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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과 재능이 쏟아져-49화 (49/277)

< 혼쭐(1) >

스마트폰이 계속해서 울려댔다.

(정말 감사합니다!)

“뭘요, 앞으로도 좋은 일 부탁드릴게요.”

원래 금액보다 더 많이 입금되어서 확인차 연락이 온 것이었다.

“네, 실수 아니에요. 다음에 한 번 찾아뵐게요. 네, 진짜로요. 가게 되면 다른 좋은 보육원도 추천 부탁드려도 될까요? 아, 실은 제가 후원할 곳을 조금 더 늘리려는 상태라서요. 네네, 감사합니다.”

조금도 귀찮지 않았다.

그저 최선을 다해 설명할 뿐이었다. 대화를 나누다 보면 절로 미소가 그려지기도 했다.

“네, 들어가세요.”

그렇게 모든 통화를 끝내고 침대에 누웠다.

으차.

오랜만에 편하게 쉬면서 너튜버를 시청하기로 했다. 새로운 영상을 찾아보기도 하고 구독했던 채널의 예전 영상을 훑어보기도 했다.

“푸흐흐.”

기분 좋게 즐기고 있는데 갑자기 연관 영상으로 이상한 게 떠올랐다. 대충 봐도 절로 미간이 찌푸려지는 썸네일이었다.

삽시간에 기분이 가라앉았다.

제목과 썸네일에 적힌 문장만으로 이미 사태 파악이 끝나버렸으니까.

그래서 눌렀다.

얼마나 거지 같은 영상인지 직접 두 눈으로 제대로 확인하기 위해서. 곧이어 영상이 재생되더니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말도 안 되는 장면이 흘러나왔다.

지하철 내부.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남녀 한 쌍이 담배를 피우는 중이었다.

연기가 흩날렸다.

[푸후우.]

아무도 말리는 사람이 없는 가운데 젊은 남성이 가래침을 뱉었다.

[캬아아악, 퉷!]

그 침이 하필이면 의자에 앉아있던 중년 남성의 허벅지에 닿았다. 그제야 고개를 든 중년의 남성이 자리에서 일어나 훈계를 했다.

[이봐요, 지하철에서 담배 피우고 가래침을 뱉으면 어떡합니까?]

[아저씨, 싫으면 딴 데로 가세요.]

함께 있던 여성도 맞장구를 쳤다.

[어휴, 냄새. 더러우니까 꺼져요, 좀.]

[뭐라고요...?]

[허벅지에 침 묻은 거 봐, 푸훕.]

[크흐흐.]

[이봐요! 젊은 사람들이 이러면 안 되지!]

[아, 진짜, 귀찮게 구네.]

[똥이 무서워서 피하나, 더러워서 피하지. 그냥 우리가 옆 칸으로 가자, 오빠.]

[그래, 뭐. 카아아악, 퉷!]

또다시 침을 뱉은 젊은 남자가 여자를 데리고 옆 칸으로 이동하려고 했다. 그에 중년의 남성이 사내의 앞을 가로막았다.

[어딜 가려고요? 경찰에 신고할 거니까 여기서 기다려요.]

[처맞기 싫으면 비켜요, 아저씨.]

움직이려는 젊은 남자를 다시금 막아선 중년의 사내.

[아, 씨발, 진짜!]

젊은 남자가 욕을 내뱉더니 갑자기 품에서 지포라이터를 꺼냈다.

[비켜요, 말로 할 때.]

그래도 비키지 않자 손에 들린 지포라이터로 아저씨의 머리를 가격했다.

퍽, 퍼억, 퍼억!

그에 아저씨가 비틀거렸고 머리에서는 피가 터져 나왔다.

[아니, 왜 이래요!]

[어머, 미쳤나 봐...!]

[허어, 왜 저래?]

그제야 주변에 있던 이들이 다가와 말렸다.

그래도 남자를 말리진 못했다.

[그러니까 내가 비키라고 했잖아!]

[가자, 오빠.]

