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돈과 재능이 쏟아져-42화 (42/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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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임드화(1)

패시브 ‘침착함’이 발동했다.

그제야 정신이 들었다.

25포인트의 무게감은 그 정도로 대단했다.

시청자는 대략 1,200명이었다.

얼마나 돈을 굴린 걸까.

도대체 어느 정도 되는 수익을 냈기에 단번에 25포인트나 들어온 건지 궁금해졌다.

심지어 이번 한정 퀘스트는 새롭게 유입된 시청자일수록 부여되는 점수가 낮았다. 사실상 신규 시청자의 점수는 많이 낮았을 테고 기존 시청자의 영향이 훨씬 더 컸으리라. 그럼에도 25포인트나 들어왔으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

“대단하네, 정말.”

마음은 충분히 가라앉았지만 아직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질 않았다. 일단은 화장실로 들어가 찬물에 세수를 했다.

“푸하.”

수건으로 얼굴을 닦고서 거실로 나가자 어머니와 럭키가 보였다. 어머니는 드라마를 시청하는 중이었고 럭키는 옆에서 귀엽게 꼼지락대고 있었다. 천천히 다가가 럭키의 뱃살을 쪼물럭거리자 어머니가 고개를 돌렸다.

“방송은 끝났어?”

“응, 조금 전에.”

“그럼 기다려 봐, 과일이나 깎아줄게.”

어머니는 리모컨으로 ‘일시 정지’ 버튼을 누르고서 부엌으로 향했다. 그 사이에 류성은 럭키의 옆에 자리를 잡고서 녀석의 뱃살을 계속해서 만지작거렸다.

갸르릉.

기분이 좋은지 럭키가 골골송을 불렀다.

“아이고, 좋아?”

갸릉, 갸르르릉.

앞발의 분홍색 젤리도 만졌다.

쫀득하니 좋았다.

절로 힐링이 되는 시간이었다. 즐겁게 쉬고 있는 사이, 접시에 과일이 한가득 담겨왔다. 사과와 딸기, 그리고 샤인머스캣이 적당한 양으로 보기 좋게 자리를 잡은 상태였다.

“왜 이렇게 많아?”

“다 맛있으니까. 일단 딸기부터 먹어 봐.”

소파에 자리를 잡고서 어머니의 말대로 딸기를 한입 베어 물었다. 특유의 향이 자극적으로 입안을 휘몰아쳤다. 딸기 그 자체가 품은 깊은 당도가 침샘을 자극했다.

“오오...!”

“어때?”

“진짜 엄청나게 맛있는데?”

“그치? 이번 딸기가 맛이 좋더라고.”

이어서 사과를 먹어봤다.

아삭하니 새콤하면서도 달달했다.

“크으, 사과도 꿀맛이네.”

샤인머스캣은 오동통한 느낌이 일품이었다. 망고의 맛이 강하게 느껴졌는데 절로 음미할 수밖에 없는 수준이었다.

당이 채워진 덕분일까.

뒤늦게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래, 포인트.

이번에 25포인트를 얻은 덕분에 현재 46포인트가 모였다. 마음만 먹으면 지금 당장이라도 정보권을 구매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물론 지금 당장 사용할 생각은 없었다. 일단은 바이오 주식부터 마무리를 짓는 게 우선이었으니까. 그 이후 현금이 제대로 준비된 상태에서 정보권을 구매하는 게 순서였다.

지금 바로 정보권을 구매했다가 당장 내일 매수해야 할 코인 정보라도 떠버리면 아무것도 할 수 있는 일이 없게 되니까.

그런 짓을 할 수는 없었다.

조급해하지 말자고.

결론을 내리고 정면을 바라보니 요즘 가장 유명한 드라마가 방영되는 중이었다.

“어라, 이 드라마 유명하던데.”

“응, 재밌더라.”

“나도 좀 볼까.”

과일을 먹으며 여유롭게 TV를 감상했다.

돈도 충분히 벌었고.

포인트 사용 계획도 깔끔하게 마무리를 지었으며 과일 또한 너무 맛있었다. 심지어 드라마까지 흥미진진했으니 오늘은 정말이지 어느 것 하나 부족할 것 없는 완벽한 날이었다.

*

가면남의 행보가 이슈가 되었다. 이미 방송이 종료되고 몇 시간이 훌쩍 지났음에도 각종 코인 카페에서는 비슷한 내용밖에 올라오지 않았다.

10개의 게시물이 올라오면 그중에 8개는 가면남, 혹은 정보꾼에 관한 이야기였다.

제목 : 하아, 아직 벗어나질 못하겠다...!

