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돈과 재능이 쏟아져-38화 (38/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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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티스트의 눈(1)

떠오른 홀로그램을 눈에 담았다.

[한 번씩은 다 해본다는 그 실수?]

[뜨거운 여름날, 길을 시원하게 만들 생각으로 물이 뿌려진 상태라 노면이 좋지 않다. 그런 와중 학생이 메고 있는 가방의 지퍼가 활짝 열려있다. 가방에 담긴 물건이 떨어져서 부서지거나 젖으면 낭패일 터. 가방 속 물건이 떨어지지 않게 하라!]

[남은 시간 : 5분.]

[성공 보상 : 랜덤 카드, 선행 포인트.]

[퀘스트 실패시 물웅덩이에 발이 빠집니다.]

이번 퀘스트를 얻는 순간 발동 조건에 대한 고민이 어느 정도 해결되었다.

퀘스트가 등장하는 조건은 분명 존재했다.

다만, 처음과 지금이 달랐다.

처음에는 그저 쳐다보기만 해도 퀘스트가 나타났었다. 도움이 필요한 어떤 존재가 주변에 있기만 해도 퀘스트가 그 사실을 알려줬었고.

지금은 거기에 하나가 더 필요해졌다.

명확한 의지.

도와야 한다는, 혹은 돕고 싶다는 의지가 더해져야만 하는 것이었다.

예전부터 의심은 했었다.

다만 의지를 발휘해도 퀘스트가 나타나지 않을 때도 존재했다. 어쩌면 진심 어린 마음이 추가로 더 필요한 건지도 몰랐다.

아무튼.

어느 정도 퍼즐이 맞춰졌다.

“저기요, 학생분?”

“네...?”

학생이 돌아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가방 지퍼가 열려서요. 책이랑 다 떨어질 거 같은데요?”

“아, 아아. 감사합니다...!”

학생이 인사를 하면서 상체를 숙였다.

가방이 들썩거렸다.

안에 담긴 각종 물건들이 이리저리 휘청거렸다. 당장이라도 바닥으로 떨어질 것 같았다.

“어, 어어...!”

잘못하다간 퀘스트가 실패할 것 같았다.

“잠깐, 잠깐만요!”

놀란 마음에 서둘러 행동을 제지했다.

“가만히 좀 있어 봐요. 제가 잠가줄 테니까.”

“아, 네! 고맙습니다!”

또 다시 인사를 하는 통에 정말 물건이 거의 떨어질 지경에 이르렀다. 서둘러 학생의 뒤로 이동해 들썩거리는 필통과 필기류를 냅다 눌러넣었다.

후우.

조심스럽게 가방의 지퍼를 닫아줬다.

끼리릭.

정말 다행스럽게도 아무런 문제없이, 그 어떤 것도 떨어트리지 않은 채로 마무리가 되었다.

[퀘스트 클리어!]

[정산 중...]

[정산 완료.]

[최하급 랜덤카드를 습득합니다.]

[선행포인트 1점을 획득합니다.]

안도의 한숨이 절로 새어 나왔다.

“감사합니다!”

“뭘요.”

“그럼 수고하세요!”

예의 바르게 인사를 한 학생이 멀어졌다. 그래도 밝고 싹싹한 게 보기 좋았다.

“그래도 1점은 확보했네.”

류성도 걸음을 옮겼다.

오늘 얻은 포인트 덕분에 총 21점이 되었다.

이제 9점이 남았다.

이후로 얼마간을 더 돌아다녔으나 진심이 우러나는 상황은 쉽사리 오지 않았다.

*

집에 도착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퀘스트가 클리어되었다.

[퀘스트 ‘돈으로 혼쭐을 내본 적이 있는가?’가 종료됩니다.]

[퀘스트 클리어!]

[초과달성하여 추가 보상이 지급됩니다.]

[정산 중...]

[정산 완료.]

[하급 랜덤카드를 습득합니다.]

[선행포인트 5점을 획득합니다.]

