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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과 재능이 쏟아져-50화 (50/277)

< 독독코인(1) >

피해자의 딸인 공아영은 병원에 입원 중인 아버지의 옆을 지키는 중이었다.

“아빠, 나 너튜버 잠깐 볼게. 댓글 좀 확인하려고.”

“쓸데없는 짓이야.”

“그래도 혹시 모르잖아. 진짜 도움을 주려는 분이 있을 수도 있고.”

물론 지금까지는 연락해온 사람 전부가 기자였다. 그들을 직접 만나고 당했던 일을 계속해서 설명하는 건 분명 힘든 일이었지만 하나라도 더 기사가 나는 건 긍정적인 일이었다.

이미 영상으로 충분히 화제가 된 마당이라 크게 의미가 있어 보이진 않았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했다.

포기하지도 않을 것이다.

절대 이번 사건이 묻히게 만들고 싶지 않았으니까.

다만 아쉬운 건.

조금 더 현실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누군가였다.

“아무튼! 합의는 절대로 하면 안 돼, 아빠. 알지?”

“그럴 생각 없다.”

“응! 무조건 끝까지 가는 거야. 아빠 이렇게 만든 그 인간 같지도 않은 인간, 꼭 처벌받게 할 거야!”

하지만 두 사람은 알고 있었다.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걸.

가해자는 그 당시 술에 취해있었다. 심지어 유능한 변호사까지 고용한 모양이었다. 이러면 집행유예가 나올 가능성이 컸다.

대한민국의 법이라는 게 늘 그런 법이었으니까.

문제는 그걸 뒤집어엎기 위해서 도대체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사실이었다.

타인에게 절대 피해를 주지 않은 삶이었다.

묵묵한 인생이었다.

그러한 길을 걸어왔기에 더욱 답답할 뿐이었다.

“하아...”

절로 한숨이 새어 나올 지경.

그때, 댓글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어, 어어...? 어어어!”

“왜 그래?”

“시민단체라는데 우릴 만나고 싶대! 여러가지 도움을 주고 싶다는데?”

“그게... 정말이냐?”

“응! 진짜야, 여기 봐!”

“거짓말일 수도 있잖냐.”

“아, 잠깐만!”

공아영은 서둘러 해당 아이디를 클릭해봤다.

채널 <미래희망 시민단체>

영상도 생각보다 꽤 많았다.

하나같이 억울한 피해자를 돕기 위한 과정들이 찍힌 영상이었다.

절대 급조한 계정이 아니었다.

“아빠, 이거 봐. 맞지?”

“그런 거 같구나.”

“그럼 나 연락할게!”

기자가 아닌 누군가가, 그것도 단체가 돕겠다고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용기를 내어 조심스럽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

그러자 바로 전화가 걸려왔다.

“여보세요...?”

(반갑습니다, 저희는 댓글 남겼던 미래희망 시민단체입니다. 이번 지하철 폭행 사건 피해자의 가족 맞으시죠?)

“네, 네네! 맞아요!”

(일단 위로의 말씀부터 드리겠습니다.)

“아, 감사합니다.”

(미래희망 시민단체의 목적부터 간단하게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저희는 애초부터 억울한 일을 당한 피해자분을 위해 설립된 단체입니다. 그러니 조금도 부담갖지 마시고...)

그와 긴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내려진 결론.

(일은 최대한 빨리 처리하는 게 좋습니다. 혹시 지금 바로 찾아뵈어도 될까요?)

“아, 잠시만요.”

그녀가 아버지를 쳐다봤다.

“아빠, 시민단체에서 와도 되냐는데?”

“그럼, 당연하지.”

그 대답을 들으며 공아영은 다시 통화를 이어갔다.

“괜찮을 거 같아요”

(그럼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네, 기다리고 있을게요...!”

그로부터 얼마 후.

시민단체 대표 홍상훈이 병원에 도착했다.

그들은 가볍게 인사부터 나눴다.

“안녕하십니까, 미래희망 시민단체 대표인 홍상훈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저는 공상범이라고 합니다.”

“저는 공아영이에요.”

이런 일은 본론부터 시작하는 게 좋았다. 신체적, 정신적인 피로도 그렇지만 사건이 흐지부지될까 싶은 마음에 지금도 1분 1초가 조급할 테니까.

“좋지 않은 일을 당해 속상하실 겁니다. 억울한 마음, 최선을 다해 풀어드리고 싶습니다. 저희 도움을 받으시겠습니까?”

“그 말씀은...”

“후원해드릴 예정입니다. 그 후원금을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해 저희와 상담해서 진행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물론, 물론입니다.”

“최고의 과정으로 최고의 결과를 만들어내겠습니다.”

홍상훈은 간단하게 설명을 시작했다.

형사소송은 검찰에서 진행하는 일이었다. 그렇지만 변호사를 고용하면 다방면에서 큰 도움이 되는 게 사실이었다.

“일단 변호사부터 선임해야 합니다.”

“변호사요?”

“네. 검찰이 소송을 진행하겠지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가만히 기다리기만 하는 건 아니니까요. 영상이라는 명확한 증거가 존재하긴 하지만 일이 또 어떻게 흐를지 모르거든요.”

