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돈과 재능이 쏟아져-22화 (22/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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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권 구매(3)

가격 상승세가 멎었다.

판매하려는 물량이 줄어들었고 호가에는 매수세가 대폭 증가했다. 웃긴 건, 그런 대량의 매수세에 누군가 엄청난 물량을 마구잡이로 던지기 시작했다는 사실이었다. 이 정도 매수세로는 버틸 수준이 아니었다. 상상을 초월하는 물량 탓에 주가가 곤두박질쳤다.

14,100원.

13,900원.

13,600원.

13,200원.

어느새 하락 VI에 걸려버렸다.

침묵이 흐른다.

알탕 : 어, 어어...? 이러면 안 되는데...!

개미꾼 : ㅋㅋㅋㅋㅋ, 얼마나 샀음?

알탕 : 3천ㅠㅠ 제발, 제발 가즈아!

개미꾼 : 개털리겠네ㅋㅋㅋ

안타깝지만 저 알탕이라는 사람은 지금 매도하지 않으면 결국 하한가를 보게 될 것이다. 물론 그 이후로도 계속 버틴다면 내일부터 시작할 2연상으로 충분히 만회할 수 있겠지만, 그때까지 버틸 확률은 지극히 낮았다.

“저는 하한가에 일단 소량만 매수 걸어둘게요. 거품이긴 한데, 그래도 하한가 정도에서 주워 담으면 괜찮을 것 같네요. 그리고 알탕님, 저라면 지금 팔고 하한가에서 다시 담을 거 같아요. 그냥 제 의견입니다.”

종토방 역시 난리가 났다.

[아니, 이게... 말이 되냐고?]

[미친, 갑자기 뭔데ㅠㅠ]

[와, 진짜 개미 다 죽이네, 하...]

[제발, 다시 가즈아!]

[님들, 그냥 개미 털기잖아요! 벨트 메시라고요!]

[무조건 갑니다! 오늘 상한가라고!]

[가즈아아아아!]

다양한 사람들이 써놓은 게시글을 보는 사이 VI가 풀렸다.

다시 거래가 이어졌다.

가격은 더욱 가파르게 흘러내렸다.

마이너스 21%.

파란 불이 화면을 가득 채웠다.

“어우, 2차 하락 VI네요.”

수직 낙하하는 주가의 모습에 알탕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킬킬거리며 웃었다.

개미꾼 : ㅋㅋㅋㅋㅋㅋ

참교육 : 이게 바로 주식이제!

독독 : 이야, 이상한 가면 쓰더니 첫날부터 종목 선택 쥐기네ㅋㅋㅋ

젬미니 : 아, 개재밌엉ㅎ

알탕 : ㅠㅠ돌겠네

주린잉 : 관전잼 개꿀!

종토방도 비슷한 분위기였다.

[응, 오늘 하한가^^]

[그러게, 누가 이런 거품주 사라고 했냐고ㅋㅋ]

[개잡주였네ㅎㅎ]

[내일도 하한가ㅋㅋㅋ]

[만원 오면 줍줍할게요, 입 벌림!]

[아가리 쩌어어억!]

[윗님 아가리 찢어질 듯ㅋㅋ]

투자자들은 울었고.

구경만 하던 이들은 웃었다.

그러는 사이에 2차 VI가 풀렸다지만 큰 의미는 없었다.

하한가 직행.

더는 내려갈 곳 없는 9,230원의 가격대에 물량이 쌓이기 시작했다.

[띠링!]

[매수가 체결되었습니다.]

조금 걸어뒀던 물량이 체결되었다.

“소액이긴 하지만 매수됐네요.”

그 사이 매도물량이 엄청나게 쌓였다.

20만주, 50만주, 70만주.

매수세는 사라졌고 순식간에 100만주 가량이 매도물량으로 나왔다.

알탕 : 하, 망했네요. 못 팔았어요...ㅠㅠ

개미꾼 : ㅋㅋ100만주ㅋㅋㅋㅋ

참교육 : 거의 100억ㅎㅎ

9,230원에 매도를 건 물량은 자그마치 100만주. 투자자 대부분이 공포에 떨었지만 류성은 조금도 두렵지 않았다.