류성의 입가로 아쉬운 듯하면서도 만족스러움이 깃든 미묘한 미소가 그려졌다. 예상치보다는 조금 낮은 포인트가 나온 것 같기는 했지만.

어찌되었건.

현재까지 총 26점의 포인트가 모였다.

이제 남은 건 4점.

지난달 정기후원 퀘스트로 얻은 보상이 3점이었으니 아직 1점이 부족했다.

후원이 늘어났으니 어쩌면 획득 포인트가 4점일 가능성도 존재했다. 하지만 그건 불확실한 영역이었다. 조금 더 확실하게 하고 싶었다. 아무리 늦어도 9월 1일에는 정보권을 구매하고 싶었으니까.

“답은 하나네.”

더 열심히 돌아다닐 수밖에.

“럭키야. 이리 와.”

냐아아?

“카드 확인하기 전에 우리 럭키 기운이나 좀 제대로 받아보자!”

핑계일지도 모르겠지만 럭키와 같이 카드를 확인하면 이상하게 잘 나오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럭키와 함께 힐링 시간을 갖기로 했다.

“흐흐흐.”

녀석의 뱃살을 만지자 기분이 나른해졌다.

냐아?

계속 만지니까 귀찮았던 걸까, 럭키가 류성의 손을 살짝 깨물었다. 조금 놀라긴 했지만 아프진 않아서 더 열심히 뱃살을 주물렀다.

냐아아앙!

이번에는 럭키가 앞발을 살짝 휘둘렀다.

“어라?”

생각보다 예리한 발톱에 살이 긁혔다.

“많이 자랐는데?”

이건 아무래도 잘라야 할 것 같았다.

으차.

곧바로 고양이 전용 발톱 깎기를 가져왔다. 예전에 사뒀었는데 사실 아직 한 번도 사용해본 적이 없었다. 해서 럭키를 앞에 두고 너튜브를 보며 관련된 영상을 찾아봤다.

“깎아야 하는 이유와 쉽게 깎는 법이라.”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영상이었다.

재생 버튼을 누르자 고양이의 발톱을 깎아주는 영상 아래로 나래이션이 깔리기 시작했다.

[고양이 발톱은 깎아주는 게 좋다.]

[그렇다면 그 이유는 뭘까?]

[물건을 긁게 만들지 않기 위해서?]

[사람을 다치게 하지 않기 위해서?]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사실 그런 부분은 부차적인 문제다. 발톱을 깎아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고양이가 다칠 수 있기 때문이다. 강아지는 산책을 많이 하면 발톱이 뭉툭해지면서 조금 짧아지기도 하지만 고양이는 그렇지 않다.]

[스크래처에 발톱을 마구마구 긁어대도 갈리는 게 아니라 예리해질 뿐인 것이다.]

[나이가 들거나 관절에 문제가 있는 고양이들은 특히 더 위험하다. 발톱을 깎아주지 못하면 두껍고 거대한 원형 모양으로 자라면서 스스로의 발바닥을 뚫고 들어가기 때문이다. 이 탓에 내성발톱으로 발전하고 심할 경우 발가락을 절단해야하는 불상사가 생길 수도 있게 된다.]

[그러니, 늦기 전에 발톱을 깎아주자.]

영상은 그렇게 마무리가 되었다.

쉽게 자르는 방법도 중간에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발톱은 무조건 깎아주는 걸로.

“우리도 한 번 해볼까?”

일단 츄르를 준비하고 바닥에 앉아 럭키를 품에 안았다. 배가 드러나게 하고서 너튜브 영상에서 봤던 것처럼 발톱을 하나 깎아봤다.

타악.

시원한 소리와 함께 예리한 끝부분이 잘려나갔다.

냐아?

럭키도 그렇게 싫어하는 모양새는 아니었다.

반항도 하지 않았고.

얌전히 류성의 품에 안긴 채 몸을 맡겼다.

“아이고, 잘하네.”