본문 내용 : 이거 중독된 거 맞지? 진짜 저녁 먹을 때도 계속 정보꾼이 했던 단타 생각만 나더라. 그 카리스마, 압도적인 수익률ㄷㄷㄷ 지금 영상 돌려보기만 무한으로 반복중이다, 어쩌냐 진짜ㅋㅋ

[댓글]

2년차 : 나랑 어쩜 그렇게 똑같냐?ㅋㅋ

ㄴ우렁찬 : 너도냐?ㅋㅋㅋ

ㄴ2년차 : 미치겠다, 돈복사 맛 보니까 나 혼자 하는 건 재미도 없고 의미도 없고ㅋㅋ

ㄴ우렁찬 : ㄹㅇ정보꾼 아니믄 노잼임ㅋㅋ

ㄴ2년차 : 특히 그 실력...!

ㄴ우렁찬 : 그 든든한 목소리까지ㄷㄷ

오로라 : 하아, 가면남 단타 이제 안하다던데ㅠㅠ

ㄴ우렁찬 : 미친 거 아니냐, 진짜ㅠㅠ

ㄴ오로라 : 현생 때문에 그렇다고 하니까 할 말 없긴 하더라

ㄴ우렁찬 : 그래도 나중에 가끔씩 해주긴 하겠지...?

ㄴ오로라 : 나도 기대중, 일단 구독 박아놨다!

ㄴ우렁찬 : 하아, 벌써 그립네ㅋㅋ

많은 이들이 그와같은 증상을 겪는 중이었다.

제목 : 또 하고 싶다, 미치게 하고싶다

본문 내용 : 그 완벽한 타점. 황홀한 단타 실력...! 오늘 100퍼센트 단타하는 꿈 꿀듯ㅠㅠ

[댓글]

치맥신 : 제목만 보고 변태쌔낀줄ㅋㅋㅋ

ㄴ올림푸스 : ㅅㅂ 웃겼다ㅋㅋ

제목 : 와, 씨. 내가 3시간동안 이렇게나 벌다니...!

본문 내용 : 회사 첫달 월급 200만 원 받아가지고 그걸로 단타 시작했는데 1주일간 지지부진 했었음. 그러다 여기서 링크 보고 들어갔다가 단타 따라하게 된 건데... 장난 아니더라. 나 200만 원으로 2시간 정도 따라했나? 50만 원 넘게 벌었음...ㅋㅋ 오랜만에 부모님한테 선물도 해드리고 진짜 뿌듯한 하루였다!

[댓글]

돼야지 : 효자네ㅋㅋ 코인 적당히 해라

ㄴ주리닝 : 딱 200만원으로만 굴려보려고ㅠ

ㄴ돼야지 : 그정도만 해, 더 늘리지 말고

ㄴ주리닝 : ㅇㅋㅇㅋ

안경잽이 : 타이밍 지렸네ㅋㅋㅋ

ㄴ주리닝 : 대신 거기에 맛이 들려서 큰일ㅠㅠ

ㄴ안경잽이 : 이해한다ㅋㅋ

하지만 누구도 불편한 기색을 내보이지 않았다.

그 정도로 핫했으니까.

제목 : 유일한 네임드다. ㅇㅈ한다

제목 : 정보꾼, 진짜 역대급 투자자다ㄷㄷ

제목 : 기다릴게요, 정보꾼님

제목 : 영상 보니까 장투도 잘 하던데?

제목 : 난 정보꾼 투자 그냥 전부 따라할 생각임ㅎㅎ

본문 내용 : 지금은 바이오 기업 사던데 나도 샀음. 나중에 수익나면 인증할게!

[댓글]

양동이 : 와, 이놈. 빠르다...ㅋㅋㅋ

ㄴ글로벌 : ㅋㅋ장투건 단타건 전부 다 따라해야지, 이 정도 투자자가 지금 어딨냐ㅋㅋ

ㄴ양동이 : 덕분에 개안했네ㄷㄷ

ㄴ글로벌 : 따라가게?

ㄴ양동이 : 당근ㅋㅋ 내일 바로 사야지

정보꾼이 해온 일들이 언급되고.

오늘의 단타가 올라오고.

심지어 장기투자 목록까지 등장했다.

제목 : 리스펙, 정보꾼!

제목 : 오직 ‘그’만이 차티스트다ㅋㅋ

사람들의 입에 끊임없이 오르내리면서, 그렇게 이름의 무게를 차곡차곡 더해갔다.

*

기다리던 연락이 왔다.

“네, 여보세요?”

(류성 고객님, 저 지창훈 딜러입니다.)

“이야, 드디어 연락을 주셨네요.”

(네, 오래 기다리셨죠?)

“오늘만 오기를 손꼽아 기다렸죠. 그래도 진짜 한 달 안으로 나왔네요. 그것도 제 생각보다 훨씬 더 빨리요.”

(그럼요, 최선을 다했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언제까지 가면 될까요?”

(오늘 오전 10시부터 출고 가능합니다.)

“그럼 10시에 갈게요.”

(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드디어 BMW 135i가 출고되는 날이었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설레는 마음으로 시간에 맞춰 해당 매장으로 향했다.

-뭐하냐?

-집에서 뒹굴거리고 있지.

-흐흐.

-왜?

-나, 오늘 출고하는 날이다ㅋㅋ

이신우에게 자랑도 조금 했다.

