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정보꾼(1)
라이어코인 사태가 벌어지고서 ‘정보꾼’이라는 닉네임을 주시하던 몇 사람이 있었다. 현재 가상화폐 카페나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는 송강철이 바로 그중에 한 명이었다.
“코인판을 아예 떠났나?”
그날 이후 ‘정보꾼’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마치 존재 자체가 거짓이었던 것처럼 증발해버린 것이다. 몇 개의 게시물과 댓글만이 여전히 자리를 지키며 그의 존재가 거짓이 아니었음을 증명하고 있었다.
[댓글]
송강철 : 후, 아직도 기다리는 사람?
정보꾼이 라이어코인 매도를 추천한다면서 올렸던 게시글에 새로운 댓글을 달았다.
띠링, 띠링.
몇 분 지나지 않아 답댓글이 달렸다.
ㄴ코골이 : 나 기다리고 있음ㅠ
ㄴ인생올인 : 나도ㅋㅋ 근데 안 나타나는 듯?
ㄴ코골이 : 그때만 생각하면 소름인데ㅎㅎ
ㄴ인생올인 : 너도냐?ㅋㅋ
ㄴ송강철 : 다 비슷하네
생각만으로도 닭살이 돋았다.
정말 인생을 구원받았다.
정보꾼의 말을 믿지 않았더라면 한강에 뛰어들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래서였으리라.
정보꾼이 다시금 모습을 드러내서 코인계를 또 한 번 흔들어주기를 원했다. 하지만 아무리 뒤져도 보이질 않았다. 그래도 찾는 걸 멈추지 않았다.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이제는 습관이 되어버린 것처럼 그의 흔적을 뒤져보는 중이었다.
“이 사람은...”
그러다 네임드로 제법 알려진 ‘재벌남’의 홍보글이 눈에 들어왔다.
한 번 볼까.
평소라면 높은 확률로 그냥 지나쳤을 글이었다. 다만 오늘은 이상하게도 그의 게시글에 관심이 갔다. 결국 참지 못하고 해당 게시물 아래에 적힌 링크를 클릭하고야 말았다.
[저항선에 닿았네요. 전부 팔리면서 또 수익을 냈습니다. 다시 지지선 살펴보도록 하죠.]
가면을 쓴 남자가 비트코인으로 단타를 하고 있었다.
실력이 예사롭지 않았다.
송강철은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그의 영상을 10분 넘게 시청했다.
“이야, 엄청난데?”
이런 너튜버가 있었던가?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과거 영상을 간단하게 살펴봤다.
파워에디슨에서의 상한가 언급.
바이오 기업 우상향 예측.
그리고 지금, 단타의 신을 연상케 하는 모습까지.
그가 걸어온 길 하나하나가 가히 충격적인 수준이었다.
이게 말이 되나?
갑자기 하늘에서 툭하고 떨어졌다기에는 그가 해온 일들이 심상치가 않았다.
정체가 궁금해졌다.
그래서 다시금 영상을 살펴봤다.
“어라...?”
그러다 하나의 장면에서 시선이 멈췄다. 파워에디슨을 매수한 채로 수다를 떨던 가면남이 갑자기 종토방에 들어가 게시글을 남기기 시작했다.
그런데.
닉네임이 이상했다.
“정보꾼이라.”
그리 놀라지는 않았다.
같은 닉네임을 지닌 이들은 수없이 많았으니까.
그중에 진짜는 없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가상화폐 카페로 들어가 정보꾼 닉네임을 클릭했다. 그간 수없이 봤던 영어로 된 아이디가 떠올랐다.
이건 중복될 수 없었다.
그렇기에 영어 아이디를 비교하는 게 정확했다.
“역시 아니겠지만, 뭐.”
파워에디슨 종목토론방에 들러 정보꾼 닉네임을 검색했다.
하나의 게시글이 나왔다.
그 글을 작성한 ‘정보꾼’이라는 닉네임을 누르자.
“어, 어어?”
가상화폐 카페에서 봤던 그 영어 아이디가 떠올랐다.
“똑같잖아...!”
믿을 수 없었지만 정말로 그였다.
