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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1)
류성은 떠오른 글자를 집중해서 읽어갔다.
충격적이었다.
영향을 받은 인물이 무려 3,781명이나 될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
정말 단기간에 이슈가 되어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렇다곤 하더라도 사실상 라이어코인을 매수한 사람이 아니라면 반응할 게 없는 내용이었다. 그럼에도 저런 많은 개미가 반응했다는 건 가상화폐에 투자하고 있는 개인투자자가 그만큼 많다는 의미이리라.
"엄청나네, 정말."
일개 알트코인 하나에서 저 정도로 많은 개미가 단타를 하고 있을 줄은 정말 상상도 하지 못했다. 아마 저조차 일부일 터였다. 류성의 말을 듣지 않거나 혹은 반대로 행동한 개미들 또한 많았으니까.
아무튼, 덕분에 획득한 19점의 선행 포인트에는 절로 미소가 그려졌다.
현재 지닌 1점을 더하면 총 20점.
이러면 랜덤뽑기를 2회나 진행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전과 같은 행운이 다시 찾아올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둘 다 꽝이라도 뜨면?
생각만으로도 진저리가 쳐졌다.
이번엔 참자.
퀘스트가 몇 번만 더 나와주면 충분히 30점을 모을 수 있을 터였다. 그때 확실한 정보를 구매하는 게 훨씬 안전한 길이었다.
"그게 맞겠지, 럭키야?"
냐아아?
"흐흐, 그래, 그래."
스스로의 계획에 만족하며 상점 시스템을 확인했다.
1. 현금 100만원
필요 선행 포인트 : 1
2. 랜덤 주식 및 코인 정보
-국내 또는 해외 기업들, 그리고 코인과 관련 있는 정보를 취득할 수 있으나 정보의 수준은 랜덤이다.
필요 선행 포인트 : 30
3. 피로회복 물약(하급)
-일정 수준의 피로를 단번에 회복시켜주는 물약이다.
필요 선행 포인트 : 20
4. 치료제(하급)
-간단한 외과적 수술, 혹은 내과적 수술이 필요한 정도라면 즉각적인 치유를 기대할 수 있다. 심각한 병세에 사용할 경우 아주 미미한 효과만 볼 수 있다.
필요 선행 포인트 : 100
5. 랜덤뽑기(하급)
-하등 쓸모없는 쓰레기부터 상점에서는 구할 수 없는 일부 물품이 랜덤으로 등장한다. 매우 낮은 확률로 일반적인 상점에서는 구할 수 없는 특이한 상품도 습득할 수 있다.
필요 선행 포인트 : 20
[현재 지닌 선행 포인트 : 20]
기존과 달라진 게 없...?
순간 미간이 찌푸려졌다.
어라?
5번 물품, 랜덤뽑기의 마지막 문단이 달라졌다. 정확하게는 필요포인트가 10에서 20으로 바뀐 상태였다.
"으음...!"
억눌린 신음이 흘러나왔다.
짧게 이어지는 침묵.
이내 한숨을 내쉬며 어깨를 으쓱거릴 수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일정 횟수 물건을 구매하게 되면 필요포인트가 늘어나는 모양이었다. 조금 당황스럽긴 하지만 이해하지 못할 부분은 아니었다.
받아들일 수밖에.
나중에는 지금보다 더 큰 수치의 포인트를 얻게 될 가능성이 큰데 필요포인트가 고정되어 버리면 밸런스가 무너질 테니까.
"그래, 인정."
다른 부분은 바뀐 게 없었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상점 시스템을 닫았다.
뭐, 이게 더 나을지도.
20점을 사용해서 랜덤뽑기를 구매하는 건 너무 비효율적이었으니까. 고민할 거리가 사라졌다는 점에선 충분히 긍정적이었다.
이건 이제 됐고.
퀘스트와 상점에 대한 고민을 끝마치자 직업에 관한 상념이 다시 떠올랐다.
전업투자자.
방으로 들어가 노트북을 열고 해당 직업을 검색해봤다.
