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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2)
코인 정보권을 얻은 것만으로도 가슴이 두근거려 터질 지경이었는데 여기에 상점 업데이트까지 이어지니 그야말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기분 나쁜 어지러움은 절대 아니었다.
오히려 행복할 지경이었다.
새로움은 언제나 설레는 법이기도 했고 특히 퀘스트의 변화가 또 어떤 놀라운 일을 만들어낼 것인지 기대가 되었으니까.
언제 로딩이 완료되려나.
조금 기다려봤지만 로딩 완료가 뜨지 않았다. 업데이트에 대한 기대를 잠깐 억누른 채로 일단 손에 들린 '코인 일지'부터 확인해보기로 했다. 두루마리를 펼치자 허공에 활자가 생성되었다.
[9월 9일.]
[한국 시각 오전 11시경 일본의 닉콜라 기업 CEO가 독독코인을 언급. 귀엽다는 한마디에 가격이 천천히 상승하기 시작함.]
[9월 10일.]
[한국 시각 오전 9시까지 13% 상승함.]
[등락률 리셋 이후 –9%까지 하락.]
[오전 10시에 최저점을 찍고서 우상향을 이어감.]
[9월 11일.]
[한국 시각 오후 9시에 닉콜라 기업 CEO가 가상화폐 독독코인을 다시금 언급함.]
[독독코인의 가격이 폭발적으로 상승.]
[오후 10시에 최고점 달성.]
[이후 우하향 지속.]
[9월 12일.]
[한국 시각 오전 7시부터 급락하기 시작.]
[오전 8시 57분까지 -15% 하락.]
[오전 9시가 되었으나 여전히 하락을 회복하지 못하고 힘이 빠지는 모습을 보임.]
[9월 13일]
[한국 시각 오전 8시 닉콜라 기업 CEO가 별스타그램에 술에 취한 사진을 올림.]
[오전 8시 30분에 폭탄 발언을 함.]
[닉콜라 기업의 모든 물품을 독독코인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연계사업을 추진할 거라는 이야기를 내놓음.]
[각국의 투자자가 모여들면서 엄청난 상승세를 만들어냄.]
[정확히 20분 뒤, 술김에 한 농담이었다는 게시글이 올라오면서 가격이 폭락함.]
이번 정보는 조금 독특했다.
어느 누군가가 본인의 투자 내역을 일지 형식으로 적어놓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엄청난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었다.
단타만큼 재밌을 거 같은데...?
그런 기대감이 물씬 풍겨왔다.
“일단 메모부터 해놔야지.”
혹시나 두루마리가 사라질 수도 있었기에 서둘러 일지 내용을 메모장에 베껴 적었다. 그러다 보니까 확실히 닉콜라 CEO라는 사람의 행보가 조금 거슬리기는 했다.
“...전 세계를 상대로 사기를 친 건가?”
세상에 저런 사람도 있구나 싶었다.
비현실적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믿지 않는 건 아니었다. 아니, 의심하지 못한다는 게 더 정확할 터였다.
이건 퀘스트가 내어준 정보였으니까.
신뢰도 100%의 '코인 일지'였기에 지금 해야 할 건 오직 하나.
“9월 9일 오전 11시.”
그날을 기다리며 준비하는 것뿐이었다.
*
그로부터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고.
[...로딩 완료.]
[상점 업데이트가 완료되었습니다.]
[새로운 물건을 구매해보세요.]
상점의 업데이트가 마무리되었다.
잡념을 지웠다.
정보는 확인했고 그 시작이 9일이란 것도 파악했다. 시간적인 여유가 충분한 상황이었으니 지금은 달라진 상점에 대해 파악하는 게 우선이었다.
기대감을 가득 안고서 상점을 열었다.
상점 오픈.
떠오른 홀로그램을 눈에 담았다.
[세부 메뉴]
1. 재화
2. 재능
3. 기타 물품
메뉴가 3개로 나뉜 상태였다.
재화, 재능, 기타 물품.
전부 어떤 게 있을지 짐작이 되면서도 그럴 리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에이, 설마.
순서대로 확인하는 게 맞겠지만 솔직히 지금은 2번이 가장 궁금했다. 결국, 호기심을 이겨내지 못하고 재능을 먼저 눌러보기로 했다.
투욱.
손가락으로 터치하자 새로운 홀로그램이 떠올랐다.
[재능]
1. 그림작가의 창의력(소모성)
필요 선행 포인트 : 35
패시브 구매 필요 포인트 : 350
2. 차티스트의 눈(소모성)
필요 선행 포인트 : 35
패시브 구매 필요 포인트 : 350
3. 재능 관찰자(3회)
필요 선행 포인트 : 35
패시브 구매 필요 포인트 : 350
4. 랜덤 재능
-각종 재능을 무작위로 지급한다.