진짜 ‘정보꾼’이었다. 지금 저 영상에서 하회탈 가면을 쓰고 단타를 하는 너튜버가 그토록 찾아다녔던 그 정보꾼이었던 것이다.
“미친, 미친, 미친!”
그는 다급히 채팅을 쳤다.
코인만한다 : 저기! 저기요! 혹시 가면남님이 정보꾼님 이신가요?
그 말에 가면남이 대답해줬다.
[아, 네. 맞습니다, 정보꾼이라는 닉네임을 쓰고 있죠.]
그렇게 쉽게 말할 게 아니라고!
서둘러 다시 채팅을 쳤다.
코인만한다 : 아니, 그러니까! 그, 라이어코인 사태의 그 정보꾼이라고요?
이번에는 채팅이 많아서 씹혀버렸다.
서둘러 후원을 했다.
[코인만한다님이 10,000원을 후원합니다.]
[그러니까 그 라이어코인 사태의 정보꾼님이 맞다구요?]
그제야 가면남이 반응했다.
[코인만한다님, 일단 후원 감사합니다. 맞습니다. 제가 그 정보꾼이에요. 아직도 기억해주시고 고마운 분이셨네요.]
전혀 숨기지 않는 기색이었다.
“하, 하하...”
설마 주식을 하고 있었을 줄이야.
그러니까 못 찾았지.
허탈함이 밀려왔으나 그것은 잠시였다.
곧이어 열망이 솟구쳤다.
그 위대한 정보꾼이 겨우 이런 소소한 시청자와 소통을 하고 있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는 즉시 가상화폐 카페에 들러 글을 작성했다.
송강철, 그는 확실한 네임드였다.
정말 긴 시간 활동한 덕분에 추종자가 꽤 존재했다.
화력이 상당하리라.
그래도 부족함을 느낄 지경이었다.
더 자극적으로!
더 확실한 어그로를 끌어야 할 필요가 있었다.
자판기를 두드리는 손길이 빨라졌다.
탁, 타다다닥.
엄청난 속도로 게시글 하나가 뚝딱 만들어졌다.
이건 단지, 시작일 뿐이었다.
*
네임드 ‘송강철’이 게시글을 올렸다.
제목 : 님들, 정보꾼이라고 알아요?
본문 내용 : 아마 라이어코인이라고 하면 다들 기억날걸요? 그 사건 진짜 장난 아니었죠. 나중에 알고 보니까 정말로 세력이랑 손잡고 개미 털어버리려던 사건이었잖아요. 어후, 생각만 해도 소름이네ㄷㄷ 나도 그때 구원받았던지라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음! 근데, 이거 말해도 되나? 그 사람이 지금...
글은 거기서 끝이었다.
[댓글]
2년차 : ㅅㅂ, 그래서 뭐? 더 얘기를 해줘야 될 거 아냐!
1년차 : 아니, 강철님ㅠㅠ 왜 이러십니까?
풍선 : 원래 안 이러잖아요! 빨리 더! 더! 먹이가 필요하다고오오!
ㄴ송강철 : 어그로 좀 끌려고요ㅎㅎ
ㄴ2년차 : 갑자기 왜요?ㅋㅋ
ㄴ송강철 : 정말 엄청난 정보라서ㅎㅎ
ㄴ2년차 : 기다립니다?
ㄴ송강철 : 네, 다음 글은 5분 뒤에 올릴 거임!
글중독 : 그거 아냐?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게 두 가지가 있는데 첫 번째가 중간에 갑자기 말 끊는거다. 두 번째는...
ㄴ가즈아 : 알면서도 킹받네ㅋㅋ
엄청난 화력이 집중되었다.
순식간에 수백 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고 조회수도 압도적이었다.
정확히 5분 뒤.
송강철은 다음 게시글을 작성했다.
제목 : 그러니까 정보꾼이 지금!
본문 내용 : 단타를 하고 있다고! 나, 지금 완전 소름 돋는 거 아셈? 오늘 우연히 보게 된 너튜버인데 와, 가면 쓰고 있어서 가면남이라고 부르는 모양이더라고? 근데 이 사람이 정보꾼이었다는 거지! 젠장, 애초에 방송 자체도 거의 안 하는 거 같긴 하다만. 아무튼! 은혜 입은 친구들은 지금 당장 보러 가라고! 이상! 링크 아래 댓글 참고!
