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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티콘 매출(1)
럭키를 품에 안은 채, 다시 기다림의 시간이 이어졌다.
냐아아.
럭키를 쓰다듬으며 기다리다가 딱히 할 일도 없고 해서 동물병원을 둘러봤다. 럭키에게 사줄 간식거리가 없는지도 살펴보면서 말이다.
그런데 생각보다 더 넓었다.
3층까지 있네?
호기심이 생겨 올라가 보니 2층 내부 깊숙한 곳은 수술실이었고 외부는 고양이 전용 호텔로 운영되는 모양이었다.
"이야..."
3층은 강아지 호텔인 것 같았다. 출입문이 꼼꼼하게 관리되고 있었는데 중앙에 있는 전용 운동장에 몇 마리의 강아지가 나와서 놀고 있었다. 마침 아이들에게 밥을 주고 있던 간호사와 마침 눈이 마주쳤다.
“기다리다가 올라와봤는데 강아지가 많네요?”
“아, 네. 많죠.”
“호텔도 하는 모양이에요.”
그 말에 간호사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전부 유기견이거나 유기묘에요.”
“어어, 그래요?”
호텔인 줄로만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봉사활동 형식으로 유기견이나 유기묘를 무료로 치료해주거든요. 하다 보니까 수의사 선생님이 이렇게 돌봐주는 경지에 이르렀네요. 물론 열심히 새로운 보호자를 찾아주려고 노력하는 중이에요. 근데, 쉽지가 않네요.”
“으음.”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였다면, 그래.
거기서 끝났을 일이었다.
지금은 달랐다.
멈춰버린 시계가 다시 움직인 것처럼, 무언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없을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퀘스트 발동!]
[이제는 반려동물의 시대!]
[동네 동물병원에서 유기견과 유기묘를 무료로 치료하고 새로운 보호자가 나타날 때까지 보호하는 등, 선한 일을 행하고 있다. 해당 동물병원을 비롯해 곳곳에서 그와 같은 일을 행하는 이들을 세 군데 이상 후원하라! 목표치를 초과 달성할 경우 추가 보상 획득.]
[후원 목표치 : 0/3]
[남은 시간 : 10일]
[성공 보상 : 랜덤 카드, 선행 포인트]
[퀘스트 실패시 자전거에 치입니다.]
보답이라도 되는 양 떠오른 퀘스트는 지금까지 본 적이 없는 새로운 종류였다. 무려 세 곳을 도와줘야 클리어가 되는 높은 난이도를 지니고 있었다.
걱정은 되지 않았다.
이번에 주식으로 아주 큰 돈을 벌기도 했으니 도움을 주는 것에는 부담이 없었다. 제대로 도와야겠다는 결심을 세우고서 입을 열었다.
“좋은 일 하시네요.”
“저희 선생님이 좀 그렇죠.”
“음, 도울 일은 없을까요?”
“네?”
“뭐, 작은 후원이라도...”
그 말에 간호사가 부드럽게 웃었다.
“아아, 괜찮아요, 딱히 그런 걸 바라진 않으시는 거 같아서...”
하긴, 여기야 충분히 돈을 많이 벌고 있을 테니까.
“그렇겠네요.”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선생님한테 한 번 여쭤보세요.”
“네, 고맙습니다.”
간호사의 말대로 거절할 가능성이 컸지만 그래도 물어볼 생각이었다. 좋은 일을 하는 다른 사람에 대해서 알고 있을 확률이 매우 높았기에 그 부분에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럼 전 이만 내려가 볼게요.”
“네.”
1층으로 내려가서 조금 더 기다리자 결과가 나왔다.
“럭키 보호자님, 들어오세요.”
“네! 저, 어떻게 나왔나요?”
수의사가 부드럽게 웃었다.
“다행스럽게도 걱정하던 바이러스 감염증은 아니었어요. 보니까 기관지에 단순 염증이 생긴 것 같으니 며칠만 약을 먹이면서 휴식을 취하면 금방 나을 거에요.”
“아, 그래요?”
“네.”
“후아, 진짜 다행이네요. 감사합니다.”
이제야 긴장이 풀리는 기분이었다.
정말 걱정했었는데.
“뭘요. 그리고, 예방접종도 맞춰야 할 것 같아요.”
“아, 그래야죠.”
“감기 다 낫고 오시면 돼요.”
“그럴게요.”
“고생하셨어요, 나가셔서 약 처방받으시면 됩니다.”
“네. 아, 그리고...”
“말씀하세요.”
“혹시 유기견이나 유기묘 돌봐주는 분들 좀 알 수 있을까요?”
수의사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분들은 왜요?”
“2, 3층에 있는 아이들 보니까 뭐라도 도움을 드리고 싶어서요. 사실 여기도 후원하고 싶은데 간호사분이 괜찮다고 하셔서 다른 분들한테라도 후원을 좀 하려고요.”
“아아...”
“안 될까요?”
잠깐 고민하던 그녀가 고개를 저었다.
“괜찮을 것 같네요.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제가 먼저 그분들한테 물어볼게요.”
“네, 고맙습니다.”
