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돈과 재능이 쏟아져-21화 (21/277)

────────────────────────────────────

────────────────────────────────────

정보권 구매(2)

준비하면서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1주일, 그 시간 동안 해야 할 부분을 체크했다.

일단 너튜브 생방송 준비.

모니터를 비롯하여 필요한 물건은 전부 사놓았으니 세팅만 하면 그만이었다.

여기에 가면을 추가했다.

돈 버는 걸 알리는 건 생각보다 위험한 일이었다. 어떤 인기 비제이는 방송에서 돈 자랑을 했다가 강도를 당하기도 했으니까.

"난 더 심할지도."

류성은 퀘스트가 보증하는 정확한 정보를 토대로 매매를 진행하게 될 터. 당연히 수익이 엄청날 수밖에 없었다. 그건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심해질 것이고. 그러니 괜한 구설에 오르는 건 사양하고 싶었다.

더불어 강도와 같은 위험성을 완전히 제거해버릴 수도 있으니 일거양득의 효과였다. 아예 모습이 안 나오게 할 수도 있지만 그건 또 생동감이 느껴지지 않을 것 같아서 준비한 최후의 한 수가 바로 가면이었다.

"나름 임팩트도 있겠지."

하회탈 가면이었으니까.

살짝 광기에 어린 듯한 주름진 미소. 이걸 쓰고 주식을 매매하면서 시청자와 소통할 거라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기대가 되었다.

"방송준비는 됐고."

막상 생각하니 크게 더 할 일은 없었다.

아, 맞다!

순간 또 다른 퀘스트 보상이 생각났다.

랜덤카드!

생각난 김에 카드를 떠올렸는데 어쩐지 평소와 조금 다른 카드가 눈앞에 나타났다. 무슨 차이인가 싶어 생각해보니 그동안 떠오른 카드의 테두리는 하얀색이었는데 지금 카드는 테두리가 은색이었다.

보상창을 다시 확인해봤다.

하급...!

이번 동창회 모금을 클리어하고 받은 보상은 '최하급 랜덤카드'가 아니라 '하급 랜덤카드'였다.

확실히 돈을 쓰니까 다르긴 달랐다.

뭐가 나올까나.

기대하면서 카드를 오픈했다.

촤르륵.

돌아가는 무수한 카드 중에서 가장 이끌리는 하나를 선택했다.

[하급의 ‘재능’을 택했습니다.]

[보상으로 ‘시나리오를 보는 눈’을 습득합니다.]

[재능을 떠올리면 확인할 수 있습니다.]

류성이 주먹을 꽈악 쥐었다.

드디어...!

그간 계속되는 꽝 세레모니를 탈출했다. 한눈에 봐도 심상치 않은 느낌의 재능이었다. 심지어 소모성이라는 단어도 붙어있지 않았다.

“후아, 후아.”

심호흡을 통해 긴장을 풀면서 재능을 확인했다.

[시나리오를 보는 눈]

[90일마다 한 번씩 사용할 수 있으며 24간 동안 유지됩니다. 시나리오의 개연성, 몰입감, 작품성 및 흥행 가능성 등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사용하시겠습니까?]

[네/아니오]

90일마다 한 번씩 사용 가능한 능력이었다.

“이거... 실화냐.”

시나리오의 재미와 흥행 여부를 파악하는 재능. 거기다 90일마다 24시간 동안 사용할 수 있으며 횟수에 제한이 없는 완벽한 재능이었다.

계속 쓸 수 있다는 건데.

문제는 이 재능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였다.

직접 영화나 드라마를 만들 것은 아니었고.

흐음.

모르는 분야는 검색해보는 게 답이었다. 포털 사이트에 접속해서 영화 시나리오에 투자하는 방법을 검색하자 생각 이상으로 많은 정보가 떠올랐다.

“오호.”

요즘은 영화나 시나리오를 투자받는 다양한 사이트가 존재했다. 크라우드 펀딩을 시작으로 한류 컨텐츠에만 투자할 수 있는 사이트까지.

투자 방법은 간단했다.

크게 두 가지로 나뉘었는데 하나는 오직 시나리오만을 보고 제작 전에 투자하는 방법. 하나는 영화를 모두 찍은 상태에서 흥행 여부만을 따져 투자하는 방법이었다.

가장 많이 알려진 사이트에 접속하여 살펴보다가 얼떨결에 회원가입까지 해버렸는데 결과론적으로 좋은 선택이었다.

“이야, 상당한데?”

투자 가능한 목록들이 펼쳐졌는데 생각보다 많은 투자처가 존재했다.

하나만 볼까.

제대로 집중을 하려는데 갑자기 문을 긁는 소리가 들렸다.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살짝 열자 럭키가 쪼르르, 안으로 들어왔다.

냐아아.

발목에 얼굴을 비비는 럭키를 보며 흐뭇하게 웃은 뒤 다시 사이트를 확인했다.