[댓글]
2년차 : 거기 사람들은 이런 거 안 퍼트리고 뭐했대?
ㄴ송강철 : 코인할 때는 너튜브 안했음!
ㄴ2년차 : 아? 그럼 거기 시청자는 잘 모르겠네ㅋㅋ
ㄴ송강철 : 그렇지!
ㄴ울프 : 아니, 가면남이 정보꾼이었다고? 리얼로?
ㄴ송강철 : ㅇㅇ
ㄴ울프 : 돌았네?
ㄴ아이스 : 코인판에서 역대급 사건의 주인공 아니었냐? 와씨, 그 이후로 뭐하나 싶었더니 주식이나 하고 있었음?ㄷㄷ
화난다 : 정보꾼, 유명했지ㅎㅎ
그 이후로 비슷한 글이 연달아서 올라왔다.
물론 내용은 달랐다.
가면남이 정보꾼이어서가 아니라 그냥 단타 실력에 놀란 탓이었다.
제목 : 정보꾼, 단타에 신들림!
본문 내용 : 네임드 말 믿고 가서 봤는데 진짜 1도 과장 없음. 지금 비트코인 단타치는 거 보는 중인데 약간 미친듯...! 이건 신들렸다고밖에는 표현이 안 된다! 지금까지 내가 본 단타꾼 중에서 리얼 탑이다! 그냥 들어가서 따라만 해! 그럼 돈 버니까!
그 와중에도 고개를 갸웃거리는 이들은 존재했다.
[댓글]
달려라 : 오버한다ㅋㅋ
장투1년 : 말이 되냐, 그게?
얼죽아 : 단타의 신은 무슨ㅋㅋ
하지만 계속해서 흡사한 글이 올라오면서 관심이 없던 이들조차 흥미를 갖기 시작했다.
제목 : 오버하는 줄 알았는데 진짜더라
본문 내용 : ㅅㅂ욕해서 미안한데 가면남. 아니지, 정보꾼 생방 보니까 클라스가 다르더라. 나 그거 보면서 똑같이 따라 했는데 바로 수익 냈음ㄷㄷ 지금도 따라하는 중인데 매수타이밍이랑 매도타이밍 맞추는 확률이 90프로가 넘는 듯? 그냥 돈 쓸어담고 있음ㅋㅋ
[댓글]
놀리지마 : 그 정도임?
10억 : ㅇㅇ 리얼, 팬티 하나 준비해라
ㄴ코인만한다 : 팬티는 왜?
ㄴ10억 : 지릴 수도 있음
ㄴ코인만한다 : 과장하기는ㅋㅋ 진짜 보러 간다?
ㄴ10억 : 오라니까!
ㄴ코인만한다 : 아니면 어쩔?
ㄴ10억 : 일단 와서 보라고 ㅅㅋ야!
ㄴ코인만한다 : ㅇㅋㅇㅋ
관심이 생길 수밖에 없는 내용이었다.
똑같이 따라만 하면 돈이 된다?
어느 누가 눈길을 주지 않을 수 있으랴.
제목 : 20분이면 수익 5%라고^^
제목 : 정보꾼이 이 정도였음?ㄷㄷ
제목 : 오늘 돈 벌즈아아아!
덕분에 엄청난 유입이 발생했다.
*
시청자가 폭발하며 1,000명을 넘어가 버렸다.
이렇게 많이 올 줄이야.
한정 퀘스트에서 얻게 될 보상이 얼마나 될지 이제는 감히 예상조차 되지 않았다.
어쩌면 20점에 근접할지도.
김칫국을 마시며 채팅을 훑었다.
돈벌자 : 와, 씨. 타점 또 잡아줘요! 어서!
주린이1 : 이야, 개소름...!
소고기각 : 또, 또, 어서! 빨리!
꿀꺼억 : 감사요^^
부자되자 : 수익 냈어요ㅠㅠ 얼마만이냐ㅠㅠ
기부완료 : 와씨, 안되겠다, 저도 쫓아감!
짝발 : 진즉에 따라하는 중ㅋㅋ
설렘남 : 오늘 소고기 묵자!
