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돈과 재능이 쏟아져-34화 (34/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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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쭐(2)

멀끔한 차림으로 모교, 대국 고등학교를 찾아갔다.

교무실의 문을 열고 들어섰다.

많은 선생님이 자리한 상태라 시선을 끈 모양이다.

“안녕하세요.”

“어머, 류성이 아니니?”

낯이 익은 몇 분의 선생님에게 다가가 인사를 했다. 그중에서 가장 류성을 반갑게 맞이하는 국어 선생님. 그 시절, 정말 장난스러움이 넘치던 선생님이셨다.

수업도 재밌었고.

사실 이렇게 반겨줄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아직 정정하시네요.”

“그럼! 이렇게 보니까 또 새롭네. 학교 다닐 때는 엄청 평범하게 지냈던 거 같은데. 맞지?”

“그랬죠, 조용하고.”

“근데도 기억에 남는 걸 보면, 특이했던 점이 있었던가.”

“글쎄요.”

“신기하네. 그보다, 무슨 일이야?”

“아, 애들한테 먹을 거좀 사주려고요.”

“아이고. 그랬어?”

“네. 근데 김창호 선생님은 수업 중이신가요?”

“그럴 거야.”

“아아.”

“한 10분 남았으니까 조금만 기다리면 되겠네.”

“네, 감사합니다.”

한참을 더 대화를 나누다 보니 시간이 훌쩍 흘렀다.

“이제 곧 수업 끝나겠는데?”

“그럼 저는 복도에서 기다릴게요.”

“그래, 또 보자.”

국어 선생님은 고개를 끄덕이며 수업 준비를 시작했다. 방해하는 건 좀 아닌 것 같아서 교무실 밖에서 남은 시간을 기다리기로 했다.

딩동댕동-

머지않아 종이 울리고 학생들이 우르르, 몰려나왔다. 떠들썩한 분위기 사이로 익숙한 단어가 귀에 가장 먼저 꽂혔다.

“야, 매점 가자, 매점!”

“콜!”

매점이라는 단어 하나만으로도 여러 추억이 떠올랐다. 특히 2교시가 끝나자마자 가는 매점이 최고였는데, 그때는 휴식시간이 10분이 아니라 무려 15분이었다. 다른 학교도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대국고등학교는 그랬었다.

아, 생각나네.

이신우 그 녀석, 매점에서 만날 때마다 한 입만을 외치던 놈이었는데.

생각만으로도 웃음이 지어졌다.

재밌었지.

그 와중에 지나가던 아이들이 슬쩍, 류성을 탐색하듯 쳐다봤다.

“선배님인가?”

“그런가.”

“아니면, 혹시 새로운 선생님?”

“그건 아닌 듯.”

뭐, 금방 시선이 떨어지리라.

예전부터 주목받는 경우는 거의 없었기에.

잘생긴 건 절대 아니고.

키가 엄청나게 큰 것도 아니고.

그냥저냥.

딱 평범함 그 자체였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흐음.”

생각보다 시선이 오랫동안 이어졌다.

어색한데.

하나같이 호기심투성이였다.

류성 스스로는 인지하지 못하겠지만, 그는 분명 예전과는 달랐다.

당당하다는 사실.

그 하나의 차이가 생각보다 컸다.

움츠러든 어깨가 펴졌고 눈동자에 힘이 있었으며 표정 또한 밝았다. 자연스레 뿜어지는 그 분위기가 어린 학생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이다.

그때였다.

기다리던 김창호 선생님이 복도를 돌아 모습을 드러냈다.

“선생님, 선생님...!”

“허허, 그래, 알았다니까.”

“히히, 진짜죠?”

“그래, 그래.”

학생들에게 둘러싸인 채였는데 지금도 여전히 인기가 많은 모양이었다.

똑같구나, 애들은.

진심으로 걱정하는 게 느껴지니까.

좋아하지 않을 수 없으리라.

류성 또한 실제로 도움을 많이 받았었고.

“어? 류성이 아니냐?”

“안녕하세요.”

“이야, 학교에도 다 찾아오고. 해가 서쪽에서 뜨겠어?”

“보고 싶어서 찾아왔죠.”

“허, 녀석. 예전이랑 많이 달라졌구나, 그런 말도 할 줄 알고.”

“어, 그런가요?”

“그래, 지난번 동창회 모임에서도 느끼긴 했다만.”

“나이가 든 거죠.”

“나이는 무슨. 아직 창창할 시기지.”

둘은 어느새 함께 걸음을 옮겼다.

자연스럽게, 교무실 방향으로.

“선생님, 지금 방학이잖아요.”

“그렇지.”

“그럼 4교시만 하고 점심 안 먹고 집에 가겠네요?”

“맞아.”

“잘됐네요. 제가 먹을 거 좀 애들한테 사주려고 하는데 괜찮을까요?”

“먹을 거? 오늘 말이냐?”

“언제라도요.”

그 말에 슬쩍 다가와 관심을 기울이던 학생들이 눈을 반짝였다. 일부 여학생은 굳이 소리를 내어가면서 티를 내기도 했다.