[다음에 눈에 보이면 뒤져요, 진짜. 조심해요, 아저씨.]

다시 옆 칸으로 이동하려는 남자를 아저씨가 붙잡았다. 피를 흘리면서도 옷가지를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아, 일진 더럽네, 진짜!]

[꺄악, 더럽게 어딜 만져! 우리 오빠 옷이 얼마짜린 줄이나 알아?]

[썅, 놓으라고!]

아저씨는 지포 라이터로 몇 번을 더 맞았다. 옆에 있던 여자도 아저씨를 때리면서 밀쳐냈지만 절대로 잡은 옷가지를 놓지 않았다.

맞고, 또 맞을 뿐이었다.

[아오, 진짜!]

피가 흥건하게 쏟아져 바닥을 적셨다.

그제야 지하철의 문이 열리고.

경찰이 진입하면서 영상이 끝났다.

꽈아악.

류성은 주먹을 강하게 그러쥔 채 어금니를 깨물었다.

“쓰레기 새끼들.”

정말 오랜만에 열이 화악 뻗쳤다.

현실이 소설보다 더했다.

소설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왔다면 개연성이 없다면서 욕을 먹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런 일이 현실에서는 즐비했다.

“...”

영상이 끝났지만 류성의 굳은 표정은 풀어지지 않았다.

한참이나 그대로였다.

도저히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전신을 지배했다.

이건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한 가지 결심을 세웠다.

어떻게든 저 아저씨를 도와야겠다고.

그러니 냉정해져야 한다.

일단은 상황을 확실하게 파악하는 게 우선이었다. 영상은 이틀 전에 올라온 거였기에 지금은 어떻게 되었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었다.

일단은...

근황부터 검색해보려는 순간이었다.

[인생은 실전이란다.]

[아무런 잘못도 없는 이가 지하철에서 흉기에 가격당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지금껏 남에게 피해 한 번 끼치지 않고 살아왔으나 술에 취한 양아치에게 무차별적인 폭행을 당했다. 머리가 찢어지는 상처를 떠나서 살아온 인생 자체에 회의를 느끼는 중이다. 심적으로 큰 충격을 받은 한 가정의 아버지를 제대로 도와라.]

[남은 시간 : 무제한]

[성공 보상 : 랜덤 카드, 선행 포인트.]

[퀘스트 실패시 두통을 느낍니다.]

퀘스트가 등장했다.

“으음.”

영상을 보는 것만으로 퀘스트가 떠오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어쩌면 상점이 업데이트되면서 발동조건이 조금 달라진 것인지도 몰랐다. 의문이긴 했으나 지금같은 기분에서는 중요하지 않은 부분이었다.

퀘스트가 나타나건 아니건.

애초에 달라질 건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

피해자의 근황을 찾아보던 중이었다.

댓글 하나를 발견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이번 사건 피해자의 딸입니다. 아버지는 머리가 세 곳이나 찢어졌고 각각 7센치, 4센치, 5센치 가량입니다. 전부 봉합 수술을 받았습니다. 공공장소에서 당연히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지적했다는 이유로 폭행을 당했습니다.

너무나 억울하여 잠도 못 주무십니다. 정신적으로 충격이 심해 상담을 받고 있으며 옷가지를 잡았다는 이유로 상대방이 폭행죄라 주장하는 상황입니다.

신고가 들어온 이상 조사를 해야 한다는 명목으로 아버지는 다친 상태에서도 경찰서로 끌려가서 서류를 작성하고 조사를 받았습니다.

너무 분하고 억울합니다.

부디 가해자가 제대로 처벌받을 수 있게 관심을 기울여주세요.]

정말 어이없는 세상이었다.

빌어먹을 새끼.

가해자를 떠올리며 속으로 욕을 한 바가지 해줬다.

답댓글은 달지 않았다. 그보다는 저들을 어떻게 해야 도와줄 수 있을지 파악하는 게 급선무라고 생각했다.

검색을 시작했다.

