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돈과 재능이 쏟아져-29화 (29/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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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카 구매(1)

이메일을 살펴보다가 눈에 들어오는 걸 발견했다.

어라, 뭐가 왔네.

마침 메시지 하나가 날아왔다.

-나 김미소야. 오늘 후원금 사용내역서 이메일로 받았거든. 그거 보냈어.

-방금 왔더라.

-잘 살펴보고 문제 있는 거 같으면 알려 줘.

-ㅇㅇ, 그래

간단하게 답장을 보내고서 내역서를 내려받았다.

수학여행비, 교복, 도서상품권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후원금이 사용되고 있음을 증명하는 1차 내역서였다.

“잘하고 있네.”

딱히 태클을 걸 부분도 없었다.

이 정도면 충분했다.

앞으로 사용하게 될 금액도 꾸준히 확인하면 되었으니까. 그보다 오늘은 해야 할 일이 있었기에 아침을 먹고서 집을 나섰다.

도착한 곳은 카페였다.

남동생인 류환이 먼저 와서 기다리는 중이었다.

“형, 여기.”

“수업은 잘 들었고?”

“그럼.”

오랜만에 녀석의 표정이 밝았다. 류성이 자리에 앉자마자 류환이 대뜸 물었다.

“그보다, 차종은 정했고?”

“정했지.”

면허를 20살에 따고서 간간이 아버지의 차량을 운전했었다. 덕분에 운전실력은 부족하지 않은 수준이었다.

“전에도 말했지만 2, 3년 정도 된 중고차도 진짜 좋거든. 그 정도면 디자인적으로 봐도 모난 구석도 없고 사실상 신차 냄새가 싹 빠져서 오히려 더 좋을 수도 있어. 가격 부담도 훨씬 덜 하고 보증기간도 남아있으니 최고지.”

동생의 이야기를 이렇게 많이 듣기만 하는 건 오랜만이었다.

“차가 그렇게 좋냐?”

“응?”

“차 얘기할 때 보면 표정이 달라져서 그래, 인마.”

“크흠, 뭐, 그냥...”

류환은 현재 디자인학과에 재학중이었다. 차를 워낙 좋아하는 터라 두 가지가 결합된 자동차 디자이너가 꿈인 녀석이었고. 그래서 차량구매에 도움이 될 거 같아 부른 상태였다.

"더 얘기해 봐. 들어보게."

"그래, 아무튼 중고차라고 단점만 있는 건 아니야. 신차도 문제가 많거든. 그런 부분을 신차 주인이 전부 고쳐놓으니까 이후 구매하게 되면 훨씬 관리하기에 편하지. 신차도 랜덤뽑기라서 잘못 걸리면 진짜 생고생이거든.”

“그렇구만.”

“근데, 뭐. 신차로 살 수만 있다면야 사실 신차가 좋긴 해. 내가 언급한 부분을 떠나서 디자인만큼은 아무래도 차이가 날 수밖에 없으니까."

"난 구형도 예쁘긴 하던데."

"그렇긴 한데 시간이 지나고보면 항상 새로운 디자인이 훨씬 감각적이라는 걸 알게 되거든. 뭐 그게 꼭 디자인적으로 더 좋다는 건 아니지만."

“흐음.”

이 부분은 조금 고민이 되었다.

중고가 싸긴 하니까.

그렇다고 딱히 중고로 구매해야 할 정도의 가격은 아니었다. 그가 꿈꾸던 드림카가 포르쉐나 람보르기니처럼 엄청나게 비싼 차종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할인받는 거 생각하면...”

그랜저 풀옵션 수준이라고 봐도 되었으니까.

"할인? 뭐 살 건데?"

"BMW."

"버스, 메트로, 워킹은 아니지?"

"아, 노잼."

"크흠, 농담이야."

류환과 류성 둘 모두 피식하고 웃었다.

"그래서 모델은 뭔데? 5시리즈? 아니면 3시리즈?"

그 질문에 류성은 고개를 저었다.

"1시리즈로 사려고."

"아? 그 해치백 모델?"

"어, 난 그게 유난히 예쁘더라고."

류성의 드림카는 바로 BMW1시리즈였다.

정확하게는 135i모델.

3년 전인가, 길에서 직접 마주한 적이 있는데 그 순간 사진처럼 뇌리에 각인되어 버렸다.

그때부터 생각했었다.

언젠가 반드시 저 자동차를 사고 말 거라고.

"형도 취향이 특이하네. 뭐, 명품이긴 하지. 해외에서는 인기가 많으니까. BMW는 할인도 엄청나게 해주니까 신차도 괜찮겠는데? 어차피 할부로 할 거지?"

"그렇지."

굳이 현금을 다 주고 살 이유가 없었다. 그 돈을 굴려서 수익을 내는 게 훨씬 이득이었으니까.

"운전해본 적은 있고?"

"아니."

"그럼 일단 타러 가자. 직접 타보고 정하는 게 최고거든."

"음? 그게 가능하냐?"

"어. 매장에 예약하면 돼. 지금 딱히 사람들 모일 시기도 아니라서 바로 될 거 같은데, 잠깐만 기다려 봐."