[전업 투자는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나는 하루에도 단타로 매일 일정한 수익을 올리고 있으나 여전히 배가 고프다.]
[실적이 있는 기업을 믿고서 장기적인 마인드로 투자를 이어가야만 안정적으로 수익을 거둘 수 있다.]
[전업이기에 오히려 규칙적인 생활을 해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삶의 퀄리티를 높일 수 없다.]
[도박이 아니라 투자로서 대한다면 당신의 미래는 분명 찬란할 것이다.]
많은 이야기가 존재했다.
그 이야기에 흠뻑 빠져들 무렵, 노트북이 갑자기 멈췄다.
"아, 또 먹통이네."
7년이 훌쩍 넘은 노트북이라 그런지 확실히 맛이 가기 직전이었다.
새로 사야 하나?
돈은 충분했다.
이신우에게 빌린 돈과 비상금 대출을 전부 갚고 나서도 약 2억 5천만 원이 남아 있는 상태였으니까.
2억 5천.
정말 엄청난 금액이었다.
그런 어마어마한 거금을 지니고 있다고 재차 인지하는 순간 돈이 없어 참아왔던 구매 욕구가 한순간 폭발해버렸다. 그간 갖고 싶었던 여러가지 물품이 촤르륵, 눈앞을 스치고 지나갔다.
"첫 수익도 제대로 냈는데 기념품 정도는 사야지. 안 그러냐, 럭키야?"
냐아아.
일단은 본인을 위한 플렉스.
다음은 가족을 위한 선물.
그 정도로 정리한 뒤에 검색창에 단어를 채워 넣었다.
<최신형 노트북>
엔터를 누르자 물품이 촤르륵, 나열되었다.
화려하면서도 늠름한 최신식 사양 노트북들이 그 자태를 영롱하게 뽐냈다.
와우...!
벌써부터 눈이 돌아갔다.
*
침대에 누워 즐기는 인터넷 쇼핑의 맛은 생각 이상으로 달콤했다.
이걸 살까, 아니면 저거?
가격에 대한 부담이 없어지니 쇼핑이 너무 즐거웠다.
"역시 이거지."
최근 계속 갖고 싶었던 2in1 노트북을 지르기로 결정을 내렸다. 적당한 사이트에 들어가 최고 사양으로 맞춰보니 가격이 무려 350만 원이었다. 예전이었으면 심장이 떨리고 손이 떨려 결제 버튼을 절대 누르지 못했겠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의자도 바꾸고.
추가로 기계식 키보드와 인체공학 마우스까지 추가했다.
"날짜도 정할 수 있잖아?"
세상 참 좋아졌다.
뭐, 가족들 선물도 사야 하니 같은 날로 지정하면 될 것 같았다. 계획을 실행하기에 적당한 시기를 대략적으로 가늠한 후, 그 날 택배가 도착하도록 설정했다.
오케이, 됐고.
곧바로 결제를 진행했다.
[결제가 진행 중입니다.]
[결제가 완료되었습니다.]
정말 간단하게 끝난 구매 절차였다.
"자, 이제..."
가족을 위한 선물을 구매할 차례였다.
먼저 동생들부터.
고민해보지만 사실 녀석들이 뭘 필요로 하는지 모르는 상태였다. 이럴 때는 역시 직설적으로 물어보는 게 최고이리라.
-뭐하냐?
류환에게 문자를 보내니 숫자 1이 사라지면서 답장이 왔다.
-학교 가는 중이지, 알잖아. 왜?
-혹시 요즘 필요한 거 있냐?
-많지.
-뭔데?
-알아서 뭐하려고.
하, 이 녀석들은 쉽게 가는 경우가 없다니까.
그냥 패스할까?
차라리 부모님 선물만 사는 게 더 나을 것도 같았다.
-없으면 말고.
-...없는 건 아니고.
또 그런 분위기를 메시지만으로도 귀신같이 읽은 걸까. 전과 달리 즉각적으로 대답하는 모습에 실소가 새어 나왔다.
-뭔데.
-태블릿...?
-무슨 태블릿?