저들을 돕기 위한 방법들에 대해서.

“으음...!”

하지만 법은 생각보다 까다로웠다.

이해하기도 쉽지 않았고.

어느 정도 찾아보다가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변호사를 사비로 고용하는 것이었다.

다만 이 부분은 조금 더 알아보니 법적으로 걸리는 부분이 존재했다. 실정법상 타인이 변호사를 대신 고용해줄 수가 없었다.

“어렵네, 이것도.”

조금 더 찾아보던 중 새로운 방법을 발견했다. 여론이 형성되면 자연스럽게 후원회가 등장하게 되는데 거기에 후원을 하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알아보니 안타깝게도 해당 사건 후원회는 아직 설립되지 않은 상태였다.

이대로는 안 될 것 같았다.

도움을 받아야겠는데.

고민하다가 이신우에게 전화를 걸어봤다.

“어, 혹시 변호사 아는 사람 있냐?”

(변호사?)

“내가 좀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서.”

(글쎄, 내 주변에는 딱히 없는데. 그래도 한 번 알아볼게.)

“고맙다.”

통화를 끊고 다시 연락처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김창호 선생님의 연락처가 눈에 들어왔다.

선생님이라면 확실히...!

지인 중에 변호사가 있을 가능성이 농후했다. 조심스레 전화를 걸었다.

(오, 류성이 아니냐.)

“네, 선생님. 제가 급하게 여쭤볼 게 있어서요."

(그래, 물어봐라.)

"저, 혹시..."

질문을 하자 다행스럽게도 긍정의 답이 돌아왔다.

(제자 중에 몇 명 있지.)

"정말요? 그러면 저 소개 좀 가능할까요?"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다만. 그래, 내가 미리 연락해두마.)

“고맙습니다, 선생님.”

(고맙기는. 착한 녀석이니 잘 설명해줄 거다.)

“네, 다시 연락드릴게요.”

통화를 끊고 잠깐 기다리니 바로 변호사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여보세요?”

(김창호 선생님한테 전해듣고 연락드렸습니다. 이철호 변호사입니다.)

“안녕하세요, 제가 여쭤보고 싶은 게 있어서 귀찮게 해드렸네요. 먼저 사과부터 드릴게요.”

(괜찮습니다. 들어보니 모교 후배던데 이럴 때 돕고 사는 거죠.)

"감사합니다. 실은..."

그에게 지하철 폭행 사건을 언급하면서 도울 방법이 없는지를 물었다.

(아아, 그 사건 말이군요.)

“알고 계신가요?”

(네,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사건이니까요.)

“어떻게 방법이 없을까요? 개인적으로 알아보기는 했는데 사비로 변호사를 고용하는 것도 안 되고 후원회도 아직 설립이 안 되었더라고요.”

(으음, 그렇군요. 그럼 이건 어떠십니까?)

“어떤...?”

(요즘 청렴한 시민단체가 많습니다.)

“시민단체요?”

(네, 정말 다양하고 많은 시민단체가 존재하는데 억울한 일을 당한 피해자를 후원하고 직, 간접적인 도움을 주는 곳이 적잖게 있습니다.)

그런 좋은 곳이 있을 줄이야.

(다만 문제가 있죠.)

“무슨 문제일까요?”

(그런 곳은 언제나 자금이 부족합니다. 피해를 본 억울한 이들은 끊이지 않고 존재하는 반면에 돈이 되지 않는 일에 선뜻 후원하는 이들은 많지 않으니까요.)

이야기를 들을수록 딱이었다.

류성이 원하던 것이었다.

돈이야 충분했기에 후원 부분에서는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사건 하나만 제대로 처리하려고 해도 수천은 들어갑니다. 다만 이번 사건은 이미 영상이 존재하고 벌써 적잖게 퍼진 상태라 여론형성에 그 정도 자금은 필요가 없겠군요. 변호사 선임을 할 수 있는 후원금 정도면 깔끔하게 처리가 가능할 거 같습니다.)