앞발 하나를 끝내고 츄르를 조금 줬다.

우아아앙, 우아앙!

이상한 소리를 내며 츄르를 흡입하기 시작했다. 정말 맛있는 걸 먹을 때만 내는 특유의 웅얼거림이었다.

“흐흐흐, 귀엽기는.”

츄르를 적당히 먹인 뒤에 다시 발톱을 깎았다. 중간중간 조금 반항한다 싶을 때마다 츄르를 먹이면서 달래줬다. 덕분에 뒷발까지 금방 마무리할 수 있었다.

보상으로 남은 츄르를 전부 먹였다.

우와아앙, 와아앙!

신이 났는지 골골송이 극대화되어 또다시 특이한 웅얼거림이 이어졌다.

그 모습이 귀여워서 절로 웃음이 터져 나왔다.

기분 좋은 시간이었다.

힐링시간도 충분히 가졌으니 이제는 오늘의 성과를 확인할 차례였다. 학생의 가방을 닫아주면서 획득한 최하급 카드를 먼저 오픈했다.

[다음 기회에...]

꽝이었지만 실망하지 않고 돈쭐 퀘스트로 받은 하급 카드를 떠올렸다.

“그래, 이게 진짜거든.”

원을 그리며 돌아가는 카드들이 보였다.

시야가 어지러울 지경이었다.

류성은 럭키를 품에 안은 채 귀엽게 정리된 앞발을 내밀어 카드 하나를 톡하고 건드렸다. 빙글거리던 카드가 우뚝 멈추더니 빠르게 날아들었다.

럭키야, 믿는다.

이윽고 결과가 드러났다.

[최하급의 ‘재능’을 택했습니다.]

[보상으로 ‘차티스트의 눈(소모성)’을 습득합니다.]

[재능을 떠올리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재능을 보는 순간 류성은 럭키를 끌어안으며 포효했다.

*

마음을 가라앉히고 해당 재능을 다시 확인했다.

[차티스트의 눈(소모성)]

[차트를 읽어 과거를 재단하고 높은 확률로 미래를 추측하는 눈입니다. 해당 능력은 3시간 동안 사용할 수 있으며 그 시간 내에서는 무한대에 가까운 차트를 읽는 것이 가능합니다. 다만, 3시간이 지나는 순간 해당 능력과 관련되어 증폭되었던 모든 것들이 본래대로 돌아가며 동시에 해당 재능은 소멸합니다.]

[사용하시겠습니까?]

[네/아니오]

당연히 ‘아니오’를 선택했다.

지금은 때가 아니었다.

돈도 대부분이 묶여있는 상태였기에 조금 기다릴 필요가 있었다.

최소한의 정리가 필요했다.

현재 영화에 투자한 돈이 1억 5천만 원이었고 바이오 계열 주식에도 같은 금액이 투자된 상태였다. 여기에 그냥 들고 있는 여유자금이 1억 3천만 원이고. 그러니까 총 4억 3천만 원의 자산이 있기는 한데 지금 당장 사용할 수 있는 현금이 상대적으로 적어서 아쉬웠다.

“주식을 팔아야 하나?”

영화 투자는 아직 시간이 남았다.

적어도 9월 중순은 지나야 투자금과 수익금을 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주식은 얘기가 달랐다.

그냥 매도만 하면 1억 5천이란 자금이 3일 뒤에 생길 것이고 현재 있는 돈과 더하면 무려 2억 8천이라는 거금이 된다.

그 돈을 지닌 상태에서 차티스트의 눈을 쓴다면? 3시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에도 상당한 수익을 볼 수 있을 터였다.

“불린 돈으로 다시 바이오 주식을 매수하고 말이야.”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아니,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은 수준이 아니라 최고의 시나리오가 될 수도.

생각의 정리를 끝냈다.

내일 오전에 주식을 매도하고 3일 뒤 현금이 들어오면 바로 재능을 사용하기로 결심하는 순간이었다.

[한정 퀘스트 발동!]

