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독코인(3) >
코인 카페는 여전히 정보꾼의 행동을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제목 : 정보꾼 독독코인 매도 했음!
본문 내용 : 9시 이후 지켜본다고 함! 근데 진짜 흘러내릴까? 궁금하네ㅋㅋ
[댓글]
폰프로 : 지금은 그냥 잡담하는 중!
ㄴ연엉 : 뭔 잡담?
ㄴ폰프로 : 뭐, 라이어 코인 뒷얘기?
ㄴ연엉 : 헐, 궁금한데ㅋㅋ 들어가 봐야지!
가미각 : 언제 다시 매수 하려냐?ㅋㅋ
소울 : 9시 되자마자 하락하면 소름일 듯?
많은 관심이 이어지는 가운데.
오전 9시가 되었다.
코인 거래소의 등락률이 초기화가 되었다. 모든 코인의 수익률이 0%가 된 것이다.
직후 거짓말같은 일이 벌어졌다.
독독코인이 생각보다 무섭게 하락하기 시작한 것이다.
제목 : 와씨, 정보꾼 실화냐?
본문 내용 : 완전 소름이다ㄷㄷ 9시 넘어서 등락률 리셋 되자마자 독독코인 하락하는데, 이게 맞냐?
벌써 5프로나 빠져버렸다.
제목 : 마이너스5퍼임ㅠㅠ
본문 내용 : 이번에는 따라서 안 팔고 그냥 들고 있었는데... 하아, 매수세 좋아 보여서 버텼구만. 이게 뭐냐고ㅠㅠ
[댓글]
정보꾼부하 : 아니, 그러니까 정보꾼님 따라서 매도했어야지!
ㄴ원더풀 : 설마 진짜 하락할까 싶었지...!
ㄴ정보꾼부하 : 단타 하는 거 보면 모르냐? 다 차트 보고 파악한 거지, 뭘. 아닐 수도 있지만ㅋㅋ
ㄴ원더풀 : 아, 그런 거였나?ㅠㅠ
ㄴ정보꾼부하 : 지금이라도 팔고 정보꾼님 따라서 매수해!
ㄴ원더풀 : ㅇㅋㅇㅋ
시간이 조금 더 흘렀다.
여전히 독독코인은 하락하는 추세였다.
제목 : 독독코인 수익 인증!
본문 내용 : 꺼어어억, 잘 먹었습니다
[댓글]
파이터 : 인증 올라온 거 보니 상승 못할 듯? 쭈욱 하락할 각이다
재수 : 하, 인증하는 꼬라지ㅋㅋ
삼수 : 진짜 재수없네, 글 쓰는 거ㅋㅋ
9시 55분이 되었을 즈음에는 -9%까지 하락했다.
미처 매도하지 못한 이들이 투덜거리며 게시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았을 무렵. 정보꾼이 독독코인을 매수했다는 이야기가 올라왔다.
제목 : 독독코인, 매수해라, 어서!
제목 : 정보꾼 지금 독독코인 매수했음!
제목 : 속보, 속보, 독독코인 매수 속보!
그에 관한 근황이 쉴 새 없이 쏟아졌다.
제목 : 방종한댄다ㅠㅠ
제목 : 근데 내일 저녁에 다시 접속한대!
제목 : 내일은 나도 꼭 봐야지ㅋㅋ
제목 : 나도...! 지금은 일하는 중이라 까비...!
제목 : 내일 기대된다ㄷㄷ
제목 : 근데 시청자 상당하네ㅎㅎ
본문 내용 : 오전 시간에 700명이면 나쁘지 않은 듯? 코인이 원래 실시간 시청자가 좀 적지 않나?
[댓글]
엽문 : 맞음, 주식보다 이상하게 적긴 하지ㅋㅋ
국어어렵다 : 희안하지, 참. 코인러도 진짜 많을 텐데
원수: 코인은 잘 안 봄
ㄴ엽문 : 그럼 뭐를 봄?
ㄴ원수 : 선물을 많이 보는 편이지
ㄴ엽문 : 아, 선물...!
ㄴ원수 : 선물은 하지마라, 원수한테만 추천하고ㅋㅋ 아, 그렇다고 나한테 추천하라는 말은 아니다ㅋㅋ
ㄴ엽문 : 오키오키ㅋㅋㅋ
방송은 종료되었으나 정보꾼에 관한 이야기는 더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가 매수한 10시 이후로 독독코인이 상승세를 이어간 까닭이었다.
제목 : 와, 진짜... 뭐냐?
제목 : 아니, 팔자마자 하락하고 사자마자 오른다고?
제목 : 대단하네ㄷㄷ
제목 : 인간이 맞기는 한 거냐?
제목 : 그냥 하늘의 기운을 몰빵받은 듯?
어차피 독독코인은 글로벌 시세를 쫓아가는 코인이었다.
그래서 더욱 신기한 거고.
대한민국에서 코인하는 사람이 아무리 많다고 하더라도 글로벌 거래소에 상장된 코인에 영향을 주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제목 : 이건 그냥 실력인 거지, 뭐. 아니면 운이 진짜 미치도록 좋거나ㅋ
제목 : 인정한다ㄹㅇ
제목 : 내일 저녁 겁나 기다려지네ㅋㅋ
그렇게 하루가 흘러갔다.