최상단 목록에 나와있는 영화를 눌러봤다.

개봉이 7일 남은 상태였다.

주연배우, 감독, 예고편과 시나리오.

모든 게 존재했다.

심지어 관객이 몇 명이어야 손익분기점을 넘어서는지도 나와 있었다. 영화관에 개봉했을 때 손익분기점을 못 넘는다고 실망할 필요도 없었다. 최근에는 VOD의 매출이 높아서 추가 매출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재밌겠네, 이것도.”

조금 설레었지만 지금 당장 재능을 사용할 수는 없었다. 당장 투자할 돈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우선은 주식을 먼저 끝내놓고 생각해볼 문제였다.

“일단은 알아만 둬야겠다. 그치, 럭키야?”

공부야 미리 할 수 있으니까.

갸르릉, 갸르릉.

물론 지금 당장은 계속 애교를 부리는 럭키와 놀아주는 게 우선일 것 같았지만.

“귀여운 녀석.”

냐아아!

오랜만에 생쥐 인형을 흔들어주며 럭키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

*

전에 말했던 대로 이신우에게도 주식에 관한 정보를 알려주기로 했다. 치킨집에 들러 치맥을 즐기면서 가볍게 동창회부터 언급했다.

“전에 동창회에서 말했던 거, 기억나냐.”

“응? 어떤거?"

“주식 정보.”

“어어. 기억하지."

이신우의 눈이 반짝였다.

“말하기 전에 하나만 약속하자.”

“뭔데?”

“무조건 내 말대로 하기. 괜히 욕심내다가 다 잃지 말고.”

그 말에 조금 고민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하라는 대로 할게."

“약속했다?”

“그래, 했다.”

약속까지 했으니 믿고 이야기를 꺼냈다.

“다음 주에 파워에디슨라는 기업이 상장할 거야.”

“파워에디슨...”

“근데 상장하는 당일에는 가격이 크게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하더라고.”

“오오, 그래서?”

“만약 하한가에 이르면 매수 시작하래.”

“하한가에서...?”

“어, 이거 특급 정보야. 거기가 이미 대기업이랑 협업을 맺었대. 상장 당일 가격이 크게 하락하면 발표할 예정이라더라. 개미들 떨궈내고 물량 확보하겠다는 의미지. 그 형도 진짜 힘들게 알아낸 정본데, 내가 사실 힘 좀 썼다. 그거 알아내려고.”

“그 정도로 대단한 정보다, 이거지?”

“그렇다니까.”

“으음.”

“뭐, 그래도 위험해 보일 거야.”

이야기만 들으면 거의 도박이나 다름이 없었다.

정보가 진짜인지를 모르니까.

“그래도 믿고 해봐. 정 부담되면 소액으로라도.”

“소액이라.”

“전에 내가 100만 원? 200만 원? 그 정도 얘기했었는데 이건 솔직히 진짜 아까운 정보거든. 마음 같아서는 500만 원 그 정도는 투자하는 것도 괜찮지 않나 싶은데?”

“500만이라..."

잠깐 고민하던 이신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정도면 크게 무리는 없겠네.”

“오케이, 내가 깔끔하게 정리해줄게. 7월 10일 날 파워에디슨 상장하면 기다렸다가 하한가 쳤을 때 매수할 것. 7월 12일 장 종료하기 전에 무조건 원금은 회수하고 더 투자해보고 싶으면 남은 수익금으로만 지켜볼 것. 적어놔라, 까먹지 말고.”

“알았어, 인마.”

이신우는 정말 류성의 말을 그대로 메모해뒀다.

“됐냐?”

“새끼, 말은 참 잘 들어요.”

“지랄.”

맥주 한 잔을 시원하게 들이켠 이신우가 미간을 좁혔다.

“괜히 긴장되네. 예전에 돈 잃고 주식 안 하기로 다짐했었는데...”

“내가 공부하면서 느낀 게 하나 있거든.”

“뭔데.”

“주식에 투자하는 것보다 더 위험한 게 뭔지 아냐?”

“코인?”

“아니, 투자 자체를 하지 않는 게 가장 큰 리스크라는 거지.”

“개소리한다, 또.”

“크흐흐.”

걱정하지 마라, 짜식아.

돈 벌게 해줄 테니까.

류성은 흐뭇하게 웃으며 치킨을 한입, 크게 뜯어먹었다.

*

미국 주식을 판매하고 며칠 뒤 달러를 원화로 바꿨다. 최고의 효율을 위해 이번에도 비상금 대출을 최대한 끌어다 썼다. 덕분에 모인 자금은 총 2억 6000만 원이었다.

“돈은 마련했고.”

주식 장이 열리기 전에 하회탈 가면을 쓰고서 너튜버 생방송을 켰다.

“후우.”

시청자는 0명.

제목은 <가면남의 무조건 성공하는 투자>라고 지었다.

“....”

고요한 침묵의 시간이 흘렀다.

한 명도 안 오려나.