내일과 모레.

이틀 연속 30%씩 오를 테니까.

“저는 지금 자리에서 매수 해보겠습니다.”

이럴 때 이미지를 강력하게 각인시켜놓을 필요가 있었다. 지금 시청하는 얼마 되지 않는 이들에게는 상당히 강력한 기억으로 남을 게 분명했다. 그게 다시 한 번 채널을 찾게 만드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그 정도면 충분하지.

예상대로 시청자들은 난리가 났다.

여븐 : 방금 들어왔는데, 무슨 일?

참교육 : 하한가 종목을 매수한다네요ㅋㅋㅋ 굳이?

젬미니 : 오, 재밌겠다 가즈아아아!

알탕 : 으으...!

류성은 내심 웃으며 현재 남은 모든 금액을 사용해 매수를 신청했다.

[띠링!]

[매수가 체결되었습니다.]

2억 5천만 원.

27,000주가 넘어가는 물량이었다.

“싸게 잘 산거 같군요.”

그 덤덤한 말에 채팅창은 또 한 번 난리가 났다.

여븐 : 와씨, 구독 누름!

젬미니 : 이, 이건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ㄷㄷ 진정한 상남자!!!!!

참교육 : 2억 5천을? 이야, 강심장이시네

홀릭 : 내일 겁나 기대되네ㅋㅋㅋㅋㅋ

개미군 : 꼭 보러 와야지ㅎㅎ

류성은 이후로도 하한가에 쌓여가는 물량을 보면서 수다를 떨었다.

대략 2시간가량.

더 할 말도 없고 해서 생방송을 종료하기로 했다.

“오늘 재밌었습니다.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인사를 마치고 방송을 끄자 긴장감이 풀리면서 온몸이 쑤셨다.

“어후, 이것도 쉽지가 않네.”

그래도 구독자가 11명으로 늘어났다.

괜찮은 출발이었다.

*

기다리던 공시가 떴다.

1. 공시 제목

파워에디슨과 H사의 전기차 협업 구축

2. 공시 내용

파워에디슨은 H사와 전기차 관련하여 협업하였음을 공시합니다. 파워에디슨은 전기차에 관한 독점적인 기술을 지니고 있으며 H사는 전기차 판매에 대한 노하우와 다양한 기술을 가진 바, 서로의 네트워크를 공유하며...

해당 공시가 뜨는 순간 종토방은 대략 이성을 잃어버렸다.

[공시 봤냐! 봤냐고오오오!]

[돌았네ㅋㅋ 하한가 찍고 H사랑 협업 공시 낸다고? ㅅㅂ!]

[하한가에 팔았는데... 개같네ㅠㅠ]

[어쩐지 장막판에 매수세 살아나더라, 젠장]

[내일 상한가 예약임?]

[투더문 가즈아아아!]

[10연상 기대^^]

[무조건 10배 각이다, 이건ㅋㅋㅋ]

약간은 광기에 물든 모습이었다.

솔직히 이해는 되었다.

가만히 게시글을 보던 와중이었다.

[오늘 하한가에 2억 5천인가 매수한 너튜버 있던데ㅋㅋ]

[아, 그 이상한 가면 쓴 사람?]

[맞음ㅋㅋ 컨셉 오지는데, 하한가에 쓸어담는 거 보면 감탄했음, 내일도 보러 갈 듯!]

[오호ㅋㅋㅋ]

류성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오호, 좋은데?

너튜버 영상 링크도 걸려 있었는데, 덕분에 구독자가 상당히 늘어난 상태였다.

“크흐.”

내일이 참으로 기대되는 순간이었다.

드드드.

그건 이신우도 마찬가지였던 모양이다.

그때, 전화가 걸려왔다.

“어, 왜?”

(어후, 공시 떴더라. 봤냐?)

정보를 공유했던 이신우였다.

“어, 조금 전에.”

(나 사실 천만 원 넣었거든?)

“허얼, 진짜?”

