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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1)
그렇게도 벌기 어려웠던 돈이 지금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처럼 불어나는 중이었다. 심지어 메트리온과 아랑생명까지도 수익률이 좋았다.
종목명 : 메트리온
보유주식 : 350주.
매입금액 : 150,000,000
수익률 : 75%
평가손익 : 112,500,000
총평가 : 262,500,000
종목명 : 아랑생명
보유주식 : 1,235주.
매입금액 : 149,999,750
수익률 : 109%
평가손익 : 163,499,727
총평가 : 313,499,477
"메트리온이 75%에 1억1천 수익 중이고 아랑생명은 109%에 1억6천 수익 중이네요. 일단 진상과학부터 팔겠습니다."
시장가로 전부 매도해버렸다.
[매도가 체결되었습니다.]
[매도가 체결되었습니다.]
[매도가...]
다음으로 메트리온의 주식을 매도했고 마지막으로 아랑생명까지 전부 팔아버렸다.
"자, 이렇게 들고 있던 종목 전부 팔았구요. 총 수익은 수수료 떼고 4억 정도입니다. 전에 3시간 동안 죽어라 단타했을 때도 2억을 못 벌었는데 말이죠. 기억나시죠?"
알탕 : 그 날을 어찌 잊나요...!
짝발 : ㅠㅠ돈복사라는 게 뭔지 알려주었던 바로 그 날 아닙니까!
주린잉 : 그립네요, 벌써
시청자 대부분이 단타를 원하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어쩌랴.
차티스트의 눈이 없는 지금은 단타에 관한 지식 자체가 없는 것을.
"저도 그날 재밌긴 했습니다. 그래도 지금 보세요. 그냥 사놓고 기다리기만 했는데 이렇게 4억이 더 생겨버렸잖아요? 장기투자도 할만해 보이지 않나요?"
설탕 : 고건 또 ㅇㅈ
고수당 : 가면님이랑 하는 장투는 단타보다 달달하지!
왼발 : 장투도 ㄹㅇ꿀맛입니다!
"설탕님, 고수당님, 그리고 왼발님. 세 분 모두 호응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어쩐지 기존 열혈 시청자분들과 잘 어울릴 거 같은 닉네임이네요."
알탕 : ㅋㅋㅋ뜨끔
설탕 : ㅎㅎ
짝발 : 아니, 왼발이라니, 거 참...
왼발 : 개웃기네ㅋㅋㅋ
아무튼 이걸로 총 8억 5천만 원이란 거금이 생겼다.
"음, 벌어들인 돈을 어딘가에 쓰긴 해야 하는데 말이죠. 요즘 들어서 투자할 곳이 참 안 보이네요. 잠깐 쉬면서 어디에 사용할지 고민해보겠습니다."
마무리 인사를 하고 생방을 종료하려는데.
[방송작가님이 '10,000원'을 후원합니다.]
[저기, 잠깐만요!]
누군가가 후원을 했다. 음성 메시지에서 간절함이 절실하게 느껴진 까닭에 잠깐 행동을 멈추고 기다려주기로 했다.
"방송작가님, 일단 후원 감사합니다. 근데 뭐 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신가요?"
류성의 말에 방송작가가 다시 한번 음성 채팅을 보냈다.
후원금은 조금 줄어들었지만.
[방송작가님이 '5,000원'을 후원합니다.]
[휴우, 조금 바빠서 못 오다가 겨우 들어왔네요. 안녕하세요! 혹시 '개미도 수익을 낸다'라는 프로그램 알고 계신가요? 저는 그 프로그램의 작가입니다!]
들어봤을 뿐만 아니라 몇 번 시청하기도 했었다.
"알죠, 그 연예인분들이랑 유명한 너튜버분들 나와서 단타수익으로 순위 정하는 프로그램 아닌가요? 우승자는 원하면 다음 방송에 또 출연할 수도 있고. 아니면 졸업을 택하면서 상금을 받을 수도 있고. 맞죠?"
[방송작가님이 '3,000원'을 후원합니다.]
[맞아요ㅠㅠ 구골 메일을 몇 번이나 보냈는데 답장이 없으셔서요ㅠㅠ 부득이하게 음성채팅을 통해 인사드리게 되었네요, 그 부분은 먼저 사과의 말씀 드릴게요!]
"아아, 괜찮습니다. 제가 메일을 안 봐서 생긴 일인걸요."
[방송작가님이 '2,000원'을 후원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래서 제가 조금 전에 메일을 다시 보냈거든요. 한 번 읽어보시고 거기 적힌 연락처로 전화를 주시거나 아니면 아이디를 검색하셔서 채팅을 걸어 주실 수 없을까요? 부탁드릴게요ㅠㅠ]
어렵지 않은 부탁이었다.
