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돈과 재능이 쏟아져-33화 (33/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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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쭐(1)

미리 시간을 조율한 덕분에 날짜가 잡혔다.

8월 첫째 주, 토요일.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고 드디어 약속의 날이 되었다. 이신우의 가족들과 다 함께 모여 점심을 먹기로 한 날이 온 것이다.

“오랜만에 보겠구나.”

아버지와 어머니는 적잖게 기대하는 모습이었다. 이신우의 부모님과 간간히 연락을 이어가던 사이라서 더욱 그런지도 몰랐다.

“오빠, 오빠!”

“왜.”

동생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엄청, 어어어엄청나게 맛있는 곳이랬지?”

“응, 완전.”

“두근두근, 완전 기대중!”

“실컷 기대해, 상상 이상이니까.”

“오오옷!”

류환 또한 표정이 밝았다.

“형, 그렇게 맛있어?”

“어, 대박이라니까. 먹다가 누가 죽어도 모를걸?”

“에이...”

“가서 일단 먹어봐.”

“좋네.”

“뭐가?”

“형이 이제 돈 잘 벌어서 그런가, 마음에 여유도 좀 생긴 것 같고.”

“짜식, 공부나 열심히 해. 하고 싶은 자동차 디자인 분야로다가. 내가 그냥 팍팍, 아주 제대로 밀어줄 테니까.”

“...진짜로?”

“그래.”

순간 류환의 표정에 고민이 서렸다.

그러나 착각이었던 것처럼, 순식간에 사라졌다.

당연하게도.

류성은 그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한 채 가족들과 함께 집을 나섰다.

잠시 후.

약속했던 한식당에 도착했다.

“여기지? 맞지?”

“어. 맞아.”

류현아가 눈을 초롱초롱하게 반짝이며 앞장섰다. 그 뒤를 부모님과 류환, 그리고 류성이 따랐다. 기대로 얼룩진 분위기를 숨기지 못한 채 입구의 문을 열어젖히려던 순간이었다.

끼이익.

안에서 먼저 문이 열렸다.

“고맙습니다!”

“그래, 잘 가렴.”

두 명의 어린아이가 각각 도시락 두 개씩을 품에 안고서 식당에서 나왔다. 잠깐 마주쳤을 뿐이지만 무언가 기분 좋은 일이라는 직감이 들었다. 그 사이 아이들은 멀어졌고 사장님이 다가와 인사를 해왔다.

“어서 오세요. 예약하셨나요?”

“아, 네.”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류성이요.”

“아, 이미 일행이 와있으셔서 그쪽으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복도를 몇 번 꺾으면서 들어가자 방이 나타났다. 문을 여니 이신우를 비롯한 가족들이 자리를 잡고 기다리는 중이었다.

"프라이빗 룸입니다."

"감사합니다."

류성은 이신우의 부모님을 보며 인사를 했고 이신우는 류성의 부모님에게 인사를 올렸다. 그 뒤를 이어 부모님들끼리 반갑게 이야기를 나눴다.

“이거, 정말 오랜만에 뵙습니다.”

“그러게 말입니다.”

“요즘 운동하시나 봅니다?”

"아, 헬스도 다니고 있고. 요즘은 특히 스크린 골프에 취미가 들려서요."

두 아버지는 부드러운 미소와 더불어 건강, 스포츠를 주제로 한 이야기를 이어갔고 어머니들은 피부나 미용에 관한 것들로 대화의 물꼬를 텄다.

"어머머, 잘 지내신 것 같아 다행이에요. 지난번에 봤을 때보다 피부가 더 좋아진 거 같은데요?"

"그냥 집에서만 관리하는 편인데, 그래도 표가 나나 보네요."

"그럼요!"

그사이, 류성은 이신우의 맞은편에 앉았다. 그의 아내와 이제 4살이 된 쌍둥이가 보였다.

“오랜만이에요, 명희씨.”

“네, 정말요.”

“아이고, 하빈이랑 하민이도 엄청 많이 컸네.”

“안녕하세요오.”

“그래, 안녕. 오늘 맛있게 먹어.”

“네에!”

보기만 해도 귀여울 나이였다.

물론 미운 네 살이라는 말도 있긴 하지만, 뭐. 가끔 보는 입장에서는 더할 나위없이 귀엽기만 했다.

끼이익.

마침 닫혀있던 문이 열리면서 종업원이 들어왔다. 메뉴판을 하나씩 내려놓은 뒤 뒤로 물러나서 조용히 기다렸다.

“제가 추천해도 될까요?”

류성의 말에 시선이 그에게 모였다.

“응? 그럼, 물론이지.”

“한우 좋아하시면 한우 수라상으로 시키면 좋아요. 전에 먹어봤는데 진짜 끝내주더라고요. 양고기는 하늘 수라상으로, 돼지고기는 들판 수라상이 괜찮다고 들었어요. 아, 고기도 여러 종류도 드시고 싶으시면 모듬 수라상으로 하시면 되고요.”

그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고민에 빠졌다.

“으으, 메뉴 이즈 뭔들!”