필요 선행 포인트 : 35
그 내용에 입이 떡하니 벌어지고 말았다.
그야말로 대박이었다.
창의력과 차티스트의 눈이라니.
"이건 미쳤는데...?"
특히 2번 재능 ‘차티스트의 눈’이 겨우 35포인트였다. 정보권을 구매하고 남은 포인트가 22점이니 앞으로 13점만 더 모으면 바로 재능을 구매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비록 소모성이라고는 하지만 3시간 동안 벌어들일 단타 수익을 생각하면 절대로 비싼 게 아니었다.
물론 영구적으로 적용되는 패시브 구매도 존재하기는 했다. 문제는 포인트 가격이 지금으로선 심각할 정도로 부담된다는 점이었다.
"패시브는... 나중에 생각해야겠고."
다시금 재능을 살폈다.
그림작가의 창의력은 조금 비싼 감이 있었다.
그래도, 이 정도면.
여러 물품을 구매하면서 필요 포인트가 높아지다 보면 여전히 35포인트를 유지하고 있을 창의력에 시선이 갈 수밖에 없으리라.
단기적인 수익은 단타에 부족할지 몰라도 장기적인 수익으로 따지면 이모티콘 또한 상당하기 때문이었다. 여러가지 사업으로 확장되기라도 하면 그 또한 어마어마할 테니까.
재능 관찰자는 아직 써보지도 못했으니 일단 넘어가고.
"마지막 랜덤재능은. 으음...!"
뭐가 나올지는 알 수 없지만 그래서 더욱 호기심이 생긴다고 해야 할까. 저기서 또 어떤 놀라운 재능이 튀어나올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
지금까지 경험해본바, 재능을 얻는다는 건 생각 이상으로 즐거운 일이었다. 색다른 과정을 거쳐야만 했고 그에 따른 성취감도 존재했다.
그 탓에 재능이 사라질 때마다 깊은 허탈함을 느꼈었다.
계속 쓸 수 있다면 좋을 텐데.
항상 그런 생각을 하곤 했었다.
그런데 지금.
비록 소모성이라고는 하지만 포인트만 모은다면 몇 번이고 구매할 수 있는 길이 생겼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포인트가 지금보다 훨씬 더 원활하게 수급되는 시점이 온다면 영구적인 패시브 구매도 충분히 가능할 터였다.
그 부분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당장은 그 정도로 정리하기로 했다.
두근두근거렸다.
재능 하나만으로도 이렇게 즐거울 수 있다니. 흥분을 조금 가라앉히고서 일단 뒤로 돌아가기를 눌렀다.
다시 떠오른 첫 번째 화면.
이번엔 고민할 게 없었다.
그냥 바로 1번 '재화'를 선택했다.
[재화]
1. 주식 정보
필요 선행 포인트 : 60
2. 코인 정보
필요 선행 포인트 : 60
3. 부동산 정보
필요 선행 포인트 : 60
4. 랜덤 정보
-주식이나 코인, 토지 및 부동산 외에도 원자재, 미술품, 경제시황 등등. 여러 가지 정보를 무작위로 지급한다.
필요 선행 포인트 : 60
전보다 훨씬 더 상세하게 바뀌었음을 알 수 있었다.
필요 포인트도 늘었고.
사실 그 부분은 이미 예상하던 바였다. 랜덤뽑기를 두 번 구매했을 때도 그랬었으니까.
이번에 정보권을 구매하면서 업데이트와 포인트 증가가 동시에 이뤄진 모양이었다. 저 60포인트도 구매를 반복할수록 높아질 가능성이 컸다. 빠듯하긴 하지만 충분히 모을 자신이 있었다.
다음으로 3번.
마지막 '기타 물품'을 확인할 차례였다.
[기타]
1. 미래시(소모성)
필요 선행 포인트 : 150
2. 치료제(하급)
필요 선행 포인트 : 100
3. 체력강화 물약
필요 선행 포인트 : 50
4. 피로회복 물약(하급)
필요 선행 포인트 : 20
5. 랜덤 기타 물품
-재능과 재화를 제외한 각종 다양한 것들이 무작위로 지급된다.
필요 선행 포인트 : 100
여기엔 다양한 물품이 존재했다.
"특이하네, 이것도."
재화와 재능을 제외한 모든 것이 여기서 나오는 모양이었다. 놀라운 건 랜덤 기타 물품의 비용이 무려 100점이라는 사실이었다. 과연 구매할 날이 오긴 할까 싶었지만 높은 포인트 수치만큼 특별하다는 의미일 테니 신경은 쓰고 있는 게 좋으리라.
“미래시가 좋긴 했었지.”
체력강화 물약도 괜찮았고.
아무튼, 이걸로 모든 품목을 확인해봤다.
결론은 단순했다.
전보다 훨씬 더 좋아졌다.