“으음?”

김창호 선생님이 주변을 둘러보다 피식하고 웃었다.

“애들이 너한테 관심이 많아 보이는구나.”

“에이, 그냥 먹을 거 사준다고 하니까 궁금한 모양이겠죠.”

“허허.”

김창호 선생님이 가볍게 웃음을 터트렸다.

“일단 들어갈까?”

“아, 네!”

두 사람은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위해 교무실로 들어갔다.

*

학교 측의 입장이야 당연히 대환영이었다

거절할 이유도 없었고.

교장 선생님까지 만나서 허락을 받은 뒤 다시 김창호 선생님과 독대한 채 이야기를 나눴다.

“금요일이라, 3일 뒤인데.”

“네, 적당한 거 같아요.”

“진짜 괜찮겠어?”

“그럼요.”

“1, 2, 3학년 전부 다 하면 600명이 넘어.”

600명? 잠깐 숫자를 가늠해봤다.

“어, 음. 600명이요?”

“그래, 많지?”

“그게 아니라... 너무 적은데요?”

“음?”

“제가 다닐 때만 해도 1,000명은 그냥 넘었던 거 같은데...”

“허허, 그때랑 같지가 않지.”

“어우, 생각보다 심하네요.”

“받아들여야지, 별수 있겠어.”

류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낮게 읊조렸다.

“뭐, 애들은 더 넉넉하게 먹을 수 있을 테니 괜찮겠네요.”

“그렇게 볼 수도 있겠구나. 녀석들, 먹성이 보통이 아니긴 하지.”

그러면서도 흐뭇하게 웃는 김창호 선생님을 보니 학생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절로 느껴졌다.

“그럴 나이니까요. 많이 먹어야죠.”

“맞아. 그래서 600인분으로 주문하면 턱없이 모자랄 거야. 적어도 1.5배는 시켜야 돼.”

“최소 그 정도인 거죠?”

“그렇지.”

“그 이상으로 주문할게요.”

그렇게까지 말하니 선생님이 수긍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허이고, 녀석. 알았다. 그럼 그렇게 알고 애들한테도 말해놓으마. 근데 어떤 음식으로 주문할 생각이야?”

“음, 무난하게 할까 싶었는데 기왕 온 김에 직접 물어보는 게 낫지 않을까요?”

“오, 그럴까.”

마침 김창호 선생님도 수업에 들어가야 할 시간이었다.

“7반한테 물어보면 되겠네, 가자.”

“네!”

선생님을 따라 교실로 들어갔다.

예전과 크게 다를 게 없었다.

밀려드는 추억을 뒤로 한 채 호기심 섞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학생들을 눈에 담았다.

“자, 여기는 한 10년 전에 졸업한 선배다.”

“우와...!”

“선생님, 10년은 아직...”

“내일 모레면 10년이지, 뭘.”

“크흠.”

“자자, 아무튼 여기 있는 선배가 후배에게 맛있는 걸 사주고 싶다는데, 먹고 싶은 거 있으면 지금 말해 봐. 뭘 좋아하는지 알아야 사줄 거 아냐.”

그에 아이들이 손을 번쩍, 들었다.

“치킨이요, 치킨!”

“저도 치킨요!”

“전 피자랑 탕수육이요!”

몇 가지 대표적인 야식이 튀어나왔다.

“피자 먹고 싶어요!”

“치킨이랑 피자 둘 다요!”

“전 그럼 치킨, 피자, 탕수육이요!”

욕심을 내는 녀석까지.

한참 떠들던 아이들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대충 나온 거 같지?”

“네, 충분히요.”

“그래, 그러면 이것도 받고.”

선생님이 서류 한 장을 줬다.

“학년마다 존재하는 학급 수랑 한 학급당 학생들 숫자야. 보고 어느 정도 맞춰서 주문해주면 더 좋고.”

“그렇게 할게요.”

“고맙다.”

“고맙긴요, 뭘.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인데요. 그럼 금요일에 뵐게요.”

“그래, 조심히 가고. 자, 인사해야지.”

아이들이 크게 외쳤다.

“선배님, 안녕히 가세요!”

“그래요, 공부 열심히 해요.”

화답해주며 교실을 빠져나왔다.

천천히 걸음을 옮겨 학교를 벗어나면서 손에 들린 서류를 확인했다.

1학년이 11학급.

2학년이 9학급.

3학년이 10학급.

총 30학급이었다.

학급마다 학생은 대략 22명이었고 총인원은 정확하게 657명이었다. 어느 정도 계산을 마치고서 미리 찾아뒀던 착한 영향력 스티커가 붙은 피자가게에 전화했다.

(네, 블루블랙 피자샵입니다.)

“안녕하세요, 하나 여쭤보려고 하는데요.”

(말씀하세요.)

“혹시 3일 뒤에 대량 주문 예약 가능할까요?”

(3일 뒤요?)

“네.”

(몇 인분 주문하실 건가요?)

“피자가 총 몇 종류가 있나요?”

(크게 10종류입니다.)

“음, 잠시만요.”

