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돈과 재능이 쏟아져-23화 (23/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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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를 보는 눈(1)

[이거, 내일도 상한가 갑니다.]

[응, 내일 하한가^^]

[응, 모레도 하한가^^]

[응, 계속해서 하한가ㅋㅋㅋ]

[아니, 상한가 간다는 한 마디에 왜 이렇게 벌떼처럼 모여드냐ㅋㅋ]

[근데 정보꾼? 저 사람 어디서 본 거 같은데...]

[흔한 어그로꾼?]

[비슷한 닉넴이야 넘치니까]

[아, 그런가?ㅋㅋ]

[아무튼 하한가^^]

아직은 누구도 류성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라이어코인 사건 하나만으로는 아직 네임드가 될 수 없는 모양이었다. 그 당시에는 방송도 하지 않던 시기였으니 더욱 그럴 것이었다.

무엇보다 그때는 코인이었고 지금은 주식이었으니까.

조금은 다른 시장이었다.

그러나 사건이 쌓이고 실적이 쌓이면 분명 '정보꾼'이라는 닉네임에 대한 주변 반응이 달라질 터였다. 굳이 스스로의 입으로 무엇을 했는지 밝히기보다는 남들이 궁금해서라도 직접 찾아보게끔 만들고 싶었다. 그러다보면 언젠가는 라이어코인 사태도 언급될 날이 오리라.

그렇게 만들어갈 자신도 있었고.

“재밌는 사람들이 참 많다니까.“

류성은 여전히 게시글을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는 이들을 감상하다가 피곤함을 느끼고는 인터넷을 종료했다.

"그치, 럭키야?"

침대 구석에서 혼자 갸르릉거리고 있는 럭키를 배 위에 올리자 따스한 온기가 천천히 퍼지면서 잡념이 사라졌다. 고요한 시간이 흐르고 어느새 기분 좋게 잠이 들었다.

시간이 삭제된다는 게 이런 걸까.

번쩍.

눈을 뜨니 벌써 아침이었다.

"흐아아암..."

주식을 해서 그런지 강제로 아침형 인간이 되는 것 같았다.

오전 8시.

아침을 먹고 방송을 준비하면 될 것 같았다. 거실로 나아가니 조용한 가운데, 어머니 혼자 설거지를 하는 중이었다.

“일어났어?”

“응.”

“기다려, 밥 차려줄 테니까.”

“내가 해도 되는데...”

“됐어, 맛있는 거 해뒀으니까.”

조금 기다리자 근사한 아침밥이 차려졌다.

“자, 먹어.”

갈비찜에 각종 밑반찬, 그리고 시원한 소고기무국까지. 그다지 입맛이 없던 아침이었음에도 그렇게 잘 들어갈 수가 없었다.

“잘 먹겠습니다! 근데 무슨 날인가, 오늘?”

“무슨 날은.”

그러면서도 어머니의 표정이 밝았다.

뭐지, 뭔가 있나?

그때 의문을 풀어주는 한 마디.

“요즘 너네 아빠가 기운이 넘치더라고.”

“아, 아아...?”

“이럴 때 좋은 음식을 많이 먹으면서 유지를 해야지.”

“그렇지, 건강이 최고니까.”

“그럼.”

아무래도 체력 강화 물약의 효과가 정말 좋은 모양이었다.

문득 시선이 느껴졌다.

“그러고 보니까.”

“응, 왜.”

“전에 보리차 줬을 때, 기운이 확 나더라고.”

순간 뜨끔했지만 무심함을 유지한 채 되물었다.

“그랬어?”

“응. 참 신기하네.”

“그러게.”

슬쩍 고개를 숙여 밥을 퍼먹었다.

순식간에 밥그릇이 비워졌다.

“잘 먹었습니다!”

서둘러 방으로 들어가 방송 준비를 했다.

오전 8시 55분.

