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돈과 재능이 쏟아져-44화 (44/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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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장의 한 남자(1)

구독자가 무려 5,816명이었다.

솔직히 많이 놀랐다.

당시 시청자는 1,200명 수준이었는데 구독자 수치는 그보다 훨씬 높았으니까.

“누가 홍보라도 해주는 건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새로고침을 하는데 숫자가 올라갔다. 잠깐 사이에 3명이 올라 5,819명이 된 것이다. 생각보다 잘 오르는 느낌이라 조금 기다렸다가 다시 새로고침을 해봤다. 그러자 이번에는 2명이 추가로 올라갔다.

어라, 또 올랐네.

이번에는 5,823명으로 늘어나 있었다.

물론 방송 자체를 적게 하는 편이기도 했고 단타보다는 장기투자 위주였으니 시간이 지나면 구독자가 줄어들 가능성이 컸다. 그래도 당장 기분이 좋다는 건 부정할 수 없었다.

“흐흐.”

한참이나 구독자 증가추세를 지켜보다가 다시 주식을 확인했다. 아까보다는 주가가 상승한 상태였다. 매도세는 약했고 매수세는 힘이 있는 편이라 꾸준하게 오를 게 눈에 보였다.

오랜만에 종토방에도 들렀다.

상승 중이니까, 뭐.

지금은 다들 잘 지내고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 추측을 하며 들어간 종토방에서 류성은 타오르고 있는 전장을 맞이했다.

[여기서 뭐함? 얼른 바이오 대장주로 오셈!]

[곧 하락합니다!]

[또 ㅈㄹ한다ㅋㅋ]

[대장주, 진상과학에서 다들 부자됩시다ㅎ]

[대장주는 아니지]

[찐 대장은 아랑생명임, 여긴 2차? 아랑생명은 곧 3차 승인^^]

[아랑생명 ㄱㄱ]

[진상과학은 항상 후반에 힘 빠짐!]

[진상과학에서 진상부리냐? 뭐함?]

[진상진상ㅋㅋ]

[하한가에서 대기ㅎㅎ]

분위기가 이렇게나 좋은데도 싸우다니.

여러모로 참 대단하다 싶었다.

그런 와중에 게시글 하나가 새롭게 올라왔다.

[속보뜸, 아랑생명 3차 승인!]

아랑생명은 류성도 들고 있는 종목이었기에 관심이 갔다.

뭐만 하면 속보네.

거짓일 확률이 높긴 하지만 그래도 한 번 확인해보기로 했다.

순수한 호기심의 영역이었다.

도대체 어떤 이상한 기사를 가져와서 저런 이야기를 하는 걸까 궁금했다.

그런데.

거짓이 아니라 정말로 속보였다.

“어? 이게 진짜라고...?”

이어서 기사가 줄줄이 터졌다.

[아랑생명, 3차 승인!]

[FDA 3차 승인 완료한 아랑생명!]

[아랑생명 훗날 매출 기대치...!]

다급히 증권 어플에 접속했다.

엄청난 불꽃 쇼와 함께 아랑생명이 단번에 1차 VI를 찍은 상태였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VI가 풀리자마자 2차 VI를 찍더니 바로 상한가에 안착했다.

30퍼센트나 올라버린 것이다.

해당 가격대에 쌓이는 물량도 어마어마했다.

10만주, 30만주, 70만주.

끝내 도달한 100만주.

엄청난 매수세에 아랑생명 종토방은 난리가 났다.

[와씨, 오늘 매수하려다 말았는데ㅠㅠ]

[난 믿었다고! 오랜만에 소고기 묵으러 가즈아아아!]

[개부럽다...ㄷㄷ]

[그래, 이게 대장주라고!]

[가즈아아아악!]

아무래도 정보에 나왔던 ‘훈풍’의 정도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강할 모양이었다.

*

바이오 주식 흐름에 크게 관심을 두지는 않았다. 어차피 매도해야 할 시기는 말일로 정해진 상태였으니 굳이 주시해야 할 이유가 없었다.

대신, 산책 시간을 늘렸다.

오늘도 세 시간 이상을 돌아다녔다.

“안 나오는구나, 오늘도.”

퀘스트가 등장하지 않아 아쉬운 마음으로 집에 돌아가야만 했다. 샤워로 찝찝함을 날려버린 뒤 책상 앞에 앉아 증시공부를 이어갔다.

투자사.

요즘은 거기에 관심을 빼앗긴 상태였다.

골드맨삭스.

블랙롭.

벙가드.

바크샤 해서와이.

세계를 주무르는 투자사가 정말 많았다.

참 좋은 세상이었다.

그들이 살아온 길을 이렇게 생생하게 너튜브로 확인할 수 있었으니까.

“대단하네, 정말.”

