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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 포인트(2)
지하철에 자리를 잡고서 수의사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갑자기 연락 드려서 죄송합니다. 궁금한 게 생겨서요. 혹시, 연락처 주신 분 중에서 너튜브 하는 분도 있을까요?
오래 걸릴 줄 알았는데 의외로 금방 답장이 왔다.
-아뇨, 너튜브를 하는 분은 없는 걸로 알아요!
-아아, 네. 감사합니다!
-네, 수고하세요^^
-수의사 선생님도요, 고생하세요!
인사를 마치고 너튜브 어플을 열었다.
구독 메뉴를 눌러 ‘해피강냥이TV’에 접속한 뒤에 배속을 높인 채로 예전 영상을 하나씩 감상했다.
처음에는 그냥 길에서 지내는 강아지나 고양이를 영상에 담는 게 전부였다. 이후, 조금씩 그들에게 먹이를 주기 시작했고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뒤에는 몇 군데 스팟을 정해 그곳에 강아지나 길냥이를 위한 집을 만들어 매일매일 돌보기 시작했다.
[아, 너무 정이 들어버렸네요...]
[음, 상처가 심해 보여요.]
[이 장소를 지키려고 많이 싸운 거 같아요. 상처도 심하고 추위에도 많이 지친 것 같네요. 여생은 제가 보살피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해당 너튜버는 그렇게 한 마리씩, 강아지와 고양이를 집으로 데려갔다.
정이 들어서.
바깥 생활에 지친 모습이 안타까워서.
상처가 너무 심해서.
그렇게 이어진 생활만 2년째.
지정된 장소에 먹이와 물을 주는 등, 길에서 보살펴주는 고양이만 스무 마리가 훌쩍 넘어갔고 그가 직접 기르는 고양이만 아홉 마리에 강아지만 세 마리였다.
다행히 후원금을 모아 마당이 있는 주택으로 이사를 한 모양이었다. 마당에는 울타리를 쳐서 강아지가 뛰어놀 수 있게 했고 바로 옆에는 컨테이너를 놓아 고양이만을 위한 공간으로 꾸몄다.
하지만 그것도 한계로 보였다.
후원은 나날이 줄어드는 모양이었고 길에서 지내는 고양이의 개체 수는 늘어만 갔다.
[고양이는 특히, 중성화 수술을 대부분 시키는데도 힘드네요.]
[얘는 중성화가 안 되어있네요. 구청에 도움을 청해야겠습니다.]
구청에 도움을 청하자 그들이 나섰다. 개체 수를 더 늘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그들은 길거리에서 지내는 고양이를 포획하여 중성화 수술을 시켜주기 때문이었다.
[수술이 끝난 아이인데, 다행히 컨디션은 좋아 보여요.]
[이 아이는, 힘들어 보이는데...]
구독자는 7천 명 정도 수준이었다.
확실히 많지는 않았다.
그들의 후원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워 보이는 게 사실이었다. 게시판에 올라온 후원금 사용 내역서를 봐도 그 정도는 알 수 있었다.
꼼꼼하고, 확실했다.
후원금을 빼돌리는 것 같지도 않았고.
“으음.”
오늘도 동물병원으로 향하는 그를 봤었다.
대단하네, 정말.
이런 진솔한 영상을 보고 나니 고민이 깊어졌다. 기부 그거 한 번 한다고 해서, 과연 달라질까. 분명 잠깐은 도움이 되겠지만 정말 그걸로 된 건가.
생각이 깊어졌다.
돈은 앞으로 더 많이 벌 자신이 있었다.
퀘스트의 도움이 있으니까.
게다가 새롭게 얻은 재능 ‘시나리오를 보는 눈’만 잘 활용해도 남은 인생, 돈 걱정은 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 터였다.
이모티콘도 있고.
그러니까 여유가 있는 상황이라면 이런 사람에게는 꾸준하게 도움을 주고 싶었다.
다만, 처음이라 망설여졌을 뿐.
“그래, 그거 뭐 어렵다고.”
한 번 방향을 정하니 결단을 내리는 건 어렵지 않았다. 물론 이러다가 퀘스트가 사라진다거나, 혹은 상황이 어려워지면 후원을 중단해야 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때까지는 충분히 도와줄 수 있는 일이었다.
"해보자."
망설이지 말자고, 확고하게 마음을 먹는 순간이었다.
[연계퀘스트 발동!]
[어서와, 정기후원은 처음이지?]