*
럭키의 뱃살을 만지며 휴식을 취하던 류성의 시야로 어이없는 내용의 인터넷 기사가 들어왔다.
“허, 이건 또 무슨.”
해당 기사를 자세하게 읽어봤다.
[지하철 폭행 사건, 일반폭행으로 기소되었다?]
[해당 영상에 나와 있듯이 가해자는 분명 손에 지포 라이터를 들고 있는 상태다. 해당 물건은 성인 남성 손바닥에 올라가면 가득 찰 정도로 큰 스틸 재질로 만들어졌다. 강하게 쥐고 가격하게 되면 뼈가 부러져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물건이다. 그 물건으로 머리를 수차례 가격했음에도 불구하고 검사는 해당 사건을 일반폭행으로 기소했다. 이에 해당 사건을 맡은 법무법인 최앤킴에서 즉각 이의신청을 제기했으며 명확한 증거를 다시 한번 제출하기로 했다며...]
절로 욕이 튀어나올 정도였다.
“미친놈들.”
댓글에도 욕이 대거 달렸다.
-아니, 장난하냐고!
-그 검사 새끼 누구냐?
-신상 까라, 진짜
-어휴, 눈에 보이면 확 그냥!
-이게 말이 됨? 영상에 뻔히 드러나는데 특수폭행이 아니라 일반폭행이라고?
-와, 돌았네ㄷㄷ
-일반이랑 특수가 뭐가 다름?
-무기를 썼느냐 아니냐의 차이고 형량이 다름
-아하...!
-그리고 특수폭행은 합의해도 집행유예 어려움
-오호라?
-거기다가 반의사불벌죄에 성립되지 않아서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해도 처벌됨!
-한 마디로 검사가 가해자 봐준 거네!
-ㅁㅊ, 그런 거였어? ㅅㅂ!
여론이 생각보다 더 들끓었다.
특수폭행 기소가 아닌 일반폭행 기소는 누가 봐도 검사가 가해자를 감싸주는 거로밖에는 보이지 않았으니까.
덕분일까.
생각보다 더 강력한 힘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
차장검사가 해당 사건을 맡은 부장검사를 불렀다.
“야, 이 새끼야. 지금 상황 어떤지 몰라? 다들 등신인 줄 아냐고! 당연한 부분에서 왜 헛짓거리를 하고 있어!”
“하, 그게...”
“게다가 사건 맡은 게 그 최앤킴이야, 최앤킴이라고! 거기랑 악연 만들고 싶어서 작정했냐?”
“그게 아니라...”
“변명은 됐고, 저 멀리 시골 촌구석으로 가기 싫으면 처신 똑바로 해라.”
“...”
“나가.”
“예.”
차장검사실에서 나온 그가 미간을 찌푸렸다.
그 옆으로 사무관이 따라붙었다.
“저, 검사님. 이건 아무래도...”
“하, 시바. 최앤킴이면 다야? 다냐고! 검사를 무시하는 것도 아니고!”
“이건 최앤킴을 떠나서 이미 여론에서 졌습니다.”
“그 여론을 그쪽에서 만든 거니까 문제지! 칼도 아니고 그냥 조금 뭉툭한 거로 때렸다고 그게 특수폭행이라고?”
“검사님...”
“빌어먹을...!”
“아시잖습니까. 요즘 네티즌 무섭습니다.”
“알아요, 나도 안다고!”
그러니까 이렇게 열을 내고 있는 것이리라.
젠장할.
하필 가해자가 지인의 친척이었다. 힘들게 사건을 가져오긴 했는데 지금 여론 상태로는 아무리 봐도 일반폭행 기소를 유지하는 건 어려울 것 같았다.
이득이 너무 적었다.
겨우 이런 사소한 일로 덜미가 잡힐 순 없었다.
솔직히 겁나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 최앤킴이었다.
정재계로 엄청난 파워를 지닌 법무법인 최앤킴.
어쩌면 작은 사건이니 이의신청을 하지 않고 넘어갈 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다. 조금은 안일한 마음으로 일단 기소를 한 건데 상대가 너무 강경하게 대응했다.
이건 이미 물 건너간 사건이었다.
미래도 생각해야 했으니까.
정말 시골 촌구석에 발령받을 순 없는 일이었다.
“쯧. 특수폭행으로 기소 변경하세요.”
“알겠습니다, 검사님.”
직후 정정된 기사가 보도되었다.
[일반 폭행 기소, 확정된 거 아니야.]
[해당 사건을 맡은 검사는 그저 신중히 처리했을 뿐, 일반 폭행 기소로 확정을 지은 게 아님을 밝혔다. 이의신청을 당연히 예상했으며 거기서 보내온 명확한 증거와 진술을 토대로 상황을 100% 파악하는 게 목적이었다고 언급했다. 이후 특수폭행으로 기소를 즉각 변경했음을 밝히면서 최대한 공정하게 처리하겠다고...]