바크샤 해서와이의 CEO인 와런 버펫은 9살이란 나이에 주식에 관심을 갖고 증권사 객장에서 시세판에 주가를 적는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그 정도로 일찍 투자에 눈을 뜬 것이다. 거기서 파생된 복리의 마법이 그를 지금의 부자로 만들어줬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니, 우리도 일찍부터 투자를 해야 합니다.]

영상은 그렇게 끝이 났다.

어우...!

다 보고 나니 허리가 상당히 뻐근하다는 걸 깨달았다. 자리에서 일어나 가볍게 스트레칭을 한 뒤 침대에 누웠다. 자연스레 스마트폰을 확인하는데 메시지 하나가 도착한 상태였다.

[최연수 담당자님 : 작가님! 8월 매출도 순조로워서 알려드려요. 축하드립니다! 나중에 좋은 소식 하나 전해드릴 수 있을 거 같아요. 그때는 전화드릴게여!]

이모티콘 담당자였다.

순조롭다라.

이참에 이모티콘 매출을 확인해보기로 했다. 예전에 즐겨찾기를 해뒀던 사이트에 접속해 로그인하자 판매현황이 떠올랐다.

“이야...!”

이벤트 덕분에 7월 매출은 2천만 원을 찍었었다. 덕분에 8월 말일에 대략 천만 원이라는 거금이 입금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놀라운 건 이번 달 매출이었다.

8월에도 이벤트 효과가 이어진 모양인지 현재까지 매출이 대략 3,500만 원이었다. 이 기세라면 8월 말일까지 4,500만 원 이상은 달성할 것 같았다.

으음.

만약 그렇게 되면.

“원천징수를 떼더라도...”

순수익이 2,200만 원에 달할 터였다.

이모티콘 하나로 이렇게나 돈이 벌릴 줄이야.

생각지도 못 한 수익이었다.

바이오 분위기도 좋고 하는 일이 전부 술술 풀리는 것 같았다.

더 할 건 없나?

정산표 확인을 끝내고 스마트폰 캘린더를 체크했다. 몇 가지 중요한 내용을 메모해뒀는데 혹시나 놓치고 있던 게 없는지 파악하기 위함이었다.

“아, 정기후원.”

거기서 중요한 걸 발견했다.

벌써 정기후원 금액을 보내줘야 할 시기였던 것이다. 매달 보내주기로 했는데 날짜를 정하진 않은 상태였다. 대충 말일 정도로 체크를 해뒀는데 벌써 그 시기가 되었다.

보육원은 이번 달에 이미 후원을 마친 상태였기에 나머지 네 곳에만 후원금을 보내기로 했다. 은행 어플에 접속해 차례대로 금액을 이체했다.

해피강냥이TV에 200만 원.

개인에게 각각 100만 원.

하늘땅 별땅 유기견 보호소에 200만 원.

[연계퀘스트 ‘어서 와, 정기후원은 처음이지?’가 갱신됩니다.]

[정기후원 금액 : 900만 원]

모든 돈을 보내고 나니 액수가 상당했다.

그래도, 뭐.

크게 부담될 수준은 아니었다.

단타로도 많이 벌었고.

현재 바이오 주식도 잘 오르고 있었으니까. 심지어 이모티콘 매출까지 봐버린 마당이라 후원금액이 턱없이 부족한 느낌이었다.

더 늘려야 하나...?

오히려 그런 마음이 들 정도였다.

“고민을 좀 해봐야겠네.”

그 부분은 시간을 두고 충분히 생각해보기로 했다.

*

같은 시각, TV 프로그램 ‘개미도 수익을 낸다!’의 PD가 작가를 보며 물었다.

“그래서, 연락은 됐고?”

“아뇨. 아직...”

“아니, 왜 연락이 안 되는 거야!”

“그, 이메일도 보냈는데 읽어보지도 않은 거 같아요. 댓글도 달았는데...”

“아오, 미치겠네.”

PD는 다시금 영상을 확인했다.

“이거 봐, 이게 말이 되냐고. 이 단타 실력이!”

“그러니까요.”

“진짜 한 번만 나와서 저대로만 해주면 초대박일텐데...”

“...다시 메일 보내볼게요.”

“그래, 부탁 좀 하자.”

“네에.”

작가는 힘없이 대답하며 물러갔다.

“연락 한 번 하기 참 어렵네.”

자그맣게 투덜거리면서.

*

아침 일찍 일어나 바로 헬스장으로 향했다. 가볍게 스트레칭을 한 뒤에 러닝머신에 올라가 느린 속도로 걸었다.

긴장을 느끼며.

서서히 속도를 높였다.

“후읍, 후우...!”

어느덧 상당한 속도로 달리기 시작했다.

“후으읍! 후우우!”

땀이 흘러 운동복을 적시고 전신의 근육은 그만 뛰라고 아우성쳤다. 그럼에도 멈추지 않았는데 충분히 견딜 여력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체력 강화 물약.