“아아...!”

“동시에 민사소송도 같이 진행하는 게 좋습니다. 병원에 지내면서 일도 못 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그 부분에 대한 손해배상은 물론이고 정신적인 충격으로 인한 위자료까지 전부 받아낼 겁니다. 그렇기에 더더욱 최앤킴에 맡겨야 하고요.”

마지막 말에 피해자의 눈이 커졌다.

“최, 최앤킴이요?”

“네.”

“거긴, 비용이 엄청날 텐데요.”

“괜찮습니다.”

이런 작은 사건을 맡긴다고 해봐야 수임료는 천만 원 안팎이었다. 크다면 큰 금액이지만 해당 금액으로 최앤킴에 의뢰를 맡기고 나면 나머지가 아주 편해진다.

그들에게는 실재적인 파워가 존재하니까. 이런 쪽에서는 돈을 쓰는 게 맞았다. 나머지 금액은 필요할 때마다 조금씩 사용하면 되었고.

“바로 진행하시죠.”

“그, 그러겠습니다.”

둘은 곧바로 대한민국 최고의 로펌, 최앤킴으로 향했다.

*

운동을 끝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류성은 너튜브를 시청했다.

채널명 <미래희망 시민단체>

오늘 아침에 올라온 최신 근황이 눈에 들어온 까닭이었다.

[현재 피해자분이 대한민국 최고의 로펌에 사건을 맡겼습니다. 형사소송을 비롯해 민사소송을 주력으로 해당 사건에 제대로 된 대응을 약속드립니다.]

피해자도 얼굴을 드러냈다.

[얼굴을 숨길 생각은 없습니다. 부끄러울 게 없으니까요.]

[잘 생각하셨습니다. 음, 방금 로펌에 사건을 맡기고 나왔는데 기분이 어떠신가요?]

[후련합니다. 하지만, 이제 시작이겠죠.]

[맞습니다. 아, 그리고 중요한 질문 하나만 하겠습니다.]

[네.]

[그 사건 이후 가해자한테 연락이 왔었나요?]

그 질문에 피해자의 표정이 굳어졌다.

[왔습니다.]

[잘못했다고, 미안하다고 하던가요?]

[아뇨. 폭행 고소를 취하할 생각이 없으니 법정에서 보자고 하더군요.]

[아니, 폭행이라니...]

[제가 옷가지를 잡은 걸 말하는 겁니다.]

[허, 정말 할 말이 없군요. 그 부분은 걱정하지 마세요. 전혀 문제될 게 없으니까요. 그 부분도 해당 로펌에서 전부 대리해서 맡아줄 겁니다.]

[감사할 따름입니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 해주시죠.]

[저는 끝까지 합의하지 않을 겁니다. 세상을 살면서 오늘처럼 회의를 느낀 적이 없어요. 잘못했으면 잘못한 만큼 처벌받는 것, 제가 원하는 건 오직 그것뿐입니다.]

그렇게 영상이 종료되었다.

방법이 아주 좋았다.

과정을 그대로 드러낸 덕분에 더욱 믿음이 생겼으니까.

“잘하고 있구나.”

해당 사건은 생각보다 긴 시간이 필요할 터였다. 그때까지 지켜보면서 피해자는 물론이고 시민단체 또한 꾸준히 도와줄 생각이었다.

다른 건 몰라도.

돈이 부족할 일은 결코 없을 터였다.

*

수시로 올라오는 근황 영상을 체크하다 보니 생각보다 금방 시간이 흘렀다.

벌써 9월 9일이었다.

닉콜라 CEO가 글을 올리기 전에 독독코인을 미리 매수하려는 순간이었다.

[한정 퀘스트 발동!]

[열혈 시청자를 위한 작은 이벤트!]

[시청자들이 독독코인을 매수하여 수익을 내게 만들어라. 시청자의 수익금이 클수록 높은 보상을 획득하게 된다. 단, 생방송에 5회 이상 참여한 시청자에 한해서 적용된다.]

[남은 시간 : 5일]

[성공 보상 : 선행 포인트.]

[한정 퀘스트는 성공시 랜덤 카드를 받을 수 없습니다. 대신 실패 패널티 또한 존재하지 않습니다.]

한정퀘스트가 또 한 번 떠올랐다.

운이 좋은데?

다만 조건이 아주 빡빡한 편이었다.

“생방송에 5회 이상 참여한 시청자라.”

분명 까다롭긴 한데.

그렇다고 무작정 어렵기만 한 건 또 아니었다. 일지를 최대한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하루에 최소 한 번은 매매를 해야하기 때문이었다. 매일 한 번 이상 방송을 튼다고 가정하면 5회를 채우는 건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중복되는 시청자들이 얼마나 존재하는가.

문제는 그거 하나뿐이었다.

해당 사안이 충족되기만 한다면 분명 만족할 수준의 포인트를 획득할 수 있으리라.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겠네.”

그 시작이 오늘이 될 터였다.

일단 매수는 미뤘다.