-헐, 그 BMW 1시리즈?

-ㅇㅇ, 지금 출고한대서 가는 중!

-부럽네, 새끼!

-ㅋㅋㅋ

-에라, 난 조금 있다가 장사 준비나 하러 가야겠다

-고생혀라ㅋㅋ

가볍게 놀려준 뒤에 지하철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잠깐 멍하니 전방을 바라보고 있는데 앞에 앉은 사람과 눈이 마주쳤다. 뻘쭘한 마음에 고개를 숙여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렸다. 할 것도 없고 해서 너튜브에 접속해 올라온 영상들을 시청했다.

[이번에 내리실 역은...]

목적지에 도착한다는 안내음 소리에 겨우 정신을 차렸다.

어우, 시간이 벌써.

확실히 너튜브를 보면 시간이 삭제되는 기분이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지하철에서 내려 지상으로 올라갔다. 조금 걷자 저 멀리 BMW매장이 보였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반갑네요.”

“하하, 네. 일단 차량부터 보실까요?”

“좋죠.”

지창훈 딜러가 안내해줬다. 이윽고 도착한 고급진 장소에 세워진 한 대의 차량. BMW특유의 돼지코같은 키드니 그릴이 가장 먼저 류성을 반겼다.

“진짜 끝내주네요.”

색깔은 또 어찌나 예쁜지.

그린과 블랙이 절묘하게 섞여 조화를 이뤘다.

세련된 이미지의 라인.

그리고 완성되는 멋들어진 뒤태까지.

완벽했다.

“그럼 번호판부터 달아드리겠습니다.”

“아, 네.”

임시번호판을 단 후에 더는 견디지 못하고 바로 차량에 올라탔다.

“그럼 즐거운 운전 되십시오.”

“네, 딜러님도 좋은 하루 보내시고요.”

지창훈 딜러와도 마무리 인사를 하고서 바로 시동을 걸어 도로로 진입했다.

“크으으!”

정말 미치도록 좋았다.

한참 운전을 하다 보니 눈이 심하게 부시다는 걸 깨달았다.

센터부터 가야겠구만.

근처에 있는 서비스센터에 들른 김에 해야 할 것들을 전부 다 맡기기로 했다. 블랙박스와 썬팅, 그리고 보조배터리 등을 시공했다.

“3인 시공이라 2시간 30분 정도 소모됩니다.”

“2시간 30분이요?”

그 정도나 걸린다고?

조금 놀란 마음에 눈이 커졌다.

“생각보다 오래 걸리네요.”

“선팅이 조금 까다로운 작업이어서요. 1인 시공 같은 경우에는 4시간까지 걸리기도 합니다.”

“어려운 작업이었네요.”

“그런 편입니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여기서 기다릴게요.”

“네. 시공 끝나면 바로 알려드리겠습니다.”

일단 룸으로 들어갔다.

조용한 공간에서 커피 한 잔을 하는데 벌써부터 몸이 근질거렸다.

좀 달리고 싶은데.

신차가 출고된 날인데 바로 집으로 돌아가기에는 너무 아쉬웠다. 잠깐 고민하다가 오랜만에 동생이나 보러 가자는 생각이 들었다. 곧바로 류현아와 류환을 깨톡방에 초대하고서 메시지를 보냈다.

-강의 듣는 중?

-잠깐 쉬는 시간, 왜?

-오늘 점심에 맛있는 거 사줄테니까 둘 다 대기.

-오, 진짜? 콜!

-오빠. 친구들이랑 같이 가도 돼?^^

-말투랑 이모티콘이 맘에 안 든다?

부탁하는 어조라 그런지 조금 역겨웠다.

-친구들 데려감ㅇㅋ?

-ㅇㅋ

그래, 이래야 류현아답지.

피식 웃으며 잡담을 나누다가도 더는 할 게 없어서 다시 너튜브를 보기 시작했다. 기왕 보는 거 이번에는 경제 시황에 관해서 공부나 할 겸 구독했던 영상들을 복습했다.

“으흠.”

느긋한 시간이 흘러갔다.

“고객님, 전부 완료되었습니다.”

“아, 고맙습니다.”

벌써 2시간이나 지나버렸다.

“생각보다 빨리 끝났네요.”

“네, 최선을 다했습니다.”

“여기, 카드로 계산해주세요.”

“알겠습니다.”

계산을 치르고 차에 올라탔다.

빠르게 시공이 끝난 덕분에 12시 10분밖에 되지 않았다.

30분이면 도착하겠는데.

먼저 가서 기다리기로 했다.

부와아아앙!

시동을 걸고 도로에 진입하는데 정면에 있는 햇볕에도 눈이 부시지 않았다. 블랙박스도 정상적으로 작동했다. 그런 요소를 제외하고도 달리는 맛이 있는 차량이었다. 운전에 대한 재미를 온전히 느낄 수 있다고나 할까.

“...완벽해.”

흠잡을 곳 하나 없이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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