류환이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렸다.

"오, 되네. 1시간 뒤에 자리 있는데?"

"바로 된다고?"

"어. 예약한다?"

"그래, 한 번 타러 가보자."

자동차 매니아인 동생의 말을 고분고분 따르기도 했다.

*

매장에 들어서자 딜러가 인사하며 반겨줬다.

이름, 지창훈.

그는 그저 시승을 온 손님임에도 불구하고 정말 마음을 다해 류성과 류환을 안내했다.

"이 차량입니다."

"와...!"

실물을 보는 순간 입이 턱하니 벌어졌다.

"미친, 겁나 예쁘네."

"이번에 페이스리프트하더니 확실히 더 멋스러워지긴 했네."

"크으, 바로 타보고 싶은데?"

지켜보던 딜러가 시승을 허락했다.

"편하게 운전 해보시면 됩니다. 저는 뒷자리에 탈 때니까 신경쓰지 마시구요."

"아, 네."

"고맙습니다."

동생과 함께 차량에 올랐다.

의자에 앉을 때부터 이미 감탄이 올라왔다.

등과 허리를 잡아주는 이 느낌.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넓은 시야각.

정말 최고였다.

곧바로 시동을 걸었다.

부르르릉.

차량이 매장을 빠져나가 도로 위에 올라섰다. 천천히 주행질감을 느껴봤다.

"와...!"

절로 웃음이 새어 나왔다.

도저히 숨길 수 없는 행복함이었다.

"미쳤네, 진짜. 너무 좋은데?“

더 고민할 건더기가 없었다.

그냥 바로 결정을 내려버렸다.

“나, 이거 사야겠다.”

“마음에 들었나 보네.”

“어, 대박이야...!”

“근데 뒤에 누구 태우긴 힘들어, 알지?”

류환이 고개를 돌렸다.

"딜러님. 아무래도 좀 그렇죠...?"

"하하... 네, 힘들긴 하네요."

딜러마저 긍정할 정도로 뒷자리는 좁았다.

그래도 상관은 없었다.

“괜찮아, 아버지랑 어머니도 차 있으니까. 내가 지금 아니면 언제 또 이런걸 몰아보겠냐."

“그렇다면야.”

다시 운전에 집중했다.

생각 이상으로 편안한 승차감. 단단하긴 하지만 분명 고급스러운 느낌이었고 온몸을 감싸 안아주는 시트 포지션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뤘다.

밟는 대로 반응하는 속도감과 커브에서 느껴지는 이 완벽한 균형감까지.

모난 부분이 없었다.

온몸에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

자동차?

사실 크게 관심이 없는 분야였지만 직접 타보니 분명하게 알 수 있었다.

“사람들이 왜 BMW, BMW하는지 알겠네.”

“좋긴 하네, 진짜.”

류환도 입꼬리가 말려올라간 상태였다.

"형, 이건 진짜 펀카로 최고겠는데?"

"흐흐."

"가끔 나 타도 돼?"

"그래, 뭐."

솔직히 류성 본인은 타고 다닐 일이 많지는 않을 것이기에 허락을 해줬다. 다만 류환은 많이 놀란 모양이었다. 이렇게 쉽게 허락해줄 거라고는 예상치 못한 표정이랄까.

"진짜? 진짜로 타고 다녀도 돼?"

"타고 다녀."

"와씨! 형, 미친 거 아냐?"

"아니, 이 자식이 허락을 해줘도 욕이냐?"

"너무 좋으니까 그러지!"

류성은 호탕하게 웃으며 조금 속도를 냈다.

경쾌한 가속함에 빨려들었다.

또 한 번 감탄하는 사이 시승이 끝났다.

“저기요!”

구매 의사를 눈빛으로 뿜어내자 딜러가 웃으며 대답했다.

“필요하신 거라도 있으신가요?”

“이 모델로 구매하려고요!”

그러나 반응은 생각과 달랐다.

지창훈 딜러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음, 다른 차종은 안 타보셔도 괜찮으세요? 조금 더 신중하게 고민하셔도 됩니다. 보통 며칠 정도 시간이 지나면 후회하는 고객분들도 많으셔서요.”

설마 이런 말을 할 줄이야.

신기한 사람이네.

자동차를 팔아 이익을 남기는 걸 넘어서 고객을 생각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뭐, 그렇다고 모델을 바꿀 생각은 없었다.

“괜찮아요. 이걸로 할게요.”

“으음, 알겠습니다. 그럼 이쪽으로...”

스피드하게 일이 진행되려는 찰나.

“크흠, 지창훈 딜러?”

“예?”

“팀장님이 부르시는 거 같던데.”

“아... 그런가요?”

“어. 내가 이분들 마무리 지을 테니까 다녀와.”

“으음, 알겠습니다...”

뭔가 미묘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옆에 있던 류환도 살짝 미간을 찌푸리는 와중이었고.

뭐지?

의문이 솟구치는 찰나.

[퀘스트 발동!]

[후배의 몫을 뺏어 먹는 독사?]