아마도 그 효과 덕분이겠지만.

해당 속도로 약 10분을 내달렸다.

으음. 더 이상은...!

아직 운동경력이 짧아서 이 정도가 한계였다.

“후아아아...”

천천히 속도를 늦췄고 완전히 러닝머신이 멈췄을 때 기계에서 내려와 준비해온 이온 음료를 마셨다.

꿀꺽-

수분을 보충하고 짧게 스트레칭을 해준 뒤 근력 운동에 돌입했다.

시작은 랫풀다운이었다.

일단은 가볍게.

적당한 무게 추가 달린 바를 아래로 당겼다. 이마를 스치듯이 내려온 바를 입술 위치에서 머물게 하며 근육의 수축을 유지했다.

기분 좋은 감각이었다.

그렇게 한 세트를 이어가던 중이었다.

털썩.

엄청나게 마른 남자가 류성의 바로 앞에 놓인 벤치프레스에 누웠다. 만천하에 초심자임을 명명백백 드러내며 바벨을 들어 올리는데 아무리 봐도 위험해 보였다.

아니, 저러면, 으음!

불길한 예상은 피해가질 않았다.

“끄어어어업!”

괴성을 지르던 사내의 바벨이 균형을 잃었다. 상당한 무게감이 실린 바벨이 사내의 가슴팍에 떨어졌다.

“뀌에에에엑!”

하지만 솔직히 저럴 정도는 아니었다.

그래도, 뭐.

당한 사람이 힘들어하니까.

“괜찮...”

도와야겠다는 마음으로 사내에게 다가가는 순간 퀘스트가 등장했다.

[퀘스트 발동!]

[누구에게나 초보였던 시절은 있다...?]

[초보 헬린이가 눈앞에 있다. 바벨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채 허우적거리는 그가 위태로운 상황을 모면할 수 있게 도와주어라.]

[남은 시간 : 1분.]

[성공 보상 : 랜덤 카드, 선행 포인트.]

[퀘스트 실패시 종아리에 쥐가 납니다.]

류성은 남은 말을 간신히 이어갔다.

“...으세요?”

그 말과 함께 바벨을 들어줬다.

“헉, 허억, 가, 감사합니다.”

“네. 조심하시구요. 일단 다른 기기로 가볍게 해보세요. 벤치프레스는 좀 어렵거든요.”

“아아, 네.”

큰 이상은 없어 보였다.

[퀘스트 클리어!]

[최하급 랜덤카드를 습득합니다.]

[선행포인트 1점을 획득합니다.]

이런 소소한 도움을 주고 보상을 얻자니 오히려 민망할 지경이었다.

그래도 소중한 1점이었다.

한동안 퀘스트가 등장하지 않더라도 8월의 마지막 날, 정기후원 퀘스트가 클리어되면 30점은 쉽게 모을 수 있으리라.

“그럼 수고하세요.”

“아, 네!”

그날을 기약하며 류성은 다시 운동을 이어갔다.

잠시 후.

샤워를 마치고 헬스장을 나섰다. 가는 길에 보상으로 받은 카드를 사용했는데 소액의 복권이 당첨되었다. 꽝이나 다름없는 복권을 주머니에 쑤셔 넣으며 걸음을 옮겼다.

“으, 으으...”

그런 류성의 앞으로 벤치프레스에 깔렸던 남성이 걸어가는 중이었다. 꽤 격하게 운동을 한 모양인지 다리가 후들거리는 게 멀리서도 보였다.

보아하니 적어도 며칠은 감기몸살에 시달릴 모양새였다.

이거, 참.

안쓰러운 마음을 품은 채 옆을 지나치려는데 사내가 갑자기 비틀거렸다.

“어엇...!”

넘어지려는 그를 잡아주자 고개를 숙여왔다.

“아, 감사... 어, 아까 도와주신 분이군요.”

“네. 괜찮으세요?”

“무리했더니, 이거 참...”

씁쓸하게 웃던 그가 갑자기 품을 뒤졌다.

“두 번이나 도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이렇게 도움을 받는 것도 오랜만이네요. 혹시라도 저한테 부탁할 일이 생기면 언제든지 여기로 연락 주세요.”

얼떨결에 명함을 받자 그가 다시 움직였다.

여전히 비틀거렸지만.

어떻게든 본인 힘으로 해내겠다는 의지가 보였다.

스윽.

고개를 내려 명함을 확인했다.

[보건복지부 사무관 김일영.]

공무원인 모양이었다.

보건복지부라.

조금 찾아보니 비영리법인, 그러니까 후원단체를 설립하고자 할 경우 보건복지부의 허가를 받아야하는 모양이었다.

“흐음.”

연락할 일은 아마도 없을 것 같았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는 일이었다. 류성은 어느새 사라진 사내를 잠깐 떠올리며 카드지갑에 명함을 꽂아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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