“그렇군요.”

(도움이 되셨나요?)

“충분히요. 아, 마지막으로 혹시 추천해주실 단체가 있을까요?”

(음, 몇 군데만 알려드리죠. 메시지로 보내 드리겠습니다. 그래도 직접 제대로 알아보는 게 더 좋을 겁니다.)

“네, 그럴게요. 정말 감사합니다.”

(일이 잘 풀리길 바라겠습니다.)

엄청난 도움이 되었다.

시민단체라.

마침 류성이 원하는 성격을 지닌 시민단체 몇 곳이 문자로 날아들었다.

그 순간이었다.

[퀘스트 발동!]

[법은 누구를 위하여 존재하는가.]

[‘미래희망 시민단체’는 청렴하기로 유명한 곳입니다. 현재 논란이 되는 지하철 폭행 사건에도 도움을 주고 싶으나 자금이 부족해 여력이 없는 상태입니다. 해당 시민단체에 후원하여 자그마한 영향력을 행사하십시오.]

정기 후원 퀘스트가 떠올랐다.

상세한 설명은 덤이었고.

덕분에 어디에 후원해야 할지 고민할 필요가 사라졌다.

*

미래희망 시민단체의 대표 홍상훈은 후원금을 파악하며 한숨을 쉬었다.

"이게 전부라는 거지?"

"네, 대표님."

"하아, 이번 사건은 진짜 돕고 싶은데..."

"그러게요. 에휴."

"하늘에서 뚝하고 돈다발이라도 떨어지면 원이 없겠다. 진짜 지하철 폭행 사건은 보면 볼수록 열이 뻗쳐서 참을 수가 있어야지."

"쩝..."

시민단체 관계자가 전부 모인 자리.

하나같이 침울한 표정이었다.

억울한 이들을 돕고 싶어 만들었고 참여했지만 현실이 녹록치가 않았다.

"어렵네, 어려워."

"대표님, 그래도 너무 실망하지 마세요. 오늘도 열심히 홍보하면서 다녀볼게요."

"내가 너희들한테도 너무 미안하다, 정말."

"무슨 말이에요."

"맞습니다! 저희가 원해서 하는 일인데요."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다."

하지만 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나 움직여야 한다.

한 사람이라도 더 억울한 피해자를 돕기 위해서라도.

띠리리리.

그때 사무실 전화가 울렸다.

"네, 미래희망 시민단체입니다. 네? 아, 맞습니다. 네네. 저희도 그 사건에 관심이 큽니다. 예, 돕고는 싶은데 참... 예? 아, 감사합니다...!"

한참 통화를 하던 대표가 전화기를 내려놓았다. 그의 조금은 멍한 듯한 표정에 관계자들이 다가왔다.

"대표님, 괜찮으세요?"

"어? 어어. 그럼."

"무슨 전화길래 그러세요?"

홍상훈 대표가 고개를 돌렸다. 의아한 표정으로 가득한 관계자들을 차례대로 훑으며 입을 열었다.

"후원을 해주시겠다네."

"아, 정말요? 잘됐네요!"

"크으, 그래도 최근 후원하는 분들이 이렇게 조금이라도 계셔서 다행이에요, 정말."

대표의 말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 사건, 도울 수 있을 거 같다."

"네?"

"대표님, 그거 제대로 도우려면 변호사 선임비가 꽤 들어요. 영상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조금 더 여론도 모아야 하고요."

"괜찮아."

"괜찮다니, 그게 무슨..."

"방금 말했잖냐. 후원받는다고."

"아니, 그러니까..."

대표가 더는 못 참겠다는 듯 크게 웃었다.

"크하하하! 2천이야! 2천!"

"예...?"

"무려 2천만 원을 후원해주시겠대!"

"지, 진짜요?"

"그래! 그러니까 어서 피해자 가족한테 연락부터 넣고! 제대로 해보자고!"

"바로 시작할게요!"

"서두르자고!"

관계자 모두 밝은 표정으로 각자의 일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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