-미친놈, 쫄리긴 했나 보네ㅋㅋ
-ㅋㅋ최앤킴이니까
-내가 저럴 줄 알았지, 어휴
-쯧, 어디건 모자란 놈은 있지
-진짜 신상 까려다 참는다
-다음에 두고보자, 저 검사 이름 기억했음
-나도ㅋㅋ
다행히 들끓던 여론이 조금 잠잠해졌다.
특수폭행 기소.
이걸로 형사소송은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다만.
민사소송은 이제 겨우 시작일 뿐이었다.
*
9월 11일, 저녁 8시 40분.
생방송을 틀기 전에 오늘의 일지를 확인했다.
[9월 11일.]
[한국 시각 오후 9시에 닉콜라 기업 CEO가 가상화폐 독독코인을 다시금 언급함.]
[독독코인의 가격이 폭발적으로 상승.]
[오후 10시에 최고점 달성.]
[이후 우하향 지속.]
20분 뒤면 닉콜라 CEO가 독독코인을 언급할 터였다.
“같이 수익을 즐기면 되겠고.”
오후 10시에 매도를 하고 방송을 종료하면 될 것 같았다.
끝나고 바로 자면 되겠네.
계획을 세우고 가면을 착용했다.
[실시간 생방송 on.]
이틀간의 방송으로 홍보가 된 덕분인지 오늘은 시청자가 더 많았다. 10분 정도가 지나자 500명이 들어왔다. 수다를 조금 더 떨고 있으니 어느새 800명을 넘어섰다.
“반갑습니다, 다들 어서 오세요. 이틀간 독독토인으로 돈복사 좀 하셨나요?”
알탕 : 완전 달달합니다요!
간장종지 : 시드가 적어서 문제일뿐...ㅋㅋ
노엘 : 오늘은 어찌 되려나요?
“음, 이건 확실히 닉콜라 CEO의 말이 기폭제가 되어서 상승하는 코인이라 차트고 뭐고 소용이 없어 보이거든요. 지금 제가 하는 매매는 그냥 느낌입니다. 일종의 감이죠. 그래도 나름 운이 따라주는 편이니 수익은 충분히 날 겁니다.”
류성은 독독코인 차트를 열었다.
“당장의 흐름은 좋아 보이거든요. 닉콜라 CEO가 이상한 게시글 작성만 하지 않으면 괜찮을 거 같아요. 반대로 좋은 얘기가 한 번 더 나오면 폭등하겠죠?”
알탕 : 닉콜라 가즈아아아!
짝발 : 어찌 될려나ㅋㅋ
반도체갓 : 형님만 따라갑니다!
우상향 : 믿습니다, 스승님!
어느새 8시가 되었다.
굳이 먼저 별스타그램을 찾아가진 않았다. 어차피 시청자가 알아서 이야기를 해줄 것이라고 생각했으니까.
[‘알탕’님이 10,000원을 후원합니다.]
[가면남님! 닉콜라 CEO 게시물 올라왔어요, 빨리 확인 요망!]
예상대로였다.
“아, 감사합니다. 닉콜라 CEO가 게시글을 올렸다고요?”
서두르는 척, 별스타그램을 확인했다.
“일단 빨리 볼게요.”
게시글을 누르자 내용이 떠올랐다.
자동번역 기능을 활성화하자 게시글 내용이 화면에 떠올랐다.
[독독코인, 이름이 예쁘다. 코인 자체를 사버릴까?]
류성은 잠시 침묵했다.
그 사이 독독코인은 양봉을 뿜어내며 하늘 높이 날아갔다.
알탕 : 미친, 미쳤다, 미쳤드아아아!
아우성 : 쏴리질러어어!
판소리 : 팬티갈아입고 옴ㄷㄷ
엄청나게 강한 상승세였다.
585원.
590원.
595원.
600원.
순식간에 10%까지 올라갔다.
상승은 멈추지 않았다.
650원.
655원.
660원.
10시까지 쉬지 않고 솟구친 가격은 류성에게 침묵을 안겨줬다.
겨우 정신을 차리고.
힘들게 한 마디를 내뱉었다.
“3억 3천만 원 수익, 감사합니다.”
현황이 화면에 떠올랐다.
종목명 : 독독코인(DDC)
매입금액 : 894,063,928
수익률 : 36.89%
평가손익 : 329,820,183
총평가 : 1,223,884,111
그리고 매도 버튼을 눌렀다.
“상승이 과한 느낌이라 저는 여기서 매도하고 오늘은 종료하겠습니다. 내일은 모르겠고 이틀 뒤는 토요일이니 오전에 생방송 틀어보겠습니다.”
빠른 속도로 올라오는 채팅을 무시한 채 방송을 종료했다.
두근, 두근.
단번에 3억 3천을 벌어들인 까닭일까.
가슴이 콩닥거렸다.
“중요한 건...”
이게 끝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내일은 하락할 테고.
마지막 13일은 적어도 오늘만큼 오르거나 오늘보다 더 오를 게 분명했다.
“후아.”
도대체 얼마나 벌어들이게 될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은 전율이 흘렀다.