"그렇게 할게요. 근데 말이죠, 후원금액이 계속 줄어드네요?"
비뚤어진 듯한 하회탈이 조금 기괴했다.
[방송작가님이 ‘5,000원’을 후원합니다.]
[허업, 제 사비라서...ㅠㅠ]
"흐흐, 농담이었어요. 그럼 진짜로 방송 종료하겠습니다."
인사를 하고서 송출을 중단했다.
스윽.
하회탈 가면을 벗으며 낮게 읊조리는 류성.
“방송국이라...”
구골 메일함에 들어가니 엄청나게 쌓인 메일이 보였다. 그래도 직전에 보낸 메일을 찾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제목 : TMB방송국입니다! 제발 읽어주세요!
내용 : 안녕하세요, 방송국 TV프로그램 '개미도 수익을 낸다'의 최민정 작가라고 합니다! 저희 프로그램에 꼭 모시고 싶어서 연락을 드렸습니다! 저희 프로그램부터 설명을 드리자면...
아래로 프로그램의 설명과 구구절절한 애원이 이어졌다. 마지막으로 연락을 부탁한다면서 전화번호까지 남겨놓았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출연은 힘들었다. 단타 위주로 수익을 내는 프로그램인데 거기서 보여줄 능력이 없었으니까.
“그냥 재능빨이었으니.”
아니, 퀘스트빨이라고 해야 할까.
답은 정해져 있었다.
차티스트의 눈을 다시 한번 사용하지 못하는 이상 출연은 불가능했다. 일말의 고민조차 필요 없는 일이었다.
*
최민정 작가는 초조한 기색으로 스마트폰만 쳐다봤다.
“제발... 제발...!”
어서 연락이 왔으면 싶었다.
거절해도 좋으니까!
바로 승낙하면 좋은 일이었고 아니더라도 연락만 이어간다면 설득할 자신이 있었다.
“아직 멀었나...?”
하염없이 기다리던 중.
띠링.
스마트폰이 거칠게 진동했다.
채팅이 걸려왔다.
-저 가면남 너튜버인데요, 작가님 맞으시죠?
-네네! 맞아요! 일단 전화 감사합니다!
-아뇨, 뭐...
-혹시 생각은 해보셨나요?
-네, 해봤는데 아무래도 출연은 힘들 거 같아요.
-아, 그런가요?ㅠㅠ
-네, 죄송합니다.
거절에도 그녀는 당황하지 않았다.
-혹시 이유를 알 수 있을까요?
-뭐, 정체가 드러나는 것도 좀 그렇고요.
-그 부분은 걱정 안 하셔도 돼요. 가면 착용하고서 나오셔도 됩니다! 전신탈 쓰고 참여한 분도 계셨거든요!
-아, 그래요...?
-네!
-으음. 그것도 그런데 아무래도 제가 실력이 조금 부족하기도 하고요. 괜히 나갔다가 피해만 줄까봐 걱정이네요.
-네? 제가 영상을 다 봤는데요?
-어, 음. 그날은 운이 좋았던 거죠, 네ㅎㅎ
아무리 그래도 실력을 핑계로 대다니.
많이 부담스러운 모양이었다.
하지만 이런 경험은 부지기수였기에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대응했다.
-부담스러운 마음은 잘 알아요.
-그게, 참...
-너무 성급하게 정하지 마시고 조금만 더 고민해주세요. 부탁드릴게요.
-뭐, 일단 알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다음에 다시 연락드릴게요!
-네, 그럼.
비록 거절의사를 밝혀왔지만 연락이 닿은 것으로 충분했다. 그녀는 당장 PD에게 달려가 해당 소식을 전했고 PD는 호탕하게 웃었다.
“푸하하! 그 사람도 재밌는 양반이구만. 실력이 부족해? 허, 참.”
“어떻게 할까요?”
“뭐, 부담스러울 수도 있지. 가면까지 쓰고 너튜브 하는 거 보면.”
“그럼...”
“천천히 접근해 봐. 서두를 거 없으니까.”
“아, 네!”
“그래, 고생했어.”
“뭘요.”
“나중에라도 잘 설득해서 출연 성사시키면 초대박은 확정이란 말이지. 그러면 보너스 알지? 얼마나 두둑할지 상상을 해보란 말이야.”
“보너스...!”
“그래, 보너스!”
마법과도 같은 단어에 최민정 작가의 눈이 번뜩였다.
*
류성은 방송 출연에 관한 생각을 전부 지워버린 채 침대에 누웠다.
어디 보자.