당연하게도 이제는 일일이 대답을 못 해줄 지경이었지만 크게 상관은 없었다. 대답보다는 단타에 집중하는 게 저들이 원하는 거였으니까. 그게 한정퀘스트의 보상을 높이는 길이기도 했고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엄청난 유입의 원인만큼은 제대로 알고 싶었다.
“왜 이렇게 갑자기 시청자가 늘어난 걸까요? 혹시 알고 계신 분 있으세요?”
그러자 누군가가 후원하며 음성채팅을 보냈다.
['코인만한다'님이 후원금 100,000원을 보냈습니다]
[코인 게시판이랑 카페에 제가 글을 하나 작성했거든요. 가면남이 정보꾼이라고. 그래서 지금 난리났죠ㅋㅋ 그때 생각하면 코인하는 애들은 의리로라도 와서 시청해야 됨!]
“아아, 그래요? 이야, 고마운 일이네요. 방송하기 전에 발생한 사건이라서 굳이 밝힐 생각은 없었는데 이렇게 알아봐 주시면 저야 정말 감사하죠. 아무튼, 후원금도 정말 고맙습니다. 아주 알차게 쓰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방송을 처음 시작했을 때 코인 카페나 게시판에 홍보를 조금 해볼까 고민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방송을 자주 하는 것도 아니었고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알아서 밝혀질 일이라고 여겼기에 굳이 언급하지 않았었다. 그 덕분에 지금과 같은 사건이 벌어진 것이었다.
계속해서 유입되는 시청자들.
늘어나는 구독자까지.
길었던 인내가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실화냐님이 후원금 5,000원을 보냈습니다.]
[근데 찐 정보꾼 맞음? 알 수가 없으니, 뭐. 증거라도 보여주면 좋겠네요.]
물론 의심하는 사람도 있었다.
"증거라..."
이런 의심은 바로 해결해주는 게 좋으리라.
어렵지 않으니까.
그냥 확인시켜주면 될 일이었다.
“이거면 되겠죠?”
류성은 곧바로 비트코인 카페에 접속한 뒤, 과거 이력을 눌렀다. 그러자 예전에 작성했던 글이 떠올랐다. 모두가 봤던 그 게시물이었다. 절대 부정할 수 없는 명확한 증거가 화면을 빼곡하게 채운 것이다.
“확인 되셨나요? 혹시 모르니까 아이디도 보여드리겠습니다.”
영어로 된 아이디를 보여주는 것으로 마무리를 지었다. 그러자 후원금이 폭발하듯이 터져버렸다.
['코인인생'님이 후원금 100,000원을 보냈습니다]
[찐이셨다, 크흡ㅠ 정보꾼 형님 보고 싶었다고요ㅠㅠ]
['올인러'님이 후원금 70,000원을 보냈습니다]
[덕분에 살았어요, 이제야 인사하네요ㅎㅎ]
['비코갓갓'님이 후원금 50,000원을 보냈습니다]
[진짜 감사했습니다ㅠㅠ! 그거 정말 피땀 흘려 모은 돈이었거든요. 지금은 안전하게 정말 소액으로만 하고 있어요! 그래도 고마움을 전할 길이 없어서 생에 첫 후원, 제대로 쏩니다!]
[‘어메리칸’님이 후원금 90,000원을 보냈습니다.]
[진짜 고마웠어요ㅎㅎ]
돈보다도 그들의 인사가 류성을 미소짓게 했다.
“코인인생님, 올인러님, 비코갓갓님, 어메리칸님. 네 분 정말 감사합니다. 이렇게까지 고마워하고 계실 줄은 몰랐습니다. 저도 괜히 그때 생각이 나네요.”
비코갓갓 : 아직도 소름, 진짜 전설이었는데!
올인러 : 레전드!
댄스댄스 : 신이었죠, 뭐ㅋㅋ
“기왕 오셨으니까 매매 한 번 해보시죠. 돈복사라고 하죠? 망설이지 말고 따라오기만 하면 그 돈복사, 제가 가능하게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잠시 마음을 가다듬고서.
재능 ‘차티스트의 눈’으로 주가의 흐름을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