[차티스트의 재능을 선보일 기회!]

[방송 시청자들과 함께 마음껏 단타를 즐겨라. 시청자들의 단타 수익금에 따라서 다양한 점수를 부여하며 해당 점수가 높을수록 높은 보상을 획득하게 된다. 단, 시청자들이 지금까지 방송에 참여했던 과거 이력에 따라서 부여되는 점수가 다르다.]

[남은 시간 : 재능을 소모할 때까지]

[성공 보상 : 선행 포인트.]

[한정 퀘스트는 성공시 랜덤 카드를 받을 수 없습니다. 대신 실패 패널티 또한 존재하지 않습니다.]

한정 퀘스트가 등장했다.

“크흐.”

라이어코인 이후로 나타나지 않아서 조금 상심하고 있었는데 오랜만에 기회가 왔다. 지금껏 방송을 꾸준하게 해온 이유 중 하나이기도 했다. 언젠가는 한정퀘스트가 뜰 거라고 믿었으니까.

“왔구나, 드디어...!”

그때보다 더 많은 포인트를 얻을 수 있기를 희망하면서 서둘러 바이오 주식을 매도했다.

*

3일이 지나자마자 증권 계좌에서 돈을 전부 뽑아 코인 거래소, 다운비트에 입금했다. 이후 하회탈 가면을 책상 서랍 아래에서 꺼내는데.

벌컥.

갑자기 문이 열렸다.

“아들...?”

방으로 들어오려던 어머니가 멈칫거렸다.

조금 뻘쭘하긴 하지만 뭐, 죄를 저지른 건 아니었으니까.

당당하게 어깨를 폈다.

“너튜브 한다더니, 그 가면은 뭐야?”

“얼굴 나오는 게 조금 그래서.”

가면을 들어 올리면서 대충 설명해줬다.

“하긴 너무 얼굴 드러내도 좋지는 않더라.”

“그렇지.”

“과일이나 좀 깎아줄까 했는데 가면 때문에 안 되겠네.”

“응, 끝나고 먹을게.”

“그래, 좀 이따가 말해. 오늘은 집에 있으니까.”

“알았어.”

“럭키야, 엄마랑 가자. 우쭈쭈.”

어머니는 럭키를 데리고 나갔다.

조용한 공간에서.

류성은 가면을 착용한 채로 생방송을 틀었다.

“반갑습니다.”

시청자들이 속속 들어왔다.

가벼운 대화가 이어지고.

대략 100여 명의 시청자가 채워졌을 때, 본론을 꺼냈다.

“일단 하나 말씀드릴 게 있네요. 제가 실은 바이오 계열 주식을 며칠 전에 다 팔았습니다.”

그에 웃음을 터트리는 시청자들.

알탕 : ㅋㅋㅋㅋㅋㅋ아이고

개미꾼 : 그럴 줄 알았음ㅠㅠ

짝발 : 아니, 내가 그랬잖아, 그거 아니라고 했잖아!

냥냥이 : 아, 뭐임! 재미없게!

놔락 : 내가 이럴 거라 예상했었지!

가만히 지켜보다가 추가로 설명을 이어갔다.

“현금이 필요해서 잠깐 매도했어요. 오늘이나 내일 다시 매수할 거고요. 이제부터 슬슬 훈풍이 불어올 텐데 설마 이렇게 끝내겠어요?”

알탕 : 아, 고런거임?

개미꾼 : 흐음, 의심스러운데 일단 믿어봄

놔락 : 그래서, 돈은 왜 뺏어요?

“놔락님, 알찬 질문입니다. 자, 그럼 돈을 왜 뺏느냐?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른 방법으로 색다르게 투자를 진행해볼까 싶어서 그랬습니다.”

알탕 : 색다르게? 어떻게요?

개미꾼 : 호오, 뭘까나요?

그 순간이었다.

하회탈 가면의 입꼬리가 움직이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그건 바로, 단타입니다.”

차티스트의 눈을 사용할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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