[처음으로 제대로 된 의지로 꾸준한 후원을 결심한 당신! 너튜버 ‘해피강냥이TV’는 마음을 다해 안타까운 생명을 보듬어주고 있습니다! 그에게 매달 일정 금액을 후원하여 해당 금액에 비례하는 보상을 습득하세요! 다만, 보상에는 상한선이 존재하며 그 정도는 매달 조금씩 높아집니다!]
[남은 시간 : 무제한]
[실패 조건 : 정기후원을 두 달 이상 멈췄을 경우 자동으로 퀘스트 실패로 간주, 다시는 동일한 퀘스트를 얻을 수 없습니다]
[성공 보상 : 매달 말일에 선행 포인트 습득]
[패널티 : 없음]
생각지도 못한 선물이 등장했다.
“아...?”
보는 순간 일단 한 가지 단어가 뇌리를 강타했다.
대박...!
아무리 봐도 그 단어로밖에는 설명할 수 없는 퀘스트였다. 그래도 애써 흥분되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찬찬히 퀘스트를 몇 번이나 훑어봤다.
“일단 패널티는 없고.”
실패 조건을 보니 정기후원을 이어가면 매달 말일에 선행 포인트를 얻을 수 있었다. 당연히 처음부터 보상이 엄청나진 않을 것이다. 상한선이 존재하니까. 하지만 그 상한선마저 매달 높아진다고 나와 있었다.
무엇보다 이번 연계퀘스트는 주기적으로 포인트를 모을 수 있는 확실한 루트 하나를 손에 쥔 것과 다름이 없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것이다.
여러모로 대박이었다.
*
갑자기 '해피강냥이TV'의 생방송이 떴다.
“어?”
류성은 주머니에서 이어폰을 꺼내어 귀에 꽂은 뒤 바로 생방송에 접속했다.
[어서 오세요. 아, 여기가 어디냐구요? 지금 동물병원에 있어요. 오늘 제가 공원에 산책하러 갔거든요. 거기서...]
그는 있었던 일을 설명했다.
[일단은 치료 중이라 대기하고 있답니다.]
약 50명의 시청자가 여러 가지 질문을 던졌다.
류성도 그중에 한 명이었다.
뻘글 : 아이고, 많이 안 다쳤으면...
행복한i : ㅠㅠ, 힘내세요!
주식대마왕TV : 치료비가 많이 나오겠네요.
[다들 감사해요. 치료비는 몇 가지 검사를 해서 아마 조금 나올 거 같긴 하네요.]
그렇다면야, 더 망설일 게 없었다.
어차피 하려던 후원이었으니.
주식대마왕TV : 그럼 제가 후원할게요. 영상마다 계좌 있던데, 거기로 하면 되나요?
[주식대마왕TV님, 정말 너무 감사합니다. 네, 거기로 보내주시면 제가 알뜰하게 써서 내역서도 게시판에 올리도록 할게요.]
이렇게 소통하고 보낼 수 있어서 더 좋았다.
타이밍 최고구만.
내심 흡족해하며 댓글에 적힌 후원 계좌에 돈을 보냈다.
200만 원.
처음이니까 이 정도면 충분할 것 같았다.
다음 달에도 보내면 되니까.
[퀘스트 ‘이제는 반려동물의 시대’가 갱신됩니다.]
[후원 목표치 : 1/3]
마침 퀘스트 진행도도 떠올랐다.
여기에 연계퀘스트까지.
[연계퀘스트 ‘어서 와, 정기후원은 처음이지?’가 갱신됩니다.]
[정기후원 금액 : 200만 원]
류성은 내심 뿌듯해하며 채팅을 쳤다.
주식대마왕TV : 보냈어요ㅎㅎ
그러자 바로 반응이 왔다.
[어, 어...? 저기, 금액이 맞나요?]
주식대마왕TV : 네, 작은 거 두 장, 맞습니다.
[아, 정말 감사합니다! 안 그래도 병원비가 걱정이었는데...]
해피강냥이TV가 잠시 말을 흐렸다.
울컥한 걸까.
이내 고개를 흔들며 밝게 웃었다.
[다시 한번, 정말 감사드립니다.]
잠시 고민하던 류성이 채팅을 쳤다.
주식대마왕TV : 저야말로 감사합니다.
직접 행동하진 못했지만 이렇게나마 도울 수 있어서 참으로 다행이었다.
*
목적지인 ‘하늘땅 별땅 유기견 보호소'에 도착했다.
생각보다 깔끔하고 넓었다.
운동장도 엄청나게 크고.
뛰어노는 강아지들도 즐거워보였다.
완전히 신났네.
길을 가로질러 내부로 들어가니 보호소를 관리하는 이가 류성을 반겼다.
“어서 와요, 오늘 봉사활동 신청하셨죠?”