류현아가 크게 외치더니 메뉴판을 탁하고 접었다.

“그래도 역시 고기는 소고기지, 저는 한우 수라상이요!”

“나는 모듬.”

“그럼 저는...”

그렇게 메뉴가 하나씩 언급되었다.

그걸 전부 들으면서 체크를 하던 종업원이 확인을 위해 다가왔다.

“한우 수라상 넷, 모듬 셋, 하늘 수라상 둘, 총 9인분 확인했습니다. 이대로 주문해드릴까요?”

“네, 그렇게 해주세요.”

“알겠습니다.”

주문을 마치고서 다들 들뜬 마음으로 즐겁게 대화를 나눴다.

분위기가 좋았다.

다행이네.

아마 음식 맛을 보면 더욱 좋아지리라.

흐음, 그보다.

류성은 자꾸만 아까 그 아이들이 떠올랐다. 도시락을 받아가던 아이 두 명. 여기서 그런 것도 판매하는 걸까. 메뉴에는 보이지 않았기에 더욱 궁금해졌다.

슬쩍 고개를 돌려 방 내부를 살펴봤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결국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화장실에도 한 번 들릴 겸, 밖으로 나가보기로 했다.

저벅.

마침 지나가던 종업원이 보였다.

"여기, 화장실이 어딘가요?"

"복도 왼쪽으로 가셔서 다시 왼쪽으로 꺾으시면 보이실 겁니다."

"감사합니다."

알려준 길을 따라 걸으며 복도를 살폈다.

그러던 와중.

한쪽 벽면에 붙어있는 자그마한 스티커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착한 영향력 식당?"

읽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느낌이었다.

동시에 느낌이 왔다.

이 스티커가 바로 찾아 헤매던 것임을 깨달은 것이다.

그러고 보니 입구에 들어설 때 왼쪽에 이거랑 비슷한 게 있었던 것 같았다. 그때는 아이들에게 시선을 빼앗겨 제대로 확인을 못 했었다.

지금 보면 되겠지.

방향을 틀어 입구로 향했다.

"아...!"

그제야 들어오면서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큼지막한 스티커가 눈에 들어왔다.

[착한 영향력 식당]

이곳 착한 영향력 식당은 소년, 소녀 가장과 결식아동을 지원하는 중입니다. 해당 아이들에게 도시락을 무료로 제공합니다.

절로 감탄이 나왔다.

설마 이런 곳이 있었을 줄이야.

나도 돕고 싶은데.

그런 생각을 하는 순간이었다.

[퀘스트 발동!]

[돈으로 혼쭐을 내본 적이 있는가?]

[각박한 세상 속에도 따스한 이야기는 흐르는 법. 착한 영향력 스티커를 붙여 어떤 조건도 없이 무료로 선행을 베푸는 이들에게 돈쭐을 내주어라! 목표치를 초과하게 되면 추가적인 보상까지 얻을 수 있다! 단, 같은 품목의 음식은 반영되지 않습니다.]

[목표 : 0/5]

[남은 시간 : 7일]

[성공 보상 : 랜덤 카드, 선행 포인트.]

[퀘스트 실패시 새끼발가락이 모서리에 부딪힙니다.]

기분 좋은 퀘스트가 떠올랐다.

"돈쭐이라.“

뭔가 평소보다 훨씬 재밌을 것 같았다.

아니, 근데.

어쩐지 실패 패널티가 조금 끔찍해진 기분이었다.

*

프라이빗 룸으로 돌아오니 밑반찬이 깔린 상태였다.

"아들!"

"응?"

어머니가 격하게 반겼다.

"오빠아아!"

"형...!"

동생도 마찬가지였다.

"어머, 이건 정말...!"

"류성, 너 이 자식!"

이신우는 물론이고 그의 가족들까지 한껏 상기된 표정으로 류성을 쳐다봤다.

뭐야, 도대체.

고개를 갸웃거리는데 류현아가 젓가락을 쑤욱하고 내밀었다.

“빨리 먹어봐, 이거 대박이라니까!”

들이미는 통에 한입을 먹기는 했다.

아, 으음, 역시...!

그 맛에 절로 감탄하면서 깨달았다.

맛있어서 그런 거였구나.

그 와중에도 류현아는 즐거운 듯 어깨를 덩실거렸다.

“맛있지? 응? 응?”

“류현아, 여기 내가 예약한 곳이거든?”

“아, 참. 그랬지.”

“어때?”

“응?”

“내가 실컷 기대하라고 했잖아. 맛있냐고.”

“응, 완전 대박!”

고개를 돌려 어르신들을 쳐다봤다.

“입맛에 맞으세요?”

“그래, 최고다.”

“여기 정말 좋구나.”

하지만 이제 시작일 뿐이었다.

메인 요리는 등장하지도 않은 상태였으니까.

“나도 먹어 볼까.”

류성도 자리를 잡고 젓가락을 들었다.

어디 보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새우 관자 버터구이를 앞접시에 담았다. 한 입 베어 무는데 새우와 관자의 고소하면서도 적절한 식감이 입안에서 살아 움직였다.