“여기 제 명함이에요. 내일이나 모레, 연락주시면 알려드릴게요.”
“알겠습니다.”
이후, 인사를 하고서 진료실을 나왔다.
*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많네...”
몇 마리의 길고양이가 보였다.
관심이 없을 적에는 몰랐는데 관심을 두고 살피니까 의외로 곳곳에 고양이가 존재함을 알 수 있었다. 대부분이 상태가 썩 좋아 보이진 않았다.
“에휴.”
씁쓸한 마음이 한구석에 자리 잡았다.
그 사이, 집에 도착했다.
류성은 일단 럭키를 내려놓고서 상태를 지켜봤다.
냐아아.
확실히 기운이 조금 있어 보였다.
“럭키야, 밥이랑 약 좀 먹자.”
서둘러 분유를 탔다.
가루약도 섞고.
식욕도 좀 생겼는지 럭키가 달려들었다.
냐아...?
근데 분유를 먹던 녀석이 흠칫거렸다.
“흐흐, 좀 쓰지?”
입을 뗐다가 다시 먹고,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먹는 걸 이어갔다. 그러다 멈칫하고서는 잠깐 고민하는 듯한 표정을 취했다.
냐아아아?
조심스레 다시 분유를 먹는데 그 모습이 정말 귀여웠다. 평소라면 한 올도 남기지 않고 먹었을 녀석이 약을 섞어서 그런지 오늘은 적잖게 남겨버렸다.
“그래도 다 먹어야지.”
결국, 전용 수저로 남은 분유를 긁어 억지로 먹였다.
냐아아앙...!
반항하는 녀석을 보니 되레 마음이 놓였다.
“힘 좋네.”
천천히 미간을 쓰다듬어주니 반항을 멈추고는 배를 뒤집었다. 앞발을 내밀어 류성의 손을 꼬옥 쥐었는데 그 느낌이 참으로 좋았다.
절로 미소가 그려졌다.
류성은 한 손은 그렇게 잡히게 뒀고 남은 손으로는 녀석의 말랑거리는 분홍색 뱃살을 만졌다.
그 와중에 럭키가 기침을 했다.
-취!
하지만 기운이 없어서 축 늘어지진 않았다.
“다행이다, 진짜.”
앞으로는 더욱 신경을 써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로운 가족이구나, 이젠.
문득 병원에 달려갈 때의 감정이 다시 떠올랐다.
어찌나 정신이 없던지.
정말 정이 많이 든 모양이었다.
“으차.”
분유통을 세척하고 방으로 들어가 침대에 눕는데 그제야 온몸이 쑤셔왔다.
어우, 삭신이야.
그거 조금 긴장했다고 기운이 이렇게나 빨린 것이다.
멍하니 천장을 봤다.
럭키는 전용 방석에 자리를 잡고 잠을 청했다.
고요한 시간.
스마트폰의 진동이 휴식을 방해했다.
느릿하게 손을 뻗었다.
얼떨결에 통화 버튼이 밀려버려서 다급히 귀에 가져갔다.
“네, 여보세요.”
(작가님, 오랜만이에요!)
“음...?”
액정을 떼고서 발신자를 확인하니 이모티콘 계약 담당자였다.
“아, 네. 안녕하세요.”
(저 기억하시죠? 이모티콘 담당자인 최연수에요.)
“그럼요.”
(다름이 아니라, 이번 이모티콘이 반응이 정말 괜찮아서요.)
“아아, 그래요?”
(네, 그래서 조금 큰 이벤트에 들어가게 되었어요. 그거 알려드리려고 연락드렸답니다.)
솔직히 얼떨떨했다.
좋은 이벤트라.
그렇게 말해줘도 사실 얼마나 좋은 건지 감도 안 잡혔고.
(어, 혹시 아직 판매현황 안 보셨나요?)
“네, 조금 바빠서요.”
(아, 그러셨구나. 호호, 시간 나시면 꼭 확인 한 번 해보세요. 아무튼 이번에 정말 좋은 이벤트 걸려서 판매량이 많이 늘어날 거에요.)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그렇다고 또 너무 크게 기대는 하지마시구요. 사실 이모티콘 매출은 첫 달이 가장 높거든요. 이후로는 빠른 속도로 매출이 하향세를 타니까 그 부분은 감안해주세요!)
"알겠습니다."
(네, 그럼 쉬시고 다음에 또 연락드릴게요!)
“네, 수고하세요.”
뭐, 얼마나 되기에 직접 전화까지 준 걸까.
조금은 궁금해졌다.
통화를 종료하고서 예전에 받은 문자를 확인했다.
“이건가.”
메시지에 적힌 주소를 눌러 사이트와 연결하자 이모티콘 전용 페이지가 열렸다.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작성하고서 로그인을 하니 메인 화면에 실시간 판매현황이 촤르륵 떠올랐다.
날짜별로 매출과 순이익, 그리고 원천징수된 금액까지 나와 있었다.
“허...?”
문제는 그 금액이 예사롭지 않다는 사실이었다.
이 정도였다고?
이모티콘이 출시되고 이제 겨우 5일 차.
그간 매출만 1,200만이었다.