지금 바로 독독코인을 매수하는 게 수익적인 측면에서는 더 좋겠지만 그렇게 되면 방송 컨텐츠로 활용하기엔 어려워진다.

도대체 어떻게 미리 알고 독독코인을 사놓았냐고 물어보면 제대로 설명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건 닉콜라 CEO의 게시물이 올라온 뒤에 매수해야만 했다. 그래야 시청하는 사람들이 납득할 수 있을 테니까.

지루한 시간이 흐르고.

어느덧 오전 10시 30분이 되었다.

시작해 보자고.

류성은 하회탈 가면을 착용하고서 생방송을 틀었다.

[알탕님이 접속합니다.]

[반도체갓님이 접속합니다.]

[주린잉님이...]

반가운 닉네임이 속속 보였다.

3분도 되지 않아 50명 이상의 시청자가 유입되었다.

빠른데?

조금 더 기다리자 100명이 넘어갔다.

“반갑습니다. 오랜만이죠?”

알탕 : 으아닛! 진짜 너무 오랜만ㅠㅠ

우상향 : 이 시간에 뭐죵?ㅋㅋ

주린잉 : 방가방가!

“그동안 투자할 게 안 보여서 방송을 못 켰잖아요. 더 기다리게 하는 것도 죄송하고 해서 일단 생방부터 틀었습니다. 바이오 주식 정리하고 시간이 꽤 지나기도 했고요.”

알탕 : ㅠㅠ엄청 오래 기다렸음

주린잉 : 진짜 방송 텀이 너무 길어요. 영상이 올라오는 것도 아니고ㅋㅋ

“그 부분은 정말 죄송합니다. 자, 새로 오신 분들도 모두 반갑습니다.”

장투러 : 오랜만이에요, 형님!

반도체갓 : 스승니이이이임!!!

두 사람은 기억에 있었다.

단타를 하면서 채팅을 봤을 때 하필 딱 눈에 들어왔던 시청자였다. 분명 초반에는 부정적이었다가 단타 수익이 이어지자 긍정적으로 바뀐 이들이었다.

“호오.”

순간 하회탈 가면이 비틀어졌다.

류성이 고개를 옆으로 살짝 꺾은 탓이었다.

“두 분, 기억납니다. 분명 처음에는 욕도 좀 하셨던 거 같은데 말이죠.”

장투러 : 크헙, 흑역사일 뿐이지요!

반도체갓 : 제가 멍청했지요ㄷㄷ

“장난입니다. 그보다 두 분, 뭔가 느낌이 비슷하네요?”

장투러 : ...들켰군

반도체갓 : 사실 동일 인물임ㅎㅎ

장투러 : 쟤 말은 듣지 마시구요. 걍 친구에요ㅋㅋㅋ

“아아, 친구 사이라. 확실한 거죠? 애인 아니구요? 애인이면 강퇴시키겠습니다.”

반도체갓 : 친구 맞음! 동성 친구!

짝발 : 커플 박멸! 솔로 천국!

알탕 : 가면 비틀어지는 거 나만 무서움?

짝발 : 나도 무서움ㅋㅋ

알탕 : 다행... 혼자가 아니었어ㅠ

류성은 알탕의 말에 고개를 다시 들었다.

“참, 전에 영화 투자한다고 했었는데 기억하시죠?”

알탕 : ㅇㅇ 기억남

짝발 : 어, 그거 서울전쟁 아니었음?

“맞습니다. ‘서울전쟁’하고 하나 더 있었죠. ‘어둠이 드리워진’까지 총 두 작품에 투자했거든요. 요즘 정말 많이들 보시더라고요. 시청자분들도 보셨나요?”

짝발 : 헐 미친ㅋㅋ 그게 지금 1, 2위잖아요?

마니패 : 보긴 했는데ㄷㄷ

앙탈 : 크, 둘 다 엄청 재밌죠! 와, 근데 투자도 하셨군요!

알탕 : 와씨...! 주식이랑 코인도 모자라서 영화판까지 접수해버린 거?

“안 보신 분 있으시면 꼭 보세요. 정말 강추합니다.”

반도체갓 : 영화? 뭔 소리임?

“아, 그게 무슨 소리냐 하면...”

모르는 사람도 있어서 간략하게 상황을 설명해줬다. 그러자 뒤늦게 들어온 시청자들이 전부 놀란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길가는나그네 : 투자의 귀재네요 완전ㅎㅎ

돈벌자 : 영화투자라니ㅋㅋ

단타의신 : 오옷! 이 시간에 생방! 엄청 기다렸다고요! 오늘은 단타 안하나요???

류성은 채팅을 보다가 시간을 슬쩍 확인했다.

10시 50분이었다.

10분 뒤면 게시글이 올라올 시간이었기에 자연스럽게 코인으로 화제를 돌렸다.

“단타는 아니지만 그래도 코인 매매는 해보려고 합니다.”

코인짱 : 우오오오오!

갓비트 : 드디어, 드디어! 코인 매매의 시간이 왔도다!

꾸벅 : 가즈아아아악!

채팅창이 뜨겁게 불타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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