오오...!

정말 흠잡을 곳 없는 균형감이었다.

이하빈과 이하민.

두 아이 역시 행복에 겨운 듯 열심히 젓가락을 휘둘렀다.

"엄마아. 이거 줘요."

"나두, 나두우!"

"자, 여기."

옴뇸뇸거라며 참 잘도 먹었다.

덕분일까.

상을 부러트릴 정도로 많았던 음식이 빠르게 줄어들었다. 그래도 여전히 많은 음식들이 순서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그렇게 배가 적당히 불러갈 즈음, 드디어 메인 요리가 등장했다.

“오오오!”

아름다운 자태를 자랑하는 고기들이 불판 위에 올라갔다. 직원이 직접 정성스럽게 구워주는 고기가 각자의 접시에 담겼다. 맛을 보는 사람들의 눈이 하염없이 커졌고 그 이후 더 이상의 대화는 없었다. 먹는다는 행위 그 자체에 온전히 집중한 까닭이었다.

“으, 으음...!”

맛에 취해버려 본인도 모르게 튀어나온 탄성만이 간간이 흐를 뿐이었다.

*

배가 터질 정도로 먹고서 계산대로 향했다.

“얼마에요?”

“네, 총 175만 7천 원입니다.”

들려온 금액에 이미 예상을 하고 있던 류성도 조금은 놀랐다.

그도 그러할진대.

뒤에서 대기하던 이들은 오죽할까.

“배, 백칠십...?”

류현아와 류환은 거의 굳어버렸다. 부모님들도 움찔한 모습이었는데 류성은 덤덤하게 스마트폰을 내밀었다.

이 정도야, 뭐.

크게 부담되지 않는 수준이었다.

“계산해주세요.”

“네, 할부는 어떻게 해드릴까요?”

“일시불이요.”

“아, 네. 알겠습니다.”

계산을 마치고 스마트폰을 돌려받았다.

[퀘스트 ‘돈으로 혼쭐을 내본 적이 있는가?’가 갱신됩니다.]

[후원 목표치 : 1/5]

류성의 어깨가 움찔거렸다.

이것도 되네?

아무래도 금액이 크다 보니 돈쭐을 낸 것으로 쳐주는 모양이었다.

“크흠, 잘 먹었습니다.”

“수고하세요!”

식당을 나서는 길.

이신우가 슬쩍 다가왔다.

“괜찮냐? 비싼 건 알았는데, 어우.”

“다 알고 온 건데, 뭐.”

“그래도...”

“됐어. 진짜 괜찮으니까.”

“하긴, 코인이랑 주식으로 꽤 벌었지?”

“크흠, 비밀인 거 알지?”

“흐흐, 알지.”

이후 다 함께 근처 카페에 들러 커피 한잔을 마시고서 다음을 기약했다.

“오랜만에 즐거웠네요.”

“다음에 또 봬요.”

정말 완벽하면서도 깔끔한 마무리였다.

“자, 우리도 집에 가야지.”

“응!”

지금 느껴지는 이 흡족함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집으로 돌아갔다. 그날 하루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서 온전한 휴식을 취했다. 가끔은 이런 날도 필요한 법이었으니까.

다음 날.

류성은 무릎에 럭키를 올려놓고서 착한 영향력 스티커에 대해 검색해봤다.

상당히 많은 정보가 나열되었다.

“의외로 많네?”

갸르릉 거리는 럭키의 뱃살을 어루만지며 적잖은 정보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와중에 눈에 들어온 곳은 집 근처 맛집으로 유명한 초밥집이었다.

어떻게 돈쭐을 내야 할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일단은 식당에 기부하는 건 어떤가 싶어서 전화를 걸어봤다.

(네, JMT초밥집입니다.)

"안녕하세요, 제가 뭐 하나 여쭤보려고요."

(네, 말씀하세요.)

"거기 착한 영향력 스티커 붙인 곳 맞죠?"

(아, 네. 맞습니다.)

"제가 기부를 좀 하려고 하는데..."

(기부요?)

"네. 그, 스티커 보고 도움을 드리고 싶어서요."

(아아, 이거 기분은 좋네요. 근데 괜찮습니다. 이건 순전히 제가 하고 싶어서 하는 부분이라서요. 다른 사람한테 돈을 받기 시작하면 뭔가 의미가 변질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요. 마음만 받겠습니다.)

"아, 제가 너무 가볍게 생각했나 봅니다."

(아닙니다. 말씀만으로도 정말 감사합니다.)

"그러면 자주 사먹을게요, 동네거든요."

(아이고, 감사합니다.)

"네, 그럼 수고하세요."

그렇게 통화를 종료했다.

"으음."

한 곳만 알아본 거지만 대화를 하다보니 기부는 확실히 애매한 부분이 있었다. 제대로 돈쭐을 내기 위해서는 그냥 대량으로 사서 먹는 게 나을 것 같았다.

"대량이라?"

한 가지 방법이 떠올랐다.

괜찮겠는데.

즉시 그 방법을 실행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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