류성에게 지급되는 순수익이 무려 580만 원을 넘어버린 것이다.
“와, 씨.”
이대로 한 달을 채우기만 해도 2천만 원은 거뜬하게 달성할 것 같았다.
경악스러울 지경이었다.
이건 상상도 못 했는데.
이래서 직접 전화까지 했던 모양이었다.
여기에 새로운 이벤트까지.
판매량이 더 많아질 거라고 했으니 지금보다 수익이 더 늘어날 것이 분명했다.
미쳤네.
정말, 그 단어밖에는 떠오르지 않았다.
물론 첫달 이후 하락세긴 하겠지만, 애초에 기대했던 수준을 훨씬 상회한 터라 그 부분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지금은 그저 이 기쁨을 누리면 될 뿐이었다.
*
그날 저녁, 류성은 가족들과 저녁을 먹으면서 병원에 다녀온 일을 언급했다.
“아니, 그랬어?”
“아이고, 우리 럭키. 고생했네.”
어머니와 동생은 물론이고 아버지조차 크게 걱정하고 있었다.
“가벼운 염증이라니까 걱정은 안 해도 된대요.”
“다행이네, 다행이야.”
“약은 제가 먹일 테니 신경 안 쓰셔도 돼요.”
“그럼 고맙지.”
이후, 음식이 거의 다 비워졌을 무렵에는 이모티콘 판매현황에 대해서도 가볍게 언급했다.
아무래도 이 정도는 가족에게 알려주는 게 맞을 것 같아서였다. 그래야 앞으로 큰 돈을 쓰는 일에 있어서도 편해질 테니까. 더불어 기쁨을 함께 누리고 싶은 마음도 컸고.
“아버지.”
“응?”
“저, 이모티콘 나온 지 이제 5일 정도 됐거든요.”
“오, 그래. 전에 말했었지.”
“그거 실시간으로 판매현황도 볼 수 있더라고요.”
“그러냐? 신기하구나.”
“오늘 봤는데, 생각보다... 금액이 커서요.”
그 말에 아버지가 잘됐다는 듯, 웃으셨고 류현아는 평소와 다를 바없이 호들갑을 떨어댔다.
“오올! 이모티콘! 얼만데, 얼마나 팔렸는데? 뭐, 그래 봐야 50만 원 정도는 팔렸으려나? 그럼 오빠가 얼마나 받는 거지? 나 용돈은 가능?”
“....”
류환은 그래도 정상적으로 반응했다.
“형, 축하해.”
“고맙다, 짜식. 넌 용돈 줄게.”
“아, 나는! 오빠아아!”
“넌 됐고.”
“아, 진짜!”
류현아의 발광을 무시한 채 류성은 스마트폰을 부모님에게 내밀었다.
“판매현황인데, 한 번 보세요.”
“그래, 한번 보자.”
아버지가 폰을 건네받았다.
옆에서 물을 마시던 어머니도 함께 화면을 봤다.
“으, 응...?”
놀란 듯한 어머니의 표정.
흔들리는 동공.
이어서 아버지 또한 크게 다르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
“어, 음. 이게... 확실한 거냐?”
“네. 담당자한테 연락도 받았어요.”
“이게 5일 치라고?”
“네.”
“그래, 여기 날짜도 있구나. 허허...”
“어머, 어머...!”
굳이 액수를 입에 담지는 않으셨다.
하지만 부모님의 그 모습만으로도 충분히 감이 잡힌 모양이었다. 류현아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아버지의 뒤로 돌아갔다.
“얼만데 그러는 거야? 일, 십, 백, 천, 만, 십만, 백만, 천만...?”
단위가 천만까지 나와버렸다.
“1,200만 원? 지, 진짜야, 이거? 오빠, 완전 대박 났잖아!”
“그건 매출이고.”
“어, 그, 그럼?”
“내 몫은 뒤쪽에 580만 원.”
“미친! 그래도 대바아아악!”
평소에는 참 얄밉지만, 그래도 반응 하나는 기가 막혔다. 저 호들갑에 류성 또한 어깨가 으쓱거릴 정도였으니까.
뿌듯하긴 하네.
이모티콘 매출을 가족에게 알린 건 잘한 일 같았다. 즐거움이 두 배였으니까.
“오빠, 완전 짱짱! 미쳤어어어어!”
끝나지 않는 류현아의 호들갑에 류성이 선한 미소를 지었다.
“어휴, 그만해. 창피하게.”
“그만하기는, 우리 오빠 짱이라니까! 완전 최고라고!”
“그 정도는 아닌데.”
“맞다니까! 오빠 잇츠 쏘 핸썸!”
“아이고, 낯 간지럽게.”
“완전 배우 저리가라야!”
“부끄럽구만, 이거.”
목적이 너무 눈에 보였다.
그래도 기분이 좋은 건 사실이라 선한 미소를 계속 유지했다.
“오빠, 오늘따라 왜 이렇게 멋진 거야? 응? 응? 최고야, 최고!”
“그래, 현아야.”
“응, 응! 왜 불러, 우리 오빠!”
“그래도 용돈은 없어. 알지?”
“야이...!”
아무튼, 없는 건 없는 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