적어도 5판은 되어야 스무 명의 아이들이 두 조각씩 먹을 수 있을 터였다. 넉넉잡아서 6판으로 잡고 총 30학급이니 적어도 180판이 필요했다. 선생님들까지 생각해서 200판이면 충분할 것 같았다.

피자가 끝이 아니라 다른 음식도 주문할 계획이었으니 절대 부족하지 않을 것이었다.

“종류 다양하게 해서 각 스무 판 주문할게요.”

(아, 그러니까 총 스무 판을 주문하신다고요?)

“아뇨, 종류별로 스무 판이니까 총 200판이겠네요.”

(예...?)

“200판이요, 200판.”

(어, 자, 잠시만요. 사장님! 빨리요!)

잠시 숙덕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뭔데 그래?)

(대량 주문 예약하신대요, 물량이 너무 많아서요!)

(얼마나 되길래?)

(몰라요! 직접 받아보세요.)

(아니, 이 녀석이. 알았어, 일단 줘 봐.)

웃으며 기다리자 이내 목소리가 바뀌었다.

(죄송합니다, 제가 사장인데 다시 말씀해주시겠어요?)

“네, 피자가 크게 10종류가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거 종류별로 다양하게 해서 총 100판 주문하려고요. 아, 콜라랑 사이다도 충분히 주문해야겠네요.”

(그러니까 총 200판이 맞으신 거죠?)

“네, 맞아요. 가능할까요?”

(죄송합니다. 200판 주문이야 가능한데 그러면 시간이 오래 걸려서 먼저 만들어진 음식이 맛이 없어지거든요.)

“아아, 그렇겠네요.”

(맛있게 해서 감당 가능한 물량은 50판 정도입니다.)

“음, 그러면 종류별로 다섯 판씩 해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혹시 선지급도 가능하실까요?)

“당연히 그래야죠.”

(아이고, 감사합니다! 그럼 언제까지 준비해드릴까요?)

“금요일 12시까지 대국 고등학교로 가져다주시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입금할 계좌는 문자로 좀 보내주시고요.”

(예! 당장 보내겠습니다!)

“네, 그럼 수고하세요.”

그렇게 피자 주문을 마치고 메시지를 확인했다.

계좌번호가 보였다.

그곳으로 메시지에 적힌 금액 825,000원을 보냈다.

[퀘스트 ‘돈으로 혼쭐을 내본 적이 있는가?’가 갱신됩니다.]

[목표 : 2/5]

이윽고 퀘스트가 갱신되었다.

생각대로의 반응이었다.

이후 다른 피자집에도 연락을 넣어서 50판을 주문했다.

(알겠습니다, 늦지 않게 가겠습니다!)

“네, 부탁드릴게요.”

퀘스트에 적혀있던 대로 같은 품목은 목표치에 갱신되지 않았다.

“이제 100판인가.”

두 곳에 더 전화를 걸고서야 피자 주문이 끝났다.

이어서 치킨 주문의 차례였다.

미리 찾아뒀던 착한 영향력 스티커가 붙은 치킨집에 전화를 걸었다.

(네, PPQ입니다.)

“치킨 주문 좀 하려는데요.”

(말씀하세요.)

학급당 10마리로 단순계산해도 300마리는 필요했다.

선생님들도 생각해야 하니까.

얼추 계산을 끝내고 말을 이어갔다.

“후라이드, 양념, 간장 종류별로 다양하게 해주시고요. 총 100마리 예약 주문 가능할까요?”

(예? 어, 다시 말씀해주시겠어요?)

또 한 번 100마리의 주문을 언급했다.

(총 100마리, 맞으신 거죠?)

“맞습니다. 금요일 점심 12시까지 가능할까요?”

(어, 아, 네. 가능합니다! 네, 충분히 가능하고 말고요.)

“맛있게 되는 거죠?”

(당연합니다!)

“그럼 그렇게 해주세요.”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여기도 당연히 선지급으로 결제를 마쳤다.

[퀘스트 ‘돈으로 혼쭐을 내본 적이 있는가?’가 갱신됩니다.]

[목표 : 3/5]

나머지 200마리는 다른 치킨집 두 곳에 나눠서 요청했다. 마지막으로 중국집에 전화를 걸어 탕수육, 칠리탕수육, 깐풍기, 깐쇼새우 등 메인요리를 세 곳에 나눠서 대량으로 예약을 걸었다.

“네, 금요일 점심 12시까지요.”

(알겠습니다!)

여기까지 마무리를 하니 퀘스트 목표치가 네 곳이나 채워졌다.

하나만 더 채우면 끝이긴 한데.

“그 하나가 문제네.”

물론 모교가 고등학교만 있는 건 아니었다.

초등학교, 중학교도 있었다.

다만 지금이 방학 기간이라 초등학생과 중학생은 등교하지 않는다는 게 문제였다.

“흐음.”

그렇다고 조급하진 않았다.

정 안되면 대국 고등학교 후배들에게 한 번 더 음식을 사주면 될 일이었으니까.

뭐, 아직 시간은 많으니까.

조금만 더 고민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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