필요 포인트가 늘긴 했으나 이용하기에 압도적으로 편리해졌다. 주식, 코인, 토지, 부동산에 대한 정보를 각각 구매할 수 있다는 점도 좋았고 재능을 지정해서 사용할 수 있다는 것도 정말 마음에 들었다.
사고 싶은 물품이 너무 많았다.
의욕이 솟구쳤다.
많은 돈을 사용해 1점의 포인트라도 더 끌어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더 많은 돈을 벌고 더 많이 쓰고 다양한 물품을 구매해 활용하는 것. 기본적인 그 흐름을 다시 한번 되뇌어보는 순간이었다.
*
획득한 코인 정보권을 활용하기에는 아직 시간이 조금 남은 상태였다. 그동안 류성은 몇 군데라도 더 정기후원할 곳을 찾아보기로 했다. 이번 상점 업데이트로 생각에 많은 변화가 생긴 까닭이었다.
단기 퀘스트는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모르는 일이기도 했고 확률도 낮은 편이라 시간적인 소모가 컸다. 그에 반해 정기후원 퀘스트는 매달 말일에 포인트를 확정적으로 주고 있었다. 그러니 이제라도 제대로 활용할 필요가 있었다.
첫째.
정기후원이라는 좋은 일을 하고.
둘째.
대량의 포인트를 수급하여.
셋째.
상점 물품 구매에 사용하는 것.
그게 곧 돈을 버는 길인 것이다.
정기후원 금액이 늘어난다고 무서워하기만 해선 안 되는 이유였다. 더 큰 후원은 더 큰 포인트로 돌아올 테니까.
큰 돈을 쓴다는 게 아직은 어색하고 낯설어 미뤄둔 감이 있지만 이제는 정말 제대로 써야할 때였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라도 말이다.
고민해야 할 건 하나.
후원할 곳을 찾는 것뿐이었는데 이 부분은 사실 걱정할 게 없었다.
애초에 생각하던 곳이 있었으니까.
초, 중, 고등학교.
모교는 지금 생각해도 가장 추억이 깊게 서린 시절이었다. 그 당시 도움을 받은 기억은 아마 평생동안 잊히지 않을 터였다. 그와 같은 경험을 다른 아이들에게도 시켜주고 싶었다.
어떤 사람이 널 도와주고 있다고.
포기하지 말라고.
앞으로 나아갈 의지만 존재한다면 반드시 등을 밀어줄 거라고.
류성이 원하는 건 오직 그거 하나뿐이었다.
이번 모교 후원을 시작으로 다른 보육원이나 혹은 어려움이 존재하는 다양한 곳에 차차 후원을 늘려나갈 생각이었다. 여러방면에서 도와야 할 사람들이 참으로 많았기에 천천히 한 걸음씩 나아가기로 했다.
생각의 정리를 마치고서.
진찬 초등학교에 전화를 걸었다.
(네. 진찬 초등학교 행정실입니다.)
"안녕하세요? 졸업생 류성입니다."
(아, 네.)
"제가 학교에 후원을 조금 하고 싶어서요."
(후원 말씀이신가요?)
"네. 정기적으로 조금씩 해보고 싶어서 연락 드렸습니다."
(일단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해당 사안은 여러 가지 절차가 필요할 수도 있어서요. 학교에 한 번 방문해주실 수 있을까요?)
"네, 가능합니다."
(그럼 주말을 제외하고 편한 시간에 한 번 찾아와주세요.)
"그럼 오늘도 될까요?"
(물론입니다.)
"알겠습니다."
아무래도 학교에 들러야 할 것 같았다.
서류도 필요할 테니.
어차피 남는 게 시간인 터라 곧바로 초등학교를 방문했다.
"이게 얼마만이냐."
예전 그대로인 부분도 있었는데 한편에 설치된 체육관은 처음 보는 건물이었다. 외에도 여러 부분에서 정비가 된 느낌이었다.
운동장에는 아이들이 뛰어노는 중이었다. 그저 보고만 있어도 추억이 새록거렸다.
그리운 시절이었다.
본인도 모르게 미소를 머금은 채로 아이들을 지켜보다가 뒤늦게 정신을 차렸다.
아, 이럴 때가 아니지.
서둘러 행정실을 찾아갔다.
"실례합니다."
"아, 네. 무슨 일이신가요?"
"아까 전화했던 사람인데요. 정기후원을 하고 싶어서요."
"아하, 아까 그분이시군요."
"네."
"이쪽으로 오시죠. 실장님은 잠깐 화장실에 가셨거든요. 금방 오실 거에요."
의자에 앉아 잠깐 기다렸다.
"차라도 드릴까요?"
"그러면 감사하죠."
"녹차가 있는데 그걸로 드릴게요."
"네, 고맙습니다."
녹차의 향과 맛을 음미하고 있을 즈음이었다.
“반갑습니다.”
멋들어진 인상의 중년인이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