가면을 쓰고 방송을 시작하자 시청자들이 입장했다. 수다를 떠는 사이 9시가 되었고 또 한 번 상승을 이뤄냈다. 제대로 된 장중 조정도 없이 꾸준히 가격을 높여나갔다.

13,250원

13,300원

13,350원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한 계단씩 밟으며 가격을 높여나가는 모습에 매도물량이 쏟아졌다.

어제 탑승한 개미들.

오늘 시초가에 진입한 이들.

하나같이 전부.

조금의 수익에 만족하며 매수했던 물량을 털어내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그 모든 걸 잡아먹는 거대한 손이 존재했다.

13,200원.

13,450원.

13,600원.

거침없는 질주가 이어졌다.

마침내 퀘스트에서 적힌 정보가 현실이 되었다.

29.7%.

15,500원이라는 상한가에 이르며 2연상을 이뤄내는 순간이었다.

종목명 : 파워에디슨

매입금액 : 260,000,000

수익률 : 67,96%

평가손익 : 176,696,000

총평가 : 436,696,000

정말 믿기 힘든 수익이었다.

1억 7,669만 원.

류성은 생방송 중임에도 불구하고 잠시 눈을 감고 마음을 가다듬었다.

“으음, 어후...”

이 정도 감정에는 ‘침착함’이 발동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별 수 없이 스스로 감정을 다스릴 수밖에 없었는데, 그 모습이 재밌었던 모양이었다. 눈이 감긴 하회탈이 자꾸만 꿈틀거려서일까.

알탕 : ㅋㅋㅋㅋ하회탈이 흥분했드아아아!

패닉 : 그 기분 이해가네요

주린잉 : 아, 근데 겁나 부럽네ㄷㄷ

어랍쇼 : 와, 씨. 배아파!

팬다 : 같은 주주로서 대성공했네요ㅎㅎ

가물치 : 와, 돈이 돈이 아니구만

이제부터가 문제였다.

내일부터 어찌 될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으니까.

하락할까?

하지만 아무리 봐도 상승할 여력이 훨씬 많아 보였다.

마음이 조금 흔들렸다.

“일단 제가 어제 말한 대로 2연상까지는 왔거든요? 이제부터가 문제네요. 그냥 내일까지 지켜볼까요?”

본인도 모르게 그런 말이 튀어나왔다.

알탕 : 당연! 존버 고고고!

팬다 : 이걸 파는 건 아니죠? 같이 버티셔야죠?

가물치 : 팔아버리셈! 어서!

어랍쇼 : 와, 진짜 2연상을 해버리다니ㅠㅠ

주린잉 : 팔아야지!

재벌남 : 버텨야지, 이 사람아!

짝발 : 어디서 밑장을 빼려고!

의견이 갈리는 편이었다.

기분전환도 할 겸 종토방을 확인했다.

[이거라고! 이거! 상한가라고오오!]

[내일도 간다고, 바보들아!]

[어종상^^]

[가겠죠, 골로 갈 겁니다ㅋ]

[지금 당장 내리세요, 하한가 맛보기 전에]

[어이구, 탑승 못하셨나 봐요?]

[지금 내리라는 인간들, 전부 배아파서 그런 거 ㅇㅈ?]

[ㅇㅈ!]

[닥치고 매수나 하라고, 등신들아!]

[응, 인생 기회가 눈앞에 있는데 그걸 못 잡네ㅉㅉ]

광신도와 매수하지 못한 자들의 싸움이었다.

이건 아닌데.

전투적인 저들의 모습을 보고서야 정신이 들었다.

다시 눈을 감았다.

기존의 계획을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계획대로 하자.

조금 더 버는 길은 다음번 주식이나 코인의 정보를 구매한 뒤에 해도 될 일이었다.

“지금은, 지키는 게 우선인 것 같네요.”

떨리는 손으로 마우스를 쥐고서 물량을 입력했다.

알탕 : 얼라리? 어어어? 이, 이걸 판다고요?

주린잉 : 고러취!!

팬다 : 아, 이 초보쉨키!