걱정하는 순간 시청자가 1명으로 늘어났다.

알탕 : ㅎㅇ!

그 인사에 절로 안도감이 차올랐다.

한 명이 어디냐.

0명이 아닌 것에 감사하며 인사를 올렸다.

“안녕하세요, 오늘 첫방송하는 주식대마왕입니다.”

평소와 다른 어투.

조금은 묵직한 느낌을 전해주고 싶었다.

알탕 : 이야, 첫방이에요? 완전 뉴비네요, 근데 가면은 뭐에요?

“무조건 성공하는 투자라서, 정체를 감추려고요.”

알탕 : 헐ㅋㅋㅋ컨셉 지대로네ㅋㅋ

“컨셉 아닙니다.”

알탕 : 와우, 자신감보소, 진짜 무조건 성공함? 그래서 가면 쓴 거고요?

“네, 지켜보시면 알게 될 거에요.”

알탕 : 와, 패기에 지렸음. ㅇㅋ, 한 번 지켜볼게요

“감사합니다.”

현재 시각 8시 55분.

이제 곧 장이 열릴 시간이었다.

“장전 분위기부터 좀 볼게요.”

파워에디슨을 검색하자 장이 열리기 전의 상태가 표시되었다.

13,500원

13,550원

13,700원

13,800원

가격이 조금씩 올라갔다.

생각과 달리 매수세가 강력한 상태였다. 정보를 얻지 못했더라면 이대로 상한가를 치려나 싶었을지도.

“분위기 좋네요.”

알탕 : 오, 파워에디슨! 오늘 상장한 주식이죠ㅋㅋ

“맞아요.”

알탕 : 저거 오늘 주가 어케 보셈?

“흐음, 일단 오늘은 하락 예상합니다.”

알탕 : 와, 개단호ㅋㅋㅋ 시초에 들어갈까 싶었는데...

“비추천 드립니다.”

알탕 : 흐음, 저도 투자 경력이 좀 있는데. 이거 자존심 상하는데요, 저 시초가에 들어가봅니다!

뭐, 저렇게까지 말한다면야.

더 말릴 수는 없었다.

그 사이 시청자가 9명으로 늘어났다.

개미꾼 : 가면?

알탕 : 투자 너무 잘해서 정체 감추는 거래요ㅋㅋ

개미꾼 : ㅋㅋㅋ재밌네요

아무래도 제목과 하회탈 가면의 어그로가 어느정도 효과가 있는 모양이었다. 한 번 들어온 사람은 흥미를 보이며 쉽게 방송에서 이탈하지 않았다.

개미꾼 : 그래서, 님 시드 얼마임?

“제 시드가 궁금하신가요?”

개미꾼 : ㅇㅇ

알탕 : 시드가 뭐 중요한가?

개미꾼 : 안 중요하다고 할 수도 없지

알탕 : 그야 그런데ㅋㅋ

류성은 그저 가볍게 웃었다.

이 정도 어그로야, 뭐.

있는 그대로를 말하면서 대처하면 그만이었다.

“2억 6천 정도 됩니다.”

계좌에 들어있는 예수금을 보여주자 개미꾼이 입을 다물었다.

알탕 : ㅋㅋㅋㅋ이야, 뉴빈데 시드 크네요

개미꾼 : 와우ㄷㄷ

“적은 편은 아니죠.”

수다를 떠는 사이 9시가 되었다.

“장 시작하네요.”

류성은 파워에디슨을 메인 화면에 띄웠다.

주가가 빠르게 솟구쳤다.

14,500원.

14,550원.

14,600원.

1차 VI가 머지않았다.

VI는 변동성 완화장치인데 주가가 일시적으로 크게 오르거나 하락할 때 거래를 멈추게 만들어 열기를 식혀주는 장치였다.

알탕 : 오예! 시초가에 탑승완료!

개미꾼 : ㅋㅋ, 오늘 하락할 거 같다더니

알탕 : 주식이 다 그런거죠, 어떻게 예측을 하겠음ㅎㅎ

하지만 류성은 이미 알고 있다.

오늘의 주가를 말이다.

반드시 하한가를 칠 테고 그때 주워 담으면 그만이었다.

“잘 가네요, 그래도 이건 너무 과해요. 뭐, 일단 지켜보면서 종토방이나 한 번 볼까요?”

해당 종목을 가지고 토론하는 공간으로 가보니 하나같이 만세를 외치는 중이었다.

[ㅋㅋㅋㅋ가즈아아아!]

[오늘 상한가 간다니까!?!?!]

[아직도 못 탔냐? 어휴ㅋㅋ]

[지금 타세요, 어서!]

[미쳤다, 20만주를 그냥 뚫어버리네ㄷㄷ]

[힘 쥐긴드아아아!]

전부 상승의 맛에 취해버린 모양이었다.

언제 떨어지려나.

류성은 묵묵히 기다렸고 드디어, 주가의 흐름이 바뀌었다.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