[딜러, 지창훈은 일을 시작한 지 1년이 조금 넘은 딜러다. 고객을 생각하는 마음이 강하지만 안타깝게도 성과는 그리 좋지 않다. 그런 와중에 굴러들어온 복을 경력 있는 선배 팀원이 뺏으려 드는 상태. 팀장이 부르지도 않았건만 핑계를 대어 지창훈 딜러를 빼내고 본인이 계약을 맡으려 한다. 아직 어수룩하지만, 고객을 소중하게 여기는 지창훈 딜러에게 계약성사라는 달콤한 꿀을 선물하라!]

[남은 시간 : 120분.]

[성공 보상 : 랜덤 카드, 선행 포인트.]

[퀘스트 실패시 모기에 물립니다.]

등장한 퀘스트가 궁금증을 해소해줬다.

아, 그런 거였구나.

아직 류성도 군대를 제외하면 제대로 된 사회생활을 해본 적이 없다 보니 미묘한 기류만 눈치챘을 뿐, 이런 자세한 사정까지는 알지 못했다.

역시 퀘스트.

속내를 숨기며 류성은 다가오는 새로운 딜러를 쳐다봤다.

“자자, 이쪽으로 오시죠. 모시겠습니다.”

“네, 뭐.”

일단은 그가 안내하는 곳으로 움직였다.

“일단 옵션의 경우...”

“너무 과하지 않나요?”

“아이고, 절대요. 요즘은 이렇게 안 타면 100퍼센트 후회를 하시더라고요. 옵션은 무조건 풀옵션을 넣는게 좋습니다. 아, 차량 색깔도 이게 제일 무난한...”

퀘스트를 떠나서 행동거지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후딱 해치우려는 건지 고객의 의사는 안중에도 없는 모습이었다.

막무가내로 밀어붙인다고 해야 하나. 아마 계약의사를 너무 강력하게 뿜어내다보니 고객을 호구로 여긴 모양이었다.

“자, 그러면 계약을...”

계약서를 내미는 그의 모습을 보며 한 마디 내뱉었다.

“그 분은요?”

“네?”

“처음에 저희 안내해줬던 딜러님이요.”

“아, 그 딜러는 바빠서 말이죠.”

“그 딜러님 오면 계약할게요. 그 분하고요.”

“네...?”

“상관없죠?”

“아, 그, 그게...”

곧이어 조금은 멍한 표정의 지창훈 딜러가 나타났다.

그는 고개를 푸욱 숙인 채였다.

류성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불렀다.

“지창훈 딜러님?”

“아, 네!”

“계속 기다렸네요, 어서 계약 진행하시죠.”

그때까지도 여전히 앉아있던 새로운 딜러가 미간을 파악, 찌푸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곤 살벌한 기세를 풍기며 지창훈 딜러를 지나쳤다.

하, 정말.

이런 갑질까지는 하고 싶지 않았건만.

눈앞에서 저런 모습을 본 이상 그냥 지나칠 순 없었다. 적어도 고객을 호구로 보는 이에게 한마디 정도는 내뱉어줘야 성이 찰 것 같았다.

“거, 분위기 참 삭막하게 만드시네요. 이거 BMW본사에 항의해도 되죠?”

그에 우뚝 멈춰선 딜러.

그가 어색하게 웃으며 몸을 돌렸다.

“무, 무슨 말씀이신지.”

“방금 사람 하나 죽일 듯한 표정으로 나가시던데요? 이거 딜러님 무서워서 어디 계약이라도 제대로 하겠어요?”

“아이고, 절대 그런 거 아닙니다.”

“정말 아니에요?”

“그, 그럼요.”

“흐음, 남의 거 뺏지 말고 정직하게 좀 합시다. 우리는 무슨 잘못이에요? 괜히 자동차 한 대 사러 왔다가 기분만 안 좋아지잖아요.”

“...죄송합니다.”

그의 사과에 류성은 혀를 차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

지창훈 딜러가 조심스레 다가왔다.

“으음, 정말 죄송합니다.”

“딜러님이 왜요? 괜찮아요, 이제 기분 좋게 다시 시작하죠.”

“알겠습니다!”

딜러의 대답과 함께 퀘스트가 클리어되었다.

[퀘스트 클리어!]

[정산 중...]

[정산 완료.]

[최하급 랜덤카드가 지급됩니다.]

[선행포인트 1점을 획득합니다.]

이후,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되었다.

그가 권하는 수준이 참으로 알맞았기에 대부분이 마음에 들었다.

“요즘은 규제도 있고 해서, 디젤보다는 휘발유가 좋긴 합니다.”

“그렇겠네요.”

“그럼 135i모델로 하시겠어요?”

“그럴게요.”

“혹시 색상은 봐두신 게 있을까요?”

“그린블랙이요.”

“아아, 정말 예쁜 색상이죠.”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고 고급스러우면서도 크게 튀지 않는 색상이었다.

“이건 이걸로..."

"아, 그 부분은..."

최종적인 선택이 이루어졌다.

"알겠습니다. 그럼 이렇게 진행하겠습니다.”

“네, 출고까지 오래 걸리려나요?”

“한 달 내에 받아보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좋네요.”

그 기다림의 시간이 참으로 즐거울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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