가물치 : ㅋㅋㅋㅋㅋ굿굿

어랍쇼 : 개부러워ㅋㅋ

짝발 : 밑장빼지 말라고 했제에엑!

시청자들의 채팅에 흔들리지 않은 채, 매도 버튼을 눌렀다.

현재 지닌 28,173주.

그중에서 19,500주를 말이다.

“자, 대충 3억 정도 팔았네요. 일단 원금 2억6천은 회수했고요, 4천 정도 수익도 냈습니다. 전기차 협업이라 더 오를 거 같기는 한데요, 사실 겁이 나서요. 그래도 나머지 금액은 남겨뒀으니 이걸로 한동안 더 지켜보도록 할게요.”

여전히 8,673주가 남은 상태였다.

이것만으로도 1억 3,400만 원이 넘어가는 거액이었다.

엄청나네, 진짜.

더는 방송을 진행할 거리가 없어지기도 했고 수익에 대한 즐거움을 온전히 느끼기 위해 다음 방송을 기약하기로 했다.

“그럼, 다음에 뵙겠습니다.”

방송을 종료하고서.

증권 계좌에 있는 돈을 한참 동안 바라봤다.

무시했었는데.

주식 정보라고 실망했던 스스로가 부끄러울 지경이었다. 자금이 커지니 벌어들이는 액수 자체가 달랐다. 이대로 수익을 보존한다면 다음 정보에서는 훨씬 더 큰 금액을 벌어들일 수 있으리라.

"뭐, 갈수록 힘들겠지만."

다행이라면 아직 주식, 코인 정보권의 가격이 여전히 30포인트라는 점이었다. 아마 한 번만 더 사면 60포인트로 오르지 않을까 싶었다.

랜덤뽑기도 그랬으니까.

그때부터는 포인트를 모으는 것도 적잖이 힘들어지지 않을까 싶었다.

“일단은...”

생각을 조금 정리했다.

충분한 금액을 익절했으니 원금은 3일 뒤에 뽑고 그 돈을 영화에 투자하면 될 것 같았다.

아, 참.

뒤늦게 이신우가 생각났다.

바로 전화를 걸었다.

(어, 왜?)

"주식 팔았나 싶어서."

(응? 아직 안 봤는데.)

"그래? 그럼 보고 원금부터 빼."

(어어, 잠시만...)

무언가 분주한 소리가 번지더니.

(허어어어업!)

이신우의 놀란 듯한 감탄사가 들려왔다.

(미, 미친! 오늘도 상한가라고?)

"어. 빨리 팔아라."

(그, 그래야지. 후우. 파, 판다?)

"팔아."

(으으. 눌렀다! 일단 원금은 다 팔았어.)

"잘했네."

(와, 씨. 소름이네, 진짜. 설마 이렇게 오를 줄은 생각도 못 했는데. 진짜 고맙다. 덕분에 600만 원 넘게 버는 중이야. 그럼 이제 남은 건 한동안 내버려 두면 되는 거냐?)

"응. 나도 수익금은 일단 놔두려고."

(흐흐. 오케이!)

녀석이 기뻐하는 걸 보니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나중에 맛있는 거나 먹으러 가자. 좋은 데 알아놨으니까."

(내가 쏜다!)

"됐어, 내가 쏠 거니까 넌 그걸로 하빈이, 하민이 좋은 거나 사 줘. 민희씨도 챙기고."

(그래야지, 가방이나 하나 사줘야겠다.)

"오올."

(아무튼, 진짜 고맙다!)

"알았어, 인마. 아, 그리고 오랜만에 모이는 거 어때?"

(뭐를?)

"부모님 말이야."

(오, 좋지.)

"그럼 이번에 맛있는 거 먹으러 갈 때 부모님 모시고 가자."

(콜이다!)

어릴 때부터 친하게 지냈던 터라 부모님끼리도 알고 지내는 사이여서 간간이 함께 식사하곤 했었다. 오랜만에 한 번 모이기로 결정을 내린 것이다.