-우주탭s9플러스 풀옵션...?
-상세하네, 새끼?
-근데 왜?
-그냥 물어봤다.
-쳇, 난 또.
메시지를 가볍게 씹어준 뒤 곧바로 태블릿을 검색했다.
150만 원이네.
일단 장바구니에 넣어두고.
-갖고 싶은 거 있냐?
이번에는 류현아에게 물어봤다.
-살바토레 페라가모 모델 중에서 탑 핸들 백, 신상으로?
1초의 고민도 없이 바로 명품 가방이 튀어나오다니.
얼만지나 일단 볼까.
검색해보니 가격은 90만 원 정도였다.
“흐음, 생각보다는 뭐.”
브랜드 자체가 그리 고가의 물건을 파는 브랜드가 아니었다. 요즘 유행하는 중저가의 브랜드라고 하면 되려나. 적당하다 싶은 마음에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데 연이어 메시지가 왔다.
-왜 물어보는데???
-나한테 사줄 건 아닐 테고. 여친이라도 생겼냐?ㅋㅋ
-쓸데없는 데 돈 쓰지 마라ㅎ
-돈도 없잖아, 그지야ㅋㅋ
-전에 무슨 이벤트로 현금 받았다더니, 그거 지금 막 쓰는 건 아니지?ㅇㅇ?
저 끝에 붙는 'ㅋㅋ'이나 'ㅎ'같은 초성체가 이상하게 거슬린단 말이지.
답변하는 게 귀찮기도 하고.
-대답 안 하냐? 빡치게!!!!
이번에도 가볍게 메시지를 씹어줬다.
-아오!!!
무시한 채 부모님 선물을 잠깐 고민해봤다.
이거야, 뭐.
아주 쉬운 문제였다. 아버지의 낡은 구두와 지갑, 그리고 어머니의 가방은 볼 때마다 마음에 걸렸던 부분이었다.
“좋은 거로 사드려야지.”
솔직히 그 외에도 여러 가지 물건을 더 구매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하지만 처음부터 너무 많은 선물을 전하면 부모님도 부담을 가질 것 같았다. 몇 번을 다시 생각해봐도 당장은 이 정도면 충분할 것 같았다.
천천히, 하나씩 바꿔드리는 게 더 좋으리라.
이렇게 사자.
물건이 가득 담긴 장바구니를 바라보며 구매를 진행했다.
[결제가 완료되었습니다.]
상당한 액수의 돈을 사용했지만 기분은 이상하게 좋았다. 태어나 처음으로 하는 제대로 된 선물이기 때문일까. 그러고 보니 지금까지 양말 같은 소소한 선물조차 한 번 해드린 적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
괜스레 스스로가 한심해졌다.
이제라도 달라지자.
결심하며 흐뭇하게 웃고 있는데.
냐아아.
럭키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음?
슬쩍 고개를 돌리니 침대 아래에서 류성을 빤히 올려다보는 중이었다.
“오구, 우리 럭키, 왜 그래?”
조심스레 안아 침대 위에 올려줬음에도 녀석의 구슬픈 울음은 그치지 않았다.
"으음...?"
냐아아...?
"왜 이러지?"
냐아아아?
마치 뭔가를 바라는 눈빛이었다.
착각이려나.
그 순간, 한 가지 놓치고 있던 사실을 깨달았다.
"아? 그러고 보니 럭키 선물을 안 샀네."
냐아아아!
바로 그게 정답이라는 듯, 럭키가 한층 강하게 울었다.
"허, 참. 알았어, 사줄게. 진짜 이럴 때 보면 꼭 말이 통하는 거 같다니까."
미안한 마음으로 다급히 인터넷을 뒤졌다.
"이런 것도 잘 먹으려냐?"
냐아아!
"좋다고? 그럼 장바구니에 담고.“
냐아!
"이건? 좋아? 그럼 이건? 오구오구, 그랬어?“
냐아아아!
그렇게 럭키를 위한 간식과 각종 장난감까지 구매를 마치고서야 모든 쇼핑이 끝난 것만 같은 만족감이 차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