기분 좋게 현재 자산을 파악해봤다.
오늘 수익을 낸 금액이 4억이었고 원금이 4억 5천이었으니 총 8억 5천. 여기에 ‘서울전쟁’에 투자한 5천만 원과 ‘어둠이 드리워진’에 투자한 1억까지. 전부 더하면 오차 없이 딱 10억이었다.
“이야, 엄청나게 벌었구나.”
돈이 많아져도 삶이 그렇게 막 엄청나게 달라지진 않는단 이야기를 인터넷에서 보곤 했었다.
한 가지는 확실했다.
지금의 류성에게는 통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다.
“좋네. 그치, 럭키야?”
냐아아?
그는 온몸으로 체감하는 중이었다.
솔직히 이 돈을 써서 무언가를 하는 건 아니었지만 그냥 거금이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살아가는 태도 자체가 달라졌음을 느꼈다.
한결 당당해졌고.
어디를 다녀도 어깨가 움츠러들지 않았다.
자신감이 넘친다고나 할까.
자연스럽게 생각 자체가 긍정적으로 변화했다.
“더 많이 벌어서 더 맛있는 거 사줄게.”
냐아앙!
돈이 있다는 건 그런 거였다.
삶에 대한 걱정이 사라지고 많은 부분에 있어서 여유롭게 대처할 수 있게 되었다. 스트레스가 줄었고 미래를 꿈꿀 수 있게 되었다. 그것만으로도 이미 너무나 많은 것이 변했다.
돈은 삶을 바꾼다. 그보다 많은 돈은 주위환경을 바꿀 것이고 그조차 뛰어넘는 압도적인 돈은 어쩌면 세상을 바꿀지도 몰랐다.
“...나쁘지 않지.”
정말 많은 돈을 벌게 된다면 한 번쯤은 제대로 해보고 싶어졌다.
세상을 바꾸는 일을 말이다.
*
홀로그램이 떠올랐다.
[연계퀘스트 ‘어서와, 정기후원은 처음이지?’가 갱신됩니다.]
[정기후원 금액 : 900만 원]
[정산 중...]
[정산 완료.]
[선행포인트 5점을 획득합니다.]
[후원금액이 초기화됩니다.]
정기후원 퀘스트가 클리어된 것이다.
8월 31일.
오늘을 기다린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였다.
“괜찮은데?”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포인트를 얻었다.
무려 5점이었다.
지금 당장은 크게 의미가 없겠지만 미래를 생각하면 충분히 긍정적인 일이었다. 이번 달과 같은 금액을 후원하기만 하면 다음 달 말일에도 최소한 5점은 들어온다는 소리였으니까.
이렇게 5점을 얻고 보니까 확실히 정기후원 금액을 더 높이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상한치가 어디인지 파악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일이었으니까. 그럼에도 지금은 그 모든 생각이 부차적인 문제가 되었다.
현재 지닌 52점의 포인트.
그걸 사용해야 할 때였으니까.
“후우...!”
마음을 가다듬고서 상점을 떠올렸다.
2. 랜덤 주식 및 코인 정보
-국내 또는 해외 기업들, 그리고 코인과 관련 있는 정보를 취득할 수 있으나 정보의 수준은 랜덤이다.
필요 선행 포인트 : 30
정말 오랜 기다림이었다.
드디어...!
처음으로 이 정보를 썼을 때 ㈜파워에디슨으로 수익을 냈었다. 그때는 주식 정보라 아쉽다고 느꼈었지만 실제로 경험하면서 2연상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 제대로 실감할 수 있었다. 그러니 이번에는 뭐가 나오더라도 만족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시드가 무려 8억 5천이었다.
여기서 1연상.
그러니까 30%의 수익만 나와줘도 2억 5천이 넘어가는 순수익이 생기게 될 터였다.
돈이 돈을 버는 것이다.
긴장으로 물든 손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
[2번 물품 ‘랜덤 주식 및 코인 정보’를 구매하시겠습니까?]
[네/아니오]
버튼을 누르자 포인트가 소모되었다.
[구매 완료]
[선행포인트(30점)를 차감합니다]
[‘코인 일지’를 획득합니다.]
두루마리 하나가 류성의 손바닥 위에 생성되었다.
분명 코인 정보권이었다.
정확히는 '코인 일지'였지만 아무튼 코인과 관련된 정보인 건 확실했다. 내심 바라긴 했지만 설마 정말로 그게 튀어나올 줄이야.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었다.
[상점 포인트를 기준치 이상 사용했습니다.]
[상점이 업데이트됩니다.]
[로딩 중...]
멍하니 홀로그램의 글귀를 눈에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