(그럼 나도 아버지, 어머니한테 말해둔다?)

"어, 정확하게 정해지면 시간이랑 날짜 말해줄게. 너도 부모님 시간 체크 좀 해두고."

(알았으.)

그렇게 일정을 기약한 뒤 통화를 종료했다.

좋아하시겠지.

지난번 이모티콘 계약 담당자와 함께 갔던 그 한식당이 아직도 기억에서 떠나가질 않았으니.

"진짜 맛있었는데."

벌써 그날이 기대되었다.

*

파워에디슨의 기세가 무서웠다.

상한가를 찍지는 못했으나 여전히 하루에 몇 퍼센트씩 꾸준히 우상향을 이어갔다.

벌써 시간이 꽤 지났네.

덕분에 묶여있던 돈을 출금할 수 있게 되었다.

주식은 매도한다고 해서 바로 출금이 되는 게 아니라 영업일 기준 3일이라는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에 이 부분은 어쩔 수가 없었다.

[출금을 완료합니다.]

3억이라는 거금이 통장에 들어왔다.

"흐음, 미국 주식은 일단 나중에 사고."

영화 투자부터 하기로 했다.

생각을 마치고서 사이트에 접속하니 투자 가능한 영화 목록이 주르륵 떠올랐다.

시나리오만 있는 건 넘어갔다.

개봉이 얼마 남지 않는 영화만을 추렸다. 해당 영화의 시나리오가 지닌 여러 가지 요소들과 영화 자체의 흥행 여부를 파악할 수 있으니 장기적인 투자보다는 결과가 빨리 나오는 단기적인 투자가 더 알맞았기 때문이다.

검색을 해보니 두 달 안으로 개봉할 한국 영화가 대략 25작이었고 그중에서 투자를 받는 건 일곱 작품이었다.

"이건 나도 들어본 건데."

그중에서도.

최근 기대작이라 불리는 영화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서울전쟁>

[설용구, 이승균 주연

2022년 8월 25일 개봉!]

[영화 '서울전쟁'은 서울의 노른자 땅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입니다. 해당 구역을 차지하기 위한 세력들의 치열한 생존과 투쟁을 보여드릴 예정입니다.]

[대한민국의 진정한 힘이라 불리는 설용구.

떠오르는 신진 세력 이승균.

이승균은 복수의 칼날을 갈고서 드디어, 설용구를 집어삼키기 위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이어지는 둘의 숨 막히는 다툼이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을 겁니다.]

그 아래에는 예고편이 있었다.

"괜찮은 것 같은데..."

영상미는 나름대로 잘 빠진 것 같았다.

스크롤을 더 내렸다.

그 아래로 감독, 출연배우, 제작사, 배급사, 총 예산 규모, 수익 정산 지표 등이 나열되어 있었다.

[추정 손익 분기점]

영화 '서울전쟁'의 손익분기점은 극장 관객수 232만 명 내외입니다. 손익분기 매출에 포함되는 항목은 극장매출 + 극장외매출(OTT 및 IPTV 등)입니다. 즉, 관객수가 232만 명에 미도달하여도 극장외매출에서 충분한 매출이 발생할 경우 수익을 누릴 수 있습니다.

류성은 집중해서 영화에 대한 설명들을 머리에 담았다.

"꼼꼼하네."

스크롤을 더 내리자 이번에는 투자 포인트에 대한 핵심요약이 이어졌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역시 시나리오였다.

나머지 설명을 빠르게 읽은 뒤 일정금액을 지불하고서 시나리오를 구매했다.

[구매가 완료되었습니다.]

첨부된 파일을 클릭하자 다운로드가 시작되었다.

순식간에 다운이 완료되는 걸 보면서 류성은 설레는 마음으로 재능을 사용했다.

[재능 '시나리오를 보는 눈'을 사용합니다.]

[24시간 동안 유지됩니다.]

뒤이어 파일을 클릭하자 시나리오가 화면 가득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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