“네.”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류성이요.”
“류성... 여기 있네요. 11시 타임이고, 아직 시간이 좀 남긴 했는데 기다리실래요?”
“먼저 시작할게요.”
“그럴까요 그럼? 여보!”
관리인이 부르자 턱수염이 멋들어진 중후한 아저씨가 문을 열고 나타났다.
“봉사활동 지금 하고 싶으시대.”
“오오, 그래? 알았어. 이쪽으로 오세요, 안내해드릴게요.”
“네, 감사합니다.”
아저씨를 따라 들어가니 정말 깔끔하게 관리된 강아지들의 집이 보였다. 하나같이 정성 들여 만든 나무로 된 집이었는데 그 집을 중심으로 철창이 넓게 둘러처진 상태였다.
한 마리, 한 마리가 그리 좁지않은 개인공간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었다.
“와, 집이 예쁘네요.”
“허허, 제가 직접 다 만들었지요.”
“정말요?”
“그럼요. 저거 만드느라 시간 가는 줄도 몰랐거든요.”
“우와, 엄청나시네요."
문득 궁금한 게 생겨 물어봤다.
"생각보다 철창 공간이 넓네요.”
“여기 땅값이 워낙에 싸서 그래요. 처음에 크게 매입한 것도 있지만, 부족하다 싶으면 꾸준히 매입하면서 공간을 넓혔거든요. 후원하는 분이 그래도 좀 계셔서요. 그분들 아니었으면 여기도 좁은 철창 안에 열 마리씩 넣어두고 보호해야 했을 거예요.”
사실 그런 곳이 사실 대부분일 것이다.
좁은 철장 안.
많게는 10마리 이상이 들어가 지내야 하는 아이들. 새로운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어느 순간, 안락사를 당해야 하는 아이들.
“입양하는 분들이 많지는 않죠?”
“의외로 꽤 있어요. 예전에는 정말 소수였는데 조금씩 늘어나더니 이제는 구조해오면 열 마리 중에 여섯 마리 정도는 입양되는 편이거든요.”
“생각보다 꽤 되는군요.”
“허허, 그렇죠? 갈수록 사람들이 좋은 방향으로 가는 거 같아요. 이제는 애견샵도 많이 줄어드는 추세고요.”
“그러게요, 좋은 일이죠.”
조금 더 대화를 나누다 보니 목적지에 도착했다.
“일단 옷부터 갈아입으시고요, 이후에 같이 여기 청소부터 하면 되겠네요.”
“네, 알겠습니다.”
옷을 갈아입고 나온 뒤 아저씨와 함께 청소를 시작했다. 먼지들을 치우고 닦아내는 단순한 노동이 지금은 한없이 뿌듯하기만 한 일로 바뀌었다.
“아이고, 기운이 좋으시네.”
“열심히 해야죠.”
즐겁게 청소를 하면서 대화를 더 나눴다. 덕분에 한 가지 정보를 더 알게 되었다.
“안락사는 안 시켜요. 정말 힘들어지면 차라리 시청에서 위탁받아 운영하는 안락사 없는 보호소에 맡기는 편이고요. 사실 한 번 정들면 보내기 힘들잖아요, 그래서 우리는 그냥 중성화 수술로 관리하고 있어요.”
이야기만 들으면 정말 좋은 곳이었다.
하지만, 다 믿을 순 없는 법.
오늘은 봉사활동으로 구석구석을 보면서 직접 두 눈으로 보고서 판단할 생각이었다. 뭐, 혹시라도 퀘스트가 알려준다면 또 모르겠지만. 그건 확신할 수 없는 부분이었으니까.
“자, 그럼 운동장으로 가보죠.”
“네!”
운동장에는 강아지 수십 마리가 자유롭게 뛰어놀고 있었다.
왕! 왕왕!
아저씨를 보는 순간 반가웠던지 꼬리를 거칠게 흔들며 달려들었다. 몇 마리는 류성에게도 관심이 있는지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한 녀석은 오자마자 바로 배를 까뒤집고는 만져달라는 듯, 헥헥거렸다.
“얘는 이름이 뭔가요?”
“콩이에요. 가장 애교가 많은 녀석이죠.”
“그래 보이네요.”
귀여워서 배를 쓰다듬으니 기분이 좋은지 바닥에 깔린 꼬리를 빗자루처럼 움직이며 운동장의 모래를 쓸어댔다.
“자, 그럼 운동장 청소도 해볼까요?”
그 말에 순간 류성의 어깨가 움찔하고 떨렸다.
이 넓은 곳을 전부...?
그 표정을 보고 있던 아저씨가 재밌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