 그러니까..."
"하, 돌아버리겠네. 된다는 거야, 안 된다는 거야!"
"아, 안 됩니다! 죄송합니다!"
"새끼, 죄송할 건 없고 어떻게든 갚아야지. 안 그래?"
"예, 예. 가, 갚아야죠."
"일단 몸 안에 있는 거부터 뱉어내자고."
"네...?"
"장기 몇 개 떼자고, 새끼야. 코인 팔아서 벌어들인 돈까지 합하면 뭐, 그래. 아쉬운 대로 어느 정도는 메워질 것도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냐?"
"어, 어어..."
"동의한다고? 흐흐, 그래야지."
"자, 잠깐만요! 살려주세요, 제발!“
개발자가 바닥을 기었다.
두 손이 발이 될 때까지 싹싹 빌었다.
"왜 이래, 이거? 누가 죽인다고 했어? 안 죽을 정도로만 뗄 테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근데 이 새끼, 장기는 튼튼하려나 모르겠네.”
대장으로 보이는 사내가 부하들을 훑었다.
“뭐하냐, 너네는? 구경났어? 어서 끌고 가!"
"예, 형님!"
"제발, 제발 살려주세요! 어떻게든 갚는다니까아아아!"
"새끼가, 시끄럽게.“
결국, 주먹맛을 보고서야 입을 다무는 개발자였다.
"끄, 끄으으읍...“
그의 앞날에 짙은 어둠이 드리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