(어, 하한가 찍는 거 보면서 약간 소름 돋았잖아. 전에 네가 말한 대로 움직이는 거 같더라고. 그래서 그냥 질러버렸지. 여유자금은 남아있으니까 너무 걱정은 말고.)

“하긴 전에도 나한테 2천 빌려줬으니까.”

(고럼!)

“결과적으로는 잘될 거야.”

(흐흐, 내일 오르겠지?)

“무조건. 적어도 이틀은 오를 테니까 그때 원금 정도는 빼라. 약속했던 거 알지?”

(알았어, 인마. 이번에 많이 벌면 내가 제대로 쏜다!)

“오, 기대해도 되냐?”

(당연하지! 심심하면 오늘이나 내일 저녁에 치맥이나 하러 오고.)

“오케이.”

(그럼 끊는다, 손님 와서.)

“수고.”

통화를 종료하자마자 또 한 가지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안녕하세요, 류성 작가님! 드디어 이모티콘 오픈했습니다^^ 판매현황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어요. 아래 사이트에 접속한 다음...]

메시지를 읽으며 류성은 밝게 웃었다.

차근차근.

하나씩 쌓여가는 느낌이었다.

*

다음 날, 너튜브 생방송을 틀자마자 바로 서른 명 정도의 시청자가 들어왔다.

“이야, 많이들 오셨네요?”

아무래도 어제 하한가 매수와 공시, 그리고 종토방에 올라온 게시글이 적잖게 효과를 본 모양이었다.

길가맥심 : 진짜 가면 쓰셨네ㅋㅋ

갈릭맛나 : 어제 심하게 물렸는데 종토방보고 들어와 봤음!

어랍쇼 : 가면남님, 혹시 세력?

가물치 : 오늘 상한가 가겠죠? 떡상 가즈아!

짝발 : 난 짝발이라 하오, 짝귀의 동생이지, 어이, 가면남, 실력을 좀 보자고.

알탕 : 오늘은... 제발 오르자!

참교육 : 캬, 어제 하한가 매수가 신의 한 수였네

주린잉 : 여기가 주식 맛집이람서요?

팬다 : 구경하러 왔어요ㅋㅋ 저도 주주!

류성은 올라오는 채팅마다 대답을 해줬다.

“길가맥심님, 네, 가면 멋있죠? 갈릭님, 오늘 탈출각 나올 겁니다. 어랍쇼님, 제가 세력이면 이러고 안 놀겠죠. 가물치님, 어제 공시로 기대감이 차오른 상태니까 어느정도는 오르지 않을까요? 개인적으로는 상한가 예상합니다. 어, 그리고...”

짝발이란 컨셉을 잡은 시청자 앞에서 잠시 머뭇거렸다.

그래도 대답은 해주기로 했다.

“짝귀 동생, 짝발님. 오늘 상한가 예상합니다. 알탕님은 오늘도 뵙네요. 참교육님도요. 운이 좋았죠. 주린잉님, 제가 주식을 좀 하는 편입니다. 첫날 제목 기억하시죠? 무조건 성공하는 투자자입니다. 팬다님, 같은 주주로서 파이팅입니다.”

가볍게 수다를 떠는 사이 9시가 되었다.

장전부터 분위기는 좋았다.

10,150원

10,200원

10,300원

현재 시각 9시 00분.

무려 11%나 상승한 채로 장이 시작되었다. 개장과 동시에 1차 VI가 걸리면서 거래가 잠시 중단되었다.

“이야, 갭상에 VI네요.”

그에 채팅창은 희비가 갈렸다.

매수한 자와.

그렇지 못한 자로.

알탕 : 크흡ㅠ, 한 가닥 희망이...!

팬다 : 오오, 가즈아아아!

참교육 : 아, 배아프네ㄷㄷ

어랍쇼 : 지금 팔아요! 이러다 또 뚝하고 떨어짐!

짝발 : 시작부터 윗장 빼기냐?

류성이 피식하고 웃었다.

짝발은 진짜 컨셉을 제대로 잡은 느낌이었다.

재밌긴 하네.

“짝발님, 더 오를 겁니다. 그리고 어랍쇼님, 오늘 상한가 예상한다니까요. 최소 2연상 기대하는 중입니다.”

알탕 : 와, 진짜 2연상이면 나도 수익 좀 볼텐데

어랍쇼 : 아오, 초보 티나시네. 떨어진당께!

참교육 : 팝콘이나 뜯어야것다

그 사이 VI가 풀렸다.

주가는 횡보하듯 흘러갔다.

10,400원

10,350원

10,400원

몇 분간 횡보가 이어지면서 채팅창의 흥분은 어느 정도 가라앉았다. 하지만 반대로 종토방은 두 종류의 인간으로 나뉘어 싸우기 시작했다.

[ㅋㅋㅋ이러다 나락간다니까]

[어종상~! 니들이 아무리 ㅈㄹ을 해도 어차피 종가는 상한가야, 어종상!]

[응. 어종하거든?ㅋㅋㅋ]

[어차피 종가는 하한가?]

[못 사서 배아픈 개미들이 많아 보이네ㅎ]

[지금이라도 매수하세요!]

[찬티가 너무 많다, 100퍼 물량 떠넘기기 작전!]

[응, 안티 어서오시고ㅋㅋ]

돈이 걸린 문제여서일까.

서로서로 돌려 깎는 수준이 예사롭지 않았다.

"엄청나게 싸우네요, 종토방은."

알탕 : 거긴 항상 그래요ㅋㅋ

주린잉 : 싸움터죠 뭐ㅎ

참교육 : 흠, 팝콘 괜히 뜯었나. 지루한데요?

일단 상한가는 확실하지만 언제 30%를 찍느냐는 문제가 남아 있었다. 이대로 지루하게 흐르다 막판에 상한가를 찍을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렇다고 오후 3시 30분까지 생방을 할 수는 없었으니.

"일단 조금만 더 지켜볼게요."

수다를 떨면서 시간을 보내기를 20분.

다시 주가가 요동쳤다.

10,700원.

10,750원.

10,800원.

10,950원.

어느새 주가가 19퍼센트가량 올라가면서 2차 VI에 걸렸다.

주린잉 : 와, 씨. 19프로? 시드가 2억 5천이 넘는데...?

팬다 : 어우야, 수익 벌써 5천만원ㄷㄷㄷ

알탕 : 가즈아아아아아앜

류성은 화면 오른쪽 하단에 현재 잔액 상태를 올려놓은 상태였다.

종목명 : 파워에디슨

매입금액 : 260,000,000

수익률 : 19.1%

평가손익 : 49,660,000

총평가 : 309,660,000

덕분에 매수자금과 수익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게 또 재미니까.

사람들의 놀라는 모습과 돈이 불어나는 긴장감에 흥분이 고조되었다.

“이거 생각보다 많이 떨리네요.”

주가가 어떻게 될지 분명 알고 있음에도 그랬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마음 같아서는 정말 괴성을 지르고 싶을 정도였다.

“아, 지금 막 VI풀렸고요, 어, 어어...!”

눈 깜짝할 사이에 물량을 전부 집어삼키더니 단번에 상한가를 찍고야 말았다.

가격 11,950원.

수익률 29.5퍼센트.

수익금 7,800만원.

한계였다. 도저히 이 흥분을 감출 수가 없었다.

포효가 터지기 직전이었다.

하지만 류성은 이런 와중에도 흥분을 조절하고 오히려 더욱 냉철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런 생각이 뇌리에 스치는 순간, 알 수 없는 시원한 감각이 밀려들었다.

정신이 번쩍하고 들었다.

아무래도 패시브 재능인 ‘침착함’이 발동한 모양이었다.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이런 식이구나.

덕분에 류성은 한결 차분해진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상한가에 도달했습니다. 다들 축하드립니다.”

그 모습에 시청자들은 또 감탄했다.

알탕 : 와, 씨. 저 돈을 벌고서도 덤덤하네...!

짝발 : 실력자였구만 그래

이후, 종토방에 들러 글을 작성했다.

[닉네임 : 정보꾼]

[이거, 내일도 상한가 갑니다.]

가벼운 흔적 하나를 남겨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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